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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미국을 가다..파생상품 판매인 코그네티의 증언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1부-2. 미국을 가다…파생상품 판매인 코그네티의 증언
ㆍ“전 세계가 탐욕에 눈멀어 빚잔치를 벌였다”
ㆍ과도한 차입 의존 투자방식이 화근…“시스템의 위기”
ㆍ사무실 대출 등 터질 문제 많아…‘L자형 침체’ 예상

월가 생활 7년째인 코그네티(37)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터지기 직전까지 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미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은행의 판매부서가 그의 자리였다. 부서 내의 트레이더들이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그것을 섞고 짜깁기해(구조화) 상품을 만들면, 그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모기지 부실이 드러나며 일하던 회사의 부서가 구조조정돼 없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월가를 나와 새출발을 한 그는 적응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온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를 미국과 월가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채담보부증권(CDO)의 경우만 해도 그렇죠. 월가에서 이것을 만들고 팔았지만, 누가 사갔습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사갔거든요. 그들도 이게 위험자산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월가 사람들처럼 많은 돈을 벌고 싶어했습니다. 그런 욕심이 모이다 보니 전 세계에서 위험한 금융자산의 비율은 점점 더 커져간 거죠.”

이번 금융위기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탐욕에 빠진 결과라고 그는 강조했다. “월가 밖의 사람들도 빚을 내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겁을 내지 않았습니다. 만약 월가 사람들의 탐욕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저 역시 세계 각지의 사람들도 탐욕스러웠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동안 월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벌었죠. 저 역시도 1년에 20만달러 이상의 돈을 받는 것에 대해 한번도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특권을 누리고 살았어요. 하지만 월가의 금융회사는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치열했어요.”
월 가에 켜진 ‘빨간불’ 지난 14일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횡단보도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세계 금융의 심장부로 호황을 누리던 월스트리트는 전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전락하면서 금융기관들이 연이어 파산하고 있다. 뉴욕 | 유희진기자

밥먹을 틈도 없이 일했던 당시의 상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서로 경쟁하면서 많은 수익을 내려고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했죠.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죠.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겪은 월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이 위기를 초래한 것은 월가 사람이라기보다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과도한 레버리지(leverage·차입)에 의존한 투자방식이 문제였죠.”

그는 위험하게 질주하는 월가를 보며 “언젠가는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동안의 월가는 돈 놓고 돈 먹는 카지노 판이나 다름없었어요.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투자했죠. 월가에서는 레버리지로 돈을 버는 게 투자의 정석처럼 여겨지고 있었어요. 너도 나도 빚잔치에 뛰어들었습니다. 심지어 자본력이 약한 사람들조차 빚을 내서 돈을 벌려고 했어요.”

막상 문제가 터지자 정신이 없었다. 그는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고, 나에게 이렇게 빨리 그 불똥이 튈 줄은 더더욱 몰랐다”고 했다. “올해 초 회사에서 근무하던 부서가 구조조정으로 없어지고, 최종적으로는 그 거대한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것까지 보면서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어요. 넋놓고 며칠을 보내다가 어떻게든 다시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올해 3월 그는 부동산 관련 회사에 다시 직장을 잡았다. 그는 “지금도 사실 적응 중이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별 수 있나요. 이제는 일한 만큼 버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도 터질 게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을 직접 팔았고, 또 그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했는지도 잘 알고 있어요. 내가 취급했던 그 상품들이 다 드러났나 하고 생각해보면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주택 외에도 사무실 대출이 남아 있다는 것도 알아야죠.”

한창 이야기를 하던 그는 갑자기 손가락으로 공중에 영어 알파벳 L자를 그렸다. “보통 U자형을 이야기하죠. 바닥을 찍었다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저는 이번 위기는 L자형 침체의 지속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대공황까지의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주 긴 시간 동안 고통스럽게 진행이 될 것으로 봅니다.”

<뉴욕 | 유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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