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한 지인이 영국의 법대 교수에게 한국의 검찰권에 대해서 말하니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 했다. 한 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으며 기소독점권과 기소편의주의까지 갖고 있다는 설명에 "그런 기관을 두고 어떻게 인권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라고 계속 반문하더라는 것이다. 이 교수의 질문은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법학 교수가 갖는 당연한 의문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 사람들은 한국이 얼마나 전근대적이고 비정상적인 사법체계 속에서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
이런 비정상의 뿌리를 캐보면 십중팔구 일제 식민통치의 잔재이기 십상이다. 우리 선조들의 사법시스템은 이렇지 않았다. 지금 이 나라는 법치(法治)인지 인치(人治)인지 구분하기 힘들지만 조선은 그렇지 않았다. 조선은 먼저 수사권을 여러 기관에 분산시켰다. 수사권을 사헌부, 형조, 의금부, 포도청, 한성부, 장예원 등으로 나누었다. 사헌부는 지금의 검찰격이고, 의금부는 지금 국민들의 도입 주장이 높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라고 할 수 있다. 포도청은 경찰청격이다.
수사권을 분산시킨 것은 실체적 진실을 캐고 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조선에서 사헌부에 사건을 신고했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사건을 덮으려고 들면 바로 사간원에서 탄핵에 나서고 의금부가 즉각 수사에 나서 사실일 경우 사헌부 관원을 구속했다. 수사권이 분산되어 있으니 혼란스러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담당 사건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형조·의금부·사헌부는 중대 사건을 다뤘고 포도청은 강·절도 사건을 주로 다뤘고, 장예원은 노비사건을 주로 다뤘다. 전문분야별로 수사권을 분산시킨 것이다.
이중 대표적인 수사기관은 사헌부였다. 사헌부는 하루라도 먼저 부임한 선배가 출퇴근할 때는 후배들이 모두 일어서서 예를 표할 정도로 내부 기강이 엄격했다. 그러나 사헌부 수장인 대사헌도 문제가 있으면 내부에서 먼저 탄핵했다. 중종 때 대사헌이 된 이점(李坫)이 경상감사 시절 연산군에게 흰 꿩을 바쳤던 사실이 드러나자 사헌부의 장령 등은 즉각 대사헌을 탄핵했다. 물론 사헌부 관원들도 사람인 이상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태종 4년(1404) 1월 허가증인 패(牌)가 없는 매 소유자를 수사하는데, 좌명 1등 공신인 태종조의 실세 신극례(辛克禮)가 수사망에 들었다. 신극례가 사헌부 집의(종3품) 민약손 등에게 "이 매는 주상께서 주신 것이다"라고 협박하자 민약손 등은 수하 수사관들인 소유(所由)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러자 사헌부 감찰(종6품) 박하 등이 "왜 소유에게 책임을 돌리느냐?"면서 상급자인 민약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사헌부 관료들은 직급은 낮아도 선비 중의 선비라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권력에 굴하지 않았다. 그래서 백성들의 신뢰를 얻었다.
사헌부 대사헌은 차관격인 종2품에 불과하지만 <연려실기술>의 '관직전고(官職典故)'에서 사헌부 관원이 "정색하고 조정에 서면 모든 관료가 떨고 두려워 한다"고 전할 정도로 권위가 있었다. 사헌부의 이런 권위는 죄 없는 사람도 죄인으로 만들고, 죄 있는 사람도 기소하지 않는 '내 맘대로' 법운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연려실기술>은 사헌부 관료는 "편복(便服)으로 거리에 나서지 못했고, 친구 초상 때도 반혼(返魂:장례 후 신주를 집으로 모심)할 때 장막을 교외에 쳤어도 감히 나가서 곡하지 못했다"고 전하고 있다. 친구의 장례식 참석도 꺼릴 정도로 자신의 처신에 엄격하면서 불법에는 추상같았던 참 선비의 자세가 백성들의 신뢰를 샀다.
조선에서 사헌부 관료들이 기업의 청탁을 받아서 청탁수사를 하거나 심지어 기업을 협박해서 일감을 따내는 일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헌부 관원들은 선비 중의 선비라는 자부심과 수사권 분산에 의한 수사기관의 상호견제라는 선조들의 국정 운영 시스템에 의해 조선 최고의 수사기관으로 우뚝 섰던 것이다.
수사권·기소권 독점 시킨 이유? '독립운동 탄압'
한국 검찰이 조선과 달리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할 수 있게 된 뿌리는 1912년 3월 18일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가 제령 11호로 공포한 이른바 '조선형사령'에 있다. 제령은 조선 총독의 명령을 뜻한다. 메이지 헌법에 따라 일본은 제국 의회에서 법률을 제정했지만 식민지 조선은 메이지 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기에 조선총독의 제령이 곧 입법이었다. 총독부에서 검찰에게 수사권·기소권을 독점시킨 이유는 독립운동을 쉽게 탄압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조선형사령'이 독립운동가 억압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호모순된 조항이 많았다. 그 11조도 그중 하나인데, "①검사는 현행범이 아닌 사건이라도 수사결과 급속한 처분을 요하는 것이라 사료될 때는 공소제기 전에 영장을 발부해 검증, 수색, 물건압수를 하고 피고인, 증인을 신문하거나 또는 감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범인 사건"이 아니라 "현행범이 아닌 사건이라도"라는 희한한 규정은 두말할 것 없이 독립운동가들을 마음대로 잡아가두기 위한 것이었다.
11조의 ②항은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검사에게 허락된 직무는 사법경찰관 역시 임시로 이를 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검사에게 수사권, 기소권을 독점시켜 놓고 사법경찰관에게도 임시로 같은 권한을 준 것 역시 독립운동가를 때려잡기 위한 것이었다.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가 만든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은 해방 이후 친일 청산에 실패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진 친일잔재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독점구조 해체는 일제잔재 청산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할 문제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어떤가? 사드는 한반도 내 배치를 결정하는 순간 남·북한간의 관계를 넘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결 현장으로 전환하게 되어 있는 문제였다. 우리가 중국과 선린관계를 맺은 것은 남북국시대부터만 따져도 1300여 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이다. 반면 미국과 동맹관계였던 것은 해방 후 70여 년에 불과하다.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북한 땅에 대해 눈독을 들이는 것은 그것대로 엄중하게 따질 문제지만 우리가 무턱대고 미국 일방의 편을 들어 중국과 맞서는 것은 우리 역사의 경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사드사태의 주체인지 객체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 인조의 '하수'가 떠오른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주한미군 배치 결정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인조 5년(1627:정묘년) 만주족(여진족)이 세운 후금(청)이 압록강을 건너 조선을 침략하는 정묘호란의 배경에는 명나라 장수 모문룡(毛文龍:1567~1629) 사건이 있었다.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항주(抗州) 출신의 모문룡은 만주로 와서 군인이 되었다.
<동강소게당보절초(東江疏揭塘報節草)>라는 중국 사료에 따르면 후금이 만주 장악에 나서면서 만주의 안산(鞍山)에 있던 모문룡의 친족 100여 명이 살해되었고, 분개한 모문룡은 197명의 사사(死士:결사대)를 이끌고 반격에 나섰다. 모문룡은 지금의 단동(丹東)시 부근에서 후금을 꺾는 진강대첩(鎭江大捷)으로 명성을 떨쳤는데, 이는 수세에 몰리던 명나라가 후금을 상대로 거둔 귀중한 승리였지만 전세는 이미 이런 지역적 승첩으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후금에게 쫓긴 모문룡은 광해군은 14년(1622) 일부 군사들과 조선으로 쫓겨 들어왔다. 광해군은 모문룡 문제를 자칫 잘못 처리하면 신흥 강국인 후금 전체를 적으로 돌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모문룡을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명과 후금 중 누가 승리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광해군은 조선이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면 일방적으로 명나라의 편을 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모문룡을 해도(海島)로 숨게 해서 명나라와 후금 모두의 극한 반발을 막았다. 이것이 조선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이 광해군의 등거리 외교였다.
그러나 광해군의 등거리 외교는 명나라를 상국(上國)으로 섬기는 국내 친명 사대주의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서인들은 급기야 인조반정이란 쿠데타로 광해군을 내쫓았고, 광해군의 등거리 외교를 폐기하고 명나라를 상국으로 떠받드는 숭명반청(崇明反淸) 외교로 급격하게 전환시켰다. 이는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외교문제를 이념으로 끌어올린 하수였는데 이는 모문룡에 대한 대접에서도 잘 나타난다.
인조는 쿠데타 직후 20여 일 후인 재위 1년(1623) 3월 모문룡의 차관인 응시태(應時泰)를 명정전에서 접견하고는, "나라에 일이 많아서 지금에야 접견하니 마음이 심히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인조정권은 큰소리치는 모문룡을 상국의 구세주로 여기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지만 <인조실록> 2년(1624) 6월조는 모문룡이 "군사를 풀어 놓아 횡포를 부리면서 소와 말을 약탈하고 집에 감춘 것까지 수색해 빼앗아 연로(沿路)가 텅 비고 백성이 모두 호곡(號哭)했다"고 전할 정도로 약탈을 일삼는 패잔병에 불과했다.
청 태종은 모문룡과 조선의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가 인조 5년(1627) 1월 대패륵(大貝勒) 아민(阿敏) 등에게 3만 군사를 주어 압록강을 넘게 했는데, 이것이 정묘호란이다. 정작 외교문제를 이념화시켜 친명일변도의 외교정책으로 급선회한 인조정권은 아무런 국방대책이 없었고 이 와중에 이순신의 조카인 의주 부윤 이완(李莞)이 의주성에서 분전하다 전사했다. "오랑캐를 멸망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큰소리치던 모문룡은 후금군이 철산을 공격하자 신미도로 잽싸게 도주했다.
인조는 세자를 전주로 보내고 자신은 강화도로 들어갔지만 임란과 달리 의병이나 근왕병도 달려오지 않았다. 임진왜란 때 류성룡은 일본군의 머리를 베어오는 천민들은 양인(良人)으로 신분을 상승시켜주는 면천법(免賤法)을 통과시켜 백성들의 참전을 독려했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끝나자 선조와 양반들은 류성룡을 실각시키고 면천법을 폐기시켜 '양반 천국, 상민 지옥'의 조선을 재연했다.
그래서 정묘호란 때 백성들은 더 이상 양반 사대부를 위해서 싸울 생각이 없었다. 인조는 불과 두 달 후인 그해 3월 강화부 성문 밖에 단(壇)과 희생(犧牲)을 마련하고 후금과 정묘약조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정묘호란은 광해군이 임금이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불필요한 전쟁이었다.
썩어빠진 한국 사회... 제대로 갈아엎을 인재가 필요하다
▲ 이곳이 '헬조선'인 60가지 이유 트위터 사용자 '샤우트'(@187Centi)가 지난해 지난 12월 60개의 뉴스 방송 화면을 모아 올린 사진. 각 방송화면에서 전하고 있는 뉴스는 <GDP 대비 복지비 비율, OECD 최하위>, <아이들 '삶의 질' 꼴찌> 등 한국의 열악한 삶의 질을 보여주는 통계다.
전통시대에 동아시아는 농경민족인 한족(漢族)이 세운 송·명 등의 제국과 요·금·원·청 등 북방 유목민족 사이 중원을 둘러싼 패권다툼의 연속이었다. 이 구도가 지금은 전 지구적 범위로 확장되어서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패권다툼으로 재연되고 있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우리는 이 구도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진왜란부터 한국전쟁까지 이 땅에서 벌어진 모든 전쟁들이 국제전이었던 것은 우리 외교역량의 협애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가 약화되면서 여러 개의 중심축이 새롭게 생성되는 중이다. 경제적으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중이다.
사회적으로는 영국의 브렉시트나 필리핀의 두테르테 당선, 미국의 트럼프 현상 등에서 보듯이 좌우를 막론하고 기존 지배체제에 대한 민중들의 광범위한 불신과 전복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더 이상 친미 일변도의 외교정책으로는 이 복잡한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다. 당장 사드배치 결정의 가장 큰 수혜자가 북한의 김정은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이 사태의 복잡성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새로운 리더집단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와 시대에 대한 깊은 지식과 통찰력으로 우리 사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정치공학적 잔머리로 주판알을 튕기기 바쁜 지금의 여야정치세력이 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아직도 전근대적인 족벌 체제가 중심인 경제계도 마찬가지고, 국제대학 상위 순위에서는 이름을 찾기 어려우면서도 국내에서는 각종 카르텔로 독점적 지위를 이어가고 있는 지식사회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는 어느 한 곳 희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분야가 한꺼번에 붕괴하고 있는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심지어 '국가 해체'라는 이야기까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무능과 불통, 아집으로 똘똘 뭉친 현 정권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이에 대한 반사이익만 추구하는 야당에도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제 한국 사회는 여야나 좌우를 막론하고 기존의 지배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해체, 내지는 재조직 요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뚜렷한 역사관에서 건져 올린 미래지향적 가치관을 제시하고 실천하면서 한국 사회의 온갖 적폐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하는 정치세력이나 정치인이 등장한다면 정치공학적 계산에 매달리는 기존의 여야 정치인들은 단번에 도태될 수도 있다. 역사에 대한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썩어빠진 한국사회에 대한 근본적 창신(創新)에 나서는 그런 인재를 희구하는 것이 비단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광복절을 앞둔 8월 12일, 일본 정부는 10억엔(107억원)의 정부 예산을 출연하기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같은 뜻을 표명했다고 외교부가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굴욕적으로 받아들였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르면, 일본정부가 단돈 107억원을 내면 위안부 문제는 한일 정부차원에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종료되게 됩니다.
그간 한일 정부간에는 일본이 내기로 한 107억원에 대한 해석이 차이가 있어 107억원 출연이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107억원이 일본정부의 예산이므로 일본이 사실상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에 관한 배상은 1963년 한일수교과정에서 이미 종결된 것이므로 위안부 문제도 1963년에 박정희가 모두 일괄타결하였다고 주장합니다. 이번에 지급하는 107억원은 "배상이 아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로서 보다 나은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사업 지출“이라고 주장합니다.
위안부 문제는 태평양전쟁 시기에 발생하였던 일제의 전쟁범죄입니다. 일본의 위안부 범죄는 공소시효가 없이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일본이 위안부 범죄를 인정하지도 않고 있는데 “배상금을 지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제2의 전쟁범죄로 줄달음치는 일본
일본정부는 지금 오바마행정부의 지지를 등에 업고 한반도 문제에 정치군사적으로 뛰어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아베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운운하며 전쟁을 금지한 일본의 평화헌법을 재해석하였습니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앞으로 영구히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오로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자위권”만 있습니다. 그렇다면 “집단적 자위권”은 무엇입니까. 일본이 공격받을 경우뿐만 아니라 일본의 동맹이 공격받은 경우에도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군사동맹국은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으면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앞세워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이 북한의 공격을 받으면, 일본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앞세워 자위대를 대한민국에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태평양전쟁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오바마행정부의지지를 빌미로 아시아 재침략의 기회를 엿보는 것입니다. 일본정부가 우경화로 줄달음치면서 아시아 재침략을 바라는만큼, 저들은 추악한 전쟁범죄인 위안부 문제를 인정할 리 없습니다.
사실관계가 이러한데도 어떻게 일본정부의 단돈 107억원이 “배상금을 지불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까? 일본이 광복절을 앞두고 107억원을 우리정부에게 집어던진 것은, 가슴어린 참회와 반성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수 없게끔 입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일본정부가 107억원과 소녀상 철거를 연계짓는 것만 보아도 너무나 명확합니다.
지금 일본은 지난 태평양전쟁을 뉘우치고 전쟁범죄를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한반도에 보내기 위해 몸이 달아올라 있습니다. 우경화로 달려가는 일본이 박근혜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일본의 군사행동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발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배상금을 지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한다면, 그런 해석이야말로 “일본의 한반도 군사행동을 지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00년전, 나라를 팔아먹었던 친일파와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화해치유 재단은 해체되어야
일본정부의 107억원도 한일당국의 해석이 다른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이것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것을 받으면 향후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정부에 대해 위안부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107억원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데도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강행하였습니다. “화해, 치유”라는 이름부터가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새로운 한일관계 발전을 향한 일본의 성의”라는 일본정부의 해석이 주되게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위안부 재단이라는 개념부터가 2015년 12월 28일의 한일 굴욕합의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굴욕적 개념입니다.
화해치유재단은 해체되어야 합니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대응을 보면 명확합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이에 대해 “피해자 동의 없는 재단 설립은 정치적 폭력행위”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정부의 공식사과와 법적인 배상이 빠진 합의는 전면 무효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셨던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리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왜 정부는 우리를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두 번 세 번 죽이려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피해당사자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찌 “사실상 배상금”일 수 있습니까? 상식적으로 법원에서도 가해자가 아무리 돈을 주겠다고 해도 피해자가 반대하면 합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화해치유재단의 김태현 이사장은 일본의 10억엔에 대해 "치유금이지 배상금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은 일제의 위안부 전쟁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발행해줌으로써 일제의 제2, 제3의 전쟁범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망국적 행동입니다.
그러다보니 화해치유 재단이 출범을 선언한 7월 28일에는 대학생 20여명이 회견장을 점거하고 한일굴욕합의 폐기를 주장하였습니다. 한 20대 청년이 ‘화해와 치유재단’ 이사장의 얼굴에 캡사이신을 뿌리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 되어야 합니까? 태평양전쟁 뿐 아니라 지난 식민지배 전반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를 중단없이 요구해야 합니다. 진정한 한일관계는 일본의 성실한 반성이 있을 때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에게 면죄부를 발행하는 화해치유재단은 당장 해체되어야 합니다. <끝>
지난 11~12일 중국 심양에서 남북해외 연석회의와 관련한 실무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선 북측이 제안한 연석회의, 6.15민족공동위원회가 합의한 광복 71돌 민족공동행사와 노동자통일축구대회 및 각계층 통일회합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고 공동보도문을 채택, 발표했다.
이번 회의엔 남측에서 조성우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등 4명, 북측에서 김완수 연석회의 북측준비위 부위원장 등 5명, 해외측에서 손형근 연석회의 해외측준비위 부위원장 등 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보도문에서 “올해 광복 71돌을 계기로 진행하기로 했던 연석회의를 가지지 못했지만, 연석회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통일의 새로운 출로를 열어나가는 합리적 방도이며 역사적으로도 의의가 큰 제안이라는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며 “한반도에서 대결과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통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석회의 준비를 위한 노력을 적극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남측에서 준비위원회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따라 전민족적인 공동준비기구를 구성해나가기로” 했으며 “연석회의 성사를 비롯해 통일회합과 접촉을 전면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제반 문제들을 겨레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적극 협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6.15남측위는 “현재와 같은 민간교류 전면 중단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남북관계 위기를 격화시킨다는 점에서, 정부의 거듭된 불허에 굴하지 않고 남북해외의 만남을 통해 민간교류의 흐름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회의에 참석한 동기를 밝혔다. 아울러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 통일회합과 공동행사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공동보도문
<6.15남측위원회 연석회의추진기획단>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북 남 해외 제 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련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 및 <해외측 준비위원회> 사이의 실무회의가 8월 11~12일까지 중국 심양에서 진행되었다.
회의에서는 북측이 제안한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과 그 최고 형식인 연석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한 당면 활동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협의하였으며, 광복 71돌 민족공동행사와 노동자통일축구대회 및 각계층 통일회합 문제 등에 대해서도 토의하였다.
회의 참가자들은 올해 광복 71돌을 계기로 진행하기로 하였던 연석회의를 가지지 못하였지만, 연석회의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통일의 새로운 출로를 열어나가는 합리적 방도이며 역사적으로도 의의가 큰 제안이라는데 대해 인식을 같이하였다.
회의에서는 당면하여 한반도에서 대결과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통일을 위한 민족의 단합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석회의 준비를 위한 노력을 적극 전개해나가기로 하였으며, 향후 남측에서 준비위원회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따라 전민족적인 공동준비기구를 구성해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연석회의 성사를 위한 활동을 실정에 맞게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전개해나가기로 하였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남 북 해외 대표단은 연석회의 개최와 함께 광복절 민족공동행사, 노동자통일축구대회 등이 남측 당국의 불허로 이번 광복절에 성사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시하였으며, 남 북 해외의 접촉과 왕래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더욱 과감히 전개해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 해외는 앞으로 더 긴밀히 연계, 협의하면서 연석회의 성사를 비롯하여 통일회합과 접촉을 전면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제반 문제들을 겨레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적극 협의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
6.15남측위원회 연석회의 추진기획단
조선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북 남 해외 제 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
조국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남 북 해외 제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 해외측준비위원회
사드 배치를 두고 논쟁이 점점 과열돼 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6명이 사드 문제로 중국과 토론하고자 지난 8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중하겠다고 하자 보수언론은 물론 청와대와 새누리당까지 나서서 이들의 매국 행위로 맹폭을 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이면서 그동안 SNS에서 자기 입장을 자유롭게 표명해온 김홍걸 전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사드 문제 등에 어떤 입장일지 궁금해 지난 10일 그의 사무실에서 사드 문제와 함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더민주 의원 6명의 방중을 매국 행위로 규정한 것에 김 전 위원장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비판은 매우 부적절하고 어이없는 일”이라면서 “한 중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의원외교 차원에서 막아보려고 작은 노력을 하겠다는 것을 정부에서 오히려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부풀려서 이적행위라도 되는 양 매도한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 없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국론이 분열되면 안 된다고 주장은 70년대 유신정권식 사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매국 행위로 주장한다는 견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무책임하다고 하는 거다. 우리가 힘으로 중국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쪽과 합리적인 대화로 잘 풀어나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국내정치에서 얻어지는 작은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서 국가 간의 관계를 두고두고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 이영광 기자
인터뷰 전날인 9일 새누리당 신임 대표로 친박인 이정현 의원이 뽑혔고 최고위원도 친박계가 차지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내년 대선을 위한 변화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끝까지 지든 이기든 자기들 식으로 가겠다는 고집을 내보인 게 아닌지 저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고 결국 협치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에 대해선 “평생 노력해서 지켜오신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가 위기에 처한 모습을 보시면서 안타까워하시다가 세상을 뜨셨는데 지금 상황이 더 나빠져 있어서 우리를 이끌어 주실 수 있는 큰 어른이 지금 안 계신 게 아쉽다”고 씁쓸해했다.
다음은 김홍걸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새누리, 초선 방중 비판, 사드사태 책임 전가…무책임한 태도”
- 지난 8일 더 민주당의 초선의원 6명이 방중한 걸 두고 논란이 되고 있어요.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은 6명을 사춘기 청소년 같다고 비판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분열을 가중시키지 않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신해서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기본적인 책무”라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하고 정부를 신뢰하고 믿음을 줘야 한다”고 주장 했는데.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비판은 매우 부적절하고 어이없는 일이에요. 일단 그분들이 중국을 방문한 것 자체가 개인 자격으로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 입장도 전하고 한 중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의원외교 차원에서 막아보려고 작은 노력을 하겠다는 것뿐인데 그것을 정부에서 오히려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부풀려서 이것이 이적행위라도 되는 양 매도해요. 그러나 얼마 전까지 전략적 동반자라고 하던 중국이 갑자기 적성국가로 변한 것도 아닌데 매국노나 이적행위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아요.
또,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 없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국론이 분열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70년대 유신정권식 사고고 헌법상으로도 국회에서 국가안보에 대한 주요사항을 동의받도록 돼 있는 것은 그것이 정부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의 동의까지 받아야 한다는 걸 한 번에 규정하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는 태도죠.
대통령이 그렇게 국론이 분열되고 논란이 많을 걸 안타까워한다면 처음부터 야당과 국민께 공개하고 그동안을 상황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시키는 대로 들으라는 것은 독재시대의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죠.”
- 정부여당이 일을 키운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은 언론에도 크게 홍보하지 않고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던 것인데 오히려 정부여당 측에서 이것을 크게 부풀려 놓고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고 또 대중 관계를 자기들이 나서서 악화하는 걸 막을 능력이나 상황이 안된다면 야당이라도 나서서 해보라고 얘기하는 것이 책임 있는 당국자의 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이게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란 분석도 있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무책임하다고 하는 거예요. 국제관계가 굉장히 미묘한 것이고 중국의 태도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제관계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힘으로 중국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쪽과 합리적인 대화로 잘 풀어나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국내정치에서 얻어지는 작은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서 국가 간의 관계를 두고두고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짓을 하는 것입니다.”
- 성주도 방문하셨잖아요. 성주 분위기는 어떤가요?
“제가 성주에 가서 분위기를 보니 사실 그전에 보도를 보고 가기는 했지만,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곳에 좁은데 현수막이 2000개나 달려 있었는데 다 사드 배치 반대 내용이죠. 그리고 군민들은 한 달도 안되는 시간에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굉장히 많은 지식을 쌓으시고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주셨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확실히 이번에 오판 한 거죠. 시골에 사는 분들이라고 과거처럼 공중파 또는 보수언론에서 제대로 보도를 안 해주면 정보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그저 나라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순순히 따라올 것으로 과소평가했다가 그분들이 저렇게 싸움을 이끌어 나가시니 정부도 상당히 놀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가 7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략적 모호성, 국제관계에서 쓰는 것…반사이익만 노리다 제2새누리 될라”
-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더민주는 전략적 모호성을 택하고 있어요. 이에 김 전 위원장께서는 “당당하게 정책과 노선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셨어요. 하지만 김종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수권정당이 되는 데 도움 안된다고 하는데.
“전략적 모호성이란 말을 이런 상황에서 쓴다는 자체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상황이 불분명할 때 일단 입장 표명을 유보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때 쓰는 것이죠. 하지만 정당은 언제든지 주요 현안에 대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투쟁을 하면 안 된다고 해요. 지난 총선의 좋은 성적은 저희가 잘해서 나온 것이 아니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의 잘못 때문에 반사이익으로 얻어진 것이 많아요. 그런데 그것을 마치 저희가 잘해서 된 것으로 착각하고 부자 몸 사린다는 하는 식은 굉장히 어리석은 판단이죠. 오히려 조건부 지지를 보낸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국민을 위해 싸우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분들이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김 대표는 의원들이 사드 문제로 성주 방문이나 광화문에서 단식하는 것을 두고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간다고 해요.
“글쎄요. 그분들이 말하는 소위 우클릭을 해서 새누리당과 비슷한 정당이 될 바에는 차라리 도로 민주당이 되는 게 낫죠. 제가 그분께 하고 싶은 말씀은 저희가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을 걱정하는 것보다 그분이 도로 새누리당 되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이에요.”
- 사드 문제만 놓고 보면 더민주보다 국민의당이 적극적으로 반대를 표시해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고 이번에 지도부가 새로 선출되면 그 부분은 분명히 바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이 대다수 당원과 의원들의 뜻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 옳은 것이죠.”
- 더민주 지지자들이 원하는 건 선명성을 가진 강한 야당이에요. 더민주 의원들은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이 바뀔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더민주를 보면 당 대표 바뀐다고 지지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의문인데.
“이번에 전당대회에서 지금 나와 계신 후보들이 제가 보기에는 잘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동안 저희 당원들이 바라왔던 선명한 야당 그리고 선진화된 당 운영 또 일반 지지자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상향식 정당운영에 있어서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또 그런 변화가 있어야만 저희가 정권 교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 어제(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로 뽑혔는데.
“남의 당이라 제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동안 그분이 지나친 막말, 그리고 이번에 KBS 보도에 개입하는 방송법 위반 의혹까지 받고 있는데 그런 분이 대표로 뽑히고 최고 위원도 소위 친박이라는 사람들로 대부분 뽑힌 것으로 봐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분들이 내년 대선을 위한 변화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끝까지 지든 이기든 자기들 식으로 가겠다는 고집을 내보인 게 아닌지 저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고 결국 협치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 야권지지자들은 이정현 의원이 대표가 되어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요.
“글쎄요. 그쪽 사정으로 보면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저희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얼마나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서 수권정당으로 인정 받느냐는 게 더 중요하지 대선에서 상대편이 못하는 것에 대한 반사이익만을 노려서는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 아버지인 김대중 대통령의 7주기가 다가오잖아요.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더욱 김 대통령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께서 사실 평생 노력해서 지켜오신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가 위기에 처한 모습을 보시면서 안타까워하시다가 세상을 뜨셨는데 지금 상황이 더 나빠져 있어서 저도 답답하게 생각하고 그것이 제가 정치에 뛰어든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돌아가신 어른 같이 우리를 이끌어 주실 수 있는 큰 어른이 지금 안 계신 게 아쉬워요.”
“DJ 정신은 대의 추구…눈앞 이익 연연해 분열하면 계승자 아냐”
- 김 대통령은 생전에 야권의 통합을 주장하셨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야권이 분열되었어요.
“그분은 평생 사리사욕이나 사적인 감정을 뛰어넘어서 대의를 추구하는 정치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과거 70~80년대 김영삼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그분이 정치적 라이벌이고 그분을 도우면 나중에 적수를 돕는 게 되는 것으로 아셨지만, 독재정권과 싸워야 한다는 대의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분을 도왔습니다.
그런 것처럼 돌아가시기 전에 야권이 하나로 뭉쳐서 수구 보수 기득권 정권에 맞서서 정권교체를 하라고 유지를 남기고 가셨는데 눈앞의 작은 정치적 이익에 연연해서 야권을 분열시키려고 한다거나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반하는 행동을 한 분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은 김대중 정신을 계승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 6일 오후 전남 목포시 산정동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광장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의 밤 콘서트가 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테이프 컷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대북관계 개선에 힘을 쏟으셨어요.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파탄 났어요.
“그분이 평생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셨고 6‧15정상회담을 이뤄내셨죠. 그분이 주장하셨던 합리적인 대북정책을 일방적으로 북한을 도와준다고 보수세력은 공격했지만, 그분은 냉정한 현실주의자이고 합리주의자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합리적인 정책을 꾸준히 인내심 있게 계속 따랐다면 지금 결과가 달랐을 텐데 그동안 남북 간의 대화를 포기하고 반대의 길로만 간 결과가 지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가속화되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봐야겠죠.”
- 김 전 위원장께서 기억하시는 아버지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나요?
“그분은 일반 가장처럼 집안일을 일일이 챙기시지는 못하셨지만, 저희 자식들에게 바른 삶을 살도록 좋은 교훈을 많이 주셨고 그분이 과거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가족들은 어느 누구도 그분이 군사정권과 타협해서 목숨을 살리고 저희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일이 되도록 바란 사람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 김 전 대통령과 기억에 남는 일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그분은 감옥에 두 번 가셨어요, 남들은 감옥에 가는 걸 인생 최악의 경험이라고 하는 데 그분은 그것을 축복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왜냐면 밖에서는 바빠서 하지 못한 독서와 공부를 감옥에서 하셔서 실력을 키우는 좋은 기회로 삼으셨기 때문이죠.
76년 처음 감옥에 가셨을 때는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었는데 감옥 생활을 2년 하신 후에는 서울대 병원에 계셔서 면회를 가면 영어 참고서를 놓고 제 영어 실력을 테스트하실 만큼 영어 실력이 향상되어 나중에는 감옥에서 배운 영어로 미국에 가서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실 수 있을 정도까지 실력이 늘어나셨습니다.”
- 어느 때가 가장 그리우세요?
“그분이 살아계셨을 때 이루신 업적이 후세 정치인들에 의해서 훼손당하는 일이 생길 때 그분 생각이 자꾸 나게 되죠.”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GO발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홍걸입니다. 저는 돌아가신 아버지 김대중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어 그분이 지키시려 했던 민주주의와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이번에 정계에 나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뜻을 따라서 무엇이 되는 것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서 제가 어떤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는 정치가 바뀌고 우리나라에 정부가 바뀌어서 여러분들이 지금 답답해하시는 것들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데 힘이 될 수 있도록 내년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지금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8월 7일 경남 함양군 지리산 함양시장을 방문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상인들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선조 임금들의 얼굴은 궁궐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 민가의 생활을 암행 시찰한 것으로 알려진 숙종이 얼굴을 내놓고 당당하게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왕조 최초로 임금의 이미지가 궐 밖에까지 유포되기 시작한 것은 고종 때였다. 고종은 임금을 그린 초상화인 어진 외에도 신문물인 사진이나 서양식 유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대내외에 알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전제군주정이었던 시대, 위엄을 지닌 임금의 이미지를 널리 유포해 권위를 세우고 우러름을 받으려는 의도에서였다.
이미지를 정치에 도입한 최초의 임금이었음에도 고종은 특히 사진을 통해 표현되는 자신의 이미지에 관해 깊이 이해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사진을 보면 고종이 복장과 배경에 신경써서 괜찮은 ‘그림’을 만들려고 했던 점이 엿보인다.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른 이후에도 카메라를 통해 황실의 힘과 권위를 나타내 보이려 했던 것은 바뀌지 않았다. 신문물이 한 발 앞서 들어온 일본이나 서구 열강의 군주들에 비하면 늦은 셈이지만, 함부로 어진을 볼 수 없게 해 왕조의 위엄을 세우려 했던 선대보다는 이미지의 정치를 잘 예측했던 셈이다.
현대에 이르면 정치인들은 늘상 카메라 앵글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민생을 탐방한다는 이유로 수염도 깎지 않고 수수한 차림새로 시장이나 노동현장 등 시민들의 생활공간에 들르는 행보는 으레 거쳐가는 필수 경로나 다름없게 됐다. 남는 것은 사진과 이미지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민생투어’라는 이름으로 진도 팽목항에서부터 전국의 민생현장을 돌아다닐 때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히말라야 도보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SNS에 올라올 때, 두 정치인의 얼굴엔 깎지 않은 수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당직에서 물러나 ‘야인’ 또는 ‘자연인’으로 돌아간 이미지가 언론을 통해 유권자들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다.
재래시장, 독도, 탄광 곳곳 SNS게재…“순식간에 만표 왔다갔다 한다”
김무성 전 대표가 민생투어를 시작하기 전 김 전 대표 의원실에서는 기자들에게 공지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민생투어의 일정이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고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불필요한 혼잡이 있을 수 있으니 김 전 대표의 방문일정을 사전공지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김 전 대표가 돌아다닌 행적을 홍보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SNS 등을 통해 김 전 대표가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가 빠르게 공유됐다. 김 대표가 팽목항에서 수심 깊은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던 사진과 지리산 자락의 함양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손을 잡는 이미지는 유권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7월 25일 독도를 방문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도경비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염을 기른 상태로 부탄 총리를 접견하고, 네팔 현지음식을 손으로 먹는 모습이 SNS는 물론이고 이를 인용한 언론의 보도에 등장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이전의 수염은 사라졌지만 독도와 백령도를 방문하는 등 김 전 대표와 비슷한 민심 탐방 행보가 이어졌다. 10년 전인 2006년 민생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역시 이미지 정치를 잘 활용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오랜 야인 생활을 끝내고 정계복귀를 타진하고 있다. 당시 탄광에서 수염난 얼굴에 땀과 검댕이로 뒤범벅이 됐던 손 전 대표의 이미지는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본격적인 대선국면을 앞두고 각 대선주자마다 전열을 꾸리고 행보를 넓혀가는 시점에서 ‘민생’이라는 키워드의 이미지 정치가 전초전 격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 정치인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득표와 당선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단지 선거국면에서만이 아니라 당내활동이나 의정활동 중에도, 당직이나 공직에서 물러나 정해진 소속이 없는 시기에도 이미지가 끊임없이 생산돼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 중에는 ‘무플보다는 악플’이란 말처럼 욕 먹는 기사라도 올라오는 걸 더 좋아한다는 쪽도 많은데, 지역구에서만이라도 어디든 가서 사진 한 장 남기는 식으로 눈도장 찍고 (기사에) 한 줄이라도 더 나오려 한다”고 말했다.
지역구의 표에 신경써야 하는 국회의원을 넘어 전국 단위의 표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대선주자의 입장에서는 선거까지 남은 일정에 맞춰 그때그때 정치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은 정치인과 주변 참모들을 고심케 하는 과제다. 목소리와 발음, 패션과 옷의 색깔, 신체언어 등 조금이나마 유권자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 후보의 여론동향을 분석하는 일을 맡았던 한 당직자는 “토론이나 연설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나갈 때마다 트위터나 각종 사이트, 뉴스 댓글까지 훑어보며 어느 시점에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를 일일이 분석했다”며 “상대 후보에게서 보이는 반응까지 고려해 계속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히는 일이 잘 되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몇 만표가 왔다갔다 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검증할 정보 없는 중고차 시장과 같아
내년의 대선에 대비해 수면 아래서 시기를 재고 있는 ‘잠룡’들이 등장할 타이밍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어떤 이미지로 인상을 남기느냐의 문제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민생’을 앞세운 대선주자들이 여러 현장을 방문하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그들의 ‘쇼맨십’ 또는 ‘퍼포먼스’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민들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흔한 공식이 됐다. 보여주기식, 수박 겉핥기식으로 유권자들이 있는 곳을 찾아 손을 잡지만 진지한 고민과 대안 모색은 부족하다는 것이 비판의 배경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대선주자 같은 유력 정치인들이 잘 다듬어서 보여주는 이미지에 비해 그에 걸맞은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시민들이 반복되는 구도의 이미지 대신 현실적인 내용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만큼이나 이미지 정치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는 역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한 전통시장에서 방앗간 상인과 대화하며 “국산 고춧가루가 귀하다”고 한 발언도 논란을 불렀다. ‘세상 물정에 밝지 않은’ 이미지를 지닌 대통령인지라 일각에서 “고춧가루 값이 얼마인지도 잘 모르느냐”는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그간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휴가 동안 책을 읽으며 정국을 구상했다고 했던 것처럼 박 대통령도 휴가를 책과 보고서를 읽으며 보냈다고 SNS에 올렸다. 책을 읽고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그나마 정치인의 이미지에 맞는 콘텐츠를 갖추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휴가 때 읽은 책들을 바탕으로 향후 정책 수립에 참고하는 것처럼 빈약한 정치적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는 현 정치권에서는 이미지 정치에 걸맞은 콘텐츠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00일 민심 대장정’길에 오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28일 오후 강원도 삼척시 경동주식회사의 황조본갱에서 근로직 직원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내용 없이 꾸며진 이미지만 넘쳐나는 정치의 문제는 하루이틀 된 사안이 아니지만 현대 정치에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 자체는 꼭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이미지와 정책을 칼로 자른 듯이 구분하는 것도 어려운 데다, 정책적 함의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이미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득세하고 있는 유력 정치인의 이미지를 통해 사회상을 읽고 시민들이 어떤 정치적 욕구를 품고 있는지를 읽어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병진 교수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사회의 욕망이 투영된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기도 하다”며 “이미지를 뒷받침할 내용이 없는 정치인들은 쉽게 한계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에 언론이나 유권자가 그들을 검증하면서 대선주자들 간의 차별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치밀한 검증은 이미지 정치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인 동시에 보다 적합한 정치인을 선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지 정치가 만연한 정치판일수록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의 정책 지향과 실현 능력에 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데 있다.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를 소비자로, 각각의 정치인들을 생산·판매자로 비유하면 정치 역시 시장과 비슷한 거래가 오고가는 영역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제 팔리는 것이 정치인의 이미지인지 정책과 능력인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정치 소비자로서의 유권자들에겐 정치인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 외에는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래 당사자 간의 정보가 비대칭인 시장의 대표적인 예가 중고차 시장이다. 과거 대형 사고가 난 적이 있는지, 부품들이 작동하는 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판매자가 알리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렇게 정보 비대칭 상태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레몬 시장’에서는 실제로 구입해 보고 나서야 진짜 품질을 알 수 있는 재화가 거래된다. 유권자들은 투표 후 당선자를 뽑고 난 뒤에야 당선자가 직책에 맞는 정치인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결국 해당 시장에는 저질의 불량품만이 나돌아다니게 된다.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보다 나은 상품을 파는 판매자가 품질로 차별성을 알릴 방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치라는 시장이 레몬 시장이면서 독과점 시장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대체재가 있는 중고차 시장과는 달리 정치에는 대체할 시장이 없다. 한국 정치가 맘에 안 든다고 미국 가서 투표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힘을 얻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수의 대선주자군 외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대안 후보를 세우고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할 현실적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저마다 다른 시민들의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민주적으로 반영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각 정당들이 밝히고 있는 정견과 강령에 따라 민의를 모아야 하지만 국내 정치상황은 정당구조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소수의 정치인을 중심으로 이미지 정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정치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했다. 유권자들이 관객의 역할이라면 각 정당이 여러 악기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이며 그 정당의 대표주자가 지휘자로,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정당 내부의 다양한 파트들이 불협화음을 피하고 조화로운 연주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그 정당의 흥행과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현재의 특정 정치인 위주의 이미지 정치는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인 정당을 바라보며 연주를 지휘하지 않고 돌아서서 관객을 똑바로 마주보고 정치하는 꼴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당연히 연주는 엉망이 되고 지휘자는 신뢰를 받지 못하며 관객들은 불만이 높아진다. 하지만 지휘자와 관객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고 해서 불만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오케스트라도 서너 개 있지만 사정은 똑같다. 오케스트라를 고를 선택권은 있지만 불협화음이 내는 불쾌한 연주를 피할 도리는 없는 셈이다.
시민들 ‘쇼맨십’에 거부감 보이기도
나아가 소수의 대표 정치인에 좌우되는 이미지 정치는 사실상 민주주의라기보다 귀족정치에 가깝다는 사실은 근본적인 문제에 해당한다. 소수의 귀족적 정치인들에게는 자신의 정치력을 보증해주는 대상으로서 표를 바치는 유권자들만 필요할 뿐 유권자들에게서 선택을 받은 뒤에 져야 할 책임은 극히 미미한 것이다. 박 대표는 “내년 대선을 대비하는 국면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정치적 특권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소수의 정치인들 위주로 대선을 치르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그 이후 지금의 문제가 반복되거나 더 큰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제국 시기 고종 황제가 프러시아식 정장을 하고 찍은 사진.
결국 이미지 정치의 반대말인 정책 정치나 어젠다 정치가 자리잡으려면 우선 각 정당들이 보다 정치적 구조를 굳건히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같은 지적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 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제일 힘 있는 한 사람 지시가 그대로 당 전체에 퍼지는 오더 정치를 완전히 막진 못하더라도 어느 자리에 누가 앉느냐와는 상관 없이 당이 본연의 틀 정도는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전대만 했다하면 휘청휘청하는 모습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도 소속 당을 향해 “당론이 정해지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면 토론이라도 화끈하게 벌어져야 하는데 서로 눈치만 보며 조용히 있는 당에서 어떤 활력이 나오겠느냐”며 쓴소리를 냈다.
고종이 선대 임금들과는 달리 자신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유포한 데에는 본인의 의지도 작용했지만 일본을 비롯한 각국 열강의 압박이 더 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러일전쟁 승리 이후 조선의 내정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한 일본의 요구로 일본 덴노의 이미지를 유포하던 방식과 비슷하게 고종의 이미지가 민간에 퍼져나간 것이다. 고종의 초상을 통해 근대 초기의 시각문화를 분석한 <이미지와 권력>의 저자인 권행가 덕성여대 연구교수는 저서에서 “조선의 강제병합 이후 조선의 황제는 일본의 천황 사진 아래, 훨씬 작은 크기와 장식으로 배치되었다”며 “고종은 이미지 재현의 주체가 되려 했으나 일본에 의해 선전용 이미지로 전락했다”고 분석했다. 식민지로 넘어갈 위기의 국내 상황을 자신의 권위적 이미지로 가리려 한 고종의 행보는 결국 망국이란 결과를 낳았다. 정치인의 이미지에 가려 시민들의 여론은 반영되지 않는 현대 한국의 정치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 유가협)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 기념회가 12일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생겨선 안 되는 모임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들이었다
빨리 없어져야 할 슬픔의 집
더 이상 회원이 늘면 안 되는 단체였다"
- 송경동, ‘가는 길 험난하여도-유가협 30주년을 기억하며’ 중에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 기념회가 12일 오후 5시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장남수 회장을 비롯하여 유가협 회원 50여명과 유가협 후원회장인 청화 스님을 비롯하여 축하객 30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협 초대 사무국장이었던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춤패 마구잽이의 여는 공연에 이어 청화 스님의 여는 말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이해동 목사의 축사 그리고 송경동 시인의 축시와 노래패 우리나라의 축하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이어 유가협 30년의 세월을 기록한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출판 기념회식이 진행되었다.
▲ 유가협 후원회장 청화 스님이 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어렵사리 행사에 참석한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씨(89세).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청화 스님은 여는 말씀을 통해 최근 무더운 날씨로 나이 많은 유가협 회원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더운 여름은 가고 만다. 아무도 붙잡지 않기 때문이다. 슬픔은 흐르는 물이 아니라 고이는 물이다. 그 물이 30년간 고였다. 아무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그 고인 물이 유가협 회원들의 마음이다. 오늘 기념식을 통해 그 물의 깊이를 헤아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백기완 소장은 오늘 행사가 30년의 노고를 헤아리는 시간으로만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한숨만 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유가협이 앞장서서 (최근 설치고 있는) 유신독재잔당 끝장내는 만인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박근혜 재집권음모를 끝장내고 정치꾼들 기회주의자들을 몽땅 쓸어버리는 일에 유가협이 앞장서야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축사를 한 이해동 목사는 “세상에는 올곧은 삶과 그릇된 삶이 있으며, 이러한 삶을 가르는 기준은 민족과 민주이다”라고 말한 뒤, “일제강점기 때는 그 기준이 민족이어서 죽음으로서 독립을 쟁취하려고 했던 올곧은 삶이 있었으며, 지금은 민족과 민주가 기준이 되어서 죽음으로써 그 올곧은 삶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올곧은 삶을 살아간 사람들을 자식으로 둔 분들이 바로 유가협 회원들이다. 또한 유가협 회원들은 숭고한 죽음을 선택한 자식들을 가슴에 묻었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것은 죽은 자식들의 삶을 계속 이어간다는 뜻이다. 우리의 역사는 이런 숭고한 죽음과 그 삶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어 올곧은 역사가 되어 왔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연대사에서는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와 고 한광호 열사의 이복형 국석호씨 그리고 세월호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 씨가 나와 최근 투쟁상황을 전하며 힘들 때 마다 유가협 회원들의 찾아와 주어 많은 힘이 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연대사를 전해 주었다.
특히 홍영미 씨의 발언 중 “유가협은 30년 동안 싸워왔지만 저희는 이제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 30년은 더 열심히 싸울 것이다”고 말하였으며, 이어 백도라지 씨의 발언 중에 홍영미 씨의 앞선 발언을 언급하며 “저는 이제 9개월 밖에 안됐고, 나이도 젊어서 50년은 충분히 싸울 수 있을 것이다”라며 서로 눈물로 격려하는 장면이 연출되자 참석한 축하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 두 작가로 부터 책을 헌정 받는 유가협 장남수회장과 정정원 부회장.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 유가협 30년의 기록 '너의 사랑 나의 투쟁'.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축시낭송과 축하공연이 이어진 후 진행된 출판기념식에서는 저자인 송기역 씨와 정윤영 씨가 나와 3년간의 기록과정을 설명하면서 송기역 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회장이었던 배은심 여사가 ‘이것이 우리의 눈물이라네’라며 자료를 넘겨주던 사연을 소개하면서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머니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 드리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또 정윤영 씨는 “항상 거리의 투사로만 알고 있다가 자료를 정리하면서 수면제를 복용하셔야만 잠에 들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 순서에 따라 두 작가로부터 책을 헌정받은 장남수 회장은 돈 한푼 받지 않고 어려운 작업을 해준 두 작가와 책을 발행한 도서출판 ‘썰물과 밀물’ 김범종 사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우리 회원들은 내형제 내 자식들의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이다. 정보기관의 감시와 이웃들에게 배척당할 때 오갈 곳이 없어 방황하다가 한자리에 모였다. 아마도 유가협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뒤, “30년 동안 (우리를) 격려해주신 원로 어르신들과 같이 투쟁해온 동지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 발언하는 장남수 회장.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 행사 대미를 장식한 참석자 전체 기념촬영. [사진 - 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행사 끝머리에는 유가협 후원회 김지혜 씨가 나와 어머님 아버님들에게 드리는 편지글 낭독과 다큐창작소에서 유가협 창립 30주년을 맞아 제작한 영상 ‘기억해요’ 상영, 노래하는 노동자 박준 씨의 축하공연이 진행되었다.
모든 식순을 마치고 먼저 유가협 회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개별소개와 기념촬영을 하였으며, 이어 축하객들도 무대로 올라와 기념촬영을 한 뒤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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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 자식 잃고
남의 자식 살리려고 뛰어다닌 세월동안
우리한테 너무도 많은 자식들이 생겨버렸지
다 내 자식 가족이 되었어
우리가 저 많은 아들딸들의 울타리가 되어 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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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협 창립 30주년 영상 ‘기억해요’ 나래이션 중에서
기억교실(10개 교실, 1개 교무실)은 희생 학생들의 부모와 뭇 시민들이 새로운 교육의 지표로 기리고자 했던 '교육과 추모의 현장'이었다. 이들은 무엇보다 먼저 떠난 아이들의 후배들만큼은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교육의 장'으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기억교실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기억과 약속의 길' 순례에 나섰던 시민들의 염원은 물거품이 됐다. 또한 교사 두 명과 네 명의 아이들은 아직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이들이 수습될 때까지 만이라도 기억교실 이전을 미뤄달라고 요청을 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46명이 생전에 선생님과 꿈을 나누며 키워가던 교실은 이제 더이상 그들의 공간이 아니다.
기억교실 유품 정리 마지막 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7반 교실에서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과 정성욱 인양분과장이 416기억교실 이전을 앞두고 아들 고 전찬호군과 고 정동수군의 유품과 추모물품을 보존상자에 옮기고 있다.
"내 딸 예은이를 못 본 지 844일째. 이제 너와 친구들이 공부하고 뛰어 놀고 웃고 또 웃으며 꿈을 키워나가던 이곳, 이 자리 비워줘야만 하는구나. 미안해, 예은아. 정말 미안해." -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오늘 찬호 의자에서 엄마 아빠가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구나. 엄마아빠가 찬호와 친구들에게 미안해. 찬호의 자리와 학교와 교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앞으로 진정한 안전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킬게. 사랑한다, 찬호. 우리 집 막내. 귀염둥이…" -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희생 학생들의 유품 정리 마지막 날인 13일. 2학년 3반, 4반, 5반, 7반, 10반과 교무실 유품을 정리하는 날이다. 이날 오후 2학년 7반 교실에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과 정성욱 인양분과장이 나란히 들어섰다.
두 아빠는 약속이나 한 듯 1분단 맨 마지막 줄 짝꿍인 동수와 찬호 의자에 앉아 시민들이 방명록에 남긴 글을 읽었다. 두 아이의 책상 위에는 친구들과 찍은 사진과 방명록, '꽃미남 사랑해'라고 만든 폼아트 이름표, 세월호 리본과 팔찌, 양초, 국화 등이 놓여 있었다.
전 위원장은 아들 찬호에게 보내는 마지막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 분과장은 충혈된 눈을 붉히며 자리를 피했다. 동수와 찬호 그리고 2분단 맨 뒤 이준우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단원고까지 한 반에서 생활한 단짝 불알친구였다.
한 명 두 명 교실에 들어선 엄마들은 자녀의 책상 앞에 다가서자 털썩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들은 자식들의 사진을 어루만지거나, 방명록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을 글을 남겼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참여한 가운데 2학년 7반 교실은 2년 전 그날처럼 또다시 오열로 가득 찼다.
'영석 아빠' 오병환씨는 "2학년 7반 부모님들이 마지막으로 다 모여 아이들 교실에 앉아 보기 위해 모두에게 연락을 드렸다"며 "결국 우리는 쫓겨 가는 것이지만 교실을 이전한 후 다시 싸울 것이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말자"며 다독였다.
오씨는 "우리는 죽을 때까지 2학년 7반이다"라며 "유품 정리 후 아이들이 수학여행 가기 전 단체사진을 찍은 벚꽃나무 아래에서 우리도 단체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들은 작렬하는 8월의 태양 아래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에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단체사진을 찍었다.
같은 시간 2학년 3반에서는 '예은 엄마' 박은희씨와 할머니가 예은이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유경근 위원장의 쌍둥이 딸인 예은이가 짧은 고교 시절을 보냈던 책상 위에는 사진과 인형, 십자가와 국화꽃, 볼펜과 과자 등이 놓여 있었다.
할머니는 예은이의 유품을 보존상자에 하나씩 옮겨 놓으며 "예은아, 미안해. 할머니가 미안해"라는 말을 끝없이 되뇌며 눈물을 쏟았다. 박은희씨는 텅 빈 책상에 앉아 속울음을 삼키느라 쉼 없이 어깨가 흔들렸다.
정성욱 인양분과장은 "이렇게 헌신짝 버리듯 하는 학교에 왜 다녔을까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울 뿐"이라며 "힘없어서 구해주지도 못했고, 힘없어서 쫓겨나고… 언젠가 만났을 때 아이들에게 엄마아빠들이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수밖에…"라고 채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현 정권에서 진상규명 못하면 대선에서 정권교체 통해 할 것"
▲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과 정성욱 인양분과장이 416기억교실 이전을 앞두고 아들 고 전찬호군과 고 정동수군의 책상에 앉아 방명록을 보고 있다.
전명선 위원장은 "참사 이후에 참교육과 안전교육, 학교의 학습관 등 모든 게 바뀌어야 한다고 모두가 얘기했음에도 기억교실을 정리해야 한다는 게 여전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교실 이전이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가족협의회와 교육청, 지자체 등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의 장을 만들어 참교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안산교육청과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 등은 기억교실을 영구히 보존하지 못하고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기억교실의 이전을 요구한 이들은 말로만 안전교육을 되풀이 할 뿐 진정한 교육의 길과는 거리가 먼 자신들을 언젠가 발견하고 역사 앞에서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12일 여야 3당 원내대표의 세월호 현안 관련 합의와 관련 "국회의장이 합의에 참석해 사인한 것은 없다. 또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과 특별법 개정과 특검은 언급이 안됐다"며 "무엇을 협의한다는 주어조차 명시 안 된 합의에 대해 국민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받아들이겠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416안산시민연대는 13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여야 간에 다시 모여 추가 합의를 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합의 내용은 '특조위의 실질적인 조사활동 1년 6개월 보장, 인양 후 6개월간의 정밀 선체조사 보장, 조사활동에 필수적인 인력과 예산 지원' 등이며, 또한 8월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즉각 개정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 위원장은 "사학연금공단이 대관료까지 미리 받고 청문회 계약을 취소한 것도 정부의 입김 때문일 것"이라며 "특조위 위원들이 조사관과 함께 준비하는 마당에 세월호 청문회는 반드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역사를 역행하며 왕조처럼 군림하는 정권이지만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현 정권에서 설사 진상규명이 안 되더라도 다음 대선이나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엄마아빠들이 절대 흩어지지 않고 힘을 다시 모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16가족협의회와 자원봉사자들은 오는 15~18일 책상·의자·교탁 등을 포장한 후 19일 추모행사인 '기억과 약속의 밤'을 진행한다. 이어 20~21일에는 유품, 기록물, 책상 등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 이전한다.
희생 학생들과 교사들의 유품은 2018년 9월 영구 추모관인 '(가칭)416안전교육시설'이 준공되면 그곳으로 옮겨진다. 추모관은 단원고 교정 옆 도로부지에 건립될 예정이다.
2학년 교무실 유품 정리 "다시는 이런 참사 일어나지 말아야"
▲ 13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교사들의 교무실 이전을 앞두고 2학년 교무실 앞에 유품을 정리할 보존상자가 놓여 있다.
이날 오전에는 제자들을 지키다 함께 희생된 단원고 2학년 교무실 유품 정리도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는 모두 10명이다. 이 중 고창석, 양승진 교사는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교무실 입구에는 교사들의 유품을 정리할 보존상자가 놓였다. 교무실 게시판에는 '4월중 행사'가 또렷이 적혀있고 그 아래에 매직으로 쓴 '4월 15일~18일 수학여행'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오전 9시 30분께 시작된 유품 정리는 교사들의 부모와 형제가 직접 했다. 김종천 416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은 "책같이 무게가 있는 유품은 별도로 정리할 테니 가벼운 유품을 중심으로 보존상자에 정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2학년 2반 담임을 맡았던 고 전수영 교사의 어머니 최숙란씨와 아버지 전제구씨는 딸의 유품을 하나씩 챙겼다. 책상 위에 있던 수능기출문제집 등 참고서는 상자에서 꺼내 다시 책꽂이에 꽂았다. 상자 안에는 추모 메시지, 방명록, 서류 뭉치, 조화, 이름표, 수첩, 필기류, 솔방울 등이 가지런히 정리됐다. 그리고 어머니는 생전의 딸이 사용했던 작은 칠판을 닦고 또 닦았다.
전 교사는 2013년 임용고시에 합격해 단원고 교사로 재직했다. 세월호 참사를 접한 어머니가 전화를 걸었을 때 "학생들과 통화를 위해 배터리를 아껴야 한다"며 끊은 것이 딸과의 마지막 통화였다. 이윽고 어머니에게 "아이들 구명조끼 입혔어. 미안해"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34일 만에 어머니 품으로 돌아온 전 교사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였다.
최숙란씨는 지난 4월 딸의 이야기를 담은 <4월이구나, 수영아>를 출간했다. 이 책은 세월호 희생교사 유가족의 심정을 담은 첫 책이다. 또한 엄마의 이름으로 겪은 그날 그 아침과 아이들, 수영이를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이다. 그리고 아직 모든 곳에 존재하는 딸, '수영이'에 관한 이야기다.
최씨는 "이 책(<4월이구나, 수영아>)을 낸 것도 딸을 기억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쓴 거예요. 혹시나 먼 훗날 딸과의 추억을 잊어버릴까 봐"라며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 그 곁에서 아버지는 교무실 복도만 하염없이 내려다봤다.
"어제 꿈에 딸이 나타났어요. 간식을 만들어 딸에게 먹여주는 꿈…(울음) 수영이와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그리워 견디기 힘들어요. 가슴이 답답한 게 터질 것 같았는데 그걸 억누르고 오늘 딸을 다시 찾았어요. 천사 같은 내 딸의 마지막 흔적이 남은 이곳을…
아이들 교실과 교무실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틈나는 대로 수영이 자리나 교실을 보고 갔어요. 마지막 정리를 하니까 너무 슬퍼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고 아껴주는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아이들과 마지막 함께 한 선생님들 마음 되새기겠다"
▲ 13일 오전 단원고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교사들의 교무실 이전을 앞두고 고 남윤철 교사의 어머니 송경옥씨와 아버지 남수현 충청대 교수가 유품과 추모물품을 정리한 후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품을 정리한 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2학년 6반 담임)의 아버지 남수현 충청대 교수와 어머니 송경옥씨는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교무실을 떠날 아들에게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남 교수는 "마지막으로 아들 유품을 정리하는데 무슨 말이 또 있겠냐"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선생님이 계시다"며 짧게 말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교사'들도 교무실을 찾았다. 이들 교사들은 '찾아가는 전국 진실마중대'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난 8일 목포에서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 서명운동을 진행하다 12일 안산에 도착했다.
정태연 교사(안양공고)는 "보통 돌아가시면 좋은 데 가시라고 하는데, 지금은 실상 쫓겨나는 거다. 선배, 동료 교사를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착잡한데, 제일 안타까운 건 (기억교실 보존과 관련해) 재학생들에게 물어보지 않은 것"이라며 "단원고 선생님들이 부모 같은 마음이었기에 두려웠지만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했다. 그 마음을 항상 되새기며 아이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선생님들을 만나 뵙겠다"고 다짐했다.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선언 이후 분명해진 점이 있다. ‘주장’과 ‘팩트(사실)’ 사이의 괴리다.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이라는 박근혜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주장’과, 경북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로는 수도권은 물론 중부권의 핵심 군사기지조차 방어할 수 없다는 ‘사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 또한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가 여전히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와 무관하다는 우리 군 수뇌부의 ‘주장’과 미국 의회 회계감사원 자료 등을 통해 미국 MD의 핵심이라 할 ‘핵심지휘통제체제(C2BMC)’의 중앙컴퓨터와 연동된 최전선 국가의 레이더라는 ‘사실’ 사이에도 괴리가 있다. ‘성주에 배치될 사드가 미국 MD가 아니라면, 이는 마치 통신사에 가입되지 않은 최신형 스마트폰이라는 뜻이다’라는 연세대 최종건 교수의 지적(<한겨레> 7월27일자)처럼, 성주에 배치될 사드를 미국 MD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유일하다.
사드 배치는 한국을 넘어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사드 한국 배치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미·중 간 남중국해 대결의 연장선에서 파악하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곤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 현대> 특별편집위원은 <월간중앙> 8월호에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9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친중국 노선을 접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 매립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미국은 제1열도선(‘열도선’이란 중국의 대미 군사방어선으로, 제1열도선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타이완-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을 말한다. 중국식 용어로는 도련선) 방어를 위해 한국을 반중국 전선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사드 배치를 서둘렀다고 곤도 다이스케 위원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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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7일 미국 해군 구축함인 라센함(위 사진 앞쪽 배)이 남중국해를 항해하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 군함을 보내 미국 군함을 뒤쫓는 위기 상황이 조성됐다.
이보다 더 깊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성역화하고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의 주력 무기인 중거리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려 한다. 미국의 공해전(AirSea Battle) 전략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중국은 중거리미사일의 정밀도를 오차범위 2~3m 이내까지 끌어올림으로써 미국 공해전 전략의 핵심인 MD를 이미 무력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또 난사 군도와 시사 군도 그리고 필리핀 앞바다에 있는 스카보로초 군도를 잇는 삼각편대(아래 지도 참조)가 완성되면 중국에 의한 남중국해 공역의 성역화가 이뤄진다. 그리고 중국이 매립 중인 파이어리크로스 등의 난사 군도 인공섬은 남중국해의 진입 수로를 장악하는 위치에 있다. 인공섬 매립이 완성되면 미·일 군함의 접근이 어려워진다. 공역과 영해의 성역화가 이뤄지면 하이난 섬 잠수함 기지가 미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난다. 미국 본토 타격용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쥐랑-2를 탑재한 중국의 전략핵잠수함이 자유롭게 서태평양을 거쳐 미국 본토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시사IN> 제422호 ‘제2의 닉슨 독트린 몰려온다’ 기사 참조).
사드 배치로 ‘반중국 네트워크’에 가입한 한국
이에 미국은 중국 인공섬 12해리(약 22.2㎞) 이내 해역으로 항해하는 ‘항해의 자유’ 전략을 통해 중국의 남중국해 성역화를 막고 있다. 또 군사기술 첨단화를 통한 제3차 상쇄전략(Third Offset Strategy)으로 대응한다. ‘제3차 상쇄전략’은 1차 상쇄(전략 핵무기), 2차 상쇄(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활용)에 이은 것으로 드론 등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개념을 적용한 군사무기 활용을 말한다. 지난 2014년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이 글로벌 파워로서 지위를 유지하려면 아시아·태평양은 이제 동맹국에 맡기고 미국은 중·러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척 헤이글이 국방장관이던 시절 시작해 애시턴 카터 현 장관이 구체화하고 있는 ‘제3차 상쇄전략’이다. 첨단 군사기술을 통해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을 따돌리겠다는 구상이다. 냉전 시대 전략핵무기 등을 증강했던 두 차례 상쇄전략에 이은 세 번째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무력화하기 위해 미국은 3차 상쇄전략의 일환으로 최첨단 무기들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무인비행기(드론)나 무인잠수함 그리고 음속의 7배라는 레일건을 탑재한 구축함을 남중국해에 투입하는 방안도 그 연장선상에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대미 군사방어선 가운데 하나인 ‘제1열도선’(오른쪽) 방어를 위해 미국이 한국 사드 배치를 서둘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3차 상쇄전략은 국방비를 군사기술 혁신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도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는 제1열도선 방위는 제1열도선상 국가들이 ‘반중국 네트워크’를 결성해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인 곤도 다이스케의 분석은 바로 한국이 사드 배치를 통해 제1열도선의 반중국 전선 국가로 급속히 빨려들어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제1열도선을 ‘캄차카 반도-일본 열도-한국-타이완-필리핀-대(大)순다 열도를 잇는 남북 라인’이라고 규정했다. 즉, 한국을 포함했다. 국제정치학계에서 여러 주장이 있지만 제1열도선은 대체로 미국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1950년 1월 주장한 애치슨 라인과 일치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2011년 1월 일본 <교도 통신>이 보도한 용어 해설에서도 ‘제1열도선은 미국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알류샨 열도-일본-필리핀을 잇는 라인을 ‘서방 측 방위선’이라고 연설에서 밝힌 것이 기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제1열도선을 설명할 때 일본을 기점으로 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을 잇는 방어선으로 봤지 한국을 기점으로 보지는 않았다. 물론 한국의 이어도가 제1열도선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제1열도선 국가인 것은 아니다. 이게 바로 국제정치의 상식이다.
사드의 X밴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미국 공해전의 관점에서 보자면 MD 강화다. 또 ‘상대보다 멀리서 먼저 보고 때린다’는 상쇄전략 교리와도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사드 배치로 한국은 ‘반중국 네트워크’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졸지에 분쟁지역의 열점이 된 셈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로 한반도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이은 제3의 전선이 된 것이다. 미·중 간에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터지는 화약고라는 의미다.
중국이 제1열도선의 국가들로 분류한 일본·타이완·필리핀 등은 모두 중국과 영토 문제로 대립 중인 분쟁국가이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이지만 그 동맹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대북억지 동맹이지 중국에 반하는 동맹은 아니었다. 더구나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할 만큼 중국은 한국과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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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해체의 기폭제가 된 ‘이중 결정’을 주도한 서독 헬무트 슈미트(가운데)와 헬무트 콜(왼쪽).
“미국이 판단하고 우리는 받아들였다”는 청와대
또 한 가지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아시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다. 미국 처지에서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대중국 군사 대립만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급성장은 미국에도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핵능력이 미국-중국-러시아 다음 순위 국가들인 영국·프랑스·이스라엘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6월22일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에서 미국의 태평양 군사거점인 괌을 타격할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핵탄두를 장착한 무수단 미사일 단 한 발만 떨어져도 미군 병사 8만명이 사망한다는 게 미국 군사전문가의 분석이다.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북한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러는 오랜 대화와 협상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통제 불능이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대립하지만 한반도에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요했던 게 지금까지 미국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얼개였다. 그런데 사드 배치 선언 이후 이런 구도가 급속하게 헝클어졌다. 북한과 대화 채널이 중단됐고, 중·러를 통한 대북 통제 역시 어려워진 상황으로 가고 있다.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군사 압박을 분산하기 위해 중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미국의 사드 배치 선언은 곤도 다이스케가 주장하듯 미국이 중국이나 북한과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충격요법을 통해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한 의도가 일부 작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완전한 오판이었던 셈이다. 1년 뒤에나 배치될지 말지도 모를 사드를 배치한다고 요란하게 선언했지만, 당장 미국 역시 별로 건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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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7월1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국 사드 배치 판단은 미국이 한다”라고 말했다.
주변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신무기 체계를 들여올 때 국제정치적으로 지켜야 할 상식이 있다. 상대 국가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조건이나 방안에 대한 메시지를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다. 군비 증강 조치를 할 경우 조건부 군축 제안을 동시에 한다든지 억지력(deterrence) 강화와 관여(engagement)의 확대와 관련한 메시지를 동시에 발표한다. 안보를 위해 군비를 강화했지만 상대방의 군비도 강화돼 오히려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안보 딜레마’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대표 사례가 바로 1979년 12월12일 있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이중 결정(Double-Track Decision)’이다. 1977년 소련이 동유럽에 배치했던 SS-4와 SS-5 중거리미사일을 최신형인 SS-20 중거리 핵미사일로 교체함으로써 유럽의 군사력 균형이 위태로워졌다. 그러자 나토는 한편으로는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과 퍼싱Ⅱ 미사일을 나토 국가에 배치할 것을 결의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양측에 배치되는 중거리 핵미사일을 최소 수준으로 하기 위해 미국과 소련 양국에 압력을 넣어 군비통제 협상을 진행시킬 것을 결의했다.
당시 이 제안을 주도한 이는 서독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였다. 사민당 출신으로 자신의 지지 기반과는 배치되는 결단이었지만 그 결단은 냉전 해체의 기폭제가 됐다. 1982년 정권을 이어받은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가 그의 정책을 계승했다. 콜 총리는 비록 보수적인 기민당 출신이지만 중거리미사일 배치와 더불어 소련에 대한 경제지원 및 동독에 대한 20억 마르크의 차관 지원을 단행하는 외교력을 발휘해 1987년 미·소의 중거리핵전력(INF)협정 타결에 일조했다. 결국 냉전의 해체와 베를린 장벽 붕괴, 독일 통일 등 20세기의 역사적 사건들은 바로 헬무트 슈미트의 이중 결정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에 사드 배치를 요청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판단은 미국이 한다. 미국이 (판단)하고 우리는 받아들였다.” 7월13일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주권국가인 한국의 안보를 책임진 사람의 발언이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다.
위기가 바로 기회이다. 위기의 순간에 ‘남의 판단’이 아니라 ‘우리의 판단’에 따라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해법의 내용에 ‘우리의 문제뿐 아니라 남의 문제에 대한 해법’도 함께 포함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를 자국 안보의 방파제로 여겨왔다. 그런데 사드 배치 이후의 한반도는 방파제가 아니라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혹자는 지금 중국이, 청일전쟁 패배 이후 일본 지배하의 한반도나 한국전쟁으로 미군이 압록강까지 북진했을 때의 한반도 상황과 같은 위기의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이 판단했고 우리는 받아들였다’ 같은 무책임한 말로는 중국의 보복과 대응 행동을 피해갈 수 없다. 더 이상 늪에서 허우적대지 말고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
김서중 특조위원 "여야 3당 합의, 의미 없다" 이준상 기자|승인2016.08.12 18:40
8월 임시국회에 앞서 여야 3당의 원내대표가 만나 세월호 참사 조사와 관련해 합의점을 찾았지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단식 농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특조위 김서중 위원은 이번 합의에 대해 "의미 없는 합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여야 3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정 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여야 3당은 12일 합의문에서 "세월호 선체인양이 가시화됨을 감안해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활동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며 "조사기간, 조사주체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앞으로 원내대표가 협의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김서중 위원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실질적인 활동 기간과 권한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면서 "완벽한 성과는 아니더라도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는 기간과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한, 단식 농성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합의문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와 관련해 선체조사에만 합의됐을 뿐, 세월호 특조위의 권한과 활동보장에 대한 논의는 빠져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조사활동 보장을 위한 세월호 특조위 단식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김 위원은 "특조위 설립 이유는 정부와 해경의 초기 구조 실패와 조사 과정에서의 의문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선체조사도 당연히 세월호 특조위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새누리당이 이번 합의문을 통해 특조위를 조사 주체가 아닌 조사참여 정도로 그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주체가 돼 조사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국민의 불신 때문에 "사회적으로 못 믿겠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특조위가 선체조사를 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기존의 세월호 특조위가 아닌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차원에서 유가족, 여야 의원들과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김 위원은 선체조사가 특조위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조위는 여지껏 유의미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만약 정부가 특조위 조사를 중단한다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하게 만드는 꼴"이라고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을 촉구했다.
실제로 특조위는 활동 기간동안 여러 성과를 내왔고, 앞으로 밝혀야 할 사안도 산적해 있다. 특조위는 지난 3월 2차 청문회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이 청해진해운 본사 지시였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진도·제주 VTS 녹음파일의 편집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방적으로 특조위 활동이 6월30일부로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특조위의 조사 인력은 감축됐고, 예산 배정도 끊겼다. 이에 따라 현재 세월호 특조위는 정상화를 촉구하며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이어오는 중이다.
▲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회의’는 12일 통일부 앞에서 추석 전에 가족면담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근혜 대통령께서 가슴시리도록 부모를 잃은 것에 대해 아파했다면, 자녀를 잃고 생사여부를 알지 못해 안타까이 여기는 그 부모님들의 마음을 십중 헤아려서 이번 추석 때는 정말 면담을 허용하는 통큰 결단을 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중국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으로 입국한 12명의 여종업원에 대해 정보당국이 외부 접촉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가운데, 다가오는 추석에 북측 가족과의 면담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2일 열렸다.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통일부가 있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규명과 변호인 접견, 추석 전 북측 가족 면담 등을 촉구했다.
▲ 박승렬 목사는 박 대통령에게 "부모님들의 마음을 십중 헤아려서 이번 추석 때는 정말 면담을 허용하는 통큰 결단을 해주기를" 촉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 박승렬 목사는 “오늘 통일부로 하여금 추석 때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 만남을 허용하라고 하는 것은 어떤 정치적인 것도 아니고, 어떤 법적인 것도 아니고 인간으로서 해야 될 가장 기본적인 요구”라며 “정말 이런 작은 사건에서부터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일일 것”이라고 제언하고 대통령의 통큰 결단을 촉구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입국한 바로 다음날 귀순했다고 한 사람들을 왜 아직도 수사하고 구속한다는 말이냐”며 “126일나 있었다면 무슨 사건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혹사건은 이제 의혹을 넘어서 실제로 반인권, 반인륜 범죄행태”라는 것.
나아가 “만약 인권과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면 당장 오늘 진상규명을 발표하고 만약에 범죄가 국가기관에 의해서 개입됐다면 당장 구속수사하고 대통령은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국정원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김수근 씨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2일째 국가정보원(국정원)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김수근 씨는 “127일이 되는 시간 동안 한국의 관타나모라고 하는 합동신문센터에 갇혀 있는 동포들”에게 미안하다면서 “농성하는 기간은 미안한 마음이 점점 커지고, 동시에 국정원과 정부의 온갖 의혹들이 정말 그냥 의혹이 아니라 진짜 사실이겠구나 확신이 드는 시간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한 “우리가 국정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그 작은 행동마저도 국정원 요원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서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아예 통행도 못하게 국정원이 퇴근하는 육교로 올라가지도 못하게 막으면서 폭력을 행사했다”, “어제는 같이 농성하는, 추적활동하는 한 분은 옷이 다 찢어지면서 끌려가는 그런 폭행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 김수근 씨 등 '추적자'들은 10일 중앙합동신문센터 앞에서 '24시 잠복추적' 선포식을 갖고 잠복추적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 김수근]
김수근 씨는 “엊그제 합동신문센터에 가서 24시간 합동신문센터에서 잠복하면서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앰프를 틀고 12명의 동포들 이름을 목청껏 외쳤다”며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거리에서 쟁취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투쟁의지를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들은 여전히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국정원에 억류되어 있다”며 “우리는 정부와 국정원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 북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자유의사 표현을 보장하라, △국정원 개입에 대한 의혹을 국민들 앞에 낱낱이 공개하라, △북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가족면담과 변호인 접견을 보장하라 등을 촉구했다.
특히 “곧 있으면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그 전에 종업원들의 가족면담을 즉각 허용하라”고 촉구하고 “세계인권선언과 국제관례에 따라 변호인의 접견을 즉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진욱 대책회의 간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한탁 민권연대 명예의장이 여는말을 했으며, 40여명의 단체 대표들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30여개 단체들로 구성된 대책회의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통일부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는 것을 비롯해 지역별 변호인단 초청 간담회와 9월 1일 한국기독교교회협회의 인권센터 주관으로 목요기도회 개최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자회견문(전문)>
국정원이 개입된 기획탈북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북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가족면담을 보장하라!
통일부는 총선을 코앞에 둔 지난 4월 8일 중국 저장성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 사실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오늘로써 126일이 지났다. 그간 ‘탈북자’들의 신변보호와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이들의 신원을 비공개해왔던 정부의 태도에 비추어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북측도 즉각 반발했다. “전대미문의 유인납치행위이자 중대도발”이라는 담화(4.12)를 발표하고, 북쪽의 가족은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딸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여종업원들과 가족의 대면을 요구하며 “가족을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보내겠다.”는 통지문(4.21)을 보내기까지 했다.
통일부는 “가족대면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고, 이병호 국정원장은 ‘유인 납치’가 아니며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게 된 자력적인 탈북이며 이남정부의 관여는 일절 없었다’고 일축했다. 나아가 당사자들을 법정에 불러 그 진상을 알아보고 불법구금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의 요구를 거부한 국정원은 스스로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변호인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채 서둘러 심문절차를 종결하려 한 법원의 태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더 이상 민주공화국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들은 여전히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국정원에 억류되어 있다. 당국의 말대로 여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남측에 왔다면 무엇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을 허용하지 않고 자기의 의사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가. ‘신변보호’라는 이유로 ‘불법구금’ 상태에서 이들을 독방에 가두어 놓고 온갖 회유와 위협 공갈을 통해 ‘귀순공작’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우리는 정부와 국정원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국정원이 개입된 이번 기획탈북 의혹사건에 대한 조속한 진실규명과 여종업원들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북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자유의사 표현을 보장하라!
당국의 주장대로 종업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한 것이라면 공개적인 자유의사 표현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직접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하나. 국가정보원 개입에 대한 의혹을 국민들 앞에 낱낱이 공개하라!
국가정보원의 주도적인 기획과 개입에 대한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자신들의 의사와 반하게 강제로 남측으로 끌려온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인권유린이자 유인이고 납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정원이 개입된 기획탈북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사건의 전모를 명명백백하게 공개해야 한다.
하나. 북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가족면담과 변호인 접견을 보장하라!
부모와 자식들을 하루빨리 만나게 해주는 것은 인륜이자 천륜이다. 하루아침에 자식들은 잃은 부모들은 가슴이 얼마나 아프고 분통이 터지겠는가. 자식들을 직접 만나게 해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곧 있으면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그 전에 종업원들의 가족면담을 즉각 허용하라! 또한 이들 역시 국가와 사회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과 국제관례에 따라 변호인의 접견을 즉시 보장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는 더욱 엄중한 파국적 상황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는 광복 71주년을 맞이하여 박근혜 정부가 동족대결정책을 철회하고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해결을 위해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과 조속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 김영관(92) 선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출범했다고 이날을 건국절로 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일갈했다.
박 대통령이 12일 광복 71주년을 맞아 원로 애국지사들과 독립유공자 유가족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김 선생은 참석자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박 대통령을 향한 비판임은 분명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70주년 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다" "6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기도 하다"라면서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에 힘을 실은 바 있다.
▲ 독립유공자 김영관 선생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에서 대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선생은 이날 "(건국절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음은 역사적으로 엄연한 사실"이라면서 "왜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립 투쟁을 과소평가하고 국란 시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또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그랬다"라면서 "우리의 쓰라리고 아팠던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오늘과 내일을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감히 말씀드렸다"라고 덧붙였다.
김 선생은 이에 앞서 국치일 제정과 국군의 날 재지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1910년 8월 29일 우리나라를 잃었는데 우리는 다짐의 행사 없이 이날을 무관심하게 지내고 있다"라면서 "그 많은 기념일이 있는 우리의 달력 어디에서도 이것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음에는 10월 1일 국군의 날 말씀을 잠깐 드리겠다, 저희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면서 민족상잔의 6.25 전쟁(한국전쟁)에서 기념일을 택한 모순과 불합리를 아직도 시정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그 대안으로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뜻이 있는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을 국군의 날로 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건국절 비판'에 답 않은 박 대통령... 사드 배치 필요성만 강조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답변'은 없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오늘은 조국 독립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서 싸우신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 위에 이뤄졌다, 선열들의 고귀한 애국애민 정신이 민족의 의지를 결집시켜서 일제로부터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고 우리 역사가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논란과 관련, 정부에 대한 지지였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하나가 돼야 하는데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걱정이 큰 것도 사실"이라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에 대해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선열들을 생각하면 어떤 일이 있어도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타협하거나 양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 모두가 나라를 지키는 길에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독립유공자 여러분께서 앞장서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원내 유일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넥슨 논평 사건’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후 정의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8월 1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정의당의 정당지지율은 3.1%P떨어진 4.7%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응답률 9.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2.5%p.)
하지만 전반적인 지지율의 하락보다 주목해야할 것은 수 백명의 탈당자들이 생겨나는 탈당사태와 여성 당원 지지도가 급락했다는 점이다. 논평사건 이후 정의당에서는 메갈리아를 반대하는 당원과 당의 젠더감수성을 비판하는 두 축 모두에서 ‘탈당 러쉬(rush)’가 일어났다.
정의당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논평 사건 이후 8월3일까지 2주 동안만 탈당자 수가 580명에 달했다. 탈당이 이어져 천 여명에 이르렀다는 말도 돈다. 또한 7월 4주차 전주 주중집계에서 여성 지지율은 8.1%에서 8월 1주차 3.6%로 급락했다. 결과적으로 정의당은 논평 사건에서 메갈리아를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두 마리 토끼’모두를 놓쳤다고 볼 수 있다.
▲ 김자연 성우는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고 자신의 트위터에 인증했다. 이후 넥슨은 김자연 성우의 게임 내 목소리를 삭제하고 성우를 교체했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노동자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내보였다고해서 노동환경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논평을 발표했다. 정의당은 당내 논란이 일자 당차원에서 이 논평을 철회했다. 사진=김자연 성우 트위터
당 안팎의 관계자들은 ‘넥슨 논평 사건’은 분수령이었을 뿐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 관계자들은 정의당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민주노동당의 모습이 외형적으로만 남아있는 국회의원 정당” (당직자 A)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했지만 ‘진보정당’보다 ‘대중적’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당” (당원 B) “진보정당의 정체성이나 차별성을 잃어버린 당 지도부의 문제” (박원석 전 의원)
관계자들은 정의당의 가장 큰 문제로 정의당이 진보의제를 선점하기보다 몇몇 스타 정치인을 내세워 인터넷여론이 환영할만한 활동에 역량을 집중해 온 것을 꼽았다.
대표적인 예로는 심상정 대표의 ‘최고임금법(살찐 고양이법)’발의, 노회찬 의원의 ‘국회의원 세비 절반으로 줄이기’제안이다. 최고임금법은 재벌 등의 임금을 제한하자는 아이디어로 ‘사이다법’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최고임금을 제한한다고 해서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노회찬 의원의 ‘국회의원 세비 절반으로 줄이기’제안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환영을 받기도 했으나 인기영합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진보정당만의 차별성을 보여줄 콘텐츠보다 대중적으로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사안에만 집중하니 다른 야당과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야당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과 차별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정의당’이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의당이 사라졌다’라는 칼럼(한국일보 8월5일자)에서 “공적복지 확대는 증세가 필수적인데 정의당의 공약대로 증세를 한다고 해도 공적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 대비 13%를 넘지 않고 이는 여전히 OECD 최하위권이다”라며 “이정도 증세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물론 집권을 위해서라면 새누리당도 공약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썼다. 이어 윤홍식 교수는 “정의당은 진보를 꿈꾸지만 현실정치에서 중도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한국일보 8월5일자 27면.
다른 야당에 비해 규모면에서 작은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차별점까지 없으니 주목을 받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실제로 국민의당이 창당을 준비한 올해 1월 정의당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새로운 신당이 여론조사에 포함되면서 존재감이 미미해진 것이다.
또한 정의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오른 지난 3월에는 필리버스터 정국 아래에서 야3당이 모두 지지율이 오른 상황이었다. 정의당의 지지율이 내부요인이 아닌 외부요인에 의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은 정의당이 자체적으로 이슈를 끌 정치 의제를 만들어가지 못한다는 증거다.
당 공약보다 인터넷 여론이 중요하다?
정의당이 중도프레임에 걸린 이유로는 인터넷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당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당의 당직자 A씨는 “정의당의 정책을 따져보면 더불어민주당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수준이며 대중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할 이슈만 따라가기 급급하다”며 “진보적 정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고민해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인터넷 여론에 휘둘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의당의 또 다른 당직자 B씨에 따르면 논평사건 때에도 노회찬 의원이 “당에 우호적인 커뮤니티와 거리감이 생긴 것에 아쉽다”고 말했다고 한다. 논평 사건 이후 정의당이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거냐’며 진보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오늘의 유머’에서 정의당 비판 여론이 일었던 것을 두고 한 말로 해석된다.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젠더이슈를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 인터넷여론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심상정 상임대표, 윤소하 의원, 이정미 의원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번 논평사건에서는 인터넷 여론에 대한 의존이 심해 심지어 당의 공약과도 반대되는 결정을 내렸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가 낸 논평의 취지는 ‘노동자의 의견개진이 노동권 침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고 이는 정의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정의당은 20대 총선 공약에서 △게임 셧다운제 폐지 △게임 업계 근무조건 및 환경 개선 △게임 심의 자율화 및 민간자율 규제 방안 마련 등을 내놓았다.
만약 정의당이 논평 취지를 게임 산업의 특수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방향으로 확실시하고 관련공약을 이슈화시켰다면 정의당의 입장에서는 기회였다. 하지만 중앙당은 “논평의 취지를 전하는데 실패했고 메갈리아를 지지하냐는 논란만 지속됐다”며 논평을 철회했다. 자신들이 내놓은 공약에 맞는 사례에 대해 큰 고민 없이 인터넷여론에만 흔들려 내린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의당이 인터넷여론에 휘둘리는 이유로는 주요 지지층의 특징때문에 지역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작년에 정의당에 입당한 당원 C씨는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현재 정의당을 이루고 있는 많은 당원은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운동을 경험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특징은 오프라인에서 지역 운동을 참여하기보다 팟캐스트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의 주요지지층의 서식지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기 때문에 정의당으로서는 인터넷 여론에 신경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과 함께 정의당이 생긴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등 NL계열과 작별한 것도 지역기반을 약하게 만든 점으로 꼽힌다. 특히 고양시에서 계속 지역기반을 다져온 심상정 상임대표와 달리 노원-동작-창원으로 지역구를 옮긴 노회찬 원내대표 측의 지역 기반이 약해 온라인 여론에 과도하게 신경을 쓴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당 요직 몇몇 정치인에 ‘몰빵’, 중앙당이 관심 있는 이슈 외에는 ‘외면’
당의 역량이 심상정 당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모이고, 주요 결정권한도 주요 정치인들에게만 몰려있어 이견을 처리하는데 서툴다는 지적도 따라온다. 정의당은 주요당직을 모두 국회의원들이 겸직한다. 심상정 상임대표, 노회찬 원내대표에 이정미 의원이 부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고 김종대 의원이 원내대변인을 맡았다. '승자독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정의당 국회의원 소개. 사진=정의당 홈페이지
총선 전으로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정의당이 가지고 있는 인력 등을 모두 창원(노회찬 의원 지역구)과 고양시(심상정 의원 지역구)에 ‘몰빵’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20대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들은 준비도 없이 비례대표 후보의 득표를 위해서 반강제로 착출됐다”며 “당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게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노-심’만 당선시키면 된다는 거다. 모든 당력을 거기에 집중시켰다”고 말했다. 정의당 내에서는 적은 지원으로 10%의 지지를 얻은 부산 금정구의 노창동 정의당 후보가 이례적인 사례였다고 평가한다.
주요 정치인을 위주로 돌아가는 구조 때문에 중앙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이를 중요치 않은 일로 치부하고 흐지부지 내버려두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정의당을 탈당한 한 당원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전 ‘중식이밴드’가 당의 로고송을 만든다고 했을 때 비판이 중앙당에 쏠렸지만 중앙당은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며 “이번 논평 사건도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잘라 내버리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고 이는 중앙당이 신경 쓰는 이슈 외에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는 이견을 다루는 일이고 어떤 이견들은 봉합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최근에 이견이 생긴 사안들은 당 지도부가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책임 있게 행동했어야했다”며 “이를 계기로 정의당이 진보정당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 박원석 전 의원 페이스북.
정의당 측은 당 지지율 급락의 이유가 리더십 때문이 아니라 4당 체제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9일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지지율 추이가 몇 명의 리더십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은 메갈리아 논쟁에 한정된 것이고 메갈리아 논쟁은 현재 굉장한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확히 이것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며 “오히려 20대 국회 4당 체제 안에서 큰 이슈들을 정의당이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한 데서 나온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창민 대변인은 “현재 탈당 이유도 두 갈래로 나뉘는 만큼 어떤 이유에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탈당을 하는지 정확하게 분석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지지율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당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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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도 운영이 불합리하다며 개선을 권고했지만 정부가 4년째 묵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한겨레>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013년 6월에 내놓은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전력 사용량 증가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누진제는 불합리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개선을 권고했다.
▲ 폭염속에 전력 사용량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택가 전력계량기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감사원은 또 “가격이 가장 싼 누진제 1단계 요금의 혜택이 저소득층에 돌아가지 않아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이 2008년 2~3월 1단계 요금을 적용받는 3025가구 중 2171가구를 조사한 결과, 기초수급자‧장애인‧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은 130가구(6.0%)에 불과했고,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단 18가구(0.8%)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1인 가구가 2010년 기준으로 24%에 달해 100kWh 이하 사용자의 대부분(94%)이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1인 가구”라며 “그럼에도 한전은 조사 이후에도 1단계 요금 적용 가구 기준을 보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산업부 장관에게 누진제 개선을 권고했지만 산업부와 한전은 감사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까지도 누진제 완화 요구와 관련해, ‘전기를 적게 쓰는 일부 저소득층이 누진제로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산자부나 한전이 뒤에 빽이 있었네~ 그렇지 않고서야 감사원 권고를 무시할리 없잖아”, “누구를 위한 산자부냐”, “감사원, 수년전에 누진제 개편 권고만 해놓으면 끝인가?”, “누구를 위한 정부이고,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모르쇠로 일관말고, 시대 변화 최소한 따라가라 정부야”라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누진제 개편 문제와 관련해 “당과 잘 협의를 해서 조만간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은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의 관련 건의를 받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진행된 이정현 신임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올해 특히 이상 고온으로 너무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하시기 때문에 정부에서 쭉 좋은 방안이 없을까 검토를 해왔고 또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년들은 영남권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호남지역으로 넘어왔다.
청년들은 대구지역에서 여러모를 애써준 청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제 중간 풀이에 이어 오늘은 단결단합을 다지는 날, 올 여름 흥행한 영화 ‘곡성’의 배경이 되는 곡성지역의 계곡을 향했다.
청년들에게 여러 가지가 중요하겠지만 역시 중헌 것은 신나게 노는 것 아니겠는가.
그 동안 실천에서의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리는 시원한 곡성계곡에서의 물놀이.
게임도 하고, 시원한 물에 몸을 담구며 이후 청년통일대행진단의 단결단합을 높이는 자리, 이번 물놀이는 역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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