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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비정규직노조 지도부와의 인터뷰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사무국장 직무대행
조가영 동지와의 인터뷰



현재자본이 파업노동자들과 외부와의 연대를 철저히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거점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가 잘 전해지고 있지 못하다. 현자불파투쟁의 면모를 더 자세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우리는 5공장 파업농성장에서 투쟁을 이끌고 있는 현자비정규직노동조합 사무국장 직무대행 조가영 동지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는 불법파견 철폐투쟁의 선봉에서 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5공장 도장부 파업거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활동과 투쟁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조가영 동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업농성장과 파업참가자들의 심리와 의식적 변화를 알 수 있었다.

[문] 5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답] 우선 지난해 5공장 정리해고 분쇄투쟁이 있었다. 40명의 해고자 중 전원이 복직되는 완전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정리해고된 노동자들 가운데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노동자들이 복직되는 것을 보면서 노동자들에게 ‘투쟁하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무관심한 듯 보였지만, 정리해고 분쇄투쟁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배우고 있었다. 5공장 도장부의 경우 1년 동안 수차례의 교육을 진행하여 축적된 성과들이 있었다. 또한 정영미 동지를 중심으로 여유인원 확보 등 차별과 탄압에 맞선 투쟁을 진행했던 경험도 있었다.

현장의 일상적인 투쟁에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쟁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원하청 자본가에 맞서 끈질기게 투쟁하는 정영미 동지의 헌신적인 모습은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노동자들에게 투쟁은 가능하다는 대중적 신뢰를 획득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일상적인 투쟁의 누적된 성과들은 이후 꾸준한 현장활동으로 이어졌고, 불법파견 철폐투쟁 국면에서 자본이 불법대체인력투입을 강행하면서 도장부 40여명이 즉각적인 항의투쟁에 돌입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자본이 불법 대체인력 저지투쟁에 나섰던 정영미 동지를 비롯한 노동자들을 부당해고, 고소고발,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탄압해오자 파업으로 연결된 것이다.

[문] 파업참가자가 계속 확대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답] 5공장 비정규직은 주야간을 합쳐서 430여명이다. 생산물량의 축소로 절반가량인 215명이 휴가 중이다. 나머지 215명 중 120명 정도가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라인의 절반이상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도장부에서 시작된 투쟁은 의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B조 중심이었으나 A조의 파업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처음 도장부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하면서 토론을 통해 업체 탈의실에 파업거점을 잡은 것이 파업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파업거점에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오는 의장부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교육했다. 활동하는 동지들의 참가도 있었지만, 탈의실에서 노동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업체 다수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파업의 중심축도 이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도장부 아주머니 노동자들이 투쟁의 중심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 노동자들이 중심축으로 일어서고 있다. 젊은 층의 경우 “아주머니들은 할 만큼 했다. 이제 우리가 아주머니들을 지킨다”며 높은 투쟁결의를 보여주고 있다. 아주머니 조합원들도 젊은 노동자들을 동생처럼 챙기고 있다. 그리고 젊은 노동자들의 경우 부서를 뛰어넘어 또래들과 어울리며 동지애를 쌓아가고 있다.

[문] 파업에 참가한 5공장 노동자들은 평범한 노동자들이라고 전해져 있다. 파업을 통해 노동자들은 어떤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가?

[답] 한 업체 20여명의 노동자들이 “파업하러 왔다”며 찾아왔다. 노동자들은 “업체 소장이 1년 후에 정규직을 시켜준다고 해서 입사했고, 그동안 단 한 번도 월차, 연차를 쓰지 않고 성심껏 일해 왔다. 그런데 신규채용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고, 서럽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겠다!”며 자신이 투쟁에 나선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이 같은 투쟁의 확대는 대체인력이 투입되면서 라인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노동자들은 이제 자본에 허리를 굽히려 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투쟁을 통해 정규직을 쟁취하겠다고 의지를 세워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가장 큰 변화는 자주적인 활동과 투쟁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업거점은 조 체계로 활동과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아주 강한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 조장이 된 노동자의 경우 달라지는 모습이 확연히 보이고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굳건한 책임감과 헌신성으로 조를 운영하고 있다. 조원들도 조장을 중심으로 응집력 있게 뭉치고 있다. 평소에 잘 알지 못하던 다른 업체 사람들과도 친밀감을 높이며 동지애를 쌓고 있다. 동료들의 파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전화기를 돌리기도 한다. 파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발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문] 파업대열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는데, 규율은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가?

[답] 명문화된 규율은 없다. 조별 규율 토론을 진행했고, 조별 규율만 있다. 똘똘 뭉친다, 무임승차 없다, 끝까지 함께 한다, 3인 1조로 움직인다 등 일반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지만 조합원(파업참가자들이 대부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들은 자발적으로 철저하게 파업규율을 지키고 있다. 파업농성장을 계속 사수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으나, 급한 사정이 생길 경우 외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루에 조별로 1명만 외출을 허용하고 약속시간에 반드시 돌아올 것을 결의했다. 아직까지 한 명의 조합원도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처음으로 투쟁에 참여한 업체노동자들의 경우에도 농성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집에 다녀온다고 했을 때, 믿고 보냈는데 단 한 명의 이탈 없이 모두 복귀했다. 현대자본이 파업노동자들의 집에 악선동을 해서 부모님이 와서 설득해도 “내가 빠지면 나도 죽지만, 동료들도 다 죽는다. 그래서 빠질 수 없다.”며 강한 동지애를 보여주고 있다.

투쟁으로 노동자들의 집단적 의식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한 가지 명시된 규율은 지도부가 박수 3번치면 30초 만에 조별로 대열을 정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기호 위원장님을 중심으로 파업대오가 하나로 단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도 인식되고 있다. 이렇게 파업대오는 강한 결속력과 일사불란함으로 사수되고 있다.

[문] 파업사수를 위한 선봉대가 조직되었는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답] 선봉대는 자발적으로 조직되었다. 젊은 남성조합원들 20명가량이 참가하고 있다. 선봉대는 “아줌마는 우리가 지킨다.”는 결의로 파업을 사수하고 있다. 도장부 아주머니 조합원들의 투쟁은 젊은 남성조합원들에게 투쟁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들의 경우 투쟁하다 깨져도 밖에서 깃발을 세우고 싸우겠다는 결의를 갖고 있다.

선봉대는 따로 조직할 경우 무규율해질 우려가 있고, 당사자들도 전체 일정에서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조별 활동을 함께 진행하면서 선봉대를 하고 있다. 선봉대는 파업거점 앞을 사수하면서 원하청 관리자들의 침탈을 막고, 출입자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선봉대의 교육은 따로 진행하지 않고 파업대오 전체 교육에 함께 하고 있다.

[문] 정규직화 쟁취를 주요 요구로 내걸고 있다. 집배원, 캐리어와 같은 경우 정규직이 되자 투쟁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는 비정규직 투쟁이 아직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는가?

[답] 투쟁이 정규직화 쟁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한다. 임금은 올라가겠지만 잔업, 특근과 고된 노동은 정규직이 되더라도 계속된다. 투쟁동지들을 외면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보장받기 위한 정규직화라면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차라리 정규직 노동자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동료들과 운명을 같이 할 줄 알며, 단결하여 투쟁할 줄 아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사는 것이 더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왜 정규직이 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며 토론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 정규직이 되더라도 우리의 연대를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가자고 매일 약속하고 있다. 부품사업장, 이주노동자의 사례를 들며 우리보다 어렵고 힘들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자고 강조하고 있다.

세원의 이야기도 자주 언급한다. “만약 현자 정규직 노조에서 몇 시간이라도 라인을 끊었다면 세원의 두 동지가 열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억울하게 당하는 세원테크와 같은 노동자를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면 대의원, 소위원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자고 이야기하는데, 조합원들은 이런 말을 덧붙인다. “대의원, 소위원이 되면 유인물만 쓰는 간부가 되지 말고 발로 뛰는 간부가 되자!”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정규직 노조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진정한 간부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아직 충분치는 않지만 조합원들의 의식이 정규직화 쟁취를 뛰어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본다.

[문] 20일 오전에 5공장 도장부 현장진입투쟁이 진행되었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투쟁전술이었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 조직되고 진행되었는가?

[답] 현자 정규직에서 한시하청(1개월 계약자)을 합법적인 형태의 대체근로라며 대체인력투입을 막지 않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파업을 진행하는 중에도 라인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본 도장부 노동자들은 라인을 세우는 적극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밤을 새며 투쟁전술논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도장부에 진입투쟁을 전개하는 것을 결정했다.

도장부 문을 관리자들이 막아서 현장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은 단련되어가고 있다. 이제 관리자 수십, 수백 명이 와도 전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현장진입투쟁 후 조합원들은 “좋았다, 또 가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더 효과적인 형태의 투쟁이 없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도장부 진입투쟁 동안 사측 관리자들이 농성장을 기웃거리며 도발하자 남아있던 조합원들은 “올 테면 와 봐라”며 구호와 노래에 맞춰 발을 구르며 힘차게 투쟁했다. 농성장이 2층인데, 발을 구르면 의장부 조립라인이 쿵쿵 크게 울린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아래층에서 일하던 정규직 대의원, 소위원들이 비상이 걸려서 농성장으로 뛰어올라오는 일도 있었다.

[문] 파업참가자와 정규직과의 관계 변화는 어떠한가?

[답] 현자노동조합과의 관계는 이전과 차이가 별로 없다. 5공장의 경우, 소수의 민주파 대의원과 소위원들이 적극적으로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현자노조가 대체인력을 허용하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소위원들은 단체로 조퇴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비정규직에게 잔업거부 투쟁하라고 부추기고 대체근로를 못 막는 것이 쪽팔려서 조퇴했다고 한다. 이들 정규직 활동가들은 이 투쟁으로 현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경우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호의적이다. 조기축구회나 현장라인 모임에서 투쟁기금이 들어오고 있다. 현자노조보다 오히려 라인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형님, 아우로 지내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적극적인 연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정규직 조합원들도 예전과는 다르게 우리의 투쟁에 반대하고 있지 않다. 특히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정규직 조합원들은 평소에 형성되어 있던 동료애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농성장을 찾아오면 우리 조합원들이 달려가서 부둥켜안는 광경을 보면 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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