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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함?

스스로는 그리 생각치 않는데, 남들이 보기에 내가 엄청 '단호해' 보이나보다.

소위 '기'가 약하다고 생각치야 않지만, 그렇다고 유달리 세다고도 생각해본적은 없는데 말이지....

 

최근에 소소한 일이 있었는데,

'관행'에 비추어 범상치 않은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린 판단에 주변인들께서 (내가 보기엔) '자발적' 포기를 하는 걸 보고 살짝 놀랐다. 저 인간의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 말해봤자 무소용... 이런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았다.

 

존중하고 긍정해주는 것은 좋은데, 너무 아무런 저항이 없는 것을 보니 의구심이 든다.

나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나??? 누구같은 일방적 소통?

 

돌아보니까, 내 인생의 결정에서 누군가 나를 막 뜯어말리고 잡아끌고 그랬던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진로와 관련하여 한 두 번 결정적인 조언의 사례들이 있는데, 이 때도 순도 1백퍼센트 이성적 설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 하여간...

뭘 하든 지지하고 응원해주겠다는 지인들이 넘쳐나는 건 큰 행복인데,

구체적으로 뭘 응원해달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엄청난 딜레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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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알제리 전투]

소문은 무성했으나 볼 기회는 없었던 영화 [알제리 전투] (1966년 작)를 보았다.

개봉 소식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명불허전이라....

칠레전투가 완전 다큐라면, 이 영화는 다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큐가 전하는 것 이상의 리얼리티를 담고 있었다. 어쩜 다큐가 아니기 때문에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연출'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나 소설이라면 으례 그렇듯,

이 영화는 결코 계몽적이거나 '단선적'이지 않다. 긴장과 갈등, 그리고 관객들의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무수한 상황들이 툭툭, 때로는 미묘하게 제시된다. 

 

#.

테러리즘을 다루는 태도도 그랬다. 가시적인 테러와 좀처럼 가시적이지 않은, 그러면서도 실질적 효과는 더 엄청난 구조적 폭력의 문제 중 무엇에 비판의 무게를 두어야 할까? 후자의 극복을 위해 전자는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예전(?) 같으면, 일고의 여지도 없이 후자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하며 전자를 (상대적으로) 옹호했었을 게다. 그런데, 이제는 도저히 못 그러겠다. 입장은 지지하지만, 내가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소리다. 대의를 위해 누군가에게 구체적인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이제는 못할 것 같다. (그렇다고 예전에 했다는 소리는 아니고... ㅡ.ㅡ  하지만 대의명분이랍시고 후배들을 위험에 처하게 했던 몇몇 일들을 지금 떠올리면 등골이 서늘하다.....) 조지오웰처럼, 결국 어느 순간에는 (전적으로 지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총을 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영화에서 진정한 모범군인으로 등장하는 마띠유 대령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대사는 IMDB 에서 퍼옴)

"We aren't madmen or sadists, gentlemen. Those who call us Fascists today, forget the contribution that many of us made to the Resistance. Those who call us Nazis, don't know that among us there are survivors of Dachau and Buchenwald. We are soldiers and our only duty is to win."

"Should we remain in Algeria? If you answer "yes," then you must accept all the necessary consequences.:

 

알제리의 식민모국은 프랑스...

공화주의의 모범을 세웠고, 나치스에 그 어느 나라보다 격렬하게 저항했고, 현재에도 막장 미국에 비하면 나름 똘레랑스를 갖추고 있다고 인정받는 그런 나라...

하지만 인도차이나, 알제리까지, 무려 60년대까지도 식민지를 유지했던 대표적 제국주의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을 나는 종종 잊는다. 

알제리에서 학살을 저지르고 엄청난 차별과 억압을 자행했던 130년의 역사는, 프랑스의 소수 제국주의자나 꼴통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대령의 이야기가 바로 그 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게 바로 슬픈 현실인 것이다. 내부로부터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혹은 묵인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제국주의가 가능할 수 있겠는가. 이건 자본의 폭력적 속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제 시대에 부역하던 이들은 정말로 해방이 올 줄을 꿈에도 몰랐단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하면서 의아해했는데, 30년 이상 식민통치가 지속된다면 그럴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서 불과 1년 사이에 사람들이 속내를 드러내거나 혹은 변해가는 모습들을 보니, 그 때에는 어땠겠구나 하는 짐작도 새록새록....

120년이라는 식민통치를 겪으면서도 소진되지 않고 남아있는 독립의 열망은, 자유를 향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으로 해석해야 할까?

 

영화에 보면, FLN 지도부가 다 소탕(?)되고 난 2년 후, 다시금 들불처럼 민중봉기가 끓어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모두들 국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데, 국기라기보다는 넝마에 가까운 천쪼가리들.... 걸치고 있는 옷들도 그닥.... 그걸 보고 있자니그보다 훨씬 오래 전인, 조선의 독립운동은 얼마나 더 추레하고 볼품없었을 것인가 저절로 연상이 되었더랬다.

 

#.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을 읽고 복잡다단한 생각과 의문들이 들었었는데 정리를 못하고 넘어간 적이 있다. 차분하게 앉아 좀 정리를 해봐야겠다. 그가 책을 썼을 때 불과 서른 여섯.... 결국 독립은 보지 못했다.....

 

 

#.

사족이라면, 엔리오 모리꼬네가 영화음악을 맡았다는데, 정말 딱! 이었다.

그리고, 영화에서 FLN 지도부로 등장하는 배우는 실제로 주도적 활동가였고, 나중에 정부 각료가 되었다고....ㅡ.ㅡ

 

참, 주인공인 알리가 교도소에서 혁명운동에 눈을 뜨고 출소하여 첫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글을 몰라.... ㅜ.ㅜ 그래서 지령을 전달하러 온 꼬마가 지령을 읽어준다. 나 원... 글도 모르고 어떻게 혁명운동을 한다는겨... 순간 속터져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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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도끼의 삽질

조만간 '삽질'이라는 단어가 금칙어로 지정될지도 모르니 그 전에 원없이 써보련다. ㅋㅋ

 

최근 친구 주먹도끼가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고 독립을 했다.

때늦은 독립을 축하하면서 작은 살림을 하나씩 장만해주기로 했는데...

 

# 삽질 1

 

주먹도끼는 나와 장대리에게 '가스렌지'를 요구했다.

절대 밥을 해먹으며 살것 같지도 않은 인간이, 심지어 불판 세 개 짜리 '린*이'라는 유명브랜드 제품을 요구했다.

부루스타면 충분할텐데 말이지...

나의 이러한 이의제기에 주먹도끼는 파르르 떨며, 불판 세 개에 냄비 하나씩 얹어 놓고 우리에게 맛있는 라면을 끓여줄 생각이라는 실로 괴이한 주장을 펼치며 자신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분식집 차릴 생각인가???

어이는 없었지만, '옛다' 이런 심정으로 장대리가 온라인 쇼핑몰에 주문을 했다.

금욜 학회장에 앉아있는데 장대리의 문자가 날아왔다. 이제 보니 이사갈 집에 가스렌지가 붙박이로 설치되어 있단다. 뭥미?  그러지 않아도 첨 가스렌지를 요구했을 때 내가 분명히 주먹도끼한테 물어봤더랬다. 요즘은 붙박이로 설치된 집이 많은데, 확인해본거냐고.... 철썩같이 없다고 하더니만.............. 으이구.............  주문취소해야겠네 답문자 보냈더니, 벌써 배송완료되었다는 ... ㅡ.ㅡ

 

이날 저녁, 주먹도끼가 소소한 또다른 삽질로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IKEA 에서 조립가구를 주문했는데, 연장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는.... 왜, 공구셋트라도 장만하시게? ㅎㅎ 어이가 없었지만, 친절하게 조립도구들이 같이 배송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려면서 물었다. 가스렌지 사건은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그녀는 어떻게 알았냐며 흠칫(!)하더니, 뭐 중언부언 핑게를 댔다. 자기도 확인을 했었는데 어쩌구저쩌구....  심지어 붙박이 가스렌지의 불판은 네 개나 된단다. 아이구 잘 됐다.  불판 합이 일곱 개니,  분식집은 물론 돌솥밥집도 한 번 차려볼만하겠구나!!! 에헤라~

 

하지만 지난 일요일 현장검증을 해본 결과, 붙박이 가스렌지의 모습은 기존 거주자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착각하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싱크대와 일체형....... 저걸 못알아봤다는 주먹도끼의 놀라운 안목에 깜딱 놀랄수밖에......ㅡ.ㅡ

 

#. 삽질 2

 

부엌 냉장고자리가 양문형 냉장고에 맞게 틀이 짜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양문 냉장고를 구입해야 한다고 했다. 뭘 그리 많이 해먹는다고 양문 냉장고를 사나 싶지만, 뭐 자리가 그리 생겼다니 그런가보다 했는데....

역시 일요일 방문해서 보니 냉장고 자리가 비어있다. 안 들어가서 반품했다는 ㅎㅎ

문이 열려야 할 공간을 고려안하고 크기만 딱 본거다..... 

 

그녀는 진정 반품의 여왕?.

 

 

#. 삽질 3

 

공부방의 스탠드가 110볼트 짜리라며, 전기선 연결을 어찌 하나 고심하고 있었다. 

트랜스포머를 하나 사서 부엌의 믹서와 함께 쓸 수 있게 멀티탭을 연결할까 어쩔까....

근데 의심이 들었다. 국산 스탠드도 110볼트 전용이 있나??? 스탠드 미제냐?

 

아니나 다를까,  뒤집어보니 아주 굵은 글씨로 " free volt" 라고 써 있다. ㅜ.ㅜ

돼지코만 바꿔주면 되는 상황....

그럼 부모님 댁에 있는 동안은 이걸 계속 트랜스포머와 연결해서 썼던 거여???

모른 척하고 그냥 트랜스포머 사게 내비둘 걸 그랬나봐..... 으이구....

 

과연 나의 벗 주먹도끼는 언제쯤 이 삽질 시리즈를 종식시키고 진정한 생활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주의 관찰 요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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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 그까이꺼....

이런 현실을 보자니,

막장 드라마를 비판하는 것이 한가로운 음풍농월처럼 느껴진다

드라마라는 걸, 어줍잖이 '쎄게' 만들어서야 어디 현실과 경쟁이 되겠나 싶다...

 

http://go.idomin.com/438

 

궁금한 건 이런 거다...

해고는 그렇다치고 (이런 양보 가정이 과연 적절한 건지 모르겠으나!!!)

굳이 이렇게 막나갔어야 하냐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세상 많이많이 보여주려고,

아이들 많이 낳으라고 하나보다...

이렇게 '강하게' 단련된 아이들은,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사막 한복판, 공기 한모금 없는 달나라에서도 거뜬히 살아남는 국제적, 아니 범우주적 경쟁력들 갖출지도 모른다.... 

 

막장이 최신 트렌드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좀처럼 적응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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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병리학]

Paul Farmer < Pathologies of power - health, human right, and the new war on the poor> California University Press 2005 (김주연, 리병도 옮김. [권력의 병리학] 후마니타스 2009)

 

 

 

올해 번역서가 출간되기는 했지만, 미국에 머물던 당시 사놓았던 책이 있어서 그걸 읽었다.

한글판도 있는데 굳이 영문판 읽는다고, 잘난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럼 비싼 돈 주고 산 책을 냅두고 또 새책을 사란 말이냐... ㅡ.ㅡ

 

약간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감히' 외면하거나 혹은 냉소해버릴 수 없는 엄청난 경험과 슬픈 진실,  그리고 저자의 감성적/이성적 분노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천상 임상의사인 그의 직접 서비스 제공 (이걸 pragmatic solidarity 라고 칭했다)  고집 원칙이 가끔 아쉬움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건 사실 당연한거다. 앞에서 당장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원칙이나 법개정이니, 근본적 대책이 어떻고 하는 건 한가하게 비춰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이 함께 이루어져야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의 강점은, 대부분의 인도주의적 구호/원조활동이 그리는  '따뜻한 마음'과 '불쌍한 사람들' 이면의 구조적 폭력 (structural violence)과 권력의 병리학 (pathologies of power)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른손으로는 자선 활동을, 왼손으로는 가공할 폭력을 행사하는 신자유주의/보수주의 세력에 대한 비판은 매섭다. 한국에서 최근 몇 년 간 한비야 씨를 비롯한 유명인들의 참여를 통해 국제 구호활동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여전히 금기....  비록 시간과 공간, 드러나는 현상은 다르지만, Haiti와 Chiapas 의 가난한 이들, 러시아 구금 시설의 청년 수감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근원은 모두 같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조금 아쉬운 점은, 전지구적 자본주의 자체의 착취적 성격에 대해서는 그닥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가 문제삼고 있는 국제 금융기구의 활동이나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어떠한 동력에서 비롯되었는지에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음. 하지만 이 책의 초점이 그건 아니잖아?)

 

파머는 국제사회 혹은 학계, 인권운동의 통상적 접근법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의 원조가 어떻게 독재정권 (Haiti와 Chiapas 에서)의 권력을 영속화시키고 민중들을 고통에 빠뜨렸는지, 인권의 협소한 법률적 해석과 정치적/시민적 권리에 치중한 인권운동이 어떻게 실질적인 사회권 침해로 이어졌는지,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거부된 결핵 프로그램 때문에 어떻게 러시아 구금시설의 청년들이 약제 내성 결핵으로 죽어갔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연구자들 혹은 국제사회, 관료들의 이중적 잣대와 위선을 맹 비난하신다 (사실, 미국에 있을 때 이 분 본 적 있는데, 엄청 까칠해보임 ㅜ.ㅜ 훌륭하신데, 같이 일하기는 무서울 것 같음.......내공이나 경험이나....그 무시무시한 포스....) 

특히 '중립성'이라는 이름으로 피억압 민중과 가해자들의 주장, 그 어디 사이엔가 진실이 있는 것처럼 호도해버리는 가장된 당파성, Haiti 의 가난한 민중들이나 Russia 구금 시설의 수감인들이 결핵 내성을 갖게 된 것은 미신에 쉽게 빠져 근대적 의학치료를 거부하거나 생활태도가 불량하여 약을 잘 안 먹기 때문이라고 쉽게 단정해버리는 선진국 연구자들의 편견, 비용효과 분석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선진국 국민과 후진국 국민의 목숨값이 다르게 계산되기 때문에 최선의 치료가 후진국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이미 내성이 생겨버린 1차 약제를 계속 퍼붓는 비효율적인(!) 원조활동을 하는 국제기구와 '전문가들'.... 또한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의학윤리' 분야가 의학 신기술의 적용과 개별 진료행위에는 그토록 뜨거운 논쟁을 벌이면서도 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값싼 약제조차 복용하지 못해 죽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모르쇠하는 것, 축제나 기이한 문화체험에만 초점을 둔 인류학 연구들에 대해서도 막 야단을 치신다... (ㅡ.ㅡ)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인종적 혹은 문화적 특수성에 천착하는 '문화적 상대주의'나 '정체성의 정치학 (identity politics)'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그 쪽 문화의 고유한 전통이니 우리는 그걸 인정해야 한다는게 도대체 말이 되냐는 거다. 또한 대개 인종, 젠더, 종교/문화 등에 근거한 정체성의 기저에 도도하게 흐르는 사회경제적 힘을 고려하지 않는 '인정 투쟁'은 충분치 않다는 거다.

 

(참, 본문에 보면, 임상 의사들이 개별 환자 보는데만 매몰되어서 보건의료 체계나 사회적 건강, 공중보건의 문제는 역학자들에게 미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그것도 오해다. 대부분의 역학자들도 이런 문제를 잘 다루지 않는다.....  )

 

그래서, 결국 저자의 결론은 무엇인가...

실천적인 방향으로 연구의 의제를 변화시켜야 하고,  또한 연구'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다 ("But remember that none of the victims of these events or processes are asking us to conduct research").

또한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해방신학에서 이야기하는 'preferential otpion for the poor'의 원칙을 수용하고, 건강권을 인권 문제의 중심에 혹은 유용한 잣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실제로, 건강을 매개로 접근하는 것은,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고 또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당장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면서 이를 토대로 지평을 넓혀 나가기에 유리하다.

그리고, 사회권 보장에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연대활동에서 국가나 관료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는다. 좋은 뜻이 항상 좋게만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더구나 인권 유린이 일어나는 경우 대부분 국가가 가해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나...........

세상의 부조리와 고통을 알리는 것은 배운 자들이 가진 특권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지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싶다. 

관찰과 분석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참여 없이는 진정한 관찰과 분석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이나 보건학 분야의 학생과 연구자들.... 그리고 국제연대 혹은 심지어 '봉사활동'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정도의 경험과, 그 엄청난 경험을 이렇듯 정제된 언어로 정리해낼 수 있는 이는 지금 이 지구촌에 몇 명 없을 듯....

 

* 인용된 Edurardo Galeano 와 Paulo Freiri의 글은 기억해둘만하다.

"   The technocrats claim the privilege of irresponsibility: "We're neutral", they say.  "

"  True generosity consists precisely in fighting to destroy the causes which nourish false ch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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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배틀

아까 집에 들어오는 길에 늦어서 택시 탔는데,

기사분이 틀어놓은 DMB 공중파 3사에서 모두 같은 걸 방영하고 있었다.

 

저렇게 몸소 나서서 다 웃겨버리시고 나면,

개그맨들은 뭐 먹고 사나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찮은이 형 갈은 양반이 여드름 터뜨리고 무릎 까져가며 리얼버라이어티를 찍을 수밖에 없는 게다.

 

무차별 자전거 사은품 공세 때문에 거대 신문사와 자전거 소매상이 대립했던 기괴한 과거가 떠오른다.

이제 생계와 안전한 일자리를 두고, 개그맨들과 그 분이 대립하게 생겼다... ㅡ.ㅡ

 

근데, 거기 패널로 출연한 이들의 정체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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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

지난 주부터 시작하여 다음 주까지, 정말 일정이 폭주하고 있다. 

 

각기 다른 시점과 배경에서, 또 차마 거절하거나 모른척하기 어려운 정황에서 하나씩 오케이를 한 것인데, 그게 다 비슷비슷한 시기에 몰려 있었던 것... ㅡ.ㅡ

 

금욜 오후/저녁에 강의 두 개 있어서 오늘 미친 듯이 강의자료 만드는데

다다음주 복지부 심포 자료 원고 달라고 담당자가 전화로 애원을 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내일은 못 줘요 생떼를 써서 금욜까지 겨우 미루었다.

사실, 다음 주에 있는 역학회 30주년 발표원고도 보내야 한다... 아마 내일쯤 독촉전화가 올 것이다...

건강위원회 워크샵 토론자료도 준비해야 되고....

심지어 남아 있는 수업도 많아...  

 

유기된 논문 두 편이 수정해달라며 책상 한 구석에서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건만,

미안하다.... 얘들아....

다른 논문 하나는 책임저자 샘이 주말에 쪼아대는 전화를 하심....ㅡ.ㅡ

 

어쩌지???

왜 이렇게 되었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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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당

토욜 아침에 진보신당 건강위원회 운영위원회가 여의도 당사에서 있었다.

 

보통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환승센터가 크게 들어서면서 막 바뀌고... 예전 버스를 못 찾아서리... ㅜ.ㅜ

부랴부랴 택시를 탔다.

 

진보신당이라 그러면 택시 기사 분들이 대개 모르시기 때문에 

'여의도 딴나라당 당사요" 라고 설명을 하는데..

거긴 도대체 왜 가냐고 물으신다. 

뭐 그냥 대충 얼버무리며, 그 근처에 가는 거라고만 설명드렸는데..

 

도착할 무렵, 한참이나 떨어진 블럭에서 내리란다.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했더니만,

대답하시길, "아, 그 당 꼴보기 싫어서 가급적 가까이 안 가려고 그러지..."

"아.. 네... 뭐 특별히 선호하시는 당이라도?"

 

 

"거긴 빨리 두 나라당이 되어야지.

 

우리 박근혜 씨는 왜 빨리 갈라서지 않나 모르겠네...

저 꼴보기 싫은 인간들... 에휴...."

 

 

아... 네.......................................... ㅡ.ㅡ;;;

그런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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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과의 조우

지난 주말에,

아빠 퇴원하시고 나서 첨으로 온 가족들이 모여 외식이란 걸 했다.

머나먼 일산까지 가서.... ㅡ.ㅡ

추석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조카들과도 반가운 조우...

 

#.

밥 먹다가 5학년인 토끼가 유치원 시절에 있었던 일을 두런두런 이야기하길래,

"너는 그 때가 생각이 나냐?" 했더니만

토끼가 "그럼~ " 하면서 그윽한 눈으로 먼산을 쳐다본다. "그 때가 인생의 황금기였지...."

그 진심과 회한이 담긴 한 마디에 나는 입안에 있던 불고기를 뿜을 뻔했다.

 

생각해보면, 현재 5학년이지만 유치원 3년 포함, 벌써 학교생활 8년째다.

거기다 각종 학교 외 공부들까지 포함하면, 아마도 내가 고등학생 때나 느꼈을법한 '회한'을 이 또래들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긴 했지만, 슬프기도 해... ㅡ.ㅡ

 

#.

등산장비와 관련해서 오빠한테 물어볼게 있어 토끼한테 심부름을 시켰다.

"토끼야, 방에 가서 김씨 좀 오라고 할래?."

"응, 근데 큰거 작은거?"

거실에서 과일 드시던 나머지 식구들 다 쓰러짐....ㅎㅎㅎ

나는 상세 지침을 전달했다. "어, 큰거 오라고 해"

 

#.

언니 친구네 아이가 지난 여름 물에 빠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겼단다.

맨날 백점맞던 아이가 지난 시험에 40점을 받았다고...  참 안된 일이다..

그 이야기를 하는데, 다람쥐가 옆에서 또 마구 장난을 치길래 내가 "우리 집에는 물에 안 빠져도 40점 받는 사람 있는데..." 했건만, 자기 이야기인줄도 모르다가 한참 있다 눈치를 챘나보다.

자기가 요즘 얼마나 수학을 잘하는지 마구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심지어 구구단을 13단도 외운단다.

"근데 13단 외워서 뭐하냐? 그거 어따 써?" 그랬더니 발끈 하면서...

"고모는 외울 줄 알아? 그럼 어디 백단 외워봐!" 그런다.

백단이라고? 아이구야...얼마든지올시다! ㅎㅎㅎ

"백일은 백, 백이는 이백, 백삼은 삼백... 더해볼까? 천단, 만단은 어때?"

다람쥐는 약올라 죽으려고 발버둥침 ㅎㅎㅎ

 

#.

3학년인 다람쥐는 공룡의 신비와 진화론을 신봉하는 자칭 무신론자이다.

근데 요즘 성당에 엄청 열심히 다닌다.

좋아하는 여자아이 때문이라고 ㅡ.ㅡ

그거라도 어디냐며 엄마아빠는 칭찬하고,

나는 만날 때마다 악마의 속삭임으로 아이들에게 무신론을 부추긴다. ㅎㅎ (그래서 엄마가 나 미워함)

한창 필이 꽂혀 미친듯이 성당을 다니던 토끼도 (토끼의 엄마는 그걸 '후까시'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진짜 이상한 집안 ㅎㅎ) 요즘은 시들한 상태...

뭐 굳이 말리거나 부추길 필요는 없을 듯...

스스로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선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좋다면야 뭐 말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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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일상...

 

#1. 웃음을 준 이메일

 

"    선생님, 잘 지내고 계셔요?

     갑자기 말을 걸고 싶어서 그냥 드리는 말씀이에요ㅡ.ㅡ
     선생님은 항상 잘 지내시는 거 같아 부러워요....   "

 

메일 읽고 실소와 박장대소 사이 그 어딘가에서 마구 웃어버렸다. 

뭐 본인이 져야하는 삶의 무게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남에게 이리 보인다니 살짝 어이가 없기도 했으나, 행복해보여서 나쁠 건 없다.

정신줄 놓고 헤~ 이렇게 사는 걸로 보이나???

 

#2. 남자들의 입

 

흔히, 한국 남자들이 과묵하다고 알려져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얼마 전에 일 때문에 출장온 서클 후배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빛보다 빠른 속도로 여기저기서 전화질들.... ㅡ.ㅡ

아빠가 입원하신 것도 우연히 병원에서 마주친 후배 하나랑 이야기했을 뿐인데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니...

 

어찌나 다정다감하고 수다스러우신지.... ㅜ.ㅜ

 

#3. 연속과 단절

 

종의 진화에서 미세한 변화의 꾸준한 축적이 아닌, 단계를 뛰어넘는 급진적 변화가 중요하듯,  

한 개인의 삶에서도 가끔은 급진적 변화나 단절이 필요한 것 같다.

쉼 없는 꾸준한 (?) 인생은 어째 영....

한동안 숨죽였던 wandering spirit 이 다시 깨어나고...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여'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건, 바야흐로 때가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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