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일어나 홍콩에서의 마지막 하루 숙박료 100홍콩달러를 지불했다. 오늘은 어제 보아두었던 한국식당으로 가서 여행이후 처음으로 한국음식을 먹어보아야 겠다. 보통 식당마다 런치매뉴를 제공한다. 이집도 있었다. 김치스프가 50홍콩달러다. 주인아저씨에게 이거 김치찌게 맞죠하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아저씨가 이 메뉴는 반찬이 없다 90달러 짜리를 시키면 반찬 6가지가 나온다 한다. 김치찌게 하나만 있으면 밥먹는다. 그냥 시키고 이윽고 김치찌게가 나왔다. 돼지비계가 듬뿍 들어간 정통 김치찌게다. 좀 처럼 먹지 않았던 돼지비계가 살살 녹는다. 밥 한 공기를 다 먹었는데 찌게가 좀 남았다. 밥 반공기만 더 먹고 싶다. 그래서 한국식으로 아저씨 밥 반공기만... 내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아저씨가 밥 한 공기 더 들릴까요 한다. 돈 받을려나 보다. 결국 나온 돈이 추가 공기밥 10달러에 호텔에서 붙는 서비스부가세 6달러 붙여서 도합 66달러를 냈다. 9000원 돈이다. 찌게는 맛이 있는데 인심의 맛은 박하다.

 

2.

페리를 타고 센트럴로 가서 도서관에 들렀다. 내가 좀 느린편이라 일기를 워드로 치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물론 치면서 또 한번 돌아볼 수 있다. 정작 도서관의 책들은 보지도 못했다. 30년전에 호주여행자가 세계일주를 삽화와 글로 표현한 책 정도 훝어봤다. 성과는 무지있다. 내 인생에 일기쓴다 결심을 해도 일주일을 못넘겼는데 좀 밀리긴 해도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도서관 문닫는 7시가 되어 스캔 몇장 올리고 나왔다. 홍콩 도서관은 이제 안녕이다.

 

3.  

페리터미널 앞에 홍콩산 정상으로 가는 피크트랩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줄을 서서 버스에 오르는데 무료라고 책에 나와있었는데 돈을 받는다. 무심코 10홍콩달러 동전을 넣었는데 거슬러 주지 않는단다. 이럴수가. 피크트랩 정거장 입구에 내려 왕복표를 끊고 열차를 탔다. 정상으로 가는 열차라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어께가 막 뻐근해진다. 산의 정상은 초승달 모양의 독특한 건물과 건물 옥상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인 젊은 가족의 말소리가 들린다. 피크트랩으로 정상올라 전망을 봐야 홍콩을 봤다고 할 수 있는거야. 어쨌든 홍콩의 야경은 볼 만하다. 홍콩도 겨울이라 정상은 무척 춥다. 정상건물 옆에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붐빈다. 다시 내려왔다.

 

4.

트랩 터미널에서 론리플래닛에서 소개한 샌트럴 바거리의 한 재즈 라이브 바를 찾아갔다. 술집거리를 두 바뀌를 돌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이 부근은 백인들 천지다. 각 바들은 음악 볼 륨을 높이고 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공연을 보는 거라면 상관이 없는데 이런 바에 혼자 분위기 잡기는 좀 그렇다. 내 짦은 영어로 영 걸 보이들 하고 대화하기도 어렵다. 이 길은 속된 표현으로 물이 좋은 길이다. 젊은 남녀들이 한 껏 멋을 부리고 있다. 이럴때는 누군가와 같이 다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5.

배를 타고 침사초이 부두에 내렸다. 마침 이 곳 쇼핑가에 서점이 있다. 들어가서 이책 저책 둘러보는데 눈길을 끄는 책이 한 권있다. 마오 전기다. BBC에서 30여년동안 러시아 중국 등에서 특파원생활을 했던 저자가 70년대 중국특파원으로 거주했던 경험을 살려 1999년에 초판이 나온 책이다. 책값이 165불이다. 그래 중국에 있을때까지 마오전기를 독파하리라. 그러면 내가 대화를 소망했던 중국 현대 역사와 문화혁명에 대한 부분을 간접대화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 베트남을 가면 호찌민 전기를 읽으리라. 책을 사고 숙소쪽으로 걸어오는데 김치찌게 먹었던 골목에 째즈 라이브 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갔다.

 

6.

대부분 백인들이다. 맨 앞에 자리가 있다. 5인조 재즈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다. 연말이나 흥켜운 분위기다. 트럼팻, 섹소폰, 전기기타, 베이스, 드럼. 트럼팻 연주자는 익살맞은 표정의 서양아저씨이고 나머지는 얼굴이 필리핀인으로 보인다. 나이는 40대부터 60대까지로 보인다. 재즈연주의 리듬이 내 몸에 전달된다. 밴드 연주자들은 행복한 얼굴들이다. 특히 베이스연주자의 미소가 굿이다. 10년 계룡산 동학사에서 보았던 한 비구니 스님의 미소가 생각난다. 이들의 일상도 고단하겠지만 연주에 몰입할때 만큼은 그들은 행복해보인다. 솔로 연주가 이어진다. 서양 트럼팻 연주자는 만담꾼 역할도 하고 있다. 연신 사람들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윽고 색소폰 연주자를 닭 인형을 어깨에 대며 추켜세운다. 60대가 훨씬 넘은 얼굴이다. 요즘 펫 메스니 같은 세련된 젊은 재즈연주자가 풍길 수 없는 맛이 있다. 그 맛은 그의 짙은 주름에서 나오는 걸까... .

 

7.

한 사오십분 연주가 이어지고 휴식타임이다. 서양연주자는 테이블을 돌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나도 마저 치킨날게후라이드를 띁고 자리에 일어났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연주자들의 행복한 얼굴을 떠올렸다. 몰입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문화도 정치도 만들어진다. 행복해야해, 누구나.

 

 

* 041229(수) 여행34일차

(잠) 침사초이 미라도아케이드 14000원 (100홍콩달러) 

(식사) 점심 김치찌게 9240원 (66홍콩달러)

(이동) 배 왕복 470원(3.4홍콩달러)

          버스 1400원(10홍콩달러)

          트랩열차왕복 4200원(30홍콩달러)

(입장) 재즈라이브바 골든타임 아사히맥주 6860원 (49홍콩달러)

                                         닭날게후라이드 5460원 (39홍콩달러)

(기타) 마오쩌뚱 전기 23100원 (165홍콩달러)

 

........................................... 총 64,7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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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8 19:21 2005/01/0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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