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불쌍해라...

일욜 아침인데, 장씨가 송년회 약속 잡자며 무려 8시 반에 전화를 했다. 출근하는 길이라며 전화기 너머로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린다. 옘비님 덕분에 온 국토가 공사판이라, 땅파는게 직업인 그녀도 덩달아 바쁘다. 갈아마시고 싶다 하길래, 당신이 갈아마셔만 준다면 많은 국민들이 칭찬해줄것이라고 전해주었다. 그렇게 친구를 위로하고 출근해서 후딱 끝내고, 느즈막히 좀 쉬어보려 했는데... 일이 너무너무 안 끝난다. 결과표 만들어야 할 것이 너무너무 많다... ㅜ.ㅜ 결국, 아까 혼자 김밥에 컵라면으로 저녁까지 떼워가며 이 썰렁한 건물을 지키고 있다. 감기기운에 아직도 어질어질한데... 어제의 즐거움과 행복은 홀라당 날아가버리고, 잠시 신세한탄... 아이고....아이고.... 내가 불쌍해요... ㅜ.ㅜ (드디어 미쳤나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그들의 포스... ㅡ.ㅡ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지향 중 하나가 '여한없는 삶'이다. 물론, 세상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나, 최소한, 충분히 할 수도 있었던 선택을 미적거리다 놓친 후 두고두고 아쉬워하지는 말자는 거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김광석 콘서트 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결국 그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못 보게 된 것이, 여한을 남긴 일례가 되겠다. 작은 즐거움과 행복을 유예하지 않는 삶도, 학습과 노력, 심지어는 남들에게 우습게 보일지언정 결단(?)을 요구하기도 한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런 여한 박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늘 내가 감행한 도발은 대구까지 자우림 콘서트를 보러갔다온 일이다 ㅎㅎㅎ


아주 오래전부터 한번 꼭 보고 싶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기회를 놓쳤던 게 어언 몇 년이던가... 2008년에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십장생 같은 일들만 생기는 줄 알았는데, 막바지에 뜻하지 아니한 수확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오늘 콘서트 장에서 생긴 일이다. 내가 예매한 좌석에 음향장비가 세워지는 바람에 (이런 황당한???) 주최측에서 자리를 바꿔준거다. 무대 바로 밑으로 ㅎㅎㅎㅎㅎㅎ 이게 웬 떡이냐!!! 그네들의 유쾌한 등장... 사실, 공연에 가서 열렬히 호응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사람들 열광해서 일어나도 마지막에 죽지못해 겨우 일어나는 수준 .... 근데, 오늘 두 시간 거의 내내 서 있지 않을 수 없었더랬다. 심장의 리듬이 리셋되는 기분이랄까? 아우.. 정말 그 대단한 포스!!! (근데 두 시간 지나고 나니까 노친네들이 왜 디너쇼 가는지 알겠더라... 발바닥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ㅎㅎㅎㅎㅎㅎ) 김윤아의 카리스마야 진즉 간파하고 있었지만, 막상 가까이서 대면하고 보니 정말 그 포스가... 자신을 폭발시키는 에너지와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그 내공이 감히 범접할 수가 없더라. 주변에서 기 세다는 사람을 수 없이 보았지만 (심지어 나보고 기가 세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쫌...), 이렇게 압도당하는 느낌은 처음인 듯... 내 옆에 있던 범생이 스타일 두 남학생은 김윤아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완전 자지러지더라... 윤아 누나 눈에서 나온 레이저 맞고 감전된 귀여운 강아지들 같았음 ㅎㅎ 완전 귀엽더라니!!! 저렇게 다른 이들을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다니... 본인들도 행복할거야... (타인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안겨주는 이들이 꼭 스스로 불행한 건 아니겠지만서도 ㅎㅎㅎ 심지어 거기에 보람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분들도 있는데 뭐 ㅎㅎ) 나도 2008년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주변 사람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듬뿍 나눠주리다. 그러려면 내일 보고서 원고 마무리부터 깔끔하게 하여 공동연구자 샘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ㅎㅎ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즐거운 일터

최근 2-3년 동안, 주변 임금노동자, 소위 직장인들의 아우성이 거의 난리도 아닌 수준에 이르렀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이제는 다들 조직내에서 핵심적인 실무 역할을 맡고, 혹은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이라 햄볶아요. 일터를 너무 사랑해요... 뭐 이런 것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의 현상들은 가히 우려할만하다. 다들 괴롭고, 힘들고, 일할 맛이 안나고.... 그닥 참여정부 때도 행복하게 일한 것은 아니었으나 정권이 바뀌고 나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지인들은 정말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 울 오빠를 비롯하여 주변에 원형탈모 환자는 어찌나 많은지 이제 가히 유행병 수준인데다 , 심지어 후배 하나는 얼마 전에 당뇨를 진단받기도 했다. 삼십대에 뭔 당뇨냐? 처음에는 혈액 샘플이 바뀐 줄 알았단다. ㅡ.ㅡ 몇몇 사례를 두고 원인적연관성을 논하는 것은 웃기지만, 연구의 엄밀성을 떠나, 그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건데 딱히 다른 이유를 찾기도 어려워보인다. 나라고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송충이 앞에서 눈썹 세우는 꼴인것 같아 대개 닥치고 있는 편이다. 정말 다들 이러고 살아야 하나? 우리가 일확천금에 큰 행운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즐겁고, 행복하게, 노동을 즐기면서 산다는 것은 정녕 미션 임파서블? * 그나저나 때아닌 감기 때문에 죽겠고나야.... 감기에 딱히 때가 있는 건 아니지만서도... 재채기에 콧물에 죽겠쓰... 약상자 속에 한 일년 묵은 슈도에페드린 있는데, 먹어도 될까? 주먹도끼, 얼릉 답 좀 해봐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누구의 눈으로 볼까....

연말이면 한 해의 귀인(!)들을 선정하여 연하장을 보내곤 한지 꽤 되었다. 아마도 99년쯤? 앰네스티에서 수인들에게 연하장 보내기 캠페인에 참여했던 것이 그 연원이다. 저멀리 파키스탄과 기억 안나는 어느 먼 나라, 한국의 어느 감옥에서 날아온 답장에 화들짝 놀랐더랬다.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고 있노라는 아주 소소한 내용이었는데, 정성어린 답장 (그것도 국제우편!)에 깜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후, 물건도 팔아줄 겸, 앰네스티에서 연하장을 구입하여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남은 연하장을 귀인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캠페인은 중단되었고, 개인적 연하장만 보내게 되었는데, 그나마 몇 해 전부터는 연하장 판매도 중단되었다. 그래서 재작년부터는 유니세프 카드를 구입해서 쓰고 있다. 그런데... 참 다르다. 앰네스티 카드에는 일단 기독교를 상징하는 장식들이 들어가지 않는다. '산타클로스'나 '크리스마스 트리'가 그려진 경우도 드물다. 크리스마스 카드라기보다는 신년 연하장의 성격이 짙고, 또 캠페인 참가 안내문에도 특정 종교를 언급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반면에, 유니세프 카드는 디자인이 예쁘기는 한데,완전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이다. 크리스마스 장식물, 산타클로스, 루돌프 사슴... 예쁘기는 하다... ㅡ.ㅡ 앰네스티 카드가 받는 이의 세계관을 존중하는 것이라면, 유니세프 카드는 그 카드를 주로 구매하는 (구매할 능력이 있는!!!) 소비자의 취향을 존중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리라. 뭐 애초에 존재 이유가 다른 단체이고, 자신의 활동 목적에 맞는 접근전략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좀 씁쓸하당..... * 그나저나 나의 연하장을 받을 귀인들께서는 나의 악필을 탓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한 때 천하명필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했으나, 키보드 과용으로 글씨 쓰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안 쓰면 퇴화한다는 용불용설 부활 ㅎㅎㅎ 부디 글씨는 보지 마시고, 그 너머의 진심어린 마음을 보아주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산동네의 비애 ㅡ.ㅡ

엊그제 밤에 집에 가다가 정이를 만났다. 이제 중 3이라, 희망 고등학교에 원서를 넣어놓고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나한테 무슨 고등학교 나왔냐고 해서 **라고 이야기해주니 화들짝 놀란다. 그 학교를 도대체 어떻게 다녔냐고!!! 그 학교는 산꼭대기에 있어 애들이 아무도 원서를 안 쓰려고 하기 때문에 3지망으로 쓴 학생들도 다 받아준단다. 이렇게 높은데 학교가 과연 있을까, 하여 신동엽의 '있다 없다' (이런코너가 있남?)에도 나왔단다........ 뭐, 나도 고등학교 첨 입학해서 정말 현실을 믿을 수 없기는 했다. 교실에 올라가면 항상 초죽음 상태. 지각해도 절대 못 뜀 (가파른 언덕길에 뛰어봤자 제자리 ㅜ.ㅜ) 그래도 1학년 때 20분 걸려 올라가던 곳을 3학년 되면 모두 8분 주파가 가능해진다. 나는 아침마다 산동네 우리집을 내려가 또다시 다른 산동네로, 하루에 작은 봉우리를 두 개씩 정복하고 다닌 셈이다. 그래서 다리가 튼튼한가? ㅎㅎ 졸업하고 나서 '호기심 천국'에 진짜로 나온 적이 있었다. "언덕길 많이 올라다니면 다리가 정말 굵어지나요?" 우리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여학생이 음성변조로 질문했던게 아직도 떠오른다. 친구들이랑 전화하며 완전 어이없어 했더랬다... 그래도 맑은 공기에 사계절 나무와 꽃들이 아름답고, 야자시간에 노천극장에서 서울 천하를 내려다보며 (^^) 커피 마시고 노닥거리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학생들의 비호감이 날로 커져,에스컬레이터도 설치하고 심지어 셔틀버스도 마련했단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근데, 뭐, 좀 슬프기도 하다. 내가 특별히 애교심이 높은 건 아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단지 학교가 산꼭대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호감이라니... 산동네는 이래저래 서러워.... ㅡ.ㅡ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구조조정이라...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고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만큼, 그야말로 나라 꼴이 총체적 난국이다. 입 달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마디씩 하고 있는지라 (그것이 진지한 신문칼럼이건 술자리 뒷담화건) 뭐 어줍잖게 입벌리는 것조차 머쓱할 지경이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빌미삼아 진행되고 있는 예의 그 구조조정 드라마에는 도저히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가 없다. 뉴스를 보고 있자니, 구조조정은 인력감축, 즉 해고와 동일시 되고 있으며, 더 많은 인력을 줄이는 것이 피치못할, 혹은 바람직한 방향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도대체 경영이 뭔가? 애들 장난도 아닌데, 장사 좀 된다 싶으면 대충 사람 뽑아 쓰고, 인력이 좀 남겠다 싶으면 그냥 잘라버리고, 이거 아니네 싶으면 다시 뽑고.... 이게 경영인가? 이거 하는데 대학 4년과, 그것도 모자라 MBA, 박사학위들이 필요했던건가? 이렇게 무차별적 해고를 감행함으로써 개별 기업의 경영상태는 일시적으로 완화될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사회적 차원에서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현재의 대량 인력감축 사태를 맞아 의료보험 없는 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개별 가구가 부담하거나 혹은 사회보장 지출을 통해 보상될 것이다. 인력감축을 감행한 기업으로부터 사회, 혹은 개인으로 비용이 전가되는 것이다. 예전에 월마트가 노동자들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메이케이드에 편입되자, 시민사회 (소위 납세자들)는 바로 이를 문제삼아 월마트를 공격했다. 기업이 할 일을 공공에 전가함으로써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이 취약한 한국사회에서 (OECD 국가들 중 압도적 하위그룹을 몇 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될 것이다. 실업은 비단 금전적 측면에서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행복과 건강 이라는 측면에서도 '상당한'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는 실업의 비금전적 측면이 직접적 소득 감소보다 7배나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실업과 관련한 비용-효과 분석에서 이 부분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숫자로 나타나는 300명 감원, 15% 인원 감축... 이것이 300 가구의 슬픔과, 나와 비슷한 15% 시민들의 눈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런 뉴스를 보면서 '잘 하고 있구나'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를 잃는 것은 노동력 1단위가 아니라 따뜻한 심장을 가진 노동자, 인간 아무개 씨 아닌가 말이다. 그러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행복 지수는 예외적으로 낮고, 자살률은 또 예외적으로 높고, 어딜 봐도 적자생존 정글이다. 무작정 사람부터 자르고 보는 이 엄청난 만행은, 제발 좀 거두어주셨으면 한다. (내가 도대체 누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감전의 순간

엊그제 모임은 연구미팅으로 시작되어 근자에 보기 드문 알콜의  향연으로 끝을 맺었다.

 

빈병 늘어나는 속도가 학생 시절로 되돌아간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비록 상큼한 젊은이들은 아니었으나 (이제는 후배들조차 나이를 너무 처먹었쓰...)

아자씨들이 어찌나 귀엽게 수다를 떠는지, 극장식당에서 만담쇼 보는 기분이었다.

 



하여간 1차에서 미친듯이 웃고 떠들다,

도저히 헤어질 수 없어서 작심들을 하고 2차로 자리를 옮겼는데,

10석 남짓의 작은 까페에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고, 앞에는 기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마침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뭐랄까.... 약속이라도 한듯 치기가 끓어올랐다 ㅎㅎㅎ

 

우리는 노래패 회장이었던 J에게 기타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얼릉 연주하라고 다짜고짜 엄청 쪼아댔다,

하지만 십년도 넘게 기타를 잡아보지 않았던 J는 결국 연주에 실패했다.

우리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ㅎㅎ

 

이 때, 측은하게 이를 바라보던 과객께서 (주인장인줄 알았던 손님 ㅎㅎ) 대신 기타를 잡아주셨다.

J는 노래패 출신 답지않은 생목으로 (ㅜ.ㅜ) '사노라면'을 2절까지 진지하게 불렀고 우리는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좁은 실내, 담배연기가 너울거리는 침침한 불빛 아래 나무 탁자에 술잔을 걸쳐놓고 부르는 '사노라면'의 포스는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만들만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과객께서 다른 곡을 연주하셨다. 

 


♪ 불행아_노찾사 ♪

 

 

우리는 감전된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시절, 그 노래를 함께 불렀던 순간들, 그 특별한 의미....

파노라마처렴 장면들이 주르르 지나갔다고나 할까???

 

하지만, 약간 콧등이 시큰해지는 그 느낌을 뭘로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과거에 대한 회한도, 크나큰 향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상당히 놀라운 체험이었다.

그 짧은 순간, 다같이 찌릿! 했고 그걸 생생히 느꼈으니 말이다.

 

어떤 시간을 함께 기억할 수 있고, 그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게 진정한 친구 아닌가 싶다.  더구나 그것들이 '한때의' 추억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라면 말이다...

 

이어진 3차 (ㅜ.ㅜ)에서, 과거의 무용담을 파먹고 사는 사람은 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 오늘 20대 활동의 추억을 나누며 즐거워했듯, 훗날 함께 했던 30대의 활동들을 재미있게 추억하며 새해를 맞이했으면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우주의 질서...송년회

제목이 거창하기 그지 없다.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주지육림에 빠져 살았던 지난 연말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올해는 건전하고 아름다운 송년회 만들기에 매진할 생각이다. 송년회(를 사칭한 그냥 술먹기 모임)를 하자며 친구가 멜을 보냈는데, 일년에 두 번 이상 보면 친한 사이라는 이야기가 써 있다. 그런가??? 하도 일상이 단조로워 어제와 오늘이 헷갈린다는 이들도 있는데, 그래도 1년이라는 주기가 있어 이렇게 한번씩 모여서 얼굴도 보고, 각자 나름대로 결의들도 다져볼 수 있으니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만일, 지구의 공전주기가 더 짧다면 어찌 되었을까? 송년회도 더 자주 하고, 신년계획도 더 자주 세우고, 반성도 더 자주하고... 조금 더 삶이 활기차게 변할까? 아니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전을 치르느라 삶이 더 팍팍해질까? 우쨌든, 바야흐로 우주의 질서가 송년회의 주기를 결정하는구나!!! 새삼 놀라운 발견이다 ㅎㅎㅎ 하긴, 칼 세이건 할배 말씀대로,우리는 모두 별의 자손들인걸 ㅎㅎ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사라진 사과

점심을 먹고나서, 후식으로 가져온 사과를 꺼내려 했다. 집에서 먹으려면 내가 깎아야 하지만, 사무실에서는 다른 샘이 깎아준다. 나의 사과 깎는 모습은 목격인들로 하여금 속을 터지게 만들어 과도를 뺏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 그런데, 사과가 없었다. 이럴 수가 있나? 아침에 분명히 냉장고에서 꺼내 가방에 넣었는데??? 버뮤다 삼각지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외계인한테 납치(!)라도 당한 것일까? 아님 사과의 유체이탈??? 이런 걸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부른다. 사건은 풀리지 않을 미궁 속으로 소용돌이쳐갔다. 도대체 내 사과는 어디로???


저녁에 천안에 강의가 있어서 아침에 차를 가지고 출근했더랬다. 퇴근 시간 무렵, 강의 시간 늦을라 허둥지둥 주차장에 내려와보니, 재투성이 뉴프라이드 문옆에, 박살난 사과의 사체가 놓여 있다. 아.... ㅜ.ㅜ 칠칠맞게, 아침에 차에서 내리다 사과를 떨어뜨렸나보다. 저 정도 유해라면, 퍽 소리가 났을텐데... 청력이 정말 안 좋긴 한가봐.... 사과를 둘러싼 신비로운 초자연적 현상은, 결국 칠칠맞음과 귀 어두움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설명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불쌍하고, 아까운 사과... 이제 냉장고에 하나밖에 안 남았다 ㅡ.ㅡ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

즐거우면 안 될까?

0. 선사시대 인간들에게는 고독감이 없었을까? 어쩌면 고독이란, 자의식이 충분히 발전하고 나서야 생길 수 있는 고도의 인지기능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달 동안 집 앞에 생겨난 바 Bar 들을 바라보며, 퇴근길 궁금증이 끊이질 않았다. 도대체 한국 사회 아저씨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아파트 숲 속에 저토록 많은 bar 들의 존재가 영 불가사의다. 동네에서, 조명이 밝혀지면 밖에서도 웬만큼 들여다보이는 1층 bar에, 홀로 앉은 아자씨들이 아가씨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신다. (지난 주인가 한겨레 21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소개되기는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회사 이야기, 가족 이야기?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이가 없는 건 아닐까?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던 시구는 아마도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여전히 고독하다'로 바뀌어야 할 듯 싶다. 사람들은 외롭다... ㅡ.ㅡ 0. 얼마 전 지인들이, (마치 비타민을 먹듯) Prozac을 먹는다는 소리를 전해듣고 허거덕했다.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왜 Prozac 이 필요한 걸까??? 우울증은 우리 시대 진정한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일까??? 0. 항상 성실하고 우직한 모습을 보여왔던 부산의 Y 샘이 본인이 '심리적 유고' 상태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나는, 햇볕이 잘 안 드는 반 지하 사무실의 조건 때문에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작금의 한국 사회와 주변 상황을 보며 느꼈던 작은 절망들이 그야말로 '티끌모아 태산'을 이룬 결과 아닐까 싶기는 하다. 부산의 단풍은 어때요, 물어보니, 모르겠단다. ㅡ.ㅡ 메마른 마음 속에 은행잎 하나 들어앉을 틈이 없나보다 ㅜ.ㅜ 0. 우리는 뭐하러 사나? 길지도 않은 인생, 좀, 즐겁게, 서로와 공감하며 살아가면 안 될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