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물고추 2009/08/18
  2. 감자 수확 2009/08/09
  3. 탄저병?? 2009/08/07
  4. 장맛비에 죽은 고추 2009/07/27
  5. 장맛비에 쓰러진 고추 (2) 2009/07/19

첫물고추

from 09년 만천리 2009/08/18 21:16

빨간 고추(8월 10일/무더움 20-30도)  

 

확실히 작년에 비해 고추 농사는 잘 되가는 듯하다. 아직까진. 일단 몇 개가 죽어나가긴 했지만 장마를 별 탈 없이 보냈고, 빨간 고추가 아래쪽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게 이대로만 간다면 꽤나 많은 고추를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도 통풍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이미 달린 고추에 영양을 더 주기 위해서도 곁가지로 나온 고추 잎들을 따주어야 한다.

 

두 시간이나 무릎으로 기다시피 하며 하나하나 일일이 고추 잎을 따니 땀도 많이 나고 무릎도 아프다. 게다가 웬 모기떼가 이리도 극성인지. 아마도 땀 냄새를 많고 모여든 것일 텐데, 땀 식힐 시간이 있다면야 어찌 해보겠지만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그러지도 못한다. 하는 수 없다. 모기가 물든 어쩌든 해질 때 까진 아무 생각 없이 일만 하는 수밖에. 

 

첫물고추 - 첫째 날(8월 11일/흐린 후 비 22-25도)

 

오후부터 장대비가 온다고 한다. 이 비는 내일까지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쏟아낸다고 한다. 지난 번 장맛비로 이미 고추 몇 주를 뽑아냈으니 비가 더 온다고 해도 비 피해를 받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걱정이다.

 

비가 그치고 나면 또 무더위가 지속될 거라는 장기예보가 있으니 아무래도 첫물고추를 수확해야할 듯하다. 해서 어제부터 시작한 고추 밭 정리를 잠시 멈추고 빨간 고추 수확에 나선다.

 

비 온다는 소식에 서둘러 밭에 나왔는데도 겨우 한 시간이나 고추를 땄나.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조금만 더 따면 한 이랑은 딸 수 있건만, 어찌할까 잠시 고민이다. 아무래도 비가 오는 가운데 고추를 따게 되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마음만 그렇지 몸은 정반대다. 다섯, 여섯 주만 손을 보면 한 이랑을 끝낸다는 눈치에 쏟아지는 빗속에서 고추를 따낸다.

 

결국 10여분 더 일을 한 후에 한 이랑에 달린 고추를 다 따낸 후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에휴. 이게 뭔 사서 고생이람. 그래도 따 온 첫물고추 무게를 재보니 7.3kg이나 된다. 아직 네 이랑이나 더 남았고, 아직 빨갛게 되지 않은 고추들이 빨간 고추보다 세 배는 더 많으니. 오늘만 같으면 아무리 비가 오고 일이 많아도 힘들지 않겠다.

 

* 첫물고추 수확량 - 7.3kg

 

<꼭지를 따내고 햇볕에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첫물고추 - 둘째 날(8월 13일/무더움 20-32도)

 

계획대로라면 벌써 감자를 다 캐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자리에 김장무와 배추를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자를 두 이랑도 채 다 캐지 못했다. 생각보다 감자 양이 많은 것도 이유라면 이유고 어제부터 수확하기 시작한 고추에 밀린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하지만 무와 배추를 심기 전에 퇴비도 넣어주려면 늦어도 이번 주까진 감자를 다 캐야 할 것 같다.

 

감자를 캘 요량으로 호미질을 했는데 아무래도 어제, 그제 내린 비 때문인지 감자에 흙이 많이 묻어난다. 아무래도 하루, 이틀 정도는 더 기다렸다 캐야할 듯하다. 괜히 땅에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캐냈다간 감자 맛이 안 좋을 것 같아서다.

 

해서 비 오기 전, 한 이랑밖에 수확하지 못한 첫물고추를 마저 따기로 하고 고추 밭으로 들어선다. 헌데 더운 날씨만큼이나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고추 따기가 영 쉽지만은 않다. 고추 서너 개 따고 모기 잡고, 또 고추 한 주 따고 모기 잡고. 진도도 나가지 못하고 신경질만 나는 게, 어째 오늘은 일을 많이 못 할 것만 같다. 결국 한 이랑밖에 고추를 따지 못하고 자전거에 오른다.

 

* 첫물고추 수확량 - 6kg

 

   <옥상에서 잘 마르고 있습니다>

첫물고추 - 셋째 날(8월 14일/무더움 22-33도)

 

오후엔 고추 말리는 데 쓸 요량으로 차광막을 사러 시장에 다녀왔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차광막을 깔고 부직포를 덮어 말리면 뒤집어 주는 수고도 덜할 수 있고 희나리도 생기지 않는다고 해서 일단 차광막부터 사려 한 것이다. 헌데 종묘상에 갔더니 특별한 이름은 없지만 고추 말리는 데 쓰라고 나온 게 있다고 한다. 얘기를 더 들어보니 차광막은 고추 꼭지가 걸려 뒤집기가 어려운데 이건 그렇지가 않단다. 그리고 값도 차광막보단 조금 싼 것 같다. 해서 차광막대신 그걸 사왔다.

 

저녁나절에 또 한 이랑에서 첫물고추를 따왔다. 어제 고추를 따면서 흘낏 봤더니 꽤 고추가 많이 빨갛게 된 것 같아 쌀 포대를 두 개 준비해 왔는데 다행일까. 한 이랑을 다 따고 나니 거의 두 포대에 가득이다. 낑낑대며 자전거 뒤 짐받이에 묶어 세워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르지만 콧노래가 나오는 건 왜일까. 헤, 이 맛에 농사짓는 건 아닌지.

 

* 첫물고추 수확량 - 11.3kg    

 

  

첫물고추 - 넷째 날(8월 15일/무더움 20-34도)

 

하루에 한 이랑씩 모두 나흘 만에 첫물고추를 다 수확했다. 첫날 따온 고추는 벌써 아파트 옥상에서 일광욕 중이고, 둘째 날과 셋째 날 따온 고추는 마루를 차지하고 앉아 후숙 중이다. 이제 오늘 수확한 고추를 작은 방에 널어놓으면 한 숨 돌릴 수 있겠다. 지금까지 따온 고추 수확량은 28.9kg. 사실 고추가 빨갛게 될 무렵 다 죽어버렸던 작년에 비한다면 이만큼만 해도 대성공이다. 하지만 아직 고추 밭엔 따온 고추보다 더 많은 고추가 달려 있으니 잘만 하면 고추 대풍을 만들 수도 있겠다.

 

저녁나절엔 다음 주 김장 배추와 무 심을 곳을 만들기 위해 고추 수확 때문에 잠시 미뤄뒀던 감자 캐기에 나선다. 헌데 날이 무덥긴 무더운가 보다. 해질녘에 나갔는데도 불과 한 시간 만에 온 몸이 다 젖고 만다. 정말 밭일하기 괴롭다. 그래도 겨우 반 이랑밖에 캐지 않았어도 감자가 쌀 포대에 가득이다. 덥기도 하거니와 자전거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양이 한 정돼 있으니 이젠 집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 첫물고추 수확량 - 4.3kg

* 감자 수확량 - 11.9kg

 

감자 수확 - 넷째 날(8월 16일/무더움 20-34도)

 

연일 폭염이다. 어제도 34도, 오늘도 34도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한낮엔 그야말로 땡볕인 셈이다. 덕분에 첫물고추 말리기는 잘 될 듯싶지만 밭에 나가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 딱히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다음 주 수요일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으니 오늘까진 감자를 마저 캐고 내일은 농협에 들러 퇴비를 사다 넣어야 한다. 해서 오랜만에 삽을 챙겨든다. 감자는 대충 한 포대만 캐고 무 심을 이랑을 만들기 위해서다.

 

확실히 감자 꽃이 많이 올라온 곳이 알도 굵다. 또 알만 굵은 게 아니라 양도 많다. 지금까지 두 이랑을 조금 넘게 감자를 캤는데 씨알도 작고 수확량도 적은 게 역시 꽃도 적게 올라온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감자알이 굵으니 조금만 캐냈는데도 금방 포대가 가득 찬다. 덕분에 무 심을 이랑에 준비해간 삽으로나마 위, 아래 흙을 섞어줄 수 있다.  

 

* 감자 수확량 - 10.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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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21:16 2009/08/1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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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수확

from 09년 만천리 2009/08/09 22:23

<크기는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겨우 반 이랑만을 캐냈는데도 박스가 가득 찬다>

 

감자 수확 - 둘째 날(8월 3일/맑음 21-27도)

 

겨우 이틀째 감자를 수확했는데 베란다가 꽉 찼다. 감자를 오래 보관하려면 햇볕에 한 이틀 정도 내놓은 다음 서늘한 곳에 놓아야 한다기에 베란다에 늘어놓았는데 그새 놓을 데가 없다. 이제 한 이랑을 파냈고 다섯 이랑이 더 남았으니 아무래도 감자를 어찌 처리해야 할 지 빨리 알아봐야겠다. 중곡동이며, 의정부, 김해로 한 상자씩 보낸다 해도 지금 대로라면 적어도 두 상자는 더 넘게 남을 듯하다.

 

콩 밭 김매기(8월 4일/무더움 20-31도)

 

콩 심은 곳은 두 번이나 김매기를 해줘서인지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어도 풀로 엉망이 되지 않았다. 다행이지 싶다. 이 바쁜 와중에 콩 밭까지 김매기를 했다면 정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니 말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감자 수확 와중에 콩 밭을 들여다보니 고랑에 풀이 허리만큼 자라 있다. 해서 엊그제부터 한 시간은 감자 캐내고 한 시간은 콩 밭 김매기하고 마지막으로 한 시간은 고추 밭 정리를 한다.

 

모라꼿(8월 7일/흐림 20-31도)

 

어제 밤, 이틀을 또 서울에서 보내고 춘천으로 돌아오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태국어로 에머랄드를 뜻하는 태풍 모라꼿의 영향이다. 국지적으로 집중호우를 대비하라고 하던데 다행히 아침에 눈을 뜨니 구름이 많고 흐리기는 하나 비가 쏟아질 것 같진 않다.

 

7월 초부터 매일 적게는 두어 개에서 많게는 예닐곱 개까지 열매를 맺어줬던 참외와 역시 많게는 비닐로 한 봉지 이상을 딸 수 있었던 방울토마토 심은 곳에 풀이 잔뜩 이다. 월요일쯤 여기저기 감자를 보내려 생각하고 감자 캘 생각으로 나왔는데 이 꼴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겠다. 해서 감자 캘 호미가 참외, 방울토마토 심은 곳으로 향한다.

 

두 시간 가까이 땀을 뻘뻘 흘리며 풀을 다 뽑아주고 참깨 심은 곳까지 김매기를 하니 바지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저녁 먹을 때가 지났으니 배가 고프고, 배가 고픈 건 토마토를 따 먹고 참외를 깎아 먹으면 된다지만 땀으로 젖은 옷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서둘러 땀이 식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감자 수확 - 셋째 날(8월 9일/무더움 23-33도)


어제는 모라꼿의 영향으로 소나기가 간간이 내렸다.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바쁜 가운데 하루를 쉬게 됐다. 며칠 전 병들어 죽은 고추 밭에 또 고추 몇 주가 시들시들해 뽑아도 줘야 하고, 비 내린 후면 부쩍 풀이 자라나는 고구마 밭도 김매기를 해줘야 하고, 또 캐다 만 감자도 캐내야 하는데 말이다. 

 

아침부터 마음은 벌써 밭에 가 있지만 올 들어 가장 무더운 날이라는 게 실감나듯 내려쬐는 햇볕 때문에 감히 나설지 못한다. 결국 5시가 넘어서야 겨우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하다. 서둘러 감자 반 이랑 정도 캐내고 제일 급한 고추 밭 정리에 나선다. 일단 아래부터 타들어가듯 죽은 고추는 떼 내고 바짝 마르고 시들해지긴 했지만 빨갛게 된 고추는 따로 봉지에 담아둔다.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햇볕에 말려볼까 해서 말이다.

 

감자를 반 이랑 조금 넘게 캐냈는데도 가지고 간 10kg짜리 쌀 포대가 반 넘게 찬다. 힘겹게 자전거 뒤 짐받이에 실고 출발하려니 무게가 심상치 않다. 게다가 무거워 바람이 빠진 건지, 펑크가 나서 바람이 빠진 건지 바퀴에 바람이 잔뜩 빠져 있다. 아무래도 집에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겠다. 

 

<씨감자 하나 심은 곳에 알감자 조림 하기 딱 좋은 것부터 꽤 씨알이 굵은 것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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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9 22:23 2009/08/0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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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저병??

from 09년 만천리 2009/08/07 15:52

허리까지 자란 콩(7월 28일/흐림 21-28도)

 

어제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다녀와서인지 꽤나 늦은 시간에 일어나고 말았다. 덕분에 늦잠을 자긴 했지만 점심 먹고 나서부터 죽 안절부절 못한다. 가뜩이나 일이 밀려있는데 날씨까지 오락가락, 어찌해야 하나 갈팡질팡 이다.

 

결국 5시가 다 돼서야 급한 것만 하고 오자, 며 자전거에 오르는데 막상 밭에 도착하니 그게 쉽지가 않다. 허리까지 자란 콩 밭 김매기에, 이제 막 줄기를 뻗어내고 있는 고구마 밭 제초 작업까지 해 질 때까지 일이다.

 

맑은 하늘(7월 29일/무더움 20-31도)

 

장맛비가 그치고 나니 무더위가 기승이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데, 이런 날씨에 밭에 가면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그래도 엊그제부터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다 맑고 높은 하늘이 보여 가만 앉아 있으면 기분만은 좋다. 해질녘 잠시 밭에 나가 고구마 심은 곳 김매기 쬐끔하고는 참외를 또 한 바구니 담아 온다.   

 

탄저병??(7월 30일/무더움 20-32도)

 

고추 몇 주가 죽어 뽑아내고 말았다. 아래쪽 빨갛게 된 고추부터 시작해서 위쪽 고추까지 마치 타들어 간 것처럼 죽어간 것이다. 아무래도 죽어 가는 모양새를 보니 탄저병이 아닌 가 싶다. 연작을 하거나 고온다습하면서 비가 많이 오는 경우 발생한다고 하던 데. 이, 삼주 장맛비가 퍼붓듯 내리고 난 후 급격하게 기온이 오른 탓인지, 고추 심은 곳이 작년에도 고추를 심었던 곳이었던 게 이유인지 확실치는 않다. 아무튼, 이유야 뭐든 간에 탄저병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병이 더 번지기 전에 서둘러 목초액이라도 희석해서 뿌려줘야겠다.

 

          

 

 

감자수확 - 첫째 날(8월 1일/무더움 22-30도)

 

5월 7일과 8일에 감자를 심었으니 이제 감자를 수확할 때다. 물론 2주 전쯤인가부터 조금씩 감자를 캐서 삶아 먹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어 먹기도 하고 해서 감자 맛을 보기는 했다. 이제 강원도 감자 맛을 본격적으로 볼 수 있는 게다.

 

감자 심은 이랑이 모두 6개가 넘으니 한 번에 다 캐내기는 어렵다. 혼자 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보니 한 번에 감자를 실을 수 있는 양이 한도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해서 조금씩 수확해 집으로 옮겨야하는데, 오늘만 반 이랑 정도를 캐냈는데도 자전거 뒤 짐받이가 넘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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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7 15:52 2009/08/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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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에 쓰러지길 두 어번, 잎이 누렇게 되고 아래쪽 고추부터 썩어가기 시작했다(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으나 결국 10여주를 뽑아낼 수밖에 없었다(아래).>

 

장마 소강상태(7월 21일/무더움 23-30도)

 

거의 일주일 넘게 이틀 간격으로 쏟아 붓던 장맛비가 그쳤다. 예보로는 당분간 비가 오지 않겠다고 하는데 밭 상태를 봐선 정말 다행이지 싶다. 어제 하루를 쉬고 나왔는데도 아직까지 고추 밭 배수로에 물이 쫄쫄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이대로 며칠 더 비가 왔다면 고추 농사 끝났을 거다.

 

모처럼 아침 일찍 나왔더니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심어놓고 통 들여다보지 못했던 옥수수 밭 김매기도 하고, 한 번 풀을 뽑아줬던 고구마 밭도 조금 손을 댔으니. 하지만 신발은 이슬에 다 젖고 옷은 땀으로 범벅이니 꼭 아침이라고 해서 일하기 쉬운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일 끝내고 돌아갈 때쯤이면 해가 중천에 떠서 되려 더 덥기만 하다.

 

장맛비가 그렇게 내렸는데도 빨간 토마토와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이다. 참외도 서너 개 노랗게 됐고. 요즘만 같으면 과일 주전부리가 부족함이 없겠다. 매일매일 따내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또 열리니 말이다.

 

아침안개(7월 22일/무더움 19-30도)

 

장맛비가 그치니 춘천 본래의 날씨로 되돌아 왔다. 큰 일교차, 그리고 그로 인한 안개.

 

저녁나절에 일하는 것과 아침녘에 일하는 것,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우선 저녁에 일을 할 경우, 우선 일하는 데 덥지가 않아 좋다. 밭 주변에 그늘을 만들어 줄만한 거라고는 거의 다 지어가고 있는 아파트뿐인데 밭에서 보면 서쪽 방향에 있어 해질녘에 그 덕을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늘을 만들어 주는 시간에 맞춰 나가다 보면 금세 어둑어둑해져 일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다음 아침에 일하는 경우는, 그 반대라고나 할까. 일단 밭에 도착할 때까진 선선한 게 좋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해가 뜨는 속도와 비례해 기온이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다 배가 고파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면 벌써 한 낮 더위와 맞먹게 된다. 그리고 곧 땀으로 범벅이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멀게만 느껴질까. 하지만 저녁때 두어 시간 일하는 거에 비하면 근 서, 너 시간은 너끈히 있을 수 있으니 딱 언제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장맛비 때문이기도 하고 무더위 때문이기도 하고 저녁나절에 일하다 오늘부터는 다시 아침에 나오기로 했다. 앞에서 말했듯 더운 게 문제이긴 하지만 워낙 일이 밀려 있기 때문이다. 엉성해진 지주대도 다시 묶어줘야 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김매기도 해야 하고, 곧 감자도 캐야 하기 때문이다.

 

토마토케첩(7월 23일/무더움 20-29도)

 

연일 토마토가 빨갛게 열린다. 둘이 먹기엔 만만치 않은 양이다. 사실 토마토만 그런 게 아니다. 참외도 그렇고, 방울토마토도 그렇고, 채소는 모종을 10개, 20개만 심어도 한참 열매를 만들어 낼 땐 주체하기 힘들다.

 

작년엔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채 익지도 않은 토마토를 두 바구니가 넘게 따서 식초에 담구기도 했다. 설탕 조절을 잘못해서인지 그다지 맛이 나지 않아 아직까지 세 병이나 남아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오래두고 먹을 수 있게 만든 셈이다.

 

오전에 세 시간 가량 옥수수 심은 곳과 채소 심은 곳 김매기를 해주고, 지난 장맛비에 엉망이 된 지주대도 다시 튼튼히 세워도 주고, 역시나 빨간 토마토 한 바구니를 따서 집으로 오니 냉장고 과일 칸이 가득 찬다. 대체 이 많은 걸 어쩌나.

 

결국 토마토를 다 끄집어내고는 무르거나 따온 지 오래된 것들을 골라내 작년에 담갔던 매실액을 섞어 케첩을 만든다. 토마토가 워낙에 단맛이 많아 매실액을 조금만 넣었는데도 다 만들고 나니 어찌된 게 파는 것 마냥 달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할 땐 많아 보였는데 만들면서 맛보고, 다 만들고 밥에 조금 비벼먹고, 또 감자에 묻혀먹으니 한 병도 채 안 된다. 이런.

 

고추를 뽑아내다(7월 25일/흐림 18-25도)

 

결국 고추 10여주를 뽑아내고 말았다. 지난주까지 퍼붓던 장맛비에 쓰러졌다, 일으켜 세웠다, 다시 쓰러졌다, 를 반복했던 고추들이 시들시들하더니 몇 주는 살아나고 몇 주는 잎이 몽땅 시들해지며 아래쪽 고추부터 말라가 하는 수 없이 뽑아 버린 것이다. 그래도 짱아찌나 부각이라도 만들 요량으로 말라비틀어진 것들을 빼고 나머지 고추를 다 거두니 비닐봉지로 세 봉지다.

 

죽어가는 고추를 다 뽑아내고는 어제 내린 비로 또 물이 쫄쫄 빠지고 있는 배수로를 다시 파내고 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난다. 서둘러 호박 지주대도 다시 튼튼히 묶어주고 고추와 콩 심은 곳에 제초 작업을 두 이랑 하고 곧 자전거에 오른다. 모래 있을 조카 백일 선물 때문에 저녁에는 시내로 나가야하기에.

 

<참외, 토마토, 호박, 오이, 방울토마토, 가지... 우와 하루에 이만큼씩이나? 감자는 좀 있다 한 번에 캐야겠다>

 

풍성한 여름(7월 26일/맑음 18-25도)

 

내일은 모처럼 서울 나들이다. 겸사겸사, 올라가는 김에 맛 뵈기로 한참 많은 열매를 만들어주는 호박이며, 참외, 토마토 등을 한 바구니씩 따가야겠다. 해서 일요일이라 쉬려했지만 잠시 밭에 들르는데, 조금씩만 담는다고 했는데도 이것저것 담으니 자전거가 다 무거울 지경이다. 정말 풍성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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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20:33 2009/07/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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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걸러 쏟아진 장대비에 고추가 쓰러졌다> 

 

첫째 날(7월 13일/흐리고 비 19-27도)

 

9일 날은 200mm, 어제는 130mm의 비가 내렸다. 다행히 밭 한쪽만 빼곤 물 고인 곳이 없다. 하지만 며칠 간격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니 밭에 물기가 잔뜩 이다. 또 물 고인 것 빼곤 괜찮은 듯싶었던 고추도 몇 주가 쓰러졌다. 급한 마음에 콩 밭에서 흙을 퍼다 고추를 바로 세우고 지주끈도 다시 묶어주지만 어째 엉성하기만 하다. 아무래도 비 그치면 대대적으로 손을 봐줘야겠다.

 

고추 밭에 발을 들이민 김에 제멋대로 자라게 내버려두었던 잡초 제거를 하니 금세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그래도 낫질을 하면 할수록 고추 밭이 깨끗해지니 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래 한 시간 남짓 열심히 낫질을 하는데 이런. 낫자루가 힘없이 ‘툭’ 부러지고 만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했던가. 낫이 없다고 하다만 제초를 그만둘 수 없어 괭이를 이리저리 휘둘러보는데. 오호 그럭저럭 낫 역할을 꽤 한다. 하지만 어찌 낫을 따라갈 수 있을까. 결국 고추 밭 제초는 다 하지도 못하고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와 오이 몇 개를 따고는 자전거에 오른다.

 

잔뜩 흐렸던 하늘에서 한 방울, 두 방을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다행히 집이 코앞이다. 쓰러진 고추가 걱정돼 서둘러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는데. 쓰러진 고추는 억지로 세우면 뿌리에 바람이 들어가 섞을 수 있다며 그냥 나둬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쓰러진 고추 옆에 지주대를 대주고 세워줬더니 다시 잘 자랐다는 사람도 있다. 답답한 마음에 계속 노트북 앞에 앉아 있지만 뭐가 정답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쓰러진 고추는 세웠으니 이젠 오면서 가면서 잘 살펴줘야 하는 수밖에.

 

둘째 날(7월 15일/맑음 22-27도)

 

어제 또 200미리가 넘게 비가 내렸다. 연일 쏟아지는 비에 여기저기 비 피해가 심하다. 여기 춘천도 곳곳에 농경지가 침수되고 하천이 넘치고 산이 무너졌다. 또 밭과 인접한 하천 제방 일부가 침수되면서 다리가 무너지기도 했다.

 

그제 비가 잠시 그쳤을 때 쓰러진 고추를 일으켜 세워 놓긴 했지만 어제 비로 몽땅 다 도로 쓰러지고 말았다. 임시방편으로 콩 밭 흙을 떠다 쓰러진 고추를 일으켜 세워보지만 아무래도 지지하는 데 힘이 부친다. 연일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탓이다. 주말에 또 비가 온다는 데 지금으로선 비의 양이 많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일으켜 세워도 다시 내린 비로 또 쓰러졌다. 이제 엔간히 왔으면 좋겠는데.....>

 

셋째 날(7월 16일/무더움 21-32도)

 

모처럼 해가 보인다. 밭 상태로 봐선 이쯤해서 비가 그치고 오늘처럼 맑은 날씨가 계속돼야 할 텐데 내일 또 비소식이다. 쬐끄만 밭 하면서도 이리 마음이 편치 않은데 빚까지 내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어쩔까. 이제 엔간히 왔으면 좋겠다.

 

일으켜 세운 고추들 가운데 몇몇이 시들시들하다. 물이 덜 빠진 곳에 있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내일과 모래 비가 더 오면 살아남기 어려울 듯하다. 아직까지도 배수로에 물이 쫄쫄 흐르고 있으니.

 

한 낮 따가움을 피해 나왔더니 얼마 일도 못한다. 비오는 데 온 신경을 다 쓰느라 돌보지 못했던 채소와 과일 심은 곳에 김매기도 해주고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고 있는 고추 밭에 배수로도 다시 파주고 하니 금세 어둑어둑해지니 말이다. 부쩍 빨갛게 잘 익어가는 방울토마토와 비오면 맛이 떨어진다는 참외 한 봉지를 따니 사위가 어둡다.

 

넷째 날(7월 18일/무더움 23-30도)

 

어제 또 비가 내렸다. 그래도 다행히 양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간 내린 비로 이미 땅이 흠뻑 젖은 상태라 일으켜 세운 고추가 잘 버티고 있는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서일까. 급한 마음에 30도에 이르는 무더위가 올 거라는 것도 잊고 한 낮에 집을 나선다. 꼭 고추 밭만 살펴보고 오자 다짐하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쓰러진 고추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한 번 쓰러졌던 것들은 여전히 시들시들하고 자꾸만 옆으로 기우뚱 기우뚱 쓰러지려 해서 다시 지주끈을 동여매준다. 또 틈나는 대로 고랑사이 김매기도 하고 아직도 물이 빠지고 있는 배수로도 다시 파준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일이 많다.

 

고추 밭만 살펴보고 오자, 했는데 어찌 일 하다 보니 그게 쉽지가 않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도 조금만 더, 조금 만 더, 하다 보니 점심때가 훌쩍 지났으니. 그래도 혼자 일하다 둘이 일하니 진도도 빨리 나가고, 언제 손봐줘야지 하면서 바라보고만 있던 채소밭 김매기까지 하니 힘들긴 해도 일할 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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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9 19:30 2009/07/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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