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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욜에 보건의료단체연합 월례포럼에 가서 발표를 했다.
제목은 거창하게 "무상의료의 나라, 쿠바를 가다" 였는데
쿠바 이야기만 한 건 아니고 미국과 캐나다까지 묶어서 미국-캐나다-쿠바라는 우~좌에 이르는 의료체계의 대강을 소개했다. 그리고 당의 C 정책연구원께서 그간 진행된 무상의료 운동의 경과를 발표해주셨다.
청중이 예상보다 많았다.
의대생들이 꽤 눈에 띄었고, 보건대학원에서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도 여럿 참석한데다 (본인 소개로는) 그냥 시민이라는 분들도 질문과 발언을 하셨다.
토론이 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참석해주신 분들이 참 고맙고, 제대로 당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절박한 문제의식과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실망시킬 자격이 있는 건가...
그리고 이들의 따끔한 비판과 신선한 문제제기는 크나큰 자극이 되었다. 이렇게 서로를 배워가고 발전해가는 거구나. 집단지성은 바로 이런 것이겠거니...
앞으로도 소위 전문가들이 구체화시킨 전략과 의제들이 당 안팎에서, 관심있는 대중들과 함께 충분한 논의를 거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디 가도, 그렇게 가는게 맞지 않겠나...
C 연구원 샘은 나보구 청중들에게 '무상의료의 신심'을 불러일으켜 달라고 했는데, 원래 '신심'은 내 전공이 아닌지라 (ㅡ.ㅡ) 잘 했는지는 모르겠다. 강의할 때 좀 썰렁+껄렁껄렁한 편...
캐나다가 수 십년에 걸쳐서 이룩한 메디케어의 전통과 그에 대한 캐나다인의 긍지, 시장주의라는 사막에서 지치지 않고 의료보장 운동을 하고 있는 미국의 보건의료운동 사례, 넉넉한 자원만이 무상의료의 토대는 아닐 뿐더러, 단순한(?) 무상의료를 넘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재조직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쿠바의 사례가,
이날 참가한 이들에게 장기적인 낙관과 상큼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면 성공이라 할 수 있을텐데....
마감이 임박하면 또 뭔가 딴짓이 하고 싶어지는...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이 영화이야기들을 해야 하는 걸까? ㅡ.ㅡ
* The Animatrix (2003) - Peter Chung 등등등
1. Final Flight of the Osiris
2. The Second Renaissance Part I
3. A Detective Story
4. Kid's Story
5. Program
6. The Second Renaissance Part II
7. Matriculated
8. Beyond
9. World Record
2003년도 발표되었을 당시, 몇 편은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었다. 얼마 전에야 나머지 편들과 함께 이전 것들을 다시 DVD도 보게 되었는데... 크고 선명한 화면이 좋기는 하더만!!! 비주얼은 그야말로 극한에 이른 듯하고, 예정된 파국의 전사가 갖는 그 음울하고 필사적인 플롯들도 다들 훌륭해보였다.
"오시리스의 마지막 비행"이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매트릭스의 탄생을 이야기한 "세컨드 르네상스 1부"와 종이 만화의 비주얼을 그대로 가져온 음울 덩어리 "형사 이야기", 일본 애니를 초현실적으로 재구성한 "프로그램", 그리고 가장 슬픈 이야기 "Maticulated" 등등이 훨씬 좋았다.
써놓고 보니 대부분 좋았다는 이야기로구나. 테크닉도 훌륭하고, 그 테크닉을 공허하지 않도록 만들어줄 이야기마저 훌륭했으니 가슴에는 슬픔이 차올라도, 머리 속에는 뿌듯함이 솟아오르더라. 워쇼스키 형제 (듣자하니 성전환수술 덕분에 이제 남매라고 하던데?) 대단해!
* Avalon (2000, 오사이 마모루)
오사이 마모루의 전작 공각기동대의 경우, 매트릭스를 보고 난 후 보았기 때문에 비주얼과 상상력의 충격은 남들이 이야기하는 것만큼 크지 않았었다. 그저, 아 저 장면이 매트릭스에서 오마주했던 장면이구나 정도... Avalon 은 원래 극장에서 보려다 놓치고 VTR 로 보았었는데, 당시 "이제 비주얼은 끝에 도달했구나"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물론 그 이후 애니매트릭스 같은 작품들이 나오기는 했다만.. ㅡ.ㅡ
허나, 이 작품을 보고 잊지 못한 건 그 강력한 비주얼이 아니라 음악이었다. 마치 "각인"이라도 된 것처럼 머리 속에서 음악들이 떠나지를 않는 거였다. DVD 를 느즈막히 다시 구입한 것도 OST 음반을 구할 길이 없는지라, 꿩대신 닭 심정으로...
사실 게임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서는 많은 작품들이 있었다. 멀리는 "트론"에서부터, "Nirvana", "Existence" 등등, 생각나는 것만 해도 여러 편이다. 게임은 아니지만 가상현실이라는 점에서 "매트릭스"도 이 계보에 들 것이고... 글쎄.. 이 중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Nirvana 가 가장 애틋(?) 했다고 할까? 반복되는 가상현실에서 자신을 구해달라며 애절한 표정을 짓던 그 아자씨(디에고 아바딴뚜로)의 모습은 좀처럼 잊혀져지 않는다. Avalon 에서 주인공 Ash 와 친구 Murphy의 총격씬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애절하고, 그 배경에서 울려펴지는 아바론의 성가는 매혹 그 자체... special class A 를 깨뜨린 그들은 과연 Avalon 에 도달한 것일까????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 가스 제닝스)
젠장, 극장에서 봤으면 완전 열받았을 뻔했다. 아서 덴트와 포드가 만나는 첫 장면부터 시작하여 줄줄이 어색 그 자체였는데, 아마도 예전에 BBC 시리즈 일부를 보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연기력이나 연출이 후져서인거 같기도 하다. 괴이하다. 괴이해. 이게 그리도 높은 연기력을 요구하는 작품이었더란 말이냐... 영화는 책의 1,2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버무려놓았는데, 도대체가 책이나 TV 시리즈의 그 황당무계하고 까칠한 맛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어 보는 내내 한숨이 절로... 기술과 자금력은 진보했으나, 상상력은 퇴보했도다!!!
그리고 사족인디.. 영어자막으로 봐서 번역이 어떤지 모르겠으나, 일단 제목부터 맘에 안 든다. "히치하이커를 위한 은하계 가이드" 정도로 하면 되지 않았을까? 이게 론리플래닛의 패러디인 점을 감안한다면, '배낭족을 위한 유럽 가이드" 이런 식으로... 은하수(milky way)와 은하계(galaxy)는 영 다른 느낌이잖아?
밤을 새기란 미션 임파서블....
그렇다면 과연,
새벽에 일어날 수는 있을까?
사실 밤을 새면서까지 해야 할 일인지 잘 모르겠음.
다시는 &&&에서 발주하는 연구용역을 하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에 다짐에 결의를...
연구비 못 따서 환장한 것도 아니고,
얄팍한 사명감과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맡았으나
진정성과 열의로 작업한 것이 도리어 실없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저 훌륭한 공동연구자들을 만나 공부 열심히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할 뿐이다.
어떤 형태로든 이런 소중한 성과물을 우리 개인의 것이 아닌 공공의 것으로 환원시키는 방안을 깊이 생각해보자꾸나...
오랜만에 J와 귀에 땀나도록 통화를 했는데 (사실, 우리 기준으로 보자면 한 달에 한 통화 하는 건 '매우 자주'라고 말할 수 있다 ),
놀랍게도 J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는게 과연 이 경우에 들어맞은지는 모르겠으나,
그네 둘의 인연은 참으로 질기기도 하다. 정녕 소울메이트???
10년이 훨씬 넘도록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기 벌써 몇 차례이던가.
내가 미국에 머물렀던 동안, 이제 완전 끝장인가 싶었는데 요 몇 달 사이 극적인 최후의 반전이 ㅎㅎ
남의 연애사에 관심을 갖는 편은 아니지만,
이들은 워낙 근접 관찰하여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지라 내 감회가 남다를 지경이다. (이거 뭐야?) 그간의 걸림돌은 다 해결이 된 건지 걱정도 좀 되고...
물론 살짝 배신감도 드는구나.
이 인간이 나보다 먼저 솔로 부대를 떠나다니!!!
흐음.....
홍실이님의 [살바도르 아옌데 1편] 에 관련된 글.
2. 인민전선에서 대통령 선출까지
아옌데는 인민전선이 무너지고 1970년 대통령으로 선출되기까지 여러 차례 유력한 정치적 관직을 역임했다. 그는 주로 유권자들 사이의 인기 덕분에 좌파 세력에게 전국적 중요성을 가진 인물이 되었다. 그는 3번에 걸쳐 상원의원에 출마했는데, 세 번 모두 각기 다른 곳에서, 매번 깜짝 승리를 이룸으로써 전국적 평판과 함께 믿을만한 대통령 후보로서의 입지를 구축했다. 그는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한 지역에서 두 번이나 출마하는 (1961년 발빠라이소Valparaiso, 1969년 아이센Aysen과 마가야네스Magallanes) 상당한 정치적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얻어낸 이 인상적인 승리는 좌파 인물들 중 그 누구도 하지 못할 방식으로 선거전에 진출하는 그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세 차례에 걸쳐 대통령 후보로 추천되었고, 1958년과 1964년에는 다시 활성화된 사회주의/공산주의 동맹의 명목상 대표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본다면, 그는 정치적으로 외로운 인물이었다. 그는 당내 많은 분파들로부터 유일하게 믿을만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마지못해 인정받았지만, 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시기의 사회당은 다양한 이념과 개인적 문제로 (종종 매우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었다. 당은 종종 온건 노선을, 때로는 매우 급진적인 노선을 선호했다. 당은 좌파 내 두 힘의 연합만이 권력 획득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음을 결국 인정했지만 공산당과의 관계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아옌데는 수많은 사회주의 전사들의 시간을 잡아먹던 장시간에 걸친, 결론 나지 않는, 그리고 때로는 무의미한 논쟁들에 거의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그는 같은 당의 동료들보다는 다른 당의 성원들과 개인적 친분이 더 두터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윤택한 삶, 두드러진 프리메이슨 활동, 엘리트 집단 사이를 쉽게 누비고 다니는 것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아옌데는 결코 사회주의 호사가는 아니었다. 그는 쿠바 혁명의 열렬한 옹호자였고,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의 좋은 친구가 되었으며, 수많은 국제 혁명운동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었다. 그는 1969년에 베트남을 방문하여 호치민(Ho Chi Minh)을 만났고, 체 게바라의 게릴라 패잔병들이 쿠바로 피신할 수 있도록 볼리비아에서 칠레까지 상원의장으로서 그들을 호위해주었다. 급진적 사회주의에 대한 그의 믿음의 진정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며, 1960년대 칠레에는 빈곤과 박탈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었다. 1970년, 그의 생각을 실천에 옮길 기회가 왔다. 그는 기독민주당, 우파 후보와 경합한 3각 경쟁에서 1/3을 약간 넘는 득표로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계속)
다른 시기에 각기 읽기 시작한 책 두권의 마지막 장을 우연히도 오늘 함께 덮었다.
하나는 이제 고전이 되어버린 250년 전 팜플렛을 오늘의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소개하고, 이 자본주의 정글을 더 잘 이해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 (저자 말대로) 처세술 책이고 (^^), 또다른 하나는, 20년을 넘게 그 정글에 온몸으로 부딪혀온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전문강사(?)의 가슴으로 쓴 조각글 모음집이다.
이 둘은...매우 다르면서도, 같은 곳에서 만나 접점을 형성하고 있었다.
0. 하종강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후마니타스 2006
저자가 가슴으로 썼다는데, 어찌 독자가 가슴으로 읽지 않을 수 있나! (물론 안 그런 책도 허다하기는 하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고, 오히려 글로 길게 쓸만한 감상은 없다. 다만.....
오래도록 일관된 사람이고 싶다. (도처에 함정이 많기는 하다만, 그 어떤 외부적 요인이 내면의 자기합리화만큼 위험하랴!)
0. 강유원 [강유원의 고전강의 - 공산당 선언] 뿌리와 이파리 2006
예전에 한겨레 21에 연재할 때는 몰랐었는데, 블로그 글들을 보면서 인간 좀 까칠하구나, 이런 생각을 좀 했었다. 이 책은 야간강좌 강의록에 해당하는데, 진짜 까칠하고 간결하다 ㅎㅎㅎ 딱 맘에 드는 스탈....
공산당 선언 그 자체에 대한 해설과 소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고전을 읽는 독법 - 그 꼼꼼함이 마음에 들었다.
돌아보면, 그 어떤 고전도 진정 '꼼꼼하게' 읽어본 적이 없는 듯 싶다. 그것이 전공서적이던 아니던, 항상 구체적인 목표 - 논문 준비, 세미나 발제, 강의자료 준비 - 를 두고 시간에 쫓기며 읽었던지라 무언가를 곱씹어가며 읽었던 적이 없는 거 같다. 항상 요약에 급급... 아, 하나 있다면, [사회역학] 번역할 때.... 혼자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면서 "독서백편이면 의자현이라..." 읊조리며 신기해했던 생각이 나는구나.... ㅡ.ㅡ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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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단에 쓰신 내용이면 충분히 '신심'을 불러일으키셨겠습니다.^^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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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번 강의를 듣고 싶구만요. 충분히 '신심'을 받아안을 수 있을 듯...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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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shin/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요.. ㅡ.ㅡ새벽길/ 으흠.. 불러주삼. 기꺼이 출장강연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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