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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몇 권

읽은지 오래되서 기억도 잘 안나지만... 기록없이는 기억도 없다는 안타까운 자가진단에 따라 이렇게 쪽 메모라도 남겨둔다. #0. 권셩현, 김순천, 진재연 엮음.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후마니타스 2008

주변에서, 7월 중 생일인 사람들 대부분에게 모두 이 책을 선물했다. 소박한 꿈에 대한 '소박한' 응원이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바라는 건, 그렇게 엄청난 게 아니었음을 다시 확인했다. 근데 그 소박한 꿈을 이루기가 너무 어렵다라는... 이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즈음, 신촌 홍익문고에 들렀다가 아래와 같은 책도 보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이런 일도 한다... 이랜드 사장님은 매우 훌륭하시며, 직원들은 또 얼마나 훌륭하시던지... 훌륭함이 지나쳐, 가슴이 콩닥거리고 내 머리에 스파크 일어났더랬다 ㅡ.ㅡ

 

 

#0. 박노자 [박노자의 만감일기] 인물과 사상사 2008

 

 

지은이가 블로그에 올렸던 소소한 글들을 묶어낸 책이다. 그러다보니, 좀 어정쩡하다. 워낙 잘 알려진 논객(?)이다보니, 블로그라는 것이 완전히 사사로운 개인만의 공간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좌하고 참고문헌 달아가며 쓰는 논문인 것도 아니고... 이성적인 글에서는 논리가 충분히 정리되지 못했고, 감성적인 글에서는 도덕적 자기검열이랄까... 전반적인 흐름에는 동의하나, 곱씹어 다시 읽거나 돈주고 사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었다. #0.Neil Gaimen & Terry Pratchett [Good omens]

영국 아자씨들의 유머 코드는 비슷한가봐. 읽으면서 계속 더글라스 아담스와 몬티 파이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나 썰렁하면서 웃기던지... 생각만 해도 웃김 ㅎㅎ 닐 가이먼은 정말 빼어난 이야기꾼인것 같다. [Neverwhere]가 고전적이면서도 약간은 우울한 판타지였다면, [American Gods]는 시니컬하면서 도저한 이야기가 있었고, 이번 책은 정말 쾌활하면서 개그 작렬... 테리 프래챗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었는디, 이번에 글래스고 서점에 가보니 디스크월드 25주년이라고 서점 안이 완전 도배가 되어 있더구먼... 사실, 판타지 종류 별루 안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이런 거 계속 읽고 있는 이 심리는 뭔지 모르겠다만... 웬지, 닐 게이먼 책은 또 읽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기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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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쌍관의 구조

출국 전날에도 밤늦도록 빨래 하느라 허둥댔는데, 귀국한 날에도 돌아가는 세탁기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어여 돌아라.... 빨래 좀 널고 자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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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ntended consequence

이번 주 한겨레21 기사 중에 국가인권위와 한겨레가 공동 기획했다는 세계인권선언 감상문 공모 결과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최우수, 우수상 수상자는 성인이고, 가작, 장려상은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무심코 명단을 읽다가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 명은 서초구에 위치한 명문사립고등학교 2학년, 두 명은 각각 외고 3학년, 한 명은 사립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다. 인권위 홍보대사인 공지영씨는 정말 놀랐다면서, 이런 젊은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든든해졌단다. 근데 내 마음은 왜 무겁나? 인권 감수성? 혹은 지식이라는 것도 이제는 고급 아비투스가 되어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이 학생들의 진심을 폄훼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봉사활동에서 만난 난민 친구에 대한 그들의 마음이 결코 거짓일 것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그저, 다만... 이 한국 사회에서, 사실은 인권에 대해 '경험적으로' 가장 많은 것을 알고 (비롯 바로 그것이 '인권'인지는 모른다해도), 또 인권을 가장 열심히 또박또박 공부해둘 필요가 있는 아이들, 학생들은 이런 공모전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라는게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주간지를 읽으며 아이들에게 이런 공모전에 출품해보라고 권유해주는 부모님이 있는 아이들과,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동네 보습학원이라도 보내주는게 최고 목표인 부모를 둔 아이들, 혹은 그마저도 어려운 아이들이 과연 경쟁상대가 될까? 이 수상자들은,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대입시에서 부가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강남, 혹은 특목고 출신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나 수상경력은 화려하다. 성적도 좋은데다, 각종 봉사활동 경력도 화려하고, 경시대회는 기본이니, 이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수상이라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박찬욱 감독의 [쓰리,몬스터]에 보면, 실력도 있고, 집안 좋고 부자인데다 심지어 인간성마저 좋은 영화감독이 등장한다 (이병헌!) 구김살 없이 자라다보니, 부잣집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게 요즘 세상이다. (뭐 안 그런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이제 인권감수성이니, 인간에 대한 배려니, 이런 것도 배려할 여유가 있는 사람의 최상급 아비투스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살벌각박한 이 한국사회에서, 없이 사는 사람들끼리 '인간으로서' 서로를 배려하고 돕는 '달동네'의 신화는 깨진지 오래다. 혹시라도 미래에, 가난한 이들이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쓰며 또다른 사회적 소수자에게 군림하려 하고, 부유한 이들이, 지식과 "봉사활동"을 통해 키운 드높은 인권 감수성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나가는 세상이 오는게 아닌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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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사전적 정의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 economic man 이란다. 그렇다면, 도대체 경제활동이란 무엇인가? 노동력이나 자본/토지를 투여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혹은 그것을 소비하는 것. 심지어 이런 생산과 소비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활동도 또한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오늘 사면된 이들 중, 경제인이 아닌 사람은 없다. 현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론, 물물교환이 시작된 이래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간이라면 직간접적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 기업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그들만을 유독 경제인이라고 불러주나? 기업가 business man, 자본가 capitalist 같은, 오직 그들에게만 쓰일 수 있는 남다른 호칭 다 놔두고? 경제활동은 그들만 했나? 나도 하고, 그네들 밑에서 온갖 치사한 꼴 보면서 일한 노동자들도 남부럽지 않게 경제활동했단 말이다. 흠... 고도의 물타기 신공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김춘수는 그의 시에서, 누군가 꽃이라고 불러줄 때 그 존재는 비로소 꽃이 된다고 설파한 바 있다. 자본가에게 이름을 찾아주고 싶다. 경제인도 아니요, 경영인도 아닌, 바로 그 자본가... 왜, 그 이름이 부끄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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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주말 저녁 일도 안 되고, 밀린 기록이나 정리!

 

 

이레 출판사에서 2005년 출판. 학회 소식지 서평 부탁하려고 드린 전화에서 J 샘이 적극 추천해주신 책이라 읽게 되었다. (오래 되서 포스팅 하려는데 기억이 안 나 다시 페이지 찾아봄 ㅡ.ㅡ) 흠, 저자는 프랑스에서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는데, 자그마치 1969년 생... (평범 임노동자 우리집 김씨와 동갑인데, 기사작위에.. 대머리 ㅎㅎㅎ)

Status Anxiety (지위 불안) 이라는 원제를 왜 안 살렸는지 모르겠다. 그게 더 좋았을텐데...

저자는 왜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회적 성공, 지위 상승을 갈망하는가에 대해 역사 속의 철학/문학/예술에 나타난 풍부한 사례들을 엮어 아주 풍부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이론적/실증적 분석에 익숙한 나에게는 간만에 보는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책! 우리 업계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책은 못 쓸 것이여 ㅎㅎ

 



알랭은 세상으로부터의 인정을 '세상이 주는 사랑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표혔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지위 불안은 세상으로부터 사랑을 얻지 못할까봐 느끼는 불안이라는 것이다. (잠시 딴 생각... 여의도 텔레토비 동산의 거드름피우는 양복쟁이들, 그들이 진정 원했던 것 또한 사랑이었을까???)

 

속물의 특성에 대한 알랭의 해설은 간단하고도 핵심을 찌른다. '속물의 특징은 단순히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본다는 것... 속물의 일차적 관심은 권력이며 권력 구조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리고 순식간에 속물의 존경 대상도 바뀌...' 그러면서 '사치품의 역사는 탐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감정적 상처의 기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동의!

 

그는 현대의 소위 '능력주의'가 가져온 슬픈 결과를 이야기한다.

과거, 가난한, 혹은 신분이 미천한 이들을 위안하던 세 가지 이야기, "첫째, 가난은 가난한 사람들 책임이 아니며 가난한 사람은 사회에서 가장 쓸모가 크다. 둘째, 낮은 지위에 도덕적 의미는 없다. 셋째, 부자는 죄가 많고 부패했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강탈하여 부를 쌓았다..... "

그러나 이들은 자본주의로의 전환기에 새로운 세 가지 능력주의 이념으로 변한다.

 

첫째, 빈자가 아니라 부자가 쓸모 있다 (일종의 낙수이론이라 보면 되겠다. 한국 사회에서 잘 통하는, 인재 한 명이 보통 사람 백 명을 먹여살린다는 이야기).

 

둘째, 지위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 - 물론 이는 타당한 면이 있다. 이는 세습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근대이념으로서의 의의가 있었다. 토마스 페인 (1791)은 봉건적 세습을 비웃으며 이렇게 썼단다. "문학과 과학에 세습제를 적용하면 이들 분야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생각하며 혼자 웃음을 짓곤 한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정부에도 적용시켜본다. 세습적인 통치자는 세습적인 작가만큼이나 모순적이다. 호메로스나 유클리드에게 자식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설사 있었다해도, 그들이 완성시키지 못한 작품을 아들이 완성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런데 작금 포스트모던 21세기에도, 18세기 작가가 상상만으로도 우습다던 일들이 여전히, 더구나 합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니 쫌 슬프다. 대통령도 세습하고 (부시 가문), 기업도 세습하고 (이씨 가문)...

 

셋째, 가난한 사람들은 죄가 많고 부패했으며, 어리석음 때문에 가난한 것이다. 그렇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경쟁을' 해야한다는 신임 교육감님의 말씀이 바로 이것이다. 열심히 하면 되는데, 안 하니까 낙오되는 것이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능력주의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주는, 엄청난 자가발전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성공하는 사람의 && 가지 습관 류의 자기개발서가 눈부시게 팔릴 수 있다. 성공하는 비법을 답은 '시크릿'이 그렇게 몇 백만 부 팔리면, 그게 어디 더이상 시크릿일까???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세상은 능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의 불확실성들이, 우리 능력 너머에 존재하고 있다. 알랭이 제시한 다섯가지의 예측 불가능한 요인 - 변덕스러운 재능, 운, 고용주, 고용주의 이익, 세계 경제...

 알랭은 특히 자본주의 생산체계에서 임노동자의 이야기를 이렇게 그려내고 있다. ".. 노동과 다른 요소(원료, 기계)들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다... 노동자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생산라인 가동비용이 엄청나게 비싸지면 가동을 중단하기도 하는데, 이때 기계는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한탄하지 않는다.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천연가스를 사용해도 도태된 자원은 절벽에서 뛰어내리지 않는다..."

산업현장에서의 경제적 요구와 인간적 요구 사이에서 "... 언제나 경제적 요구가 선택된다.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임금에 의존하는 모든 노동자의 삶에서는 불안이 떠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들 문제에 대한 작가의 나름 해답은..

 

첫째는 철학적 해법이다.

세속적 가치를 떠나, 통찰력 있는 눈으로 인간 그 자체를 바라보고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렇게 인간성을 통찰력 있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한 가지 불리한 점은 이런 관점을 따를 경우 친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ㅡ.ㅡ

 

둘째, 예술이 이러한 통찰력을 키우는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백만번 동감!!! '소설은 감추어진 삶의 목격자'라는 표현은 아주 적절한 것 같다. 그는 예술이 그려낼 수 있는 인간의 본질적 모습과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만일 소설의 내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사회는 그 표면만 보고 이렇게 떠들 것이라고 했다.

"오셀로 - 사랑에 눈이 먼 이민자 원로원 의원의 딸을 죽이다

마담 보봐리 - 쇼핑 중독의 간통녀 신용 사기 후 비소를 삼키다

오이디푸스 왕 - 어머니와 동침으로 눈이 멀다" 아주 그럴듯하지 않나?

 

셋째, 정치... 알랭은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는 러스킨의 말을 인용했다.

그래, 바로 이게 정치의 역할 아닌가 말여...그러면서 저자는 '분석을 통해 (현존하는) 이데올로기가 (태생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밝혀 그 뇌관을 제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넷째, 기독교...

뭐 딱히 기독교를 통해 구원받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불멸, 혹은 위대한 존재 (그것이 신이든, 자연이든) 앞에서 자기 존재의 유한함을 자각함으로써 지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초기 기독교 같은) 공동체 유대가 강화될수록 혼자 어떻게든 성공해보겠다는 지위 불안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평소의 인상이 하도 뭣 같아서 딱히 액면 그 자체는 받아들이기 어려우나,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동감... 우주의 역사를 1년 달력으로 비유했을 때, 인류가 출현한 것은 12월 31일 자정 몇 분 전이었다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나에게는 오히려 더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

 

마지막으로는, 보헤미안적 삶을 사는 것이다.

그는 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들레르의 알바트로스를 인용하기도 했는데, 이 시를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자아도취형 인간들의 매니페스토' 쯤으로 생각해온 나로서는 쪼금 당혹.... 요즘에는 소위 보헤미안 적 삶도 하나의 유행이자,고급(?)스러운 아비투스가 되어버린 것 같아 과연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어쨌든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어찌 보면, 일체 유심조의 결론으로 흐르는 듯?

세상이 어찌 되든 네 마음의 평정과 통찰력이 가장 중요하다...???

 

한 가지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최소한 이 한국 사회에서)지위 불안은, 세상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할까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에 대한 위협 때문에 생기는게 아닐까 싶다. 세상의 사랑 좀 안 받아도 좋은데, 최소한 인간다운 생존을 할 있게 확 떠밀어버리지나 말았으면 하는 애타는 마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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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자그마치!!! 새벽 6시에도 해가 중천에서 이글이글 작렬하더라. 무서버라... 해뜨기 전에 출근하려면 도대체 몇 시에 나와야 하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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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터 네돌맞이 강연 및 토론회

이번 주 토욜입니다.

이동네 인근에 사는 분들, 많이들 와주셈...

(서울은 몰라도, 대전에서 이런 강의 한까번에 듣기란 쉽지 않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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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맞이 공지 ㅎㅎ

벌써부터 생일 선물 뭐 받고 싶냐는 질문이 쇄도(까지는 아니고 ㅎㅎㅎ)하여...

몇 가지 올려봅니다.

더위 먹었냐고 욕하지 마셈 ~

 

취향껏 골라주시고, 미리 저에게 알려주세요. 중복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혹시 아래의 선물이 아니라 맛난 거를 사주신다거나, 아님 직접 해주신다거나, 또는 근사한 공연장에 데려가주신다면 그것 또한 대환영입니다요...

저는 답례로 감사의 마음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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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림살이 부문

 

1) 싱크대 매트 - 예전 쓰던게 낡아 이사올 때 버렸는데, 아직 장만을 못했음. 꽃무늬나 만화그림 싫어함.

 

2) 앞치마 - 엄마가 어디서 공짜 사은품 받아 온거 얻어 쓰고 있는데, 물 같은 거 튀면 그대로 옷으로 스며들어 도대체 왜 앞치마를 하는지 모르겠음. 생활방수 같은 거 되는거 없을까요???  꽃무늬, 레이스 싫어함

 

3) 공간 박스 - 원목으로 된 튼튼한 거... MDF 는 부실하더라는 ㅡ.ㅡ 그림 액자들이 꽤 있는데 올려놓을 데가 없어요. 그렇다고 장식장을 사는 것은 비경제적이고, 책도 꽂고 자유롭게 활용가능한 박스가 적절할 듯...

 

4) 공구상자 - 미니사이즈 전기 드릴까지 들어있음 금상첨화!!!

 

5) 커피 드리퍼 - 집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초미니 사이즈라 (싼 거라 어쩔 수 없음), 손님 오면 힘들어요. 머그 컵 딱 하나 분량이다보니 두 잔으로 나눠 마시거나, 아니면 손님을 위해 제가 포기함 ㅎㅎㅎ 드리퍼가 있으면 좋겠더라구요. 여럿이 동시에(!!!) 마실 수 있잖아요  

 

 

2. 아트 (???) 부문

 

1) DVD 타이틀 - 알라딘 세일 중

* 스캐너 다클리 - 이거 한국에서 개봉은 했었나??

* 아주르와 아스마르 - 대대손손 물려줄 보물의 가치가 있음!

* 페르세폴리스 - 여러 번 보고 싶어요...

* 미래소년 코난 (알라딘 특가!!!)

 

2) 음반

* 자우림 7집

 

3) 시리즈물

* 20세기 소년 전집

* 몬스터 전집 혹은 마스커키튼 전집 - 두고두고 음미할 책...

 

4) 기타

* 스페이스 워프 - 집들이 선물로 해달라 했는데 아무도 안 관심을 안 보임 ㅜ.ㅜ

 (http://www.doggaebishop.com)

* 각종 불사의 식물들....  생존 능력이 탁월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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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면 추모비

얼마 전 (7월 2일), 모란 공원에서 문송면 열사 20주기를 맞아 추모비가 건립되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때가 87년 7월이었군요.

잘난 고삐리가 나랏일을 걱정하는 동안, 문송면 군은 수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더랬죠.

그 당시, 7-8월 노동자 대투쟁이 참으로 이기적이고 분별없는 떼쓰기라 생각했었습니다. 6월 항쟁은 좋은 거, 근로자(!)들의 데모는 나라경제 망치는 나쁜거 ㅎㅎㅎ

 

 

문득, 2008년 가난한 열 다섯 살의 청소년들은 과연 문송면 군(!)보다 행복하고 건강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수은보다, 이윤보다" 오래 살아남으라는 송경동 시인의 글이 참......

 

 

 

추모비는 세웠는데, 아직도 비석 값을 다 마련하지 못했다네요.

요즘 여기저기 후원할 데가 많기는 하지만, 여기 들르시는 분들 그래도 작은 정성을 보태주세요.. (실은 아직 저도 까먹고 못 냈음 ㅜ.ㅜ 오늘은 꼭 입금해야지...)

 

계좌번호 489701-01-360840 국민은행(김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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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기록들

최근 중/장거리 이동 중에 읽거나 보게된 실제와 가상의 혁명 기록에 대한 단상..

 

#0. Robert Heinlein.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Tom Doherty Associate Inc. 1997 (원작은 1966년 발표)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소위 SF 업계 Big 3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와 함께)중 하나인 하인라인의 작품으로, 휴고와 네뷸러 동시 수상작...

(책으로 읽은 것은 아니지만) Starship troopers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작가의 의중을 모르겠음 ㅡ.ㅡ

스타쉽 트루퍼스가 군사주의를 찬양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도의 안티인지 헷갈리는 것은 아마도 하인라인의 정치적 이력을 알고 있기 때문일 듯. 그는 베트남전에 찬성했던 우파. 그런데 위키에 찾아보니 과거 업톤싱클레어의 사회주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는군. 더 헷갈려 ㅜ.ㅜ (하긴, 평생  일관된 이력을 가지고 살아가기가 쉬운 일인가??? )

 

이 책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적 존재에 대한 도전으로서 혁명을 찬양하고, 더구나 주인공 중 한 명인 Bernardo 교수의 언설을 통해 개인의 자율성에 기반한 아나키 철학을 옹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비합법적인 전위에 의한 수직적 의사결정구조, Mike 라는 슈퍼컴퓨터의 철저한 '지도', 의회의 '조작'을 매우 긍정적으로 그리는 다소 어리둥절(?)한 양상을 보인다. 이거 도대체.... ㅜ.ㅜ

 

나름 합의점을 찾아본다면,

작가는 지향 측면에서 자유주의자로서 자유주의적 혁명을 옹호한다, 플러스

1960년대에 상상가능했던 혁명운동이란 러시아에서처럼 전위가 지도하고 비밀 세포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었기에 작가의 상상력도 거기에 제한되었을 것이다?

 

우쨌든 이런 정치적/사회적 해석은 차치하고, 참으로 기발한 상상력과 문장력으로 쓰인 것만은 사실이다. 네트워크를 가로지르는 핵심 노드에 자리한 슈퍼컴 Mike의 존재와 기능은 오늘날의 기술수준에서 돌아볼 때, 정말 획기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상상력이 아니었나 싶다. 중력의 문제를 혁명 성공 가능요인의 중심에 자리잡게 한 것도 매우 그럴듯하고... 다만 생물학적 문제 - 정상세균총과 병원체의 다이내믹에 대한 부분은 좀 아쉬웠다 (이 부분은 아시모프의 소설들에 훨씬 사실적으로 그려짐). 또한 미국사회에 끼친 파장도 대단하여 이 책에 등장한 'TAANSAFL: There ain't no such things as a free lunch" 이 관용어로 널리 자리잡게 되었다고...

 

하지만, 뭐랄까... 아쉬운 것은...

달과 관련된 혁명운동을 다루고 있는 Ursular LeGuin의 [Disposessed] 와 비교해볼 때, 전자에서의 회한과 정서적 몰입이 전혀(!) 일어나지 않더라는.... 

정통 Hard SF 의 명작이라 칭할만하기는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깊이와 철학적 성찰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소위 SF 명장이라는 양반한테 이런 평 했다고 밤길에 테러당할지도 모르겠다 ㅎㅎ) 솔직하게도, 루니들의 투쟁에서 '절박함'과 혁명운동의 어떤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겠더라. 글을 너무 머리로만 썼나봐?  하드SF 라고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 Joe Haldeman의 소설들을 보라구!!!

 

그래서 생각이 들었다. 

과연, 혁명이 이렇게 이루어져서야 쓰겠나?

나는 이 혁명 반댈세!



#0. Patricio Guzman 감독[La Batalla de Chile]- 칠레전투 3부작, 1972-79년

 

 

 

무릇, 혁명이란 이루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고, 그 지켜가는 과정 자체가 혁명이라 하겠다. 아주아주 힘든........

하인라인의 소설에서 루니들은 컴퓨터와 뛰어난 혁명가들의 혁혁한 공에 힘입어 혁명을 성공시켰지만, 현실에서의 혁명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더구나 민중권력이란...

 

선거에서 이겨보자고 만들었을 노래 Venceremos는 어찌도 이리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만 하는 건지.... 다큐가 그리고 있는 혁명시기 민중권력의 모습은,그 '바람직함'에 가슴이 떨리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절박함/긴박함 (그리고 그 비극적 말로를 알고 있기에) 때문에 더욱 안타깝기만 했다. 

1부 마지막에서, 반동적 군부의 총구와 나의 눈이 (카메라를 통해) 마주치고 급기야 그 총탄에 의해 화면이 뒤집히는 장면에서,역사의 기록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옌데는 포탄이 작렬하는 대통령궁에서 이야기했다.

"그들은 힘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력이나 범죄행위로도 사회변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것이며 인민이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더 자유롭게 걷고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할 역사의 큰 길을 인민의 손으로 열게 될 것입니다." (1973.9.11 Salvador Allende)

 

그리고 반동의 총공세에 저항하기 위해 나서는 초라한 행색의 한 남성 노동자는 이야기했다.

"전 이 정부가 민중의 정부라는 걸 압니다. 저는 이미 결심했기 때문에 두렵지 않아요. 얼마 전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내겐 자라나는 두 아이가 있고, 그 애들이 다 커서 내가 어떤 이유로 죽어야 한다면, 평생을 착취당해왔던 노동자로서 대의명분을 위해 죽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죠."

 

단기적으로 패배한 듯 보이는 혁명도,

그 정신은 오롯이 남아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여 또다시 분출되고,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마지막 장에 하대치가 남긴 이야기처럼 말이다...

 

감독과 카메라맨들의 이 뜨거운 시선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우리는 그 소중한 역사의 한 때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거친 흑백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투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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