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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이야기 [휴전]

hongsili님의 [이것이 인간인가...] 에 관련된 글.

 

드디어 전쟁이 끝나고,

포로수용소에서의 생활은 끝나나 싶었지만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조차 순탄치는 않았다.

세계 정치라는, 도대체 우리네 일상과는 닿아있지 않을 법한 그 거대한 질서가

그들의 귀향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의 행군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역사의 회오리에 휘말린 자들,

그들 개개인이 경험한 '비일상'을 어떻게 스스로에게 또 타인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휴전
휴전
프리모 레비
돌베개, 2010

 

 

전편 [이것이 인간인가] 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으면서, 또 읽고 나서 생겨나는 감정은 그야말로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는 경험 속에서 깨달은  '인간'으로서의 본원적 욕구와 고유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 하릴없고 상대적으로 건강하게 보낸, 그래서 가슴속에 스며드는 향수로 가득한 두 달이었다.

향수는 깨어지기 쉽고 섬세하며,

본질적으로 다른 고통이다.

구타와 추위, 배고픔, 공포, 박탈, 질병 같은,

우리가 그 때까지 겪었던 고통들보다는 더 친밀하고 인간적인 고통이다.

맑고 깨끗한 고통이다.

그러나 절박한 고통이다..."

 

물론, 전작과 다르게 문득문득 기지와 유쾌함이 발휘되기도 한다.

이전 작품이 '증언'이라는 시급한 복무에 따라 폭풍처럼 쓰여졌다면,

이 책은 무려 20년이 흐른 후에 어쩌면 (이런 말을 써도 될는지 모르지만) 관조의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찾은 후에서 더욱 차분하게 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전자가 바닥을 알 수 없는 나락에 대한 기록이라면,

과정이 어쨌든 이책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기에 그런 것이기도 할게다.

 

제각기 개성이 뚜렷한, 위기 상황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변이를 보이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무척 '재미있다'

심지어 수용소를 벗어나 벌거벗은 수렵채집인의 생활을 하는 한 포로의 기술발전사(?)를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무거운 마음 중에도 웃지 않을 수가 없다.

"... 그렇더라도 그 또한 사람의 아들이었으므로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지식과 덕을 추구했고

매일같이 자신의 기술과 도구를 단련했다.

그는 칼을 제작했고 그런 다음 창과 도끼도 만들었다.

시간이 있었다면 농업과 목축 기술도 재발견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건 원래 더글라스 아담스 전공인데...

러시아 수용소에서 겪은 영화상영의 일화는 또 어찌나 황당하던지...

잠시 열차가 정차한 순간 물을 길러 갔다가 차를 놓칠뻔한 이야기도 요즘 유머 게시판 수준이다.

 

그렇다고, 옮긴이가 후기에 쓴 것처럼 이 책이 그렇게 '유머 가득한 시선'이라고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독자들로 하여금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성찰에 동참하게 했다는 해설도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다.

 

프리모 레비는 차분하지만 끈질기게. 인간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 질문의 무거움은, 앞서의 유쾌함과 생동감으로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 모든 역경을 거치고 마침내 오른 거대한 귀환 열차는 비엔나를 거친다.

 

"우리는 패배한 독일인들과 파괴된 비엔나를 보면서

아무런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가슴 아팠다.

연민이 아니라 좀더 폭넓은 의미의 아픔이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비참함과 혼동되는, 가혹하고 곧 닥쳐올 듯한 느낌,

회복될 수 없고 결정적이고 도처에 있는 병의 느낌,

유럽의, 세계의 뱃속에 궤양처럼,

미래 재앙의 씨앗처럼 자리잡은 병마의 느낌과 혼동되는 아픔이었다."

 

열차는 오스트리아 국경을 지나 다시 뮌헨에 정차한다.

 

"... 처음으로 우리의 발밑에 독일의, 상 슐레지안이나 오스트리아가 아니라,

바로 독일의 한 자락을 느낀다는 사실은

피곤함에 더하여, 견딜 수없는 초조함과 좌절과 긴장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심정을 한층 가중시켰다.

우리는 독일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엄청난 것들을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독일인 각각은 우리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결산을 해야 할,

체스 선수들이 경기가 끝날 때 그러는 것처럼 질문하고 설명하고 논평해야 할 절박함을 느꼈다.

아우슈비츠에 대해, 자기집 문으로부터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일상적으로 자행된 조용한 대학살에 대해 '그들'은 알고 있었던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길을 가고 집으로 돌아와 자기 자식들을 바라보고

교회의 문턱을 넘어 들어갈 수 있었단 말인가?

만약 아니라면 그들은 경건하게 우리에게서,

나에게서 모든 것을 당장 들어야 하고 배워야 한다. 그래야 한다.

나는 내 팔에 문신으로 새겨진 숫자가 쓰라린 상처처럼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을 들었다.

 

또한번 우리의 열차가 좌초하여 누워있는 역 주변,

잔해로 가득한 뮌헨의 거리들을 배회하면서

나는 마치 각자가 내게 무언가를 갚아야 하지만 갚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지불 불능의 채무자 무리들 사이를 헤매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들 사이에, 아그라만테의 진영에, '지배민족'의 한가운데에 나는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적었고, 많은 이들이 불구자였고,

많은 이들이 우리처럼 누더기를 입고 있었다.

그들 각자가 우리에게 당연히 질문을 할 것이라고,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얼굴에서 읽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이라고 나는 기대했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고

아무도 대면해서 이야기하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귀머거리, 벙어리에 장님이었다.

의도적인 무지의 요새 속에 있는 양 자신들의 폐허 속에 피신해 방어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강하고, 아직도 증오와 멸시를 할 수 있는,

오만과 죄의 그 오래된 매듭에 묶인 포로들이었다..."

 

나는 웬지 이 심정을 스스로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만 같다.

실제로는 이런 경험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건 인간의 보편적인 도덕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프리모 레비의 탁월한 통찰력과

그에 걸맞는 담백한 글쓰기 덕분일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영성 체험' (?) 때문에 사람이 책을 읽는 게 아닌가 싶다.

작년이 존 버거의 차분함에 경도되었던 해라면,

올해는 단연 프리모 레비의 '깊이'에 몰두하는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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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

엄청 웃긴데, 사실은 슬픈 내용이고,

또 가슴이 무너질듯 하지만, 주저앉지만은 않게 만드는 기묘한 두 권의 책 이야기다

 

#1. 더글라스 아담스, 마크 카워다인 [ 마지막 기회라니?]

 

"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나는 이것 말고 더 필요한 이유는 없다고 믿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코뿔소와 앵무새와 카카포와 돌고래를 지키는 데

인생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더 가난하고 더 암울하고

더 쓸쓸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마지막 기회라니? - 20주년 개정판
마지막 기회라니? - 20주년 개정판
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홍시, 2010

그러게나 말이다.

 

오랜만에 독특한 그의 글을 읽자니,

사라져버린 도도새만큼이나 아쉬운 것은

더글라스 아담스 역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리차드 도킨스도 책머리 추천사에서 이 점을 대단히 아쉬워하고 있다.

 

더글라스 아담스가 사라져서,

나에게 지구는 조금 더  가난하고, 암울하고, 쓸쓸한 곳이 되었다.  ㅜ.ㅜ

 

#2. 프리모 레비 [ 지금이 아니면 언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로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내팽겨쳐진 삶에 대해서라면,

나는 이 작품보다  [태백산맥]을 더 꼽고 싶다.

정서적 거리가 가깝기도 하거니와

(분량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으나) 그 생생함과 짜임새있는 플롯에서 훨씬 낫다는 생각이...

사실, 상당 부분 사실에 기초한 자전적 소설을 두고

플롯이니, 등장인물의 속성들을 논하는게 좀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는데...)

그래도 이것이 르포가 아니라 소설인 이상,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책이 안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 투신자살한 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자전적 장편소설
지금이 아니면 언제? - 투신자살한 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자전적 장편소설
프리모 레비
노마드북스, 2010

 

" 난 책 없는 빨치산 배낭은

실탄 없는 총이나 조종사 없는 전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네.

그런 자들은 좋은 세상이 와도

살 자격이 없는 인간 쓰레기들이지.

그리고 책은 읽고 난 다음엔 반드시 덮게.

모든 길은 책 바깥에 있으니까."

 

시오니즘이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곳곳에서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유태인 빨치산 대장 게달레는 이야기한다.

"...그래서 많은 유대인들이 척박한 팔레스타인에 정착해

사막에 오렌지와 올리브 나무를 심는 자유로운 삶의 공동체를 희망하고 있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분명히, 빨치산 여전사 라인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동료 포로들의 학살 '작업'에 참여한

유태인 포로들을 비난한다.

".. 도대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뭐죠? ... 아무리 하늘같은 상관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그게 잘못된 명령이면 당연히 거역해야죠. 왜냐하면 인간은 바로 생각할 줄 아는 동물이니까요.

그런데 저 포로들은 자기들이 살기 위해 그런 생각을 모조리 유보해버린거예요.

무뇌아나 짐승이 됐단 말예요!"

 

현대사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는

맹목적 폭력의 희생자였던 유태인들이,

희생의 역사를 전가의 보도 삼아 듣도보도 못한 깡패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인 것 같다.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

 

오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이는 짓거리들을 떠올리면, 

그저 땅한뙈기 얻어서 오렌지, 올리브 심는게 소원이라던 소박한 유태인들의 모습이

마냥 따뜻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시오니즘 이야기는 이 책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어둡고 혼돈으로 가득찬 시절에,

과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핵심이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작 [이것이 인간인가?] 에서 했던 질문이 이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위해 대신 살아줄 것인가?

내가 또한 나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과연 나의 존재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 길이 아니면 어쩌란 말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

 

이보다 더 폐부를 찌르는 '잠언'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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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대접받을 때까지 우리는 여기 나와 행진할 것이다”

[노동과 건강] 봄호에 실은 해외이슈 글이다.

인쇄되어 나오기 직전에, 주 상원에서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물론 하원에서도 날치기 되었었다.

날치기는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와 한숨이 동시에 나오는 이 기이한 감정은 무엇... ?

 

혹자는 위스콘신의 투쟁이 '전통적인' 계급투쟁이 아니라, 중산층의 이익 싸움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임금과 고용 부문은 지난 3년간 상당한 양보가 이루어진 상태다.

이번 투쟁의 핵심은 단체교섭권이다. 

만일 한국의 진보진영이 이걸 중산층 '귀족' 노동자들의 이익 투쟁이라고 비판한다면

미국 보수 언론과 다를게 하나도 없는 셈이다.

그리고, 밥그릇 지키자고 싸우는게 과연 나쁜 건가?.

 

하여간, 위스콘신이 이리 되었으니,

미국 전역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 박탈 시도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최고 '부자'나라의 '귀족' 노동자들마저도 살기 힘든 세상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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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대접받을 때까지 우리는 여기 나와 행진할 것이다”

- 미국 위스콘신 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 -




구제역에 전세대란에, 멀리는 리비아 민중혁명 소식까지 겹쳐지면서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 뉴스가 있었다. 2월 말에 접어들어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일제히 단협 해지를 선언한 것이다. 지난 2009년 노동연구원에서 시작된 공공기관의 단협 해지 행렬이 끝내기 한 판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측의 일방적인 단협 해지라는 게 한국 사회에서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보니, 사실 아주 놀랍지는 않다.
오히려 놀라운 것은 이 비슷한 사안을 두고 미국,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유시장주의의 선두주자 바로 그 미국에서, 10만 명의 노동자들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월에 선출된 공화당 주지사 스캇 워커 (Scott Walker)가 2월에 예산 수정법안을 제출하면서 주 (state), 군 (county), 읍/면/동 (municipality)에 속한 공공 노동자들의 단체 교섭권을 폐기하는 내용을 끼워 넣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주지사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1월에 적극적인 감세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런데 2월에  갑자기 주 정부의 재정 파산을 공표하면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해고는 물론 임금삭감과 연금/건강보험 같은 부가급여의 노동자 분담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없애겠다고 했다. 주지사는 금요일에 법안을 제안하고 다음 주 목요일에 하원 투표를 하겠다고 했으며, 심지어 이런 중대 사안을 흔히 15분 사전 토론이 배정되는 예산 일부 수정법안 뒤에 덧붙임으로써 의회에서의 논쟁 자체를 차단하려 했다. 노동자들의 저항까지 예상하고, 일찌감치 주방위군 소집 명령을 내려두기까지 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즉각적인 반발이 일어났다. 2월 14일, 한국에서 초콜렛과 사탕이 불티나게 팔리던 발렌타인데이에 가장 먼저 거리로 뛰쳐나온 것은 조교 노조 (Teaching Assistant Association)에 소속된 대학원생들이었다. 이어서 교사들과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 법안에 항의하기 위해 의사당으로 집결했고, 학교들은 문을 닫았으며, 사건은 순식간에 전국 이슈가 되어버렸다. Democracy Now 같은 미국의 대표적 독립 언론은 아예 매디슨 시에 위치한 주 의회 앞에 스튜디오를 열고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마저도 단체교섭권은 노동자의 기본권이며 주의 재정파탄 원인을 노동자에게 돌리지 말라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하원에 상정된 법안은 60시간이 넘는 긴 논쟁이 벌어지던 가운데 새벽 두 시, 공화당 측의 갑작스런 토론 중단과 날치기 투표로 순식간에 통과되어 버렸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당시 의사당 바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철야시위를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의사당 안팎에서는 ‘Shame! (부끄러운 줄 알아라!)’이라는 함성이 넘쳐났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경호 속에 의사당을 빠져나갔다.
이제 법안은 상원으로 넘어왔고, 민주당의 의석수는 공화당보다 적은 상황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14명은 이웃 일리노이 주로 피신했다. 아예 의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도록 하자는 전략이다. 주지사는 투표 강행을 위해 상원의원 자택으로 경찰들을 파견하여 의원들을 데려오도록 했지만, 그들은 이미 집을 떠나고 없는 상태였다.
이 와중에 시위 참여자는 점점 더 늘어나서 2월 28일에는 10만 명이 모였다. 이는 베트남 전 반대 시위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한다. 참가자들 스스로, 또 서로에게 놀라고 있다.   


 

* 주 의사당 실내를 가득 메운 시위대 모습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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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엇이 이들을 거리로 불러냈을까?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싸우고 있는 것일까?


놀랍게도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조합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임금삭감이나 연금, 보험료 부담 증가 문제가 아니다. 바로 단체교섭권의 박탈이 핵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래 많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미 임금삭감이나 보험료 부담 증가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는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예 단체교섭권을 없앤다는 것은 노동자들이 사용자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테이블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것이고, 이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돈은 가져가라. 하지만 우리의 권리는 안 돼! (Take the money, but don't take our right)” 라는 구호는 문제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위스콘신 주의 재정이 어려워진 것은, 부자와 기업들에 대한 엄청난 감세정책에 기인한 바가 큰데다, 실제로 ‘위기’라고 부를 만큼 심각한 상황도 아니라고 한다. 또한 그들이 주장하듯 소위 귀족 노동자들의 해고, 임금과 부가급여 삭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예산절감의 규모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공화당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산 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며, 그냥 이것이 자신의 철학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위스콘신은 미국 내에서도 상당히 노동조합 운동이 강력한 지역이다. 노조 조직률은 상위 10개 주에 속하며, 모든 공공부문은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다. 1932년에 AFCME (American Federation of State, County, and Municipal Employees)가 가장 먼저 설립된 곳이자, 여성노동자 보호와 아동노동 금지, 실업보험을 처음으로 도입한 곳도 위스콘신이다. 물론 이는 노동자들의 격렬한 투쟁의 역사 속에서 이룬 것들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공공 부문 노동자들은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왔으며, 미국 전역에서 공공부문의 노조 조직률은 36%에 달한다 (민간 부문 약 7%). 이들 공공 노동자들은 대개 부유하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 혹은 서민 계층으로서, ‘공익’의 수호자라는 자부심도 상당하다. 실제로 필자가 만나본 미국의 보건소 직원들 중 자신을 ‘공공의 옹호자 (public advocate)’라고 표현한 이들이 드물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아닌 단체교섭권이 공격을 받은 것은 초유의 사태로, 이는 노동권에 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사회 공공성 전반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투쟁 결과가 다른 지역으로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파 진영과 노동계급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오하이오 같은 인근 주에서 연대 집회가 열리고 있을 뿐 아니라, 멀리 캘리포니아의 노동자들이 연대를 위해 위스콘신으로 집결하기도 했다.
 
이번 법안에는 소방직과 경찰 노조만을 예외로 두었는데, 이들 노조가 지난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노조의 노동자들도 분명한 연대의사를 표명하며 현장을 함께 지키고 있다. 경찰 노동자들은 ‘노동자를 위한 경찰 (Cops for Labor)’이라는 티셔츠를 입고 함께 행진했다. 심지어 의사당 경찰은 주지사의 시위대 퇴거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시위가 평화적이라는 이유로 강제집행을 거부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저항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물결이 넘치고 있다. 최근 독재자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이집트에서 익명의 지지자가 의사당 근처 피자가게에 전화하여 시위대에게 피자를 배달시킨 것이 큰 화제가 되면서, 근처 피자 가게와 도넛 가게들은 미국 전역, 외국의 지지자들로부터 주문을 받느라 북새통이다.

* 의사당 내 시위대에게 피자배달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도한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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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의 진보진영이 보기에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반(反) 노동적이기는 매한가지라지만, 최소한 이번 투쟁에서 나타난 민주당의 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물론 ‘더 네이션 (The Nation)’의 기자 존 니콜스 (John Nichols)가 지적했다시피, 이런 강력한 저항이 없었다면 민주당이 문제제기야 했겠지만, 이런저런 사유를 달아 결국 법안에 동의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밤새도록 의사당을 점거하고 거리를 메운 군중들의 행렬은 민주당에게 큰 압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하원 투표 시 공화당 의원 4명도 반대표를 던졌다. 니콜스는 위스콘신 주의 명망 높은 진보적 정치지도자 로버트 라폴럿 (Robert LaFollete)의 “민주주의는 생활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민주주의란 투표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선출된 이들이 우리를 지배하는 게 아닌,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우리를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번 사례만큼 사회운동이 제도권 정당을 성공적으로 ‘견인’해간 사례도 드물 것이다. 운동을 결국 ‘법안’과 ‘제도’로 협소화시킨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겠으나, 이 투쟁의 과정에서 진정한 연대감을 맛본 현장의 10만 명, 단체교섭권이 노동자의 소중한 권리라는 것을 배운 다음 세대의 노동자들의 경험 자체를 폄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집회 현장 노동자들의 발언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매디슨 시 경찰노조의 조합원인 브라이언 오스틴 (Brian Austin)은 Democracy Now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이 직업에 투신했을 때, 우리는 이 지역사회 성원들을 받들고 봉사하며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지금 이들과 함께 여기에 나와 있음으로써 하고자 하는 바로 그 일이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들, 음악대학원 박사과정의 대학원생들, 소방 노동자들과 경찰들, 간호사들, 기간통신망 노동자들이 자기는 어느 지부의 조합원 아무개라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함께 구호를 외치며 지구 반대쪽 노동자가 보내온 피자를 나눠먹는 연대의 모습은 단식투쟁과 고공크레인, 죽음을 무기로 싸워야 하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머나먼 것이다.

10만 명이 모인 지난 토요일 (2월 27일)의 집회 이후에도 주지사는 강경한 태도를 거두지 않고 있다. 주(州) 건강보장 프로그램의 대폭 축소와 소속 지자체의 재정지원 감소를 공언했고,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돌아와 법안처리를 하지 않으면 1,500명에 달하는 공공 노동자들의 해고절차를 시작하겠단다. 위스콘신 노동계는 이에 맞서 총파업을 심각하게 논의 중이다. 이 사건이 과연 어떻게 귀결될지 우리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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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책, 애매한 책...

도서관 반납 때문에 허둥지둥 정리...

사무실에도 몇 가지 정리할 책들이 곱게 쌓여있는디...

기록이 없으면 기억도 없어지는 처참한 현실을 몇 번 경험하고 짧게라도 독후감을 꼭 남겨두려 하는데 이것도 쉽지는 않아...

 

 

#1. 테리 이글턴 [반대자의 초상]

 

반대자의 초상 - 지젝부터 베컴까지 삐딱하게 읽는 서구 지성사
반대자의 초상 - 지젝부터 베컴까지 삐딱하게 읽는 서구 지성사
테리 이글턴
이매진, 2010

 


언론의 리뷰가 하도 좋길래 빌렸는데, 황새 쫓아가려다 다리 찣어진 뱁새 꼴이랄까...
비평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상과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서 도무지.. ㅡ.ㅡ


딱히 텍스트를 구구절절 참조한 것만은 아니기에
꼼꼼하게 읽어보면 굳이 비평 대상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좋았겠지만

일단 흥미가 떨어져서리....

그나마 백만년 전에 세미나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

재작년에나 읽었던 데이비드 하비에 대한 이야기 정도만 어렵사리 이해...
저작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워낙 유명하고 난해한 인용문들 때문에 이름만 알고 있는 스피박에 대한 비평 약간 이해... 그녀의 글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최대 수확이랄까...

한 10년 지나도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뭐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여우와 신포도)

한 가지 궁금점... 이 책에 대한 호평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다들 참 유식하구나.... ㅡ.ㅡ
 

#2. 문제적 저작 [세계시민주의]

세계시민주의 - 이방인들의 세계를 위한 윤리학
세계시민주의 - 이방인들의 세계를 위한 윤리학
콰메 앤터니 애피아
바이북스, 2008

 

"시민"이 스스로 충성을 맹세한 특정 폴리스에 속한다는 것에 비해,
"세계시민주의"는 코스모스 (우주)에 속함으로써 모든 시민이 여러 공동체 중 하나에 속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을 거부... !

내가 지향하는 '나라없는 사람' (보네커트의 에세이집 제목이자, 아인슈타인이 실제로 10대에 성취했던 놀라운 업적)에 대한 설명과 사람들의 궁금함, 고민의 지점들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


어쩌면 가장 기본적 의심은

추상적 개념인 인간의 이름으로 구체적 대상에 대한 충성과 애착을 포기할 수 있냐는 것..

쫌 황당한 에피소드라면,

'인류의 친구이지만 그와 관계있던 모든 사람들의 적'이라고 평가받은 미라보는
'인간의 벗'을 집필하느라 아들이 투옥되는 걸 알지 못했고

연민을 인간의 본성으로 이야기한
루소는 다섯 아들을 고아원으로... ㅡ.ㅡ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에 대한 철저한 무지는 강자의 특성이라는 말에 절대 동의!!!

 

윤리와 도덕에 대한 상대주의가 진리라면,

결국 '내가 서 있는 곳에서는 내가 옳다. 그렇지만 네가 서 있는 곳에서는 네가 옳다'로 끝나고

그러면 대화는 불가능해짐

흔히 상대주의가 우리를 관용으로 이끌 것이라 생각하지만
서로에게 배울 수 없다면 대화는 무의미하고

상대주의는 대화를 장려하기보다 침묵하게 만든다는데도 역시 동의!

우리가 하는 웬갖 특이한 습속들의 이유는 어떤 특별한 근거가 있다기보다

대부분 우리가 '평소에 하는 일이기 때문'
이를테면 동성애자에 대한 관용성이 높아진 것은 합리적인 견해를 찾거나 사회적으로 합의가 성숙해졌다기보다 단순히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 있음...
이는 반드시 뭔가 합의에 도달해야 서로를 인정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줌.

또 일치하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시사...


인류학의 교훈이라면,

이방인이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존재라는 점을 인지하고

사회적 삶을 공유하면 호불호를 떠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나의 진리를 세계 보편으로 만들겠다는 보편주의의 위험성 지적에는 동의.
그리고 단 하나의 보편적 진리라면

모든 인간은 다른 모든 인간에 대한 의무가 있다는 것... . 즉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 모든 차분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불편한 지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근원이

율법에 철저한 무슬림과 유대인 모두 예루살렘성전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 때문?
장난하셔???


마찬가지로, 문화제국주의가 주변부 사람들의 의식을 구성한다는 담론은 타자를 무지렁이로 취급한다는 비판에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만일 그러한 영향이 전혀 없다면 다국적 기업들은 왜 그리 결사적으로 주변부 시장 공략에 나서나? 맥도널드가 저개발 국에서 서구적이라는 이유로 인기를 끄는게, 기업 본사에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것이 과연 적절한 설명?

사람들은 알아서 재량껏 상품을 고르고 산다고???

.
또 국가성립 100년밖에 안 된 나이지리아,

아무 기여한 것 없는 이집트 후손들이 조상들의 문화유적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게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는 미치겠음...
모든 유물을 돌려받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약탈당한 유물이 반환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도대체 뭔 소리임?
특히나 식민지배와 관련된 약탈과 착취를 이리 간단하게 말해도 되는 것이여?

한편 '무슬림이 아닌 우리같은 사람들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슬림을 타자화...

대부분의 내용이 성찰과 깊은 윤리적 기반을 갖고 있는데 비해

막상 정치경제학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찌나 리버럴하신지....

기묘하게 흥미롭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한.. 애매한 책이라는 생각...

 

이런 건 여럿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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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불평등을 말한다] 건강과 사회 기획강좌

시민건강증진연구소에서  강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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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사회 기획강좌>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말한다

 

 

유행처럼 쓰이다 보니 ‘양극화’라는 단어는 이제 무덤덤한 미사여구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날것의 시장 논리 앞에서

‘불평등’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일 뿐 아니라, 극복할 수도 없는 자연의 섭리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시 민건강증진연구소 [건강과 사회 2011년 기획 강좌]는 우리 사회 질서의 공정함을 나타내는 민감한 지표라 할 수 있는 건강불평등 현상을 살펴보고, 그에 이르기까지 작동하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속살들을 차분하게 들춰보고자 합니다.

 

 

 

일정

주제

강사

1강

3월 17일(목)

19:30-21:00

한국사회의 건강불평등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2강

3월 24일(목)

19:30-21:00

교육 - 평등사회를 향한 입구인가, 걸림돌인가?

이범

(교육평론가)

3강

3월 31일(목)

19:30-21:00

부동산 계급사회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4강

4월 07일(목)

19:30-21:00

불평등의 알파이자 오메가 - 노동시장 유연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

5강

4월 14일(목)

19:30-21:00

만들어진 불평등 - 지역 격차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6강

4월 21일(목)

19:30-21:00

그들이 사는 세상 - 대중문화의 불평등 재생산

주은우

(중앙대 사회학)

7강

4월 28일(목)

19:30-21:00

한국사회 불평등과 정치의 역할

박상훈

(후마니타스)

 

 

○ 수강생 : 40명

 

○ 수강료 : 15만원 (교재 포함)

 

○ 수강료 입금 계좌 :

하나은행 199-910004-60804

사)시민건강증진연구소

 

○ 수강신청 방법

이름, 소속, 연락처를 아래 메일로 보내주신 후 입금완료 하시면 됩니다.(3월15일까지)

phprc@hanmail.net

 

○ 문의

070-8658-1848 / 담당자 : 서상희

 

※ 시민단체 상근자 및 전업 학생은 12만원(20% 할인)

※ 연구소 회원의 경우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 장 소 : 민주노총 교육장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 15층)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5번출구 도보 5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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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도마뱀과 기이한 경제학자

내 소중한 뇌의 시냅스들이 빠찌직 거리며 타들어가고 있다........................ㅡ.ㅡ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일정 속에 지하철 독서시간에만, 나는 자유인일세... ㅜ.ㅜ

 

#. 기묘한 도마뱀이 벌인 떠들썩한 소동 이야기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크리스토퍼 무어
푸른숲, 2010

 

웃겨 죽어......ㅋㅋㅋ

이 황당무계한 소동극은 대체 어쩌란 말여......(하지만 은근히 '사상자'는 많아...)

발랄한 상상력과, 그에 걸맞는 또 발랄한 문체에 반했음.

짜임새도 좋고, 보네거트 할배만큼 시니컬하지는 않지만 과학적 사실들은 은근 정교하고 시선은 냉철...

다른 책도 빌려봐야겠쓰.... 이런 책은 뇌에 주는 선물....

 

#. 가장 재미난 경제학  이야기

 

세속의 철학자들 -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생애, 시대와 아이디어
세속의 철학자들 - 위대한 경제사상가들의 생애, 시대와 아이디어
로버트 하일브로너
이마고, 2008

 

원래 껍데기가 저렇게 요란 뻑쩍지근하게 생겼구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회색 하드커버만 남아 있어서... 원....

뭐 경제관련 책은 별로 읽어본 것도 없긴 하지만... 이렇게 재미난 책은 처음!!!

 

칼 폴라니가 오늘날과 같은 시장 질서가 유구한 전통을 가진 것이 아님을 강조했듯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윤 추구의 동기는 겨우 현대인과 함께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지적으로부터 글을 시작...

 

하일브로너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그들 사상의 핵심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개괄하며

경제학이란 학문의 본성과 진화를 논하고 있다.

경제사상사라고 분류되지만, 말하자면 이론들에 대한 이론 - 메타적 접근이라고 보면 되겠다.

각 이론들이 옳았냐, 혹은 본인이 동의하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역사적 맥락에서 그러한 사상이 진화했고

그것이 당대에 혹은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보면 엄청 어렵고 딱딱할 것 같은 이 내용들을

너무너무 재미있고 눈에 쏙쏙 들어오게 썼더란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이런 거다.

현재의 시각으로 완결된 구성물을 이러니 저러니 논평하는게 아니라,

당대의 문제의식 속에서 왜 그러한 사상이 출현했고,

또 그게 당시로서는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거....

지금 보면, 누구나 다 아는 것 같고 혹은 결함투성이의 주장일지라도

그 배경과 속내를 알고 나면 '우와' 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것들이 많다.

 

인물에 대한 뒷얘기라면...

 

 

케인즈 잘난 거 소문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엄청 잘난 인간...

아침에 침대에서 30분씩 투자해서 완전 부자된데다, 가문도 좋아,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

인품도 훌륭해, 수학도 잘해....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제일 황당했던 건 케인즈 자신의 표현

"경제학을 연구하는 데는 전문화된 고도의 재능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참 쉬운 분야인데도 잘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참 쉬운 분야래.............. 참 쉬운 분야...............

이 한마디로 전세계 수천명의 수재들을 바보 만들었어..... ㅋㅋㅋㅋㅋ

 

공상적 사회주의자들로 오언, 생시몽, 푸리에, 밀 등을 한 챕터에 묶어놓았는데,

생시몽은 공상적 사회주의자 수준이 아니라 완전 사이코같애... ㅡ.ㅡ

가장 지적인 동물 비버가 인간의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을 고민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일브로너는 이야기한다

"그들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는 그들의 괴벽도 아니고

그들이 제시한 환상의 다채로움가 매력도 아니다.

우리의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의 용기다.

그들의 용기를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지적인 풍토를 파악하고 이해해야만 한다."

그러게.... 막 웃어버리기는 뭐한데... 그래도 비버의 충격은... ㅡ.ㅡ

JS 밀의 아버지 제임스 밀은 아들을 엄청 쪼아대며 공부를 시켰는데,

그래서 1806년에 태어난 JS 밀은 "1809년 (1819년이 아니라)부터 " 그리스어를 배우고

일곱살에는 플라톤을 읽은데다 고전들을 다 떼고 열 두살에는 홉스의 저작들을,

열세살에는 정치경제학의 모든 저작들을 다 읽었단다...

그래서 하일브로너의 논평은 "밀이 훗날 위대한 저서를 저술한 것이 기적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어쨌든 심각한 인격장애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마르크스에 대한 마지막 문장들은 이렇다.

" 마르크스는 그를 향해 바쳐진 모든 우상숭배에도 불구하고 분명 무오류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피할 수 없는 어떤 존재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즉 자신이 발견한 사회사상의 대륙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탐험가인 것이다. 마르크스의 발견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이 대륙을 더 깊숙이 탐험하길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류를 위해 처음으로 팻말을 꽂은 그 사람에게 존경을 표해야 마땅할 것이다."

 

제목이 '겅제사상사'가 아니라 '세속의 철학자들'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자본주의 태동 이전에는 경제학이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할 필요가 없었고)

사회를 읽어내는 새로운 체계이던 '정치경제학'은 (그래서 '세속의 철학')

빅토리아 시대를 거치면서 '경제학'이 되었고 점점 더 강단으로 이동하여

엄밀한 과학 중심주의로 변해간다.

그리고 1, 2차 대전과 대공황, 세계혁명의 갈등 와중에

이러한 문제에는 아랑곳 없이 (심지어 조절과 균형 이론을 꽃피우며)

강단 경제학은 이상적 가정과 수학적 복잡성 속에서 점점 더 고고하게 '발전'해나간다.

당대의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해결하려던 노력이었던 경제학은 어디로................

 

미국민중사에도 등장하는 아수라 지옥 자본축적기에 벌어진 일들은

참 다시 봐도 믿어지지 않을 지경인데 (이를테면 철도 지배권을 두고 양측 자본가들이 기관차 몰고 서로 돌진하여 승부를 가리는... ㅜ.ㅜ)

이 대혼란의 시대에

"이 모든 것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생각한 게 별로 없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자신을 가르친 유럽 선생들의 발자취를 따라갔고, 미국 사회를 전혀 맞지 않은 틀에 강제로 집어넣었다. 피비린내 나는 돈싸움의 환상적인 게임을 두고 '검약과 축적'의 과정이라고 표현했고, 명백한 사기행위를 '사업'이라 했으며, 그 시대의 금빛 나는 사치를 아무 색깔 없이 '소비'라고 묘사했다."  ---- 

이 구절을 읽으면서 오늘날 한국사회를 떠올리면 내가 오바인가?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 선생들의 발자취를 따라.. 한국 사회에 맞지 않는 틀에.........

 

하일브로너는 경제학을 과학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는 것에 환호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두 가지 들었다. 첫째는, 경제학이 물리학이나 화학과 달리 인간의 행위를 다룬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의지를 가진 인간, 사고하는 인간, 선택하는 인간,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인간들이 존재한다. 두번째는 이런 맥락에서, 인간의 사회생활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학 - 아니 세속 철학의 유용성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몇 세기 동안 적어도 몇몇 자본주의가  가능한 한 안전하게 나아가는 데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비전으로나마 도움을 주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재탄생하는 세속철학이 가장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자본주의의 사회적 측면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추가 독서 안내글에서 "훌륭한 교과서를 몇 권 독파하려면 낙타와 같은 지구력과 성자와 같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썼지만, 이 책을 읽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손목의 근력, 인간세상에 대한 호기심만 있으면 충분....

적절한 타이밍에 웃고, 분노하고, 깜짝 놀라며 맞장구 쳐 줄수 있는 센스가 있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정이가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하는데 (뭘 알고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음 ㅋㅋ)

대학에 합격하면 꼭 사주고 싶은 책이다... 

참, 이 책이 사무엘슨의 [경제학] 이래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네....

하일브로너 자신도, 기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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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벌써 1월하고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아주 버라이어티하게 한 해를 시작했다.

 

원고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강릉에 강의 겸 나들이도 다녀왔고,

오랜만에(?) 선배 찾아가서 맛난 것도 얻어먹고,

폭설에 길상사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광과 북악스카이웨이 눈길 투어 (?)도 했고

또, 연구소 식구들과 [쿠바의 연인] 함께 보고 맛난 저녁도 먹었다.

그 와중에 집에 도둑이 들어 아직까지 PTSD 유사증상 경험... ㅡ.ㅡ

엊그제는 오래된 친구 장대리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나도 마음이 무겁고, 딱히 거드는 일도 없으면서 덩달아 분주했다.   

그리고 오늘은 연구소의 활동가 교육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쳤다.

 

정신줄은 반쯤 놓고 살았지만,

출퇴근 길은 책읽기 말고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용케 자리를 차지하면 잠이라도 자겠건만

1월 내내 강추위에 폭설로 지하철 이용자가 폭주하여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ㅜ.ㅜ

 

인권운동가 오창익의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은 많이 아쉬웠다.

한국사회의 많은 습속들이

얼마나 예외적이고 기괴한 것인지 충분히 표현이 되지 못한 것 같았다.

너무 온건하고 점잖게 쓰여졌다고나 할까...

이 책만 읽어서는 그러한 행태가 얼마나 해괴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듯!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
삼인, 2008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오래 전부터 (화장실에서) 찔끔찔끔 읽다가

우선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돌베개, 2007

 

이 제목만큼,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 무엇일까....

글쓴이의 차분한 글쓰기는

그토록 말도 안되는 상황들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만일 격정과 울분으로 이 글들이 쓰여졌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짓눌림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취약한 존재다.

그 취약함을 증언한 글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프리모 레비의 글은 내가 읽은 그 어느 것과도 같지 않다. 

 

요약하고, 발췌할 수 있는 문장들은 오히려 에필로그에 등장한다.

사실, 본문은 그 도저함 때문에 감히 옮겨올 수가 없다. 

최근 드라마에서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어쩌구 하는 대사가 인기를 끌었다지만

야만과 비통의 아수라에서 기록된 한 단어 한 단어를 감히 옮겨올 자신이 없다.

 

"...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양하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모른 척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암흑과 같은 시간에도

내 동료들과 나 자신에게서

사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겠다는 의지,

그럼으로써 수용소에 널리 퍼져

많은 수인들을 정신적 조난자로 만들었던 굴욕과 부도덕에서

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고집스럽게 지켜낸 것이 도움이 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믿기 어려운 이성의 실종 속에서 고통을 받았던 유대인들이

역시나 믿기 어려운 박해의 가해자가 되어 역사의 무대에 재등장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엄청 짧은 시간 안에...

 

희생자로서의 과거가 만능 면허증이라도 되는 양

막가파로 행세하는 그들의 행태는

정말 인간 이성의 취약함에 대해 회의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이스라엘 국민 한명한명이 모두 시온주의자는 아니겠지만,

독일 국민들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 개개인에게 책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휴머니스트는 이럴 때 참 괴롭다.

초월적 존재가 아닌 인간의 인간다움을 믿고 싶건만

도대체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레지스탕스 활동과 그 엄청난 고난의 시기를 견뎌낸 이가

결국은 스스로 생을 종결지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에게는 (장 아메리와 마찬가지로) 그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속작인 [휴전] 을 읽으려고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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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함께 시작한 책들

돌아보면, 작년에 했던 결심 중 가장 잘 지켜진 것이 "책을 안 산다"였다.

돈벌이가 확 줄어들면서,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지출을 생각해보니

다른 이들 밥사주는 것과 책/음반 사는 것...

일자리 바뀌면서 내가 밥을 사는 일보다는 얻어먹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ㅋㅋ

책은 확인해보니 딱 다섯권 샀다!!! 심지어 그 중 한권은 선물...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에서 일반회원으로 강등 ㅎㅎ

 

이러다 구립도서관 모범회원으로 표창장 받을 거 같다!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올해를 시작할 때 함께 한 책들을 적어두자

 

#. 거트 보네거트 [타임 퀘이크]

 

타임퀘이크
타임퀘이크
커트 보네거트
아이필드, 2006

 

제일 깨는 장면은 2차대전 후 화학원소 대표자들이 트라팔마도어 행성에 모여

"일부 원소들이 이제까지 잔인하고 어리석은 인간같이 지저분하고 냄새 고약한 대형 유기체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문제를 논의" 한 것.... 폴로늄이나 이테르븀처럼 인간의 필수요소가 되어 본 적 없는 원소들조차 격분...ㅋㅋ

정작 중죄인인 탄소는 딴청부리고, 질소는 2차대전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치 경비대원과 의사의 구성성분으로서 부역한 것에 눈물 흘리며 참회......

"모든 인간이 죽게 되리라. 모든 원소가 우주 탄생 당시처럼 죄 없이 순결해지리라."

 

이 소설은 매우 자전적인 경험에 기초하고 있는지라 (제 5도살장처럼!!!)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보네거트는 소문난 휴머니스트이자 회의주의자인데,

작중 화자는 사람들에게는 교회에 나가라고 권해줄 때가 많다.

이유인 즉슨..

"휴머니스트들은 대체로 교육 수준이 높고, 나처럼 유복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 중산층 사람들이라 세속적인 지식과 희망에서 충분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가....???

 

주변에,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괴로워하는 자들이 창궐하여 나도 좀 괴로웠다.

본문에 버나드쇼 이야기가 나온다.

"사회주의자요 영리하고 익살맞은 극작가인 나의 영웅 조지 버나드 쇼는 80대에 말하기를, 자신이 똑똑한 사람으로 통한다면 멍청하다고 평이 난 사람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했다. 살 만큼 산 그가 말하기를, 자기는 이제야 꽤 유능한 사무실 심부름꾼 소년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니, 평범한 우리들이 자신의 무능력함을 시시때때 깨닫는 건 정상이다.

괴로워할 일이 아니라는 말씀!!!

 

미국에 대한 근거없는 (?) 희망을 품었던 시절에 대한 회고담도 등장한다.

".. 나는 지금도 독일에서 우리가 풀려난 뒤 오헤어와 내가 독일 병사들에게 했던 말을 좋아한다. 미국은 더 사회주의적이 될 것이고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최소한 우리 아이들이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거나 까막눈으로 살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거요.     

내 복에 무슨!"

 

그래서 서글프다.

대중 강연을 할 때면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유진뎁스의 이야기를 언급한단다.

"하층 계급이 존재하는 한, 나는 거기에 속합니다. 범죄 집단이 존재하는 한, 나는 그 구성원입니다. 감옥에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나는 자유의 몸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나는 뎁스의 말을 인용하기 전에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하는 것이 지각 있는 태도임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청중 가운데 많은 사람이 웃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야비한 행동이 아니라 친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내가 재미있는 사람이 되길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 커트 보네거트 [마더 나이트]

 

마더 나이트
마더 나이트
커트 보네거트
문학동네, 2009

 

나치스 시절 궤벨스 휘하 선전부장으로 명성을 날린 미국인 하워드 캠벨의 자서전..

그는, 사실 미국의 지령을 받고 선전에 교묘하게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스파이 - 하지만 그는 맡은 바 역할 (나치스의 선전부장)을 너무너무 잘 해서 많은 이들이 그를 통해 나치스에 빠지게 되었는디, 스스로는 한번도 미국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종전이 되고 나서 문제는, 그가 미국의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웠다는 점!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짜임새 있는 플롯과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이렇게 조화를 이루기도 쉽지 않을 듯...

성실하고 재능있는 사람들의 자기분열과 기만 (심지어 스스로에 대한)에 대해

이보다 더 신랄하게 그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할배 멋지삼!!!

 

# 버트란트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사회평론, 2005

 

기억해두어야 할 구절들...

 

* 게으름에 대한 찬양*

 

"... 잘못하면 내가 지주들을 찬양하는 것으로 비춰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의 게으름은 불행하게도 타인들의 근면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사실, 안락하게 게으름을 피우고자 하는 그들의 욕망이야말로 역사적으로 볼 때 일해야 한다는 모든 신조가 생겨난 뿌리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본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일 것이다."

 

" 러시아에서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는 일부 다른 나라들에서의 페메니스트의 승리와 몇 가지 일치하는 면이 있다. 오랜 세월 남자들은 여성의 숭고함이 우위에 있다고 인정해왔고 권력보다도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여성들의 열세를 위로해왔다.......  오랜 세월 부자들과 그 추종자들은 '정직한 노동'을 칭찬하는 글을 써왔다. 소박한 생활을 예찬했고, 부자들보다 가난한 자들이 천국에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가르치는 종교를 공언해왔으며, 물질의 공간적 위치를 변화시키는 일에는 특별한 고귀함이 있다고 육체노동자들로 하여금 믿게 만들려고 애썼다."

 

"이익을 가져오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관념이 모든 것을 뒤바꿔버렸다. 당신에게 고기를 제공해주는 정육점이나 빵을 제공하는 빵집 주인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제공해준 음식을 즐길 때의 당신은, 일하는 데 필요한 힘을 내기 위해 먹지 않는 한 불성실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생산에 관해선 너무 많이 생각하고 소비에 대해선 너무 적게 생각한다..."

아마도 러셀은 그 시절에, 오늘날 같은 극단적 소비자본주의가 득세하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던 것 같다. '소비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인간'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나보다.

 

"... 이 계층은 이른 바 문명이란 것을 담당하는 공헌을 했다. 예술을 발전시키고 과학적 발견들을 이루었다. 책을 쓰고, 철학을 탄생시키고, 사회적 관계들을 세련시켰다. 억압받는 자들의 해방 운동조차도 흔히 위로부터 일어난 것이었다. 유한계층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결코 야만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며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게.....

 

* 무용한 지식과 유용한 지식 *

 

"아이들에게만 놀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어른에게도 현재의 즐거움 이외엔 아무 목적도 없는 행위에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놀이가 제 구실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과 관계 없는 부분에서도 기쁨과 흥미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 '무용한' 지식의 가장 중요한 이점은 아마도 숙고하는 습관을 조성해준다는 점일 것이다." - 이 대목에서 러셀은 그 유명한 메피스토펠레스의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히 푸르른 것은 오직 생명의 나무'라는 대사가 얼마나 오해되고 있는지 비판한다.  한국에서도 이론과 실천 출판사 책머리에 항상 이 구절이 쓰여있어서, 마치 현실에서의 실천이나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징문구처럼 인용되고는 했는데, 나도 파우스트 읽고는 깜딱 놀랐었다. 악마가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 학생 꼬드겨내려고 한 말이었는데, 좋은 건 줄 알고 써먹었다니 ㅋㅋ

 

"개인적인 불행이든 공적인 불행이든, 의지와 지성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극복될 수 있다. 의지에는 악을 피하고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방아들이지 않는 자세가 포함된다. 지성에는 그 악을 이해하고, 치유가 가능하다면 치유책을 찾아내고, 만일 불가능하다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되 그것을 벗어난 다른 영역, 다른 시대, 행성간의 공간에 놓인 심연들에는 무엇이 놓여있나를 되돌아봄으로써 그 악을 참고 살만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 포함된다."

 

* 건축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 인간에게 보통 이상의 자질을 요구하는 제도라면 예외적인 몇몇 경우에서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해악이 드러나지 않는 몇 가지 드문 경우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제도의 불량함이 은폐되는 것은 아니다."

 

러셀은 사회주의를 진정한 인간해방, 미관상의 추악함에서부터 젠더/계급 불평등까지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답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역시 사회주의가 답 ㅋㅋ

별도의 한 장이 "사회주의를 위한 변명"이라고 있을 정도...

 

* 우리시대 청년들의 냉소주의 *

 

"지식인들이 볼 때 자신들에게 일을 지시하고 대가를 주는 정부나 부자들의 목적이 해롭기까진 않다 하더라도 불합리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약간만 냉소적으로 되면 그 상황에 자신의 양심을 맞출 수가 있다."

 

냉소의 엄청난 유용성!!!

 

* 이성의 몰락, 니체와 히틀러 *

 

"정치 참여층이 점점 확대되고 이질화되면서 이성에의호소도 점점 어려워진다. 논쟁의 출발점이 되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설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보편적인 가설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에 의존하게 된다. 이질적인 집단들의 직관들은 당연히 서로 다를 것이므로 직관에의 의존은 결국 충돌과 힘의 정치로 이어지게 된다."

 

"정치에서 이성이 몰락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세상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임금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주의에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는 계층 및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능력 있고 힘있는 사람들 가운데 공동체의 이해와 반하는 이해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양한 집단 히스테리들을 조장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안전하게 유지하려 한다."

이 글들이 대략 1930년대 즈음에 쓰였다고 하는데,

새삼 놀라운 것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스가 (부분적이긴 하지만)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 어느날, 사람들 모르게 전체주의가 야금야금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 뚜렷한 징후 때문에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면 그 위험성을 엄청나게 지적했는데.... 결국 통하지 않았쓰....ㅡ.ㅡ

조지오웰 같은 이는 펄펄 뛰면서 생난리를 치고, 러셀도 엄청 쎄게 이야기...

저런 경고들이 도대체 어떻게 묻혀버렸는지 참 상상하기 어려우면서도, 오늘날의 모습도 훗날 돌아보면 이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되어 씁쓸...... ㅜ.ㅜ

 

# 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

 

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이후, 2004

 

"나이가 얼마나 됐든지 간에, 무릇 사람이라면 이럴 정도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망각할 만큼 순수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

 

'우리'가 아닌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숙고하고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엄청난 성찰.... ㅡ.ㅡ

나는 이제 그녀의 '빠'가 되기로 결심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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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활동가를 위한 조사분석방법 기초강좌

 

활동가를 위한 조사분석방법 기초강좌

 

○ 일 시 : 2011년 1월 26일(수) ∼ 27일(목)

○ 장 소 :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세미나실

○ 수강생 : 15명 (선착순 마감)

○ 수강료 : 5만원

○ 문 의 : ☏ 070-8658-1848   phprc@hanmail.net

○ 담당자 : 서상희

○ 수강신청 기간 : 2010년 12월 26 ∼ 마감까지.

○ 수강신청 방법 : 『이름, 핸드폰번호, 이메일주소, 직장(소속)』 기재하여 이메일로 신청.

     이메일 신청 후 수강료 입금해야 수강신청 완료.

    (※ 이메일 신청 시, 현재 직장(학교)이나 활동하는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 부탁드립니다.

          1/27 심층면접에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을 적절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보입니다.)

○ 수강생 준비물 : (1/27)

 1) 디지털 녹음기

 2) 노트북이나 넷북 등등 아래한글로 옮길 수 있는 기구

 3) 녹음된 내용을 아래한글로 옮기는 시도를 할 때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이어폰/핸드폰

○ 수강료 입금계좌 : 하나은행 199-910004-60804 시민건강증진연구소

○ 프로그램 소개 :

 

<1/26>

 

시간

강좌

강사

10:00 ~

강좌 소개

 

10:20 ~ 11:20

조사를 어떻게 기획하고 수행할까? (ⅰ)

김명희

11:30 ~ 12:30

조사를 어떻게 기획하고 수행할까? (ⅱ)

김명희

12:30 ~ 14:00

점심

 

14:00 ~ 15:00

필요한 정보를 어디에서 찾을까?

서제희

15:10 ~ 17:00

엑셀을 이용한 분석

손정인

 

<1/27>

 

시간

강좌

강사

10:00 ~ 11:30

심층면접은 어떻게 할까?

정진주

11:30 ~ 14:30

‣ 면접실습 + 정리

‣ 점심

14:30 ~ 15:30

실습결과 토의

15:30 ~ 17:00

심층면접결과 분석 및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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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3대 사찰 기행..

원래 반야봉의 낙조 감상으로 2010년 마무리를 하고자 했으나

예상치 못한 폭설로 난데없는 지리산 3대사찰 기행...

하마터면 불가에 귀의할 뻔했음.. ㅡ.ㅡ

 

구례에 내려가는 길, 기차 안에서 내다본 풍경은 저랬다. 기온은 영하 10도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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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쌍산재의 다른 손님들이 폭설 때문에 모두 예약 취소...

우리끼리 그 아름다운 풍광 즐김.

방바닥 구들은 절절 끓었지만 외풍 때문에 오똑한 콧부리는 냉동과 해동 반복 ㅜ.ㅜ

그저 내 코가 높아서 벌어진 일이라 자책하며 괴로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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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맑은 날 다시 찍은 대문 앞 정경...

장수의 비결이라는 당몰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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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까운 화엄사부터....

쌍산재 주인장께서 유일한 손님인 우리를 절 입구까지 태워다 주심..

우리는 그곳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설경을 보았음.

마당쓰는 스님말고는 경내에서 아무도 못 만남...

 

귀찮아 디카를 안 가져가는 바람에 아이폰으로 찍느라 손가락 얼어 떨어지는 줄 알았음.

덜덜 떨어서 똑같은 사진이 연속 몇 장으로 찍히기도 함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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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서 따뜻한 모과차에, 고구마랑 떡은 덤으로 얻어먹고 (너무 불쌍한 행색 때문???)

따뜻한 찻집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후덜덜...

진정 제가 저 눈길을 헤치고 여기에 왔단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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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데, 내려오는 길은 6km 넘는 거리...

택시를 부를까 하다가 그냥 눈길을 걸었음.

가로등 없는 길은 나보다 버티기 내공이 약한 주먹도끼가 아이폰 손전등기능을 ON!

얼어 죽는줄 알았지만, 마을로 돌아와 '주부가든'에서

콩나물백반 만찬을 즐기면서 모든 고통은 잊었음 ㅋㅋ

부쩍 맑아진 밤하늘을 보며 소장님이 선물해주신 sky walk 의 위용을 시험해보려 했으나

손이 너무너무 시려워서 미션 임파서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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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없는 숙소에 Wi-Fi는 어찌나 잘 터지는지

지인들한테 자랑질 사진 열심히 날리고,

주먹도끼는 옆에서 We Farm, We Rule 하며 열심히 세금걷고 매직 브로콜리 심고

(그녀는 악덕 세리에 가난한 농사꾼!!! 내가 그녀몰래 양팔고 개 두마리 들여놨음 ㅋㅋ)

나는 보네거트의 소설을 읽으며 잠들었음.

 

담날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천은사 가려했으나

길이 모두 얼어서 차량통제...

어차피 반야봉에 눈이 많이 쌓여 우리는 가기도 어렵다 한 터에... 이런 시련이...

할수 없이 조금 따뜻할 것으로 예상된 하동 쌍계사로 이동...

역시 이 곳도 방문객이 적어 너무도 고즈넉한 경내...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맑고 추웠음... 칼바람이...

역시 아이폰으로 사진찍느라 개고생....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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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화센터에서 맛난 하동차 얻어마시고, 부모님 드릴 작은 티백셋트 구입..

하동차는 야생차라 특히 맛이 좋다는 설명도 들었음. 발효차 첨 마셔봄.

하동이 이렇게 춥고 눈이 많이 온건 정말 드문 일이라네...

날도 참 잘 잡았쓰... ㅡ.ㅡ

 

차문화센터에 걸려있는 차의 일곱가지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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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하동과 구례 사이를 오가는 길은 정말 너무너무너무 아름다웠음

햇볕이 쏟아지는 섬진강 잔잔한 물결과 차가운 눈, 얼음...

아마도 봄이오면 산수유, 매화, 벚꽃을 피울 사연많아 보이는 나뭇가지들.....

봄에 다시 찾기로 대결심!!!

 

구례로 돌아와 맛난 대통밥으로 저녁먹고 이번에 식당 주인장께서 숙소로 태워다주심

역시 밤에 주먹도끼는 세금걷고 나는 책읽고...

근데, 밤마다 주먹도끼는 나의 음악취향을 너무나 비난함.

느끼한 노래만 좋아한다고.... 아니, 넬, 스위트피, 브로콜리가 느끼해???

이승열, 김광석은 자기도 좋아하면서?

 

어쨌든 2010년의 마지막 밤을 맥주와 함께 보내고 또다시 깊은 잠...

담날 아침, 천은사에 걸어서 가기로 결심...

중간까지 택시를 불러서 갈까도 했으나

어제 읍내에서 들어올 때 택시기사분이 한 30분만 걸으면 된다고 해서리...

물론 그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시간이면 닿을 줄 알았음...

 

칼바람 맞으며 한 시간 반을 꼬박 걸어서 천은사에 도착함..

길에 사람 아무도 안 다님.. ㅜ.ㅜ

정말 아무런 방패도 없는 들판에 마파람 맞느라 두피가 1cm 은 뒤로 밀린 듯...

그래도.... 나는 보았쓰...

뚫린 얼음장 사이로 나와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채고 사라지는 수달의 모습을!!!

역시 차로 움직일 때와는 다른 아름다운 눈높이 풍광....

기온이 영하 5도만 되었어도 우리는 즐거워 만세를 불렀겠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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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삼거리에서 천은사 입구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차량통제...

그 언덕길을 걸어올라 산에 도착하니,

거지꼴이 다 된 우리에게 매표소 직원분이 '학생이세요?"라는 망발을...

호호호 하며 좋아죽는 주먹도끼 너머로 내가 알려주었음.

"뭔 소리세요. 우리 경로할인 해주세요!"

 

무슨 대단한 업적이라도 이룬양 의기양양하며 매표소를 지나니

노고단 차량 통제표지판과 함께 '속세와 이별' 이라는 찻집 간판

여기서 차 마시고, 또 고구마랑 부침개랑 잔뜩 얻어먹고 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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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을 숨기고 있다 하여 천은사...

단청 없는 절 건물들이 어찌나 맘에 드는지...

햇볕은 더할나위 없이 따뜻하고,

마~악 녹아내려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모습과 소리가 잊히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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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쏘다니느라 고생한 내 등산화...

이제 미끄러지는 것도 모자라 물도 들어와... ㅡ.ㅡ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 그래도 그동안 수고많았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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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갔고,

2011년은 왔고,

이제 2012년을 향해 가고 있어....

 

3대 사찰 돌며 호연지기는 한 5갑자 늘어난 것 같고,

이성의 정신줄은 눈밭에 좀 흘리고 온 것 같음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으며 2011년을 시작했다는 것은 뭔가 상서로운 징조?

올해도 스스로 즐겁게, 행복하게,

길바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리고,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좀더 앞으로, 좀더 왼쪽으로....

 

방문하시는 블로거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2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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