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오바마라는 현상, 환상, 거울

평발님의 [오바마 현상(보론)] 에 관련된 글.

간단하게 메모를 남긴 길에 '윤삼님'이 글을 남겼다. 한참 댓글로 글을 쓰다가 그러지 말고 포스팅을 해서 생각을 정리하자고 마음먹었다.

1. 오바마의 새로운 미국이 더욱 위험하다: 내생각은 그렇지 않다. 오바마가 말하는 새로운 미국은 미국의 건국이념에서 파생되는 가치의 회복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일본의 막가파식 쇼비니즘하고는 다르다. (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2. 윤삼님과의 차이는 추상/구체의 차이다: 오바마라는 거울에 비춰 본 우리 좌파의 정치가, 내가 보고 싶은 부분이다. 그러므로 추상성의 문제가 아니라 오바마 당선이라는 사실을 사건화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최근 <시사인>이나 <한겨레21> 등 내용을 보니 약간은 과도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그런 과도함에는 사건 자체의 대단함(최초의 흑인대통령, 정치패러다임의 변화 등등)도 있지만, 그 사건에 의해 반추되는 우리 현실에 대한 실망도 있기에, 이해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으로 민주당의 선거홍보전략을 자문했던 레이코프가 말하는 것은, 적어도 내가 이해할 때 매우 단순하다. 전통을 말하는 보수당에 전통으로 맞서라는 주문으로 읽었다. 레이코프는 민주당의 가치가 바로 미국의 가치임을, 그리고 보수당이 말하는 전통이 사실 미국의 전통이 아님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라고 가르쳤다.

내 생각으론 오바마의 승리는 레이코프식 선거전략이 이긴 것이다. 이를테면, 오바마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했던 정치적 수사 "진보의 미국도, 보수의 미국도 없다. 우린 모두 미국인일 뿐이다'라는 말은 바로, 보수당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미국이라는 가치'를 확실하게 뺐어왔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 좌파가 말하는 부유하는 관념성에 대한 것이다. 사회주의라고? 지금 우리곁엔 사민주의와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넘쳐나지만, 그것이 뿌리내리고 있는 정서가 무엇인가?

우리가 말하는 가치란, 관념적인 코스모폴리탄적 이상외엔 무엇이 있는가? 호혜성엔 하나의 주체가 아닌 양자의 주체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이념과 가치에서 '나'를 숨기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진보정당의 뿌리는 볼세비키인가 조선공산당인가? 조봉암의 진보당은 카우츠키식의 수정주의에 불과한가? 80년대의 사구체논쟁은 현 시기 정세분석과는 어떤 통시적 연관성도 없는가?

거창하지만...

사실은, 이런 최근의 고민 때문에 '오바마 현상'에 대한 계급적? 분석에 동의할 수가 없다. 단 활동가가 아니라 평론가라면, 그 평론의 '자기없음'에 기대어 용인할 수 있다고 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