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멀칭

from 10년 만천리 2010/05/24 12:32

콩 심는 날(5월 17일/무더움 15-27도)

 

단비가 내일 온다고 하니 오늘은 무척 바쁘다. 메주를 담글 콩도 심어야 하고. 처음 길러보는 서리태도 심어야 하고. 시간이 되면 들깨까지. 해서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다. 메주콩은 엊저녁에 골라 놓았으니 됐고. 서리태는 어찌어찌해서 인터넷으로 사놓았고. 들깨는 농협에서 구했으니. 서둘러 자전거에 오른다.

 

역시 콩 심는 일은 혼자 하는 것보단 둘이. 아니 셋이 하면 훨씬 빠르기도 하고 쉽다. 한 사람이 구멍을 파면 뒷사람이 콩을 넣고. 마지막으로 흙을 덮으면 되니까. 하지만 혼자 하려니 일단 쭉 구멍을 파고. 콩 넣고. 덮고. 세 번, 네 번을 왕복해야 하니 힘들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시간이 꽤나 걸린다.

 

겨우 물 한 모금씩 마시며 쉬지도 않고 콩을 심었는데도 그새 해가 머리 위에서 이글이글. 그래도 간간이 바람이 부니 좀 낫긴 한데. 긴 옷을 입었어도 팔뚝이며 어깨가 뜨끈뜨끈하다. 들깨까지 콩 사이사이에 심으려 했는데. 쉽지 않을 듯하다.

 

결국 들깨는 목요일쯤 심기로 하고. 대신 고추 심은 이랑 한 군데에 신문지로 멀칭을 해보기로 한다. 고추는 총 8이랑을 심었는데. 네이랑은 플래카드로. 네이랑은 신문지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행이 간간이 불던 바람도 멎었고.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다해놓고 보니. 바람만 잘 견뎌낸다면 꽤나 괜찮을 듯하다. 남은 고추 이랑에도 조만간 신문지로 덮어야겠다.  

 

신문지 멀칭(5월 20일/무더움 12-28도)

 

이틀 비가 내렸다. 꽤나 많은 양이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첫날 61mm가 조금 넘게, 둘째 날 2mm이니. 게다가 바람도 조금 있었고. 하지만 비 오기 전날 신문지로 멀칭을 해놓았던 게 그대로다. 어디 찢어진 곳도 바람에 날아간 곳도 없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어차피 골에는 호밀이 말목까지 자라고 있고. 장마 때까지만 신문지가 버텨준다면. 그 이후엔 호밀을 베어 멀칭을 하면 되니. 또 신문지와 호밀은 그대로 두둑에서 썩게 두고. 그럼 자연스럽게 퇴비 역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비닐을 쓰지 않아도 되니 이거야 말로 적절한 타협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해서 오늘은 나머지 고추 심은 곳에 모두 신문지 멀칭을 했다.

 

 

 

다시 심은 땅콩(5월 21일/무더움 12-31도)

 

오후에 걷기여행을 갈 예정이라, 또 일요일부터는 비가 온다는 얘기도 있어 아침 일찍 밭에 나왔다. 근 한 달여 전에 심은 땅콩이 싹을 틔우지 못했기에 다시 심어야 하기도 하고. 고구마를 심은 곳에는 초벌 김매기도 해야 하고. 들깨도 심고, 수수도 심어야 하기에. 헌데 밭에 나와 보니. 이런. 

 

비 오기 전에 해놓았던 신문지 멀칭은 그대로인데. 어째. 어제 작업해 놓은 것들이 난리도 아니다. 어제 저녁, 바람이 좀 분다 싶었는데. 여기저기 신문지가 뒤집어져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다행히 찢어지거나 멀리 날아가진 않아서 보수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았지만. 아까운 아침 시간에 어제 했던 일을 또 하니 들깨까지만 간신히 심고 수수는 심지 못했다. 고구마 심은 곳도 겨우 두 이랑만 풀을 매줬고. 아무래도 비가 오고나면 풀이 더 자랄 텐데.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땅콩은 멀칭을 손보기 전에 미리 심었기에 망정이지. 날이 금세 더워지는 것도 문제지만 오랜만에 하는 여행에 차질이 있을까. 서둘러 자전거에 오르는데. 그래도 시계를 보니 근 다섯 시간은 일을 한 셈이다. 일찍 심어서 문제였는지, 종자용으로 나온 것을 심어서 문제였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새로 심은 땅콩은 싹이 잘 나야 할 텐데. 자전거에 오르고도 땅콩 심은 곳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겨우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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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 12:32 2010/05/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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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잡기, 이제 시작인가(5월 10일/맑음 11-23도)

 

온갖 모종을 옮겨 심느라 몰랐는데. 벌써부터 풀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풀 잡기. 이제부터 시작인가, 싶다. 그래도 아직까진 호미로 흙을 긁어주기만 해도 되고. 쬐끔 올라온 것들만 뽑아주면 되니 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 슬슬 풀을 매줘야지. 순간 때를 놓쳤다간 금세 풀천지다. 방심은 금물. 늦은 오후에 슬슬 밭에 나갔다 생각지도 않은 풀매기로 허벅지가 뻐근하다.

 

이런, 약을 주니 비가 오네(5월 11일/흐리고 비 7-15도)

 

아침을 먹을 때까진 분명 해가 있었다. 그리고 밭에 나와서도. 하늘이 어째, 먹구름이 끼는 가 싶었어도 비가 오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는데. 목초액에 미생물발효제까지 뿌려줬더니 때 아닌 비가 내린다. 이런, 두 시간 넘게 일한 보람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모래나 글피, 다시 약을 줘야 할 듯.     

 

고구마 심기(5월 13일/맑음 8-22도)

 

예약 주문한 고구마가 어제 도착했다. 자색, 밤, 호박 각각 100개씩. 좀 많은 것 같지만. 두고두고 겨우내 주전부리할 요량으로 부러 많이 주문한 것이다. 모처럼 화창한 날에 바람까지 살랑살랑 부니 300개 고구마 심는데 하나도 힘이 안 든다. 다만 오늘따라 유난히도 지나가는 말을 붙이는 이들이 많아 쬐끔 일이 더디게 됐을 뿐이다.

 

“아저씨, 고구마 심으세요?”

“예.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아니요. 고구마는 어떻게 심는 건지....”

 

“고구마 심나보네”

“네....”

“근디 고구마를 너무 넓게 심었어”

“.....”

“글고, 고구마는 요롷게 심어야 낭중에 캐기가 쉬운디”

“아, 예.”

 

“비닐을 깔고 심으면 풀을 안 매도 될 텐데”

“그러게요”

“여기가 풀이 많더라고. 비닐을 치지”
“아. 예. 열심히 풀 매야지요”

 

감자밭 초벌 제초하기

(5월 14일/맑음 8-26도)

(5월 15일/맑음 11-23도)

(5월 16일/무더움 8-28도)

 

<초벌 김매기가 끝난 감자밭>

 

금요일에 멧돌호박 8개 심고, 일요일엔 고구마 심은 곳에 물준 것 빼곤 사흘 내리 아침에 감자밭 초벌 제초를 했더니 장딴지며, 허벅지가 심히 땡긴다. 꼼꼼히 한 번 김매는 것 보단 설렁설렁 해도 두 번 하는 게 나으니. 내일은, 모래 비 소식에 서리태며 메주콩 심어야 하니 안 되겠고. 글피, 비 그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채소 심은 곳과 옥수수, 고구마 심은 곳에 초벌 김매기를 해야겠다. 한 사나흘 죽자고 고생하면 풀이 좀 잡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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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7 16:42 2010/05/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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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모종 심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5/11 16:54

온갖 모종 심기 - 첫째 날(5월 3일/한차례 비 9-22도)

 

어째 일이 잘 풀린다 싶었다.

 

오늘 부터 글피까지 고추며, 온갖 모종을 심어야겠다, 마음먹고 아침 수저를 놓자마자 신동농협에 전화를 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 오늘부터 모종을 팔기 시작한다고 한다.

 

서둘러 자전거 짐받이에 2층으로 과일박스를 매달고 학곡리로 달려가 고추 한판(50개), 토마토, 방울토마토, 애호박 각 20개씩을 싣는다. 계산을 하니 고추만 작년에 비해 10원이 올랐고 나머지는 그대로다. 역시 종묘상이나 시장통에서 사는 것보다는 싸고 품질도 좋아 보인다.

 

오전에 한차례 비가 온다고는 했지만. 하늘만 잔뜩 찌푸려있고 비는 오지 않는다. 덕분에 11시가 가까웠어도 일하기는 좋기만 하다. 주말부터 풀리기 시작한 날씨가 어제는 25도까지 올랐기에. 흐린 날씨만 아니라면 벌써부터 땀이 줄줄 흘렀을 테니.

 

2시 넘어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거실 쪽 하늘은 해가 쨍쨍한데, 부엌 쪽 하늘은 어두컴컴하다. 빗방울은 보이지 않지만 어찌해야 하는지.

 

글피 어린이날만 아니었다면 쉬었을 텐데. 어린이날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 내일, 그리고 어린이날 아침까지 모종을 다 심어야 한다. 해서 비를 좀 맞더라도 오후에 한차례 더 모종을 심기 위해 다시 농협에 들렀다 밭으로 향한다.

 

집과 농협에선 비를 만나지 않았는데. 어째 밭으로 가는 길이 흠뻑 젖어있다. 오호라. 부엌 쪽 하늘이 컴컴하고 천둥소리가 요란했었는데. 밭이 그쪽이었던 것. 덕분에 모종 심을 곳에 물을 많이 안줘도 될 듯. 그래도 모종 심기 전에 물은 조금씩 줘야 할 것 같다.

 

작년에 만들어 놓은 사다리를 타고 개울물을 뜨러 둑을 내려가는 순간. 비가 왔다는 걸 깜빡 잊었었나보다. 잔뜩 물을 먹은 개울가 풀들이 오지게도 미끄러운 게 아닌가. 몸을 가누기는커녕 사다리에서 개울가로 발을 딛자마자 미끈.

 

결국 한쪽 발이 개울물에 제대로 빠져버렸다. 그리고 이런. 팔목과 등이 시큰하고 쓰리다. 아무래도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잡으려 사다리를 잡았는데. 사다리는 잡지도 못하고 사다리에 쓸리고 만 것 같다. 옷을 걷어 팔목을 보니 피부가 까져 피가 보인다. 등도 쓰리고 아픈 걸 보니 거기도 마찬가지 일터인데.

 

서둘러 남은 모종 옮겨 심고 집으로 와 등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팔목은 그나마 나은 편. 등 쪽은 난리도 아니다. 어째 아침부터 일이 잘 풀린다 했는데. 피까지 보게 되다니. 지금은 쓰린 것도, 시큰한 것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빨간약이라도 바르고 자야할 것 같다. 내일 또 일해야 하는데. 땀나면 어쩔 수가 없으니 말이다.

 

* 고추 100개 - 13,000원(개당 130원)

* 토마토, 방울토마토, 애호박, 오이 각 20개씩 80개 - 20,000원(개당 250원)

 

온갖 모종 심기 - 둘째 날(5월 4일/맑음 16-26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침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떨어지고 낮 기온도 20도를 채 오르지 못했는데. 게다가 연 사흘을 내리 비가 오기도 했고. 그러다 주말을 지나면서부터 날이 풀리는 가 싶더니. 그새 초여름 날씨다. 모래 밤부터 시작되는 비가 그치고 나면 예년 기온을 되찾는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봄을 느낄만하니 여름으로 접어든 셈이다.

 

오늘도 아침과 늦은 오후에 두 번. 농협과 밭을 오가며 모종을 사다 심었다. 2층으로 만든 짐받이 때문인지 작년보단 훨씬 빠르게 심어나가는 것 같고. 내일 하루 더 고생하면 대충 모종으로 심어야 할 것은 다 마칠 수 있을 듯하다. 아직까진 새벽 기온이 만만치 않아 심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고구마만 빼고 나면.

 

이제 모종내기가 끝나면 한 차례 풀잡기를 해줘야 한다. 골 사이에 뿌려둔 호밀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으니 한결 쉽기는 하겠지만. 작년처럼 어영부영 손 놓고 있다가는 온통 풀천지가 되기 십상이니. 모종을 옮겨 심는 틈틈이 삐죽삐죽 올라오기 시작한 풀들을 손보면서 풀들과 친해져야겠다.

 

* 고추 130개 - 16,900원

* 청양고추 20개 - 2,600원(개당 130원)

* 파프리카 20개 - 10,000원(개당 500원)

* 수박, 가지 각 10개씩 20개 - 5,000원(개당 250원)

* 배추 10개 - 500원(개당 50원)

 

온갖 모종 심기 - 셋째 날(5월 5일/무더움 12-27도)

 

오늘로 고추는 다 심는다. 청양고추 20개를 포함해 모두 250개. 작년에도 247개를 심었는데. 꼭 요만큼 심어야겠다, 생각지도 않았지만 꼭 그만큼이 됐으니. 밭 만드는 요령이 조금 생겨난 걸까. 전혀 다른 모양으로 이랑을 만들었는데도 그리 됐으니 말이다.

 

* 오이고추 6개 - 1,500원(개당 250원)

* 아삭이고추 5개 - 1,250원(개당 250원)

* 수박 5개 - 1,250원(개당 250원)

* 단호박 5개 - 1,250원(개당 250원)

* 참외 20개  - 5,000원(개당 250원)

 


온갖 모종 심기 - 마지막 날(5월 7일/맑음 11-23도)

 

수박과 참외, 오이고추, 아삭이고추, 단호박을 심으니 이제 농협까지 갈 일이 없겠다. 아니 집에서 밭에 가는 오르막보다 더 긴 오르막을 두 번이나 넘어야 할 일이 없어졌으니. 이건 덤인가?

 

그래도 봄이네(5월 9일/무더움 10-27도)

 

4월 중순까지만 해도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를 않나. 일주일 간격으로 연 사흘씩 내리 비가 내리기도 하고. 이상기온에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기는 했지만. 뿌려놓은 씨앗들도 다 싹이 나왔으니.

 

5월 들어서는 연일 20도를 웃도는 더위에. 급기야 오늘은 27도까지 올라갔지만. 늦은 아침을 먹고 잠시 밭에 나와 늦은 아침을 먹고 잠시 밭에 나와 옥수수도 심고. 씨앗과 키 재기 하듯 쏙쏙 올라오는 풀들도 매주는데. 아직은 따가운 햇볕보단 선선한 바람이 목덜미 땀을 식혀주니. 그래도 봄은 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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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16:54 2010/05/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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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카드 멀칭

from 10년 만천리 2010/05/03 20:45

땅콩 심기(4월 26일/흐린 후 비 8-19도)

 

땅콩은 처음 도전하는 거라 언제 종자를 어떻게 구하는 지, 언제 심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모든 게 백지 상태다. 어찌어찌 생땅콩을 구하기는 했는데. 이게 피땅콩이랑 어떻게 다른 건지. 어떤 이는 하룻밤 물에 불려 심는다고도 하고. 땅콩은 배수가 잘 되는 땅에 길러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골을 넓게 해줘야 한다, 두 알씩 심으면 된다, 하여간 이래저래 말은 많은데 딱 이거다, 싶은 방법이 없다. 결국 이런저런 얘기들 가운데 이런 방법, 저런 방법으로 직접 한 해 지어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어제는 아침나절에 땅콩 심을 다섯 이랑을 만들었고, 자기 전 땅콩을 물에 담가 불려놓았으니. 게다가 오늘 오후부턴 비도 온다고 하니. 넓게 이랑을 만든 곳 한 군데, 좁게 골을 탄 이랑 세 군데로 나눠 땅콩을 심는다. 두알 이면 충분하다고들 하는데 생땅콩이라 싹이 잘 않나올 수도 있다는 말에. 콩 심듯이 세알씩 40cm 간격으로 심었다. 그리고는 좁게 골을 탄 곳은 그렇다 쳐도 다소 넓게 골이 만들어진 곳이 아무래도 잡초에 시달릴 듯해. 벌써 고추 심을 곳에는 싹이 나기 시작한 호밀을 쭉 뿌려둔다.  

 

플래카드 멀칭 - 첫째 날(4월 29일/흐리고 바람 셈 3-12도)

 

멀칭은 작물에 따라, 하는 사람에 따라 갖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초일 것이다. 한참 작물이 자라야할 때 그늘 한 점 없는 밭고랑을 훑으며 풀 잡는 일은. 해 본 사람이나 말할 수 있고. 결국 땅이 숨을 쉴 수 없는 단점이 있으면서도, 100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는 비닐을 까는 것도, 잡초 때문인 것이다.

 

작년에는 멀칭을 하지 않으면 기르기 쉽지 않다고 하도 말들이 많이 들어서. 고추와 참외 심은 곳에 비닐 멀칭을 했다. 하면서도 내년엔 꼭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생각했는데. 비닐 멀칭을 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름 내내 달디단 참외를 참 많이도 맛봤고. 가을엔 태양초도 만들었으니.

 

<대체 뭐라고 써있는 거지? "상하이차의 상용차에 대한 투자약속과....불이행 기술유출 도와준 산업...?>

 

올 해도 멀칭을 해야 하긴 하겠는데. 우선 감자, 고추, 콩 심을 곳 골에 호밀을 잔뜩 뿌려두었고(벌써 싹이 나기 시작했다). 비닐 대신 재활용한 플래카드와 신문지를 쓰기로 했다. 점차 자연 멀칭 방법을 찾아봐야 하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타협 아닌 타협을 한 셈이다.

 

사흘을 내리 비가 왔으니 이제 고추 심을 곳과 참외 심을 두둑 한 곳에 멀칭을 하면 딱, 이겠는데. 길이도 어중간하고, 폭도 어중간한 플랑카드를 붙잡고. 그것도 바람 쌩쌩 부는 날에 혼자서 하려니 영 쉽지가 않다. 아무리 돌을 얹고 흙을 덮어두고 해도 휭~하고 부는 바람에는 속수무책이다. 어쩔 수 없다. 바람 없는 날 다시 해야지.  

 

플래카드 멀칭 - 둘째 날(4월 30일/맑음 6-14도)

 

이게 참 애매하네. 길이도 길이거니와 폭이 어중간해서. 두 개로 하려니 일이 쉽지가 않고. 한 개로 하려니 두둑 넓이에 조금 모자라고. 겨우 고추 심을 곳 네 이랑만 하면 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싹이 나기 시작한 호밀도 발에 밟힐 새라 조심도 해야 하니. 그나마 다행인 게 일이 다 마칠 쯤 해서야 바람이 부는 게다.

 

<왼쪽 한줄은 참외를, 오른쪽 네 줄은 고추를 심을 곳이다>

 

두 번째 옥수수 심기(5월 2일/맑음 4-24도)

 

지난달 25일에 심었으니 꼭 일주일 만에 다시 옥수수를 심는다. 계획으론 앞에 심은 것들이 싹이 난 이후, 그러니까 대략 15일 간격으로 심으려고 했는데. 아직 농협에 모종이 나오질 않아 딱히 급한 일도 없고. 그러다 보니 밭엘 가지 않게 되고. 이거 안 되겠다, 싶어 일요일이지만 옥수수 씨앗을 들고 밭에 나간다. 옥수수 심기야 뭐 삼십분도 안 걸리니. 나온 김에 들깨와 참깨 심을 곳까지 만들어보는데. 일 다 하고 나니 왔다, 갔다 자전거타고 다니는 시간보다 더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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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3 20:45 2010/05/0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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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심는다

from 10년 만천리 2010/04/26 17:25

감자와 호밀 심기(4월 19일/가끔 비 10-19도)

 

감자는 어제에 이어 이틀째다. 작년에도 이틀에 걸쳐 씨감자를 심었는데. 올해도 이틀째 감자를 심는다. 아무래도 자전거로는 나를 수 있는 무게가 한정돼 있어 일을 해나가는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 박스채로 갖다놓으면 반나절이면 끝날 일이 늘 이틀, 사흘이 걸리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일기예보로는 한때 비가 온다고 하더니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찌푸려있다. 양은 많지 않을 거라 하니 일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겠지만. 그래도 밭에 나가 있는 동안 비가 오면 대략 난감이다. 비를 피할 곳은커녕 그늘 여름 땡볕에 그늘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게 지금의 밭이니.

 

거의 감자를 다 심을 쯤 결국 비가 쏟아졌다. 서둘러 일을 마무리 짓고 자전거에 오르는데 언제 비가 왔냐 싶게 그치니. 쏟아졌다는 표현은 쫌 그렇다. 모래부턴 비가 제법 온다고 하니 오후에는 호밀을 심어야 하는데. 비가 오락가락 하니.

 

다행인지 점심 먹고 또 한잠 푹 자고 나서 밭에 오는 길에 잠깐 비가 오더니 이내 그친다. 20도 가까이 오르는 더위에 비까지 오락가락하니 등이며 목에서 땀이 난다.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밭에 나온 지 두 시간 만에 감자 심은 곳과 고추 심을 곳 이랑과 이랑사이에 호밀을 산파(散播)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어둑어둑하다.  

 

호밀 심기 - 둘째 날(4월 20일/맑음 10-24도)

 

어제부터 급 따뜻해졌다. 아니 조금만 늦어도 금세 20도까지 오른다. 해서 아침 일찍 나오더라도 서둘러 일을 마쳐야 한다. 시간상으론 세 시간 남짓이다. 아무래도 다음 주부터는 새벽에 나와 일을 하고 늦은 아침을 먹는 걸로 바꿔야 할 듯하다.

 

오늘도 11시가 조금 지나자 땀이 주르륵 난다. 넓디넓은 콩 밭을 보니 오후에 다시 나와 할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모래 비가 온다는 얘기에 연신 땀을 훔치며 호밀을 뿌린다.

 

“거, 뭘 그리 심으슈?”

“아, 예. 호밀이요”

“호밀? 호밀은 가을에나 심는 거 아닌가?”

 

아까부터 밭 둘레에 나있는 나물을 캐던 할머니께서 일하는 모양새를 보고 궁금해서 물어오는데. 이런. 한참 더운 것도 더운 데다. 이젠 종아리며, 허벅지까지 당기며 온 몸이 뻐근한 바람에 뭐라 대꾸도 못한다.

 

‘아. 예. 호밀로 잡초를 잡으려구요. 지금 뿌리면 잡초가 자라기 전에 호밀이 자리를 잡아 잡초가 발을 못 뻗는다고 하네요.’

 

마음 같아선 할머니께서 캐고 계시는 나물이 뭔지, 먹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어떻게 구분하는지, 나물의 종류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도 싶고. 호밀로 제초를 할 수 있다는 데 올 해 처음 시도하는 거라 얘기도 하고 싶지만 말이다.

 

결국 할머니께서 저만치 다른 밭으로 가시는 동안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일을 끝마치고는 연장 챙겨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채소 씨앗(4월 21일/흐린 후 비 9-18도)

 

곡식의 싹을 틔우는 단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가 어제였다. 딱 맞춰 내리지는 않았지만 올 해도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절기만 알아도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고 하더니. 먼저 농사를 지었던 농부님들의 지혜가 남다르기만 하다.

 

예보로는 밤늦게나 온다고 했는데. 오전에 상추며, 치커리, 아욱, 근대, 장파 등 여러 가지 채소 씨앗을 뿌리고 돌아와 점심 먹고 또 밭에 나서려고 하니. 심상치 않던 어둑어둑한 하늘에서 곧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채소 씨앗 - 둘째 날(4월 25일/맑음 2-22도)

 

또 비가 온다고 하니 아직 다 심지 못한 채소 씨앗을 뿌려야한다. 엊그제는 오랜만에 학곡리 농협에 들러 시금치며, 부추, 봄무우 씨앗도 사고. 모종이 언제쯤 나오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종묘상이나 시장통에는 벌써 고추며, 토마토 모종이 나왔으나 농협은 다음 달이나 돼야 판다고 하니. 느긋하게 못다 심은 채소도 더 심고. 땅콩과 옥수수도 심어야 할 듯.

 

벌써부터 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하니. 씨 뿌리는 일이 아니어도 일찌감치 나와야 한다. 조금만 늦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르니 말이다.

 

 

 

옥수수는 두 번에 나누어 심는데. 오늘은 위쪽 밭에 채소를 심어 놓은 곳 둘레와 고추며, 고구마를 심을 곳 둘레다. 그리고 아래쪽 밭은 보름이나 다음 달 말쯤에 심을 예정인데. 이래야 두고두고 옥수수를 나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와 농협에서 사온 씨앗을 다 심고 나니 어중간한 시간이 돼버렸다. 밭에 나온 지 채 한 시간도 안 된데다 밥까지 든든하게 먹고 나온 바람에 이대로 돌아가기 뭔가 아쉽기만 하다. 해서 땅콩 심을 곳 두둑을 손보자며 괭이를 집어 들었는데.

 

어째. 땅콩은 골이 넓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 두둑 하나를 무너뜨리고 양쪽으로 쌓았더니. 이번엔 골이 너무 넓어져 버렸다. 두둑을 손대기 전엔 너무 좁아 보였는데 일을 하고 나니 이번엔 넓어 보이는 게다. 어쩔 수 없다. 땅콩은 올 해 처음 도전하는 것이니. 한쪽은 골을 쪼금(?) 넓게. 한쪽은 쪼금(?) 좁게 해서 어느 것이 나은지 나중에 판단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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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17:25 2010/04/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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