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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앞에서

숫타니파타의 구절과 함께 하나의 '전환점'을 기념하련다.

 

음.... 이보다는 생기있고 씩씩한 글이 필요하려나???

 

 

62.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71.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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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가끔(이라지만 아마도 남들보다는 훨씬 자주ㅋㅋ)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날랜 낼싀만졍 에헐질 번하괘라"

 

요즘 몹시도(!) 복잡다단한 상황에 놓여있다.

소심하거나 걱정병 환자였다면 아마도 자리깔고 누웠을 것 같다.

 

드디어, 나 득도했나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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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동지의 사진빨!

노건연 상근활동가인 스즈키 동지에 대한 기사가 며칠 전 한겨레에 실렸다.

피부가 백옥처럼 곱게 나왔다!!!

그가 동안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진만 보면 심한 피부미인.... 이/럴/수/가.....

 

지난 금요일에 지역 간담회 때문에 들렀을 때 사무실에서 김밥 먹으며 글쓰던 낯선 분이 기자였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미리 알았으면 스즈키 동지한테 좀더 깍듯한 모습을 연출했을텐데.. 아쉬워라 ㅎㅎ

지역에서 인기 만점이라는 거는 왜 기사에 안 실렸나 모르겠다.

본인이 민망해서 이야기안했나보다...

 

함께 브라질 출장 가서 화학노조 방문했을 때 바닥에 교육자료 펼쳐놓고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말한마디 안 통하는 브라질 노동자들이 완전 감동받은 표정이었음 ㅡ.ㅡ 사실 당시 스즈키 한국어 - 나  한국어/영어 - Heleno 선생님 영어/포르투갈어 - 브라질 노동자 포르투갈어... 에 이르는 기나긴 언어장벽이 존재했지만, 말로 표현되지 않는 그 아우라만으로 상황 파악이 되었달까?

 

그의 걱정대로 한국사회는 후퇴하고 노동자 건강문제는 여전히 심각한데,

과연 올해 활동은 어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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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01848.html

 

    한국 시민단체서 상근하는 일본인 스즈키 아키라

 

    14년째 한·일 노동운동 ‘다리 역할’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영세공장 밀집지역에 가면 작은 키와 온화한 얼굴의 일본인을 만날 수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등을 위해 일하고 있는 ‘노동건강연대’에서 8년째 상근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스즈키 아키라(49)다.

1993년 ‘원진레이온 사태’를 다룬 국제 세미나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스즈키는 1997년부터 한국에 눌러앉아 줄곧 노동현장의 건강·보건문제 개선에 매달리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노동자 건강권에서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라고 부른다. 스즈키 주변의 활동가들은 그를 “겉보기와 달리 무서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문종찬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순하게 보이지만 원칙에는 칼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29일 노동건강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스즈키는 먼저 한·일 양국의 노동운동 교류에 대해 차분하게 얘기했다. “일본 최대 노동단체인 전국노동조합연합회(렌고)의 오사카지부가 내게 연락을 해와, 한국의 3개 공무원노조의 통합에 대해 물었습니다. 양쪽의 만남을 주선해 지난해 9·10월 두 차례 만났고, 그때 통역을 맡았죠. 렌고는 세 단체가 통합을 이뤄낸 과정을 배웠고, 한국은 일본 노조 활동의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앞서 2월에는 양국의 금속노조가 스즈키를 통해 만남을 갖기도 했다.

그는 국제적 사안에서 한·일 노동자의 연대가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 석면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부산에서 진행중인 석면 피해자 소송을 보면, 피고 가운데 일본 석면제품 제조업체 ‘니치아스’란 곳이 나옵니다. 니치아스는 1970년대 일본에서 특히 유독한 청석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관련 공장을 한국으로 옮겼죠. 문제가 된 공장들이 지금은 인도네시아에 있습니다.”

스즈키는 자신의 삶터인 성수동 주변 노동자에 대한 걱정도 깊었다. “근골격계 질환이나 유기용제 노출 등의 문제로 우리 단체를 찾는 영세업체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성수노동자건강센터를 운영하면서 무료 건강검진과 상담 등을 하고 있죠.”

한국과 맺은 노동운동의 인연은 결혼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원진레이온 세미나를 하면서 부인 최경숙(51)씨를 만났다. 최씨도 보건의료시설 노동자 단체인 병원노동자희망터의 대표를 맡으며 남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13년의 세월 동안 그가 바라본 한국은 많이 변했다. “한국은 여러 면에서 일본에 뒤처지고 있다는 게 예전의 인식이었죠. 그런데 지난 정부 때 국가인권위원회, 과거사정리위원회 등 일본에서 볼 수 없는 기구들이 생기면서 제도적 차원에서 일본을 앞질렀습니다. 요즘 들어서 이런 진전이 멈춘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본 나가노현에 살고 있는 그의 부모는 노동운동을 좇아 외국으로 떠난 아들이 섭섭하지 않을까. “일 때문에 일본은 두 달에 한 번꼴로 가지만 부모님은 가족들과 함께 1년에 한두 번밖에 못 찾죠. 손주를 못 보는 게 늘 섭섭하시대요.”

 

글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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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ard Zinn 을 추모하며

 

노란 백열전구 불빛 아래에서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첫장을 넘겼던 그 밤을 잊을 수 없다. 역사책을, 그것도 머릿말을 읽으면서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알 수 없었다....

낭독회와 출판기념회, 먼 발치에서 두어번 얼굴을 뵌 것이 '사적인' 인연의 전부지만,
엊그제 선생의 부음 소식은 하루 종일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처음 트위터로 소식을 접하고 찾아보았던 뉴욕타임즈 부고 기사는 기괴하기 그지 없었다.
제 정신인가 싶더라니.... ㅡ.ㅡ

예상하고, 또 기대했던 대로 Democracy Now 에서 추모 방송을 마련했고,
그동안의 자료 영상들을 모아 폴더를 따로 만들어두었다.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You can't be neurtal on a moving train]의 몇몇 주요 장면들도 볼 수 있다.

http://www.democracynow.org/tags/howard_zinn

선생의 책 [미국 민중사]는 변변한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백만부가 넘게 팔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놓았다.
그래서, 참으로 드물게도, 많은 이들이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냉철한 사회비평가도 적지 않고, 또 훌륭한 활동가들도 적지 않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스스럼 없이 teacher 라고 부를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미국 생활하는 동안 선생님과 관련하여 쓴 글들을 모아둔다...
나대로의 추모 방식이다.

부디 영면하시길...

2004.11.02    하워드 진의 사인을 받다!!!
2005.04.22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1
2005.04.23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2
2005.06.07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3
2005.09.27    저항은 어디에나
2005.11.26    You can't be neutral on a moving train
2005.12.02    짧은 독후감
2006.02.25    좋은 선생이 되려면
2006.03.14    그들의 입을 빌어
2006.03.22    하워드 진의 엠마 이야기
2006.05.27    드디어 Marx in Soho
 

내가 읽었던 그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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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이야기 마지막.

hongsili님의 [깊은 산 이야기 3.] 에 관련된 글.

 

한번 시작하니 끝을 내야겠다는,  이거 은근 숙제...  ㅡ.ㅡ

 

#7. 에베레스트를 가까이서 보려면...

 

Mountain Flight 이라는 유람 비행기를 타면 된다.

카트만두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비행을 해서 산의 경치를 주~욱 둘러보고 오는 프로그램.

물론 비싸다.... ㅡ.ㅡ

그래도 평생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에 과감하게 질러버렸다.

 

비행기 크기는 약 20인 탑승 가능...  이런 비행기에 울렁증 있는 분이면 약간 어려울 듯...

 

창밖으로 내다본 풍경들이다.... 구름 위로 저 멀리 봉우리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에베레스트와 로체....

근처에 가면 탑승객들을 한명씩 운전석 앞으로 불러내서 설명해주고, 부기장 아자씨가 친절하게 직접 사진을 찍어주신다. 운전 안 하고 그냥 사진 찍어주고 그래도 되나봐.... ㅡ.ㅡ

 

 

다큐에서나 보던 히말라야 빙하들....

좁은 비행기 창문, 좁은 시야의 디카로 담아내기에는 너무 엄청난 광경들이었다.....

 

 

어찌 이리 장대하더란 말이냐.........................

이러한 거대함 앞에 과연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8. 그리고... 시내에서...

 

카트만두에서 산을 오가는 비행기편에 변동 사항이 많기 때문에 산행 앞뒤로 하루 이틀씩 여유를 두고 일정을 짜게 된다. 그래서 하루나 이틀 정도 시내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첫 날, 성스러운 Bagmati 강을 끼고 위치한 파슈파티나 힌두 사원을 방문했다.

피어오르는 연기는 화장이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삶과 죽음이 떨어져 있는게 아니라는, 그래서 다시금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성스러운 화장 의식 앞에서 나는 숙연해지기보다 수질오염 때문에 좌불안석이었다. ㅡ.ㅡ

저 물을 어쩌면 좋나 싶더라니...

 

 

사원에는 많은 이들이 화장을 하러, 혹은 세상을 떠난 조상에게 예를 드리기 위해, 더러는 생계를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성과 속이, 내세와 현세가 동거하는 기묘한 세계.....

 

 

사원을 무리지어 뛰어다니는 원숭이들의 모습에서 인수 공통전염병을 우려한 것을 직업병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듯... 네 발 달린 비둘기라고나 할까.....

책을 찾아보니 광견병의 주요 숙주라고 나와 있었다... 

 

네팔 사회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이 출발했다.

1인당 국민소득 200불 남짓의 엄청나게 가난한 나라, 에베레스트와 안나 푸르나의 나라, 마오이스트들이 합법 정부로 집권한 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힌두인 나라..... 이 정도?

뭐 트레킹 코스도 모르고 갔는데 뭐 두 말하면 잔소리.... ㅜ.ㅜ

 

심지어, 싯다르타가 태어난 룸비니가 네팔의 도시라는 것도 몰랐음...

자연 환경이 험악하고 삶이 신산한 곳일수록 종교의 탄생이 쉽다는 것은,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모두 사막에서 유래했다는 것으로부터 능히 짐작할만하다. 

아래는 Bodnath 불교사원....

 

 

힌두 사원, 불교 사원, 그곳을 찾는 그 무수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토록 벗어던지고픈 집착과 번뇌는 무엇일까?

집착과 번뇌를 놓기 위해 종교를 찾기는 하는 걸까?

종교를 적극적으로 소구하는 혹은 전유하는 이들의 존재를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9. 밀린 일들이 너무도 많아서 여행기는 여기서 대강 마무리짓는다. ㅜ.ㅜ

그래서, 과연 히말라야까지 가서 무엇을 얻었냐, 혹은 결론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비밀'이라고 답하겠다.....ㅋㅋ

정 듣기 원하신다면 맛난 밥이나 차 한잔을......

 

* 아참.... 여행 사진 정리하다 생각난 건데,

올해는 사진을 좀 열심히 찍어서 연말에 달력을 하나 만들어볼까 어떨까 싶다.

무한도전 달력 보니까 연중 기획으로 진행해야 할 듯 ㅎㅎㅎ

7/8월에는 히말라야 사진, 1/2월에는 사막의 뜨거운 태양.... 내가 생각했지만 엄청 좋은 아이디어 같다....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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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이야기 3.

hongsili님의 [깊은 산 이야기 2.] 에 관련된 글.

 

#6. 눈이 많이 와서 힘들지 않을까....

 

여러 사람들한테 이야기했지만,

지난 연말에는 히말라야보다 한국에 눈이 더 많이 왔다. ㅡ.ㅡ

 

여름의 우기 이후 건기가 시작된 이래, 연말이면 이제 겨울의 눈 시즌이 막 시작되는 시기라고 했다.

에베레스트와 로체 정상 부근에야 겨우 남아있는 만년설은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Kesh가 가이드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은 너무나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중간 기착지이자 순화 (acclimatization)를 위해 Namche Bazaar 에 머무른지 셋째 날이자, 2009년의 마지막 날 아침....

 

 

아침에 일어나니 무려 이런 광경이 펼쳐져 있는 것이지 뭔가!

 

 

문자 그대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눈보라와 안개가 휘몰아쳤고,

잠깐씩 바람결에 구름이 걷힐 때마다 드러나는 광경들에 진정 몸둘바를 몰라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은 거짓말처럼 짧았고,

미처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전에 다시금 백색의 눈구름에 갇혀버리고는 했다...

 

 

 

그리고 이 날은 바야흐로 보름이었다.

다른 여행자들, 우리 팀과 함께 송년회를 벌이다가 달을 보기 위해 자리를 떴다...

구름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그에 못지 않게 달도 휘영청했다!!!

 

 

자세히 보면, 마을의 불빛 너머 멀찌감치 봉우리가 살짝 보인다...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앞 골목이다....제법 큰 마을답게 가게와 인터넷 까페들이 자리하고 있다 .

우리로 치면 지리산의 장터목 쯤 된다. 에베레스트 인근에서 가장 큰 마을로, 오랫동안 지역의 장이 서는 곳이었다고 한다. 풍부한 수력자원 때문에 카트만두 시내보다 오히려 전력사정이 좋은 듯....  인터넷 까페도 있는데, 물론 접속료는 많이~ 비싸다...

 

 

눈 온 다음 날은 다시 날씨가 완전 화창...

 

 

이런 풍경을 뒤로 하고 작은 까페에서 모처럼 진한 커피 한 잔...

 

 

이곳에 다녀오기 전과 후가 결코 같을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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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이야기 2.

hongsili님의 [깊은 산 이야기 1.] 에 관련된 글.

 

어제에 이어서....

 

#. 3. 여행 준비는 어떻게?

 

어디론가 멀리 떠날 때면, 항상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책을 장만하는 거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미친 듯이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거다... ㅡ.ㅡ

간혹, 꼭 가져왔어야 할 것들이나 유용한 팁들을 뒤늦게 깨닫지만, 뭐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을 주문할 시간과 여유마저 상실...

비행기를 갈아탄 싱가폴 공항에서야 겨우 론리 플래닛을 장만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은 도대체 여행서적을 안 판다.............화장품 매장만 넘쳐나는 신기한 공항....... ㅜ.ㅜ

 

내가 여행을 위해 준비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현지 여행사를 예약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겨울 산행과 관련한 옷가지를 몇 점 산 것이다.

그리고는 땡!

네팔이 어디 있는지, 트레킹할 지역이 어딘지,  산에서는 며칠이나 머무르게 되는지 이런 고급 (?) 정보는 개나 줘버려 하는 심정.... 은 아니었고, 마음은 있었으나 시간을 내기 어려워 미처 준비를 못했다.

 

현지 여행사는 Ace the Himalaya 라는 곳으로, 윤리적/생태적 여행을 표방하고 있다.

고용된 노동자들에 적정 임금을 지급하고, 건강보험도 다 가입해준다고 하길래 선택했다.

대강 읽어본 여행자 당부 사항도 괜찮았다. 이를테면,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이나 사탕을 주는 것이 당장은 따뜻한 마음일지 모르지만 그들을 망치는 것이라며 정 도움을 주고 싶다면 지원하라고 지역자원단체를 소개해준다던지.... 

물론, 이것도 고도의 상술 아니냐고 의심한다면 한도 끝도 없겠으나

현지에서 만나본 가이드나 포터들의 대답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산악의 원주민 포터들의 경우, 월급이 아니라 산행 건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지만 대개는 오랜 동안 전속으로 계약을 맺고, 또 산행 이외 시기에 발생한 의료비에 대해서도 본인 부담을 상환해준다고 했다.

(나는 의심이 많아서 이런 거 꼭 확인해본다...  이런 거 물어보는 사람 첨봤다고 하더군.... ㅡ.ㅡ)

 

책을 읽어보면 양 극단의 황당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카트만두 시내에 가면 각종 등산용품 판매와 대여점이 즐비하고,또 즉석에서 현지 트레킹을 조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만나서 함께 간 산행 중에 포터가 짐을 몽땅 챙겨 도주해버렸다는 괴담이 있다. 이거 정말 재난 아닌가!

또 다른 한편으로는 봄에 눈이 녹고 나면 얼어죽은 포터의 시체가 일 년에 몇 구씩 발견된다는 괴담도 있다.. 함께 가다가 포터가 다치거나 하면 여행객이 그냥 버리고 가버린다는 게다....  ㅡ.ㅡ

둘 다 극단적 사례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믿을만한 현지 에이전트와 함께 하는 것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강추할 만하다.

가이드와 함께 다니면, 그냥 설렁설렁 다닐 때보다 보고 듣게 되는 것도 훨씬 많아서 좋다.심지어 산장마다 어떤 음식이 괜찮은지, 어떤 메뉴는 피하는 것이 좋은지 깨알같이 소중한 정보들도 알려준다.

영어로 대화를 해야한다는 소소한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고급 학술영어도 아니고, 대강 다 통한다.

우리 팀의 가이드 Kesh 는 20년 경력의 노련한 산 사나이... 어찌나 정도 많고, 침착하고 생각이 깊으신지...나중에 산에서 내려온 다음에도 (계약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시내에 기념품 사러 가는 길을 함께 해주고, 마지막 날 아침 호텔까지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한국 음식도 너무 좋아하심 ㅎㅎ

 

포터 Jivan 은 진짜 체력 짱.....

하루는 가파르게 800미터를 올라가는 날이 있었는데,

나는 숨이 묵구멍까지 차올라서 거의 토할 지경... 심막이 없었으면 심장도 터졌을 판... ㅜ.ㅜ

근데 이 냥반은 먼저 올라가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더라니....

나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유.... 오케이?"  (누가 누구한테 이따위 질문을... ㅡ.ㅡ)

그는 그저 씩 웃었을 뿐이다....

 

#4. 고산병 (High Altitude Sickness or Acute Mountain Sickness)

 

반지의 제왕에 보면 프로도가 반지를 목에 걸고 모르도르 화산 구덩이 근처를 힘겹게 한발한발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반지의 무게 때문에 힘들어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고산병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 ㅎㅎㅎ

고산병에 대한 사람들의 민감도는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았다. 일행 중에는 3천 미터를 넘어서자마자 심지어 산장 계단 올라가는 것 마저도 힘들어 하는 이가 있던 반면, 평지를 거닐 듯 아무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나는 머리가 약간 띵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때가 소화 잔해물이 대장을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시점이라 두통의 원인이 고산병 때문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울 듯....

고산병 증세 중에 괴이하고 (bizzare) 극성스러운 꿈도 있단다.

3천 미터를 넘어간 첫날 밤, 진보블로거 아즈라엘이 등장해서는 만두 공장에 테러를 가한다고 (도대체 왜 만두공장?) 까불다가 나까지 위험에 빠뜨려, 밤새도록 만두공장에서 도망다니는 아주 해괴한 꿈을 꾸었다. 다음날 아주 삭신이 쑤셔 죽는 줄 알았다.....  국제전화요금만 안 비싸면 아즈라엘한테 항의전화할 뻔 했다.... ㅡ.ㅡ

 

#5. 풍경들......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깨알처럼 보이는 Namche Bazaar 마을의 집들....

 

 

한국 등산용품 브랜드인 블랙 야크 광고를 보면, 히말라야 눈보라 속에서 신비의 동물 블랙야크를 만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마치 엄청난 기연인것처럼 표현....

그래서 블랙 야크가 엄청 신성하고 히귀한 동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노란 야크, 까만 야크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풀을 뜯어먹고 있더라니.....

마치 포르투갈 어 '따봉 Ta bon'이 '괜찮아' 혹은 '오케이' 정도의 평범한 찬사인 걸 알고 배신감 느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랄까.... ㅡ.ㅡ

 

 

청명 청명 청명..... 하늘 색깔이....

 

 

사실, 똑딱이 카메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그 깊이....

한국의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가서도 와~~~ 했었지만, 정말 '산이 깊다'는게 무슨 뜻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깊다는 표현 말고 달리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사진기로는 이리저리 어떤 각도로 찍어도 도저히 담아낼 수가 없다. 그냥 포기.... (실력 없는 목수의 전형적인 연장 탓!)

 

 

 

여기는 그 유명한 에베레스트 호텔... 해발 3800미터 지점에 위치한, 세계 최고 높이의 호텔이다.

돈많은 관광객 중에는 카트만두 시내에서 헬기나 소형 비행기로 여기까지 날아와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바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단다. 이름이 Everest View Hotel 인만큼, 에베레스트가 가장 잘 보이는 곳....

 

 

에베레스트, 그리고 그 바로 너머에 로체도 보인다....

 

 

따뜻한 볕 아래서 따뜻한 레몬 차......

 

 

 

만년설이 부쩍 사라진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바라보며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진심으로 우려했다.

그리고 눈이 어여 와야 할텐데.......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간절한 기원을 했더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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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이야기 1.

 

히말라야에 다녀 온 지도 벌써 3주가 다 되어 간다.

 

주변의 몇몇 분들은, 뭔가 엄청난 역경으로 점철된 대단한 모험이라도 하고 온 줄 생각하시지만 그건 사실 (엄청난) 오해다. 내가 한 것은 등반이 아니라 트레킹이었고, 신체적 부담의 정도를 따져본다면 지리산 종주보다는 오히려 훨씬 수월하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둘레길 수준은 아님 ㅡ.ㅡ)

 

사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트레킹과 관련한 오만가지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주변에 궁금해하는 분들이 적잖이 있어서 몇 가지 적어본다.

 

#1. 산에는 어떻게? 

 

내가 갔던 곳은 에베레스트 쪽... 

도로가 없어서 (ㅡ.ㅡ), 걸어가던가 (마을길 통해 가면 6일 걸린단다), 카트만두에서 출발하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Lukla 라는 마을로 직접 가는 방법이 있다 (한 30분 소요). 마치 노고단까지 버스를 타고 갈 것인가, 등반을 할 것인가 선택하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시간을 충분히 내기가 어려운 여행자의 사정 상, 비행기로 이동하여 Lukla 를 출발지로 삼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작은 비행기, 높은 고도, 혹은 롤러코스터에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약간(?) 후덜덜...

 

비행기 안은 이렇게 화목하고 친근하다... 운전하시는 기장님 얼굴을 면전에서 마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차의 네비게이션과 크기가 비슷한 비행기용 네비도 볼 수 있다.

물론 낙하산이나 구명조끼 따위는 없다... ㅡ.ㅡ

가이드 아자씨한테 '혹시' 구명조끼 있냐고 물어보니까 그런 거는 생각하지 말고 타란다 ㅎㅎㅎ

 

 

더욱 흥미로운 것은 Lukla  공항의 활주로...

약 2860미터 고도에 위치하다보니 충분히 길게 만들기가 어려운지라,

엄청나게 과학적인 방법으로 활주로를 설계했다.

Wiki 에 검색해보면 약 500미터라고 나오는데, 그게 주차장에서 돌아나와 유턴 (ㅜ.ㅜ) 하는 거까지 다 합쳐서이고, 실제 이착륙하는 길이는 약 3백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듯....

활주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12% 경사로.... 그래서 착륙할 때는 경사로를 올라가면서, 이륙할 때는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가며 날아오른다...

 

 

저 끝은 낭떠러지...................

2008년에 구름 때문에 시야가 가려, 착륙하려던 비행기가 절벽에 부딪혀서 많이들 돌아가셨다고... ㅡ.ㅡ

 

 

그래도 결국 이렇게 날아오른다...

시외버스 출발하듯, 뒤편에는 다음 비행기가 얼릉 이어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2. 먹고 자는 것은 어떻게?

 

물론, 텐트를 치고, 밥을 해먹으면서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가이드, 포터와 함께 움직였고, 숙식은 모두 산장에서 해결했다.

워낙 인기있는 코스라, 중간중간, 배가 고플 때 쯤 되면 어김없이 산장이나 티하우스들이 나타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야생의 세계가 아니고,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원래 살아가던 곳이기에 크고 작은 마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많이 알려진 ''셰르파' 도 고산 지대에 많이 거주하는 소수민족들 중 하나)

 

식사와 숙박비는 내가 지불한 전체 비용에 다 포함되어 있고 음료수나 휴지, 샤워비 같은 것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산장에 난방은 되지 않는데, 뭐 당연한 거다. 그 산속에 난방을 하려면 나무를 떼던, 수력발전을 이용하던 어쨌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완전무장하고 (나같은 경우 내복, 양말, 방한복, 다운자켓, 마스크까지!) 오리털 침낭 속으로 들어가면 따뜻해서 잘 만하다. 추워서 잠이 깬 적은 없다!

물이 워낙 차기 때문에 씻는 것은 최소화하고 (자연보호 미명 하에 세수도 안 함... 근데 이건 한국에서 산행할 때도 마찬가지 ㅡ.ㅡ),  한 사흘 쯤 되는 시점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새삼 문명의 고마움(?)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서도 현지 음식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 음식이 입에 안 맞아 괴로운 적은 없었으나,

겨울철이다 보니 야채섭취가 부족하여 트레킹 막판에 변비로 고생을 좀 했다.

그러지 않아도 몸도 둔한데, 뱃 속에 응가까지 지고 가려니..... 몸도 무겁고 머리도 띵하고.... ㅜ.ㅜ

 

첫 번째 밤을 보냈던 게스트하우스 모습이다.

 

 

이렇게 생긴 주방에서, 맛난 요리를 준비해주신다.

달 밧, 티벳 빵, 볶음 국수, 그리고 따뜻한 밀크티..... 음.... 생각이 나는구나....

 

 

음식 말고, 다른 것들도 판다. 물론, 고도가 높아질수록 가격도 덩달아 올라간다.

짐을 지고 올라가야 하는 수고를 생각하면 당연한거다.

놀라운 거는... 웬 탄산음료를 그리도 많이 파는지.... ㅡ.ㅡ

현지 '에베레스트 맥주'도 눈에 띈다.

 

 

이렇게 물자를 운반한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것은 등유.... 대개는 조리에 사용되는 '곤로'의 연료.....

이런 길로, 여행객도 지나가고, 소와 말, 야크도 지나가고,

동네 아이들도 지나간다. 등성이 너머 학교까지 두 시간 걸려 걸어다닌다고... (합이 네 시간! ㅡ.ㅡ)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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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맞이 소회

 

2010년 새해가 무려 2주전에 밝았는데 뜬금없기도 하지만,

그동안 여행이다 출장이다 분주하여 도대체 앉아 글 쓸 시간이 없었기에 늦더라도 적어본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나중에 '평가'에 요긴하다  -.ㅡ+

 

어느 해나 돌아보면 그렇지만, 2009년은 실로 다사다난하였다.

대한민국 사회와 지구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개인사, 가정사까지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 올해 (를 포함하여 앞으로 오랫동안) 개인으로서 견지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은...

 

 1.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기

 2. 체계의 복잡성을 잊지 않기

 3. 부동의 평정심! 

 4. 몰두하되 매몰되지 않기 +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기

 5. 안빈낙도(?)의 삶을 즐기기 (즐겨야지 어쩌겠어.... ㅡ.ㅡ)

 

#. 공부할 것들 + 논문 주제

 

 1. 사회역학-보건정책 연구방법론

 2. 지역 간 건강불평등

 3. 자살 국제 비교 - 젠더, 노령, 문화/제도 요인

 4. 고용과 건강

 5. 공공성과 건강권

 *  국제비교 (특히 일본) 논문작업과 공공성 공부를 위해 일본어를 익혀볼 생각임. 나 미친 거 아니겠지? (에스빠뇰은 일단 1년 미룸 - 이래서 어느 세월에 마르께스 책을 읽는단 말인가???)

 

#. 책 쓰기 - 조만간 계획을 구체화

 

 1. 건강불평등 문제 비전공자 버전 입문서

 2. 사회 속의 보건의료 - 이상한 (?)  인물들 중심의 대중서(?)

 3.[예방의학의 전략]  번역서 마무리

 

#. 활동

 

 1. 노건연 - 주 1회 출근!

 2. 진보신당 건강위

 3. 학술/담론 투쟁 - 근거지는 아직 확정을 못함

 

최근에 통화했던 분들 중 적지않은 이들께서

'아니 히말라야도 다녀왔다며 목소리에 포스 (혹은 호연지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하며  의문을 표하셨다.

오해가 있으신 듯한데, 히말라야는 '득음'하러 가는 곳이 아니다. ㅡ.ㅡ

그리고, 목소리에 내공이 실릴만큼의 깨달음은 얻지 못했지만 (서역 골짜기 어딘가에서 구양진공이 쓰여진 비급이라도 주우면 모를까.... ㅡ.ㅡ),  정신줄 놓고 무작정 걷기만 하다 온 것 또한 아니다...

 

2010년... 흐흠....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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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도국 닷컴

타들어가며 보고서 수정작업하다 혼자 박장대소......

 

부록에, 심층면접 참여자들의 동의서 서식이 들어가 있다.

거기에 연구책임자인 내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기재되어 있다.

이 보고서가 공개되면 (그닥 광범위하게 읽힐리는 없지만 ㅡ.ㅡ) 내 전화번호랑 이멜도 그냥 공개되는 건데,

공동연구자 1인께서 세심하게, 이걸 가명으로 수정해둔게다.

 

그리하여,

이름: 홍길동

전번: 010-1111-1111

이멜: hongildong@yuldokook.com

 

율도국 닷컴이라니 ㅎㅎㅎ

보고서 내용은 나름 '비장'한데 뜬금없기도 하여라...

 

그래도 기왕 이렇게 고친 거... 율도국 도메인이 닷컴일리가 없다는 생각에, 다시 살짝 고쳤다.

율도국 쩜 오르그 - hongildong@yuldokook.org

 

근데... 이렇게 하고 보니 보고서가 조금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걸 ㅎㅎㅎ

독자들이 이렇게 꼼꼼하게 살펴보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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