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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자의 놀랄만한 성실함과 열정에 일단 대찬사 한번 보내드리고...짝짝짝!!! 예전에 프레시안에 기사 연재할 때도 흥미롭게 읽었더랬다. 책은 다소 딱딱했던 신문기사에 비해 훨씬 재미있고 쉽게 쓰여있었다. 나는 부동산 4계급이다. 조금만 마련하면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ㅎㅎㅎ 대안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이다. 대한민국 국민 치고 부동산, 교육 문제에 한 마디 거들지 못할 사람 없겠으나 (실제로는 줄기세포에서 세계 경제위기까지 ㅡ.ㅡ) 불평하고 '싹 다 갈아엎어야 돼' 하기는 쉬어도 이렇게 세심하게 대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 대안 자체도 래디컬하다고 비판받을 소지는 차고 넘친다. 점진적 토지 국유화라니...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 하지만 가정해보자. 손낙구 씨가 한반도를 쩍 갈라 물길을 파자고 이야기하고, 리만브라더스가 토지 국유화를 하자고 이야기하는 상황을.... 다시, 전자는 허무맹랑한 뻥이 되고, 후자는 화들짝 놀랍긴 하지만 임박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현실성"이란 그런 것이다. 아, 이제 답은 알겠는데.. 이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팀이 준비하고 있는 의료사유화 관련 책 준비에 참고하라며 후마니타스 대표님이 친히 하사하신 은전이다. 주신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직 우리 원고 마감을 못 시켜, 책상 위의 이 책을 볼 때마다 심한 죄책감... ㅡ.ㅡ)
전편 [눈먼 자들의 도시]가 좋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은디, 나는 눈뜬 자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전작에서, 모두가 눈먼 그 시간과 그 장소에 대한 생생한 묘사, 인간에 대한 공포 등이 매우 흥미롭기는 했으나, 주인공(?)인 의사 부인의 영웅적 풍모, 혹은 성녀의 이미지가 좀 '전형적'인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훨씬 경쾌하고 훨씬 풍자적이다. 그리고 대놓고 정치적이다. 옮긴 이는 이 소설의 결말이 상당히 비극적인 것처럼 평가했는데, 글쎄올시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이토록 발랄하고 완강한 저항이 있으니, 몇몇 등장인물이 비극적 말로를 상황 전체에 대한 비관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소설을 읽는 중간중간, 할배 어쩜 이리 젊은 감각을... 하면서 놀라고는 했다. 중간에 인상적인 구절이 하나 있었다. "... 예의를 약간 걷어내고 말을 하자면, 이런 남자와 이런 여자들은 자신의 인생이라는 거울 앞에 서서 매일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라는 가래로 과거의 자기 모습이라는 얼굴에 침을 뱉고 있다." 몇 달 전에 세미나했던 책 (Cultures consequences)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청년기에는 급진적이었던 학자들이 나이가 들면, 보수로 회귀하고 마치 그것을 당연한 사회화/성숙 과정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건 Power Distance 가 높은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즉, 권력 질서를 비판하면서도 자신은 그 권력에 닿기를 애타게 소망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지, 당연하거나 보편적 현상은 아니라는... 그런 면에서, 나이 90을 바라보는 할배의 이런 날카로운 지적은 멋지삼!!! #0.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이레 2002
허접한 감성에세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J 샘의 추천으로 읽게 된 [Status Anxiety]를 통해 작가의 마력(?)을 뒤늦게 깨닫고 읽게 된 책이다. ".. 또 가계에 파탄을 일으킬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긴 여행이 열대의 바람에 살짝 기울어진 야자나무 사진 한장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정말, 이렇게 적절한 표현이 어디 있을까? 몇달 몇 년을 꿈꾸다 실행에 옮기는 여행도 있지만, 술자리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 가판대에서 집어올린 잡지의 표지사진 하나가 발단이 되어 자신도 예상치 못한 거대스케일의 여행을 떠났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는... 나 같은 경우는, 일명 앙코르와트 사건과 울릉도 사건이 대표주자 되시겠다 ㅎㅎ "...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이백 퍼센트 동감... 그래서, 어렸을 적(?)에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에 연연해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여행 길 자체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차와 승객 드문 시외버스를 선호... ".. 훔볼트의 흥분은 세상을 향해 올바른 질문을 가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해준다.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파리를 보았을 때 약이 올라 파리채를 휘두를 수도 있고 산을 달려 내려가 [식물지리론]을 쓰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렇다 ㅎㅎㅎ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인간의 삶도 똑같이 압도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태도로, 가장 예의를 갖추어 우리를 넘어서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아마 자연의 광대한 공간일 것이다. 그런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 삶을 힘겹게 만드는 사건들, 필연적으로 우리를 먼지로 돌려보낼 그 크고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을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게나 말이다. 이게 바로 내가 늘상 목말라하는 호연지기... 문제는 약효 지속기간이 너무 짧다는... 알랭의 눈을 통해 보들레르를 다르게 보게 되었고 (예전에는 자기애 환자 취급 ㅎㅎ), 에드워드 호퍼의 강박과 플로베르의 세상에 대한 '짜증'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마담 보바리' 첫 장에, 자신의 변호사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글을 보고 얼마나 세상에 시달렸으면..하고 연민을 가졌었는데,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했던 듯... 그리고 러스킨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똑같은 이유로, 러스킨은 데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내 마음 속에 들어있지만 끄집어내어 표현하지 못했던 조각들을 이렇게 쏙쏙 와닿는 말글로 대신 적어주다니... 이래서 작가가 필요하다... #0. 스타니스와프 렘[솔라리스] 오멜라스 2008
영화가 원작 소설을 그대로 그려내기란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돌아보니 영화가 쫌 심하게 왜곡.... 소더버그 영화야 워낙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타르코프스키 영화는 원작에 충실한 줄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 영미 작가들과는 또다른 기묘한 분위기, 의식과 인식에 대한 도저한 질문들이 정말 읽는 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책이다.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자꾸 몰아넣어 마치 스스로 켈빈이 되어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 같은 동화 현상....ㅡ.ㅡ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보면, 2차원의 인식틀이 3차원의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점이 XY 평면 떠나 Z축으로 이동하는 순간, 2차원자의 눈에서, 인식 세계에서 그 점은 '사라지는' 것이다. 점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식 가능한 범위를 벗어났고, 우리에게 관찰되는 현상은 '사라짐'인 것이다. 전혀 다른 인식의 틀과 방법을 가진 존재들이 조우했을 때, 과연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이해는 고사하고 서로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비단, 이는 외계행성 솔라리스와 지구인 사이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지구별 (별? 은 아니지) 작은 한국사회에서도 도대체 불가해한 이 상황들을 보면 말이다....
#0. 박노자 [박노자의 만감일기] 인물과 사상사 2008
지은이가 블로그에 올렸던 소소한 글들을 묶어낸 책이다. 그러다보니, 좀 어정쩡하다. 워낙 잘 알려진 논객(?)이다보니, 블로그라는 것이 완전히 사사로운 개인만의 공간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좌하고 참고문헌 달아가며 쓰는 논문인 것도 아니고... 이성적인 글에서는 논리가 충분히 정리되지 못했고, 감성적인 글에서는 도덕적 자기검열이랄까... 전반적인 흐름에는 동의하나, 곱씹어 다시 읽거나 돈주고 사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었다. #0.Neil Gaimen & Terry Pratchett [Good omens]
영국 아자씨들의 유머 코드는 비슷한가봐. 읽으면서 계속 더글라스 아담스와 몬티 파이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나 썰렁하면서 웃기던지... 생각만 해도 웃김 ㅎㅎ 닐 가이먼은 정말 빼어난 이야기꾼인것 같다. [Neverwhere]가 고전적이면서도 약간은 우울한 판타지였다면, [American Gods]는 시니컬하면서 도저한 이야기가 있었고, 이번 책은 정말 쾌활하면서 개그 작렬... 테리 프래챗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었는디, 이번에 글래스고 서점에 가보니 디스크월드 25주년이라고 서점 안이 완전 도배가 되어 있더구먼... 사실, 판타지 종류 별루 안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이런 거 계속 읽고 있는 이 심리는 뭔지 모르겠다만... 웬지, 닐 게이먼 책은 또 읽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기네... ㅎㅎ
주말 저녁 일도 안 되고, 밀린 기록이나 정리!
이레 출판사에서 2005년 출판. 학회 소식지 서평 부탁하려고 드린 전화에서 J 샘이 적극 추천해주신 책이라 읽게 되었다. (오래 되서 포스팅 하려는데 기억이 안 나 다시 페이지 찾아봄 ㅡ.ㅡ) 흠, 저자는 프랑스에서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는데, 자그마치 1969년 생... (평범 임노동자 우리집 김씨와 동갑인데, 기사작위에.. 대머리 ㅎㅎㅎ)
Status Anxiety (지위 불안) 이라는 원제를 왜 안 살렸는지 모르겠다. 그게 더 좋았을텐데...
저자는 왜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회적 성공, 지위 상승을 갈망하는가에 대해 역사 속의 철학/문학/예술에 나타난 풍부한 사례들을 엮어 아주 풍부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이론적/실증적 분석에 익숙한 나에게는 간만에 보는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책! 우리 업계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책은 못 쓸 것이여 ㅎㅎ
알랭은 세상으로부터의 인정을 '세상이 주는 사랑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표혔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지위 불안은 세상으로부터 사랑을 얻지 못할까봐 느끼는 불안이라는 것이다. (잠시 딴 생각... 여의도 텔레토비 동산의 거드름피우는 양복쟁이들, 그들이 진정 원했던 것 또한 사랑이었을까???)
속물의 특성에 대한 알랭의 해설은 간단하고도 핵심을 찌른다. '속물의 특징은 단순히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본다는 것... 속물의 일차적 관심은 권력이며 권력 구조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리고 순식간에 속물의 존경 대상도 바뀌...' 그러면서 '사치품의 역사는 탐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감정적 상처의 기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동의!
그는 현대의 소위 '능력주의'가 가져온 슬픈 결과를 이야기한다.
과거, 가난한, 혹은 신분이 미천한 이들을 위안하던 세 가지 이야기, "첫째, 가난은 가난한 사람들 책임이 아니며 가난한 사람은 사회에서 가장 쓸모가 크다. 둘째, 낮은 지위에 도덕적 의미는 없다. 셋째, 부자는 죄가 많고 부패했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강탈하여 부를 쌓았다..... "
그러나 이들은 자본주의로의 전환기에 새로운 세 가지 능력주의 이념으로 변한다.
첫째, 빈자가 아니라 부자가 쓸모 있다 (일종의 낙수이론이라 보면 되겠다. 한국 사회에서 잘 통하는, 인재 한 명이 보통 사람 백 명을 먹여살린다는 이야기).
둘째, 지위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 - 물론 이는 타당한 면이 있다. 이는 세습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근대이념으로서의 의의가 있었다. 토마스 페인 (1791)은 봉건적 세습을 비웃으며 이렇게 썼단다. "문학과 과학에 세습제를 적용하면 이들 분야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생각하며 혼자 웃음을 짓곤 한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정부에도 적용시켜본다. 세습적인 통치자는 세습적인 작가만큼이나 모순적이다. 호메로스나 유클리드에게 자식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설사 있었다해도, 그들이 완성시키지 못한 작품을 아들이 완성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런데 작금 포스트모던 21세기에도, 18세기 작가가 상상만으로도 우습다던 일들이 여전히, 더구나 합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니 쫌 슬프다. 대통령도 세습하고 (부시 가문), 기업도 세습하고 (이씨 가문)...
셋째, 가난한 사람들은 죄가 많고 부패했으며, 어리석음 때문에 가난한 것이다. 그렇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경쟁을' 해야한다는 신임 교육감님의 말씀이 바로 이것이다. 열심히 하면 되는데, 안 하니까 낙오되는 것이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능력주의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주는, 엄청난 자가발전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성공하는 사람의 && 가지 습관 류의 자기개발서가 눈부시게 팔릴 수 있다. 성공하는 비법을 답은 '시크릿'이 그렇게 몇 백만 부 팔리면, 그게 어디 더이상 시크릿일까???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세상은 능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의 불확실성들이, 우리 능력 너머에 존재하고 있다. 알랭이 제시한 다섯가지의 예측 불가능한 요인 - 변덕스러운 재능, 운, 고용주, 고용주의 이익, 세계 경제...
알랭은 특히 자본주의 생산체계에서 임노동자의 이야기를 이렇게 그려내고 있다. ".. 노동과 다른 요소(원료, 기계)들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다... 노동자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생산라인 가동비용이 엄청나게 비싸지면 가동을 중단하기도 하는데, 이때 기계는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한탄하지 않는다.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천연가스를 사용해도 도태된 자원은 절벽에서 뛰어내리지 않는다..."
산업현장에서의 경제적 요구와 인간적 요구 사이에서 "... 언제나 경제적 요구가 선택된다.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임금에 의존하는 모든 노동자의 삶에서는 불안이 떠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들 문제에 대한 작가의 나름 해답은..
첫째는 철학적 해법이다.
세속적 가치를 떠나, 통찰력 있는 눈으로 인간 그 자체를 바라보고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렇게 인간성을 통찰력 있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한 가지 불리한 점은 이런 관점을 따를 경우 친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ㅡ.ㅡ
둘째, 예술이 이러한 통찰력을 키우는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백만번 동감!!! '소설은 감추어진 삶의 목격자'라는 표현은 아주 적절한 것 같다. 그는 예술이 그려낼 수 있는 인간의 본질적 모습과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만일 소설의 내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사회는 그 표면만 보고 이렇게 떠들 것이라고 했다.
"오셀로 - 사랑에 눈이 먼 이민자 원로원 의원의 딸을 죽이다
마담 보봐리 - 쇼핑 중독의 간통녀 신용 사기 후 비소를 삼키다
오이디푸스 왕 - 어머니와 동침으로 눈이 멀다" 아주 그럴듯하지 않나?
셋째, 정치... 알랭은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는 러스킨의 말을 인용했다.
그래, 바로 이게 정치의 역할 아닌가 말여...그러면서 저자는 '분석을 통해 (현존하는) 이데올로기가 (태생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밝혀 그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넷째, 기독교...
뭐 딱히 기독교를 통해 구원받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불멸, 혹은 위대한 존재 (그것이 신이든, 자연이든) 앞에서 자기 존재의 유한함을 자각함으로써 지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초기 기독교 같은) 공동체 유대가 강화될수록 혼자 어떻게든 성공해보겠다는 지위 불안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평소의 인상이 하도 뭣 같아서 딱히 액면 그 자체는 받아들이기 어려우나,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동감... 우주의 역사를 1년 달력으로 비유했을 때, 인류가 출현한 것은 12월 31일 자정 몇 분 전이었다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나에게는 오히려 더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
마지막으로는, 보헤미안적 삶을 사는 것이다.
그는 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들레르의 알바트로스를 인용하기도 했는데, 이 시를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자아도취형 인간들의 매니페스토' 쯤으로 생각해온 나로서는 쪼금 당혹.... 요즘에는 소위 보헤미안 적 삶도 하나의 유행이자,고급(?)스러운 아비투스가 되어버린 것 같아 과연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어쨌든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어찌 보면, 일체 유심조의 결론으로 흐르는 듯?
세상이 어찌 되든 네 마음의 평정과 통찰력이 가장 중요하다...???
한 가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최소한 이 한국 사회에서)지위 불안은, 세상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할까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에 대한 위협 때문에 생기는게 아닐까 싶다. 세상의 사랑 좀 안 받아도 좋은데, 최소한 인간다운 생존을 할 있게 확 떠밀어버리지나 말았으면 하는 애타는 마음이랄까.....
최근 중/장거리 이동 중에 읽거나 보게된 실제와 가상의 혁명 기록에 대한 단상..
#0. Robert Heinlein.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Tom Doherty Associate Inc. 1997 (원작은 1966년 발표)
소위 SF 업계 Big 3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와 함께)중 하나인 하인라인의 작품으로, 휴고와 네뷸러 동시 수상작...
(책으로 읽은 것은 아니지만) Starship troopers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작가의 의중을 모르겠음 ㅡ.ㅡ
스타쉽 트루퍼스가 군사주의를 찬양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도의 안티인지 헷갈리는 것은 아마도 하인라인의 정치적 이력을 알고 있기 때문일 듯. 그는 베트남전에 찬성했던 우파. 그런데 위키에 찾아보니 과거 업톤싱클레어의 사회주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는군. 더 헷갈려 ㅜ.ㅜ (하긴, 평생 일관된 이력을 가지고 살아가기가 쉬운 일인가??? )
이 책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적 존재에 대한 도전으로서 혁명을 찬양하고, 더구나 주인공 중 한 명인 Bernardo 교수의 언설을 통해 개인의 자율성에 기반한 아나키 철학을 옹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비합법적인 전위에 의한 수직적 의사결정구조, Mike 라는 슈퍼컴퓨터의 철저한 '지도', 의회의 '조작'을 매우 긍정적으로 그리는 다소 어리둥절(?)한 양상을 보인다. 이거 도대체.... ㅜ.ㅜ
나름 합의점을 찾아본다면,
작가는 지향 측면에서 자유주의자로서 자유주의적 혁명을 옹호한다, 플러스
1960년대에 상상가능했던 혁명운동이란 러시아에서처럼 전위가 지도하고 비밀 세포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었기에 작가의 상상력도 거기에 제한되었을 것이다?
우쨌든 이런 정치적/사회적 해석은 차치하고, 참으로 기발한 상상력과 문장력으로 쓰인 것만은 사실이다. 네트워크를 가로지르는 핵심 노드에 자리한 슈퍼컴 Mike의 존재와 기능은 오늘날의 기술수준에서 돌아볼 때, 정말 획기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상상력이 아니었나 싶다. 중력의 문제를 혁명 성공 가능요인의 중심에 자리잡게 한 것도 매우 그럴듯하고... 다만 생물학적 문제 - 정상세균총과 병원체의 다이내믹에 대한 부분은 좀 아쉬웠다 (이 부분은 아시모프의 소설들에 훨씬 사실적으로 그려짐). 또한 미국사회에 끼친 파장도 대단하여 이 책에 등장한 'TAANSAFL: There ain't no such things as a free lunch" 이 관용어로 널리 자리잡게 되었다고...
하지만, 뭐랄까... 아쉬운 것은...
달과 관련된 혁명운동을 다루고 있는 Ursular LeGuin의 [Disposessed] 와 비교해볼 때, 전자에서의 회한과 정서적 몰입이 전혀(!) 일어나지 않더라는....
정통 Hard SF 의 명작이라 칭할만하기는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깊이와 철학적 성찰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소위 SF 명장이라는 양반한테 이런 평 했다고 밤길에 테러당할지도 모르겠다 ㅎㅎ) 솔직하게도, 루니들의 투쟁에서 '절박함'과 혁명운동의 어떤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겠더라. 글을 너무 머리로만 썼나봐? 하드SF 라고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 Joe Haldeman의 소설들을 보라구!!!
그래서 생각이 들었다.
과연, 혁명이 이렇게 이루어져서야 쓰겠나?
나는 이 혁명 반댈세!
#0. Patricio Guzman 감독[La Batalla de Chile]- 칠레전투 3부작, 1972-79년

무릇, 혁명이란 이루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고, 그 지켜가는 과정 자체가 혁명이라 하겠다. 아주아주 힘든........
하인라인의 소설에서 루니들은 컴퓨터와 뛰어난 혁명가들의 혁혁한 공에 힘입어 혁명을 성공시켰지만, 현실에서의 혁명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더구나 민중권력이란...
선거에서 이겨보자고 만들었을 노래 Venceremos는 어찌도 이리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만 하는 건지.... 다큐가 그리고 있는 혁명시기 민중권력의 모습은,그 '바람직함'에 가슴이 떨리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절박함/긴박함 (그리고 그 비극적 말로를 알고 있기에) 때문에 더욱 안타깝기만 했다.
1부 마지막에서, 반동적 군부의 총구와 나의 눈이 (카메라를 통해) 마주치고 급기야 그 총탄에 의해 화면이 뒤집히는 장면에서,역사의 기록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옌데는 포탄이 작렬하는 대통령궁에서 이야기했다.
"그들은 힘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력이나 범죄행위로도 사회변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것이며 인민이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더 자유롭게 걷고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역사의 큰 길을 인민의 손으로 열게 될 것입니다." (1973.9.11 Salvador Allende)
그리고 반동의 총공세에 저항하기 위해 나서는 초라한 행색의 한 남성 노동자는 이야기했다.
"전 이 정부가 민중의 정부라는 걸 압니다. 저는 이미 결심했기 때문에 두렵지 않아요. 얼마 전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내겐 자라나는 두 아이가 있고, 그 애들이 다 커서 내가 어떤 이유로 죽어야 한다면, 평생을 착취당해왔던 노동자로서 대의명분을 위해 죽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죠."
단기적으로 패배한 듯 보이는 혁명도,
그 정신은 오롯이 남아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여 또다시 분출되고,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마지막 장에 하대치가 남긴 이야기처럼 말이다...
감독과 카메라맨들의 이 뜨거운 시선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우리는 그 소중한 역사의 한 때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거친 흑백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투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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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위원회" 모임 때 들고 계시던 플래그가 덕지덕지 붙은 책이 "공공성이란 무엇인가"였군용..취직하면 강독까진 아니더라도 간이 세미나 혹은 독서토론하는 모임을 하나 만드는 게 꿈이라 부럽네용 ㅜ..ㅜ
언능 취직해서 재미난(?) 책도 읽고 했음 좋겠심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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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준비는 차근차근 잘 되고 계신건지....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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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공성이란 무엇인가..서점에서 문득 눈에 띄어 읽고 있는 책인데 여기서 만나니 반갑네요 ^^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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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에서 이 책이 나름 베스트셀러인거 같아요. 아마도 사람들이 다들 비슷한 고민으로 괴로워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