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25 국방수권법 제821조는 언뜻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 조항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에게 일어날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미국은 이미 호주, 영국, 캐나다와 함께 '경쟁적 군수지원' 체계를 실험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호주 다윈항이다. 2022년부터 건설 중인 이곳 연료기지는 11기의 대형 탱크에 군용 항공유 3억 리터를 비축할 수 있다. 대만 유사시 미 공군의 후방 보급 허브로 설계된 이 시설에서는 B-52 전략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의 순환 배치를 뒷받침하는 실전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현지 전투 장비 수리가 가능한 '전장 정비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전면전 시에도 병력을 후방으로 철수시키지 않고 인근 제3국에서 무기와 차량을 수리해 재투입하는 분산 정비 개념이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도 군수 물자의 사이버, 물리 보호 체계와 분산 운송망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전시에도 연료와 탄약, 예비 부품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이미 가동 중인 '후방 군수 네트워크'에 우리나라와 일본을 공식 편입시키겠다고 법에 명시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군사 협력이 아니라 미군 전시 작전 인프라에 우리가 직접 들어가게 됐다는 뜻이다.
이 조항이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것은 미 의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이 급속히 강화된 배경이 있다.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에서 핵협의그룹(NCG) 창설에 합의했고,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수준의 안보협력"을 천명했다.
이 과정에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연합훈련 확대, 방산기술 협력 등이 구체화되었고, 결국 미국 의회는 국방수권법 제821조를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경쟁적 군수지원 네트워크에 공식 편입시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다시 말해, 이 조항은 단순한 법률 조문이 아니라 지난 2년간 한미 정부 간 긴밀한 협의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변화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조항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뀔까? 예를 들어 부산, 포항, 목포 같은 항만은 미군이 탄약이나 연료를 보급받는 주요 거점이 될 수 있고, 김해공항에는 미군 항공기의 정비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창원이나 대전에는 미사일을 조립하거나 점검하는 설비가 생길 수도 있다.
단순히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시설만이 아니다.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진다면, 우리 항만과 공항이 미군의 작전 출발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쟁이 우리 땅에서 시작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가 미군의 '전진 보급 기지'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참고할 만한 호주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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