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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줄넘기하러 나갔더니
어느덧 귀뚜라미 소리가 매미 소리를 대신하고 있더라.
심지어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 한 마리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직접 본 거 몇 년 만이냐....
물론 하나도 안 귀엽고, 그닥 반가운 맘이 드는 것도 아니다.
안치환의 곡 '귀뚜라미' 이전에는 사실 귀뚜라미 정말 싫어했다.
어려서의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다.
산동네라 각종 벌레들이 항상 집 주변에 창궐했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귀뚜라미가 머리맡에서 풀쩍풀쩍 뛰면 정말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
심지어 신발을 신었는데 그 안에 귀뚜라미가 튀어나와 기절할 뻔 한 적도 있다.
그래서 지금도 부모님 댁에 가면 꼭 신발을 털어서 신는다. ㅡ.ㅡ
물론, 손가락 길이만한 지네들 만큼이야 싫지 않았었다. 으흑...
우쨌든,
낮에 더워 죽을 것 같더니만 저녁 나절 바람은 어느 새 선선해지고 있다.
출장 다녀오면 웬지 가을이 훌쩍 와 있을 것만 같구나.
이번 가을엔,
제발 작년처럼 정신 놓아버리지 말고 부동심 유지!!!
최근 읽은 책 두 권...
요즘 정말 책 안 읽는다.. ㅡ.ㅡ
핑게를 대자면,
번역 작업을 하는게 있는데, 페이지가 뚫어져라 들여다보니라 다른 책이 넌덜머리가 난다는... ㅜ.ㅜ (백만가지 핑게...)
0. 최장집 지음.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 (후마니타스 2001)
지지부진 오래도 읽었다. ㅡ.ㅡ
이 분야에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이 책만큼 우리 사회에 직면한 문제, 말하자면 현재 우리사회의 고유한 의제에 대해 이만큼 일목요연하게 답을 하려고,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려고 노력한 저작은 별로 없지 않았나 싶다. 소위 전문가의 이름으로 개인적 인상비평과 소회(?)를 정리한 책들이야 적지 않지만...
현실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집요하게 추적하고 이론적으로 차근차근 정리해가려는 자세는 꼭 배워야 되는데... (근데, 나는 이게 잘 안 된다 ㅜ.ㅜ)
내용을 돌아보자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런저런 궁금증과 스스로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많이 가지런해진 느낌...
예전에 본 why we fight 라는 다큐에 보면, 찰머스 존스가 미국사회가 가진 위기의 본질은 시장에 의한 민주주의 지배라고 이야기하면서, 이것을 가능케 하는 구조적 특성으로 선출되지 않은 (대표성 없는) 관료와 전문가 (다양한 싱크탱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의사결정들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선출된 정치인이라고 해도, 본질상 다름이 없는 양당체제의 주고받기 정권 장악.... 제국주의적 군사행동을 벌인 거는 민주/공화 집권 사이에 하나도 차이가 없었다.
이 책을 빌자면, 현재의 한국 상황도 (거칠지만) 대략 비슷하게 진단될 수 있겠다.
그나저나...
잘못 끼워진 첫단추,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 ㅡ.ㅡ
헐크처럼 우두둑 ~~~???
0. 더글라스 다우드 외 지음, 류동민 옮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이해: 카를 마르크스에서 아마르티아 센까지 (필맥 2007)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이 진짜 웃긴다. 제본이 잘못되서 겉표지가 본편보다 짧아...
나 원 이런 황당한.... ㅡ.ㅡ
이 책은 강유원 블로그에 누가 소개한 걸 보고 알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
* 이 책은 주류 경제학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소위 이단적 비주류 경제학에 대해, 경제학자 혹은 학파를 중심으로 (내용보다는) 함의를 소개하고 있는데...
역자 후기에 보니까 놀랍게도, 마르크스나 그람시는 그렇다 치고, 심지어 제도주의나 포스트 케인지언, 아마티야 센의 후생경제학 등도 웬만한 대학 정규 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네??? 진짜???
* 책의 본 내용에 관해서라면, 전체 큰 지도를 보여주고 주소를 갈쳐줌으로써 맥락을 이해하도록 한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다른 책(이를테면 요즘 번역하는 책)에서 베블런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의 주요한 문제의식이 당시 어떤 의미를 가졌던 건지, 그리고, 도대체 진실이 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당과 관련한 그람시의 오락가락 견해 변천사.... 물론 이들의 저작을 연대기적으로 꼼꼼하게 읽는 사람이라면야 이게 뭐 장점인가 하겠지만 나같이 주워듣기만 하고 정작 내용을 잘 모르는 이들한테는 주소찾아주기가 어찌나 소중한지....
그리고 이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기존 주류 학문에 대한 끈질기게(!) 비판적 태도, 지적 성실함, 그리고 이론적/담론 투쟁의 방식들...
* 여기 소개된 다양한 대가들의 견해를 몇 마디로 정리하는 게 어불성설이겠지만, 나름 요약하자면, 경제학에서 '역사성, 현실정합성의 복원',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체의 발견 혹은 인정'이 주제가 아닐까 싶다. (맞아???) 그리고, 이건 비단 경제학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나름 실천적 성격이 강하다는 보건학 분야 또한, 특히 연구방법론상의 정교함을 강조하는 역학 분야에서 이런 문제는 두드러진 경향이 있다.
몇몇 구절들을 인용해보자...
17쪽- "경제 이론은 이러한 속임수에 '다른 조건들이 일정하다면 (ceteris paribus) '라는 그럴듯한 말로 권위를 부여한다. 여기서 '다른 조건들'이라고 한 것은 아마도 필요하게 되면 그것들을 다시 불러들여 분석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때는 결코 오지 않는다. 혹시 그 때가 실제로 온다 하더라도 그 때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아마도 '다른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모르거나 잊어버렸을 것이다"
33쪽 - "내가 너에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어떤 것을 네가 필요로 한다고 말하는 것이 간청이나 굴욕으로 생각된다면, '그래서 그것이 수치나 타락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지금 살아나가는 이 사회는 무엇이란 말인가? 마르크스는 묻는다. 너의 필요가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활동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기보다 '내게 권력의 원천이 되는 것'은 왜일까? '(너의 필요가) 나의 생산을 장악할 힘을 너에게 주는 수단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너를 장악할 힘을 내게 주는 수단이 된다'
81쪽 - "기존의 제도들은 '상식'과 '현상', 즉 무엇이 존재하며 무엇이 받아들여지는가를 묘사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베블런의 현상 분석은 양식(good sense)을 제시했지만, 그것에 관한 상식(common sense)과는 관계가 없다"
131쪽 - "물론 신고전파 경제학의 주된 매력은 높은 추상 수준에 있는데, 이것은 퍼즐 풀기를 즐기는 이들로 하여금 정교한, 또는 그리 정교하지도 않은 가설적 문제상황을 설정한 다음에 각 문제의 주어진 전제 하에서 필연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해준다. 특저한 정책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에 비하면 이런 지적 추구는 상대적으로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절망적이리만치 비생산적이다. 학계 내에서 경력관리를 위해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학술논문을 발표한다는 의미 외에는 이러한 값비싼 연습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이가 거의 없다. 물론 언젠가 존 케네디 갈브레이스가 말했듯이 '경제학은 경제학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데는 지극히 유용하다'
* 한편, 제도주의나 포스트케인지언에 관한 부분은 본 내용 그 자체보다,
연구자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훈련시키고 담론을 조직해나갔는지 보여준 부분이 훨씬 흥미진진했다. 제도주의 성향의 연구자들이) 자유방임 이론에 분개하여 1885년에 설립된 미국경제학회가 역설적이게도 가치중립성에 목숨 건 전문학회로 이어진 이야기나, 급진적 연구자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파란만장한 이력들... 포스트케인지언들이 12년에 걸쳐 매년 3회씩 세미나와 학술대회들 개최하고 10년간 컨퍼런스를 지속하면서 연구자 공동체를 성장시킨 사실 등은 그저 놀라움...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이다. 지적 성실함, 집요함/끈기...
* 공부하는 이들의 자세에 대해서 베블런과 그람시는 엄청 뽀대나는 말을 남겼다.
59쪽 - "'지적 평화를 교란시키는 자'라는 표현은 베블린이 칭찬의 의미로 자주 사용하던 것이다. 그는 '지적 평화를 교란시키는 것'이 지식인 본래의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88쪽 - "나의 모든 지적 형셩은 논쟁적 성격을 갖는 것이며, 따라서 내가 사심없이 생각하거나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람시)
.
* 아마티야 센에 관한 챕터는 무진장 관심을 갖고 시작했으나, 당최 뭔 소리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ㅡ.ㅡ
다만, 그의 이론적 작업이 마치 Foundation 에서 Harry Seldon 이 했던 psychohistory 처럼 보였다는 짧은 감상.... (수준 미달 독자 때문에 센이 고생한다 ㅡ.ㅡ) 하긴, 예전에 미국 있을 때, 친구 하나가 센의 경제학 개론 강의를 청강했는데 기대(?)와 달리 칠판 가득 수식만 잔뜩 써서 중도 포기한 일도 있었더랬다. ..
그나저나, 나는 센이 워낙 유명하고 심지어 노벨상까지 받았으니 완전 주류임에 의심치 않았으나,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다소 충격이었다.
254쪽- "센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음 날 로버트 폴락은 [월 스트리트 저널]에 게재된 기명 칼럼을 통해 스웨덴 한림원이 '얼빠진 견해'를 가진 '기성 좌파'에게 명예를 부여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불평했다" (이랬던 것이다 ㅜ.ㅜ)
우쨌든, "'경제발전의 목표는 사람들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센의 주장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목표는 경제적 자유의 극대화'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말 만큼이나 모호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십분 동의하면서도, 또한 센에 의해 가져온 변화 (GDP 만으로 발전을 평가하지 않고 인간개발을 양적으로 측정하고자 한다거나, 젠더 이슈, 불평등의 문제를 부각시킨 것)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현재 건강 불평등과 관련한 주요한 이론적 배경은 롤즈의 정의론에 기반한 센의 '잠재력' 개념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이거 잡고 고생하기보다는 나중에 전공한 사람 찾아서 물어보는게 빠르겠다. (뭐든지 날로 먹으려는... )
* 참....그리고 또 놀라운 건, 여기 소개된 많은 저작들이 국내에 번역조차 있지 않다는 점. 뭐 강의 개설도 안 된다는데 어쩜 당연한거겠지. 하긴, 밀턴 프리드먼의 책도 최근에야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본다면 .....
좌나 우나 학문적으로 게으르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약 2주 전 쯤 중앙당으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다.
내용은 이러하다
참으로 궁금했다.
도대체 이건 누구를 대상으로 보낸걸까?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걸까?
난데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ㅡ
그리고 나서, 며칠 전 당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민주노동당 %%% 입니다. &&& 교수님 맞으신가요?"
이건 또 뭐냐? 여태껏 당과 관련해서 받은 전화 중에 '교수님' 운운하는 건 첨이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편지와 다르지 않았다.
우선, 정책 자문을 해달라고 했다.
근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그래서, 이미 보건의료 분야에서 모임을 하고 있다고 답을 했다. 그러면서, 궁금했다. 아니, 도대체 정책위원회라면서 누가 함께 일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위로 전화를 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는, 9월에 후보자가 결정되면 지지선언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했다.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당에서 잘하는게 있어야 지지를 하던지 말던지 할 거 아니예요?" 수화기 저쪽에서 '죄송하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ㅡ.ㅡ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게 할당이었단다.
당원 명부를 통해, 전문직이나 나름 괜찮은 직업(?)을 가진 이들의 명단을 뽑아 정책연구원들에게 수십명씩 나눠주고 전화하라고 했단다.
정책위원회, 제 정신인가?
어처구니 없다.
언제부터 당이 이런 사람들한테 일일이 전화해서 지지를 부탁했나?
소위 진보와 평등을 지향한다는 당이 말이다...
교수들이, 언론인들이, 의사약사들이 지지해준다고 해주면 당이 더 괜찮아 보여?
이런거 시킬려고 정책연구원 뽑았어?
당원으로서, 모멸감이 들었다.
그나마 더 문제는,
그네들 말대로 자문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오늘 보건의료 공약 중에 다른 사회정책 부문과 협의했으면 하는게 있어서 다른 분야 정책연구원들과 미팅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 모든 정책들 (특히 사회정책들)을 조정하고 조율해서 당의 큰 그림을 그릴 정책단위가 없다는 거다. 정파적 안배는 있을지언정, 공약들을 모두 검토해서 조직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는 거다. 이에 대한 정책연구원들의 냉소는 (익히 짐작했지만서도) 감당불가능 수준이었다.
이래놓고,
정책위원회는 뭘 어떻게 자문하라고 전화질인거냐?
Y 샘과 당사를 나오면서 이야기했다.
도대체, 민주노동당에서 이런걸 못하면 우리는 어디에 기대를 할 수 있는 걸까?
에이 쓰발, 이런 엿같은........
생일 선물을 보냈다기에,
그리고 그것이 '사진'으로 짐작되었기에,
혹시 이 인간이 자기 사진을 보낸 건 아닐까 잠깐 걱정하기도 했으나,
나후가 그 정도로 분별 없는 인간은 아니라는 걸 이번에 확인했다 (^^)
사진이 엄청 괜찮은데,
내 방의 조명과 내 디카로는 이 정도가 최대치... ㅡ.ㅡ
방에 무언가를 걸 수가 없는 구조라, 학교 사무실에 가져다 걸어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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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참고 견디면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진부한 이야길랑은 하고 싶지 않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저 꽃도 평생 아름다울 수는 없는 법...
기나긴 인생을 한순간 피고지는 꽃에 비유하는 건 서글픈 일이지...
인생을 엄청나게 더 오래 살아본 건 아니지만, 학교 생활의 고달픔과 좌절이란 게 앞으로 닥칠 일들에 비하면 너무도 비루해서 나중에는 피식 웃어버리며 추억하게 될 거란 이야기를 나후에게 전해주고 싶다. (어째, 이건 위로가 아니라 협박 ㅡ.ㅡ )
그리고 사진 고맙다는 말도... (^^)
근데, 저 꽃 이름 좀 알려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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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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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무슨 정신을 놓아버렸는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별 문제 없었을 듯한데...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