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때 일했던 시민단체와 좋아하는 형이 주축으로 일하는 교육운동단체가 KBS 광주 총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공부의 신>이 함량 미달이라는 것이었다.

 

이 기자회견을 기사로 작성한 미디어스 홈페이지를 보니 댓글이 장난 아니다.(여기) 기자회견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 단체들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이런 공격을 받는 데 마음이 아프다.

 

물론 나도 이 기자회견을 연 건 실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항의 할 거였다면 서울 원정을 가야하는 거 아니었을까? 두 곳 다 광주에만 있는 단체가 아니고 전국적인 시민단체의 광주지부다. 전국의 지부 모두가 모여서 이에 대해 항의하고 제작진을 만나는 시도를 하는 게 더 생산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댓글을 단 사람들 말처럼 시청자들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자.' 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너무 투박하게 접근했다.

 

하지만 전술이 잘못되었다고 이 전투의 명분이 훼손당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들이 왜 이런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는 지에 대한 배경을 한 번은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호적인 제 3자의 입장에서 이들에 대해 변론을 하고자 한다.

(제목에 '변론'이란 단어를 붙인 것과 '우호적' 이라는 단어를 붙인 건 주관적으로 이야기하겠다는 거다. 주관적으로 이야기 하는 거니 필자의 글에 대해 비판하셔도 무방하다.)

[##_1C|XEexZn2Kwa.jpg|width="471" height="267" alt=""|_##]

▲ 문제의 기자회견을 담은 사진. 그런데 내가 보기에도 출소자란 단어는 반감을 살만 하다. 출연 배우들의 팬들이 분노시키기 때문이다.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주의자(?)들의 지적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려운 사람에 대해 도와주는 봉사가 전부가 되어야 하는가? 일시적인 원조뿐만 아니라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을 고치는 것도 함께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는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미담을 소개 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들을 없애는 행동도 같이 선행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사회복지와 관련된 학과를 다니며 강단에서만 배우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 준 이야기였다.

 

교육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대학 진학으로 인한 좌절을 없애는 건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더 좋은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여 상위대학이라고 규정받는 곳으로 진학시키려 도와주는 미시적인 방법과 대학을 서열화 시키는 대한민국 사회의 모순을 바꾸는 거시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그 형은 거시적인 방법에 천착을 한다. 강준만 교수는 책에서 '진보적 근본주의자'로 표현을 하던데 하여튼 뭐 그렇다.(개인적으로 이런 딱지가 붙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 그런 형이 보기에 강석호 변호사의 해결책은 불편했을 것이다. 최고라고 불리는 천하대 진학을 전제로 깔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의의 달인을 붙여논다고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건 매한가지다.

 

산을 오르는 데 등산로로 간다고 해서 편하게 간다고 뭐라 할 수 없고 암벽등반으로 간다고 해서 겂 없다고 뭐라 할 필요는 없다. 이해할 순 없더라도 '다른 생각도 있군' 하고 그냥 지나쳐 주거나 근본주의자(?)들의 의견에 관심을 가져주면 감사할 거 같다.

 

드라마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드라마인데' 라는 이야기에 무조건 적으로 동의하긴 힘들다. E.H 카는 <역사는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이야기 하였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다. 대중문화도 작품과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비틀즈의 'Let It Be'가 좋은 경우일 것이다. 베트남 전에 대한 반전 분위기는 비틀즈가 'Let It Be'를 부르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반전의 메세지를 고조시켰다. <불멸의 이순신>이 독도 논쟁, <주몽>이 동북공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좋은 예일 것이다.

 

<공부의 신>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를 보며 수험생들에게 '할 수 있어!' 라는 의지를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이 드라마의 긍정적인 면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자칫 대한민국 교육의 '1등지상주의'라는 모순을 미화시킬 수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하기 힘들다.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과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는 게 죄라면 죄이다.

 

올해 5월 방영 예정에 있는 <자이언트>도 이런 이유로 일어난 논란일 것이다. 본래 시놉시스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드라마 소재가 바뀌었고 그 소재가 6~70년대 도시개발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현 대통령이 언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방영예정시기가 지방선거가 최고의 이슈가 되는 시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캐스팅 물망에 오르는 배우의 팬들이 반발하고 피디가 그 배우의 갤에 글을 남기는 사건은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본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개인적으로 황정음씨 팬인데 맘 같아서는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다. 꼭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것이 필자가 이 기자회견에 동의하는 이유이다. 이상 변론을 마쳤다. 이에 반대하시는 분들은 코멘트를 날려 주시길 바란다.

 

P.S 다만 지역드립은 안 해주시길 바란다. 광주전남이 전교조의 고장이라는 말은 여기서 처음 들어본다. 이는 태어나고 사는 게 하필 이 곳인 사람들에 대한 모욕임과 동시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타 지역의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스에 기고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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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0/02/07 11:23

[##_1C|XdD8sQiaO2.jpg|width="250" height="338" alt=""|_##]                                                       (출처=롯데자이언츠)    

뭐라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네요.

너무 슬픕니다.

곧 일어날 거라 믿었는데

10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 곳에서 아프지 말고

당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마음껏 하기 바립니다.

진짜 너무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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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구장 왜 발표했어? 자증나게.

2010/02/06 14:53

요 며칠 계속 아팠습니다.

하고 있는 일들을 모두 스톱 해야 할 정도였지요.

회복하고 있는 찰나에 포스코에서 광주시 돔 구장 건립을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 지네요.

 

1. 메이저리그에 미네소타 트윈스라는 팀이 있습니다.

그 팀의 홈 구장이 메트로 돔인데요.

올 해부터 '타겟 필드' 라는 이름의 개방형 구장으로 옮겼습니다.

4월과 10월에 눈이 내리는 미네소타임에도 돔 구장에서 개방형 구장으로 옮긴 이유가

구장 내의 심각한 소음이라고 하죠.

[##_1C|XMPWm8EwWT.bmp|width="486" height="273" alt=""|_##]           ▲바로 이 구장이 타겟 필드(Target Field) 입니다. 타겟 이란 이름은 지역의 기업 이름이라고 하죠.

거기에 실내다 보니 공기도 좋지 않구요. 유지비도 너무 비쌉니다.

이런 이유들로 돔 구장에서 개방형 구장으로 옮기는 게 요즘의 글로벌 트렌드 입니다.

 

2. 광주시민들은 아시겠지만 광주시의 U대회 개최도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처음 이야기가 나온 2007년은 군대에 있어 그 상황에 대해 모르는데요.

2008년 광주시내에 대대적으로 홍보를 함에도 불구하고 제 주위 사람들은

U대회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 모르더군요.

광주시에서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거죠.

2013년 U대회 개최 실패이후 박광태 시장은 "시민의 여론을 듣고 재도전을 시도하겠다."

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단 한번이라도 시민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 적이 있었을까요?

공청회는 한 번도 없었고 시민단체 측에서 토론회를 개최해도 시 측에서 나온 패널이 아무런 근거 없이 "이해해 달라."라고 이야기 하며 계몽하려는 시도밖에 없었습니다.(제가 봤던 두 번 다 시 마케팅 본부장이었습니다. 실명은 거론 안하겠습니다.)

어쩜 그렇게 U대회와 돔 구장 시도 과정이 똑같을까요?

 

3. 사실 U대회를 유치하면 지지율이 올라가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그러질 못했죠.

유치가 발표된 시기가 좋지 못한 것도 있지만(발표된 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서거하셨죠.) 

광주시민들이 U대회를 개최한다고 크게 기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공감대를 얻었으면 이러지도 않았죠.

또한 뜬 구름같던 U대회와 달리 생활과 밀접하게 느끼던 스포츠 이벤트인 프로야구는

빈약한 구장상태로 인해 선수들이 부상 당하는 일이 계속 일어납니다.

이에 2002년 부터 야구장 신축을 이야기 하던 박광태 시장에 대한 비난이 거세집니다.

결국 해결책으로 야구장 신축을 이야기 했는데 돔 구장이라는 좋지 않은 미끼를 문 꼴이 되었네요.

 

자 공감대 못 얻은 U대회 개최하기 위해 시에서 2,000억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개방형 구장 짓는데 1,000억원 정도 들어가지 않습니까?

시 재정 없어서 개방형 구장은 힘들다고 이야기 하는 박광태 시장과 광주시에

사기 당했다고 생각하는 야구팬들의 의견이 과해 보이지 않습니다.

정동채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박광태 시장과 포스코 건설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요.

사과 뿐만 아니라 물밑 접촉, MOU 체결 과정과 이후 상황에 대한 전면적인 공개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투자유치 직전 비밀유지는 이 바닥의 원칙이라고 이야기 하시던 시 관계자 여러분.

투자유치 물 건너 갔으니까요.

이제 모든 걸 시민들이 알게 합시다. [##_1C|XVreyCEGiG.bmp|width="474" height="105" alt=""|_##]

▲ 광주시 홈페이지에 있는 배너입니다. 투자를 신청한 또 다른 곳이 있다고 하던데 그거 때문에 안 바꾸는 걸까요? 지금도 이 배너를 볼 수 있습니다. 굉장히 공허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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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

2010/02/02 21:11

오전에는 시장 예비후보 수행원으로서 다른 시장 예비후보와 악수를 한다.

스물 여섯살 치고 흔치 않은 경험이다.

 

저녁에는 나중에 먹고 살 걱정하며 도서관에서 공부한다.

스물 여섯살에게 당연한 경험이다.

 

두 살림 차린 것도 아니고

왔다갔다 하는 게 정신 없다.

이젠 정체성까지 혼란스러워지려 한다.

 

과연 오전의 내가 나일까?

저녁의 내가 나일까?

 

제발 노무사 되라는 한 선배의 말이

귓가에 울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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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C|XWLzv73piZ.jpg|width="451" height="638" alt=""|_##]

[##_1C|XdQEIk0DJ1.jpg|width="355" height="477" alt=""|_##]

1. 유니폼

바로 직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이 변경된 걸 보고 나서인지 심각하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보기에는 민망하다.(유니폼을 사야 할까 고민 중)

그리고 기아 프론트 진은 디자인 평을 떠나서 버튼 형을 요구했던 팬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걸 책임져야 할 듯.

 

2. 엠블럼

보기에는 무난하다.

그런데 색상은 두산 베어스 로고타입, 글씨체는 한화 이글스를 연상 시킨다.

창조성이 떨어지는 듯.

 

3. 마스코트

지난 번 마스코트는 너무 가슴근육이 발달해 눈에 거슬린 게 사실이다.

가슴 근육 없어져서 보기는 좋은데 가슴근육이 배로 갔다.(너무 아저씨 같다.)

외모는 귀여워 졌으나 전래동화 책 속의 호랑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너무 갔다.

 

총평:★★☆☆☆

무난하나 성에 차지 않음.

그래도 팬심으로 유니폼이랑 모자 산다.

 

위의 사진은 모두 기아타이거즈 홈페이지에서 퍼왔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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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을 통해 KIA타이거즈의 불펜포수이던 변선웅 선수가 정식선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KIA타이거즈는 송산, 허승민 선수가 군 입대를 하게 되면서 포수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혹자는 어부지리로 얻은 기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에도 조범현 감독이 변선웅 선수의 정식선수 등록을 건의한 적이 있었다고 하니 그의 잠재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거 같다. 아무쪼록 변선웅 선수가 이번 기회를 토대로 최초의 불펜포수 출신 1군 풀타임 주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변선웅 선수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 가지 있다. 지극히 사적인 이유인데 고3때 같은 반이었기 때문이다.(내 나이와 출신고교가 공개되는구나.ㅠㅠ)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변성웅’이라고 오타가 난 걸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안 그래도 야구팬인 놈이 진학한 고등학교에 야구단이 있으니 얼마나 신났겠는가. 말로만 듣던 동대문야구장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입학 초기 들뜬 기분을 가진 기억이 있다.

 

하지만 3년 동안 동대문야구장을 가지 못했다. 우연찮게도 2001년은 광주진흥고가 2002년에는 광주일고가 광주고교야구를 지배했고 비로소 광주동성고가 지역예선에서 연승을 하며 전국대회로 진출 했을 때 고 3이었기 때문이다.

 

갈 기회는 있었다. 청룡기 야구대회에 광주동성고가 결승에 진출했었다. 준결승전 승리 후 교사 회의가 있었고 고 3 학생들도 가기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당일 오전 어떤 학부모가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며 그 결정은 취소가 되어 버렸다.(내가 이런 말 한다고 화 낼 분들은 『미디어스』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한 마디 하겠다. 아이를 위해 무조건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리는 강경파 학부모들이 꼭 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꼭 학부모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더라. “학생은 자기 욕심 채우는 로봇이 아니거든요.”) 

 

2001년 진흥고에는 김진우 선수(맘이 아프다.), 2002년 광주일고에는 김대우(롯데자이언츠), 고우석(KIA타이거즈)선수라는 에이스가 있었다. 그와 달리 2003년 동성고의 팀컬러는 타력이 강한 팀이었다. 1학년 때부터 주전이었던 김주형(상무) 선수를 필두로 명정주 선수, 2003년 당시 2학년이던 이원석 선수(두산 베어스) 등이 포진해 있는 타선은 그 당시 고교야구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들은 최고의 타력을 앞세워 제58회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에 진출한다. 광주고교야구삼분지계 중 하나를 차지한 동성고였지만 유독 청룡기 대회에는 우승 운이 없었다.

 

결승전 상대는 순천효천고. 팀의 에이스는 김수화 선수였다. 그 해 김주형 선수와 함께 KIA타이거즈 1차지명자로 오르내리던 선수였다. 예선에서 준결승까지 순천효천고가 3실점 이상을 한 게 배명고와의 경기밖에 없었고(13:5) 그 중심에는 김수화 선수가 있었다.

 

팀 대 팀, 학교 대 학교의 대결뿐만 아닌 김수화와 김주형의 대결에서 먼저 웃은 건 김수화였다. 2대2 동점 상황에서 순천효천고가 9대2로 멀찍이 달아난 것. 지난 해 한국시리즈 7차전 6회 초에 KIA타이거즈가 SK와이번스의 저력을 보고 절망에 빠졌듯이 학교에서 결승전 중계를 보고 있던 우리도 포기상태였다. 상대가 김수화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주하면 ‘배’처럼 고교야구 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혹사’로 인해 김수화 선수는 무너져 갔다. 8, 9회 그는 열일곱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던 그 김수화가 아니었다. 8회말 7:9까지 허용하더니 9회말 투수였던 강창주 선수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10회 말 그는 또 다시 마운드에 섰지만 이미 방전된 백만 돌이가 된 후였다. 두 타자 연속 몸에 맞는 공 허용.(그 와중에 김주형 선수는 일부로 몸을 공에 갖다 대더라.) 결국 1사 주자만루에서 바뀐 투수 김선규 선수가 명정주 선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순천효천고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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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형 선수가 2006년 6월 8일 롯데 자이언츠전 8회 말에 투런 홈런을 칩니다. 상대는 바로 김수화 선수였습니다. 이 소중한 정보를 알려주신 익명의 제보자(?) 분께 감사하단 인사를 전합니다. ⓒ KIA 타이거즈

 

이후 김주형 선수는 KIA 타이거즈 1차지명으로 입단하게 된다. 그리고 김수화 선수는 롯데자이언츠 최대 계약금을 받게 된다. 이후 둘 다 유망주 딱지를 떼지 못하고 상무에 입대했다. 공교롭게도 김주형 선수가 김수화 선수의 후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둘이 군대에서 이 이야기를 했을 지 궁금하다.

 

이 경기에서 뛰었던 선수들 중에 이 둘 이외에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가 임창민(경찰청), 이원석(두산베어스), 한기주(KIA타이거즈), 김선규(SK와이번스)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교야구 선수들이 졸업반 즈음이 되면 골프를 배운다고 한다. 프로 선수가 되지 않으면 골프 강사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소 빈약한 야구 인프라로 인해 어릴 적 꿈을 포기하는 것이다. 역사를 만들었고 희망을 만들었던 많은 고교야구 선수들이 정작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꿈을 포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맘이 아프다. 아무쪼록 2003년 청룡기 결승전이란 역사를 만들었던 선수들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야구를 떠났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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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빵꾸빵꾸빵꾸빵꾸빵꾸 똥꾸똥꾸똥꾸똥꾸똥꾸야!

 

인천 갔다 오겠습니다.

좋은 일로 가는 건 아니라서요.

그냥 이 정도로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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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르도 로드리게스라

2010/01/22 10:04

고등학교 졸업 이후 메이저리그 전문가를 꿈꾸며 Sporting News에서 발간한 2004년 스카우팅 리포트를 산 적이 있지요. 6년 후 취직 걱정을 해야 하는 찌질이로 변했지만 이 책에 있던 선수들이 한국에서 뛰는 걸 보며 신기해 하며 한 번씩 보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다시 이 책을 펴게 되었는데요. 바로 KIA타이거즈에서 리카르도 안토니오 로드리게스를 영입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보니 텍사스 레인저스 마이너리그 유망주 부분에 쓰여져 있군요. 2003년 7월 18일 라이언 루드윅(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의 트레이드로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하게 되었군요. 참고로 이 때 당시 박찬호 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고 있었죠.

 

리카르도 안토니오 로드리게스는 1996년 아마추어 FA로 로스엔젤레스 다저스에 입단합니다. 남미출신 선수들이 이런 방식으로 계약을 많이 하는데 이 때 나이를 한 두살 정도 낮춘다고 하죠. 기록에는 1978년생이라고 나와 있던데 정말인지 모르겠군요.(보충 실제로 두 살 어리다고 속인 게 밝혀졌다고 하네요.)

 

각설하고 2000년 루키리그를 시작으로 2001년 싱글A 그리고 2002년 더블A와 트리플 A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며 BaseballAmerica에서 선정한 팀 내 유망주 1위에 뽑히기 까지 합니다.(BA가 유망주 부분에 있어서 권위적인 곳이라는 걸 생각해 본다면 그 때 당시 가능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다 2002년 LA 다저스가 우완 셋업맨 폴 슈이를 얻기 위해 테리 멀홀랜드,프란시스코 크루세타(맞습니다. 삼성라이온즈의 그 크루세타입니다.)와 함께 로드리게스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보내게 되죠. 그 해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어 7경기 등판해서 2승 2패 5.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2003년 메이저리그에 15경기 등판해서 3승 9패  5.7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실망을 안겨줍니다.(2년 모두 선발등판이었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로 팀을 옮긴 이후 큰 기회를 잡지 못합니다. 2004년 5경기(4경기 선발)에 등판해서 3승1패 2.0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합니다.(이 시기 자신의 유일한 메이저리그 완투승과 완봉승을 기록하죠.) 그리고 2005년 12경기(선발 10경기) 등판해서 2승 3패 5.5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그 해 12월 19일 트레이드를 통해 필라델피아 필립스로 옮기게 됩니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상대 선수가 정해지지 않았고 추후 지명하기로 되었었는데 빈센트 파비야를 지명하죠. 텍사스 레인저스로서는 괜찮은 트레이드였던 거 같습니다.  

 

2006년 3월 29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방출되고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플로리다 말린스, 피츠버그 파일렛츠 등과 계약을 했지만 모두 방출되었습니다. BA에서 검색하니 2009년 멕시코 Saltillo에서 뛴 기록이 있군요. 7경기 선발등판해서 3승 6.7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였습니다.(멕시코 리그가 타고투저라는 얘기를 들어서 이 평균자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2004년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면' the Rangers think his groundball tendencies can make him a good fit for the Ballpark'(레인저스는 그의 그라운드볼 경향이 그 구장에서 적임자로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제 멋대로 해석한 겁니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땅볼/플라이볼 비율(GB/FB)이 1.01밖에 안됩니다. 낮은 비율은 아닙니다만 제이콥스 필드와 아메리퀘스트 필드가 투수에게 호의적인 곳이 아니란 걸 생각해 본다면 땅볼 유도를 못한 게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망친 걸로 보입니다.

 

2009년 멕시코리그의 성적을 보니까 GB/FB 비율이 1.81이더군요. 직접 보지 못해 자세한 얘기는 못 드리겠습니다만 땅볼 유도 능력이 멕시코리그에서는 살아난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능력 뿐만 아니라 홈 구장의 인조잔디와 타이거즈의 내야 수비능력이란 변수가 이 선수를 '제 2의 구톰슨'이 될 지 먹튀로 될 지 결정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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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사랑

2010/01/21 11:30

블로그 운영은 사랑과 같다.

며칠만 신경을 안 쓰면 유령처럼

존재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세심한 배려와 꾸준한 관심

그리고 지속적인 표현이

연인에게 사랑을 받게 하고

블로그 조회수를 올릴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아는 놈이 이러냐.

(걸 아는 사람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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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차라리 승점제를 해라

2010/01/19 12:29

'크루그먼의 경제학’(시그마프레스 2008.) 초반 부분을 보면 ‘유인’(Intensive)이란 단어가 나온다. ‘행동을 변화 시킨 사람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그 어떤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만약 단골서점보다 책값이 10% 정도 싼 인터넷 서점을 알아 그 곳에서 책을 산다면 또는 옷이 선착순 50% 세일이라는 말에 아주머니들이 육탄전을 벌인다면 이건 새로운 유인을 가져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킨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내가 책을 읽고 이해한 바로는 그렇다. 그런데 왜 갑자기 경제학도가 아닌 베이스볼 오타쿠가 경제 개념을 이야기 하냐고? 오늘 이야기 할 주제인 ‘무승부=패’의 존속에 유인 이야기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있었던 2010년 제 1차 이사회를 앞두고 많은 야구인 들이 주목했던 안건은 대회요강 제 2조(승률계산법)의 개정 여부였다. 작년 승률계산법이 승리경기수를 경기수로 나누는 걸로 개정되었다. 별 거 아닌 거 같았던 계산법의 개정이 나비효과처럼 시즌이 끝난 뒤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았다. 무승부를 0.5로 계산하는 ‘종합계산제’나 무승부를 제외한 경기에 승리수를 나눈 ‘단순 승률제’를 적용했을 경우 공동 1위를 차지했거나 우승을 차지했을 SK와이번스가 2위를 기록하는 일이 발생한 것.

 

이에 많은 이들이 승률계산법의 개정을 원했다. 하지만 이사회 결과는 ‘존속’이었다. KBO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결정에 대해 ‘승률 계산은 무승부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시행 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현행대로 승리 경기수를 경기수로 나눈다’ 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과연 KBO의 대답이 납득할 만한 이야기일까?

 

야구는 시나리오로 이루어진 드라마가 아니다. 사람이 맘먹는다고 그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조작논란에서 자유로운 이유도 시청자들이 이런 점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에 무승부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승부=패’를 존속시켰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논란거리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제도를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정하지 않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 제도를 고착화 시키려고? ‘끝장승부 제의 명분을 얻기 위해 존속했다’는 음모론까지 생각하게 한다.

 

2009 시즌 경기 중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6월 25일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를 봐 볼까? 많은 사람들이 당시 12회 말 김성근감독의 선수교체 자체만 기억하고 있지만 그 날의 속사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거 같다.

 

그 날 SK 와이번스의 등판 기록을 보자. 선발이던 채병룡 선수가 3이닝 4자책점으로 이른 시기에 강판 당했고 올 시즌 선발로도 뛴 고효준 선수가 3이닝을 던진 채로 물러나게 되었다. 조웅천 선수가 7회 말, 정우람 선수가 8회 말 1이닝씩을 던지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아뿔싸, 상대팀의 마무리인 한기주 선수가 9회 초 동점을 허용한 거 아닌가. 꺼져갔던 승리의 불씨를 다시 지피기 위해 9회 말 마무리 투수 정대현 선수를 등판 시켰고 불펜투수에게는 긴 이닝인 3이닝을 책임지게 했다. 운명의 12회 말. 김성근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정대현 선수는 11회 즈음에 허리통증을 호소했고 남아있던 윤길현, 이승호 선수도 등판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에 등판한 선수가 바로 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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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 없는 자는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라는 예수의 외침이 있었습니다. 이 해프닝도 죄 없는 자가 김성근 감독에게 돌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KBO 이사회 멤버들은 김성근 감독에게 뭐라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 네이버 스포츠 캡처

 

이 날의 상황은 투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선두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A팀이 최하위인 B팀과의 경기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하여 타자를 투수로 세운다면? 그것도 다음 날 또 다른 선두권의 팀인 C팀을 상대한다면 말이다. 과연 우리는 무작정 A팀을 향해 돌을 던져야 할까? 이 경기를 비겨서 얻는 유인이 없는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강요도 일종의 폭력이다.

 

‘무승부=패’ 존속 결정에 제일 먼저 문제를 제기한 야구인은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이었다. 이후 ‘야신’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이 "KBO 이사회가 야구 현안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는지 의심스럽고 실망스럽다"라며 이번 결정에 우려를 표했으며 대부분의 감독들도 존속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이에 맞서서 사장단의 최고령자인 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감독이 할 일이 있고 이사회에서 할 일이 있다’ 라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라이온즈 팬 분들께는 죄송한 표현이지만 김응룡 사장의 발언은 궤변으로 들린다.(그래도 너무 뭐라 하지 마시라. 내가 좋아했던 첫 팀의 감독이셨다.) 감독에게도 사장에게도 현장은 ‘야구장’이기 때문이다. 김응룡 사장이 ‘야구팬을 위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진심으로 야구팬을 위해 다시 한 번 재고해 주기 바란다.

 

어쩔 수 없었던 상황도 ‘촌극’이란 단어가 붙는 데 전략적인 선택이라면 얼마나 큰 사단이 나겠는가? KBO 이사회는 촌극이 재발할 수 있는 구조를 바꾸지 않았다. 한 마디로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이사회는 분명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새해의 탁상공론이 우승팀을 바꾼 것처럼 조그만 유인 제공 하나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KBO가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힌 이유로 ‘무승부=패’를 버리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제 3지대인 승점제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승을 3점 무승부는 1점 그리고 패배를 0점으로 한다면 승리와 무승부에 차등을 주면서도 무승부를 선택해도 얻을 수 있는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구단 사장님 중 한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한 번 고민해 보시라고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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