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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이 더 필요해......

예방의학회 갔다가, 다시금 나의 마음 수련이 충분치 않음을 실감했다.

부동의 평정심... 좀더 노력이 필요하다.

 

실명으로 쓰겠다.

건강관리서비스 제도의 도입과 관련하여 보건산업진흥원의 이윤태 전문위원, 보건복지부의 오상윤 사무관이 기조 발제를 했다.

현재 정부가 도입하려는 건강관리서비스 제도의 추진과정,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 연구소에서 이슈페이퍼로 낸 바 있다 (http://health.re.kr/bbs/board.php?bo_table=c001&wr_id=13)

따라서 이 글에서 그 무수한 문제점들을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내가 깜놀한 지점은...

사무관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도화시키면 의료비 지출이 어느 정도 감소한다는 추계는 못했지만, 확실이 그리 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다.   

그러지않아도 분절화되고 상업화된, 낭비적 지출이 그득한 현재의 체계를 더욱 악화시키려는 이 움직임이,

기껏 일개 사무관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

우리가 신앙공동체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그의 믿음을 공유해야 하나???

 

그리고, 

호주와 일본의 사례가 공적보장체계 하에서 주도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왜 분명히 지적하지 않나?

미국이 건강관리 서비스 산업 그렇게 잘 된다는데, 그래서 의료비 폭등하고 국민들 건강 수준 후진거냐?

 

연구자들 앞에 놓고, 관료와 공공연구기관 담당자가 벌이는 플레이에 진정 아연실색했다.

학회원들이 뭐라 코멘트해도 듣지도 않아....

아이 돈 케어가 이 정부의 정책기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벌렁거리는 걸 느끼면서,

여전히 수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경 길에 휴게소에서 만난 W 샘이 전시된 기념품들을 보면서, 다음 학회 올 때는 염주를 하나씩 들고 와서 심화를 다스리자는 제안을 했다.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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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의학의 전략] 소개

예방의학/보건학 분야 입문자에게 일종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책을 번역해서 내게 되었어요.

물론 전공자만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건강서비스의 상품화, 값비싼 건강검진이 마치 예방의학의 전부인것처럼 여겨지는 한국사회에서

예방의학의 본령은 그런 것이 아니며 건강문제는 결국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임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번역에 참여해서 참 뭐라 말하기 쑥스러운데, 원저는 굉장히 좋은 책입니다 ㅡ.ㅡ;;

건강과 사회문제의 '분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보건학을 넘어서 굉장히 좋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책입죠.....  많이 읽어주시길 바래요.... (시중 서점에는 양장본만 판매해서 가격이 비싸니 ㅜ.ㅜ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시는 것도 한 방법... 대학 구내서점에는 반양장판도 보급한답니다요... )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역자 후기에 담았습니다....

 

예방의학의 전략
예방의학의 전략
제프리 로즈 외
한울(한울아카데미), 2010

 

 

 

예방의학의 전략 - 역자 후기

 

고(故) 제프리 로즈가 이 책을 통해 제기한 발상의 전환과 그 심원한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언급하는 것은 불필요해보인다. 원저의 개정판에 마이클 마못과 티케이 콰의 해설까지 덧붙여졌기에, 더 이상의 설명과 해석은 그야말로 사족(蛇足)에 불과할 것이다. 번역자들이 보탤 수 있는 것이라면 이 책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 특히 예방의학과 보건학 분야 종사자들이 숙고해보아야 할 몇 가지 이슈들을 언급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제프리 로즈는 개인 기반의 고위험 접근법과 인구집단 전략이 가진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하되 후자의 잠재력이 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자료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전자는 과잉 판매되고, 후자는 정당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건강현상의 의료화, 약물과 신기술에 기반한 치료의학의 과도한 지배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예방의학과 보건학 영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선별검사 위주의 ‘맞춤 예방의학’ 접근법은 이 책이 우려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로즈는 분명한 어조로 ‘상담과 장기적 돌봄에 필요한 적절한 자원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면 선별검사를 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즉, 선별검사의 성공은 사후 조치에 달려있으며, 모든 이에게 장기적인 돌봄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보건의료 체계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포괄적인 일차보건의료 체계를 갖추지 않은 미국같은 나라들에서 이러한 선별검사정책들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은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현재 한국의 예방의학, 보건학계에 필요한 것은 좀더 정교한 개인위험평가 (risk appraisal) 모형을 만들거나 새로운 검사방법들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고위험 전략이 작동할 수 있는 일차보건의료의 토대를 만들고, 효과적인 인구집단 접근법을 고안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예방과 치료 서비스를 분리하여 ‘임상예방의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일부의 움직임이나 기존 의료 보장 체계 바깥에 ‘건강관리서비스’를 별도 영역으로 제도화시키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이 책의 흐름과는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과학적 접근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연구자, 정책결정자, 시민들 모두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결정이 완벽하게 평가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러한 확실성이 행동의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다. 특히나 특정 정책이나 제도의 영향을 받는 대상자의 규모가 광범위하거나 (크기는 작지만) 심각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과학적 증거가 충분치 않더라도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대처하는 것을 비(非) 과학적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 현재로서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위험의 증거 없음이 안전의 증거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비단 일반 시민과 언론 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만연해있다.

과학적 증거가 제한적인 경우,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주의와 (그것이 위험이든 편익이든) 그에 기반한 수혜자들 스스로의 독립적인 판단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체 사회 구성원들에게 광범위하거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전문가주의, 정부나 기업에 의한 정보와 의사결정 독점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테면 광우병의 전파 위험성이 제기된 쇠고기의 수입,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의 영리화처럼 시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들이 얼마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되고 있는지 생각해보다. 또한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 환경에 대한 독립적 조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은 건강의 문제가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한편 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해고위협을 통해 금연을 강제하는 기업 정책도 마찬가지로 정당화될 수 없다.

 

로즈는 건강에 사로잡힌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로 보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의학과 정치는 분리될 수 없으며, 분리되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몰두하고 있다. 수백만원짜리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는 뉴스에 놀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얼마 전에는 VVIP를 위한 연간 수천만 원대의 프로그램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이다. TV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들은 최첨단의 의학 기술을 소개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팔도강산도 비좁아 세계 방방곡곡을 종횡무진 중이다. 이 정도면 가히 건강 강박증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정작 건강의 결정요인, 특히 근본적 결정요인들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힘들다. 건강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현상, 학교․일터․지역사회에서 경험하는 건강과 관련한 다양하고도 중요한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관심이나 대책은 형편없이 부족하다.

이 책은 이분법적 질병에서 연속적인 건강현상으로, 직접적 원인에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개인 접근법에서 인구집단 접근법으로, 우리 관점을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예방의학, 보건학 분야의 연구자들과 학생들, 현장의 실무자들, 정책결정자들, 그리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모두를 위한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이 책이 깊은 통찰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고전’을 먼저 읽고 토론하고, 국내의 독자들에게 소개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우리 옮긴이들은 기쁘고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의미 전달이 불분명하거나 잘못된 번역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옮긴이들에게 있음을 밝혀둔다.

 

2010.08.

옮긴이들을 대표하여 ***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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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 <노동자건강의 정치경제학>

노동건강연대에서 초대합니다...

관심있는 활동가, 연구자, 노동자, 학생 등등의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통역 제공... 아마도 제가 맡을 것이라 질은 장담 못함..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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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0년 11월 5일(금) 오후4시-6시
장소 : 성수 노동자건강센터
주최 : 노동건강연대


지 난 2008년 노동건강연대 회원들이 번역하여 출간한 <노동자 건강의 정치경제학>의 저자 및 동료 교수와 만남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들은 노동운동이 척박한 미국에서 지난 50여년간 노동자 건강을 위한 운동을 조직하고 연구해온 분들입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노동운동, 전문가와 노동자가 함께하는 노동자 건강 운동, 의학, 공학을 넘어서 정치경제학으로서의 노동자 건강 문제 등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여 교수 소개

찰스 레벤스타인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로웰 캠퍼스(UMass Lowell) 보건환경 대학원 석좌교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직업성 질환과 손상의 정치경제학, 노동자 건강 문제의 국제 비교, 통합적인 건강증진 접근법, 노동 환경 정의, 직업보건의 역사와 윤리, 지속 가능한 개발이다. 실천적 성격의 노동안전보건 학술잡지 ≪New Solutions≫ 편집인이자 베이우드 출판사의 ‘노동, 건강, 환경 시리즈’ 공동 편집인이기도 하다.

크레이그 슬래틴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로웰 캠퍼스(UMass Lowell) 보건환경 대학원 교수. 연구 분야는 노동 환경 정책, 노동 환경의 정치경제학,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자 건강 - 특히 병원 산업 부분에서, 지속가능한 생산, 환경 정의, 정의와 건강을 위한 사회 운동, 노동자 건강 및 안전에 대한 교육과 훈련,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결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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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건강연대
(133-110)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656-533 정은빌딩 2층
Tel 02-469-3976~8 // Fax 02-469-3970 // http:www.laborhealth.or.kr
모든 노동자에게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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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예전에 '선생님도 고민이 있어요?" 라는 질문을 받고 충격 먹은 적 있다.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며 사는 인간이라는 소리는 여러 차례 들었다. 

(너만큼 자기 맘대로 사는 인간이 어딨냐는 난데없는 비난까지...)

 

심지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지 않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진짜 그런가???

자꾸 들으니까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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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고있나

요즘, 내가 나의 근황이 궁금할 지경... ㅡ.ㅡ

딱히 업무가 폭주한 것도 아닌데 정신줄이.........

 

이런 저런 생각도 많았는데, 주워담을 여유가 없었다.

 

#.

GS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두 명 사망한 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해지는 무정한 세상에 잠시 띵~

엄청나게 높은 철제가림막으로 굳게 닫힌 현장, 우아한 이영애 씨 사진 밑에서 그로테스크한 풍경...

그나마 나는 구석탱이에서 졸고 있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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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3대 세습 소식을 보면서,

세습은 과연 한민족의 고유한 유전적 특성이란 말인가 잠시 의문을 가지기도 했더랬다.

민노당에 대한 경향신문의 (소위 사상검증요구에 가까운) 질책에 굳이 조선일보 방식으로 저럴 필요 있나 했다가

그 후 민노당의 반응에 완전 식겁.... 싱가포르를 등장시켜 모든 세습이 나쁜 건 아니라는 프레시안 김기협의 글에는 더 식겁.... 

 

요즘 부쩍 드는 생각 -

한동안 소위 진보 진영은  '논쟁' 없이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지내왔는데,

임계순간이 되어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서로 '많이' 다르더라는..... 

가만히들 있었으면 몰랐을 것을, 요즘 여기저기 빵빵 터뜨리는 분들이 적지 않아 당혹스러워....

 

#.

행복전도사라고 일컬어지던 최윤희 씨의 죽음을 둘러싼 '비난'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

생전에 그녀가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지는 모르겠으나,

고통을 견디면서 살아야지, 죽으면 어떡하냐는 난데없는 비난에 아연실색...

살기 위해 살아야 하는 삶이란 없고, 자신을 잃은 채 누구를 위해 살아가야 할 이유도 없다.

인간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존재 아니던가...

죽음을 미화시킬 생각이야 조금도 없지만, 그렇다고 고인에 대해 그렇게 쉽게 비난을 퍼붓는 것도 참 매너없는 짓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의 실존적 결정을 그렇게 폄훼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

그저께 JK 집들이 갔다가 술먹고 다이.... ㅜ.ㅜ

어제 오전을 무중력 상태로 보냈다.

rawfish 는 출근해서 건강관리실에 뻗어있었다고....

무자격 바텐더의 보드카 칵테일은 그렇게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었다.

다음부터는 적격 생산시설에서 제조된 술만 마시기로 결심했다. (오늘까지도 관절이 쑤셔...)

 

#.

어제 오늘 오후에 성수동 지역 노조 연대 행사에 상담차 나가 있었다.

의사라고 앉아 있는 인간이 더 환자 행색.... ㅡ.ㅡ (하긴, 오늘 오전 당번인 L 국장은 완전 노숙인 필 ㅋㅋ)

점심시간이 지난 터라, 작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보다는 오가는 동네 주민들, 그리고 다양한 비정규 노동자분들을 주로 만났는데, 속이 터져...

직장에서 의료보험 해주는데가 어째 그리 없냐...

사업장 보건관리 나와도 바로 옆자리 (비정규직인) 자신들만 쏙 빼놓고 검진하고... 회사나 크면 말도 안 하겠쓰.... ㅡ.ㅡ

 

연세가 70이 다 되어가는데, 일용직으로 화물 배달하신다는 분은 말하자면 호출 노동자...

조심하시라는 말밖에 해드릴게 없음....

 

공통적으로, 무슨 일 하시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한번에 대답해주는 이가 없다.

한국사회에서 노동하는 삶은 참 부끄러운 삶이다...

제화노조 위원장 아자씨는 요즘 성수기라 잠을 네 시간밖에 못 주무신단다.

12월 초가 되어야 이 고생이 끝난다고...

워낙 평소 임금이 낮기 때문에 이 때 바짝 일하지 않으면 사실 생계유지도 어렵다.

사람이 정말 골병들게 생겼고, 우리는 뭐라 해줄말이 없다.  

 

그래도, 저녁 노래자랑 행사에 열팀이 넘게 신청한 걸 보면,

한민족은 세습과 더불어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민족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참, 그동네 분위기에서 완전 생뚱맞게 포스트모던 아방궁처럼 신축 중인 교회를 보면,

한민족 유전자에 미친듯한 종교적 열정도 한 스푼 가미...

 

찬바람 맞으며 몇 시간 떠들어댔다고 피곤해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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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모

지난 추석 즈음부터 보았던 영화들 단상...

원래 어제 밤에 포스팅하다가 홀라당 날아가서 급 좌절했었음 ㅡ.ㅡ

 

#1. El Sistema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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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석이 없지는 않았으나

   시종 엄마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했을 때 삶은 더 아름답다는 것과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아름답게 피어오른다는 것을 보여줌.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세상이 변화하지는 않지만

   그 한 사람으로부터

   요원의 들불처럼 꿈들이 전염되었을 때 세상은 변하기 시작!

 

   사실, 다시금 점증하는 폭력 때문에 상황이 그닥 좋지 않다는

   베네수엘라의 현실과 겹치면서,

   저것만으로 되겠느냐 하는 회의가 들면서도,

   그 속에서 저런 움직임이 얼마나 소중할까 하는 생각이 더 들더라....

  

 

귀가 저질이라 어떤 연주가 훌륭한 연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주자들 스스로가 저토록 즐거워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연주라면 듣는 사람도 무척이나 행복...

그리고, 미처 몰랐는데 두다멜 잘 생겼더라는 ㅋㅋ

 

근데 올해 서울 평화상 수상자가 엘 시스테마 창립자 호세 안토니오 박사라는 소식은 매우 뜬금없었음!!!

 

 

#2. 하얀 리본 (미카엘 하네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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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때아닌 공포 영화.... ㅜ.ㅜ

 

점증하는 미움과 미묘한(!) 폭력, 곧 터질것 같은 긴장 때문에 후덜덜...

나는 너무도 깍뜻한, 깡마른 백인 아이들의 모습에서

[몬스터]의 "요한"을 떠올렸고,

주먹도끼는

대담무쌍하게 선생님과 마주한 아이들이

돌연  "쳐키"로 돌변할까봐 전전긍긍..

 

전쟁은 어느 날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런 억압과 폭력, 미워하는 마음들이 쌓여 폭발한 것...

 

마치 치과 드릴 소리마냥 갈등이 '쌩으로' 충돌하고

서로 잡아먹히지 않으려 악다구니 쓰는 한국사회를 보면

일촉즉발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다....

 

영화는 정말 수작이고... 아쉬운 점이라기보다 분노를 자아낸 것은

겨울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흑백 영화에 흰색 자막.....심지어 영어도 아닌 독일어 영화였는데 말이지...

영화 보다가 관객들이 다 목을 빼고 이리저리 혹시나 자막 한자 더 볼 수 있을까 애쓰던 장면은 진지한 영화몰입을 방해하는 왕 걸림돌이었음.... 영화사는 각성해야 함!!!

 

 

#3. V for Vendetta (제임스 맥티그, 200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 개봉했을 때 그닥 평이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추석 연휴에 보니 상당히 짜임새 있는 영화...

  그래서 찾아보니 워쇼스키 남매(!)가 극본을 썼고,

   IMDB 평점도 8.1이나 된다.

  심지어 Sci-Fi 부문 랭킹 25위 (현재 1위는 인셉션!!!)

 

  요즘 한국의 상황과 겹쳐지면서 심하게 몰입할 수 있는 영화...

  한편으로는 밝고 맑은 프로퍼갠더,

  다른 한편으로는 극도의 공포를 조장하는

  한국의 TV 를 보고 있는 듯...

  YTN 뉴스를 아침 저녁으로 보는데, 광고들이 아주 가관이다.

  무슨 국정홍보채널도 아니고...

  저렇게 많은 공익 광고들은 머리털나고 처음인것 같다.

 

 

 

마지막에 생뚱맞은 로맨스가 옥의 티이기는 했으나,

알고도 속아주던 시민들에서, 가면을 쓰고 광장으로 나아가는 시민에서, 결국은 가면을 벗어던지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모습은 나름 뭉클...

 

배우 목소리가 낯익다 해서 찾아보니 휴고 위빙이다....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자,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왕... 심지어 [트랜스포머]에서 메가트론을 맡아주셨으니, 인간계와 요정계, 가상현실세계, 로봇계 두루두루 심하게 선악을 오가느라 바쁘시다. ㅋㅋ

 

어쨌든, 영화든 소설이든...

진공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맥락에서 해석되고 반추될 때 뜻하지 아니한 의미를 (원작자가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찾게 되는 것 같다.

 

#4. 방가? 방가! (육상효,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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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설픈 듯하고, 코미디 특유의 과장된 상황이 있지만

마구 재밌게 본 영화...

 

정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표현을 쓸밖에....

 

정치적 현실을 외면한 채

상황을 너무 낭만적으로 그렸다는 비판도 있으나

나는 이런 접근이 오히려 좋아 보인다.

이주 노동자들의 소소한 일상이 있고,

그와 별로 다르지 않은 영세사업장 한국인 노동자들의 삶이 있고...

또 못된 마음과 착한 마음이 서로 싸우기도 하고,

심지어 그 못된 마음들이 가끔은 이해되기도 하고...

 

현실이 언제나 슬픈 것만도 아니고,

또 현실이 슬프다고 영화도 슬프게만 그려야 진실인건 아니다.

웃음을 통해 우리 주변을 진지하게 돌아보도록 만드는 것도 내공이다...

 

영화보고 나오면서

학생 때 필리핀 꽃미남으로 인정받던 한 후배의 근황이 잠깐 궁금해졌더랬다. ㅋㅋ

 

 

#5. 계몽영화 (박동훈,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음.........

  "과연 우리는 잘 살고 있습니까?"

  과연..... 과연......

 

  정말, 고민 던져주기로는 블록버스터 급...

  플롯과 연기, 심지어 카메라워크와 편집까지 '딱 맞는 ' 영화...

 

  한국사회 주류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리고 그들을 지탱해온 힘,

  그들의 삶의 동력은 무엇인가를 보여줌

 

 

 

 

 

사실, 이 혼란의 시대,

 나부터, 내 가족부터 살고봐야겠다는 생존의 논리와

 주변부로 밀려나는 순간 나락이 기다리고 있다는

 위기와 공포감은  주류, 혹은 우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이해는 했지만,  그들도 나름 아픔이 있구나라며 연민이 들지는 않았고

그러한 모습들이 비단 우파 주류를 넘어 온 사회에 넘실댄다는 사실이 그저 무겁게 느껴질 뿐...

'너네들의' 이야기라고 쉽게 비웃어줄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비극...

 

이 영화는 공동체 상영도 한다니 많이들 보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나서 머리속이 한없이 복잡해지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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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책 이야기

이 블로그는 책읽기 기록으로만 쓰는 듯...

물론 사건사고나 쓸만한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지만,  목에 걸린 가시마냥 밀려있는 몇 가지 원고 때문에 맘편하게 글쓰기가 어렵다는 (아프지만) 소소한 진실... ㅡ.ㅡ

 

#1. 존 버거 [G]

G
G
존 버거
열화당, 2008

 

도서관에서 빌릴 때 이미 겉표지가 없어진 상태였는데, 아무런 장식없는 새빨간 표지에 엄청 크게 새겨진 G 라는 제목 때문에 들고 다니는 내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책이다. 누구는 이념적 색채가 농후한 불온 서적으로, 누구는 야릇한 상상력을 촉발하는 그야말로 '빨간 책'으로 오해를 하곤 했다.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라는 게 맞을 듯하다.

주인공 G가 경험하는 다종다양한 (로맨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즉자적이고 맥락없는 ㅡ.ㅡ) 성애의 경험담들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간에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될법한) 삽화까지 실려 있어, 지하철에서 읽다가 식겁하기도 했다.  뒤통수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기에 ㅋㅋ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떠올렸다.

 

마담 보바리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민음사, 2000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문학사상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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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 지주와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가 충돌하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노동자 계급과 명시적 혹은 암묵적 피식민 주민이 봉기하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그 시기에, 점증하는 전쟁의 위기만큼이나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냉소적인 G의 삶은 참 어쩌나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각 시기, 변화하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내부적 균열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장 사회적인 것을, 가장 개인적인 것에서 찾고, 이 두가지를 그 누구보다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지었던 존 버거의 이미 40년 전 소설이다. 놀라운 것은, 작가는 결코 분명한 결론과 해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연과 모험들은 그저 무관한 사건들처럼 흩뿌려져 있고, 이를 연결해서 마음 속에 지도를 그리고 뭔가 결론을 내리며 해석해야 하는 건 독자들의 몫이다.

한편으로는 지루할만큼 꼼꼼했던 플로베르의 사실주의적 작품을 연상시키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가득찬 마르케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과연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존 버거의 글쓰기 스타일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나는 버거 빠.... ㅡ.ㅡ

 

#2. 안영민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안영민
책으로여는세상, 2010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에서 활동하던 미니님이 작년 팔레스타인 체류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셨다.

심지어 미천한 소생에게 '증정'까지 해주셔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ㅋㅋ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네....

그곳의 사람들이라고 24시간 내내 투쟁만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모두가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반대하며 투사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남녀 차별도 있고, 부정부패도 있고, 친미적 정치집단도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는 으례 밝은 면과 어두운 면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커져만 가는 '연민과 연대'의 마음, 소소한 삶의 고통과 불편으로 나타나는 엄청난 구조적 폭력의 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미화도 없고, 이상화도 없고, 그리고 '사람'이, '삶'이 거대한 담론에 묻혀버리지도 않고... 

 

하지만... 읽고 있자면, 어쩔 수 없는 답답함과 암울함.... 과연 이 문제는 어쩐단 말이냐... ㅜ.ㅜ

오늘날 지구촌의 엄청난 불공정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팔레스타인'이 아닐까 싶다.

뭐 그래도 다른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기는 하다.

일제 점령 하... 정말로 많은 사람들 (특히 부역자들)이 '해방'이 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단다. 2차 대전 당시 런던이 폭격당했을 때, 런던 시민들은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고, 다시는 살아 생전에 런던의 하늘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단다. 정말 그랬을 것 같다...

60년을 넘은 지배와 강제 점령의 역사이지만, 지구 역사 40억년에 비하면 찰나같은 순간.... (뭔 소리?)

 

근데, 어떤 변화가 저절로 올 리는 절대 만무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무심하게 몰랐거나 혹은 외면했던 '진실'을 대면할 수 있음 좋겠다.

요즘 부쩍 느끼는 건데, 무식도 가끔은 죄가 된다...

 

참, 책에 실린 사진 중에 홀딱 깨는게 하나 있었는디...

"America Don't worry - Israel is behind you"  가 프린트된 이스라엘 방문 기념 티셔츠...

첨에는 반 시오니즘 단체의 '풍자' 문구인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어... 너무 노골적이고 너무 솔직해!!!

이스라엘 지구 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나는 너무 유치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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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몇 권 단상

밀린 일은 다급하지만 잠시 여유부리며, 단상들 정리...

 

#1. 홍두승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
홍두승
동아시아, 2010

 

아즈라엘이 생일선물해준 책인데, 기대에 비해 너무 싱거웠다. 

'일반일을 위한 사회학 이야기'라고 했지만, 일반인(?)이 읽기에는 너무나 무미건조했고

그렇다고 전공자가 읽기에는 지나친 주마간산......

이 어딘가에 눈을 맞추기가 정말 어려운 일...

조금 어렵더라도 차라리 구해근 교수의 [한국노동계급의 형성]이나 신광영 교수의 [한국사회의 계급론적 이해]  추천... 사실 난이도는 별 차이도 없을 듯....

 

 

#2. 무라카미 하루키 [1Q84]

 

1Q84 1 - 4月-6月
1Q84 1 - 4月-6月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
1Q84 2 - 7月-9月
1Q84 2 - 7月-9月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

 

주먹도끼네 밥먹으러 갔다가 책상위에 굴러다니고 있길래 가져다 읽었는데...

다소 깜놀....

열풍에 비해 그닥 볼만한 작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ㅡ.ㅡ

parallel universe 이야기가 아니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parallel universe 모티브를 약간 뒤튼 것에다가,

별개로 보이는 두 개의 스토리가 점차 가운데로 수렴하는 것은

작가의 전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비롯하여 많은 소설들이 이미 보여주었던 것이고,

이단적 종교의 기이한 의식을 성적 매개를 통해 묘사한 것도 식상...

그리고 두개의 달이라니....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에서는 뭐 태양도 두개인데... ㅜ.ㅜ

 

이 폭력적 스토리의 모티브가 '첫사랑'의 설레임이라니 어째 가도 너무 갔다는 생각만....

물론 그의 도회적 감성과 흡입력 있는 문체를 사랑하는 독자라면야

나의 이러한 감상이 터무니없는 평가절하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어차피 문학작품이라는 것은 독자의 수만큼이나 많은 해석이 존재하는 터....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 중에 "죽은지 30년 이상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은 읽지 않는다"는 작자가 있었다.

나도 그리 생각한다...

 

#3. Goorge Orwell [Why I write] Penguin books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0

 

근데 번역서를 읽은 것은 아니고 펭귄북스 시리즈...

 

기억해둘 구절들..

 

"the more one is conscious of one's political bias, the more chance one has of acting politically without sacrificing one's aesthetic and intellectual integrity"

 

"What is above all needed is to let the meaning choose the word, and not the other way about."

 

"Political language is designed to make lies sound truthful and murder respectable, and to give an appearance of solidity to pure wind.'

 

아름다음을 희생하지 않고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야기를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으며,

기계적/형식적 중립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올바로 자각하는 것이 오히려 '객관적인' 글을 가능케 한다는 이야기는 두고두고 기억해두어야 한다.

이는 비단 정치적 글쓰기뿐 아니라 학문적 글쓰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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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타클 서울

나는 직접 보았다.

 

광/화/문/호/수!!!!

 

어제 오전에 씨네코드 선재에서 '하얀리본' 보고 나오는데 빗줄기 심상치 않더랬다.

한 1분 동안 엄청난 폭우속을 달려 식당으로 향했고, 밥먹고 나오는데도 좀처럼 빗줄기는 가늘어지지 않았다.

 

이제 바지젖는 것 쯤이야 포기하고 안국역 쪽으로 걸어나오는데,

그동네 길바닥은 방수처리가 되었는지... 정독도서관에서 역까지 나오는 길이 커다란 개울을 이루며 흐르고 있었다.

안국동 대로에 나오니 차들이 일으키는 커다란 해일....

 

지하철이 물에 잠기는게 아닌가 두려워 버스를 탔다.

버스는 광화문 네거리를 지났고, 나는 머리털 나고 첨으로 광화문이 끝도 없는 호수로 변한 것을 보게 되었다.

정말 머리가 쭈뼛했다....

노아의 방주를 띄워도 될만하더라.... ㅜ.ㅜ

 

그저 버스 엔진이 멈추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며 부모님 댁으로....

 

산동네인 부모님 댁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미 '계곡'으로 변해있었다.

엄청난 속도의 물줄기와 함께 작은 돌과 굵은 모래알... 나뭇가지들이 흘러내리고

심지어 아스팔트 포장이 뜯겨나가고 있었다.

그 물길을 뚫고 올라가는데, 센 물살을 계속 쳐다보자니 속이 울렁울렁....

 

정말  이게 뭔일인가 ???

 

웬지 이런 일이 한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나만의 기우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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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노동자 이야기, 경제 이야기

구립도서관 책 반납 공지가 날아왔다.

내일인데... 어익후.... 반납할 시간이 없다. 낼 아침 일찍 춘천에 강의하러 가야하는디.. ㅜ.ㅜ

 

일단 밀린 기록글 먼저 남기고, 반납 방법은 내일 (이 아이고 벌써 오늘이네!) 고민하자...

 

#1. 존 버거, 장 모르 지음, 차미례 옮김 [제 7의 인간] 눈빛 2004

 

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존 버거
눈빛, 2004

 

세상에나 신기해라... 알라딘 플러그인 설치했더니 그림 삽입이 이리도 간단해졌구나.

진보네 고마워요.!!!

 

이 책은, 찰떡 궁합  존 버거와 장 모르가 70년대 초반에 함께 쓴 글과 사진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유럽에는 벌써 이주 노동자 문제가 부각되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이주 노동이 있을테지만, 저자들은 유럽 내에서의 이동 - 이를테면 동부, 남부 유럽에서

좀더 잘 사는 서부유럽으로의 이주, 그리고 남성 노동자 문제에 한정해서 그리겠다고 밝혔다.

워낙에 다른 세계이자 매우 복잡한 역사적 맥락이 자리해있는 구 식민국가에서 식민모국으로의 이주,  혹은 그  복잡성이 훨씬 더해질 여성 이주 노동자를 일단 빼놓은 상태에서 (이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전혀 아니다!), 어쩌면 '그나마' 낫다고 생각되는 유럽내, 남성 노동자 문제를 우선 집중한 것이다.

 

"이 책은 꿈/악몽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남들의 삶의 체험을 꿈/악몽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들의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해서 악몽이란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그들의 희망이 너무도 높아서 꿈이라는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이 콤비의 전작들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정말로, 이토록 사사롭고 구체적인 삶의 단면들로부터 거대한 사회적 실체를 그려내는 그런 책들을 접한 적이 없다. 많은 책들이 때로는 공허한 고도의 추상, 혹은 끝도 없는 디테일의 나열들, 그 어디에서간 길을 잃고 있을 때, 이 콤비는 아주 침착하게 자신들의 길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자기들의 노동력을 제공하러 온다. 그들의 노동력은 기성품이다. 이제부터 그 노동력 덕분에 생산에 이익을 얻게 될 공업화된 국가들은 그 노동력을 생성시키는 비용을 전혀 부담해본적이 없다. 그뿐 아니라 중병에 걸린 이민노동자나 너무 늙어서 일할수 없게 된 이민 노동자를 부양하는 경비 또한 부담하지 않는다. 도시화된 국가의 경제에 관한 한 이민 노동자들은 불사(不死)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태어나지도 않으며, 양육되지도 않으며, 나이 먹지도 않으며, 지치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다. 그들은 단 하나의 기능 - 일하는 것-을 가질 뿐이다. 그들의 삶의 다른 모든 기능들은 그들의 출신 국가의 책임이다."

 

이야말로, 세계 노동시장 착취의 본질이자, 불공정의 순환고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 아닐까?

아니다. 적재적소에서 작은 충격과 여운과, 어쩌면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는 사진들이 없었다면, 이 또한 어쩌면 건조한 하나의 문단으로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요새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무슨 기능식품 광고처럼, 참 좋은데 직접 말할 수는 없고 (남자한테만 좋은 건 절대 아님 ㅋㅋ), 지인들께서는 머리와 가슴으로 동시에 글과 사진을 직접 감상하시기를 강추.!

 

 

#2.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지음. 안진환 옮김. 괴짜경제학. 웅진 지식하우스 2007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7

 

미국에 있을 때 이 책 (Freakonomics) 엄청 유행했더랬다.

경제학자들은 보건학 연구자들의 소심함으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다.

잘 모르는 분야도, 몇 가지 기본 가설에 근거해서  '용감하게' 결론 내리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 책이 황당무계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통념이나 관행적 사고에 한번쯤 의문을 가지고 진짜 그런지, 무슨 근거에서 그런 오해 혹은 이해가 비롯되었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 싶다.

이는 비단 경제학자뿐 아니라, 학문 하는 자라면 누구나 (라고 확신은 못하겠음) 갖고 있는 문제의식일 터...

 

하지만,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이 책이 엄청 팔린 걸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의 생각이 과연 얼마나 근거 중심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ㅋㅋ

미국은 뭐 이런 사람 엄청 떠들고, 칼 세이건 할배가 목에 피를 토해도

진화론들 철썩같이 믿고, 이라크가 알카에다 관련되었다고 믿는 사람들 널려있음....

한국도 더 나을 것 없음.

나는 왜 교육학자들이 강남 혹은 특목고의 대학 진학률이 맥락적 (contextual) 효과에 의한 것인지, 구성적 (compositional) 효과에 의한 건지 밝히는 논문을 안 쓰는지 궁금해죽겠다.  특히 강남 효과라는 것이 학교 효과인지, 학원 효과인지, 아니면 부모의 배경 탓인지... 이런 거야말로 한국에서 중요한 주제 아님???

누가 좀 꼭 해보고 알려주면 좋겠음...

 

새삼스레,

친근하기는 했지만 더 진지하고, 덜 발랄했던 정운영 선생님의 경제학 대중서들이 떠오르는 건 무슨 연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말고 (우리 실장님이 제일 싫어하는 책. 본인이 가난한 아빠라 그런 거 같음 ㅋㅋ), [88만원 세대]같은 거 말고, 좋은 생활경제학 책들이 좀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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