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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4

여행 다녀온지 두어달이 다 되가고, 거기서 퍼온 호연지기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 얼마 전에 싱가포르에 출장간다는 주먹도끼한테 '야, 완전 부러워'했다가 엄청 구박받았다. 이집트 다녀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딴 소리냐고.... 그러게나... ㅡ.ㅡ 기억도 가물가물하여... 과연 여행기를 마칠 수 있을랑가 모르겠다... #5. 사카라, 멤피스... 피라미드의 도시들... 기자의 피라미드, 특히 쿠푸왕의 것이 최고 기술의 결정체라면, 그 이전의 모습들은 좀 아랫동네에서 볼 수 있다. 멤피스는 고왕국의 수도였고, 사카라 (Saqqara)는 전통적인 묘역.... (왕족과 귀족 뿐 아니라 동물과 새까지 묻는...) 이집트 대표 맥주 상표가 '사카라 골드'인 걸 첫날 호텔에서 확인한 후 우리는 이 지역의 역사적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바 있다 ㅎㅎㅎ '서쪽'이 갖는 의미를 돌아보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문화마다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피라미드들이 모두 나일강 서쪽에 위치한 것은, 해가 떠서 지고, 죽은 이들이 떠나는 곳이 바로 서쪽이기 때문이다. 동쪽은 인간의 땅, 저 나일강 너머 서쪽은 망자의 땅.....불교에서 '서방정토' 개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기독교의 '요단강 건너'도 서쪽인가??? 하여간 나일강의 서안을 따라 남쪽으로 따라 내려오면 사카라에 도달하고,그곳에서 초기의 계단형 피라미드 (건축 기술의 한계 때문에 지을 때부터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는)와 피라미드 건축의 아버지(?) 임호텝을 기념한 박물관을 만나고, 남쪽으로 더 내려오면 멤피스에 이른다.


사카라의 피라미드 유적지... 이 일대가 이집트에서 가장 거대한 유적 발굴지라 하던데, 관리를 하기는 하는 건지... 영 허술 방치.... 근데 하여간 이렇게 큰 발굴 현장은 첨 보는 거라 신기하기는 했다. 임호텝 박물관은, 소박하고 조용했다. 까페테리아에서 모처럼 지친 다리를 쉬며 커피도 한 잔... 돌아보니.... 중간중간 우리에게 몸과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 커피와 따뜻한 차가 없었으면, 여행이 몹시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멤피스에 가면,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누워있다. 뭐 그닥 남의 나라 왕한테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정복왕'이자 '자기애'의 현신인 이 양반한테 특별한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으나, 조각상의 위엄과 규모가 대단하기는 하였다. 근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걸까? 세상으로부터 잊혀지는 것, 기억의 소멸이 그토록 애절하게 안타까운 걸까? 멤피스에서도 우리는 따뜻한 베두인 민트 차를 한잔 즐겨주었다. 첨에는 너무 진해서 부담스럽더니 (더구나 나는 치약맛이 떠올라 민트 정말 싫어했음) 자꾸 먹어보니 은근히 정감이.... ㅎㅎㅎ 차마시고, 기념품점에 들어가 '파피루스' 제작하는 것을 봤다. 사실 이집트 전역에 걸쳐, 특히 관광지에 가면 papyrus museum, papyrus institute 등 파피루스와 관련된 '기관'이 무진장 많다. 하지만 이거 다 기념품 가게다 ㅎㅎㅎ 최수철 씨도 책에서 박물관인줄 알고 끌려간 상점 이야기를 언급했을 정도... 이 곳 사람들 뻥은 정말 대단해서, 기념품 가게 이름이 'ministry of tourism'인 곳도 있다. information center 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상점도 있고, 그럴 듯한 공무원(?) 유사 패찰을 달고 관광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도 부지기수... 하지만, 이 모든것을 미리 알고 있는(!!!) 러프가이드의 후예인 우리들... 어디 쉽게 당할쏘냐... 열심히 설명해준 이 양반의 성의는 고맙지만... 결국 아무 것도 사지는 않았다. 우리는 먼 길을 마치고 일찍 숙소로 돌아와 저녁(과 함께 역시 사카라 골드)을 먹고, 내일부터 시작될 사막여행 최종 점검을 시작했다.... 쉬운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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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후기

지난 주말에 진보신당 건준모 청년학생 캠프가 있었다. 조직팀의 우울한 전망과 달리, 새로운 얼굴들이 적잖이 참여했다. 멀리 부산에서 대전에서.... 뜻밖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도 몇 명... (의전원으로 전환되고 나서 상황은 악화일로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엄혹한 사막에도 꽃은 피나보다...) 행사 전, 운영위를 하면서 하필 '발렌타인 데이'를 거사일로 정해 대중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우리의 무심함을 자책했다. 그러면서 결정한 다음 모임 날짜는 3월 14일 (소위 화이트데이) ㅎㅎㅎ 그래 초콜렛 사탕 자본의 마수로부터 대중들을 구해내자구!!! Y 샘과 파트너가 되어 각종 행사(?)를 뛰는 일이 많다보니, 가끔 우리가 2인조 바람잡이 같다는 생각이 쫌 ㅎㅎㅎ 다음 주에도 한 건 있음... 같이 세미나하고 공부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오랜만에 강의를 차분히 들어보니 그동안 꾸준하게 내공을 쌓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사진 찍히는 거 엄청 싫어하는데, J 동지가 당게에 사진을 떡하니 올려놨음... 깜딱 놀랐음 ㅜ.ㅜ) 심대표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차분하고 힘이 느껴져서 좋다. 어수선한 당의 상황과, 당원이나 당 대표나 처음 해보는 새로운 고민들...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참 답은 안 보인다. ㅡ.ㅡ 어떤 당이, 이렇게 대표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서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어쩜 좋을까 싶고... 심이 어째 '청년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참가자들이 다들 연로하신거 같다는 발언을 해서 모두들 잠깐 동요(!)했다. K 샘은 '문헌에 의하면' 45세까지가 청년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아 우리 내부 원로 그룹의 급 환영을 받기도 했다. 특히 S 샘이 좋아하시더라는 ㅎㅎㅎ 정태인 샘의 강의도 역시, 프로답게 재밌고... 그리고 슬펐다. ㅡ.ㅡ 전국을 쏘다니며 해온 강의가 8백차례가 넘는단다. 우리같은 사람은 어디 가서 엄살도 못 피운다... ㅡ.ㅡ 저물어가는 제국을 부여잡고 있는 한국의 지식사회가, 망한지 2백년 전에 망한 명나라를 그리며 청나라를 미워하던 조선선비들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은...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허나, 뭐니뭐니해도 이날의 백미는.... 장소를 대여한 서울유스호스텔의 깜놀 센스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 행사 이름은 " 건강과 발랄한 진보 진보신당 건강위원회 청년학생 캠프 " 허나.... 행사 장소 입구에서 우리는 모두 쓰러졌다.


어쩜 좋단 말인가!!! 어쩐지... 시작 전에 로비 찻집에서 일하는 분이 임 샘한테, '여행사면 사무실이 종로에 있어요?" 어쩌구하더라니.... 임은 거기다 대고 "아뇨, 우리는 여의도에 있어요" ㅎㅎㅎ 도대체 뭔 대화가 오고간 건지... 이렇게 모임할 때마다 새로운 얼굴들이 늘어나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자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살아가는 큰 힘이 된다. 사실, 현재 당의 모습이 과연 우리가 생각했던 그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상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면, 나중에 '여한'이 남지않을만큼은 뭔가 열심히 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든든한 이웃들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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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출몰

Marmot 교수는 [Closing the gap in a generation]의 발문에, 세기의 그 문장을 빌어왔다. "The spectre of health inequity haunts the global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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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연일 강행군에 부스스 눈탱이가 부어올라 거대한 사구(dune)과 야자수 그늘이 형성되었다. 오빠 눈이 좀 튀어나와서, 어릴적 '저 나무그늘 밑에서 쉬어도 되겠네' 하며 놀려댔었는디... 좀 미치지 않았나 싶다. 2월 첫주부터 마지막 주까지 일주일에 발표가 두 개씩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제도권 비제도권, 전공과 비전공 분야를 넘나드는... 이 원고들 써대고 발표자료 만드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중간 중간, 내가 써야 할 다른 원고들과 검토해야 할 다른 이들의 원고도 있었다 (그리고 남아 있다) 안 그래도 시끄러운 세상에, 뭐 잘났다고 이리 떠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충분하게 정리되지도 않은 설익은 연구결과, 혹은 신념들을 용감하게도 내뱉고 다니는 짓은 고만해야겠다. 거울 앞에 돌아와 선 국화꽃 같은 누님이 아니라, 정신 차리고 책상 앞에 돌아와 반성하는 묵언수행자가 되어야 할 시점이다. 기왕 잡힌 일정이야 책임감을 갖고 소화해야겠지만, 3월부터는 은인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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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폭풍

각 일병...은 무섭다. 이따 강의하다 어지러워 쓰러질것 같아... 팔은 왜 아픈지 모르겠네.. 누가 꼬집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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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발랄한 진보

진보신당 건강위원회 준비모임에서 청년학생 캠프를 진행합니다.

이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 중, 청년도, 학생도 매우 드물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어디 딱히 알릴 데도 없어서 그냥 올려봅니다.

 

심지어 날짜도 전국의 초콜렛 판매상들이 광분한다는 발렌타이 데이입니다..

진보 청년들은 그 따위 근본없는 자본 마케팅에 놀아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며 날짜를 잡은 건 아니구요... ㅡ.ㅡ

 

장소도... 상당히 애매한 곳입니다.

예전 중앙정보부가 있던 자리라는 서울유스호스텔....

밤이면 원혼들의 신음소리가 들리지나 않을까, 에드가 알렌포의 소설을 연상하며 벽 속에 뭐가 들어있지 않을까 문득 의심을 하게 되는 곳이죠... ㅜ.ㅜ  

 

어쨌든 일정은 촉박하지만, 주변에 널리 알려주시고

딱히 청년이 아니라도 괜찮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 참여해주세요.

보건의료 전공자만 모이는 것도 아닙니다. 두루두루...

 




장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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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8

Sometimes, I wonder if I suffer from dissociative disorder. It's not a surprising experience for me to watch myself from somewhere outside, as if I look at someone else. Rationality seems to over-grow within me, but frequently fails to work 'appropriately' for the given situ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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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3

* 박물관 단상 추가... 처음 대영박물관에 갔을 때, 그 엄청난 전시물에 허거덕했더랬다. 도대체 저렇게 다 뜯어오고 나면 원래 장소에는 뭐가 남아있기나 한 걸까 걱정이 마구 들었던 것이다. 이런 황당함과 걱정은 나중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베를린의 페라가몬을 방문했을 때도 반복되었다. 징하게도 뜯어왔구나.... ㅜ.ㅜ 하지만, 몇 년 전 멕시코시티의 고고학 박물관에 가보고 '오리지널'의 힘을 실감했었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전시물들, 그리고 박물관의 엄청난 규모와 세심한 고려에 상당한 감동을 받았었다. 그런데... 여기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보고 나서는, 위험하게도... 이럴 거면 차라리...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워낙 지금의 공간이 협소하여 조만간 새 박물관을 지어 옮길 예정이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소중한 자산이 자기네들 것만은 아닐진데 어쩜 그리도 허술하게 관리하는데다 설명은 그리도 부실한지... 조상 덕에 날로 먹으면서 이 인간들 너무한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깃발 든 단체 관광객은 한/중/일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유럽 관광객들이 깃발 아래 떼로 몰려다니는 광경도 좀 신기하기는 했다. 어쨌든, 각국에서 온 깃발 관광단에 떠밀려 다니느라 우리같은 독립여행자들은 많이 힘들었다. ㅜ.ㅜ #4. 기자의 피라미드 피라미드 하면 조건반사처럼 떠오르는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고대문명 신비론 ㅎㅎㅎ

한 때 내가 열광했던 그레이엄 핸콕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인류 문명이 기원전 3천년 전이 아닌, 1만 2천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외계인 문명 전파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야기는 자가증식하여 마침내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라는 상상도 못할 조합의 영화가 나타나기도 했으니, 고대 문명의 신비에 호기심을 표하는 사람이 많기는 한 것 같다. (영화가 아주 후지지는 않았다. 프레데터 은근 멋지게 나옴 ㅎㅎ)

서론이 길었다....


최수철은 그들을 만날 마음의 준비도 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동하는 길에 기자의 피라미드를 지나쳐 본 것에 대해 무척이나 가슴아프게 써놓았다. 작가의 감수성을 지니지는 못했지만, 우리도 조금 놀라기는 했다. 첫날 숙소 가는 길에 택시 바깔은 내다보니 떡하니 마을 뒤로 피라미드가 보이는게 아닌가.... 저게 진짜 그 피라미드??? 싱겁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ㅎㅎㅎ 어쨌든 카이로의 세 번째 날, 우리는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기자로 향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내부에 들어가보려면 선착순 150등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단체 관광객들이 표를 싹쓸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리 가서 줄을 서야 한단다. 아침 일찍 떠나기 괴로워하는 Hamja 를 쪼아대서 일찌감치 피라미드에 도착하니 이제 겨우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택시로 지나가며 볼 때와 달리, 가까이서 보니 실로 피라미드는 장대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하도 거대하고, 사막의 먼지가 자욱하여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사진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ㅡ.ㅡ 예전에는 피라미드 외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했었다는데 요즘에는 금지하고 있고, 내부 공개도 훼손 방지를 위해 인원제한에 사진 촬영도 막고 있다. 기자의 피라미드는 쿠푸, 카프레, 멘카우레의 것이며, 그 배열은 북극성을 향하고 있다고 알려져있다. 셋 중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가장 큰데, 내부를 둘러보려면 100 이집트 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2만 5천원을 내야 한다. 기껏해야 1백미터 남짓이니 어렵지는 않았으나, 좁고 가파르고, 덥기까지 해서 폐소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할만 했다. 막상 그렇게 둘러본 내실에는 덩그마니 석관 이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각 방의 용도와 통로 설계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른단다. 좁은 통로를 지나 열린 그 높은 천장의 방, 어두운 석실의 정체는 과연 무엇??? 피라미드를 지나 정문쪽으로 다가오면 그 유명한 스핑크스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 수천년 동안 모래 속에 묻혀 있다 발견되기를 반복했던,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오히려 직접 보니까 더 실감이 안 나더라 ㅎㅎㅎ 우리는 스핑크스 주변에 눌러앉아 담소를 나누다가 남쪽 멤피스로 이동하기 위해 Hamja 를 만나러 갔다. 약속장소인 KFC 에는, 피라미드 관광지답게, 할아버지 대신 옛 복장의 고대인이 지키고 있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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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과 우울

오후 늦게 보건의료학생캠프에 강의하러 다녀왔다. 백 명 넘게 꽉 차 있던데, 도대체 그들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엄혹한 시절이라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공포가 두렵기는 하지만, 인간의 정신이란 것은 반작용이라는 엄청난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강의를 하다보면 스스로에게 깜딱깜딱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도 확신하지 못하는 낙관을 남에게 주입하고 있음을 발견할 때다 ㅜ.ㅜ 단기전망과 개인사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비관적인데 (심지어 염세적이기까지... 물론 사람들은 나의 이런 속성을 믿지 않겠지만), 이건 뭐 가식도 아니고 잘 설명이 안 되는... 그저께 노건연 운영위 끝나고 지하철 타러가는 길에 K 샘이, 자기같은 비관주의자가 이 대책없는 낙관주의자들과 함께 하려니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다. 낙관은 전염력이 있는 것 같다. 다들, 어찌 잘 되겠거니... 덜컥 일부터 저지르고... ㅎㅎ 그에 비하면, 어제 노동패널의 관심세션들은 우울과 비관의 향연이었다. 연구결과들이 다 슬퍼... ㅜ.ㅜ 분석하고 탐구하는 이들이 보여주는 결과 자체는 매우 비관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대로 지속할 수 없다는 반작용, 더디지만 변화해나가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활동의 영역에서는 낙관이 건재할수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 정말 피곤하다. 개인사에 대해서 낙관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는 구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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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2

정말 기나긴 이틀이었다.... 진이 다 빠져버렸네.... 너무 피곤하니까 잠이 안 온다... 원고는 도저히 못 쓰겠고, 여행기나 틈틈이... #3. 카이로 - 혼돈과 먼지의 기억 아침을 호텔에서 해결하고 간식거리를 주섬주섬 싸들고, 시내로 나갔다. 어제 저녁 호텔 안내에 물어보니 지하철 타고 도저히 못 간다고 해서 택시를 불렀는데, 막상 가보니까 그닥 못갈만한 상황도 아니더만... ㅡ.ㅡ 지하철은 러프가이드가 칭찬한 대로, 꽤 괜찮았다. 물론 차 안에 그려진 노선, 바깥 안내도가 가끔 일치하지 않는다는 소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 가격도 엄청 저렴해서 카이로 시내에서 이동할 때에는 강추할만하다. 아래 사진은 지하철 승강장 모습...


카이로 시내의 인상은 그야말로 혼돈과 먼지로 요약될 수 있다. 예전에 라틴 아메리카 공해 3종세트 (멕시코시티, 상파울루, 아바나)와 멕시코시티의 무법천지 자동차행렬에 깜딱 놀란 적이 있었지만, 카이로 앞에서는 한낱 아이들 장난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 생산연도가 궁금한 푸조 택시에서부터, 최신형 렉서스에 이르기까지 차들이 완전 다양했는데 특히나 택시들은, 과감한 깻잎 운전을 위해 사이드미러를 아예 뜯어버린 차들이 적지 않았다. (차간 간격이 깻잎이라는 건 절대 과장 아님 ㅜ.ㅜ) 항상 뿌연 공기는 그러지 않아도 항상 더러운 내 안경의 성능을 자꾸만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안 써본 황사마스크를 그리워했더랬다. 실제로, 이집트에 머무는 내내 쿠피에 (아랍식 두건? 스카프)를 뒤집어 쓰고 다닌 건, 우리의 미모(!)를 치한들로부터 감추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바로 이 먼지와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었다. (물론, 아침저녁 찬바람을 막을 수 있다는 엄청난 기능도 가지고 있다 ㅎㅎ) 우리는 시내 거리를 살짝 돌아본 후 서둘러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후에 모든 관광지에서 절감한 것이지만, 이 나라는 '안내판'에 참으로 인색하다. 사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할 때에도, 도대체 입국심사를 어디서 하는지, 작성할 서류가 있는지 없는지 가르쳐주질 않아 대강 눈치로 해결했는데, 가장 크다는 박물관에도 역시 변변한 안내판 하나 없다. 실컷 줄 서서 표사고, 또 줄서서 검색대 통과해 들어가려니 카메라 바깥에 맡기고 오란다. 그럼 전시물에는 뭐가 잘 표시되어 있냐 하면 그것도 절대 아니다. 대개는 아무 것도(!) 안 써 있다. 제목만 달랑 써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중에 피라미드에서는 입구 표시도 안 되어 있었음 ㅎㅎㅎ) 물론, 오디오가이드가 있기는 한데, 번호와 내용의 불일치가 있다는 러프가이드의 정보에 따라 우리는 그냥 러프가이드를 들고 다니며 구경했다. 미이라며 석관이며 하도 많으니까 이건 뭐 좀 널부러져 있다는 느낌.... ㅎㅎ 투탕카멘의 관이랑 가면도 직접 보고 그 유명한 서기상이며 온갖 기이한 것들은 다 봤는데, 어찌나 사람도 많고 전시장 환경이 열악한지 (천장 유리가 다 깨졌 있음 ㅡ.ㅡ) 감상이고 뭐고 얼릉 가고 싶다는 생각이... 보고 나와서 박물관 마당에서 도시락 까먹고 있는데, 학교에서 단체로 왔는지 초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여학생들이 떼로 몰려 다니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신기한지, 우리가 쪼그리고 앉아 빵 부스러기 주워먹는 모습을 막 사진을 찍고... ㅜ.ㅜ 얘네들 도망다니느라 힘들었다... 점심을 먹고는 지하철 타고 Khan el-Khalili 시장에 갔다. 나중에 다른 도시까지 전부 둘러보고 실감한 건데, 이 시장이 말하자면 한국의 남대문 같은... 가장 싸고 규모도 크면서 중앙 역할을 하는 그런 곳이었다. 가는 길은 물론 쉽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한 30분을 걸어야 했는데... 관광객은 하나도 안 보이고 현지 주민들이 엄청나게 바쁘게 움직이는 데다, 길은 너무 좁았다. 이슬람 지구 중심과 연결되다보니, 카이로 시내와 다르게 '부르카'를 쓴 여자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다행히 지하철에서 친절한 아자씨를 만나 시장을 찾는 데는 성공했다. 시장은 하도 북새통에, 호객행위가 엄청나서 사진이고 뭐고 찍을 겨를이 없었다. 어쨌든 여기서 파피루스를 몇 장 사기는 했다. 나름 질도 괜찮은 듯... 아래 사진은 시장 출입구에서 바라본 이슬람 사원.... 카이로에 머무는 동안 한번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상 그리 못했다. 좀 아쉬움... 아마도 최근의 트렌드인것 같은데, 한국사회에서 교회 십자가에 빨간 네온을 다는 것처럼, 모스크에 형형색색의 네온 사인 장식이 넘쳐나고 있었다. 어째 영 안 어울리더라는... ㅡ.ㅡ 오후 늦게, 택시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올드 카이로 구역의 'coptic museum'에 들렀다. 최수철의 책과 러프가이드가 강추한 곳이다. 참, 가는 길에 또 귀인을 만난 것이... J가 지하철 티켓을 잃어버렸는데, 웬 현지 아자씨 한 분이 자기 걸로 체크해줘서 내릴 수 있었다 ㅎㅎ 우리는 친절을 부르는 얼굴을 가졌더란 말인가!!! 아님 동정심 유발 외모??? 러프 가이드에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모두 사막에서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자연의 시련과 인간의 왜소함... 절대자의 권능에 기댈수밖에 없는 환경들이 곧 종교의 탄생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흔히 이슬람 사회로 알려져 있지만, 이집트는 콥트 기독교가 꽤나 번성한 곳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박물관 전시물은 꽤나 충실했고, 또 무엇보다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무척 맘에 들었다. 섬이랄까??? 바깥은 난리가 났는데, 그 안에서는 완전한 평화... 건물 자체가 전시물을 위해 설계된 듯했고, 첨에는 작은 듯 보였지만 규모 자체도 상당했다. 당최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내부 사진은 하나도 없고, 바깥에 성벽 유적과 박물관 모습 일부.... 정말 긴 하루를 마치고, 박물관 앞에서 간단한 저녁과 차를 마신 후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드디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기자의 피라미드와 사카라, 멤피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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