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과격한, 또는 황당한 주장 되겠다.
"아~ 이 제품은 만오천원 되십니다." 뭐 이런 말 많이 듣는다. 여기저기서 이와 관련한 많은 지적을 하고 있다. 저렇게 말을 하는 사람도 사실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습관처럼 나오는 것일 뿐. 그래, 습관이다. 사람하고 바쁘게 이런저런 말 하다가 혹시라도 반말할까봐 두려워 그냥 전부 존칭을 써버리는 것이다. 저런 표현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 한번 가상 실험해봐라. 천천히 생각하면서 말 할때는 괜찮지만 바쁘게 수시로 말할 때 은근히 신경쓰인다. 결국 일종의 risk 관리 되겠다. 존칭과 비존칭을 정확히 구사하는데 수반하는 골치아픔과 깐딱 실수해서 존칭을 써야할 때 하대를 써 버림으로써 발생하는 치명적인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그~냥 전부 존칭으로 씨부려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일단 최악의 경우(존칭을 써야할 때 하대해버리는 경우)는 피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예 들어보자 :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라는 문장을 보자. 체언+조사, 용언+어미의 형태이다. 죄다 존칭이다. 좀 너무하다는 느낌이다. 꼭 저렇게 모든 음절을 죄다 존칭으로 해야 하나 싶다. 사회가 지금보다는 훨씬 천천히 움직이던 시절에는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사회다. 아, 산업사회라 해서 인간관계의 기본이 무시되도 괜찮다..뭐 이런 주장하는 것 아니다. 다만 산업사회에 걸맞는 존칭을 정립하자는 것이다.
산업사회에 걸맞는 존칭, 이 문제에 대해 국어학자들의 책임이 참으로 크다. 그들의 책임이 절반을 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글이 우리의 말과 글을 지배하기 시작한 게 대충 백년이라고 보았을 때 처음 절반은 일제 강점기의 수렁이었고 뒤 절반은 미군 강점기, 전쟁, 굶주림, 독재 등등으로 점철되면서 우리 말에 대한 어떤 정체성 혹은 미래를 생각하기엔 너무나 혼란스럽고 어찌보면 사치스러웠을 것이다. 한다는 것이 고작해야 소위 이미 굳어진 말들을 어거지로 우리말로 바꾸자는 식이었다. 70년대 잠깐 그런 적이 있었다. 또 국어학자들 우리말에 대해 이야기하면 거의 무조건 "원래 우리말은..." 뭐 이런 식이다. 원래 이러니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 기준을 잡고 중심을 잡는 것,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 언어도 변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1945년 이후 국어학자들이 뭐 이런저런 주장을 했다고 할지라도 그게 관철되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건 45년이후 우리는 우리말에 대한 어떤 전략적 대응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45년 이전 상황이 일제 강점기라는 너무나 혹독한 시기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적절한 전략을 갖지 못했다. 예를 들면 보자. 45년 이후 우리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당근 영어다. 즉, 영어가 우리말에 밀려들어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길목은? 그래. 영한사전이다. 하지만 해방 이후 상당한 기간동안 우리나라 영한사전은 영일사전을 그냥 뺐겼다. 참 쉬었을 것이다. 당시 지식인들이야 일어는 외국어도 아니었을 터이니 조일사전놓고 순서하나 빼먹지 않고 그냥 한글로 옮기면 되는 거였다. 이과정에서 일본식 한자가 해방이후 태어난 세대들에게도 학습된다. 아.. 너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이건 나중에 다시 쓰겠다. 존칭, 호칭, 인칭대명사, 맞춤법 등등...
내가 말한 적절한 전략이란 해방이후 우리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걸맞는 문법, 어법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중 지금 말한 존칭의 문제도 포함된다. 존칭을 줄이자. 이게 내 주장이다. Better later than never다. 각급학교에서 교육을 하고, 언론등을 통해 홍보 및 실천을 하면 개선할 수 있다. 처음에 예로 든 문장에서 존칭과 관련한 조사 및 어미를 제거하는거다. "아버지가 말씀했다" 뭐 이렇게 되겠다. 물론 어감상 '시'를 안쓰면 이상한 경우도 있다. 다만 큰 줄기에서 '시'를 쓰지 말자는 거다. 그렇게 교육하고 공공매체를 통해서 실천을 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우리말에서 존칭을 줄여나가야 한다. 우리말. 존칭이 너무 많다.
한사람은 하대하고 한사람은 존대하고. 이렇게 해서 제대로 대화가 되겠나? 호칭도 없애거나 방식을 바꿔야 하고, 적절한 2인칭 대명사도 도입해야 하고, 입과 귀가 알아듣지 못하는 맞춤법도 손질해야한다. 그냥 저절로 변할 때까지 기다리자고?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저 거대 중국의 글자도 바꾸는데 이건 아주 약과다. 무슨 글자 모양을 확 뒤집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표기와 어법을 바꾸는 것인데 나는 결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예 하나만 들자.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명박대통령은..." 뭐 이런다. 이것을 "대통령 이명박씨는...."으로 바꾸자는 거다. 이게 어렵나?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gynacosmos/trackback/1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