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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동안 이런저런 영화들을 적잖이 보았더랬다.
기록이나 해 두자.
0.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
정이, 담이를 데리고 보았는데 초딩인 담이는 그닥 재밌어하지 않았다.
그럴만도 했다. 1, 2 편에 등장했던 신기한 동물들이나 아기자기한 마법들은 등장하지 않았고, 질풍노도기에 들어선 청소년 마법사(?)들의 갈등과 고민은 나름 심오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해리를 맡은 래드클리프의 연기력은 도대체 왜 이리 안 느는지 모르겠다. 론과 헤르미온느 역의 두 아역은 쑥쑥 성장하는 거 같은데 말이지....
이번 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장난꾸러기 위즐리 형제의 자퇴! 오, 자유로운 영혼들 ㅎㅎ
헌즈 다이어리에도 지적된 바 있지만, 마법사 세계의 모든 일들은 학사일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거 같다. 악당의 암약도, 엄청난 전투도 모두 학생들의 학기 중에만 일어난다. 월매나 좋을까?
0. 트랜스포머 (마이클 베이 감독)
일곱 살 남자 아이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재밌을 영화!
듣자 하니 둘째조카 우재는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완전 발광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더란다 ㅎㅎㅎ
뭐 비주얼이야 말할 나위 없이 훌륭한데, 8세 이상의 눈으로 본다면 상당히 거슬리는 엉성한 플롯과 대사들이 나에게 아주 큰 웃음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디셉티콘 리더가 냉동 상태에서 해동되자마자 내뱉은 첫 마디 '아임 메가트론'.... 저거 뭐냐 싶더라니까 ㅎㅎㅎㅎㅎ
비주얼에 신경 쓰면 반드시 플롯은 엉성해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걸까, 궁금증이 들었다.
0. 디센트 (닐 마샬 감독)
호러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유혈낭자 슬래쉬 류는 별로 안 좋아한다. (고 말하면서 생각해보니 스크림 1,2,3편을 다 보았구나 헉.)
이 영화는, 완전 슬래쉬 무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일듯 안 보일 듯 철저한 심리호러는 아니다. 어쨌든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는 하다.
굳이 거창하게 해석하자면 내면의 트라우마, 생존의 본능과 이기주의, 감추어진 잔혹성 등이 차례로 폭발하면서 세상에 정말 두려운 건 뭘까 생각해보는 영화???
동굴 속에는 사람 잡아먹는 골룸들이 떼로 서식하고, 이들의 공격에 맞서 평범한 중산층 아줌마들은 에일리언 시리즈의 리플리를 능가하는 특전사요원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살고자 하는 욕구와 불신, 배신감 속에서 점점 사악해진다. 나중에는 골룸 괴물보다 이 아줌마들이 더 무서워서 후덜덜.....
하긴, 첫 장면...
탐사하기로 한 동굴 입구만 보고도 입이 쩍 벌어졌다. ㅜ.ㅜ
0. 플루토에서 아침을 (닐 조던 감독)
슬프면서도 유쾌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영화를 보던 날은 오로지 좋은 감정만이 가득했으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심각한 것은 딱 질색이라는 키튼의 말과 자유분방한 삶의 방식은, 싫어도 심각할 수밖에 없었던 또다른 이들의 삶에 가해지는 또다른 방식의 폭력이 아닐까 싶었던 거다.
키튼 역을 맡은 배우는 [보리밭은 흔드는 바람]에서 의대지망생 남동생 역을 맡았던 킬이언 머피.... 찾아보니 플루토가 오히려 먼저 찍은 작품이구나...우째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겨... 하지만, 고통받고 있는 이성애자 여성의 진정한 친구는 게이 남성 뿐이라는 설정은 나름 식상했다. 파니핑크와 오르페오 이후 이러한 관계들이 은근 영화 속에서 반복 변주되는 거 같다. 현실도 그래??? 게이 남성들은 죄다 보살이라도 된단 말이냐?
왜 굳이 플루토를 '명왕성'이라고 번역하지 않았을까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니, 플루토하면 만화주인공 강아지를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랬더군. 말하자면, 명왕성으로 상징되는 우주의 끝에서 아침을...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나름 심각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에서 엉뚱하게도 히치하이커 시리즈 'The restaurant at the end of the universe'가 떠올랐음. 나 미쳤어.
0. 화려한 휴가 (김지훈 감독)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리는 관객을 보고, 혹시 영화에 감동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면 제작진들 모두 치료 받아야 함. 아니, 치료 정도가 아니라 관객들의 아픈 기억과 역사의식을 '악용'하고 '착취'했다는 점에서 징벌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내가 저따위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억울했다.
영화는 스테레오타입과 클리셰의 종합선물셋트. 여기에 플롯의 엉성함까지 더해졌으니... 연기 잘하는 배우 데려다가 바보 만들고... (김상경 불쌍해!)
정말, 정말 너무들 하더라...... ㅜ.ㅜ
진실이 궁금하다.
원래 이렇게 만들고 싶었던 걸까? 역량 부족 때문에 이렇게밖에 만들 수 없었던 걸까?
다녀온지는 2주가 넘었건만, 이제서야 사진을 열어보았다.
강릉에 강의차 갈 일이 있길래 동행을 수소문한 결과, 오래전부터 7번국도 일주가 로망(?)이었다는 송 모씨가 자원하셨고 역시 나름 로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 장 모씨와 바다소녀가 결합, 주말을 이용한 2박 3일 짧은 여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도 '로망'을 가진 젊은 그들 ㅎㅎㅎ
대전에서 출발, 영덕의 강구항을 기점으로 하여 주구장창 해안도로를 내질렀다.
영덕 강구항에서는 꿈에 볼까 두려운 온갖 초대형 '게' 간판들에 다들 입이 쩍 벌어졌는데, 그래도 나름 영덕이니 대게를 먹어보겠다는 치기를 발휘하여 '북한산' 대게를 먹었다. 영덕산은 겨울에만 판다고 하는데(그것도 금값에), 굳이 영덕까지 와서 북한산 게를 사먹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안 들었던 건 아니지만, 속이 꽉찬 게 다리 실컷 발라먹고 나니 그런 의문쯤이야 휘리릭 ~~ 맛나더라... (물론 진도 앞바다 출신 바다소녀는 뭐 이런걸 비싼 돈주고 먹나 하는 반응 ㅎㅎㅎ)
식당 앞에서 한 장... 나의 먼지색 덤블비와 함께...
조금만 올라가면 울진, 풍력발전단지 앞 등대 전망대 모습..
이무기한테 휘감긴 제국빌딩을 연상시키는, '대게 다리' 컨셉...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아름다운 풍광에서 행여 정신이라도 놓을라치면, 저 높이 솟아오른 대게 다리가 정신을 번쩍 나게 해주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더 올라가서 삼척, 구비구비 산길 돌아 동해....
정말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산들을 보았더랬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나면 정말 바다가 불쑥불쑥 요술처럼 나타나더라...
실로 오랫만에 추암에 들러 요상한 관광단지가 되어버린 정경도 감상하고, 동해시내로 들어갔는데...
예전에 파견 가서 두 달 동안 산 적이 있어 친근하기는 한데, 어달리 주변이 나름 간판들을 정비해서 도대체 단골로 가던 식당이 어딘지 찾을 수가 없더라는.. ㅡ.ㅡ
여기서 1박 하고..
다음날 아침 망상 해수욕장에서 커피 한 잔...
밤에 나들이 삼아 여러 번 갔던 곳이다. 다음 주 해수욕장 개장 준비하느라 고즈넉한 가운데 열심히 모래를 다듬고 있었다. 꿈에도 잊지못한 망상철도건널목 자살(?)사건도 떠올랐다. ㅡ.ㅡ 오싹...
그 다음은 정동진으로...
나야 두 달 살면서 환자이송하러, 그냥 바람쐬러 여러 번 들렀던 곳이지만 (그리고 고현정 소나무며 어이없는 까페, 모텔들 때문에 별로 안 좋아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송양께서 가본적이 없다 하길래 인심쓴거다.
사진은 안 찍었는데, 정동진 역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실증하는 아주 괴이한 구조물이 존재한다. 여러 번 봐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ㅡ.ㅡ
그래도 기찻길은 여전히 정겹구나아...
이윽고 강릉 선교장에 들렀다.
이런 양반집 고택에 들를 때마다, '민주주의'가 역시 좋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내가 백년 전에만 태어났어도 밥상 이고 빨래감 들고 종종거리며 저 문턱을 쉴새 없이 넘나들었을텐데... 하지만, 내가 이렇게 관광객이 될 수있었던 진정한 이유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위대한 힘' 덕분이다. ㅜ.ㅜ
우쨌든.... 정말 살고 싶은 (머슴 말고 주인으로) 집이다.......
젠장 부러워... 이런 데 앉아서 책 읽으면 머리에 정말 쏙쏙 들어올거 같잖아...
정원의 연꽃까지....
점심은 초당 두부로 진짜진짜 맛나게 먹고 (막걸리까지 먹고 배터져 죽을뻔했음 ㅡ.ㅡ)
먼저 상경해야 하는 장 모씨를 터미널에 내려주고 우리는 또 밟아서 화진포로....
중간에 송지호에서 한 장...
이리도 고즈넉할 데가!!!
화진포에서 (김일성별장이라고 잘못 알려져있는) 북한 휴양소와 이에 맞선(?) 이승만, 이기붕 휴양소 구경하고 주변 탐색... 이승만 기념관 짓고 있던데, 밑에 작은 전시관에 보면 이승만 이기붕이 잘못한 일은 하나도 안 써 있다. 사람들 안 보면 낙서라도 해주고 싶었다. ㅡ.ㅡ (KIN! 하고 말이다)
다시 달려내려오다가 양양에 들러 역시 또 엄청 맛있는 막국수 먹고,
강릉 숙소에서 푹~ 쉬고 (강의준비 점검도 하고 ㅡ.ㅡ)
담날 아침에 두 시간 강의...(학생들은 재밌었을까???)
끝나고 초청해주신 P 샘한테 감자옹심이 칼국수랑 송편 얻어먹고
재개장한 참소리 박물관 재방문.
예전에 송정리 아파트 상가건물에 있을 때보다 시설도 엄청 좋아지고 주변 경관도 좋은데... 나름 아쉬웠던 것은.... 예전에는 관장 아자씨가 직접 소개를 해주셨는데 이번에는 도우미들이....
음악이라고는 잘 모르지만, 당시 침침한 음악 감상실에서 LD 로 쓰리테너 공연 실황을 들려주며 감격스러워하던 관장 아자씨의 떨리는 목소리가 그립다고나 할까? 우리를 안내한 도우미 총각은 너무 건조했다. ㅜ.ㅜ
우쨌든,
송은 로망을 해결한 채 서울로, 나와 바다소녀는 대전으로...
과연 동해안 7번 국도는
누구라도 로망을 가질만한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
친구들, 다음 로망은 또 어데인가?
*
청정해역 나의 뇌가 오염될 뻔했다.
부끄러움 없는 사회, 무섭도다....
*
7월은 생일 시즌이다.
줄줄이... 어.... 많기도 하다.....
심지어 생일이 두 달도 넘게 남은 지인 J는 나에게 때이른 선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퍼즐을 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맞춰서 액자로 달라는...
나의 평소 행태를 생각한다면야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겠으나,
세간의 예상과 달리 그 요청에 기꺼이 부응했다. 이는 오염된 뇌를 씻어내고자 하는 나의 수행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늘 그 결과물을 받아든 J는 몹시도 좋아했다. 내가 봐도 뿌듯하긴 했다...
내 생일도 7월이다.
김씨는 내 생일 때문에 수영대회 출전을 포기했다고 투덜거렸고 (뭔 소리야?), 엄마는 1박 2일 잔치를 준비할 태세... 그나저나 가족들과 생일밥 같이 먹는게 백만년 만이니 기념할만한 일이긴 하다.
*
그러나 여전히...
수련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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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r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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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한달에 다섯편!!부가 정보
통통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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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휴가, 인물이나 사건이 실제 있었을 것 같기는 한데 오바로 느껴지는 게 문제, 연출의 문제 아닌가 싶네요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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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rael/그러게 어쩌다보니....통통이 엄마/ 시나리오와 연출이 좀 후지죠? 대사가 전부 국어교과서예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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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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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후진가??? 으...부가 정보
chang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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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화려한휴가는 아니라니까...아직은 면죄부를 줄 때가 아니니까, 덜 여문 토대를 어찌하려고...관객 동원수를 왜 보탰니? 그냥 좀 쑤시고 궁금하면 쫌 참았다가 비디오나 보지.부가 정보
hongs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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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후져요 ㅜ.ㅜchangga/ 우려했던 어설픈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 이런 건 없어. 다만 영화 그 자체가 후질 뿐... 그래도, '관객 동원수'로 상징되는 광주에 대한 관심에 한 표 보탰다는 걸루 자족할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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