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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예술?

며칠 전에 미국에 계신 '나무와 숲'님한테 내년도 달력을 선물받았다.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에서 프리다 칼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거기서 구입한 거라고 친히(!) 소포로 보내주셨다. 아마도 우편요금이 달력값 두 배는 들었을 것으로 짐작... 샘.. 쌩유 ~~~ ------------------------------------------------------------------- 고마운 맘을 전달하고자 아직 3달 (겨우 세달 남았다!!!) 남은 달력을 미리 걸고 설정 삼아 사진을 한장 찍어보았다. 그리고, 찍는 김에... 사망을 목전에 둔 내 디카로 집안에 있는 다른 작품(?)들도 기록으로 남겨두자는 생각이 들어, 나름 이것저것 찍어보았다. 조명도 그렇고 배치도 그렇고... 별다른 설정 없이 그냥 대충 찍었다. 귀/찮/아/서/ * 먼저 방문에 걸어본 프리다 칼로 달력이다. 보풀이 신년 연하장과 함께 보내주었던 프리다 칼로 마우스패드까지... 어쩌다보니 한 셋트가 되었다 ㅎㅎㅎ 프리다의 포스가 하도 엄청나서 눈마주치면 깜딱 놀랄 지경...


* 왼쪽의 '생각하는 고양이'는 아바나의 골목 갤러리에서 사온 것이고, 오른쪽 그림은 (사진상 잘 안보이지만) 모래를 뿌려 만든 멕시코 전통 문양으로 내평생 본 박물관 중 쵝/오/라 할 수 있었던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에서 구입한 것이다. 액자는 동네 마트에서 5천원 주고 산 것. 배경에 좀더 질감 있는 종이를 깔았으면 좋았을 걸, 우글쭈글하다... ㅎㅎ * 집들이 때 선물받은 스탠드와 벽시계... 마티스 그림을 배경으로 깔고 있는데다, 바늘도 아주 유려하게 움직이는 첨단 멋쟁이 시계...조명도 의자 색깔이랑 어울려 은근 멋지다... (저 아래 지저분한 식탁 풍경이 안 나와 정말 다행) * 작년엔가... 서울 역사 박물관 앞에서 친구들 만났다가 충동적으로 (?) 관람하고 구내매점에서 구입한 엽서. 춤추는 모습과 색감이 진정 예술이다!! 근데 옆에 굴러다니는 CD case 의 노라 존스 모습은 어째 호러...ㅡ.ㅡ * 역시 집들이 때 선물받은 앤틱 스타일의 하얀색 협탁과, 검은 색/노란 조명이 인상적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6월에 시카고 학회 갔다가 아트 인스티튜트 들러 구입한 미니도판... 의자와 액자, 은근 부조화 속에서 공허함이 극대화된다고나 할까... 후진 후방 조명 때문에 사진찍는 모습이 그대로 다 비쳤다... 저건 뭐냐.... * 작년 브라질 출장 갔을 때 시장에서 구입한 목각 패널, 오스트리아 벨데베레 미술관에서 샀던 에곤 쉴러의 '소녀와 죽음' 엽서.. 그 옆에는 역시 집들이 선물로 받은 지구본이다. 어두워지면 야광으로 별자리가 나타난다. 울 엄마는 저 목각의 할매/할배가 왜 담배를 꼬나물고 있냐고 싫어하신다 ㅎㅎ * 나름 탄생 별자리인 '게자리'를 형상화한 퍼즐이다. 울 오빠가 '저 여자는 왜 먹을 거 위에 올라앉아 있냐?"고 해서 모든 이들을 홀딱 깨게 만들었던 문제작... 아름다운 꿈을 꾸겠노라 침대 발치에 걸어두었지만, 여전히 갈락틱 스페타클 어드벤처... * 쿠바에서 친구가 된 오리엘비스가 한국에 오면서 선물로 가져온 영화 포스터.. Julia 의 설명에 의하면 저 영화 '저개발의 추억'이 엄청난 수작이란다... 꼭 봐야 한다는데 아직 기회가 없네... 그나저나 이 양반들한테 연락한다는게 벌써 몇 달이 지났네... * 집들이 선물로 JK가 건내준 선물이다. 인도네시아 출장 길에 사온 것이라는데, 평소 그녀의 귀차니스트 행보를 볼 때, 저걸 들고 대전까지 왔다는 것은 가히 칭송받을 만한 일이다. 화장실 맞은 편 벽에 걸어두었는데, 볼일 보고 나올 때마다 깜딱깜딱 놀란다... ㅎㅎ * 액자는 많은데, 전세 집 벽에 못을 박을 수도 없고, 딱히 장식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저 멋진 그리스 조각 엽서는 세탁기 위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옆에 나란히 놓인 세제들의 모습이 참... 남자 머리채를 잡고 있는 여신의 모습과 세탁기가 어째 묘하게 어울린다는??? * 시계 선물에 딸려온 부록이다. 곧, 저런 황량한 날들이 돌아올 것이다. 이미 마음은 저렇다... 배경으로 꽂혀 있는 Du Bois 의 평전... 결심한지 2년이 넘도록 표지 한 장 넘겨보지 못했구나.. 올해도 이렇게 지나가는 걸까? * 미국을 떠날 대 SY 와 JY 이 선물해준 것이다. 셔틀버스에 내려 걷곤 했던, John's gate 모습이다. 과연 저 시절이 내 인생에 존재했기나 한 건지 요즘 의심스럽다... 어쨌든,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 포르투갈의 세라믹은 그 명성이 자자하다고 했다. 올해 초 리스본에 출장갔을 때 샀는데, 행운을 상징하는 수탉이 아침마다 나의 상쾌한 하루를 열어주길 바라며 방문에 걸었으나 효과는 없다. 나의 에너지를 앗아가는 건지, 자도자도 졸립기만... 원... 하나하나 돌아보니 이런저런 사연들과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동안 잃어버린 많은 엽서와 그림과 포스터들... 그들과 함께 내 삶의 일부도 사라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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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무언가와 마주치면 파블로프의 개 마냥 자동재생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조용하게 비내리는 오후에는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가 자동재생되고 '별'을 보면 한 때 남한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모 단체가 자동연상되는 등... 안개가 낀 날이면 어김없이 기형도의 '안개'가 떠오른다. 양념처럼 무진기행도 ... 아침 알람 소리에 놀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항상 밤에 숨겨두고 잔다 ㅎㅎㅎㅎ) 문득 밖을 내다보니 거짓말처럼 안개가... 그 황망한 와중에 기형도의 시가 섬광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알람을 찾아 품에 안고 따뜻한 이불 속으로 잠시 몸을 숨겼다 눈 뜨니 해가 쨍쨍..... ㅡ.ㅡ -------------------------------------------------------------- 안개 기형도 1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醉客 하나가 얼어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銃身을 겨눈다. 상처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들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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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부르신다....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가을이 오고야 말았다. 무려 새벽 여섯 시에 전화를 해서 multinomial regression을 물어보는 기인 덕분에, 모처럼 여유있게(?) 아침을 시작한다. 지하철역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동안, 느낄 수 있었다. 저 하늘 색, 저 구름, 그리고 약간은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 바람.... 바야흐로... 그 계절이 된 것이다. 그 분이 나를 애타게 부르시는... wandering spirit, 바로 그 분 말이다... 꼭 바쁜 시절에 맞춰 강림하신다는 그 분... 허나.. 감히 거역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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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방문기

학회 전에 사흘 동안은 에딘버러와 인버네스-하이랜드 구경을 했다. 여름 휴가를 이걸로 보낸 셈이다... 생전에 두 번 다시 못 갈 것 같은 곳을 의외로 두 번 이상 가고 있다. ㅡ.ㅡ 쿠바도 그렇게 브라질도 그렇고... 2002년도인가... 영국 에섹스에서 열렸던 통계워크샵 기간 중 주말에 잠깐 에딘버러 구경간 적이 있었다. 한창 에딘버러 축제를 준비하느라 부산한 모습이었는데, 아.. 축제기간에 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했더랬다. 이번에... 바로 그 축제기간이었다 ㅎㅎ 에딘버러 성 쪽으로 가는 길 맥주 양조장의 대형 광고판... 처음에는 Assembly 라고 되어 있어서 시의회인 줄 착각했음 ㅎㅎ 에딘버러 성에서 바라본 Calton Hill의 모습... Hill 에 직접 올라가서 바라본 모습...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축제 중이라 여기저기 작은 공연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찌그러진 솥뚜껑으로 리듬이 아닌, 멜로디를 연주하는게 진짜 신기했는데 차마 나서기 어려운 몸매로 Scotland 민속의상인 Kilt 입어주신 관람객의 센스와 용기(!)에 우리 깜놀! 꼬불꼬불 골목길에서 내려다본 풍경... 기차타고 하이랜드로 올라가는 길... 날씨가 정말 예술이었음... 푸른 초원과 양떼, 소떼... 광우병 사태 터지고 나서 이렇게 예전 방식의 방목으로 돌아온 거란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British Beef'라고 자랑스럽게 써 있다. 월래스와 그로밋에 나오는 얼굴 까만 양들 원없이 봤다. 인버네스 기차역... Ness River 가 흐르는 숙소 앞길.... 그 한적함이라니... 세번째 사진은 밤의 모습... 예전에 에딘버러 구경갔을 때 소원 중 하나가 Loch Ness에 가보는 거였는데, 이번에 다녀왔다. 인버네스에서 버스타면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경치가 정말 예술인데다, 크기도 장난이 아니라서 정말 괴물 나온다 해도 믿겠더라 ㅎㅎ 근데 카메라 앵글에 도저히 담아지지가 않음. 이건 파노라마 샷으로 찍어야 하는디... 방문자 센터 선물가게에서 파는 '네스호의 괴물' 모형... 나름 귀여워서 작은 사이즈로 하나 샀다. 여행의 대미는 Skye 섬이었다. 인버네스에서도 기차타고 두어시간, 거기다 버스까지 더 타야 했다. 사진은 섬 입구 터미널에 있는 '역전 식당' ㅎㅎㅎ 말하자면 시골밥상이 나왔는데 아주 푸짐하게 맛나게 먹었더랬다. 섬을 찾아가는 여정과 섬의 경관은 말 그대로 beyond description!!! 그 황량함과 고적함은 가히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 곳에 한 달만 살면, 문학작품이 절로 쏟아져나올 것 같았다. 호연지기 60갑자 상승, 아니면 치명적 우울증... 그런데... 역시, 미천한 디카로는 그 아우라의 흔저조차 담기가 어렵구나... 그냥 허접한 산골마을 풍경처럼 나왔다... ㅜ.ㅜ 벌써 이 곳에 다녀온 것이 백만년 전 일인 것 같지만, TV 위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는 Ness 호의 괴물과 지금 옆에서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는 따뜻한 British Tea를 보니, 현실감이 급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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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참가 후기

지난 8월 말에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럽 자살 및 자살행동학회'에 다녀왔다. 자살 문제를 탐구하기 시작한 것은 햇수로 이제 만 3년째... 혼자 자료 분석만 하다보니, 도대체 전체 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더랬다. (소위 mega theory 추종자로서, 전모를 파악해야 속이 시원 ㅡ.ㅡ;;) 학회 프로그램이 다소 미심쩍은데다 (지나치게 임상심리학적 접근처럼 보였음), 지난 6월에도 북미 역학회에 다녀왔고 산적한 일 만빵에... 갈까말까 잠시 고민도 했으나 첫 해외학회 갈생각에 한껏 들떠있는 연구원 샘을 보니 차마 포기하겠다는 말이 안 나왔음 ㅡ.ㅡ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매우 유익한 학회였다고 생각... 역학적 연구설계 부분은 다소 취약해보였지만 생물학적 요인부터 문화적 요인, 임상심리학적 접근과 자살 수단 차단, 자월활동 조직 같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폭넓게 들을 수 있었음. 참고할만한 문헌들도 많이 파악하고.... 근데 학회가 참 훈훈하더라... 뭐랄까... 엄청난 시련과 자기결정의 시험대 앞에 섰던 사람들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그들을 떠나보내거나 혹은 붙잡을 수 있었던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포스랄까? 역학회와는 다르게,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 심포지엄에서, 40대 중반의 나이에 요절한 학회원 - 임상의사이자 시인 겸 가수로, 연구자로 엄청 열성적인 활동을 벌여왔고 이번 학회에도 초록을 8개나 냈다던데 -을 위한 추도행사를 하는 거 보고 쫌 놀랐다. 그리고 발표 연제들도, 양적/질적 연구 결과 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경험이나 앞으로의 실천 계획 등도 상당히 발표되었다. 그 중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웹 기반 상담프로그램 사례 발표도 있었는데, 이는 글래스고 지역의 위기센터와 청각장애인 커뮤니티가 함께 작업해온 것이었다. 발표도, 개발자, 청각 장애인 활동가, 전체 프로그램 매니저가 함께 나와서 했다. 수화통역자도 세 명이 분주하게 그 장애인 활동가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또 그에게 전달해주었다. 청각 장애인들이 적막감 속에서 느끼는 절망과 하소연할 곳 없음을 이야기할 때 마음이 짠했다. (내 개인적 경험과도 닿아 있기 때문... 오른쪽 귀의 병변이 그리 심하게 진행된 줄 모르고 있던 어느날, 왼쪽 귀를 베개에 대고 누웠는데 갑자기 세상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정말...소스라치게 놀랐었다. 그 적막과 고립이란...) 사진의 발표자는 청각장애인 활동가, 청중석의 첫번째 등 보이는 여인네가 수화통역자 우리 포스터 - 글씨가 너무 많아서 걱정했는데 우리보다 심한 것도 꽤 있더라 ㅎㅎ 중간 비는 세션에 잠깐 구경나간 시내에 있는 최고/최대 헌책방 Caledonian... 구석구석 넓은 데다 헌책방'답게' 꼬불꼬불 2층과 지하실까지, 아주 그윽했음...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끼리 창문 아래 한줌 해나는 곳에 피어오르는 먼지와 함께 수다떨고 계심.. 거의 영화세트장 같은 분위기였음. 여기서 Joe Haldeman 의 forever 연작(?) 마지막인 forever freedom 샀음. 기대해도 될까? 학회가 토요일 오후에야 끝났고 우리는 시내 관광 차 Necropolis 를 방문했다. 자살 학회 끝에 네크로폴리스라니.... ㅡ.ㅡ 마음이 완전 신산.... 생전의 지위를 나타내는 저 높다랗고 화려한 비석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엊그제 유명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새삼 또 관심이 집중되는 데다, 사실은 어제가 WHO 가 제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기도했다. 내가 생각하는 자살은 이렇다. 사람이 마음대로 세상에 태어날 자유는 없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세상을 떠날 자유는 있다. 그래서 자살이 부도덕하다거나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다만... 이러한 존재론적 자기 결정이 그 무엇에 의해 떠밀려진 것이라면, 그것이 스스로의 결정인 것 같지만 그저 사회적 힘의 발현일 뿐이라면, 그래서 사회의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이러한 자기결정의 시험대가 주어진다면 그러한 죽음과 그것을 가져온 질서에 단호히 반대한다. 그것이 지독한 외로움, 혹은 거절당한 손길을 감당할 수 없음에서 비롯된 자기 포기의 결과라고 한다면 그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떤 동기에서 비롯되었든 결과의 비가역성에 대한 충분한 숙고가 없는 충동의 결과라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존재의 지속성 여부에 대한 개인들의 자기 결정은 존중하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믿을 수 없을만큼의 급속한 자살률 증가로 나타날 때, 사회는, 혹은 우리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복잡하게 얽힌, 그리고 근원이 불분명한 매듭을 잘 보이게 드러내서 풀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거 같다. 연구자로서, 고르디우스처럼 단칼에 쳐서 매듭을 풀어버릴 수야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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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보건의료 당원(우) 모임 후기

지난 주말에 부산에 다녀왔다. 역사적인(?) 진보신당 보건의료 당원(우)워크샵 참석차... 민주노동당을 포함 지난 10년 동안 많이 바뀌기는 한 것 같다. 처음, 국민승리 21이라는 형태로 시작했을 때 보건 분야 공약은 진짜 극소수가 모여서 뚝딱(!)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2002년 대선 때는 그보다 쪼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알음알음 모여서 역시 뚝딱 ㅎㅎㅎ 2004년 원내 진출 이후에는 나름 공식적인 전문가 '모임'이 결성되었고 (진보정치 연구소가 승인해준 적은 없지만 자칭 산하라고 표명했던 연구회 성격의 유령단체 ㅎㅎ) 당에는 정책 역량들이 늘어나면서 무상의료 로드맵 등을 비롯하여 의제들이 구체적인 정책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 '연구회'는 당이 가져가야 할 보건의료 체계의 장기적인 의제들을 고민하기도 했고 건강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조정의 역할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연구회'는 이름 그대로 연구 모임이었고, 대학에 적을 둔 전문가 중심의 정책 공급자 모형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에 비하면,이번 모임은 진일보라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전공을 가진 30여명 이상의 보건의료인이 진보정당에서의 활동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모인 것은 아마도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사람들의 문제 의식은 깊고 넓었다. 그간의 활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있었고, 향후 다양한 활동 '방식'과 '내용'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들도 있었다. '시민단체'가 아닌 '정당' 활동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들이 오갔고, '보건의료인'이 아닌 당원/활동가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반성과 함께) 진솔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세월이 허투루만 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서로에게 조금은 감동한 듯 싶었다. 이런 사람들과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니... 마음이 쪼금 든든해졌다.


심대표 강의 중 Y 샘의 모습을 보고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어찌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감탄의 표정으로 듣는지... 구한말에 고종이 전화하면 신하들이 전화기에 대고 절했다던 이야기가 떠오를 지경이었다. 그 뿐이랴. 심대표 강의 끝나고 질문 없냐는 말에 P 샘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일순 긴장했다. 앗, 저 까칠한 양반이 과연? 비행기 시간 늦는다고 보좌관이 안절부절하던데, 또 한판 논쟁이 벌어지겠군.... 근데... '심대표님, 이야기 정말 잘 들었고 제 생각과 너무 비슷하네요. 제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러는게 아닌가... 질문도 아니고, 저런 찬사를 보내려고 손까지 들었단 말야??? 이후 휴식 시간에 P 샘은 온갖 비난과 야유를 들어야만 했다. 당신이 그런 모습 보일 줄은 몰랐다고 ㅎㅎㅎ 내 발표가 늦어지는 바람에 심대표가 문밖에서 한참이나 기다렸다던데,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ㅎㅎ 참, 부산 당원들이 뽀너스로 제공해주신 회는 엄청나게 맛있었다. 전어는 가히 예술... 사람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부산역까지 오는 길에 아주 진기한 이야기들도 들었다. 같은 학번, 같은 나이를 가진 두 여인네가 남들 평생 한 번 겪기도 힘든 화재'들'과 수재'들'의 경험담을 아주 구수하게 풀어놓더라는 ㅡ.ㅡ 듣는 사람들 다 쓰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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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몇 권

읽은지 오래되서 기억도 잘 안나지만... 기록없이는 기억도 없다는 안타까운 자가진단에 따라 이렇게 쪽 메모라도 남겨둔다. #0. 권셩현, 김순천, 진재연 엮음.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후마니타스 2008

주변에서, 7월 중 생일인 사람들 대부분에게 모두 이 책을 선물했다. 소박한 꿈에 대한 '소박한' 응원이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바라는 건, 그렇게 엄청난 게 아니었음을 다시 확인했다. 근데 그 소박한 꿈을 이루기가 너무 어렵다라는... 이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즈음, 신촌 홍익문고에 들렀다가 아래와 같은 책도 보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이런 일도 한다... 이랜드 사장님은 매우 훌륭하시며, 직원들은 또 얼마나 훌륭하시던지... 훌륭함이 지나쳐, 가슴이 콩닥거리고 내 머리에 스파크 일어났더랬다 ㅡ.ㅡ

 

 

#0. 박노자 [박노자의 만감일기] 인물과 사상사 2008

 

 

지은이가 블로그에 올렸던 소소한 글들을 묶어낸 책이다. 그러다보니, 좀 어정쩡하다. 워낙 잘 알려진 논객(?)이다보니, 블로그라는 것이 완전히 사사로운 개인만의 공간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좌하고 참고문헌 달아가며 쓰는 논문인 것도 아니고... 이성적인 글에서는 논리가 충분히 정리되지 못했고, 감성적인 글에서는 도덕적 자기검열이랄까... 전반적인 흐름에는 동의하나, 곱씹어 다시 읽거나 돈주고 사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었다. #0.Neil Gaimen & Terry Pratchett [Good omens]

영국 아자씨들의 유머 코드는 비슷한가봐. 읽으면서 계속 더글라스 아담스와 몬티 파이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나 썰렁하면서 웃기던지... 생각만 해도 웃김 ㅎㅎ 닐 가이먼은 정말 빼어난 이야기꾼인것 같다. [Neverwhere]가 고전적이면서도 약간은 우울한 판타지였다면, [American Gods]는 시니컬하면서 도저한 이야기가 있었고, 이번 책은 정말 쾌활하면서 개그 작렬... 테리 프래챗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었는디, 이번에 글래스고 서점에 가보니 디스크월드 25주년이라고 서점 안이 완전 도배가 되어 있더구먼... 사실, 판타지 종류 별루 안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이런 거 계속 읽고 있는 이 심리는 뭔지 모르겠다만... 웬지, 닐 게이먼 책은 또 읽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기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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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쌍관의 구조

출국 전날에도 밤늦도록 빨래 하느라 허둥댔는데, 귀국한 날에도 돌아가는 세탁기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어여 돌아라.... 빨래 좀 널고 자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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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ntended consequence

이번 주 한겨레21 기사 중에 국가인권위와 한겨레가 공동 기획했다는 세계인권선언 감상문 공모 결과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최우수, 우수상 수상자는 성인이고, 가작, 장려상은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무심코 명단을 읽다가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 명은 서초구에 위치한 명문사립고등학교 2학년, 두 명은 각각 외고 3학년, 한 명은 사립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다. 인권위 홍보대사인 공지영씨는 정말 놀랐다면서, 이런 젊은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든든해졌단다. 근데 내 마음은 왜 무겁나? 인권 감수성? 혹은 지식이라는 것도 이제는 고급 아비투스가 되어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 학생들의 진심을 폄훼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봉사활동에서 만난 난민 친구에 대한 그들의 마음이 결코 거짓일 것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그저, 다만... 이 한국 사회에서, 사실은 인권에 대해 '경험적으로' 가장 많은 것을 알고 (비롯 바로 그것이 '인권'인지는 모른다해도), 또 인권을 가장 열심히 또박또박 공부해둘 필요가 있는 아이들, 학생들은 이런 공모전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라는게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주간지를 읽으며 아이들에게 이런 공모전에 출품해보라고 권유해주는 부모님이 있는 아이들과,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동네 보습학원이라도 보내주는게 최고 목표인 부모를 둔 아이들, 혹은 그마저도 어려운 아이들이 과연 경쟁상대가 될까? 이 수상자들은,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대입시에서 부가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강남, 혹은 특목고 출신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나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성적도 좋은데다, 각종 봉사활동 경력도 화려하고, 경시대회는 기본이니, 이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수상이라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박찬욱 감독의 [쓰리,몬스터]에 보면, 실력도 있고, 집안 좋고 부자인데다 심지어 인간성마저 좋은 영화감독이 등장한다 (이병헌!) 구김살 없이 자라다보니, 부잣집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게 요즘 세상이다. (뭐 안 그런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이제 인권감수성이니, 인간에 대한 배려니, 이런 것도 배려할 여유가 있는 사람의 최상급 아비투스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살벌각박한 이 한국사회에서, 없이 사는 사람들끼리 '인간으로서' 서로를 배려하고 돕는 '달동네'의 신화는 깨진지 오래다. 혹시라도 미래에, 가난한 이들이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쓰며 또다른 사회적 소수자에게 군림하려 하고, 부유한 이들이, 지식과 "봉사활동"을 통해 키운 드높은 인권 감수성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나가는 세상이 오는게 아닌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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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사전적 정의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 economic man 이란다. 그렇다면, 도대체 경제활동이란 무엇인가? 노동력이나 자본/토지를 투여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혹은 그것을 소비하는 것. 심지어 이런 생산과 소비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활동도 또한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오늘 사면된 이들 중, 경제인이 아닌 사람은 없다. 현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론, 물물교환이 시작된 이래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간이라면 직간접적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 기업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그들만을 유독 경제인이라고 불러주나? 기업가 business man, 자본가 capitalist 같은, 오직 그들에게만 쓰일 수 있는 남다른 호칭 다 놔두고? 경제활동은 그들만 했나? 나도 하고, 그네들 밑에서 온갖 치사한 꼴 보면서 일한 노동자들도 남부럽지 않게 경제활동했단 말이다. 흠... 고도의 물타기 신공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김춘수는 그의 시에서, 누군가 꽃이라고 불러줄 때 그 존재는 비로소 꽃이 된다고 설파한 바 있다. 자본가에게 이름을 찾아주고 싶다. 경제인도 아니요, 경영인도 아닌, 바로 그 자본가... 왜, 그 이름이 부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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