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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의 작품 두 편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로 둘리세대를 경악과 슬픔의 늪에 빠뜨렸던 그 작가...

 

#1. 최규석 [100도씨 - 뜨거운 기억, 6월 민주항쟁] 창비 2009

 

 

강풀의 [26년]이 그러했듯, 한국 현대사의 잊지 못할 한 장을 기록한 만화....

중고등학생 역사 시간의 부교재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을 이후 '촛불' 상황을 보완해서 대중서로 다시 낸 것이란다.

 

장기수 한 분이,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눈다.

 

"... 이젠 모르겠어요. 정말 이길 수 있는 건지... 끝이 있긴 있는 건지..."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 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그렇다 해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남지 않습니까? 선생님은 어떻게 수십년을 버티셨습니까"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다만 그럴때마다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99도에서 그만 두면 너무 아깝잖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울컥하는 심정으로 이입할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재능과 진정성 덕택이다.

 

 

#2. 최규석 [대한민국 원주민] 창비 2008

 

 

책머리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 일제 강점기에 씌어진 소설에서 성탄절에 유치원생들이 연극을 하는 대목을 읽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세기 후반에 태어난 나조차 텔레비전에서나 친구들의 이야기로만 듣고 보았던 어색한 풍습이 그 까마득한 시절에도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 내 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도시에서 자란 그 또래의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어째서, 농활을 가고 노동현장에 투신할 만큼 그러한 이웃들에게 특별한 애착을 가졌던 세대들이 어째서 내 누이들을 신기해하는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그들이 본 것은 농민이고 노동자일 뿐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내 누이들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것은 나의 외로움이고 모든 '원주민'들의 외로움일 것이다. 그들이 제 이야기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한 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서 가장 충격받을 일 중 하나가, 내 또래, 심지어 지방 출신의 윗학번 선배들 중에서도 '유치원'을 나온 사람이 결코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 전까지 내 주변에 '유치원 출신'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초중고를 모두 서울에서 다녔지만 말이다....

농활 때문에 과외를 당겨서 하느라 준비 모임에 제대로 참가를 못한 나에게 (방학 때는 과외를 세 탕씩 뛰었다!), '너네 집이 그렇게 가난하냐? 과외를 꼭 그렇게 해야 하냐?"던 한 선배의 짜증은 아직도 인생의 트라우마.... ㅡ.ㅡ

 

원... 주... 민.... 현존하지만 회고되는 존재...

그림은 아름답고 진정성과 재치는 넘쳐났다.

나이가 경험의 깊이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젊은 이 작가의 '나이답지 않은' 사려깊은 시선에 공감하고 감동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내마음 깊숙한 곳에는,

도시에서 태어나 유치원이나 피아노학원을 다녔고 초등학교 때 소풍을 엄마와 함께 가봤거나

생일파티란 걸 해본 사람들에 대한 피해의식, 분노, 경멸, 조소 등이 한데 뭉쳐진 자그마한 덩어리가 있다.

부모님이 종종 결혼을 재촉하는 요즘 이전에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어쩌면 존재하게 될지도 모를 내 자식들을 상상하게 된다.

 

상상하다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 아이의 부모는 모두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고

아버지는 화려하거나 부유하지 않아도 가끔 신문에 얼굴을 들이밀기도 하는 나름 예술가요

아버지의 친구라는 사람들 중에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인사들이 섞여 있어

그 아이는 그들을 삼촌이라 부르며 따르기도 할 것이다.

엄마가 할머니로 놀림받지도 않을 것이고

친구들에게 제 부모나 집을 들킬까봐 숨죽일 일도 없을 것이고

부모는 학교 선생님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할 것이며

어쩌면 그 교사는 제 아비의 만화를 인상깊게 본 기억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간혹 아버지를 선생님 혹은 작가님 드물게는 화백님이라 부르는

번듯하게 입은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들 것이고 이런저런 행사에 엄마아빠 손을 잡고 참가하기도 하리라.

집에는 책도 있고 차도 있고 저만을 위한 방도 있으리라.

그리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리지도 않을 것이고

고함을 치지도 술에 절어 살지도 않을 것이고 피를 묻히고 돌아오는 일도 없어서

아이는 아버지의 귀가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 아이의 환경이 부러운 것도 아니요,

고통 없은 인생이 없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도 아니다.

다만 그 아이가 제 환경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제것으로 여기는,

그것이 세상의 원래 모습이라 생각하는,

타인의 물리적 비참함에 눈물을 흘릴 줄은 알아도 제 몸으로 느껴보지는 못한

해맑은 눈으로 지어 보일 그 웃음을 온전히 마주볼 자신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것을 나는 인간의 '염치'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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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속에서...

서울만큼 폭우가 쏟아진 것은 아니었지만,

비'바람'만큼은 장난 아니었다.

 

#1.

 

퇴근 길에, 유등천 위로 힘겹게 날고 있는 하얀 새 두 마리를 보았다.

우산 들고 휘청거리는 다리위의 사람들만큼이나, 제 한 몸 가누기 어려워보였다.

 

며칠 전, 선물받은 문화상품권으로 책을 몇 권 주문했는데 사은품으로 딸려온 공지영 씨의 친필 (을 인쇄한) 엽서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세계가 거짓말을 하는 날들이 있고

 세계가 진실을 말하는 날들이 있다.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싸우는 것이다."

 

비바람 속에서 날아오르려 애쓰던 하얀 새의 모습은 이 문구의 메타포.... 

 

#2.

 

오전 나절에, 한국전 당시 공주 인근에서 자행된 집단학살 유해발굴 현장에 다녀왔다.

대전을 출발할 무렵에는 비가 걷히는가 했더니, 계룡산을 지나면서 장대비가.... ㅜ.ㅜ

흙탕물이 개울을 이루고, 토사가 무너져내리는 산길을 10분 정도 올라가면 현장이었다.

매우 그로테스크했다.

 

영문도 모르고 줄지어 결박당해 총살을 당하고,

60여년의 세월 동한 저렇게 나란히 누워 구천을 헤메고 있었을 영혼들을 생각하면 짠하다기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리도 잔인할 필요가 있을까? 왜?

 

 

지난 첫 지리산 둘레길에서 마주친 산청-함양 집단학살 추모관에 보면 해방 전후 전국에서 이루어진 각종(!) 민간인 학살 기록이 주~욱 나열되어 있는데, 사건 이름만으로도 벽 한 면을 채우고 남았다.

아마 희생자 이름으로 나열한다면, 팔만대장경을 집필할 수도 있으리라.....ㅡ.ㅡ

 

 

현장에서 유골과 함께 발견된 탄피와 탄창...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잊지 않기 위해,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요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과거로부터 어떤 배움을 얻고 있기는 한건지 의심이 된다. 저 이성없는 학살의 현장이, 오늘날에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을 거라는 불안이 가시질 않는다.

 

온통 찌뿌린 하늘, 몰아치는 비바람만큼이나 내 마음도 스산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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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을 따라...

 

#1. 성수동 - 지난 주 토요일

 

성수노동자건강센터에 자원활동을 해주실 전문가(?)들에 대한 첫번째 정식 교육이 있었다.

그동안 의사들이나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부정기적으로 검진이나 교육 등 여러 프로그램에 함께 해주었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들 스스로, 또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우리들의 아쉬움이었다.

선한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며,  

그 좋은 뜻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 날, 센터소개와 그간의 지역활동 역사에 대한 간략 소개 영상, 노동자건강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엄청난 제목(과 빈약한 내용)의 강의, 노동자의 흔한 건강문제 (근골격계,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역시 현장방문이었다.

인간문화재만큼이나 희귀한 (ㅡ.ㅡ) 제화노조 활동가분들의 도움으로 몇몇 작업현장을 실제로 돌아보고 현실에 대한 간단한 강의를 들었다.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하거나 혹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들, 소위 중산층으로 살아온 '화이트칼라 보통사람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광경이고 현실이다. 건강불평등을 연구해온 몇몇 샘들은 입을 못 다물고 돌아갔다.....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직접 대면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이날 방문한 사업장은 그래도 상황이 많이 나은 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놀랐던 것은...

이들 사업장에도 '특수고용'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개수 임금을 받는 이 숙련 노동자들이 각각 '소사장'으로 등록되어 노동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를 어쩌란 말이냐........... ㅜ.ㅜ

 

이날 땡볕에 돌아다니느라 고생한 참가자들과,

교육프로그램 조직에 수고하신 동지들께 모두 감사....

이런 노력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달 교육에 더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더많은 일거리와 프로그램으로 연대할 수 있기를!!!

 

 

#2. 양산 - 지난 화요일

 

프로젝트 관련하여....

건강형평성에 초점을 둔 지역사회 건강증진 사업을 주제로 부산-울산-경남 보건소 관계자들 워크샵...

 

원래 안 가려했는디....

소그룹 토의 맡은 사람 부족하다고 Y 샘이 쪼아대서 새벽부터 먼길...

아이구.. 진짜 멀더라...

 

지역에서 건강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아마도 복지부가 제일 관심없는 듯)

이를 어떻게 잘 끌고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우리 연구진들도 여전히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고,

지역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다보니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변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뭐 그래도 논의의 확산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생각....

그리고 역시 현실에서의 모범 창출과 사례발굴이 중요!!!

 

 

#3. 서울 - 지난 금요일

 

건강정책학회 창립 학술대회가 지난 금욜 서울에서 열렸다.

예상은 했으나, 정말 많은 사람이 왔더라.

갈증이 있었던게다... ㅎㅎ

정말 오랜만에 업계 지인들을 많이 만났다.

 

의료채권이나 MSO 문제, 건강관리 서비스 등은 사실 잘 모르는 내용이라 잘 배우고 싶었는데 다른 일 때문에 중간에 나와야했다.  정 모 교수, 이 모 박사의 토론도 꼭(!!!) 들어보고 싶었는디...많이 아쉬웠음...

 

이런 류의 논쟁이 붙을 때마다 항상 전가의 보도처럼 나오는 이야기가

소위 좌파들이 근거도 없이 이념에 경도되어 우긴다는 것이다.

근데 내가 그동안 '목격'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증거와 근거가 빈약한 것은 저쪽이다.

이를테면 민주노동당 공약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무슨 이야기만 하면 그게 현실 가능한거냐, 무슨 근거냐 이런 반격이 끊이질 않아서 이런거 준비하는 데에는 오히려 좌파들이 더 민감한 것 같다. 하지만 그토록 근거를 요구하는 그들이 정말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사회와 의료'님 블로그를 참조컨데, 아마도 예의 이 근거 논쟁, 우기기 논쟁이 약간 있었던 것 같다...

 

그래, 학회니까... 가진 증거들 다 까놓고 토론 좀 본격적으로 해보면 좋겠다.

그게 바라는 바....

 

어쨌든, 이날 모였던 사람들의 실천적, 학문적 열망이 잘 수렴되어 부디 건강한 담론 투쟁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주변에 얼쩡거리다 낚여서 웹진에 고정칼럼 쓰기로 했다. 아는 것도 쥐뿔 없는디... 담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할 것같은 이 불길한 예감이란.... ㅡ.ㅡ)

 

 

 

#4. 울산 - 지난 금요일 저녁

 

진보신당 건준모에서 기획한 지역 순회 시민/당원 건강강좌 제 1탄으로 울산 지역에서 3주에 걸쳐 강좌가 진행되었다. 2주 전, 인의협 정책국장인 김종명 샘이 '건강한 주민이 건강한 지역을 만든다'는 주제로 건강생활 일반과 건강검진 등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고, 지난 주에는 건강세상 네트워크 김창보 샘이 '올바른 병의원 이용법과 한국의 보건의료 체계 소개'를  해주셨다. 마지막으로 내가 다른 나라의 제도와 사회적 통제사례들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교훈을 찾고자 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울산에 간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기억은 안 나고

말하자면 울산에 태어나서 첨 가본 셈이다. 

퇴근 시간, '아산로'를 지나 동구로 이동하는 동안의 광경은 참으로 그로테스크했다.

오른쪽 해안가로는 석유화학단지들이 늘어서 정유탑에서 불꽃이 쉴새없이 솟구쳐오르고,

이어진 미포만(!)의 엄청난 규모의 기중기들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왼쪽에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들의 모습 또한 장관(?)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신호대기에 도열해있는 똑같은 작업복을 입은 오토바이 퇴근 부대였다.

성수동과는 엄청 다른 분위기.... ㅜ.ㅜ

 

이날 강의에는 주로 건약, 건치 선생님들이 참여하셨는데 특히 지역사회 참여 모형, 사회민주적 통제 기전들에 관심이 많으셨다. 대상자마다 조금씩 달라져야 하겠지만, 지역 활동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제도의 비교보다는 지역사업이나 참여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들을 발굴하여 소개드리는 것이 더욱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풀이 때, 참가하신 분들께 그동안 궁금했던 걸 여쭈어보았다. 빈곤/박탈 수준은 현저하게 낮은 울산 지역이 사망률 (그것도 손상이 아니라 암과 심혈관질환)은 유독 높은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 대부분 납득 가능하다는 반응이었다. 공해도 굉장한데다, 엄청난 노동 끝에 뇌혈관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노동자들 만나는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의심은 했으나 지역 분들도 그리 이야기하시니 추가 분석을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간 건강격차와 그 원인에 대한 탐구는 단지 지자체 선거용 의제로서가 아니라,

지역과 건준모가 두고두고 함께 논의해볼 문제인 것 같다.

 

일단, 이번 울산 교육에 대해 냉정히 평가해보고 

다른 지역에서의 교육 확산(?) 방안과 프로그램 수정에 대해 논의할 것!!!

 

 

 

#5. 서울 - 토요일

 

세미나 모임에 갔다가 웃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보건의료인 시국선언과 관련하여 복지부가 한의사협회에 선언자 신원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한의사협회에만 보냈겠나?  당연히 의협에도 보냈겠지 ㅎㅎ 아마도 국공립 기관에 근무하는 이들에게는 어떤 조치(?)를 취하려나보다...

 

그 이야기를 하고 칠레 사례를 살펴보는데...

피노체트 집권하고 나서 칠레의사협회가 아옌데 정권에 협력하던 의사들 명단을 넘겨주고, 적지않은 숫자의 의사들이 학살당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허거덕이었다.............

 

며칠 전에...

일부 샘들과 보도연맹 사건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과연 예비검속에 의한 학살 대상일까 아님 회유와 전향의 대상일까 했을 때 내가 '당근 회유의 대상이죠' 했는데....

어쩜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싶으니 등골이 서늘... ㅜ.ㅜ

 

이거 뭐.......

 

 

#6. 천안 - 일요일

 

올해 꼭 해야겠다고 결심한 일 중 하나가 건강생활 최저 생계비 관련 연구였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어느 정도의 물질적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가.... 이를 통해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에 대한 '통념'을 바꾸어보겠다는 것이 원대한 목표다.

 

물론 예비연구 성격이라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답게,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수'요소인가를 정의하고 논쟁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한 노동시간의 단축, 그에 수반되는 최저임금 인상의 실질적 필요성 등을 강조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진다면 금상첨화....

 

양적 분석의 결을 더할 수 있도록 소위 중산층, 서민층, 빈곤층 두 가구 씩을 뽑아

가계부 계측과 심층면접을 실시하기로 했다.

최저생계비 계측에 활용되는 대한민국 표준가구는 40대 초반의 남편과 30대 후반의 부인, 11살, 6살 두 자녀가 있는 집이다.

그런데....이런 집 찾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더구나 빈곤층에서는 이런 '정상' 가족 만나기가 더 힘들었다. 섭외를 도와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

 

다행히 천안에 사는 친구네가 연구 취지에 공감하고 도와주기로 했다.

오늘 가계부 서식도 전해주고 감사 인사도 할 겸, 천안에 다녀왔다.

내가 며칠 시험삼아 써보니까 상세하게 가계부 기록하는게 쉽지 않다. ㅡ.ㅡ

이걸 한달이나 써달라고 하려니.....

그 수고로움을 감내해주겠다는 친구네 집에 정말 감사....

 

참가해주신 가구들, 그리고 아무런 보상없이 연구모임에 참여해주고 있는 공동연구자, 대학원생들,  경비를 지원해준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 진심으로 감사....

 

부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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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과 점성술 사이...

올해는 음력 생일과 양력생일이 일치하는 기이한 해...

 

음력 생일은 윤달을 살짝 비켜난 6월 1일이고, 물론 그믐이다.  달이 모습을 감추는 (?)....

 

놀라운 것은 이 날, 달만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자에 보기 드문 비교적 장시간의 개기일식이 이 날 오전에 발생할 예정이다.

 

생일날, 해도 달도 가려지는 이 어둠의 포스는 무엇이란 말인가?

공포영화라도 하나 찍어야 하나?

 

Carl Sagan 할배가 천문학보다 점성술이 인기있는 상황을 두고 얼마나 개탄했었는데,

이 기묘한 상황앞에서 나도 점성술 사이트를 한번 쓱 둘러보게 되었다는... ㅜ.ㅜ

 

근신하는 생일 모드로....

 

 

1. Eclipses are dramatic "wild cards" in our horoscopes. They shake us up so that we can move from one level of evolution and maturity to another, higher phase, fairly rapidly.

 

2. Eclipses bring news of life's big events....  No matter what occurs, it will become evident that the universe is intent on moving you forward.

 

3. Events that follow an eclipse have more weight than events brought on by a normal new or full moon. In fact, an eclipse is like a turbo-new or full moon?qit packs much more energy and punch. An eclipse may even bring on an event that seems "fated". Eclipses always bring unexpected changes of direction if you have a planet that will be touched. The eclipse does not have to fall in your sign to affect you

 

4. If an eclipse falls on your birthday, the year that follows certainly will be quite eventful. You may experience a big change in lifestyle or in one specific part of your chart.

 

5. Guard your health if you are having an eclipse on your birthday, near your birthday, or on your rising sign degrees because you will be a bit more run down than usual.

 

6. Take any message you hear at the time of an eclipse seriously. There usually is no way to get a situation reversed. If someone brings news you don?t like on an eclipse realize that there is little chance you can get it reversed, at least not for four months, if ever. See the news as essentially a non-negotiable decision and try to move on.

 

7. Eclipses shine the bright light of truth to the part of your life that is touched by the eclipse. Most of the time, eclipses act as brilliant illuminators, revealing a condition that you were unaware existed. They can also act as catalysts to a major life decision. Also under an eclipse, you may finally understand the true character of a person near you. 

 

8. Even if an eclipse won't affect you (and I will tell you in your forecast), you will nevertheless notice that there is plenty of action around you, not only in your own circle but also in the world at large. The news media will be filled with information.

 

9. With all eclipses, something ends and something else begins. During an eclipse period, you may feel like you are walking across a bridge to a brand new place, with no turning back from where you started. The door behind you latches, and locks. You can?t go back because after the eclipse you will know more and understand things that were never clear to you before. In that sense, you really can?t go home again.

 

10. Try not to issue ultimatums or make big actions under an eclipse. Bide your time and act in a few weeks when there will be less static in the air. It?s best to respond to others? messages but try not to initiate your own. Said another way, it is better to listen than to act.

 

18. Solar eclipses work somewhat differently than lunar eclipses, and emphasize beginnings. (Something may also be ending but the attention is more on the start than the finish.) The changes could phase in over a period of months. Still, the news or timing of those changes often comes as a surprise. If a solar eclipse falls on or within a few days of your birthday you will certainly feel the effects of it over the course of the year. Changes will be complete by the time you reach your next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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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관련 노동안전보건단체 선언(6월 18일)

쌍용자동차 노동자 건강권 사수, 정리해고 반대투쟁 지지,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노동안전보건단체 선언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정리해고 반대 옥쇄 파업투쟁이 오늘로 28일째 접어들었다. 약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노동자들은 긴장감 속에 부실한 식사를 하며 공장 ․ 식당 ․ 사무실 바닥에 잠을 자고 공장을 지킨다. 그리고 5월 27일, 6월 11일 두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한 노동자는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또 다른 노동자는 ‘급성 심근경색’이 원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쌍용자동차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극심한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이들의 사망은 ‘해고는 곧 살인’이라는 노동자의 주장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보름 사이에 2명이 사망한 쌍용자동차 노동자. 이들이 구조조정 피해자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쌍용자동차도 정부도 노동부도 해고가 곧 살인이 된 현실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쌍용자동차 측은 오히려 16일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닌 노동자를 동원하여 노동자 끼리 갈등하도록 만드는 비열한 행동을 벌였다. 우리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전문가들은 쌍용자동차 사측의 이러한 행동과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으려는 정부와 관계 부처의 행동에 분노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해고는 살인’이라는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쌍용자동차, 정부, 관계 부처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밝힌다.
 

 


첫 째. 쌍용자동차는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정리해고와 분사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현재 부도나 다름없는 경영 파탄의 책임은 상하이 투기자본과 경영진, 그리고 자본 투기의 길을 열어 준 정부에 있다. 그러나 사측과 정부는 자동차를 생산해온 것 외에는 아무 죄가 없는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다 떠안으라고 강요한다. 지금 쌍용자동차와 정부가 할 일은 노동자에게 위기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대주주인 ‘먹튀’ 상하이차의 지분을 소각하고 공적자금을 투입, 공기업화해 생산과 노동자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앞뒤 안 가리는 사람 자르기 구조조정이 기업은 물론 국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우리는 1990년대 초반, 정리해고라는 인력 자르기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위기를 극복한 독일의 폴크스바겐 사례를 잘 알고 있다. 노동자와 함께 회생방법을 찾았던 폴크스바겐이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대수 2위라는 경쟁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쌍용자동차는 판단해야 한다.

둘 째. 정부는 더 이상 문제를 수수방관하지 말고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 세계 경제위기 단초를 제공했던 미국에서도 거대 자동차 회사 GM과 크라이슬러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때 문제해결에 가장 적극으로 나선 것은 바로 오바마 정부였다. GM은 현재 정부와 노동조합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고 크라이슬러에도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스웨덴 정부도 사브에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고 프랑스 르노자동차도 80년대 경영위기를 국유화로 이겨냈다. 정부는 쌍용자동차 문제를 ‘노사 문제’라며 수수방관할 입장이 아니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20만 협력업체 노동자의 생존권과 평택의 지역경제까지 걸렸다. 일자리 창출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권이 이제는 막무가내로 ‘사람 자르는’ 정리해고에 침묵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무엇보다 쌍용자동차를 다시 해외 자본에 매각하겠다는 것은 상하이 자본에게 당한 것을 똑같이 되풀이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셋 째. 노동부는 쌍용자동차를 포함, 모든 구조조정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른 치료 보장, 원인 해결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 이미 두 명의 노동자가 구조조정 스트레스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희생이 일어날지 모른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하였을 때 이를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구조조정 스트레스, 경제적 압박,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와 갈등을 조장하는 사측 행동으로 지금 쌍용자동차 노동자 건강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두 명의 노동자 사망이 그것을 입증했다. 천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협력업체 20만 노동자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데 노동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 우리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앞으로 또 어떤 희생이 있을 지 우려와 걱정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 지금 진행되는 살인적인 구조조정에 노동부가 계속 방관한다면 역사 앞에서 그 책임을 져야할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쌍용자동차는 노동자와 노동자를 갈등으로 밀어 넣는 관제데모와 심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핸드폰 문자 회유와 압박을 즉각 중단하라! 그들은 같이 밥을 먹고, 공을 차고 웃음과 슬픔을 나눴던 동료요 친구요 선후배였다. 가족들도 인사가 오가는 사이였다. 그런데 지난 16일, 회사는 어떤 일을 저질렀는가? 파업 중인 노동자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동료들이 정리해고자와 비정리해고자로 나뉜 상황이 두렵다고 했다. 쌍용자동차는 안에 있는 노동자나 밖에 있는 노동자 모두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정리해고 반대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적극 지지하며 빠른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 같은 요구사항이 관철되어 죽음이라는 희생이 더 이상 없도록, 무엇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구조조정으로 고통 받는 모든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현장에 복귀하여 일할 때까지 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밝혀둔다. 쌍용자동차 회사 측과 이명박 정부는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근원적으로 현재 상황과 문제를 푸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존권 사수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함께 투쟁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2009년 6월 18일
쌍용자동차 노동자 건강권 사수․정리해고 반대 투쟁 지지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전문가 선언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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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길 - 첫 도전

 

산 혹은 숲길, 그도 아니라면 절집, 고궁 안마당 오래된 나무들...

그 녹음과 나뭇잎들을 어루만지는 바람소리, 그리고 약간의 수고로움은 마음의 짐을 벗는데 큰 힘이 된다.

적어도 나한테는...

 

지난 토요일에 후배 나후와 함께 지리산 둘레길 한 구간을 돌고왔다.

 

전체 80km 가 개통인데, 그 중 하나... 네 개 구간을 올해 안에 쉬엄쉬엄 돌아보리라 마음 먹고 그 중 하나를 골랐다.  동강-수철 구간...

원래 안내에는 동강마을에서 수철마을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지만,

산청에 위치한 수철마을의 교통편이 여의치 않을 듯 싶어서, 일단 함양으로 이동한 다음 시외버스를 타고 다시 산청으로 이동하여, 택시를 타고 수철마을로 갔다. 산청에서 수철마을 오가는 버스가 2시간에 하나씩 있는지라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는디, 한 15분 거리인데다 미터 요금으로 간다는 동네 아자씨 말씀에 얼릉 탔다가 기본 요금이 3300인거 보고 식겁하기는 했다 ㅡ.ㅡ

 

아침으로 준비해간 김밥이랑 빵, 우유 등을 먹고 의연하게 출발했다.

폭우가 쏟아질거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햇볕은 따가웠다. 모자도 준비안해가서 두건을 뒤집어쓰고 다녀야했다. ㅡ.ㅡ

 

첫 기점인 고동재까지 3.5km.....  정말... 욕나왔다. 호연지기고 뭐고... 역시 안내에 따라 동강마을에서 시작해야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후회막급했다.  이 끝도 없는 오르막길... 

거의 한 시간을 파김치가 되어 고동재에 오르고 나니 '쌍재 1.8km'라는 표지판....

울고 싶었다 ㅜ.ㅜ

 

다행히 ... 쌍재에 이르는 길은 그닥 가파르지 않았다. 

막, 고개를 넘을 무렵 마주친 두 총각의 얼굴에서 우리는 기묘한 단서를 보았다.

저 고통스러운 표정은 무엇???

 

결국, 구간을 다 걷고나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첫 4km 정도만 빼놓으면 나머지 길은 거의 완만한 내리막 숲길.... 즉, 뒤집어 이야기한다면 동강마을에서 출발할 경우 거의 7km 완만한 오르막길을 꾸준히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뒤늦게 우리의 현명한 선택을 스스로 칭찬했다.

더구나 동강마을 쪽으로 내려가면 거의 마지막 무렵에 포근하고 정감넘치는 개울과, 수세식 화장실이 반짝반짝 빛나는 '산청 함양사건 희생자 추모공원'이 있다..

개울에 앉아 발 담그고 피로를 풀고, 추모관에 가서 땀에 젖은 옷가지랑 양말도 갈아신고... 또 추모관 정자에서 한숨 돌리다 내부 전시물도 둘러볼 수 있고....  더구나30분에 한 대씩 함양 시내로 버스가 다닌다.

혹시, 이 구간을 가실 분은 꼭 수철에서 동강으로 이동하시길....

 

 

다른 구간들에 비해 이 구간은 '산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오르막 구간도 꽤 있는데다 한적한 '마을길'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래도, 온통 초록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은 말할나위 없이 좋았다. 개울물은 어찌나 시원하고 상큼하던지....

 

 

 

 

 

그리고, 한적한 마을길 버스 타는거 엄청 좋아하는데 동강마을에서 함양터미널로 나오는 길 너무 좋다.

조금씩 흩뿌리는 빗방울과 함께 창밖에 흐르는 풍경들, 나의 번뇌도 함께 흘러가길 바랬다.

 

다른 구간들도 차근차근 둘러보자...

 

 

 

참... 추모관을 둘러보면서, 새삼 궁금해졌다.  

인간은 왜 그리 인간에게 잔인할까.... 그리고 어떻게 그리 잔인할 수 있을까?

 

 

역시 좋은 카메라 때깔이....

 

사진 찍어대느라 늦어지기도 했겠지만, 예전에 지리산 같이 갔을 때도 보면 나이도 젊은 양반이 체력이 어찌나 저질인지, 나보다 산길을 더 못간다. 그래서 내 뒤통수 사진이 엄청 많다 ㅎㅎ 

 

 

보무도 당당한 아래의 사진을 보노라면, 지리산 둘레길 따위가 아니라 어디 안나푸르나 종주라도 해야할 것 같다 ㅎㅎㅎ

 

 

 

기이한 미감을 자랑하는 추모관의 기념 조형물.... 저 부드러운 산세와 절대 안 어울리는 저 뾰족 조형물... 도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부조로 장식된 조각들은 완전 근육질의  그리스 석상 분위기... ㅡ.ㅡ

 

 

흘러가는 차창밖 풍경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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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고르, 서경식...

요사이 전공책이나 논문들은 통 읽을 시간이 없는데 틈틈이 읽는 다른 분야 책들이 훨씬 압도적인듯하다. 책상에 정좌하고 읽는 것보다 오가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게 더 효율적이란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공부도 길바닥을 오가면서? ㅡ.ㅡ

 

#1.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정혜용 옮김 [에콜로지카] 생각의 나무 2008

에콜로지카 Ecologica - 정치적 생태주의, 붕괴 직전에 이른 자본주의의 출구를 찾아서
에콜로지카 Ecologica - 정치적 생태주의, 붕괴 직전에 이른 자본주의의 출구를 찾아서
앙드레 고르
생각의나무, 2008

 

데이비드 하비의 책을 읽는 동안 해미가 적극 추천했던 책이다.

 

*

머릿말처럼 쓰여진 인터뷰글에서 '사회주의가 만약 도구를 바꾸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 결국 고르의 핵심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노동의 재구성, 성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즉, "탈성장은 살아남으려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나 탈성장에는 다른 경제, 다른 생활 방식,다른 문명, 다른 사회적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

자본주의적 상황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생산만이 부가 되고 (자발적인 물물교환이나 생태적 노력들은 국민총생산에 포함되지 못함)과 파괴가 부의 원천으로 나타나는 현실이 더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지적에는 백퍼센트 동의한다. 그래서 우리는 '에콜로지카'를 상상하지 않고는 이 체제를 극복할 수 없다.

 

*

고르의 '생계수당' 요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것이다. 즉, '인간의 활동을 고용의 독재로부터 해방시키자는' 것이고, 이러한 무조건적 사회수당은 오늘날 한국 사회 '기본소득' 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생계수당을 재분배 논리안에 위치시켜서는 안 되고, 자본과 노동에 바탕을 부를 급진적으로 넘어셔야 한다는 지적에 매우 공감... 하지만, (내가 현재 '기본소득' 의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사회의 기본소득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다. 그 논의의 적절성을 떠나, 일단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되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게 어떤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질지 백만볼트의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나 '근로윤리'에 깊이 천착해서일 수도 있다. 일이라는게 과연 생계만을 위한 것인가...

 

*

이 책에서 결정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노동과 성장 담론을 '어떻게' 재구성 하느냐는 것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자본주의가 가속화될수록 그리고 기술진보와 지식정보 사회의 도래에 따라 노동의 필요는 점차 줄어들고,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최소노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유의지에 따라 우아하게 보낼 수 있는 물질적 토대로 작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노동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적대적 공존의 토대 - 노동자는 자본가의 생산수단을 필요로 하고,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는 - 에서 노동의 힘을 현저하게 약화시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일자리가 이제 사라져가는 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긍정적으로 본다면 인간해방과 새로운 노동 구성의 토대임이 분명하지만 (노역으로부터의 해방...), 분명 현실의 전선에서는 노동자 계급의 힘의 약화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어쩌면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이라는 책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

또한 생산의 주요한 힘과 지대에서 취하는 이익의 주요한 힘이 차츰 공공영역으로 떨어지고 무상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 생산수단의 사유화, 공급의 독점이 차츰 불가능해진다는 지적은 동의하기 어렵다. 더구나 "자본주의의 퇴장이 필연적으로 내포하는 바는, 자본이 소비에 대해 행사하는 장악력으로부터, 또 생산수단의 독점으로부터 우리가 해방된다' 는 지적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해석이다. 일부 해커들의 활동이 나, 소규모 자치생산의 경험들이 너무 과도하게 해석된 것이 아닌가 싶다.

 

*

"자본주의 체제를 반박한다는 것이 가구단위나 마을 단위의 자급자족 경제로의 회귀도, 경제활동 전반에 대한 통합적이며 계획적인 사회화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개인의 삶에 있어서 그 일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해야만 하는 것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서', 그리고 자유의 영역을,그러니까 집단의 활동이든 개인의 활동이든 간에 그 자체로 목적인 독자적 활동들의 영역을 '최대로 확장하기 위해서' 필요의 영역만을 사회화하는 것이다." 아... 근데 이것도 잘 모르겠다. 통찰력으로 가득 찼던 Le Guin 의 'Dispossessed'에 보면 이상으로 건설했던 계획경제 사회가 어떤 비극을 가져왔는지 잘 보여준다. 물론 생산력의 발전수준으로 볼 때,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Anarres의 그 척박함과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수요와 필요'를 조정하고 충당하기 위한 중앙기구의 설립이 그닥 효율적이고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

의문과 고민거리를 잔뜩 던져준 채, 뭔가 분명한 답을 주지 않는 것 같아서 다른 책을 읽어볼까했더니 국내에 번역된 다른 글이 아직 없다 (D에게 보낸 편지 말고). 어쨌든 이 글들이 쓰여진 것은 1970년대부터였으니, 하여간 할배의 통찰력은 대단한 것 같다. 어여 다른 책들도 나왔으면 좋겠네.. 답을 주셔야죠!!!



#2. 서경식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철수와 영희 2009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 국민, 국가, 고향, 죽음, 희망, 예술에 대한 서경식의 이야기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 국민, 국가, 고향, 죽음, 희망, 예술에 대한 서경식의 이야기
서경식
철수와영희, 2009

 

 

가끔씩 언론에 실린 짧은 글만 읽다가 처음으로 그의 '책'을 읽어보았다.

 

* 이 분 까칠하시다... 그리고 내공이... 이건, 삶의 신산함과 뿌리뽑힘을 당해본 사람만이, 그리고 그로부터 분노와 원한만이 아닌 통찰력을 얻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내공이 아닌가 싶다.

 

* 민족과 국가, 그리고 소수자, 디아스포라를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에 대해 저자는 예리하고도 냉정하며, '민감'하다. 국가의 국민이 '스스로 원해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제공하는 여러가지 권리만 누리면서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악행에 나는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지적에 많이 공감한다. 물론 그것이 책임있는 분명한 행위자에 대한 면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우리'는 누구인가?" 그렇다. 나도 항상 궁금했던 것... 논문이고 신문기사고, 칼럼이고, '우리'라고 표현된 글을 읽을 때마다 항상 궁금했었다. ㅎㅎ

 

* '생명이 선이고 죽음이 악이다'라는 장은 특히 많이 공감했다. 인간이기 때문에 자살한다. 이를테면 프리모 레비의 경우를 이야기하며, "우리는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이세상에 태어났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는 어느 시점부터는, 우리 자신이 부조리하게 얻게 된 생명의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물론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관찰되는 자살의 사회적 불평등을 '용인'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 또, 루쉰을 이야기하며 무조건적인 '희망' 고문보다는 차라리 현실을 대면하는 비관이 더 적절할 수 있다는 지적이 참 인상적이었다. 루쉰의 이야기 "그렇다. 나는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어도 희망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었다. 희망은 앞날에 속하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는 내 증명으로 희망이 있다는 그를 설복시킬 수는 없었던 것이다"

 

* 저자는 마지막 인터뷰 글에서 한국판 '시라케'를 무척이나 걱정하며 비관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진정성을 잃어버린 이 시대에, 소위 진보주의자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적극적 반동이 아니라 어쩌면 이런 시라케... 저자가 걱정하는 방향으로 한국사회는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는 것같다. 워낙 다이나믹 코리아니까 사실,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다만, 그렇다고 대책없는 낙관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솔직한 비관주의자'가 되어 고통과 기억에 기반한 연대를 구축해나가는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

 

#3. 서경식 지음, 김석희 옮김[청춘의 사신] 창작과 비평사 2002

 

청춘의 사신 - 20세기의 악몽과 온몸으로 싸운 화가들
청춘의 사신 - 20세기의 악몽과 온몸으로 싸운 화가들
서경식
창비(창작과비평사), 2002

 

저자의 두번째 서양 미술 기행이다. 아마도 신문에 연재했던 것이라 그렇겠지만, 각 편마다 분량이 지나치게 짧아 많이 아쉽다. 더구나 소개된 그림에 대한 도판이 모두 실린게 아니라, 충분히 저자와 '공감'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하지만, 20세기라는 특정 시점에서 시대와 혹은 자아와 온몸으로 싸웠던 미술가들의 이야기는 일부 새롭기도 하고, 혹은 알고있었지만 여전히 숙연해지기도 하고... 오래된 책이지만 윤범모의 [미술과 함께, 사회와 함께]를 읽었을 때 받았던 충격과 고민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듯... (물론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나 노버트 린튼의 [20세기의 미술]도 매우 훌륭했지만, 감흥의 영역은 약간 다른 듯...)

이 책에서 표지그림이자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곤 쉴레의 [소녀와 죽음]은 나도 액자로 가지고 있는 애장품이다. 악착같이 죽음을 붙들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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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몇 구절

잊을만하면 한번씩 돌아오는 근원미상 번뇌의 시즌이 길어지고 있다.

설명하려 들면야, 몇 가지 이런저런 이유들을 댈 수 있겠지만, 글쎄다...

그토록 열망하던 부동의 평정심과 통찰력이라는 것이 결국은 다른 말로 '열반'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갑자기 무릎도 팍 꺾이고... 내가 감히 이룰 수 없는 열망이로구나...

어느 구절 하나 허투루 넘길 수는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두고두고 기억할만한 몇 구절들을 남겨둔다. 그리고 책을 선물해준 이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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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르바나 (Nirvana, 열반) - 깨달은 상태, 혹은 번뇌의 불길이 꺼진 상태

43.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고 연인과 친구들의 사랑이, 제 아무리 깊고 넓다 하더라도 올바른 내 마음이 내게 주는 사랑은 이보다 더 깊고 큰 것이 없나니...

179. 깨달은 이는 모든걸 정복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와 같은 완벽한 승리는 얻지 못했나니 그는 드디어 무한을 정복했다. 이 세상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그를 아, 아, 무엇으로 유혹할 수 있겠는가.

210. 사랑으로부터 벗어나라. 미움으로부터도 벗어나라. 사랑의 끝은 고통이요. 미움의 끝 또한 고통인 것을...

235. 그대 삶의 나무에서 낙엽은 지고 있다. 죽음의 사자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대는 이제 머나먼 길을 가야 하나니 그러나 아직 길 떠날 준비도 되지 않았구나.

251. 욕망보다 더 뜨거운 불길은 없고 증오보다 더 질긴 밧줄은 없다. 어리석음보다 더 단단한 그물은 없고 탐욕보다 더 세차게 흐르는 강물은 없다.

285. 가을 연못에 들어가 시든 연꽃을 꺾듯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을 꺾어버려라. 그리고는 저 니르바나의 길을 향해서 오직 한마음으로 걸어가거라.

305. 홀로 명상을 하며 홀로 누워라 오직 홀로 걸으며 열심히 수행하라. 그대 스스로 그대 자신을 다스리며 이 모든 집착에서 멀리 벗어나 오직 혼자가 되어 살아 가거라.

380. 그대의 스승은 그대 자신이요. 그대 자신이 바로 그대 자신의 피난처이니 저 마부가 말을 길들이듯 그대는 그대 자신을 길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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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

예전에 이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건강정책포럼]에서 학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사실 저는 여기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편이 아닌데다 (전공이 좀 달라서 ㅡ.ㅡ), 이 날 저녁에 진보신당 울산시당 교육이 있어서 참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끝까지 참여는 못하더라도 가서 일단 '세'를 과시하는데라도 한몫 보태야 할 것 같기는 합니다. 기존의 주류 학회를 벗어나 이렇게 따로 학회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그닥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생각들이 자유롭게 토론되고 사심없이 검토될 수 있다면, 굳이 별도의 학회를 만들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죠... 이 블로그에 들르는 보건,사회,정책 기타 등등에 관심 가지신 이들은 이날 학술대회에 꼭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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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픈 마음....

어디론가 떠날 때가 돌아왔다. 이 기묘한, 정주할 수 없는 삶의 끌림, 그 연원은 무엇일까? 닐 가이먼의 Neverwhere에서 메이휴가 다시 그곳 "neverwhre"로 돌아간 이유... 혹시 그런 것? 꼭 바다너머 어느 먼 곳이 아니더라도, 소진된 삶의 빈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그런 발걸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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