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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네의 비애 ㅡ.ㅡ

엊그제 밤에 집에 가다가 정이를 만났다. 이제 중 3이라, 희망 고등학교에 원서를 넣어놓고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나한테 무슨 고등학교 나왔냐고 해서 **라고 이야기해주니 화들짝 놀란다. 그 학교를 도대체 어떻게 다녔냐고!!! 그 학교는 산꼭대기에 있어 애들이 아무도 원서를 안 쓰려고 하기 때문에 3지망으로 쓴 학생들도 다 받아준단다. 이렇게 높은데 학교가 과연 있을까, 하여 신동엽의 '있다 없다' (이런코너가 있남?)에도 나왔단다........ 뭐, 나도 고등학교 첨 입학해서 정말 현실을 믿을 수 없기는 했다. 교실에 올라가면 항상 초죽음 상태. 지각해도 절대 못 뜀 (가파른 언덕길에 뛰어봤자 제자리 ㅜ.ㅜ) 그래도 1학년 때 20분 걸려 올라가던 곳을 3학년 되면 모두 8분 주파가 가능해진다. 나는 아침마다 산동네 우리집을 내려가 또다시 다른 산동네로, 하루에 작은 봉우리를 두 개씩 정복하고 다닌 셈이다. 그래서 다리가 튼튼한가? ㅎㅎ 졸업하고 나서 '호기심 천국'에 진짜로 나온 적이 있었다. "언덕길 많이 올라다니면 다리가 정말 굵어지나요?" 우리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여학생이 음성변조로 질문했던게 아직도 떠오른다. 친구들이랑 전화하며 완전 어이없어 했더랬다... 그래도 맑은 공기에 사계절 나무와 꽃들이 아름답고, 야자시간에 노천극장에서 서울 천하를 내려다보며 (^^) 커피 마시고 노닥거리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학생들의 비호감이 날로 커져,에스컬레이터도 설치하고 심지어 셔틀버스도 마련했단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근데, 뭐, 좀 슬프기도 하다. 내가 특별히 애교심이 높은 건 아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단지 학교가 산꼭대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호감이라니... 산동네는 이래저래 서러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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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라...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고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만큼, 그야말로 나라 꼴이 총체적 난국이다. 입 달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마디씩 하고 있는지라 (그것이 진지한 신문칼럼이건 술자리 뒷담화건) 뭐 어줍잖게 입벌리는 것조차 머쓱할 지경이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빌미삼아 진행되고 있는 예의 그 구조조정 드라마에는 도저히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가 없다. 뉴스를 보고 있자니, 구조조정은 인력감축, 즉 해고와 동일시 되고 있으며, 더 많은 인력을 줄이는 것이 피치못할, 혹은 바람직한 방향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도대체 경영이 뭔가? 애들 장난도 아닌데, 장사 좀 된다 싶으면 대충 사람 뽑아 쓰고, 인력이 좀 남겠다 싶으면 그냥 잘라버리고, 이거 아니네 싶으면 다시 뽑고.... 이게 경영인가? 이거 하는데 대학 4년과, 그것도 모자라 MBA, 박사학위들이 필요했던건가? 이렇게 무차별적 해고를 감행함으로써 개별 기업의 경영상태는 일시적으로 완화될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사회적 차원에서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현재의 대량 인력감축 사태를 맞아 의료보험 없는 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개별 가구가 부담하거나 혹은 사회보장 지출을 통해 보상될 것이다. 인력감축을 감행한 기업으로부터 사회, 혹은 개인으로 비용이 전가되는 것이다. 예전에 월마트가 노동자들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메이케이드에 편입되자, 시민사회 (소위 납세자들)는 바로 이를 문제삼아 월마트를 공격했다. 기업이 할 일을 공공에 전가함으로써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이 취약한 한국사회에서 (OECD 국가들 중 압도적 하위그룹을 몇 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될 것이다. 실업은 비단 금전적 측면에서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행복과 건강 이라는 측면에서도 '상당한'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는 실업의 비금전적 측면이 직접적 소득 감소보다 7배나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실업과 관련한 비용-효과 분석에서 이 부분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숫자로 나타나는 300명 감원, 15% 인원 감축... 이것이 300 가구의 슬픔과, 나와 비슷한 15% 시민들의 눈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런 뉴스를 보면서 '잘 하고 있구나'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를 잃는 것은 노동력 1단위가 아니라 따뜻한 심장을 가진 노동자, 인간 아무개 씨 아닌가 말이다. 그러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행복 지수는 예외적으로 낮고, 자살률은 또 예외적으로 높고, 어딜 봐도 적자생존 정글이다. 무작정 사람부터 자르고 보는 이 엄청난 만행은, 제발 좀 거두어주셨으면 한다. (내가 도대체 누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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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전의 순간

엊그제 모임은 연구미팅으로 시작되어 근자에 보기 드문 알콜의  향연으로 끝을 맺었다.

 

빈병 늘어나는 속도가 학생 시절로 되돌아간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까지...

 

비록 상큼한 젊은이들은 아니었으나 (이제는 후배들조차 나이를 너무 처먹었쓰...)

아자씨들이 어찌나 귀엽게 수다를 떠는지, 극장식당에서 만담쇼 보는 기분이었다.

 



하여간 1차에서 미친듯이 웃고 떠들다,

도저히 헤어질 수 없어서 작심들을 하고 2차로 자리를 옮겼는데,

10석 남짓의 작은 까페에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고, 앞에는 기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마침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뭐랄까.... 약속이라도 한듯 치기가 끓어올랐다 ㅎㅎㅎ

 

우리는 노래패 회장이었던 J에게 기타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얼릉 연주하라고 다짜고짜 엄청 쪼아댔다,

하지만 십년도 넘게 기타를 잡아보지 않았던 J는 결국 연주에 실패했다.

우리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ㅎㅎ

 

이 때, 측은하게 이를 바라보던 과객께서 (주인장인줄 알았던 손님 ㅎㅎ) 대신 기타를 잡아주셨다.

J는 노래패 출신 답지않은 생목으로 (ㅜ.ㅜ) '사노라면'을 2절까지 진지하게 불렀고 우리는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좁은 실내, 담배연기가 너울거리는 침침한 불빛 아래 나무 탁자에 술잔을 걸쳐놓고 부르는 '사노라면'의 포스는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만들만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과객께서 다른 곡을 연주하셨다. 

 


♪ 불행아_노찾사 ♪

 

 

우리는 감전된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시절, 그 노래를 함께 불렀던 순간들, 그 특별한 의미....

파노라마처렴 장면들이 주르르 지나갔다고나 할까???

 

하지만, 약간 콧등이 시큰해지는 그 느낌을 뭘로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과거에 대한 회한도, 크나큰 향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상당히 놀라운 체험이었다.

그 짧은 순간, 다같이 찌릿! 했고 그걸 생생히 느꼈으니 말이다.

 

어떤 시간을 함께 기억할 수 있고, 그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게 진정한 친구 아닌가 싶다.  더구나 그것들이 '한때의' 추억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라면 말이다...

 

이어진 3차 (ㅜ.ㅜ)에서, 과거의 무용담을 파먹고 사는 사람은 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 오늘 20대 활동의 추억을 나누며 즐거워했듯, 훗날 함께 했던 30대의 활동들을 재미있게 추억하며 새해를 맞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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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질서...송년회

제목이 거창하기 그지 없다.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주지육림에 빠져 살았던 지난 연말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올해는 건전하고 아름다운 송년회 만들기에 매진할 생각이다. 송년회(를 사칭한 그냥 술먹기 모임)를 하자며 친구가 멜을 보냈는데, 일년에 두 번 이상 보면 친한 사이라는 이야기가 써 있다. 그런가??? 하도 일상이 단조로워 어제와 오늘이 헷갈린다는 이들도 있는데, 그래도 1년이라는 주기가 있어 이렇게 한번씩 모여서 얼굴도 보고, 각자 나름대로 결의들도 다져볼 수 있으니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만일, 지구의 공전주기가 더 짧다면 어찌 되었을까? 송년회도 더 자주 하고, 신년계획도 더 자주 세우고, 반성도 더 자주하고... 조금 더 삶이 활기차게 변할까? 아니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전을 치르느라 삶이 더 팍팍해질까? 우쨌든, 바야흐로 우주의 질서가 송년회의 주기를 결정하는구나!!! 새삼 놀라운 발견이다 ㅎㅎㅎ 하긴, 칼 세이건 할배 말씀대로,우리는 모두 별의 자손들인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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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과

점심을 먹고나서, 후식으로 가져온 사과를 꺼내려 했다. 집에서 먹으려면 내가 깎아야 하지만, 사무실에서는 다른 샘이 깎아준다. 나의 사과 깎는 모습은 목격인들로 하여금 속을 터지게 만들어 과도를 뺏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 그런데, 사과가 없었다. 이럴 수가 있나? 아침에 분명히 냉장고에서 꺼내 가방에 넣었는데??? 버뮤다 삼각지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외계인한테 납치(!)라도 당한 것일까? 아님 사과의 유체이탈??? 이런 걸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부른다. 사건은 풀리지 않을 미궁 속으로 소용돌이쳐갔다. 도대체 내 사과는 어디로???


저녁에 천안에 강의가 있어서 아침에 차를 가지고 출근했더랬다. 퇴근 시간 무렵, 강의 시간 늦을라 허둥지둥 주차장에 내려와보니, 재투성이 뉴프라이드 문옆에, 박살난 사과의 사체가 놓여 있다. 아.... ㅜ.ㅜ 칠칠맞게, 아침에 차에서 내리다 사과를 떨어뜨렸나보다. 저 정도 유해라면, 퍽 소리가 났을텐데... 청력이 정말 안 좋긴 한가봐.... 사과를 둘러싼 신비로운 초자연적 현상은, 결국 칠칠맞음과 귀 어두움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설명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불쌍하고, 아까운 사과... 이제 냉장고에 하나밖에 안 남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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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우면 안 될까?

0. 선사시대 인간들에게는 고독감이 없었을까? 어쩌면 고독이란, 자의식이 충분히 발전하고 나서야 생길 수 있는 고도의 인지기능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몇 달 동안 집 앞에 생겨난 바 Bar 들을 바라보며, 퇴근길 궁금증이 끊이질 않았다. 도대체 한국 사회 아저씨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아파트 숲 속에 저토록 많은 bar 들의 존재가 영 불가사의다. 동네에서, 조명이 밝혀지면 밖에서도 웬만큼 들여다보이는 1층 bar에, 홀로 앉은 아자씨들이 아가씨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신다. (지난 주인가 한겨레 21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소개되기는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회사 이야기, 가족 이야기?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이가 없는 건 아닐까?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던 시구는 아마도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여전히 고독하다'로 바뀌어야 할 듯 싶다. 사람들은 외롭다... ㅡ.ㅡ 0. 얼마 전 지인들이, (마치 비타민을 먹듯) Prozac을 먹는다는 소리를 전해듣고 허거덕했다.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왜 Prozac 이 필요한 걸까??? 우울증은 우리 시대 진정한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일까??? 0. 항상 성실하고 우직한 모습을 보여왔던 부산의 Y 샘이 본인이 '심리적 유고' 상태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나는, 햇볕이 잘 안 드는 반 지하 사무실의 조건 때문에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작금의 한국 사회와 주변 상황을 보며 느꼈던 작은 절망들이 그야말로 '티끌모아 태산'을 이룬 결과 아닐까 싶기는 하다. 부산의 단풍은 어때요, 물어보니, 모르겠단다. ㅡ.ㅡ 메마른 마음 속에 은행잎 하나 들어앉을 틈이 없나보다 ㅜ.ㅜ 0. 우리는 뭐하러 사나? 길지도 않은 인생, 좀, 즐겁게, 서로와 공감하며 살아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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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

무슨 근거로 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전 인근의 '대둔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 중 무려 6위에 랭크되어 있는 나름 유명한 산이다. 경관이 수려함은 물론이거니와 고공철교와 아찔한 철계단이 짜릿함을 자아낸다고 하여 꼭 한번 가봐야지 했던 산이다. 그런데,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일단 대전동부터미널에서 하루에 버스가 무려 단 한 번!!! 이게 말이 되나 모르겠다 ㅡ.ㅡ 서부 터미널도 하루에 달랑 세 번... 도대체 맞출 수가 없다 어제, 동부터미널 갔다가 미어터지는 버스에 경악하여 포기했다. 이미 좌석이 만원인 상태에서, 엠티가는 대학생 한팀이 꾸역꾸역... 기사 아저씨 내공이 대단하셨음... 기네스북 인간 많이 태우기 부문 출전자 아닐까 싶었더랬다. 그 버스 타고 차마 한 시간 못 가겠더라 ㅜ.ㅜ 그리하여, 코스 급변경... 터미널에서 젤 가까운 계족산에 갔다. 국립공원은 커녕, 도립공원, 시립공원도 아니고, 대덕구에서 관리하는 뒷산이다 ㅎㅎ 그냥 조금 긴 약수터 코스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도, 무려(?) 해발 420미터에 이르는 '계족산성'에 오르고 나니, 저 멀리 햇빛 속으로 금강이 아스라이 사라져가고, 아기자기한 단풍들이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동네 약수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운동기구 (^^)와 벤치들이 쪼금 웃기기는 했지만, 저수지(?) 잉어들과 수면으로 쏟아지는 단풍의 눈보라가 나름 운치... 저 험한 고비를 꼭 넘어야겠다, 늦기 전에 어서 내려가야겠다, 이런 부담 없이 슬슬 돌아다니니까 참 좋기는 하더라... ㅎㅎ 밀린 일들이 산더미라고는 하지만, 언제나 그만큼은 항상 밀려있으니, 그거 다 마치고 어딘가 길을 떠난다는 것은 영영 떠나지 않겠다는 소리와 같다. 이런 작은 행복을 유예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시간과 중력을 이기지 못하는 아름다운 나뭇잎들을 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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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 대선

rabbit님의 [] 에 관련된 글.

부시가 두번째로 당선될 때, 이 인간들 머리 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나 싶었다. 또라이 집단 아닌가 싶기도 했다. 최소한 이제 그런 비난은 못하게 되었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미국 정치에서 '개혁적으로 보이는' 대통령 1인이 무언가 큰 성취를 이룰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 제스쳐로 보아 기존의 팔레스타인 정책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어제의 선거결과를 폄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요즘 잠들기 전 Du Bois 의 평전을 한 쪽씩 읽고 있다. 첫 장에, 1963년, 워싱턴 광장에 집결한 끝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위 군중들 앞에서, 행사 진행자가 Du Bois 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때, 그 광장에 모였던 이들, 아직 살아있다면,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다. * 사족 다른 국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자국의 배타적 이익 추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치는 않지만, 대다수 자국민의 삶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어느 나라의 경우에 비하면 그것마저도 부러울 지경이다. 스스로 오바마와 닮았다니, 도대체 어디가 닮았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발가락이 닮았다???) 미국인들 또라이라고 흉보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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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사조!

오늘 볼일이 있어 모처럼 모교에 들렀다. 업무를 보고, 내친 김에 2년 반을 꾸준히도 미뤄오던 이비인후과 방문을 했다. 원래는 중이염 수술 후, 6개월 쯤 있다가 검진을 한 번 했어야 하는데 미국에 있느라 그것도 못하고 다녀와서도 어영부영.... 이비인후과 전임의를 하고 있는 서클 후배 L이 성심성의껏 귀를 파줬다. 귓밥이 한무더기 ㅎㅎㅎㅎㅎㅎㅎ 내가 면봉으로는 감히 꺼낼 수도 없었던 3년 묵은 딱지들도 깔끔히 처리해줬다. 선배가 자원방래했다고 다른 아이(?)들한테도 연락을 한 것 같았다. 중간에 다른 후배한테 확인 전화가 왔는데... 이 인간이 대답하길, "야, 나 ### 누나 귀 파는 중이야. 응.. 그리로 와" 마치 금광을 캐듯 어찌나 열심히 파는지, 조금 아프긴 했지만 참아줬다. 그는 내가 궁금해할까봐 내 귓속에 있던 존재들을 모아 보여주기까지 했다 ㅎㅎ 덕분에 귀가 뻥 뚤린 느낌이다. 뭐 이명은 여전하다만... 다행이 수술 후 상태는 아주 좋은 편이란다... 3년 묵은 걱정 해결!!! 로비의 찻집에서 오랜만에 동기, 후배들과 쥬스 한 잔씩 했다. 두런두런 사람들 안부를 나누다가, 전광석화처럼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으니!!! 성수노동자 건강센터 월세 후원금을 걷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CMS 약정서 한장씩 나눠주니 다들 순순히 쓴다 ㅎㅎㅎ 거의 오토매틱.... (어제 대전 출장왔던 K 도 약정서 하나 쓰고 올라갔다.) 어쨌든, 다들 전임의 신분이라 월급이 많지 않아 소액 후원을 하기로 했다. 벌이가 나아지면 증액하겠다고 했으니 기대해볼 일이다! 상담 프로그램에도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후원이나 무료 검진 지원 부탁할 때마다 발벗고 도와주는 이 '평범한' 의사들을 보면, 사람들이 이런 최소한의 배려와 성의만 가지고 살아도 세상이 참 좋아질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업무도 처리하고, 숙원사업인 귀파기도 해결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얼굴도 본데다 심지어 돈까지 걷어왔으니, 정말 알찬 하루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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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가을

이라고 제목은 썼으나 웬지 훌쩍 끝나버린 이 느낌은 뭐냐??? 모름지기, 단풍과, 책과, 따뜻한 차가 함께 해야 할 계절이나 그렇게 하지 못한채, 그렇게 어영부영 흘러가고 있다. 요즘 포스팅이 뜸한지라 통 근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몇몇 지인의 컴플레인을 접수하여 오랜만에 몇 자 적는다. 빅 브라더 빅 시스터들 ㅡ.ㅡ 포스팅이 뜸했던 건,바쁘기도 했지만, 국제정세부터 시작하여 개인사에 이르기까지 말문이 턱 막힐만한일들이 끊이지 않아, 그야말로 말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문을 닫고 살다보니,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ventilation 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블로그라는 반쯤 공개된 공간에 뭔가를 풀어놓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심오한 메타포를 통해 역경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킬 수 있으면야 좋겠으나, 그건 뭐 미션 임파서블.... 서론이 길었다. 책 이야기다. #0.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후마니타스 2008

 

 

우선 저자의 놀랄만한 성실함과 열정에 일단 대찬사 한번 보내드리고...짝짝짝!!! 예전에 프레시안에 기사 연재할 때도 흥미롭게 읽었더랬다. 책은 다소 딱딱했던 신문기사에 비해 훨씬 재미있고 쉽게 쓰여있었다. 나는 부동산 4계급이다. 조금만 마련하면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ㅎㅎㅎ 대안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이다. 대한민국 국민 치고 부동산, 교육 문제에 한 마디 거들지 못할 사람 없겠으나 (실제로는 줄기세포에서 세계 경제위기까지 ㅡ.ㅡ) 불평하고 '싹 다 갈아엎어야 돼' 하기는 쉬어도 이렇게 세심하게 대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 대안 자체도 래디컬하다고 비판받을 소지는 차고 넘친다. 점진적 토지 국유화라니...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 하지만 가정해보자. 손낙구 씨가 한반도를 쩍 갈라 물길을 파자고 이야기하고, 리만브라더스가 토지 국유화를 하자고 이야기하는 상황을.... 다시, 전자는 허무맹랑한 뻥이 되고, 후자는 화들짝 놀랍긴 하지만 임박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현실성"이란 그런 것이다. 아, 이제 답은 알겠는데.. 이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팀이 준비하고 있는 의료사유화 관련 책 준비에 참고하라며 후마니타스 대표님이 친히 하사하신 은전이다. 주신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직 우리 원고 마감을 못 시켜, 책상 위의 이 책을 볼 때마다 심한 죄책감... ㅡ.ㅡ)


#0.주제 사라마구 [눈뜬 자들의 도시] 해냄 2007

전편 [눈먼 자들의 도시]가 좋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은디, 나는 눈뜬 자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전작에서, 모두가 눈먼 그 시간과 그 장소에 대한 생생한 묘사, 인간에 대한 공포 등이 매우 흥미롭기는 했으나, 주인공(?)인 의사 부인의 영웅적 풍모, 혹은 성녀의 이미지가 좀 '전형적'인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훨씬 경쾌하고 훨씬 풍자적이다. 그리고 대놓고 정치적이다. 옮긴 이는 이 소설의 결말이 상당히 비극적인 것처럼 평가했는데, 글쎄올시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이토록 발랄하고 완강한 저항이 있으니, 몇몇 등장인물이 비극적 말로를 상황 전체에 대한 비관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소설을 읽는 중간중간, 할배 어쩜 이리 젊은 감각을... 하면서 놀라고는 했다. 중간에 인상적인 구절이 하나 있었다. "... 예의를 약간 걷어내고 말을 하자면, 이런 남자와 이런 여자들은 자신의 인생이라는 거울 앞에 서서 매일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라는 가래로 과거의 자기 모습이라는 얼굴에 침을 뱉고 있다." 몇 달 전에 세미나했던 책 (Cultures consequences)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청년기에는 급진적이었던 학자들이 나이가 들면, 보수로 회귀하고 마치 그것을 당연한 사회화/성숙 과정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건 Power Distance 가 높은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즉, 권력 질서를 비판하면서도 자신은 그 권력에 닿기를 애타게 소망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지, 당연하거나 보편적 현상은 아니라는... 그런 면에서, 나이 90을 바라보는 할배의 이런 날카로운 지적은 멋지삼!!! #0.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이레 2002

허접한 감성에세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J 샘의 추천으로 읽게 된 [Status Anxiety]를 통해 작가의 마력(?)을 뒤늦게 깨닫고 읽게 된 책이다. ".. 또 가계에 파탄을 일으킬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긴 여행이 열대의 바람에 살짝 기울어진 야자나무 사진 한장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정말, 이렇게 적절한 표현이 어디 있을까? 몇달 몇 년을 꿈꾸다 실행에 옮기는 여행도 있지만, 술자리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 가판대에서 집어올린 잡지의 표지사진 하나가 발단이 되어 자신도 예상치 못한 거대스케일의 여행을 떠났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는... 나 같은 경우는, 일명 앙코르와트 사건과 울릉도 사건이 대표주자 되시겠다 ㅎㅎ "...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이백 퍼센트 동감... 그래서, 어렸을 적(?)에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에 연연해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여행 길 자체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차와 승객 드문 시외버스를 선호... ".. 훔볼트의 흥분은 세상을 향해 올바른 질문을 가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해준다.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파리를 보았을 때 약이 올라 파리채를 휘두를 수도 있고 산을 달려 내려가 [식물지리론]을 쓰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렇다 ㅎㅎㅎ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 "인간의 삶도 똑같이 압도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태도로, 가장 예의를 갖추어 우리를 넘어서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아마 자연의 광대한 공간일 것이다. 그런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 삶을 힘겹게 만드는 사건들, 필연적으로 우리를 먼지로 돌려보낼 그 크고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을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게나 말이다. 이게 바로 내가 늘상 목말라하는 호연지기... 문제는 약효 지속기간이 너무 짧다는... 알랭의 눈을 통해 보들레르를 다르게 보게 되었고 (예전에는 자기애 환자 취급 ㅎㅎ), 에드워드 호퍼의 강박과 플로베르의 세상에 대한 '짜증'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마담 보바리' 첫 장에, 자신의 변호사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글을 보고 얼마나 세상에 시달렸으면..하고 연민을 가졌었는데,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했던 듯... 그리고 러스킨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똑같은 이유로, 러스킨은 데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내 마음 속에 들어있지만 끄집어내어 표현하지 못했던 조각들을 이렇게 쏙쏙 와닿는 말글로 대신 적어주다니... 이래서 작가가 필요하다... #0. 스타니스와프 렘[솔라리스] 오멜라스 2008

영화가 원작 소설을 그대로 그려내기란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돌아보니 영화가 쫌 심하게 왜곡.... 소더버그 영화야 워낙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타르코프스키 영화는 원작에 충실한 줄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 영미 작가들과는 또다른 기묘한 분위기, 의식과 인식에 대한 도저한 질문들이 정말 읽는 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책이다.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자꾸 몰아넣어 마치 스스로 켈빈이 되어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 같은 동화 현상....ㅡ.ㅡ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보면, 2차원의 인식틀이 3차원의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점이 XY 평면 떠나 Z축으로 이동하는 순간, 2차원자의 눈에서, 인식 세계에서 그 점은 '사라지는' 것이다. 점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식 가능한 범위를 벗어났고, 우리에게 관찰되는 현상은 '사라짐'인 것이다. 전혀 다른 인식의 틀과 방법을 가진 존재들이 조우했을 때, 과연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이해는 고사하고 서로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비단, 이는 외계행성 솔라리스와 지구인 사이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지구별 (별? 은 아니지) 작은 한국사회에서도 도대체 불가해한 이 상황들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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