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상중인 태풍(9월 1일/무더움 26-32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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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파스 2010/09/05
- 연일 내리는 비 2010/08/31
- 무더위에 지친다 2010/08/23
- 계속되는 비 2010/08/15
- 장마가 아직 안 끝났나? 2010/08/09
연일 내리는 비(8월 28일/무덥고 소나기 23-29도)
정말 많이도 온다. 이번 주는 어제 하루 빼곤 죽 비다. 내일도 비소식이고. 다음 주 중반에도 또 비가 온다고 하니. 이 정도면 이거 우기(雨氣)가 아닌 가 싶기도 한데. 기후 걱정하기 전에 밭 걱정이 먼저니. 고추도 하나, 둘 죽어나가고. 토마토도 물컹물컹한 것들만 만들어 낸다. 다 캐내지 못한 감자는 또 어떤가. 물을 좋아하는 작물들에게는 좋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이래갖고는 뭐든 버티기 힘들겠다.
잠깐 비가 그친 사이 밭에 나가보니 마음만 심란한데.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여기저기 풀도 뽑아주고. 죽어가는 고추들도 뿌리째 뽑아내고. 그래도 그 와중에 오이와 가지가 많이 열려 심란한 마음을 누그러뜨려주는데. 그것도 잠깐. 한 달 내내 내리는 비 때문에 풀을 잡아주지 못한 콩, 팥 밭을 보니. 여긴 정글이네. 큭. 마음 같아선 싹 다 정리하고 싶은데. 그건 말 그대로 마음뿐. 덥고 습한 날씨에 조금만 일해도 지대로 짜증이니. 후와. 이거 올 해는 정말 농사짓기 힘들다.
고추짱아지(8월 16일/무더움 22-29도)
연일 계속되는 비에 고추가 걱정이다. 벌써 물러터진 고추들이 많이 떨어졌고. 이제 막 빨갛게 되는 것들도 여럿 죽어나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아직 괜찮지만. 비가 더 계속되면 문제가 더 커질 듯하다. 해서 오늘은 둘 다 밭에 나와 조짐이 심상치 않은 것들을 중심으로 고추를 다 따내기로 한다. 가만 두면 죽어나갈 게 틀림없으니. 고추짱아지라도 담글 요량으로 그리 하는 것인데. 어제, 오늘 부지런히 고추를 따고, 딱고, 소금물 만들어 부우니. 작년 매실액 담가 먹은 커다란 유리병 두 개가 가득 찬다. 올 겨울 밥상에 올라올 고추짱아지인 것인데. 가만 보고 있으니 괜히 배가 부른다.
고구마 밭 또 김매기(8월 17일/무더움 21-32도)
오는 비에 손 놓고 있다 고구마 밭이 엉망이 됐다. 미처 줄기가 다 뻗지 못한 사이 풀이 무섭게 올라온 것이다. 비가 그친 틈 사이 조금씩 손을 봐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냥 둬선 안 될 것 같아 어제, 오늘 다른 일 제쳐놓고 풀을 뽑아주는데. 잘못 발을 디디면 줄기가 똑하고 부러지고. 풀인가 싶어 뽑아내다 보면 역시 줄기까지 쑥하고 올라오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더구나 햇빛을 피해 이파리 뒤에 숨어있던 모기까지 휘젓는 손에 날아올라. 땀 냄새에 이만저만 달려드는 게 아니니. 일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이틀을 꼬박 김매기 해줬더니 숨통이 좀 트인다.
무더위에 지친다(8월 21일/무더움 24-33도)
연일 폭염이다. 30도는 기본, 33-34도까지 올라가는 날이 계속된다. 더구나 기온만 높은 게 아니라 습도까지 높다. 이 정도면 가만있어도 땀이 주르륵. 그야말로 찜통더위다. 하지만 아무리 더워도 이틀, 사흘 밭에 나가지 않을 순 없다. 가만히 있음 금세 풀천지가 되니. 해서 밭에 나오지만.
10분 만에 두 손 다 들 수밖에 없다. 감자 조금 캐고 오이며, 참외를 몇 개 따기만 했는데도. 바지까지 땀으로 젖는다. 아무리 그늘이 지고 바람이 불어도 이건 아니다. 어찌어찌 한 시간은 넘게 풀도 좀 뽑아 보려고 하지만. 휴. 무더위에 지친다.
물놀이(8월 1일/무더움, 박무 26-32)
낮에 하도 더워 물놀이를 다녀왔다. 조그만 집에 장정 다섯에 일곱 살 먹은 얘까지 있으려니 쉽지가 않다. 에어컨이라도 있으면 좀 나을 텐데. 조그만 선풍기 하나로 버티려니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다. 해서 가까운 지암리 계곡엘 다녀온 것이다. 그리고는 모두다 밭으로 출동. 며칠 나오다 말다 하느라 수확하지 못한 오이며, 방울토마토, 참외, 수박 등을 따낸다. 모기에 발이며 팔뚝을 뜯기며. 물놀이 차림으로 밭에 들어간 게 모기밥이 된 셈인데. 그래도 좋다고 여기저기 기웃기웃. 재미난 모양이다.
걸어서 가는 밭(8월 3일/무더움, 박무 23-30)
오늘부터는 아침나절에 걸어서 밭에 가기로 했다. 운동 삼아 걷는 것인데 한편으론 밭일을 아침에 하고자 함이다. 아무래도 저녁나절에 밭에 가면 모기떼들에게 뜯기가 십상인데. 아침엔 좀 덜할까 싶어서다. 또 혼자 밭일을 하는 게 아니라 둘이서 하는 재미가 더 크니 아침잠을 좀 줄이더라도 걷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걷는 길이 대학 교정을 통과하기도 하고. 새벽시장을 구경할 수도 있고. 좀 멀다 싶긴 하지만 운동 삼아 걷기에 적당한 거리다. 하지만 그렇게 걷고 밭일하고 집에 와 좀 쉬었다 도서관에 다녀오니. 완전 녹초다. 이러다 내일 아침엔 제시간에 일어날 수나 있으려나.
장마가 아직 안 끝났나?(8월 5일/무덥고 소낙비 26-34)
재작년인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장마예보를 하지 않는다는 뉴스가 있었다. 장마라고 해도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많고. 적장 장마가 끝났다고 예보해도 집중호우에 비 오는 날이 많고. 지구온난화 탓에 이래저래 강한 비가 수시로 내리는 등 여름철 강수 특성이 변해 장마를 예측한다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던데. 아니나 다를까.
요 며칠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게 장마가 끝난 것처럼 보였다. 헌데 지난 주말부터 하루걸러 비가 오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박무가 생기고. 장마철처럼 내리 비가 오진 않아도 눅눅한 날씨가 계속되는 게 꼭 그때처럼 느껴지더니.
마른하늘에 이런 비도 처음이다. 밭에 도착해 한참 낫질을 시작한 10분전만 해도 멀쩡했는데. 순식간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순식간에 폭우가 되는데. 속옷까지 젖는 데 딱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듯하다. 겨우겨우 자전거를 끌고 버스정류장으로 피했지만 이미 물에 빠진 생쥐 꼴. 빗줄기가 가늘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헌데 하늘은 여전히 어둑어둑.
10분만 더 참았다 출발할 걸 그랬다. 어차피 젖은 몸. 빨리 집에 가서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쏟아지는 비를 철철 맞으며 자전거 폐달을 밟는데. 어느새 조금씩 가늘어지는 빗방울이 금세 멈추더니 곧 구름 사이로 해가 보인다. 이런. 갑작스레 내린 비 때문에 더위는 조금 가시긴 했지만. 그래도 속옷까지 다 젖고 나니 찝찝한 게. 영 시원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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