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

from 11년 만천리 2011/07/03 15:54

쏟아지는 비(6월 28일/맑음 21-25도)

 

6일 동안 비가 내리다니. 아무리 태풍에 장마가 겹쳤다고는 하지만 좀 심하다. 게다가 내리는 양도 어마어마하다. 23일엔 80미리가 넘게 왔고, 6일간 온 양이 200미리가 넘었다. 그야말로 쏟아졌다는 표현밖엔 달리 쓸 말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해가 갈수록 더해진다는 거다. 재작년에도 그랬고, 작년에도 그랬고. 매년 어째, 작년보다 심해진 것 같은데, 라는 말이 반복된다는 건데.

 

그래도 사람들은 무심하다. 아니 먹고 살기 바빠 이런 데엔 그때뿐인 관심밖에 없겠지. 그렇담 정부에서나마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터인데. 도통 삽질하는 데만 바쁜 모양새니. 곳곳에서 제방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기는데도 4대강 사업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헛소리나 하고 있으니. 하기야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적응’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나 일 터진 후에나 땜질 처방하는 짓이 여기에도 적용될 듯. 대체 언제 정신 차리고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려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나저러나 급한 건 일단 밭 상태라 비가 그치자마자 서둘러 자전거에 오르는데. 걱정했던 것 보단 그래도 상태는 나은 편. 고추 몇 대가 쓰러졌고, 한 쪽 귀퉁이에 물이 고이고, 배수로 쪽에도 아직 물이 덜 빠졌지만. 또 잡초가 쑥쑥 자라 다른 걱정이 생기기도 했지만 오이도 따고 애호박도 따고. 아직은 손가락만하지만 풋고추도 한 봉지 따니. 일일이 고추를 지주에 묶어주고 배수로도 손 보고. 따가운 햇볕에 땀을 흘려도 일할 맛이 난다.

 

하지만 내일부터 또 폭우가 쏟아진다고 하고. 주말에도 장맛비가 이어진다고 하니. 비오기 전 심은 팥은 싹을 낼 수 있을까 걱정이다. 이러다 장마 끝물에 팥 대신 콩을 쭉 심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농사란 게 원래 바람과 해와 비가 하는 일에 그저 농부는 씨를 뿌리고 거두는 일이니. 느긋하게 기다릴 뿐.

 

장맛비 - 첫째 날(7월 1일/안개, 가끔 해 22-29도)

 

하루 쉬고 또 비가 내렸다. 이번엔 단 이틀 동안 210미리. 지난 번 6일간 내린 양과 맞먹는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걸까. 밭 한쪽은 물웅덩이다. 배수로를 손본다고 하긴 했지만 역부족인가. 느지막이 나와 밭을 보니 갑갑하다. 풀은 발목까지 자랐고. 오이며, 호박, 토마토는 세워준 지주끈을 훨씬 크게 자랐고. 일이 많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다 급한 것부터 손을 댄다. 일단 여기저기 줄기를 뻗어내고 있는 오이, 호박 등을 정리하고 지주끈도 묶어주고. 서리태 심은 곳 풀도 매주고. 그나마 물이 조금 잘 빠지는 곳 배수로도 다시 파주고. 정신없이 일하고 나니 금세 어둑어둑하다. 머 빨리 나왔어도 질퍽거리느라 별반 차이가 없었겠지만. 그래도 서둘러 나올 걸 하는 생각이다. 모래 또 비가 온다고 하는데.

 

장맛비 - 둘째 날(7월 2일/줄곧 안개 23-29도)

 

새벽부터 부지런히 나와 일을 했는데도 하고나니 참. 겨우 콩 심은 이랑 두 개 풀 매준 것 밖에 없다. 급한 거는 어제 대충 해놨으니 열심히 김매기만 해면 되니 그리 한 것인데. 세 시간 가까이 호미질을 했는데도 겨우 이 정도라. 대충 눈대중으로 계산해도 한 일주일은 꼬박 매달려야 겨우 풀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락가락하는 장맛비 때문에 일주일은커녕. 7월 한 달은 꼬박 풀과 뒤엉켜야만 할 듯. 물웅덩이 생긴 쪽에 배수로 다시 파고 자전거에 오르니 땀이 줄줄 흐른다. 안개 때문에 해는 보이지 않아도 습도가 높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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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15:54 2011/07/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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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작

from 11년 만천리 2011/06/26 23:27

또 김매기 - 첫째 날(6월 20일/무더움 23-32도)

 

허걱. 어젠 34도까지 올라갔다. 올 들어 가장 더웠던 셈인데. 오늘도 만만치가 않다. 해가 뜨자마자 덥기 시작하는데. 급기야 10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땀으로 옷이 다 젖는다. 그래도 다행히 수요일부턴 장맛비가 오고 또 더위도 한 풀 꺾인다고 하니. 오늘, 내일 열심히 풀 뽑고, 수요일 아침엔 이것저것 또 심고. 그리고 나면 한 나흘은 풀 쉴 수 있을 터다. 물론 그러고 나면 풀은 지금보다 더 무성하겠지만. 그리고 또 보름 이상은 풀 뽑느라 정신없겠지만. 헤. 그래도 당장 쉴 수 있다는 데 대 환영이다.

 

또 김매기 - 둘째 날(6월 21일/무더움 19-30도)

 

내일부터 장마란다. 근 열흘 넘게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이젠 비 걱정을 해야 한다. 그래도 가뭄에 더 죽진 않겠거니 생각하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겨우 싹을 냈던 팥은 절반이 죽어나간 것 같고. 서리태며 메주콩도 여기저기서 잎이 말라가는 게 보였는데.

 

오늘까지만 김매기를 더 하고 내일은 비 오기 전 이것저것 또 심어야 한다. 벌써 3번짼가. 하지만 배수로도 손봐야 하고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하니 지주도 손봐야 하니. 겨우 팥만 듬성듬성 심어야 할 판. 다음 주 월요일까지 비가 온다고 하니 나머진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할 듯.

 

장마 시작(6월 22일/흐린 후 비 21-25도)

 

아침 일찍부터 바쁘다. 예보로는 오후부터 장맛비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자전거에 오르니 벌써 한 두 방울 후두둑. 급한 건 팥 심기. 그리고 나면 배수로 손 보고. 또 지주도 한 번씩 더 묶어주고. 시간 남으면 풀도 뽑고.

 

서둘러 일을 해나가니 제법 빠른 시간에 이것저것 많이도 했다. 팥 심는 건 1시간 만에 끝. 배수로 파는 건 30분 괭이질 하고 조금 쉬었다가 또 하고 해서 역시 1시간 만에 끝. 지주 손보는 건 10여분. 덕분에 메주콩 심은 곳도 김매기. 대충 마무리 짓고 자전거에 오르니 때 맞춰 비가 온다. 다행이 집에 도착할 때까진 오락가락. 점심 먹고 나니 장맛비가 내린다.

 

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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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6 23:27 2011/06/2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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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매기

from 11년 만천리 2011/06/20 18:50

다시 김매기 - 첫째 날(6월 14일/무더움 16-31도)

 

어제 하루 지주 세우기하고 오늘부터 다시 김매기다. 그제부터 팥 심은 곳으로 넘어왔는데, 얼추 하루에 한 이랑씩 하면 대충 10일 걸릴 듯. 이러다 장마 시작하기 전에 초벌 김매기를 다 끝낼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장마철에 접어들기 전에 한 번씩은 풀을 싹 정리해놔야 여름을 쉽게 넘길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머, 정 안 되면 저녁에도 나오는 걸로 하지, 라고 지금은 느긋이 생각하는데.... 그 생각이 얼마나 오래 갈까?

 

다시 김매기 - 둘째 날(6월 15일/무더움 17-31도)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다. 목덜미며 등짝이 뜨끈뜨끈. 11시가 넘으면 더 밭에 있기 곤란할 지경이다. 7시쯤 밭에 나오니 대략 4시간 정도 일하는 셈. 얼핏 꽤 많은 시간 일하는 것처럼 보이나 진도는? 글쎄. 별로 쉬지도 않고 일하는데도 다 하고 나면 겨우 요거 했나, 싶다. 그래도 어째. 어차피 풀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새카맣게 타기 전에 얼른얼른 끝내고 집으로 가야지.

 

다시 김매기 - 셋째 날(6월 16일/무더움 19-32도)

 

허걱. 어제, 그제는 덥다 해도 일은 할 만했는데 오늘은 좀 심하다. 가만있어도 가슴팍으로 땀이 주르륵. 바람이 불긴해도 더운 바람이라 부나마나. 그래도 목표한 두 이랑은 해야겠기에 11시까지 주구장창 호미질이다. 중간에 잠깐 토마토며 호박, 오이 지주끈 묶어준 것 빼곤.

 

다시 김매기 - 넷째 날(6월 17일/무더움 18-31도)

 

어제랑 똑같다. 쓸 말도 없다. 비는 언제 오나. 장마 맞나? 풀만 안 뽑힌다.

 

다시 김매기 - 다섯째 날(6월 18일/무더움 19-30도)

 

근 일주일 넘게 30도가 넘는 무더위다. 지난 주 일요일에 달랑 2mm 정도 비가 온 걸 빼면. 이러다 가뭄소리 나오는 건 아닌가 걱정이다. 예보를 보니 다음 주 목요일은 돼야 장맛비가 온다는데. 물 길러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소낙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통 소식도 없으니. 이래저래 마음만 답답하다.

 

그래도 풀은 잡아야하기에 새벽부터 나와 김매기를 하고. 그 와중에도 열심히 줄기를 뻗는 토마토며 오이, 호박에는 지주끈도 묶어주고. 그러고 보니 풀에 덮여 보이지 않겠거니 했는데. 팥 심어 놓은 게 싹이 잘 나질 않았다. 얼핏 보니 발아율이 한 60%는 되려나. 아예 처음부터 나지 않은 것도 있고. 싹은 나왔으나 어떤 동물이 뜯어 먹었나, 잎은 보이지 않고 줄기만 남은 것도 있고.

 

장대같은 비가 오기 전에 구멍난 곳에 마저 팥이며, 콩도 심고 배수로도 손봐야 하니. 다음 주는 이번 주보다 더 바쁠 듯. 아무래도 내일은 하루 푹 쉬면서 다음 주에 할 일을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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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18:50 2011/06/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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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 김매기

from 11년 만천리 2011/06/13 16:0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일 김매기지만 끝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저 풀들 사이에서도 서리태가 제법 자리를 잘 잡았다>

 

초벌 김매기- 첫째 날(6월 6일/무더움 17-26도)

 

자전거가 또 말썽이다. 다행히 없어지진 않았지만, 이번엔 펑크다. 덕분에 모처럼 아침 일찍 밭에 나가려고 했는데 또 버스를 타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혼자가 아니어서 좋다. 함께 버스를 타진 않았지만 그래도. 함께 풀도 뽑고, 밥도 사먹고, 명동에 나가 옷도 사고.

 

점심 먹고 낮잠 조금 자고 다시 밭에 나갔다. 이번엔 자전거를 타고. 거금 5천원을 들여 펑크 난 곳 때우고, 배고파 초콜릿바 사먹고 가니 4시 반. 다행히 작년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그늘을 만들어 일하기는 수월하다. 안 그랬으면 한여름 땡볕 같은 무더위에 나가떨어졌을 것.

 

이번 주 내내 서리태 심은 곳과 아직 싹이 나지 않은 팥 심은 곳 초벌 김매기를 해야 한다. 까딱하면 온통 풀천지가 되니 아침, 저녁으로 부지런히 다녀야한다. 덕분에 뱃살도 좀 빠지겠지.

 

초벌 김매기- 둘째 날(6월 7일/차차 흐려짐 14-27도)

 

오전엔 싹이 나지 않아 풀만 잔뜩 난 이랑은 다 들어 엎고, 오후엔 서리태 심은 곳 풀 뽑고 나니 하루가 금방 간다. 앞으로도 사나흘은 더 초벌 김매기를 해야 마무리가 될 것 같은데, 모래 비가 온다고 한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가 오면 그날 하루는 공쳐야 하니. 꼼짝없이 주말까진 아침, 저녁으로 나가야할 듯.

 

초벌 김매기 - 셋째 날(6월 8일/맑은 후 비 16-28도)

 

사흘째 김매기다. 아침, 저녁으로 오가며 일을 하니 피곤이 쌓인다. 낮에 쪽잠을 자도 그때뿐이고. 밤엔 좀 일찍 자야하는데 대체 뭘 하는지 꼭 1시가 다 돼서야 아차, 하니. 하지만 지금 열심히 풀을 잡아놔야 장마철을 쉽게 넘길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다. 다행이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하루 쉴 수 있고. 또 마저 다 못 심은 곳. 심었는데 싹이 나지 않은 곳. 두루두루 더 심을 수 있으니 힘들어도 참을만하다.

 

초벌 김매기 - 넷째 날(6월 10일/안개 15-26도)

 

어제는 하루 쉬었다. 그제 밤 내린 비도 비지만 중곡동 식구들이 왔기 때문이다. 뭐 맘만 먹음 아침에라도 또 점심 먹고 올라갔으니 저녁에라도 밭에 나올 수야 있었겠지만. 삼일 내리 아침, 저녁으로 김매기를 했더니 손가락 끝이 갈라지고 껍질이 벗겨져 아무래도 좀 쉬엄쉬엄 해야겠기에 그리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도 건너뛰고 저녁에야 겨우 나와 서리태 심은 곳 풀 뽑아주고. 부쩍 자란 토마토 지주끈 묶어주고. 너른 밭에 여기저기 풀이 우거지니 마음은 심란한데 해는 금방진다. 곧 장마다. 무슨 수를 내야지.

 

초벌 김매기 - 다섯째 날(6월 11일/무더움 16-31도)

 

초여름 날씨다. 아침엔 겨우 10시만 되도 벌써 목뒤며 등이 뜨끈뜨끈. 저녁엔 7시, 8시가 되도 25도가 넘는다. 풀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데 일할 시간은 짧아지고. 애초에 올 농사는 쉬엄쉬엄, 풀도 어느 정도는 포기 아닌 포기, 다 잡진 말자, 이렇게 맘은 먹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러다 이거 온통 풀밭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초벌 김매기 - 여섯째 날(6월 12일/무더움 17-30도)

 

남부지방은 장마라던데 여긴 아예 장마가 끝난 듯. 어찌된 게 6월 초인데 날씨는 8월이람.

 

어제까진 서리태 심은 곳 김매기를 했는데 오늘은 팥 심은 곳으로 옮겨왔다. 서리태 밭을 다 한 건 아닌데 아무래도 그냥 뒀다간 어떤 게 팥인지 구분하질 못할 것 같아서다. 서리태야 풀들 사이에서 삐쭉 올라온 데다 본잎도 풀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팥은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심으면서 풀을 매야 했기 때문에 이게 풀인지 팥인지 헛갈린다. 해서 뭐 어디 급하지 않은 데가 없겠지만 팥 밭으로 온 것이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부터 11시가 다 되가는 시간까지 일을 하고 돌아보니. 겨우 팥 심은 이랑 하나와 서리태 심은 이랑 하나 김매고. 토마토 지주끈 묶고. 땅콩 조금 심었다. 등은 뜨끈뜨끈하고 배는 ‘꼬르륵 꼬르륵’.

 

결국 저녁엔 소낙비가 내린다고 하니 다시 나오기 힘들겠지만. 지친 몸에, 배고픔에, 밭에 나온 지 근 4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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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16:05 2011/06/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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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풀기(5월 30일/맑음 19-28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풀들을 보고 있으면 속이 다 울렁거린다. 또 땡볕에 골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미친 듯이 풀을 잡아 뜯는 모습이 떠올리기 때문이다. 뭐, 콩이나 내일 심을 팥은 어영부영 김매기를 해줘도 되겠지만. 이제 막 싹이 나기 시작한 땅콩이나 옥수수, 아직 싹이 나지 않은 조, 기장 등등은 지금부터 풀을 매야줘야지 안 그럼. 걷잡을 수 없이 뻗는 풀에, 생각만 해도 갑갑하다. 해서 슬슬 몸 풀기로 옥수수 심은 곳 풀을 열심히 맸다

 

팥 심기(5월 31일/비 오락가락 15-22도)

 

벌써 두 번째다. 자물쇠를 잘라낸 걸 보니 전문적인 털이범일 수도 있겠고. 더 좋은 자전거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딱 보기에도 고물 같은 걸 가져간 걸 보면. 오죽이나 급급했을까도 싶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나 일단은 내 코가 석자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맘먹고 팥이며, 메주콩, 녹두, 수수 등을 심으려 했는데 자전거가 없으니 어쩌나.

 

결국 오랜만에 버스타고 밭엘 간다. 자전거나 버스나 걸리는 시간은 매한가지 30분. 하지만 준비했던 걸 도로 가방에 옮겨 담고. 버스 기다리고, 내려서 걷고 어쩌고저쩌고 하니 금새 11시다. 이런. 비는 집 나올 때보다 더 거세고.

 

점심까지 쫄쫄 굶어가며 겨우 팥만 심었는데도 4시가 훌쩍 넘는다. 비가 오는 것도 작업을 더디게 하지만 문제는 풀이다. 밭 갈고 한참이 지났으니 여기저기서 풀이 올라오고. 풀매면서 팥을 심으려니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겨우 겨우 물 한 모금 축이는데 나중엔 그 시간마저 아깝다. 허기진 몸과 허전한 마음을 이끌고 집에 오니 5시. 완전녹초다.  

 

나머지 모두 심다(6월 1일/비온 후 맑음 14-22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버스타고 밭에 나와 풀매면서 녹두, 수수, 메주콩을 다섯 시간 넘게 심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완전녹초다. 겨우 집에 와 콩국수 먹고 자전거 주문하니 8시. 축구나 봐야겠다. 

 

물주기(6월 2일/맑음 15-26도)

 

비가 온다는 얘기만 철석같이 믿고 메주콩, 수수, 녹두를 심었는데. 그제와는 달리 비가 오지 않아 아침부터 물 주러 나선다. 그제 밤, 비가 꽤 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심을 때, 심고 나서 비 한 방울 오지 않아서다. 자전거가 없으니. 한 시간 넘게 버스 기다리고, 두 시간 물주고, 삼심 분 걸어서 버스 타러 가고, 다시 삼십 분 버스타고 집에 오니 2시가 넘는다. 에고. 자전거는 언제 오나.

 

풀 뽑기(6월 3일/맑음 14-25도)

 

아침엔 버스타고 가서 풀 뽑고. 오후엔 아침에 도착한 자전거 타고 가서 풀 뽑고. 이제 본격적으로 풀을 잡아줘야 한다. 아침 2시간, 저녁 2시간 동안 옥수수 심은 곳 김맸으니. 내일부턴 서리태 심은 곳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멀칭한 곳도 풀을 뽑아야 한다(6월 4일/맑음 17-26도)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고구마 심은 곳은 신문지 멀칭을 했다. 조금이라도 풀을 덜 매려고. 하지만 이곳도 풀이 올라온다. 사이사이 벌어진 틈이며 찢어진 곳으로. 다른 데에 비하면 이런데 풀 뽑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땡볕에 풀매는 건 매한가지. 아침, 저녁 각 2시간 넘게, 도합 한 5시간 정도 고구마 심은 곳 김매고, 토마토 지주 세워주고 나니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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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6 22:20 2011/06/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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