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추 뽑아내다 2010/10/11
  2. 땅콩 수확 2010/10/04
  3. 팥꼬투리 2010/09/27
  4. 메주콩 순지르기 2010/09/20
  5. 서리태 순지르기 2010/09/13

고추 뽑아내다

from 10년 만천리 2010/10/11 22:47

고추대 정리 - 셋째 날(10월 5일/맑음 10-21도)

 

아침, 저녁 쌀쌀한 날씨에 밑도 끝도 없이 찬물로 목욕했다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주말에 또 비가 왔고. 이래저래 닷새 만에 밭에 나와 다 정리 못한 고추대 정리하고. 저녁에 카레나 해먹을까, 당근 몇 개 더 뽑아 금방 돌아왔다. 뭐, 콩이며, 팥이 다 여물기 전까진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고추 뽑아내다(10월 6일/안개 후 맑음 10-22도)

 

올 고추 농사는 최악이다. 그나마 다 죽기 전에 풋고추를 따내고 장아찌를 담아 둔 게 세 항아리가 있다면 위안이 될까. 작년엔 가을 내내 아파트 옥상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고춧가루를 만들었는데. 고춧가루는커녕 고추 잎도 한 번 무쳐먹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망했다, 할 만하다. 보름 전만 해도 목덜미로 땀이 흐를 시간에 나와 죽은 고추들을 다 뽑아내니. 밭도 휑하고 마음도 휑하다.

 

고구마 맛보기(10월 7일/맑음 11-24도)

 

고추밭 정리하러 갔다가 고구마 줄거리도 좀 따고 그 덕에 고구마도 몇 개 캐냈다. 작년만 못하지만 그래도 실하게 생긴 것들이 줄줄 올라온다. 다음 주 쯤엔 고구마를 다 캐내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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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1 22:47 2010/10/1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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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수확

from 10년 만천리 2010/10/04 16:18

땅콩 수확(9월 27일/안개 후 맑음 12-23도)

 

무투입농법이라고나 할까. 밭 갈기 전에 넣어주는 퇴비 이외에는 비료는커녕 웃거름도 제대로 주지 않고. 오로지 햇빛과 물과 흙이 만들어주는 것으로만 수확을 하니 그렇다.

 

그저 마음 가는 데로 밭에 나와 작물들을 봐주고. 풀에 채이지 않게만, 벌레가 너무 많이 먹지 않게만, 가지를 잘 뻗을 수 있게 엮어만 주는 그런 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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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님들 들으면 웃겠지만 그렇게 2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에 치이지 않고 자유롭게 글도 쓰고 놀러도 다니며. 슬슬 유유자적이긴 한데 수확물이 현저히 적다. 적을 뿐만 아니라 키도 작다. 고추도 그렇고 옥수수도 그렇고. 콩은 그럭저럭이긴 한데 감자가 그렇고 고구마도 그렇다. 들깨며 참깨는 수확하는 게 쉽지 않을 지경이고. 올 해 처음 심은 땅콩.

 

아침나절, 5월 말에 심은 땅콩을 수확했다. 두 이랑을 심었는데 고작 나온 것은 g 남짓. 아무리 처음 재배한 거라 하지만 좀 심하다. 하다못해 석회라도 뿌려줬으면 이러지 않았을 터인데. 그래도 싹이 나고 꽃이 피고 땅콩이 주렁주렁은 아니더라도 여러 개씩 매달려 있는 걸 보니.

 

엊그제 뽑은 당근만치나 이쁘고, 저걸 아까워 어떻게 먹나, 싶다.

 

고추끈(9월 28일/맑음 11-20도)

 

매년 하는 일이지만 흰 지주끈을 모아 버리는 것도 큰일이다. 뭐 힘이 드는 일이 아니니 큰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고추끈은 그래도 좀 낫지. 토마토며 오이며, 호박을 8자로 묶어줬던 끈들을 일일이 풀어내는 일이란 게. 행여 쪼가리라도 챙기지 못하면 그대로 땅에 썩지도 않고 묻히고 마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그러니 큰일은 큰일인 셈. 아무래도 뭔가 수를 내도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걸루다 찾아봐야지. 근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들 하지? 그냥 지주끈으로들 하나?

 

고추대 정리 - 첫째 날(9월 29일/흐림 7-17도)

 

억수같이 쏟아 붓는 비에 일찌감치 고추들이 다 죽어 버렸다. 덕분에 고구마, 콩 수확할 때랑 겹치지 않게 고추끈이며 고추대를 정리할 수 있으니. 이거야 원, 웃어야 할지. 그래, 웃고 넘어가지 않으면 또 어쩌겠나, 싶어. 느즈막이 나와 어제 뽑아놓은 고추대를 한 다발 묶어 자전거에 실으니. 이거 중심잡기는 쉬운데 양옆으로 조심조심. 결국 평소보다 십분 이상 늦게 도착했다. 

 

고추대 정리 - 둘째 날(9월 30일/맑음 9-21도)

 

고추대 정리하면서 미처 다 캐지 못했던 감자도 캐낸다. 장마가 오기 전에 다 수확했어야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때를 놓쳤고. 두 달 넘게 비가 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뒀는데. 늦었다고 생각해 기대하지 않았건만 그래도 여럿 나온다. 비싼 채소 값에 반찬 걱정이었는데 잘됐다. 당분간은 감자 요리로 밥상을 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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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4 16:18 2010/10/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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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꼬투리

from 10년 만천리 2010/09/27 20:47

팥꼬투리(9월 20일/흐린 후 비 18-26도)

 
추석연휴다. 차례상에 햇과일이며 나물들을 올려야 할 터인데. 추석이 일찍 찾아온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날씨 때문에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에선 20만원 가량이 들 거라는데. 연일 계속되는 비로 과일이며 야채며, 값이 장난 아니다. 얼추 헤아려도 20만원은 택도 없는데 어디서 그 가격에 사왔을까. 혹 자기네들만 다니는 시장이 있는 걸까.
 
못해도 삼일은 집을 비우니 음식물도 처리할 겸 밭도 둘러볼 겸 잠깐 나섰는데. 지난주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팥꼬투리가 있는 게 아닌가. 올 해 처음 도전한 작물인데다 팥은 콩과 달리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또 낼 모래면 10월인데 꼬투리가 달리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또 가을장마에 고추가 다 죽어버리는 바람에 맘이 많이 상했었는데. 다행히 꼬투리가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직은 팥 농사가 성공했다, 섣부르게 판단하긴 이르지만. 일단은 꼬투리가 달렸으니 반은 성공한 셈 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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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9월 24일/맑음 11-23도)
 
“어제, 오늘만 같은 날씨면 원이 없겠다”
 
9월도 이제 끝을 향하고 있으니 선선한 날씨가 나타나는 게 당연하겠지만. 올 봄과 여름에 하도 당한 게 많아서인지. 이런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지만 갈수록 이상기상 현상이 잦지만 되레 더 무덤덤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고작 대체 작물로 뭐가 뭐가 유망하다, 고 떠들기만 하니. 한숨만 푹푹 나온다.
 
아무래도 무슨 수를 내도 진작에 냈어야 하는데. 이젠 글렀나, 싶기만 하고. 과학기술이 이 난관을 해결해줄 거라고 믿고들 있는 건지. 어딜봐도 심각하게 얘기하는 곳은 당체 찾아볼 수 없다. 앞으로 60년 후엔 밤나무도 못 볼 거라는데 말이다.
 
추석 연휴 동안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뉴스에선 ‘물폭탄’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내 기억으로도 이렇게 국지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게 벌써 몇 해 전인데. 쓸데없는 死대강 사업엔 묻지마식으로 돈을 쏟아 부울 줄은 알면서도 이런 건 아무 대책 없다. 그냥 불가항력이라고만 말할 뿐 또 되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또 돈 없는 이들이 고스란히 다 받고.
 
춘천에도 많은 비가 왔다는 걸 어제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알았다. 그런 줄 알았다면 어제 저녁에라도 밭에 나가봤을 터인데. 피곤한 탓에 집에 오자마자 한 숨 자고나니. 보름달이 떴고. 그제서야 겨우 날씨를 봤으니.
 
해서 오늘은, 나가도 별 특별히 손 볼일이 없지만, 늦었지만 밭에 나가보는데. 다행히 물도 잘 빠져있고 콩, 팥, 고구마, 땅콩들도 스러진 것 없이 무탈하다. 또 다 죽은 줄만 알았던 방울토마토도 여럿 열렸고 아삭이고추도 꽤 달려있다. 그리고 봄에 심어놓았으나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당근도 제법 튼실하게 자랐다. 물론 겨우 손바닥크기나 되려나, 남이 보면 웃음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작년엔 싹조차 나지 않았는데 올핸 이렇게 수확까지 하게 됐으니. 추석 전엔 팥꼬투리로 흐뭇했는데 추석 지나고선 당근 때문에 또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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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20:47 2010/09/2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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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콩 순지르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9/20 15:19

메주콩 순지르기 - 첫째 날(9월 14일/맑음 22-28도)

 
당체 그칠 것 같지 않게 몇날 며칠을 비가 내리더니. 비가 그치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갑작스레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니 좀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하지만 낮엔 30도까지 기온이 오르니. 가을인지 아직 여름인지는 헷갈리지만. 여기저기 햇볕에 말리러 내놓은 고추가 보이고. 덥다, 덥다 해도 한여름 불볕더위만치는 않으니. 가을이 오긴 왔나보다.
 
메주콩 순지르기 - 둘째 날(9월 15일/맑음 15-30도)
 
어제, 오늘 선선한 아침나절에 메주콩 순지르기를 한다. 짬짬이 고추도 따고. 땅콩, 고구마 심은 곳 풀도 매고는 하지만. 주 작업은 순 쳐내는 일이다.
 
메주콩 순지르기 - 셋째 날(9월 16일/맑음 15-30도)
 
요 며칠 같은 날씨만 계속된다면 원이 없겠다. 아침, 저녁으론 선선한 바람에 기온도 낮고. 낮엔 30도에 육박하지만 바람이 잘 불어 되레 뭐든 말리기에 딱이니. 지긋지긋한 장마가 끝나고 나니 하늘에서 상이라도 내려주나 보다. 그동안 비 때문에 고생들 많았지, 하고. 
 
지난주엔 나흘에 걸쳐 서리태 순지르기를 했는데. 메주콩도 내일까지만 하면 다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물이 빠지지 않아 물컹물컹 발이 빠지는 곳은 아무래도 추석 지나고야 손을 봐야 할 듯한데. 그쪽은 콩을 얼마 심지 않아 한 시간이면 끝낼 수 있으니 말이다.
 
고추말리기(9월 17일/맑음 16-29도)
 
메주콩 순 치기도 오늘 아침 두 시간 남짓한 작업으로 끝났고. 예전 같았으면 고추 말리느라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꽤나 잡아먹었을 터인데. 오랜 장마 덕에 고추가 대부분 죽어버려 말릴 고추도 많지 않아, 겨우 쌀 포대로 한 포대나 될는지. 그러니 뭐. 너는데도 별로 시간도 안 걸리고. 이래저래 고구마 캐기 전까지는 널널하겠다. 그래 내일은 오랜만에 걷기여행을 가기로 했으니, 높게 뜬 구름만큼이나 마음도 한껏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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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0 15:19 2010/09/2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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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태 순지르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9/13 00:31

서리태 순지르기 - 첫째 날(9월 6일/가끔 비 22-28도)

 
태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태풍이란다. 올 여름은 정말 ‘징하다, 징허’라 할 만큼 비가 많다. 건달 농사짓는 사람이야 뭐 대수겠냐, 마는 이래가지고는 농부님들, 참 농사짓기 힘들겠다.
 
비가 이리 많이 오니 밭에 나갈 시간도 많지 않고. 잠깐 해가 나올 때 일한다 해도 겨우. 급한 것들만 처리하고 오는 정도니 밭 상태가 꽤나 심각하다. 세찬 바람에 쓰러져 버린 옥수수들도 미처 다 세우지 못했고. 콩은 한참을 웃자라 잎과 줄기가 무성하다. 이것저것 손 봐야 할 게 많지만 아무래도 이번 주는 콩 순지르기가 우선일 듯.
 
태풍이 온다고는 하는데 다행히 오후가 되자 비가 그치고 해가 나온다. 아직은 무더운 날씨니 급하다고 땡볕에 나갈 수는 없고. 그래 네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나와 일을 하니. 겨우 두 이랑 남짓 풀 뽑고 순 지르고. 이거 속도가 너무 더디다. 하지만 어쩌겠나.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매어 쓰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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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태 순지르기 - 둘째 날(9월 7일/맑음 20-29도)
 
다행히 ‘말로’만 태풍이 춘천까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덕분에 이틀은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고. 주말에 또 비소식이 있긴 하지만. 잘만하면 이번 주 안에 서리태를 심은 곳은 정리를 마칠 수 있을 듯. 또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 이미 빨갛게 된 지 한참이 지난 고추도 수확한다. 오늘같이 햇볕 좋고 바람만 잘 불어준다면 다음 비가 올 때까진 어느 정도는 말릴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하지만 따낸 고추 절반 이상이 이미 썩거나 물러져 있어 말리기 어려우니. 쾌히 마음이 좋지는 않다. 
 
서리태 순지르기 - 셋째 날(9월 8일/흐림 17-24도)
 
정신없이 풀 뽑고 순지르다 보니 해 지는 줄도 모른다. 어둑어둑해서야 자전거에 오르는데. 불과 며칠 사이 해 지는 시간이 많이 빨라진 듯하다.
 
서리태 순지르기 - 넷째 날(9월 9일/흐리고 비 19-21도)
 
오늘로 서리태 순지르기는 대충 마무리가 됐고. 오후에 비가 온다는 얘기가 있으니. 부식으로 할 감자도 조금 캐고. 다 죽어가는 고추에서 장아찌 담글 풋고추를 건져내고. 곁다리로 죽지 않고 살아남은 빨간 고추들도 따고. 한동안 손대지 못했던 땅콩 밭도 풀매고. 이것저것 꽤나 일을 했는데도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다.
 
장대비(9월 12일/비온 후 맑음 20-25도)
 
9일 낮부터 오늘 아침까지 춘천에 쏟아진 비가 무려 344.5mm다. 둘째 날이 가장 심했는데. 무려 195mm가 왔다. 그야말로 장대비였던 셈. 와도와도 너무 오는 것 같다. 이래가지고야 무신 농사가 될는지. 안 그래도 중곡동에서 안부 전화가 왔기에 그저. “어쩌겠어요. 그런가보다 해야지요. 하고 말았다. 하지만 갈수록 이상스러워지는 날씨가 걱정되지 않을 수밖에. 그런데도 무심한 건지, 애써 외면하는 건지. 누구 하나 뭔가 잘못됐다,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 유별나게 호들갑 떠는 것도 같고. 그냥 변화하는 날씨에 맞게 농사를 바꾸는 게 맞는 건지. 정말 잘 모르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9/13 00:31 2010/09/1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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