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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사장이 울며 박 대통령 뜻이라고 사퇴 종용”

등록 : 2014.05.16 22:46수정 : 2014.05.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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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보도국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보도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직 사퇴의 뜻을 밝힌 뒤 걸어나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청와대 개입’ 폭로
“길 사장이 ‘해경 비판말라 청와대 지시다’ 말해”
보직 부장 18명은 “길 사장 퇴진” 요구하며 사퇴

청와대가 <한국방송>(KBS) 길환영 사장을 통해 “해경을 너무 비판하지 말라”고 자기한테 지시했다고 김시곤(사진) 전 보도국장이 폭로했다. 그는 자신의 국장직 사퇴도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김 전 국장은 16일 밤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신관에서 열린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세월호 보도 과정에서 (한국방송의) 해경 비판이 이어지니, 길 사장이 직접 ‘비판하지 말라.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한창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나중에 하더라도 비판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해왔다고도 했다. 김 전 국장은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건 보도에 대해서도 “순서를 좀 내리라든가 하는 (외부의) 주문이 있었다”고도 했다.

 

또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국장직 사퇴는 청와대의 직접적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길 사장이 당시 “청와대한테서 연락이 왔다. 3개월만 쉬면 일자리 찾아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특히 길 사장은 “이를 거역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건 대통령의 뜻이다”고 말하면서 울었다고 김 전 국장은 전했다. 이날 총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김 전 국장의 발언은 총회에 참석한 기자들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앞서 <한국방송> 보도본부 소속 보직부장 18명이 스스로 보직을 내려놓으면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임창건 보도본부장도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 보도본부 이준희, 유석조, 곽우신 뉴스제작1·2·3부장, 김혜례 라디오뉴스부장, 이춘호 정치외교부장 등은 이날 성명을 내어 “최근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부장직에서 사퇴한다”며 “길환영 사장에 요구한다. 즉각 사퇴하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세월호 보도를 맡아온 조재익, 장한식 사회1·2부장도 동참했다. 해설위원실과 함께 보도국, 시사제작국 등 5개 국이 속한 보도본부엔 모두 27명의 보직 부장이 있다.

 

부장들은 “길 사장은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케이비에스 보도에 사사건건 간섭해왔다고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폭로했다.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케이비에스의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케이비에스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한국방송 보도본부 팀장 46명도 성명을 내어 “길 사장이 끝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부장들의 뒤를 이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보직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길 사장 쪽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효실 이정국 기자 trans@hani.co.kr

 

 

[전문] 김시곤 전 KBS 국장 발언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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