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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언어...

근본을 알 수 있는 몇 가지의 번뇌와, 또 그 근본을 알기 어려운 번뇌로 건기의 사하라 사막마냥 피폐해진 나를 위로해준다며 츄파춥스가 '법구경'을 선물해주었다. 책 앞머리에 쓰인 한 구절에... 잠시 숙연해졌다. -------------------------------- 참회하나이다 언어로 진실을 희롱한 죄, 깊이 참회하나이다. --------------------------------- 입속의 검은 잎들이 넘실대는 이 세상에서 나 스스로의 언어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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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금지... 희망을 찾아서...

사람과 '가치' 문제에 천착한다는 점에서 보건학이라는 학문분야에 투신하게 된 것을 나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해왔다. 이러한 믿음이 변한 건 아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연구자로서의 자괴감이 큰 적은 없는 듯... ㅡ.ㅡ 학문적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나 할까..... #. mb 집권 이래 데자뷰 현상의 경험이 일상화되고는 있다지만, 10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88CC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에 참으로 난감했다. 2년 전, 뻐꾸기와 함께 한국 여성노동자 건강권 운동을 논문으로 정리하면서, 우리는 이를 중요한 사례로 다루었다. 투쟁과 연대를 통해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노동안전보건의 영역을 확장시킨 하나의 이정표 운운하며... 그런데, 논문의 종이가 바랠 틈도 없이, 다시 처음 그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도대체 뭘 어째야할지 모르겠다. 자괴, 당혹... #. 약 3년전부터 자살 문제를 탐구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왔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욱 오리무중인데다, 절대반지를 떠안은 호빗마냥 점점 더 '직시'하기가 어려워진다. 한 발 떨어져 문제를 해석할 수 있는 emotional detachment는 오히려 약화... 더구나 최근 일어난 일련의 죽음들은, 도대체 '인간의 조건'이라는게 무엇인지, 내가 여태까지 탐구해왔던 것의 성과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만들었다. 인간 고통에 대한 깊은 연민이 나의 동력이라고 스스로를 도닥여도 해결되지 않는 이 무기력이란... #. 좌절할 권리마저도 감정적 사치라는 생각이 드는 아주 기이한 시절에... 고통과 절망이 아닌, 희망과 행복의 조건을 탐구하는 그런 연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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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ss universe 풀세트

스트레스 사회학에서 이야기하는 stress universe 의 스펙트럼 - life events, chronic stress, daily hassles, lifetime trauma 거의(?) 풀셋트 패키지 앞에서 살짝 실소가 ㅎㅎㅎ 올해 초 토정비결 볼 때, 로또맞은거에 비견될만큼 운이 좋다고 했는데, 그 운은 도대체 어데로 간 건지 모르겠다. 음력으로 치면 이제 1/4분기가 지났을 뿐이니 좀더 기다려봐야 하는 거겠지? 아우.... 부동의 평정심 찾으러 어데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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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여한 없는 삶이라는 인생의 모토... 최근, 츄파춥스는 나에게 '여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 물론, 여한이 있어야 할 영역, 있을수밖에 없는 영역이 있고, 또 없어도 되거나 없어야 할 영역이 존재한다. 무엇을 이루기에는 짧은 생이지만, 아무 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긴 것이 인생이다. 일단(!) 하루하루 즐겁게 살기로 했다. 이러나 저러나 불안은 현대인의 삶에 내재한 항구적 속성 아닌가? 불안과 함께 사는 법, 불안정성과 즐겁게 동거하는 법... 이런 것들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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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사소함...

어디에나 그 정도의 불합리와 어려운 상황은 존재하기 마련... 뭐 그런 사소한 문제 가지고 괴로워해야 하나 싶지만, 세상에 그런 사소함들을 모두 압도하는 진짜 중요한 문제가 과연 얼마나 되나 싶다. 20세기 초, 미국 로웰의 여성 노동자들이 싸운 것은, 노동시간 늘리려고 시계를 뒤로 돌린 아주 유치하고 터무니없는 작태에 분노해서였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이 돌맞아 죽을 각오로 싸웠던 것은, 부부 간에 잠자리를 거부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80년대 민주노조 건설이 한창일 무렵,현대 노동자들의 요구 중에는 두발 자유화, 폭언 금지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바꾸려고 사람들은 때로 목숨을 걸고 싸우기도 한다. 뭐 저딴거 가지고... 다른 중요한 일도 많은데? 자존감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싸울지, 회피할지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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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 ratio

점심 먹다가 최근 뜨고 있다는 digit ratio 이야기를 들었다. 태아 시기 androgen exposure 수준에 따라 검지와 약지의 발달 정도가 달라지고, 그것은 뇌의 특정 영역 발달과도 관계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 남자 아이들은 검지에 비해 약지가 상대적으로 길고, 수학, 공간, 운동능력이 뛰어난데 비해 (소위 남성성), 여자 아이들은 검지가 상대적으로 길고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다들 밥먹다 말고 손바닥을 펼쳐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가 애써 찾아보았다. 근데 내 손을 보고 주변 사람들 허걱.... 그냥 척 봐도, 약지가 검지보다 길다. 자로 재 볼 것도 없게 생겼음 ㅜ.ㅜ 여태까지 한번도 신경써서 본 적은 없었는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선수들이 약지가 길다는데, 나의 경우는 도대체 뭥미??? 내 속에는 들끓어오르는 남성성이??? 그래도 언어적 재능 있다는 소리는 좀 들어봤는데, 그거와도 안 맞잖아??? 이런 종류의 연구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걸 보면, 인간 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생물학적 결정론은 참 쉽게 사람들한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이미 생후 2개월만 지나도 젠더역할에 대한 학습이 시작된다는 연구결과나, 사회심리적 속성이 한 사회내의 젠더 사이에서보다, 사회들 사이에서 더 크다는 결과 (물론 이 digit ratio 도 사회간 변이가 크다)들은 쉽게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만, 같이 밥먹던 이웃께서 나는 생물학적 특성에 심지어 사회화 과정까지 남성화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대체 어떤 거야? 여장 마초라도 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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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Misfortunes never come singly!" 과연 그것이 불'운' (mis'fortune') 인지는 모르겠다만.... 부동의 평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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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ertainty avoidance

독일의 사회학자(경영학자?) Hofstedt 는 국가간 비교연구를 통해 사회문화적 속성을 특징짓는 네 가지 구성개념을 도출한 바 있다. Power distance, Uncertainty Avoidance, Indivisualism (vs. collectivism), Masculinity가 그것이다. 이것이 개인의 성격을 유형화하기 위해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뭐 그닥 개인의 성향을 가져다붙여도 어색함은 없다. 이 중 불확실성 회피 성향은 맥락 요인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 같다. 실제로는 불확실성이 만연한 사회, 하지만 그 혼란과 예측불가능함으로 인해 피를 많이 본 사회의 경우 극도의 불확실성 회피 성향을 보인다. 다른 한편 흔히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일 것 같은 (불확실성의 요소가 가장 적을 것 같은) 사회 (북구유럽이 대표적)일수록 오히려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불확실한 미래라고 해봤자, 그닥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이유가 없기 때문 아닐까 싶다. 개인적 측면을 볼 때, 나의 불확실성 회피 성향은 가히 엄청난 수준이다. 이것은, 여행을 하다가 마주치는 뜻하지 아니한 생황을 즐긴다거나, 계획없이 주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충분히 예견하고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non-random" event 로서의 불확실성은 정말 못 견디겠다. 역치가 낮은 것일까? 예의없이 생활에 불쑥 끼어들어 행로를 급변경하게 만드는 그런 불확실성....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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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 탈취에 의한 축적

#. 데이비드 하비 지음, 최병두 옮김. [신자유주의 - 간략한 역사] 한울 2008

0. 개념의 인플레 현상 덕분에, 누구나 아는 것 같지만 막상 정색하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운 것들에 대한 정리된 모범답안? [Commanding Height]와 쌍을 이루어 읽는다면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칠레, 영국,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둘러싼 이 상반된 두 가지 해석이라니!!! 예전에 [commanding height]를 보면서, 이건 아니잖아... 라고 땅을 치면서도 막상 나의 목소리로 정확하게 비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콕콕 찝어주니 앗싸... 1. 해미와 함께 이 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디, 둘다 뜨끔했던 것은 '우리'의 리버럴한 성향에 대한 하비의 통렬한 지적... "사회정의의 추구는 사회적 연대와 더불어, 사회적 평등이나 환경정의를 위한 좀더 일반적인 투쟁과정에서 개인적 욕구, 필요, 욕망을 유예할 수 있는 자발성을 전제로 삼는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욕구와 필요, 욕망을 유예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지만, 소위 리버럴좌파 (혹자는 날나리 좌파라고...)들의 건전한 의도와는 달리 '자유지상주의적' 태도 자체가 신자유주의적 논리에 적극적으로 포섭당하고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 ㅡ.ㅡ 2. 저자는 그냥 자유 일반이 아니라 '어떤' 자유인가라는 질문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시민권/자유권 중심의 인권 개념을 비판한 것도 좋은디, 사회권에 대한 관심이 이미 진보진영 내에 폭넓게 공유되고 있음은 아직 잘 모르시는 건지... 혼자 너무 답답해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 3. 결국 신자유주의의 전략은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탈취에 의한 축적', 자본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계급권력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로 요약될 수 있으며, 내 방식대로 표현하자면, '전지구적 피라미드 혹은 돌려막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결코 약속한 대로의 성장을 가져오지도 못했고, 다시금 또다른 위기를 노정시키고 있다. 4. 밀턴 프리드만의 [capitalism and freedom] 을 읽으면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이상적인 최소 국가의 가능성을 하비는 쎄게 비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국가의 '실제'라는 별도의 챕터로.... 전반적으로, 이 책은 수식 현란한 본격적 경제학 서적이 아니고, 그렇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철학 혹은 역사서도 아니면서, 딱 내 수준의 궁금증을 가진 이들에게 신자유주의와 관련한 폭넓은 이슈들을 잘 개괄해주는 '개론'이라고 보면 되겠다. 국가에 대한 논의도 그래서 이해하기 쉬웠다. 5. 남한사회에 대한 평가는 다소 혼란스럽다. 신자유주의적 의제가 다소 완화되어 적용된 것으로 평가하는데, 여기에는 국가 주도의 강력한 발전주의적 전략과 노동계급의 저항(?)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어찌 보면 장하준 교수의 국가/재벌 주도 경제발전 옹호와 맞닿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노동운동의 조직력을 감안할 때 그 힘이 과도하게 평가된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고... 해외의 좌파들은 한국의 노동, 사회운동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혹은 인색하게 한국의 운동을 평가하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에 비해 과도하게 포장되어 알려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6. 예언 혹은 예측 신자유주의가 내적 위기로부터 도출된 대안들 - 이를테면 신보수주의, 질서와 도덕의 강조, 국민주의, 실질적 민주주의의 후퇴와 '법'의 전면화 -을 읽고 오늘날 한국 사회를 돌아보자면, '아, 이거 딱이잖아, 쪽집게네' 하는 생각이 들수밖에 없다. 그니까, 어쩌면 현재 한국사회의 퇴행은 우연한 돌발이라기보다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것이라는 말씀... IMF 구제금융 이후에 [세계화의 덫]을 읽고 '아니, 나만 빼고 세상 사람들이 외환 위기가 올 것을 다 알고 있었구나. 이럴수가!' 했었는데, 이 책도 그런 측면에서 마찬가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적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가 그토록 강조해마지않던 '시민적 자유'의 공공연한 퇴조를 지적하는 글을 보고 있자니, 이거 원... 7. 대안 진단과 분석과정은 장구했지만, 예상대로,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대안을 주고 있지는 않다. 아마도 그 대답이야 독자들, 그리고 역시 운동의 몫이 아닐까 싶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신자유주의의 흐름이 거세다 했어도 그 양상은 국가, 그리고 내부의 계급구조, 투쟁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발전도, 위기도 불균등하더라는... 그래서 영국, 미국, 멕시코, 한국, 스웨덴에서 공통점도 있지만 중대한 차이점도 존재할 수 있었다. 결국은 저항과 운동... 그로부터 또다른 '동의의 구축'! * 포스팅 내용과는 관계없는 사족이긴 한데... 맨날 시시껄렁한 이야기만 쓰니까, 제가 요즘 몹시 한가하거나 행복에 겨운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으신듯해요... 아.니.랍.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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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책, 책...

병든 사자가 풀을 뜯어먹듯 마음이 병든 자만이 책을 읽는다 했거늘... #1.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멸종] 오멜라스 2009

시간이동, 바이러스, 공룡 멸종, 외계생명체... 소위 SF의 핫 아이템들이 모두 들어있는 소설이다. 공룡멸종의 놀라운 비밀(?)을 주제로 담고 있다. 예전에 재미나게 보았던 일본만화책 [괴수대백과 사전]이 고질라의 존재불가능성을 논증했던 것과 같은 논리를 가져왔다 ㅎㅎㅎ 원저의 제목 [End of an Era]를 잘 살렸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딱히 중요한 대목은 아니었으나 기억해둘만한 문장이라면, 13세기 이탈리아 시인이 이야기했다는.....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는 도덕적으로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했을 때 중립을 지킨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2.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청미래 2002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건 비단 남녀간의 사랑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다른 이의 미덕보다는 악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라, 차라리 서로를 잘 모르는 게 관계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물론, 오랜 기간에 걸쳐 삶을 공유한 후에 배신과 상처가 아닌, 믿음을 얻었다면야 모를까... 이전에 읽었던 보통의 책들에 비해, 좀 공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보통이 이 책을 썼을 때 약관 20대였다. 그 나이를 생각한다면 놀라운 통찰력이기는 하다. 너무도 가깝기 때문에 차분하게 관찰하기 어려운 인간의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이렇게 한발 떨어져 담담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말이다. 허나, 그닥 추천할만큼 좋은 작품이 아닌것만은 분명.... #3.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행복의 지도] 웅진 지식하우스 2008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다. 매일 우울하고 불행한 소식만을 전하던 기자가, 행복의 비밀을 찾아나선 엉뚱한 여행담... 이 썰렁하고 해학적인 글들 곳곳에는 저자가 발견한(?) 행복비법들이 숨겨져 있다. 저자는, 이토록 불행으로 가득찬 것같은 세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기자와 철학자 탓으로 돌렸다. 특히 철학자 ㅎㅎㅎ "... 그러나 진정한 악당은 바로 철학자다. 유럽 출신의 음침한 백인 남자들. 그들은 온통 검은 옷을 차려입고,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고,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카페에서 혼자 놀며 우주를 생각하다가 '짠!'하고 결론을 내린다. 우주는 불행한 곳이라고. 우주가 불행한 건 당연하다. 다시 말해서, 외롭고 음침하고 피부색이 창백한 백인 남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18세기 하이델베르크의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바빴기 때문에 먼훗날 세상에 태어나 불루밍턴에서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철학개론 수업을 들어야하는 녀석을 괴롭힐 요량으로 길고 산만한 독설을 쓰지 않았다." "우리는 행복을 성취하고 싶어하지, 그냥 행복을 경험하기만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심지어 불행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적어도 불행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행복을 진심으로 음미하기 위해서" "... 행복도 마찬가지다. 유전적 요인이니 공동체적 유대감이니 상대적 소득이니 하는 것들을 모두 빼버리면, 행복도 선택이 된다. 쉬운 선택도 아니고 항상바람직한 선택도 아니지만 선택인 건 맞다. 잔혹한 기후와 철저한 고립 앞에서 아이슬란드인들은 절망 때문에 술독에 빠져 사는 삶을 쉽사리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가 돌아본 나라들에서 얻은 교훈들은 기존의 행복 (happiness), 주관적 안녕 (subjective well-being), 삶의 만족도 (life satisfaction) 에 관한 계량적 연구에서 얻은 것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관용, 신뢰 (가족같은 배타적 혈연 뿐 아니라 얼굴 모르는 이웃들과의 연대감, 타인의 삶에 대한 공동 책임감), 관계와 초월, 실패의 인정 (이건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정신줄 놓기 (이건 좀 아니야!), 우울과 염세를 인정하고 즐기기 쯤? 허나, 그렇게 모두들 아는 것 같아도,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진 세상 사람들의 모습과 저자의 껄렁한(^^) 해석을 읽다보면, 내가 요즘 진행중인 계량적 분석이 얼마나 제한적일수밖에 없는지..... ㅡ.ㅡ 아참,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단 하나의 문장을 고르라면.... "나는 다음 생에 부탄의 개로 태어나고 싶다." 나도 ㅎㅎㅎㅎㅎ 오늘 어린이날! 주먹도끼는 삼계탕을, 노가다 장은 맛난 커피를 사주었다. 행복했다 ㅎㅎ 그리고 츄파춥스는 '웃는 빵'을 선물로 주었다. 빵은 행복해보였다... 씨익 웃고 있다... 나도 행복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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