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시 반쯤 호텔직원이 문을 두드린다. 너 오늘 계속 묵을거냐. 노우 난 오는 중국으로 다시 간다. 보통 호텔은 오전 12시까지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 2시 이후에 여권과 중국비자를 찾으러 오라 했는데 시간이 빈다. 아직은 그 흔하디 흔한 맥도날드의자에 앉지 않았다....  11시가 넘어 체크아웃을 하고 베낭을 메고 삼오정이란 한국식당으로 갔다.

 

2.

여긴 어제 보다 좀 더 작고 아담한 집이다. 한국음식점은 보통 2 3 층에 있다. 1층 같은 지나가는 손님들이 아니라 알고 찾아오는 고급손님을 상대한다. 이 음식점은 1층에 있었다. 여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메뉴판을 들고 나온다. 40달러짜리 생선구운 백반 런치메뉴를 시켰다. 식판에 밥과 나물 생선 구운건, 그리고 작은 접시 3개에 김치등 믿반찬, 그리고 국이 나온다. 생선 크기는 생각보다 적다. 을지로 골목의 삼치구이가 생각난다. 주인 할머니가 와서 어떻게 왔냐며 물으신다. 내가 이 삼오정한국식당이 론리플레닛에 작지만 인기있는 식당이라 나와있다고 하니 당신은 홍콩에 와서 식당한지가 28년인데 참 고맙게도 어떻게 알고 외국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작년에 번역되었다고 하면서 한국판을 보여드리니 이 출판사에 감사팩스를 보내겠다고 주소를 찾으신다.

 

3

그러면서 내가 밥을 더 먹어가자 중국인 종업원을 부른다. 여기 밥 좀더, 국도 가져오고, 반찬도 가져오고... .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한국음식만 그리운게 아니라 음식인심이 그리운거야. 주인할머니는 연세가 일흔 셋 되셨단다. 처음에는 직원도 20명 이상 고용하는 큰 식당도 하고 이것도 하고 했었는데 10년 전부터 이 식당만 하신단다. 사람들을 만나고 접대하는 이 식당일이 자기에겐 정말 좋은 천직이란다. 처음 들어와서 앉을때 저쪽 테이블에서 할아버지가 이 할머니에게 뭐라고 소리를 크게 내며 화를 내셨다. 내가 왜 소리를 지르시냐고 하니 집에선 안그러는데 식당에서 직원도 있는데 왜 직접 손님을 맞고 음식을 나르냐고 화를 내신단다. 할아버지 생일이 3월 5일이라 식당이름을 삼오정이라 지었다한다.

 

4.

주인 할머니가 보라고 한국 신문을 가져다 주신다. 조선일보다. 글로벌 조선이로군. 신문에선 최근 일어난 동남아시아 재난소식이 탑이다. 피해를 당한 곳은 사실 내가 계획하는 코스와 겹쳐있었다. 만약에 3개월이나 진을 빼고 애를 먹이던 전세방이 좀 일찍 나갔더라면, 처음 여행 얘기를 꺼낼 때 니가 이럴 수가 있냐더 어머니가 한 달 만 다녀오라고 허락을 좀 빨리 내렸더라면 여행은 좀 빨라졌을테고 태국 해안가는 기본 코스였고 남부 인도, 스리랑카도 사정권 지역이었었다. 그런거 하나하나 걱정하기 시작하면 집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여하튼 재해지역은 내 여행루트에서 피해서 가야할 지역이 되었다. 난 바다를 좋아하는데. 베트남은 최대한 해안루트를 찾아봐야겠다.

 

5.

2시에 오라는 중국여행사를 식당에서 나와 12시 30분에 갔다. 좀 일찍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인데 가서 영수증 보여주니 써있는데로 2시에 오란다. 그냥 여행사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은 그냥그냥 흘러가고 여권과 여권에 붙여있는 비자도 받았다. 이제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홍콩 여행 일기에서 빠진 얘기가 하나 있다. 홍콩섬 쪽을 걷고 있는데 건물 옥상정원이 이뻐서 한바뀌 둘러보는데..... 한 인도인이 인사를 한다. 그런데 내 이마의 상과 빛이 좋단다. 그리고 손을 보여달란다. 손바닥에 내 생명선을 보고 95살이상은 건강하게 살겠단다.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얘기였다. 감정선, 두뇌선이 어쩌구 하면서 작은 종이 두장을 꺼낸다. 한장을 꼭꼭 접어 손에 쥐고 있으라 하고 나에게 몇 살이냐 좋아하는 꽃은 등등을 물어보고 나머지 한 장에 쓴다. 그리고 조금있다 뭐라 하면서 내가 쥐고 있던 종이를 펴보라한다. 똑같이 거기도 쓰여져 있다. 또 한번 가족 숫자를 묻고 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종이를 펴 보라 한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한 장에 쓸때 습자지 같이 밑에 하나를 더 눌러서 쓰고 내가 펼때 바꿔치기 하는 방식인거 같다. 마지막으로 지퍼가 달린 지갑안에 자기 인도 스승사진을 보여주며 내 손을 넣으라 한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로 돈을 집어넣으라 한다. 어쨌든 한 10여분 그도 애를 썻다. 지폐를 꺼내는데 홍콩은 지폐는 10달러짜리가 거의 없고 가지고 있는게 20달러짜리다. 20달러 짜리 한 장을 넣었다. 그가 말했다. 20달러 한 장만 더 넣어달라. 당신이 애를 쓴건 20달러로도 충분하다. 인도인은 거절하고 일어서는 나를 붙잡으면서 작은 돌하나를 꺼낸다. 이제 정말 가야겠다. 웃으며 바이했다. 그도 더 잡지 않고 인사하며 헤어졌다. 20불에 약간의 유쾌함을 샀다. 그런 그를 오늘 여행사 가는 길에 보았다. 걸려든 손님 하나가 그의 말을 듣고 있다. 이 손님은 얼마를 지불할까? 저렇게도 살아나간다.

 

6.

동침사초이역으로 가서 KCR을 탔다. 종점역인 리루역에서 내려 홍콩출국도장을 받고 중국 입국 도장을 받았다. 12월 30일 입국도장 그러니까 1월 30일까지는 중국을 벗어나야 한다. 중국선전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계림가는 버스 있나고 물으니 이 터미널에는 없고 저리로 가란다. 저리가 어디란 말이냐. 묻고물어 돌고돌아 20달러에 데려다 주겠다는 한 아주머니의 제안을 저절하고 정류장을 찾았다. 양숴글자는 안보이고 계림가는 버스가 있다. 저녁 7시 30분 출발하는 버스 한대가 있다. 가격이 비싸다. 230원 320원 두 종류가 있다. 230원짜리 표를 끊고 나니 4시가 넘어간다. 3시간 남짓 또 시간이 빈다. 오늘은 기다리는 날이로군. 그냥 유리문도 없는 대합실 의자에 앉아있기로 했다.

 

7.

손에 한아름 잡지를 들고 팔고있는 10대 후반의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제게 팔릴까? 팔이 아플텐데. 날씨는 쌀쌀한데 얇은 옷차림이다. 안스럽다. 못읽는걸 살 수도 없고. 중국엔 길거리 상인이 많기도 하다. 그들은 대부분 악착같이 권하고 또 권하고 또 권한다. 그들의 고단한 삶을 중국사회시스템은 별로 보호하고 있지 않아 보였다. 이념의 실현보다는 생존의 힘이 이 사회를 지탱해 나가고 있는거 같다.

 

8.

시간이 되어 버스가 왔다. 그동안 보기만 하던 침대버스다. 2층은 2층인데 1층 버스 안에 두 층 침대를 끼워 넣었다. 앞쪽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잘 몰라 한 아저씨가 뭐라 핀잔을 준다. 내가 워쓰한궈랜 한국인입니다라고 하니 얼굴이 펴지며 웃는다.여기도 내 자리가 어딘지 모르겠다. 뒤쪽 2층이긴 한데. 맨 뒤쪽에 한 여자가 있다. 표를 보여주는 왼쪽 끝자리란다. 침대는 3열 종대로 되어있는데 길이가 한 150여센티 될까? 허리를 굽히던지 다리를 굽히던지 양단간에 선택을 해야 한다. 론리플레닛에서는 그냥 의자버스가 났다라고 코멘트른 한다. 키 큰 백인들은 그럴 것이다.

 

9.

차가 출발한다. 내 자리는 맨 뒤자리 왼쪽이다. 왼쪽타이어와 노면이 만나는 질감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진다. 물결이 좀 이는 배를 탄 느낌이다. 이 버스는 12시간을 가서 내일 아침 7시 30분에 도착이란다. 12시간동안 엉거주춤한 자세로 보내야 한다. 저녁 안 먹기를 정말 잘했다. 뭐가 속에 있었으면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버스는 한 군데서 사람들을 더 태우고 꽉채워서 출발한다. 사람하나가 더 탔나보다. 내 밑 자리는 임시자리인데 자리하나를 만든다. 이불하나가 모자란다. 안내원이 옷을 덮고 자는 내 옆 중간자리 여자의 발치에 있는 이불을 빼서 믿으로 내린다. 내가 베고 있던 오리털 파카를 다리 쪽에 덮어주었다. 내가 좀 매너가 있긴 하지. 버스는 3시간 후인 10시 30분 한 휴계소에 선다. 나가기도 힘들어 그냥 있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한다. 못잘거 같았는데 그래도 잠이 온다. 잠이 든다.

 

 

* 041230(목) 여행35일차

(잠) 침대버스

(식사) 점심 삼오정 한국식당 5600원 (40홍콩달러)

(이동) KCR 동침사초이- 로루  5250원 (37.5홍콩달러)

          선전-계림 침대버스 29900원 (230원)

(간식) 빵 280원 (2홍콩달러)

(기타) 인도남자 관상, 손금...  2800원 (20홍콩달러)

 

............................................... 총 43,8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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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8 20:01 2005/01/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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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ivermi
    2005/01/09 01:02 Delete Reply Permalink

    글로벌 조선이라...하하~
    건강하게 보내고 계신 듯하니 좋네요~ 여행은 갈까말까할때 가야한다는뎅...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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