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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아이슬란드가 문제? 제어할 시스템 부재로 몰락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아이슬란드가 문제? 제어할 시스템 부재로 몰락
미국식 금융자본주의 모델의 모범생 아이슬란드는 한때 그 놀라운 성장으로, 이제는 붕괴의 깊이와 속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해에도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유엔 주도 설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면서 부러움 섞인 시선을 받았지만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아이슬란드는 ‘1976년 영국 이후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서방국가’라는 치욕적인 ‘가시 면류관’을 쓰게 됐다.

아 이슬란드의 급속한 도약, 그 도약보다 더 급속한 추락은 지난 30여년간 ‘시대정신’으로 군림해오다 그 지위를 도전받고 있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위험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이처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아이슬란드는 수산자원과 전력자원, 온천과 간헐천, 빙하를 중심으로 한 관광자원 외엔 이렇다할 자원이 없는 나라였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물가상승이 항상 골칫거리였고, 정부는 금융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그러나 90년대 다비드 오드손 총리 주도의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 도입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장인 그는 91년부터 14년 동안 총리로 재임하면서 공격적인 금융 자유화를 추진했다.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법인세도 순차적으로 내려 90년대까지 50%였던 법인소득세율이 현재는 18%다. 97년부터는 정부 소유 대규모 은행의 지분매각이 시작됐다. 총리실이 진두지휘한 주요 은행들의 민영화는 2003년 완료됐다. 세계 각지에서 높은 이자율을 쫓아 돈이 몰려들었다. 외국자본이 넘쳐났고, 아이슬란드 크로나화는 강세를 보였다.

민영화된 은행들은 아이슬란드 내부 시장이 너무 작아 성장에 한계를 느끼자 영국·네덜란드·노르웨이 등 유럽으로 나가 몸집을 키워나갔다. 정부는 사실상 투기에 가까운 은행들의 영업행태를 용인했다. 카우프싱·란츠방키·글리트니르 등 3대 은행의 자산규모는 아이슬란드 국내총생산(GDP)의 12배가량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70%는 해외 자산이었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 기반이 낮은 아이슬란드는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2008년 2·4분기 대외채무는 약 1205억달러로 GDP의 7.3배를 기록했으나 외환보유액은 36억7000만달러(9월말 기준)에 불과했다.

결국 아이슬란드 은행들은 자신들이 복제했던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자금 회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졌다. 토르올브르 마티아손 아이슬란드 국립대학 교수는 “아이슬란드 위기는 금융 자유화에 따른 은행의 과잉성장과 그것을 제어할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김재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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