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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벌써 1월하고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아주 버라이어티하게 한 해를 시작했다.

 

원고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강릉에 강의 겸 나들이도 다녀왔고,

오랜만에(?) 선배 찾아가서 맛난 것도 얻어먹고,

폭설에 길상사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광과 북악스카이웨이 눈길 투어 (?)도 했고

또, 연구소 식구들과 [쿠바의 연인] 함께 보고 맛난 저녁도 먹었다.

그 와중에 집에 도둑이 들어 아직까지 PTSD 유사증상 경험... ㅡ.ㅡ

엊그제는 오래된 친구 장대리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나도 마음이 무겁고, 딱히 거드는 일도 없으면서 덩달아 분주했다.   

그리고 오늘은 연구소의 활동가 교육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쳤다.

 

정신줄은 반쯤 놓고 살았지만,

출퇴근 길은 책읽기 말고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용케 자리를 차지하면 잠이라도 자겠건만

1월 내내 강추위에 폭설로 지하철 이용자가 폭주하여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ㅜ.ㅜ

 

인권운동가 오창익의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은 많이 아쉬웠다.

한국사회의 많은 습속들이

얼마나 예외적이고 기괴한 것인지 충분히 표현이 되지 못한 것 같았다.

너무 온건하고 점잖게 쓰여졌다고나 할까...

이 책만 읽어서는 그러한 행태가 얼마나 해괴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듯!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
삼인, 2008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오래 전부터 (화장실에서) 찔끔찔끔 읽다가

우선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돌베개, 2007

 

이 제목만큼,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 무엇일까....

글쓴이의 차분한 글쓰기는

그토록 말도 안되는 상황들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만일 격정과 울분으로 이 글들이 쓰여졌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짓눌림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취약한 존재다.

그 취약함을 증언한 글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프리모 레비의 글은 내가 읽은 그 어느 것과도 같지 않다. 

 

요약하고, 발췌할 수 있는 문장들은 오히려 에필로그에 등장한다.

사실, 본문은 그 도저함 때문에 감히 옮겨올 수가 없다. 

최근 드라마에서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어쩌구 하는 대사가 인기를 끌었다지만

야만과 비통의 아수라에서 기록된 한 단어 한 단어를 감히 옮겨올 자신이 없다.

 

"...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양하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모른 척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암흑과 같은 시간에도

내 동료들과 나 자신에게서

사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겠다는 의지,

그럼으로써 수용소에 널리 퍼져

많은 수인들을 정신적 조난자로 만들었던 굴욕과 부도덕에서

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고집스럽게 지켜낸 것이 도움이 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믿기 어려운 이성의 실종 속에서 고통을 받았던 유대인들이

역시나 믿기 어려운 박해의 가해자가 되어 역사의 무대에 재등장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엄청 짧은 시간 안에...

 

희생자로서의 과거가 만능 면허증이라도 되는 양

막가파로 행세하는 그들의 행태는

정말 인간 이성의 취약함에 대해 회의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이스라엘 국민 한명한명이 모두 시온주의자는 아니겠지만,

독일 국민들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 개개인에게 책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휴머니스트는 이럴 때 참 괴롭다.

초월적 존재가 아닌 인간의 인간다움을 믿고 싶건만

도대체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레지스탕스 활동과 그 엄청난 고난의 시기를 견뎌낸 이가

결국은 스스로 생을 종결지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에게는 (장 아메리와 마찬가지로) 그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속작인 [휴전] 을 읽으려고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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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함께 시작한 책들

돌아보면, 작년에 했던 결심 중 가장 잘 지켜진 것이 "책을 안 산다"였다.

돈벌이가 확 줄어들면서,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지출을 생각해보니

다른 이들 밥사주는 것과 책/음반 사는 것...

일자리 바뀌면서 내가 밥을 사는 일보다는 얻어먹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ㅋㅋ

책은 확인해보니 딱 다섯권 샀다!!! 심지어 그 중 한권은 선물...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에서 일반회원으로 강등 ㅎㅎ

 

이러다 구립도서관 모범회원으로 표창장 받을 거 같다!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올해를 시작할 때 함께 한 책들을 적어두자

 

#. 거트 보네거트 [타임 퀘이크]

 

타임퀘이크
타임퀘이크
커트 보네거트
아이필드, 2006

 

제일 깨는 장면은 2차대전 후 화학원소 대표자들이 트라팔마도어 행성에 모여

"일부 원소들이 이제까지 잔인하고 어리석은 인간같이 지저분하고 냄새 고약한 대형 유기체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문제를 논의" 한 것.... 폴로늄이나 이테르븀처럼 인간의 필수요소가 되어 본 적 없는 원소들조차 격분...ㅋㅋ

정작 중죄인인 탄소는 딴청부리고, 질소는 2차대전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치 경비대원과 의사의 구성성분으로서 부역한 것에 눈물 흘리며 참회......

"모든 인간이 죽게 되리라. 모든 원소가 우주 탄생 당시처럼 죄 없이 순결해지리라."

 

이 소설은 매우 자전적인 경험에 기초하고 있는지라 (제 5도살장처럼!!!)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보네거트는 소문난 휴머니스트이자 회의주의자인데,

작중 화자는 사람들에게는 교회에 나가라고 권해줄 때가 많다.

이유인 즉슨..

"휴머니스트들은 대체로 교육 수준이 높고, 나처럼 유복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 중산층 사람들이라 세속적인 지식과 희망에서 충분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가....???

 

주변에,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괴로워하는 자들이 창궐하여 나도 좀 괴로웠다.

본문에 버나드쇼 이야기가 나온다.

"사회주의자요 영리하고 익살맞은 극작가인 나의 영웅 조지 버나드 쇼는 80대에 말하기를, 자신이 똑똑한 사람으로 통한다면 멍청하다고 평이 난 사람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했다. 살 만큼 산 그가 말하기를, 자기는 이제야 꽤 유능한 사무실 심부름꾼 소년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니, 평범한 우리들이 자신의 무능력함을 시시때때 깨닫는 건 정상이다.

괴로워할 일이 아니라는 말씀!!!

 

미국에 대한 근거없는 (?) 희망을 품었던 시절에 대한 회고담도 등장한다.

".. 나는 지금도 독일에서 우리가 풀려난 뒤 오헤어와 내가 독일 병사들에게 했던 말을 좋아한다. 미국은 더 사회주의적이 될 것이고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최소한 우리 아이들이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거나 까막눈으로 살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거요.     

내 복에 무슨!"

 

그래서 서글프다.

대중 강연을 할 때면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유진뎁스의 이야기를 언급한단다.

"하층 계급이 존재하는 한, 나는 거기에 속합니다. 범죄 집단이 존재하는 한, 나는 그 구성원입니다. 감옥에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나는 자유의 몸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나는 뎁스의 말을 인용하기 전에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하는 것이 지각 있는 태도임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청중 가운데 많은 사람이 웃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야비한 행동이 아니라 친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내가 재미있는 사람이 되길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 커트 보네거트 [마더 나이트]

 

마더 나이트
마더 나이트
커트 보네거트
문학동네, 2009

 

나치스 시절 궤벨스 휘하 선전부장으로 명성을 날린 미국인 하워드 캠벨의 자서전..

그는, 사실 미국의 지령을 받고 선전에 교묘하게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스파이 - 하지만 그는 맡은 바 역할 (나치스의 선전부장)을 너무너무 잘 해서 많은 이들이 그를 통해 나치스에 빠지게 되었는디, 스스로는 한번도 미국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종전이 되고 나서 문제는, 그가 미국의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웠다는 점!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짜임새 있는 플롯과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이렇게 조화를 이루기도 쉽지 않을 듯...

성실하고 재능있는 사람들의 자기분열과 기만 (심지어 스스로에 대한)에 대해

이보다 더 신랄하게 그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할배 멋지삼!!!

 

# 버트란트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사회평론, 2005

 

기억해두어야 할 구절들...

 

* 게으름에 대한 찬양*

 

"... 잘못하면 내가 지주들을 찬양하는 것으로 비춰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의 게으름은 불행하게도 타인들의 근면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사실, 안락하게 게으름을 피우고자 하는 그들의 욕망이야말로 역사적으로 볼 때 일해야 한다는 모든 신조가 생겨난 뿌리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본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일 것이다."

 

" 러시아에서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는 일부 다른 나라들에서의 페메니스트의 승리와 몇 가지 일치하는 면이 있다. 오랜 세월 남자들은 여성의 숭고함이 우위에 있다고 인정해왔고 권력보다도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여성들의 열세를 위로해왔다.......  오랜 세월 부자들과 그 추종자들은 '정직한 노동'을 칭찬하는 글을 써왔다. 소박한 생활을 예찬했고, 부자들보다 가난한 자들이 천국에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가르치는 종교를 공언해왔으며, 물질의 공간적 위치를 변화시키는 일에는 특별한 고귀함이 있다고 육체노동자들로 하여금 믿게 만들려고 애썼다."

 

"이익을 가져오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관념이 모든 것을 뒤바꿔버렸다. 당신에게 고기를 제공해주는 정육점이나 빵을 제공하는 빵집 주인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제공해준 음식을 즐길 때의 당신은, 일하는 데 필요한 힘을 내기 위해 먹지 않는 한 불성실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생산에 관해선 너무 많이 생각하고 소비에 대해선 너무 적게 생각한다..."

아마도 러셀은 그 시절에, 오늘날 같은 극단적 소비자본주의가 득세하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던 것 같다. '소비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인간'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나보다.

 

"... 이 계층은 이른 바 문명이란 것을 담당하는 공헌을 했다. 예술을 발전시키고 과학적 발견들을 이루었다. 책을 쓰고, 철학을 탄생시키고, 사회적 관계들을 세련시켰다. 억압받는 자들의 해방 운동조차도 흔히 위로부터 일어난 것이었다. 유한계층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결코 야만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며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게.....

 

* 무용한 지식과 유용한 지식 *

 

"아이들에게만 놀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어른에게도 현재의 즐거움 이외엔 아무 목적도 없는 행위에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놀이가 제 구실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과 관계 없는 부분에서도 기쁨과 흥미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 '무용한' 지식의 가장 중요한 이점은 아마도 숙고하는 습관을 조성해준다는 점일 것이다." - 이 대목에서 러셀은 그 유명한 메피스토펠레스의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히 푸르른 것은 오직 생명의 나무'라는 대사가 얼마나 오해되고 있는지 비판한다.  한국에서도 이론과 실천 출판사 책머리에 항상 이 구절이 쓰여있어서, 마치 현실에서의 실천이나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징문구처럼 인용되고는 했는데, 나도 파우스트 읽고는 깜딱 놀랐었다. 악마가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 학생 꼬드겨내려고 한 말이었는데, 좋은 건 줄 알고 써먹었다니 ㅋㅋ

 

"개인적인 불행이든 공적인 불행이든, 의지와 지성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극복될 수 있다. 의지에는 악을 피하고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방아들이지 않는 자세가 포함된다. 지성에는 그 악을 이해하고, 치유가 가능하다면 치유책을 찾아내고, 만일 불가능하다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되 그것을 벗어난 다른 영역, 다른 시대, 행성간의 공간에 놓인 심연들에는 무엇이 놓여있나를 되돌아봄으로써 그 악을 참고 살만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 포함된다."

 

* 건축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 인간에게 보통 이상의 자질을 요구하는 제도라면 예외적인 몇몇 경우에서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해악이 드러나지 않는 몇 가지 드문 경우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제도의 불량함이 은폐되는 것은 아니다."

 

러셀은 사회주의를 진정한 인간해방, 미관상의 추악함에서부터 젠더/계급 불평등까지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답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역시 사회주의가 답 ㅋㅋ

별도의 한 장이 "사회주의를 위한 변명"이라고 있을 정도...

 

* 우리시대 청년들의 냉소주의 *

 

"지식인들이 볼 때 자신들에게 일을 지시하고 대가를 주는 정부나 부자들의 목적이 해롭기까진 않다 하더라도 불합리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약간만 냉소적으로 되면 그 상황에 자신의 양심을 맞출 수가 있다."

 

냉소의 엄청난 유용성!!!

 

* 이성의 몰락, 니체와 히틀러 *

 

"정치 참여층이 점점 확대되고 이질화되면서 이성에의호소도 점점 어려워진다. 논쟁의 출발점이 되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설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보편적인 가설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에 의존하게 된다. 이질적인 집단들의 직관들은 당연히 서로 다를 것이므로 직관에의 의존은 결국 충돌과 힘의 정치로 이어지게 된다."

 

"정치에서 이성이 몰락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세상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임금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주의에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는 계층 및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능력 있고 힘있는 사람들 가운데 공동체의 이해와 반하는 이해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양한 집단 히스테리들을 조장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안전하게 유지하려 한다."

이 글들이 대략 1930년대 즈음에 쓰였다고 하는데,

새삼 놀라운 것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스가 (부분적이긴 하지만)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 어느날, 사람들 모르게 전체주의가 야금야금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 뚜렷한 징후 때문에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면 그 위험성을 엄청나게 지적했는데.... 결국 통하지 않았쓰....ㅡ.ㅡ

조지오웰 같은 이는 펄펄 뛰면서 생난리를 치고, 러셀도 엄청 쎄게 이야기...

저런 경고들이 도대체 어떻게 묻혀버렸는지 참 상상하기 어려우면서도, 오늘날의 모습도 훗날 돌아보면 이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되어 씁쓸...... ㅜ.ㅜ

 

# 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

 

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이후, 2004

 

"나이가 얼마나 됐든지 간에, 무릇 사람이라면 이럴 정도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망각할 만큼 순수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

 

'우리'가 아닌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숙고하고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엄청난 성찰.... ㅡ.ㅡ

나는 이제 그녀의 '빠'가 되기로 결심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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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활동가를 위한 조사분석방법 기초강좌

 

활동가를 위한 조사분석방법 기초강좌

 

○ 일 시 : 2011년 1월 26일(수) ∼ 27일(목)

○ 장 소 :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세미나실

○ 수강생 : 15명 (선착순 마감)

○ 수강료 : 5만원

○ 문 의 : ☏ 070-8658-1848   phprc@hanmail.net

○ 담당자 : 서상희

○ 수강신청 기간 : 2010년 12월 26 ∼ 마감까지.

○ 수강신청 방법 : 『이름, 핸드폰번호, 이메일주소, 직장(소속)』 기재하여 이메일로 신청.

     이메일 신청 후 수강료 입금해야 수강신청 완료.

    (※ 이메일 신청 시, 현재 직장(학교)이나 활동하는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 부탁드립니다.

          1/27 심층면접에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을 적절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보입니다.)

○ 수강생 준비물 : (1/27)

 1) 디지털 녹음기

 2) 노트북이나 넷북 등등 아래한글로 옮길 수 있는 기구

 3) 녹음된 내용을 아래한글로 옮기는 시도를 할 때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이어폰/핸드폰

○ 수강료 입금계좌 : 하나은행 199-910004-60804 시민건강증진연구소

○ 프로그램 소개 :

 

<1/26>

 

시간

강좌

강사

10:00 ~

강좌 소개

 

10:20 ~ 11:20

조사를 어떻게 기획하고 수행할까? (ⅰ)

김명희

11:30 ~ 12:30

조사를 어떻게 기획하고 수행할까? (ⅱ)

김명희

12:30 ~ 14:00

점심

 

14:00 ~ 15:00

필요한 정보를 어디에서 찾을까?

서제희

15:10 ~ 17:00

엑셀을 이용한 분석

손정인

 

<1/27>

 

시간

강좌

강사

10:00 ~ 11:30

심층면접은 어떻게 할까?

정진주

11:30 ~ 14:30

‣ 면접실습 + 정리

‣ 점심

14:30 ~ 15:30

실습결과 토의

15:30 ~ 17:00

심층면접결과 분석 및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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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3대 사찰 기행..

원래 반야봉의 낙조 감상으로 2010년 마무리를 하고자 했으나

예상치 못한 폭설로 난데없는 지리산 3대사찰 기행...

하마터면 불가에 귀의할 뻔했음.. ㅡ.ㅡ

 

구례에 내려가는 길, 기차 안에서 내다본 풍경은 저랬다. 기온은 영하 10도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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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쌍산재의 다른 손님들이 폭설 때문에 모두 예약 취소...

우리끼리 그 아름다운 풍광 즐김.

방바닥 구들은 절절 끓었지만 외풍 때문에 오똑한 콧부리는 냉동과 해동 반복 ㅜ.ㅜ

그저 내 코가 높아서 벌어진 일이라 자책하며 괴로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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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맑은 날 다시 찍은 대문 앞 정경...

장수의 비결이라는 당몰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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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까운 화엄사부터....

쌍산재 주인장께서 유일한 손님인 우리를 절 입구까지 태워다 주심..

우리는 그곳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설경을 보았음.

마당쓰는 스님말고는 경내에서 아무도 못 만남...

 

귀찮아 디카를 안 가져가는 바람에 아이폰으로 찍느라 손가락 얼어 떨어지는 줄 알았음.

덜덜 떨어서 똑같은 사진이 연속 몇 장으로 찍히기도 함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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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서 따뜻한 모과차에, 고구마랑 떡은 덤으로 얻어먹고 (너무 불쌍한 행색 때문???)

따뜻한 찻집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후덜덜...

진정 제가 저 눈길을 헤치고 여기에 왔단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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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데, 내려오는 길은 6km 넘는 거리...

택시를 부를까 하다가 그냥 눈길을 걸었음.

가로등 없는 길은 나보다 버티기 내공이 약한 주먹도끼가 아이폰 손전등기능을 ON!

얼어 죽는줄 알았지만, 마을로 돌아와 '주부가든'에서

콩나물백반 만찬을 즐기면서 모든 고통은 잊었음 ㅋㅋ

부쩍 맑아진 밤하늘을 보며 소장님이 선물해주신 sky walk 의 위용을 시험해보려 했으나

손이 너무너무 시려워서 미션 임파서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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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없는 숙소에 Wi-Fi는 어찌나 잘 터지는지

지인들한테 자랑질 사진 열심히 날리고,

주먹도끼는 옆에서 We Farm, We Rule 하며 열심히 세금걷고 매직 브로콜리 심고

(그녀는 악덕 세리에 가난한 농사꾼!!! 내가 그녀몰래 양팔고 개 두마리 들여놨음 ㅋㅋ)

나는 보네거트의 소설을 읽으며 잠들었음.

 

담날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천은사 가려했으나

길이 모두 얼어서 차량통제...

어차피 반야봉에 눈이 많이 쌓여 우리는 가기도 어렵다 한 터에... 이런 시련이...

할수 없이 조금 따뜻할 것으로 예상된 하동 쌍계사로 이동...

역시 이 곳도 방문객이 적어 너무도 고즈넉한 경내...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맑고 추웠음... 칼바람이...

역시 아이폰으로 사진찍느라 개고생....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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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화센터에서 맛난 하동차 얻어마시고, 부모님 드릴 작은 티백셋트 구입..

하동차는 야생차라 특히 맛이 좋다는 설명도 들었음. 발효차 첨 마셔봄.

하동이 이렇게 춥고 눈이 많이 온건 정말 드문 일이라네...

날도 참 잘 잡았쓰... ㅡ.ㅡ

 

차문화센터에 걸려있는 차의 일곱가지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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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하동과 구례 사이를 오가는 길은 정말 너무너무너무 아름다웠음

햇볕이 쏟아지는 섬진강 잔잔한 물결과 차가운 눈, 얼음...

아마도 봄이오면 산수유, 매화, 벚꽃을 피울 사연많아 보이는 나뭇가지들.....

봄에 다시 찾기로 대결심!!!

 

구례로 돌아와 맛난 대통밥으로 저녁먹고 이번에 식당 주인장께서 숙소로 태워다주심

역시 밤에 주먹도끼는 세금걷고 나는 책읽고...

근데, 밤마다 주먹도끼는 나의 음악취향을 너무나 비난함.

느끼한 노래만 좋아한다고.... 아니, 넬, 스위트피, 브로콜리가 느끼해???

이승열, 김광석은 자기도 좋아하면서?

 

어쨌든 2010년의 마지막 밤을 맥주와 함께 보내고 또다시 깊은 잠...

담날 아침, 천은사에 걸어서 가기로 결심...

중간까지 택시를 불러서 갈까도 했으나

어제 읍내에서 들어올 때 택시기사분이 한 30분만 걸으면 된다고 해서리...

물론 그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시간이면 닿을 줄 알았음...

 

칼바람 맞으며 한 시간 반을 꼬박 걸어서 천은사에 도착함..

길에 사람 아무도 안 다님.. ㅜ.ㅜ

정말 아무런 방패도 없는 들판에 마파람 맞느라 두피가 1cm 은 뒤로 밀린 듯...

그래도.... 나는 보았쓰...

뚫린 얼음장 사이로 나와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채고 사라지는 수달의 모습을!!!

역시 차로 움직일 때와는 다른 아름다운 눈높이 풍광....

기온이 영하 5도만 되었어도 우리는 즐거워 만세를 불렀겠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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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 삼거리에서 천은사 입구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차량통제...

그 언덕길을 걸어올라 산에 도착하니,

거지꼴이 다 된 우리에게 매표소 직원분이 '학생이세요?"라는 망발을...

호호호 하며 좋아죽는 주먹도끼 너머로 내가 알려주었음.

"뭔 소리세요. 우리 경로할인 해주세요!"

 

무슨 대단한 업적이라도 이룬양 의기양양하며 매표소를 지나니

노고단 차량 통제표지판과 함께 '속세와 이별' 이라는 찻집 간판

여기서 차 마시고, 또 고구마랑 부침개랑 잔뜩 얻어먹고 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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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을 숨기고 있다 하여 천은사...

단청 없는 절 건물들이 어찌나 맘에 드는지...

햇볕은 더할나위 없이 따뜻하고,

마~악 녹아내려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모습과 소리가 잊히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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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쏘다니느라 고생한 내 등산화...

이제 미끄러지는 것도 모자라 물도 들어와... ㅡ.ㅡ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 그래도 그동안 수고많았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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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갔고,

2011년은 왔고,

이제 2012년을 향해 가고 있어....

 

3대 사찰 돌며 호연지기는 한 5갑자 늘어난 것 같고,

이성의 정신줄은 눈밭에 좀 흘리고 온 것 같음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으며 2011년을 시작했다는 것은 뭔가 상서로운 징조?

올해도 스스로 즐겁게, 행복하게,

길바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리고,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좀더 앞으로, 좀더 왼쪽으로....

 

방문하시는 블로거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2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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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위치 추적

어제 밤 술마시다 Star Walk 자랑질 하려고 열었다가 깜놀...

산타 할배가 순록들이랑 황도 12궁을 가로지르고 있는게여...

바람같은 속도로 지나가서, 술김에 잘못봤나 했는데 그건 아니더라는...

 

정신차려 후딱 캡처하고 보니 마침, 달 옆을 지나 게 자리 (나의 탄생별자리) 옆을 비껴가고 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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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아침에 다시 열어보니 할배, 아직도 뺑뺑이 돌고 계셔 ㅋㅋ

아직 지구 반대편 선물 배달이 안 끝나신듯...

노동 시간이 너무 긴거 같아... 할배, 그렇게 야간근로, 연장근로 많이 하시면

고혈압이랑 심근경색 위험 높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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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에서 [문명의 붕괴]까지..?

11월 중반까지 각종 원고, 계간지 편집에 번역 알바 등등 글쓰기 쓰나미가 몰아치고 나서

요즘은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

연말에 다시 닥쳐올 글쓰기 폭풍 전까지 자료 읽기 폭풍 모드...

그래서, 퇴근하면 노트북을 잘 안 켜게 되는데다 최근 장만한 스마트폰 덕분에 더더욱 불질이 뜸했다.

 

서론도 참 길었다.....  결국 이런저런 핑게로 오랜만에 포스팅한다는 뜻이다... ㅡ.ㅡ

 

오늘 하루종일 논문 읽는다고 집중했더니 눈이 빠질 것만 같아서

그동안 밀린 책들이랑 영화 좀 정리하고 넘어갈 생각....

 

#. 이응일 감독 [ 불청객]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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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 나는 보았네... 그리고 들었네.

범 우주적인 아나키들의 기이한 저항과

안드로메다 너머까지 울려퍼지던 "울밑에선 봉선화"의 애달픈 선율을!!!

 

영화를 보면서 숨넘어가 돌아가실 뻔 했다네...

이 영화는 '하하하' 호방한 웃음은 나오지 않아... 다만 키득키득... 낄낄낄....

무려 '포인트맨'은 영어로 사회적 잉여들의 수명을 강탈해가려고 꼬드기고 협박하며

이 루저들은 마지막 투쟁을 결연하게 준비하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가방에 챙기고

대한민국 국회는 속절없이 블랙홀로 사라져간다. 

 

이 기괴하고도 발랄한 상상력이라니!!!!!!!!!

몇 명 안 되는 관객들 중에서도 유독 좋아라하는 내모습이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예고편에 보았던 복학생 영화 '진달래' 등장인물들에 비하면 나는 이 사회 초(!) 정상인!

(진달래는 유튜브에도 ~~ http://www.youtube.com/watch?v=HpSDJjZ-vYQ)

 

혹시나 이 영화가 다시 대중 앞에 걸릴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신촌 필름포럼에서 보길강추.... 예고편까지 맞춤형이니까!!!

 

#. 마이클 무어  [Capitalism, A Love Stor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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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스토리라 이름붙은 막장 자본주의 스토리...

마이클 무어의 억지스럽고 과장된 접근방식 - 이를테면 월스트리트에 다짜고짜 찾아가

인터뷰하겠다고 우기고, 주변에 범죄현장 접근금지 띠 두르는 거 같은 -이

싫기는 하지만, 딱히 또 다른 방법도 찾기 힘든 걸 어쩌겠쓰... ㅡ.ㅡ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저나라 정말 저래도 되나 싶다가도

화면에서 웬지 "너나 잘 하세요" 이런 비아냥이 들리는 듯도...

그들은 최소한 자기네 땅 안에서 전쟁놀이한다고 난리치지는 않잖아... ㅜ.ㅜ

 

 

#. 제레미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문명의 붕괴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2005

 

미국에 있을 때 보았던 페이퍼백 버전만 생각하고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완전 식겁했음.

하드커버에 무려 780여페이지....

이거 지하철에 '운반'하고 다니며 읽느라 너무 힘들었음.

나중에는 재미보다 기한 내에 읽어치우고 반납해야 한다는 정체모를 책임감에 읽은 책...

 

예전에, Human Ecology 시간에 부분 발췌본만 읽고 깜딱 놀랐더랬다.

이스터섬의 문명붕괴가 환경과 인간생태계의 훼손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이야기에,

이스터섬 거대석상이 외계인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에 우선 실망(?)했고

이리 되도록 도대체 그곳 사람들은 뭘 했을까 하는 의문!

 

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례로 언급된 문명붕괴의 사례들도

어쩌다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낳고,

다이아몬드 교수의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이 이걸 젤 궁금해했단다.
막바지를 향해 치달아가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그 꾸준한 파국으로의 질주를 간파해내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주변에 크고작은 버퍼들에 의해 완충되면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지라

나중에 거시적 평가를 통해서는 알 수 있을지라도 현재에서 눈치채기란 어려운 법...

 

그동안 간과된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문명사 기술이 흥미로우면서도

정치경제학적 힘들이 과소평가된 것 같아 매우 아쉬움

이를테면 르완다 투치-후투 족의 갈등에서 역사적/정치적 맥락보다는

생태적 경쟁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그린 것은 쫌.....

기업들도 자연보전이 결국 이윤획득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또한 동의하기 어려움.

신자유주의적 탈취의 백미가 전지구적 돌려막기인데, 즉, 여전히 빼먹을 곳간이 많은데

이런 거시적 관점에서 투자를 하라고 기업들에게 '충고'하는게 씨알이나 먹힐까...

 

책 자체도 흥미롭기는 했지만, 가장 큰 교훈이라면,

앞으로 도서관에서 지하철 출퇴근용 책을 빌릴 때에는

페이지 수를 꼭 확인해야한다는.....

 

#. 프레시안 [한국의 워킹푸어]

한국의 워킹푸어 -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게 만드는가
한국의 워킹푸어 -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게 만드는가
프레시안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2010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사례들을 모아놓음으로써 갖는 새로운 힘이 있다.

이런 책은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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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과 갈레아노

'램'이라고 쓰니까 양고기 같아... ㅡ.ㅡ

 

원래 지난 주에 반납했어야 하는데, 쥐20 때문에 책단비 서비스 (지하철역 무인반납기)를 중단해서

반납 연기를 했더랬다. 평일 저녁에 그 산꼭대기 도서관까지 가서 직접 반납하기란 불가능... ㅡ.ㅡ

우리 동네서 쥐20 행사장까지는 천리길... 도대체 왜 책단비서비스까지 중단해야 하는 건지 원...

테러범이 정신이 있다면, 굳이 이 동네 와서 도서반납함에 폭탄 넣고 갈리는 만무한데 말여....

 

#1. 우주비행사 피륵스 (오멜라스)

우주비행사 피륵스
우주비행사 피륵스
스타니스와프 렘
오멜라스(웅진), 2009

 

아이쿠나 유쾌하고 심오하기도 하여라...

아시모프의 I, Robot과 비슷한 발전적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코믹하고 엉뚱한 상황들 속에서 말도 못할 엄청난 고민거리들을 던져준다.

기억이라는 것, 인식이라는 것, 인간이라는 것, 열망이라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무엇이란 말여....

어떻게 한 작가가 [솔라리스]와 [사이버리아드] 같은 극단적으로 다른 두 소설을 쓸 수 있나 했더니만,

그 사이에 피륵스가 있었어... 그랬어....

램의 다른 책들도 얼릉 번역해서 나오면 좋겠구먼.....

 

솔라리스 (반양장)
솔라리스 (반양장)
스타니스와프 렘
오멜라스(웅진), 2008
사이버리아드 (반양장)
사이버리아드 (반양장)
스타니스와프 렘
오멜라스(웅진), 2008

 

 

 

 

 

 

 

 

 

 

 

 

 

 

 

 

 

 

#2.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르네상스, 2004

기억해둘 구절이 참 많다...

  • 20년 혹은 30년 전만 하더라도 가난은 불의의 산물이었다. 좌파는 그것을 고발했고, 중도파는 인정했으며, 우파는 아주 드물게 부정했다. 세월은 너무도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지금 가난은 무능력에 대한 정당한 벌이다. 가난한 자에겐 연민이 일어나지만, 더 이상 가난이 의분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이건 알랭 드 보통이 나중에 '불안'에서 지적한 부분이기도 함)
  • ... 늘 그렇듯이 가난한 사람 대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이다. 가난은 너무도 작은 담요라서, 각자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기에 바쁘다. (그래서, 사회적 자본 운운 하는 논의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다니엘 드루가 증명했듯이, 법은 거미줄과 같아서 파리 같은 작은 곤충은 잡지만, 커다란 짐승의 진로를 방해하지는 못한다. (탁월한 비유로세)
  • 요즘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에는 국제적 전문 기술관료들이 원정군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 (이제 공여국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고 선언한 참이니, 한국의 기술관료들과 전문가들도 때로는 불타는 사명감에, 때로는 개념없음을 통해 가난한 나라 시민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일이 좀더 빈번해질 것이다.)
  • 소득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된다. (이토록 간명하게 요약할 수 있다니!!!)
  • (우루과이의 경우) 대학교수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1995년 중반, 신문에서 몬테비데오 심리학 대학이 낸 모집 공고를 본 적이 있다. 윤리학과 교수 한 명이 필요했는데, 100달러의 월급을 준다고 했다. 그 정도 돈으로 부패하지 않으려면 몸과 마음이 부서져라 윤리학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도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적 저투자는 부정부패와 질의 하락을 낳는다. 이것이 공교육을 망하게 하는 악순환의 지름길)
  •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들은 나를 성인이라 부릅니다." 브라질의 주교 엘데르 카마라가 말했다. "그런데 왜 먹을 게 없냐고 물어보면, 날 빨갱이라고 해요"  (이 구절은 예전에 보스턴 빈민활동 차량에서 본 적이 있다. 원조가 여기였구나...)

갈레아노처럼 날카롭고, 그리고 재밌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참 좋겠구나...

그는 사회비평가이자 문학인 같아... ㅡ.ㅡ

가르시아 마르케스까지 언급하며, 이건 남미 글쓰기의 놀라운 전통이야 라고 이야기하면 지나친 단순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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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7

11월 르 디플로에 실린 슬라보예 지젝의 글 중에서....

 

"  현재 우리 상황은,

좌파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적절한 순간을 끊기있게 기다려야 했던

20세기 초의 지배적 상황과 정반대에 놓여있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즉시 행동해야 한다.

왜냐하면 무기력이 곧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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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과 오늘, 특별한 날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시문형 인간이 아닌, 산문형 인간이라는 걸 잘 안다.

 

진실이라면, 시가 싫다기보다,

이해가 잘 안 간다는..... ㅡ.ㅡ;;

 

근데, 유유상종이라고 나만 그런 건 아니고 내 주변의 녀자들도 대부분 그러하다. 

그녀들이 시집을 들고다니거나 선물로 주고받는 걸 본적이 없고, 심지어 시를 주제로 이야기를 해본적도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시 애호가들은 모두 남자.... ㅡ.ㅡ

자작시를 건네거나 혹은 시집을 선물해주었던 이들은 모두 남자였다. 

꼭 무슨 특별한 사이래서 그랬던 것도 아님...

 

지난 번에 다녀가신 레벤스타인 할배도 시인이다. 예전에 자작시집 두 권을 선물로 주시기도 했다.

근데, 이번에 오셔서 박노해의 시집이 영문으로 나온게 있으면 꼭 구해달라고 하시는게다.

어떤 문학잡지에서, 그의 시에 관한 비평을 읽은 적 이 있는데 꼭 시집을 읽어보고 싶다고...

하지만, 무성한 소문과 달리 [노동의 새벽]은 아직 번역판이 나와있지 않았다.

 

하다못해 오윤의 판화그림이라도 구경하시라고 그냥 한국어판 [노동의 새벽]을 선물했다.

근데, 읽지도 못할 글을 주는게 너무 매너없는 짓인거 같아

내가 좋아하는 두 편을 번역해서 함께 건네드렸다.

함께 선물을 준비한 Y 샘은, 자기가 좋아하는 '손무덤'을 안 했다고 나를 비난(?)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도 맘대로 못 고르남?  맘에 안 들면 당신이 하시던가... ㅡ.ㅡ+

 

어쨌든, 이런 걸 아마도 '발로 하는 시번역'이라 부르리라....... ㅡ.ㅡ

철저히 일대일 호응관계에 기초한, 전대미문의 직역 시문학?

선물받으신 분들이 이 시의 애틋함을 잘 이해하셨나 몰라.....

하지만 나에게는 '절대로' 잘못이 없다.

전문가들이 왜 번역을 안 해줘가지고..... ㅜ.ㅜ

 

 

그리움   longing

공장 뜨락에
따사론 봄볕내리면
휴일이라 생기도는 아이들 얼굴위로
개나리 꽃눈이 춤추며 난다


when warm spring light is falling on the factory yard,
on the face of lively kids for their holiday
flower snow of forsythia is waving

하늘하늘 그리움으로 노오란 작은 손
꽃바람 자락에 날려보내도
더 그리워 그리워서
온몸 흔들다
한방울 눈물로 떨어진다


small hands, tinged yellow with wavering longing
let fly them in the hem of flower winds
because of longing, still more longing
the whole body is waving,
one drop of tear is just falling down

바람 드세도
모락모락 아지랑이로 피어나
온 가슴을 적셔오는 그리움이여
스물 다섯 청춘 위로
미싱 바늘처럼 꼭꼭 찍혀오는
가난에 울며 떠나던
아프도록 그리운 사람아


even if the wind is strong,
blooming like shimmer
longing, dampens all my heart
on the springtime of twenty five
coming punched like a sewing machine needle
the one has gone crying with poverty
my heart, I'm longing to be h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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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돌더러  wind to stone

모래 위에 심은 꽃은
화창한 봄날에도 피지 않는다
대나무가 웅성대는 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갈대가 두 손 쳐들며 아우성치는 것도
바람이 휘몰아치는 까닭이다
돌멩이가 굴러 돌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바람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함이다


the floweres planted on the sand
don't bloom even in sunny spring
the stirring of bamboos
is because of wind blowing
the reeds clamour with two hands up
it's because wind blusters
why the stones roll down to landslides
is that the wind cannot bear its own weight

대나무나 갈대나 돌멩이나
바람이 불기에 소리치는 것이다


bamboos, reeds, stones,
all outcry since the wind is blowing

우리는 조용히 살고 싶다
돌아오는 건 낙인찍힌 해고와 배고픔
몽둥이에 철창신세뿐인 줄 빤히 알면서
소리치며 나설 자 누가 있겠느냐
그대들은 우리더러
노동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우리 돌처럼 풀처럼 조용히 살고 싶다
다만 모래밭의 메마른 뿌리를
기름진 땅을 향해 뻗어가야겠다
우리도 봄날엔 소박한 꽃과 향기를 피우고 싶다
우리로 하여금 소리치게 하고
돌사태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바람이 드세게 몰아쳐
더이상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we wanna live in quiet
what's returning is only dismissal with stigma, hunger,
and jail with clubs, we know
who wanna run ahead shouting?
you tell us
we make toubles, but
we just wanna live in quiet like stones and grasses
simply, the dried roots in the sands
we're going to raise them into the fertile lands
we wanna make plain flowers and a scent bloom.
what makes us outcry and stones roll to landslides
is the wind, so fiercely blowing
that we cannot stand any more

 

 

대학캠퍼스에 자리한 고등학교를 다녔다.

학교 안 어디에서나 대자보에, 혹은 벽에 직접 쓰여진 그의 시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시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서클룸에 굴러다니는 그의 시집을 보고 마치 지인을 만난것처럼 반가워했더랬다.

알고보니 엄청 위험한 사람이었어.... ㅡ.ㅡ

나중에, 그의 공판에도 참석했었다.

물론.... 시 낭송을 들으러 간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한 시대가 저문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날 노동의 새벽이 그 시절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과연 한 시대가 저물기는 한건지....

 

오늘, 11월 13일이다...

전태일이 40년 전 세상을 떠난 그 날...

하루종일 집안에서 빈둥거리다, 뒤늦게 생각이 떠올랐다.

뭐라도 한 마디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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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 근황들....

지난 몇 주 동안 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1.

우선, 변영주 감독을 초청한 연구소 행사가 있었다. 즐거웠다...  후원회원들의 착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변 감독의 화끈하고 까칠한 심성을 느낄 수 있었다. ㅋㅋ 애증이란 그런 것이다. 오랜 동안 지켜보면서, 미운 순간이 울컥울컥 쳐오르지만 그래도 차마 버릴 수 없는 그런 마음들....  변 감독의 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진심과 주류 여성주의에 대한 안타까운 비판들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더랬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듣지 못해서 안타까움.. ㅡ.ㅡ

 

#2.

브로콜리 너마저, 2집 발매 공연에 다녀왔다. 키보드를 맡고 있는 김잔디씨가 우리 연구소 후원회원이다!!! 소장님의 은전에 힘입어, 함께 공연을 보고 밥먹고 맛난 커피도 마셨다. 좀 말랑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쉽게 88만원 세대로 분류되기 어려운 그들의 삶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공연 시작되기 전에 배경화면으로 흐른 jonsi 의 모습 (내한공연 예정!)에 마음이 무척이나 흔들렸으나.... 참아야 하느니라.... 비록 자발적이기는 했지만, 나는 생계형 저소득층이지, 과시형 저소득층은 아니여.... ㅜ.ㅜ

 

#3.

지난 주 내내 건강과 인권 심포 참여차 한국을 방문하신 Craig 와 Chuck 선생님 모시고 여기저기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찌나 인격자들이신지.... 진짜 감동받았다!!!

그 나이가 되어서도, 그토록 성실하고, 그토록 진지하고, 또 그토록 세상에 대한 낙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모름지기, 좌파라면, 진정한 좌파라면 그래야 될 것 같다. 엄혹한 환경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또 좌절하고, 그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던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내공이랄까???

그런 거 보면, 우리 사회 연구자나 활동가는 너무 조로하는 경향이 있는 듯!!!

꿋꿋하게, 즐겁게, 성실하게... 그리고 정신차리고 살기!!!

 

요즘 서준식의 옥중서한을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다.

속깊은 울림을 주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책과는 다른 그 무엇... 

정제되지 않은 분노와 삐침, 그리고 (어쩌면 자신에게 강제하는 듯한) 도덕주의적 당위들이 무척이나 가슴을 후벼판다. 그가 옥에 갇힌 때, 불과 스물 다섯이었더랬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막 10년차를 통과하는 서른 다섯 무렵....

밤마다 울면서 잠든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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