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해체로 ‘국민 주권 정부’ 걸맞은 ‘소비자 주권 언론’ 돼야
그동안 기자실-기자단을 없애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5월, ‘취재 선진화 방안’이라는 개혁안이 나왔습니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독점해 온 기자실을 모든 기자가 사용하는 브리핑룸으로 바꾸고, 각 부처의 브리핑 내용을 동영상으로 송출하는 ‘전자 브리핑 제도’를 도입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정보를 모든 사람에게 투명·공평하게 개방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쉽게 이 방안은, 기득권 언론이 언론자유 탄압, 취재 방해라고 생떼를 쓰면서 실패로 끝났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몇 달 앞두고 추진하는 바람에 정쟁으로 번지며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 언론계와 교감이 부족했다는 점이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또 권력이 위에서 밀어붙이는 하향식으로 추진됐고, 시민들의 지지도 약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크게 다릅니다. 무엇보다 기자실-기자단으로 상징되는 기득권 언론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큽니다. 인터넷 시대의 롱테일 상품 판매 방식이 보여주듯이, 수많은 작은 매체를 합치면 소수 기득권 매체를 압도할 정도로 언론 지형이 달라질 것입니다.
기득권 언론의 반발도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합니다. 이재명 정권의 대통령실이 브리핑 때 대변인뿐 아니라 질문하는 기자도 비출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예고했는데도 언론계의 공식 반발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라면 ‘기자를 압박해 까칠한 질문을 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라고 난리를 부렸을 터인데 말입니다. 정권 초기라는 점도 기자실-기자단 제도를 혁파하기에 적절합니다. 일본의 서민 재상 다나카 가쿠에이가 말했듯이, ‘정권은 정권을 잡았을 직후 가장 힘이 세’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권의 ‘취재 선진화 방안’ 발전적 계승 필요
이재명 정권은 다른 사안도 마찬가지지만 언론 분야에서도 점수 따기가 매우 쉽습니다. 언론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전임 대통령 윤석열의 악행을 바로잡기만 해도 박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에 만족하면 안 됩니다. 후퇴했던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에 멈추지 말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언론개혁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저는, 노무현 정권 때 시행하려다 실패한 취재 선진화 방안을 대통령실부터 발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언론개혁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질문하는 기자를 비추는 카메라 설치 건도 이런 큰 그림 속의 작은 조각이 돼야 더욱 빛날 것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