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낫으로 하는 김매기 2009/07/12
  2. 참외 2009/07/06
  3. “거, 제초제 뿌려버려요” 2009/06/29
  4. 감자꽃 (2) 2009/06/21
  5. 몸살 2009/06/15

씀바귀(7월 6일/무더움 20-31도)

 

엊그제 모처럼 서울엘 다녀왔다. 춘천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 간간이 서울 혹은 의정부엘 가게 되는데 엊그제도 그랬듯이 어찌 그리 사람 많은 곳에서 살았는지 매번 의문이 생긴다. 아마 그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절대 모를 일일지만 말이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서울에 다녀오지 않았어도 주말에는 웬간해선 일하지 말자, 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불과 이틀새 풀이 무릎까지 올라왔다. 물론 애벌도 못해준 콩 밭 한쪽은 키 높이로 풀이 자랐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모처럼 어머니까지 함께 밭에 나왔기에 일보다는 아삭이며, 호박이며, 오이, 참외, 방울토마토 수확에만 매달린다. 또 밭 한쪽 귀퉁이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지만 뭔지도 모르는 주인만나 눈길조차 한 번 받아보지 못했던 씀바귀도 한 바구니 가득 담아낸다. 아무래도 내일 낮엔 비빔밥을 먹게 될 것 같다.

 

소서(小暑)(7월 7일/무더움 22-29도)

 

본격적인 더운 날씨로 접어든다는 소서다. 이맘때가 되면 밭농사에는 김매기가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농약을 쓰지 않으려면 아침, 저녁으로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땅심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농사를 지으려면 농부가 감내해야 할 몫이지만 아직은 힘만 든다는 생각뿐이니, 농부 되는 길이 쉽지 않다.

 

남쪽 지방엔 기록적인 비로 작물 피해가 났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여긴 새벽에 잠깐 온 것 빼곤 감감무소식이다. 아니 한 낮엔 이글거리는 해 때문에 밖에 나가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또 해질녘 쯤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던 것도 그쳤다. 한마디로 일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무더위가 계속되니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사방이 풀천지다. 그래도 이제 하루 이틀이면 대충 콩 밭은 정리가 될 것 같아 다른 쪽에도 신경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급한 건 옥수수를 심어놓은 곳과 한 차례 김을 매주기는 했지만 또 풀이 정강이까지 올라온 고구마 밭이다. 모래 장맛비 후엔 여기부터 손을 봐줘야겠다.

 

                          

     <오른쪽은 고구마 줄기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낫으로나마 김매기를 해준 왼쪽은 그래도 좀 낫다>

 

낫으로 하는 김매기(7월 8일/무더움 21-30도)

 

고구마와 감자를 심어놓은 곳은 한 번 김매기를 했지만 콩 밭 풀 잡느라 신경을 안 썼더니 무릎까지 풀이 올라왔다. 다행히 오늘로 콩 밭 김매기가 끝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감자는 호미로 풀을 매면서 함께 북주기도 하면 좋으련만 워낙 손봐야 할 곳이 많아 결국 낫으로 쓱쓱 잘라내고 만다. 아무래도 고구마, 감자 밭은 이제 호미는 무용지물일 듯하다.

 

장마(7월 10일/무더움 17-29도)

 

며칠 동안 비는커녕 무더위가 계속돼 장마예보가 무색했었는데 어제 비로 체면치레는 한 것 같다. 춘천만 해도 무려 200미리가 넘는 장대비가 하루 종일 지속됐으니 말이다. 덕분에 하루 잘 쉬기는 했지만 잡초란 게 비가 오고 나면 급속히 자라는 속성이 있어 이만저만 걱정이 크다. 게다가 이틀 정도 쉬었다 또 많은 비가 온다고 하니 고추 지주끈도 한 번 더 묶어줘야 하고, 이래저래 일이 꽤 된다. 또 느지막이 밭에 나가봤더니 고추밭에 물이 빠지지 않은 곳도 있으니 내일은 일찍부터 움직여야 할 듯하다.

 

마음은 급한데 비는 내리고(7월 12일/흐리고 비 18-28도)

 

내일부터 또 비소식인데 이번엔 제대로 된 장맛비다. 월요일에 잠깐 그쳤다 다시 수요일까지 쭉 비다. 그리도 목요일쯤 쉬었다 또 주말에 비다. 뉴스에선 장마예보를 하지 않기로 했던 기상청이 머쓱해졌다고 하는데 그러고도 남겠다.

 

어제 비 그치고 나온 밭 한쪽에 물이 고인 게 보였었다. 또 콩 밭 김매기에 잠시 소홀했던 고구마 밭과 고추 밭에 풀이 꽤 올라왔다. 수확하는 재미에 풀 올라오는 줄 몰랐던 채소밭도 손봐줘야 한다. 한마디로 할 일이 태산이란 얘기다.

 

일단 급한 게 고추 밭 배수로 정비인 것 같아 괭이부터 집어 든다. 고추는 배수가 잘 돼야 병이 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물이 고였으니 어쩔 수 없다. 한 삼십 분 괭이질을 한 것뿐인데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하루 종일 흐린 날씨에 해가 보이 않았는데 땀으로 젖는 걸 보니 아무래도 곧 비가 오려나보다.

 

어제 대충 감자 밭 제초를 했으니 오늘은 고구마 밭인데 통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어느새 덩굴을 뻗어내고 있는 줄기를 피해 낫질을 하려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결국 두 시간 가까이 낫을 놀렸는데도 두 이랑을 다 못했다. 게다가 이런. 아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음은 급한데 비는 내리고, 난감지사다. 서둘러 노랗게 익은 참외 예닐곱 개와 고추, 상추, 치커리 등을 바구니에 담는데 빗방울이 점차 굵어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7/12 11:39 2009/07/12 11:39
Tag //

참외

from 09년 만천리 2009/07/06 08:10

찜통더위(6월 30일/무더움 23-28도)

 

온다던 장맛비는 오지 않고 찜통더위다. 그냥 기온만 높은 게 아니라 습도까지 함께 높은 찜통더위인 게다. 이런 날엔 삼심분만 밭에 나가 있어도 땀범벅이다. 아니나 다를까 적당히 선선해졌다 싶은 시간에 나갔는데도 한 시간도 못돼서 땀으로 흠뻑 젖는다. 휴~ 한여름엔 어찌 일하지?

 

모기에 물리다(7월 1일/무더움 21-28도)

 

따가운 햇볕 때문이라도 긴팔 옷을 입어야 하지만 가끔씩 피를 빨아대는 모기를 피하기 위해서도 그래야 하니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땀이 줄줄 흐른다. 엊그제도 호박 지주끈을 묶어주다 손목에 살포시 내려앉은 모기에 된통 물렸는데 오늘은 콩 밭 호미질하는 동안 목덜미를 두 군데 물렸다. 가뜩이나 땀으로 범벅이 된 데다 가렵기까지 하니 흙 묻은 손으로 긁지도 못하고 난리도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나. 꾹 참고 호미만 계속 놀린다.

 

요즘 같은 날씨엔 한낮을 피해 밭에 나온다 해도 또 아무리 얇은 셔츠를 입었는 해도 바람 한 점 불지 않으면 그야말로 사우나에 앉아 있는 것 마냥 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은 장맛비 영향인지 바람이 선선히 불어 다른 날보다는 낫다. 조금 전에 모기에게 두 방 물린 것만 빼면. 어제부터 손대기 시작한 고구마 밭 제초하고 장아찌 담글 요량으로 풋고추 한 봉지를 가득 딴다.

 

 

 

참외(7월 2일/무더움 19-25도)

 

올 해 처음 재배한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참외다. 참외는 기르기가 까다롭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데다 노지에서 기르려니 자신이 없어 모종만 20개를 사다 심었다. 또 비가림 시설은 못할망정 열매가 흙에 닿아 무르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이랑에 비닐을 깔았다. 그리고 순지르기는 제때 못해줬어도 밑거름을 충분히 줬다. 그래서일까. 생각지도 않게 참외가 여럿 달린다. 아직 노랗게 되려면 한 참 더 있어야 하고 또 노랗게 된 후에도 녹색이 다 없어질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하니 참외 맛을 보려면 아직은 멀었다. 이제 순지르기에 신경만 조금 더 쓰면 꽤 수확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마른장마(7월 3일/무더움 19-25도)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하는데 아직 춘천까진 올라오지 못했나보다. 또 다른 곳은 때 아닌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다고도 하는데 여기 춘천엔 비가 오긴 와도 피해가 날 정도는 아니다. 장마는 장마인데 마른장마인 게다.

 

모처럼 내일과 모래 서울, 의정부 나들이를 간다. 밭 상태를 봐선 이 이틀 때문에 다음 일주일은 고생 좀 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젠 웬만한 풀을 봐선 그냥 지나칠 정도다. 죽자, 살자 풀 뽑아봐야 돌아서면 또 풀은 이만큼 자라있고, 하루아침에 싹 뽑아내지 않을 거면 그냥저냥 작물에 큰 피해 가지 않는 선에서 풀과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는 게 몸도 맘도 편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7/06 08:10 2009/07/06 08:10
Tag //

풀과 자라는 콩(6월 22일/무더움 21-29도)

 

이제 6월 말인데 벌써부터 폭염이다. 엊그제 비가 오고 나니 더 더워지는 것 같기도 한데, 급기야 어제 밤에는 기온이 20도에서 내려오지를 않았다. 그리고 오늘 낮엔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다. 이 정도면 한여름 날씨가 아니고 뭔가.

 

한차례 비가 왔으니 작물들도 많이 자랐겠지만 풀들도 함께 쑥쑥 올라왔을 거라 생각되니 아침부터 걱정이다. 하지만 불볕더위에 감히 나갈 생각을 못하다 해가 한 숨 잦아들 때쯤 겨우 자전거에 오른다.

 

이런. 아니나 다를까. 토마토며, 호박, 오이는 비가 오기 전에 한 번씩 지주끈을 더 해줬는데도 벌써 웃자랐는데. 미처 다 풀을 잡아주지 못했던 콩밭에 풀들이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게 아닌가. 이건 콩보다도 더 자란 꼴이다. 아무래도 이번 주는 이 풀들 잡느라 시간 다 보내게 생겼다.

 

자전거 펑크(6월 23일/무더움 16-30도)

 

며칠 전부터 이유 없이 자전거 앞바퀴에 바람이 슬슬 빠지더니 집을 나선지 500미터도 채 가지 못하고 타어이가 쭈글쭈글해졌다. 아무래도 어딘가에 구멍이 난 듯하다. 결국 자전거점까지 끌고 가서 다시 30분을 기다린 후 펑크 난 곳을 때우고 나니 이런, 해가 뉘엿뉘엿. 서둘러 밭에 나가보지만 잠깐 콩 밭에 풀 뽑고 나니 벌써 어두워진다.

 

                               

    <풀과 자라는 콩(왼쪽)과 풀을 잡아준 콩(오른쪽), 잘 보면 풀과 자라는 콩들이 더 키가 크다. 이유가?>

 

치커리, 호박(6월 24일/무더움 16-30도)

 

작년과 달리 채소를 꽤 많이 심었더니 요즘 밥상이 풍성하다. 오이, 상추는 진즉에 수확을 했고 근대며, 아욱, 알타리, 열무 등이 곧 먹을 수 있을만치 자라고 있다. 제때 풀을 잡아주지 못한 대파만 제외하면 아직까지 채소 농사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은 첫 호박을 수확하고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아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치커리도 한 봉지 가득 담는다.

 

폭염과 장마(6월 25일/무더움 17-29도)

 

남부지방은 폭염주의보란다. 35도를 넘나든다. 밤까지 열대야가 이어지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중이다. 다행히 춘천은 그만큼은 아니다. 물론 낮에는 30도 가까이 기온이 오르지만 한참 때를 피하면 아직은 일할 만하다. 또 해가 뜨기 전 후, 그리고 해지기 전, 후엔 금세 선선한 바람도 불고 기온이 떨어져 일하기 좋다. 한마디로 요즘 날씨는 일교차가 크다는 특징이 있는 춘천 날씨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며칠간 계속 콩 밭 김매기에 매달리고 있는데도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돌아서면 이쪽에 풀이 자라고 이쪽 풀매고 나면 저쪽에 풀이 자라고. 그뿐만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줄기를 뻗어내는 줄기 작물 손봐주랴, 고추끈 묶어주랴 없는 듯 있는 듯 일이 밀리기 때문이다.

 

예전엔 무더위가 있기 전에 장마전선이 많은 비를 뿌렸지만 요즘은 장마와 무더위가 함께 오는 듯하다. 아니 오히려 무더위가 먼저 오고 장마가 나중에 오는 것 같다. 해서 요즘이 한참 김매기를 할 때인데 드문드문 많은 비도 오면서 기온은 갑자가 높아져 일하기가 어중간하다. 물론 한 낮 무더위만 피하면 아직은 일하기 좋은 날씨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밭 모양새를 보니 아침에 시간을 좀 내야겠다.

 

끝없는 김매기(6월 26일/무더움 17-29도)

 

옛말에 소농은 풀을 보고도 안 매고, 중농은 풀을 보아야 매고, 대농은 풀이 나기 전에 맨다고 한다. 또 거친 두벌이 꼼꼼 애벌보다 낫다는 말도 있는데 지금 밭 모양새를 보면 어찌 그리 이 말들이 꼭 들어맞는지 모르겠다.

 

뭐하느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풀이 한참 자라기 시작해서야 겨우 호미를 잡은 데다 성격 탓인지 꼼꼼히 풀을 잡아가느라 속도도 느려 이쪽 풀을 매고 있으면 저쪽에서 풀이 자라고, 저쪽 풀을 매고 있으면 또 이쪽 풀이 자라고 있어 끝이 보이질 않는다. 다행히 장마전선이 남부지방 쪽에 머물러 있어 풀 잡을 시간이 아주 없진 않다. 아무래도 이번 주는 주말에도 풀 뽑으러 나와야겠다. 대충 콩 밭은 정리가 되가는데 먼저 매줬던 감자, 옥수수, 고구마 심어놓은 곳에 풀이 무릎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거, 제초제 뿌려버려요” (6월 28일/무더움 20-31도)

 

오랜만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오늘 밤부터 장맛비가 온다고 하니 마음이 급하다. 고랑에 무릎까지 올라온 풀들을 다 잡지는 못할망정 대충 낫질이라도 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또 김매느라 신경을 못 썼던 고추들도 지주대며 지주끈이 튼튼한지 손봐줘야 하고, 여전히 풀 속에 파묻혀 있다시피 하고 있는 콩들도 호미질을 해줘야 한다.

 

비가 온다고 해서 그러나 안개 때문에 그러나 5시가 넘어 해가 떠도 공기가 눅눅하다. 덕분에 호미질 30분, 낫질 30분 만에 온몸이 흠뻑 땀으로 젖었다. 목도 축일 겸 잠깐 손에서 호미를 놓고 쉬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 한 분이 목소리를 높인다.

 

“거, 제초제 뿌려버려요. 풀 어찌 다 잡으려고?”

 

올해엔 어찌 제초제 소리 안 듣나 했는데 간만에 일찍 나온 오늘이 딱 그날인가보다. 뭐라 대꾸할 기운도 없고 또 대꾸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작년에 경험했기에 그냥 씩 한 번 웃고 만다. 아저씨도 더 말을 않고 그냥 물끄러미 내 모양을 보고 가던 길을 가신다. 그런데 저 아저씨 어디서 봤더라?

 

8시가 조금 넘자 벌써 햇볕이 따갑다. 마음 같아서는 콩 밭에 난 풀을 조금 더 뽑아주고 싶지만 이미 속옷까지 다 젖은 터라 힘이 부친다. 몰라보게 부쩍 자란 고추에서 풋고추 한 봉지 가득, 매일 밥상에 오르고 있는 오이도 몇 개 따니 땀 흘린 보람을 느낀다. 아무래도 이 맛에 농사짓나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29 15:31 2009/06/29 15:31
Tag //

감자꽃

from 09년 만천리 2009/06/21 19:50

소나기(6월 15일/맑음, 소나기 17-25도)

 

요즘 소나기가 자주 온다. 어제도 자고 일어나니 밤새 소나기 왔는지 땅이 젖었고 그제도 저녁나절에 한바탕 비가 쏟아졌었다. 사실 이 핑계로 오늘 아침에도 밭에 나가지 않았는데. 오늘도 예보로는 오후에 비가 잠깐 온다고 하던데 저녁엔 밭에 나갈 수 있을라나.

 

요즘 밭에 나가면 하는 일이 비슷하다. 토마토며, 호박, 오이 등에 지주끈을 잠시 살펴보고 곧바로 콩 밭 김매기다. 감자와 고구마를 심은 곳은 한 차례 풀을 매주기도 했지만 벌써 많이들 자라고 있어 따로 잡초 제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로지 콩 밭 풀 뽑는데 시간을 다 보낸다.

 

낮 동안 비는커녕 해만 쨍쨍이길래 아무 생각 없이 밭에 나갔는데 어찌된 게 금세 컴컴해 지는 게 심상치가 않다. 처음엔 시간상 어두워질 때가 됐겠거니 하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해가 지는 거하고는 달리 순식간에 칠흑으로 변하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서둘러 자전거에 오른다. 하지만 출발할 때부터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더니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니 장대비로 바뀐다. 에휴. 물에 빠진 생쥐가 따로 없다.

 

감자꽃(6월 16일/맑음 16-25도)

 

올 해 처음 도전한 작물로 감자와 참외를 심었다. 그중 감자는 대게 늦어도 4월 초까지는 다들 심는다고 하던데 농사일지를 보니 꼭 한 달 정도 늦게 심은 걸로 되어 있다. 늦어도 한 참 늦게 심은 것이다. 그래서 다른 감자밭에는 벌써 꽃이 다 피었고, 아니 꽃은 이미 다 피어서 진 것 같고 곧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이제야 꽃이 피기 시작한다. 다른 것들보다 일찍 심어 되려 손이 덜 가기는 했지만 혼자 힘으로 잘 자라 꽃까지 피우니 이쁘기만 하다. 이제 곧 올 장마철만 잘 보내면 둥굴둥굴 못난 강원도 감자 맛을 볼 수 있으리라.

 

지주끈 손봐주기(6월 18일/맑음 16-25도)

 

작년엔 고추 농사가 잘 안 됐다. 겨우겨우 장마철까지 키워 풋고추를 맛보기는 했지만 비가 그치자마자 병에 걸렸는지 어쨌는지 한 그루 한 그루 비실비실하더니 어느 순간 200주 가까운 고추가 다 죽어나갔다. 안 그래도 고추는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유기농은 더 경험이 필요할 듯싶다.

 

올해엔 300주가 넘게 고추를 심었다. 욕심이 과한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고춧가루를 만들 요량으로 가까운 중앙시장도 마다하고 학곡리 농협까지 가서 사다 심었는데 아직까진 고추가 싱싱하다. 또 작년엔 겨우 지주대 세워주고 지주끈을 한 번 묶어줬을 뿐인데 올 해엔 벌써 지주끈을 두 번째 묶어줘야 할 만큼 잘 자라고 있다. 그래서인지 좀 성급할 수도 있겠지만 기대가 된다.

 

장마 예보를 하지는 않지만 방송에선 모래부터 장맛비가 시작된다고 한다. 아마 장마가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 지만 예보를 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장마가 시작된다는 얘기에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겠지만 바람도 강하게 분다고 하니 더 걱정이다. 그래서 자라기도 많이 자라 끈을 묶어줘야 하겠지만 장맛비에 강풍이 더 걱정이라 오늘과 내일은 고추끈이며 지주를 세워준 것들에 지주끈을 손봐줘야 한다.

 

한낮 무더위가 가셨다고 생각했는데 고추밭에 한 시간 일하고 나니 등에 땀이 범벅이다. 게다가 허리를 굽혀서 하는 일이라 힘이 더 든다. 그래도 물 한 모금 마시고 한 줄 끈 묶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또 한 줄 끈 묶는다. 또 땀도 식힐 겸 김매기도 하는데 해를 피해 나온다는 게 너무 늦게 나왔나, 금방 해가 진다.

 

 

오이를 따다(6월 19일/맑음 17-29도)

 

며칠 전부터 오이 몇 개가 손가락만 하게 매달리더니 그세 손바닥보다 더 커졌다. 작년 농사일지를 보니 7월 초에야 겨우 오이를 수확했으니 1달 이상이나 일찍 오이 맛을 보는 셈이다. 해서 등에 땀나도록 고추와 호박 지주끈을 묶어줘도 힘들다는 생각보단 저녁 밥상에 오를 오이와 상추, 고추 등에 입맛이 더 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21 19:50 2009/06/21 19:50
Tag //

몸살

from 09년 만천리 2009/06/15 13:24

고추밭 김매기(6월 8일/안개 후 맑음 14-25도)

 

고추는 비닐 멀칭을 해 풀 걱정은 안하겠다, 싶었는데 지주끈을 묶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 풀이 쑥쑥 자라고 있다. 고추를 심으려면 비닐 일부를 오려내야 하는데 바로 거기서 풀이 나고 있었던 게다. 덕분에 하루 종일 고추밭 김매느라 또 손목이며 무릎이 저리다. 그래도 부쩍 자란 상추를 한 바구니 따와서 저녁 밥상이 모처럼 풍성해 힘든 줄 모른다.

 

비(6월 10일/차차 맑음 17-23도)

 

어제와 그제 비가 내렸다. 덕분에 드문드문 싹이 나지 않은 콩 밭에 다시 콩을 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콩 밭이며 고추 밭 김매기를 이틀이나 하지 못한데다 비 오면 한 풀 더 자라는 풀들을 보니 막막하다.

 

비는 새벽에 그쳤는데 어찌된 게 해질녘에 나갔는데도 잡초에 물기가 가득하다. 땅이 촉촉이 젖었으면 잡초 뽑는데 편하기는 한데 장갑을 껴도 금세 장갑이 젖어 손톱에 흙이 잔뜩 낀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급한 게 김매기니. 그렇게 두어 시간 또 풀들과 놀다 저녁 밥상에 올릴 상추며 고추 잎을 따니 아니나 다를까 손톱에 흙이 새카맣다.

 

몸살(6월 13일/맑음 13-25도)

 

엊그저께 저녁 밭에 갔다 온 후로 때 아닌 몸살 기운에 어제와 그저께는 종일 쉬었다. 그리고 오늘도 낮에 잠깐 학교에 들렀다 중앙로 헌책방 들른 거 빼곤 또 쭉 쉬다가 저녁에야 겨우 밭에 나갔다. 삼일을 쉬고 나오니 몸은 한결 좋은 데 골 사이 풀이 무릎까지 올라오고 호박이며, 가지 덩굴이 무성한 게 여기저기 손봐야 할 곳이 많아졌다. 대충 급한 것들 손봐주고 몸살 나기 전까지 김매기 하던 콩 밭 풀 뽑아주니 금세 해가 진다. 서둘러 저녁 밥상에 올릴 상추며, 풋고추를 따서 자전거에 오른다.

 

쉬엄쉬엄(6월 14일/맑음 17-24도)

 

주말엔 쉬자는 다짐이 계속 어긋난다. 예기치 않은 비 때문에도 그렇고 몸살 때문에도 그렇다. 그래도 아침엔 쉬고 저녁나절 선선해질 때에만 나간다. 그리고 할 일이 쌓여 있어도 쉬엄쉬엄, 채 두 시간도 안 하고 풋고추 몇 개 따서 곧 집으로 온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6/15 13:24 2009/06/15 13:24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