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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한·미동맹의 역설, 중에서

“민주주의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통치권을 가진 이들에게 그들의 권위가 피통치자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주장하고 옹호하기 위해 자유롭게 집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함을 알고 있다. 이런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불법적 지배자의 두려움을, 그리고 시민이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를 부정하는 자들의 비겁함을 보여줄 뿐이다. 시민행동과 시민사회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한국의 상황을 두고 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일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열린 ‘민주주의공동체(CD)’ 창설 1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회의에서 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정동칼럼]한·미동맹의 역설 _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중국학

2010.07.08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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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과학과 사회 - 공무원과 민간인을 구별하는 방법

중에서...

 

........도대체 이 두 부류를 효율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월급날을 가지고 구별하려니 직종에 따라 월급날이 다르고, ‘공무원=칼퇴근’의 잣대를 들이대자니 공무원이 아닌 내 친구가 오히려 무섭게 칼퇴근을 하고 있으니 구별법이 못된다. 그래서 공무원을 민간인과 구별지을 좋은 방법이 뭐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봤다. 첫째, 배지를 다는 거다. ‘사대강’이라고 쓰인 지름 15㎝ 정도의 야광배지를 가슴에 달게 한다면, 20m 밖에서 사찰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너끈히 공무원임을 알아볼 수 있을 거다. 둘째, 배지가 싫다면 왼쪽 발목에 야광띠를 매는 거다. 물론 바지를 입을 시엔 바지 밖에다 매야 한다. 만약 민간인이 따라한다면 지원관실 업무방해 및 공무원 사칭 혐의로 중벌을 받게 한다. 셋째, 이도저도 마음에 안 든다면 꼬리를 달게 하는 건 어떨까? 20㎝ 정도의 꼬리를 달게 한 뒤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른다든지 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10㎝씩 꼬리 길이를 늘려 나간다면, 다들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정착될 거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너무 재밌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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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좋아한다. 참, 글을 잘쓴다는 건 이런거구나,라는 걸 다시 느낀다.

 

20회의 한 토막.

 

수경스님 曰

“문수 스님은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어, 보통 분신한 사람이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있다가 죽게 되는 것과 다르지. 그 이유는 그분이 내장까지 완전히 연소하도록 석유를 드셨기 때문이야. 그러면서도 가부좌를 틀고 입가에는 미소까지 지은 채로 돌아가셨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것은 생과 사가 이미 하나이고 중생과 내가 이미 하나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그분은 최근 3년 동안 벽만 보고 넣어주는 하루 한 끼 밥만 먹고도 그걸 깨달으신 거야. 이제 내가 죽어야 할 차례인 것 같은데 낙시인, 나는 아직도 죽음이 두렵다. 그러니 나는 신도들에게 절을 받을 자격이 없는 중인 거야.”

 

절뚝이며 그가 어디쯤 가고 있을까. 선방에서 삼년 면벽한 스님을 불태우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사대강 개발을 즉각 중단하라. 소외된 사람을 배려하라”는 당연한 말을 제 몸에 불을 붙여 해야만 하는 이 나라는 대체 어떤 나라인가. 그러고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세상은. 40년을 선방에 있던 스님을 불러내 삼보일배를 하게 하고 결국 사라지게 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경향신문 2010.07.07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20.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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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상승

.....자산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주택 수급 측면에서 보면, 공급 대비 수요가 많거나 수요 대비 공급이 적으면 당연히 가격이 오른다. 하지만 투기적 시장에서는 부동산을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보므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지 않고 투기적 가수요가 오히려 늘어난다. 이때문에 집값이 올라도 일정한 단계까지는 투기적 수요가 늘어나 집값이 더 뛸 수 있다.....

 

< 한겨레21  2009.09.24 호 중에서>

cf. 전국적으로 15만,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도 2만호가 넘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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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경제학

주류 경제학과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는 근본적인 차이는,

 

주류 경제학은 개인의 본성과 행태를 연구해 그 개인의 합이 사회라고 본다.

 

마르크스경제학은 특정 사회가 이미 주어져있고 그 사회가 개인의 형태를 규정한다고 설명한다.

 

개인의 합이 사회라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컨대 개인 모두가 저축하면 사회 전체의 저축도 늘어나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모두가 저축을 한다면 누가 물건을 사나, 공장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고 노동자는 소득이 없어 저축할 수 없으므로 사회 전체의 저축은 0이 된다. 케인스는 이걸 '구성의 모순'이라고 했다.

 

또한 개인의 본성과 행태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주류 경제학은 인류 사회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주의 사회라고 보는데 이것은 현실역사와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주류 경제학엔 경제사가 없다.

 

주류 경제학에 공황 이론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이 모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 사회도 합리적 행태를 보일 것이므로 공황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개인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주류 경제학에서는 사회의 빈부 격차와 계급 문제가 사라진다.

 

< 한겨레 21 '국가의 의미를 묻다-김수행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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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0.

어제와는 다른 불편함.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4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야간에 켜는 조그마한 손전등을 가지고 열심히 설명한다. 그런데 설명을 너무 못한다. 오늘은 연습차 나오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 소리는 목 안에서 시원하게 나와주질 않는다. 앞뒤를 보아가며 설명하는데 1m 거리에 있는 나에게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요즘은 팔 토시를 많이 팔던데, 왠 손전등.. 하고 생각했다.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그 아저씨가 안되었더라. 저래서 얼마나 벌겠나 하는.. 참, 익숙치 않은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도 불편, 오늘은 또 다른 이유로 불편.

 

29.

최임문화제에 가는 길. 원래의 일이 틀어져 집에와서 다 씻고 나서 다시 최임 문화제를 가는 길.

1984를 읽고 있는데 도철 조끼를 입을 두 명이 와서 양쪽 문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뜯기 시작한다. 깔끔하게 뜯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에게 내용이 안읽힐 정도로만 찢어내고 있다. 무심결에 바라보다, '응, 도시철도 노동조합에서 붙인 스티커인가 보다.' 한다. 문이 열리는 바람이 뜯지 못하고 문 닫히기를 기다리는 아저씨를 쳐다보다 눈이 마주친다. 저 아저씨는 누굴까, 근무가 엉망이라며 서비스단으로 발령받은 아저씨는 아닐까, 저 일을 하며 저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래도 버텨줘야 하는 노동조합이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 새끼들때문에 쉴 시간이 없다고 욕하고 있을까.

아저씨가 다음 칸으로 떠난 후 가서 보니 명의만 노동조합이라고 남은 스티커. 뭔 내용이었을까. 이 스티커를 붙이려고 누군가는 뭉태기의 스티커를 들고 차량을 돌아다녔을텐데, 이렇게 쉬 뜯겨지고 마는구나 싶다.

 

25.

네이버에 자전거 지도가 생겼다. 사실 훨씬 전에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타고 좀 멀리, 정해진 목적지를 찾아갈일이 생겨서 찾아보았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근데 지도에서 한 군데가 어찌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해서 오늘 형과 자전거를 밤에 타보기로 했다.

신난다.

 

24.

어제 오전. 문자가 왔다. 내가 쓰고 있는 핸드폰이 구형이라 신형으로 바꾸어 주겠다며 전화달라는 문자다. 이상한 문자일 수도 있지만 이전에 형 핸드폰을 이런 방식으로 공짜로, 조건없이 바꾼 적이 있는지라 잠깐 고민했다. 바꿀까 말까. 음, 안바꾸기로 했다.

지금쓰고 있는 핸드폰은 만 3년이 되었는데 딱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내가 어릴적부터 계속된 아빠의 혼내기 주제 중 아주 주요한 것은, 내가 만지기만 하면 물건이 고장난다는 것이었는데 신기하도다)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이리이리했는데 저리저리되었다는 문자를 형에게 보내자 문자가 왔다. "바꿔 바꿔 바꿔" 라고. 나의 얇은 마음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해서 17시까지 전화달라는 문자에 16시 30분쯤 전화를 걸었다. 바꿔준단다. 그런데 택배로 보내준다해서 굳이 직접가서 보고 고르겠다 했다. 공짜로 뭔가를 주는 것인지라 나의 유난스러운(?) 태도에 상담원언니는 좀 귀찮아했지만.. 어쨌든 갔다.

 

대리점에 가서 교체 대상 중 S 전자에서 나온 것을 빼니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지금 쓰고 있는 것과 같은 회사에서 나온 것이고 사용방법도 같다. 디자인이 좀 다르고. 둘 다 뭐.. 그냥 그렇다.  바꾸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해서 그냥 집에 왔다. 잘 봤다며, 그냥 가겠다는 내게 아저씨는 "그러다가 이틀뒤에 갑자기 먹통이 되어서 전화번호를 다 날리기도 해요" 라는 약간 무서운 이야기를 하셨지만, 스스로에게 잘했다며 칭찬해 주고 돌아왔다. 갑자기 드는 생각,난 칭찬이 필요했는가...? ㅋㅋ

참, 오늘은 1984를 끝내야지.

 

23.

뭘 해야 좀 재미있을까?

 

22.

곧 퇴근이다. 오늘은 태보를 하는 날이다.

정말 이상한건 말이야, 태보를 하러가는 날, 딱 화요일은 내내 '아이, 가기 귀찮아'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딱 끝나고 나오면서 그 주가 끝날때까지는 일주일에 두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마트의 문화센터에서 하는 태보인지라 일주일에 한 번만 할 수 있다. 시간표가 그렇다.

호오. 그런데 좋다. 큰 거울이 있는 좁은 강의실에 등록 8명에 출석은 늘 5명. 간단한 스트레칭 후 본격 태보가 시작되면 강사님은 약40분동안 음악을 끄지 않는다. 내내 뛴다는 거다.

거울로 보이는 점점, 시뻘게지는 내 얼굴이 민망하다. 끝나고 자전거 타고 집에 올때는 자전거 속도 덕에 느껴지는 바람이 시원하다. 운동은 좀 그렇더라, 하고 나면 좋은데 하기전에는 좀 귀찮고 싫은.

그래도 살이 좀 빠지며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참 많이 나갈때보다는 4kg 정도 빠졌고 평균 몸무게에 비하면 2kg 빠졌다.  예전몸무게로 돌아가려면 아직도 8kg를 더 줄여야 한다. 하지만 술이 너무 좋은지라 그렇게 까지는 힘들겠고, 많이 들어간, 나의 불룩했던 배를 생각하며 조금 더, 한 4kg 쯤? 빠지면 좋겠다.

 

18.

이번 분기에는 5일의 휴가를 다 썼다. 4월에 하나,  

-여기까지 쓰고 이상하다 싶어 찾아보니 다쓴게 아니구나. 뭥미..-_-;; 바보 -

 그래도 많이 썼다. 4월에 하나, 6월에 세개. 6월달에 가진 세 개의 휴가 중 하나가 어제였다. 

음, 노니 좋다. 6월 3-4일의 휴가도 그랬었다. 2일부터 선거로 쉬었으니 2일, 3일, 4일, 5일, 6일까지 놀고 7일에 출근하는 거다.

그런데도 아쉽더라, 세상에.얼마전까지만 해도 평일에 하루만 쉬면 다음 날 출근하는 것이 잘 받아들여(?)졌는데 6월들어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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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해지려면 '나쁜여자'가 되어라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밥도 굶어보고 최신 다이어트법도 따라 해보지만 도무지 살이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미국의 심리치료사 캐런 R. 쾨닝은 '너무 착한 성격'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녀는 너무 착한 여자들은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지적한다. 착하게 살려고 언제나 남을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다 보면 내면에 쌓인 결핍감과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게 되고 결국에는 살이 찌게 된다는 것.

쾨닝은 저서 '착한 여자는 왜 살찔까?'(레드박스 펴냄)에서 체중과 다이어트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심리치료를 했던 11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이지만 밤마다 몰래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우울한 마음을 달랬다.

저자는 이 여성들에게 남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하지 말고 먼저 자기 자신에게 인정받으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적절하게 '네'와 '아니오'를 말하라, 남의 감정은 내버려둬라, 해가 되는 인물과의 관계는 최소화하거나 피해라 등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전략을 제시한다.

자신이 '어느 정도' 착한 여자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자가진단법도 실려 있다.
저자는 여자들이 쉽게 착한 여자가 되는 데는 남녀의 성장 환경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남녀평등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현대에도 여전히 남자 아이는 씩씩하고 독립적인 아이로, 여자 아이는 남을 배려하는 착한 아이로 양육된다는 것이다.

다이어트의 계절을 맞아 관련 책이 쏟아지는 요즘 다이어트와 심리의 관계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이유정 옮김. 336쪽. 1만2천원.
yunzhen@yna.co.kr

 

--------------------- 다음 메인페이지에 떴길래, 제목이 재미나 클릭하니 이런 책이 나왔단다. 하하. 이럴 수도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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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이 고생을 끝내고 나면, 이 과정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을 울리고 웃길 이야깃거리가 또 많이 나오겠구나.
이게 다 내 자신이며 내 능력의 토양이 되어줄 거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순간순간을 넘긴다.


- 김미경의《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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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에세이]서른 즈음에, 또 하루 멀어진다는 것

 김현진 | 에세이스트 neopsyche@gmail.com

 

 
스물 아홉번째 생일이 지난 후 아이고 이제 장사 접을 때도 됐네, 하고 중얼거렸다. 열몇 살부터 글 팔아먹으면서 어느새 십년이 훌쩍 넘었으니, 강산은 변했는데 별로 나아진 게 없어 초조했다. 칼럼니스트, 에세이스트랍시고 글 팔아먹던 제일 큰 자본이 이십대, 삐딱, 발랄, 뭐 그런 거였던 것 같은데 밑천 다 떨어졌으니 이제 장사 끊길 수밖에. 그도 그렇고 이것저것 못살겠다 갈아보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할 수만 있다면 링거를 꽂아 맞고 싶을 만큼 사랑했던 술을 끊고 어느새 반 년이 넘었다. 그렇게 맨정신으로 서른을 몇 달 남겨두니 철 든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은 건 있었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철 같은 것 평생 못들 줄 알았더니 1g 정도는 들었구나 싶은 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죄다 없어졌다. 예전에 화도 나고 울기도 하고 성질도 내고 남 욕하고 했을 때 그 이유는 팔할이 도대체 저 사람 왜 저러나, 하는 의문이었는데 그게 녹아 없어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아 저 사람은 저러고 싶나보다, 하는 체념이랄까 너그러움이랄까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뭐 그런거였다. 저러고 싶나보다. 그래, 쟤는 저러고 싶으면 저럴 권리가 있지. 그런가보다. 생전 해 본 적이 없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무감해진 건 아니고 그냥 다 안쓰러워졌다. 사람들이 다 애절했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무도 없으니까.

생활을 온전히 꾸려나갈 수 있을 만한 잘난 글을 쓰지 못하고 특별한 기술도 없지만 그래도 생계는 꾸려야겠고, 하루에 열두 시간씩 비정규노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육체노동 더하기 감정노동이었다. 별 기술 없는 여자가, 어디에서나 그렇겠지만, 감정노동을 빼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사실 술 장사가 제일 구하기 쉬운 일이었지만 알코올 중독 주제에 술집에서 일하는 건 기름 옆에 불 두는 격이니 제외, 그러니 더욱 할 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 일하고 해 지면 집에 돌아와서 지쳐 잠드는 건전한 삶을 찾고 싶은 마음이 열렬한 나머지 결국 집 앞 전봇대에 붙어 있던 구인광고를 보고 녹즙 배달하는 일을 시작했다.

배달하는 일이라기에 술 끊은 다음 기운은 차고 넘쳤으므로 신나서 시작했더니 웬걸, 이 일의 팔할은 영업이었다. 보통 주부사원들이 하는 일이라 아가씨가 오래 일을 할까, 반신반의하던 지사장님은 오래 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후 밝은 얼굴로 “그래, 남들은 하찮게 여기지만 열심히만 하면 이 일에도 어떤 어드벤처는 분명히 있어!”라고 말했다. 분명히 어드밴티지를 잘못 말씀하신 거겠지, 그럴 거야 하고 생각하면서도 진짜 어드벤처가 있을까봐 덜덜 떨었는데 책상머리에 앉아서 자판만 두드리던 주제에 영업의 세계란 정말로 어드벤처였다.

안 먹어요, 됐어요 됐다니까요, 유독 모질게 쏘아붙이는 사람이 있으면 비상계단에 숨어 질질 짠 적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청승맞게 흘러간 노래를 부르며 녹즙 카트를 끌었다. 괜찮아요, 나도 한때는 누구의 마음 아프게 한 적 많았죠…. 마트 직원이나 보험 영업사원이나 뭐 사람 상대하는 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아팠다.

23층이나 되는 건물을 매일 아침 돌면서 두 가지를 배웠다. 첫째는 사람들이 전부 정말로 열심히 일한다는 것. 두번째는 글자 같은 것 사실 아무도 안 본다는 것. 한국 독서율이 낮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밤늦도록 일하고 휴일에도 출근하고 다들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야 누가 글자 나부랭이 읽고 있을 시간이 있단 말인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책을 안 봐, 하고 지껄이던 입이 부끄러웠다. 다 너처럼 시간이 많은 줄 아냐,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누가 읽어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절절하게 느꼈다.

입에서 나오는 게 다 말이 아니니 자판 함부로 두드리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면서 점심때 일이 끝나면 바로 다방에 가서 일한다. 물론 쌍화차에 계란을 띄워야 한다거나 착석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주간 커피 야간 맥주, 오후 여섯 시부터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끄고 생맥주를 개시하는 데다 주간 손님 팔할은 보험이나 부동산 계약서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마주앉아 있고, 나머지 이할은 마포구 어르신들이니 여기가 다방이 아닐 것도 없다.

태어났을 때부터 찡그린 얼굴이었을 것 같은 건물 관리인 아저씨가 첫날부터 트집잡아 잔소리에 신경질을 냈다. 옛날 같으면 오냐 잘 걸렸다, 하고 아저씨 남은 수명을 반으로 줄여 버렸겠지만 맨정신으로 살기로 했으니 그러지 못하고 눈치만 슬슬 봤다. 그러다가 녹즙을 하나 들고 경비실에 찾아갔다.

같이 일하는 아가씨는 ‘그 아저씨, 이거 언니 얼굴에 던지는 거 아니에요’ 하고 염려했다. 큰 용기를 내서 경비실 문 열고 마침 안 계신 틈에 책상 위에 살짝 올려놨더니 좀 있다 빈 잔을 가져온 아저씨는 어제 야 이거 치워, 하고 소리치던 아저씨가 아니라 아가씨 이거 잘 마셨어요, 하고 활짝 웃는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다 배울 일이 천지에 있고 주위에 눈만 돌리면 애절한 일투성이라는 것, 일상의 짠함을 요만큼씩 알아가는 게 철드는 일인가 하여, 또 하루 멀어져간다고 세면서도 그게 멀어져가는 게 전처럼 아쉽지 않다. 둘러보면 죄다 짠하게 고마운 일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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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어서. 지하철에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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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나'

'위대한 나'


누군가의 꿈을 들여다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지금 당신의 모습은 당신이 과거에 꾸었던 꿈이다.
지금 당신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당신의 꿈은 당신이 꾸었고,
그런 꿈을 꾸어오는 동안
현재의 당신이 만들어졌음을 기억하라.


- 매튜 캘리의《위대한 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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