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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으로 살아남기 (3): 살아남는다는 것은 내가 바뀌는 것이다.

이글로 세번째로 한 주제를 가지고 쓰는 글이다. 솔직히 오만방자하고 너무나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글을 계속 써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왠지 이렇게라도 적어놓지 않으면 앞으로는 정당의 "정"자만 들어도 기겁을 하고 선거때면 기권하는 과거로 돌아가버릴 것만 같아 적는 것이다.

아마도 앞의 두 허접한 글을 읽었던 분들이라면 도대체가 이 인간은 살아남는 것이 곧 선이다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 아닌가하고 여길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게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몇 사람의 신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찌보면 어정쩡하고 타협적인 그러나 살아남을 수 있는 정당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정당들과 차이점 하나 변변히 없는 정당이 살아남을 수도 없겠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발악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진보신당에 최근에 가입을 했다. 남들이 진보신당 욕하는 소리 다 듣고 나서 가입한 셈이다. "선거 정당", "급조 정당", "민주노동당과 차별성 없는 정당", "명망가 정당" 뭐 이런 비판 많이 한다. 나는 이런 비판에 거의 100% 동의한다. 그리고 내가 아는 진보신당 상근자나 당원들 이런 비판에 동의들 많이 한다. 그런데 솔직히 당 해산 안 당하고 그래도 3% 가까운 정당투표율 받고 껍데기라고 불리는 한이 있어도 살아남은 것에 나는 일단 기쁘고 놀랍다. 진보신당의 중앙당이나 유명인사가 출마하지 않은 지역에서 선거를 치루어낸 분들을 나는 개인적으로 꽤 많이 알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서 나는 나는 생존본능 같은 것이 있는 것을 총선 기간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느꼈다. 아마도 진보신당 지지자들도 그런 부류일 것 같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어떤 이념과 목표를 가지고 진보신당을 지지하고 참여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 자신있게 어떤 것을 기반으로 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아직까지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생존본능 또는 위기의식이 희석되지만 않는다면 단순히 생존을 넘어 희망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역시 옆길로 이야기가 셌다. 하지만 주제와 완전히 벗어난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신념이나 사상을 이야기하고 대의를 이야기하는 것에 무척이나 익숙한(아니 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아직도 좋아한다. 하지만, 정당을 하겠다면 최소한 살아남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에서 먼저 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원하는 정당과 이념을 머리에 그려놓고 출발하기보다는 지금의 정치 지형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두 꼭지를 틀어줄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는 정당을 그려보고 출발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정당의 이념이 너무 좌거나 우여서 중도가 득세하는 정치 현실에서 정당이 못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인식 수준과 가지고 있는 자원의 한계를 인정하고 거기에 맞출 수 있는 정책·조직을 갖는 것에 대해서 거부하지는 말아야한다는 이야기다. 좀 비꼬는 투로 말한다면 "개량"과 "회색"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타운 정치"를 비난하기 보다는 그 뒤에 숨어있는 욕망을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두번째 글에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든든한(?)' 빽이 있는 민주노동당도 생존 자체의 위기를 겪을 위험이 있는데 도대체 이런 빽도 없는 정당이 이름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었는데, 이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을 적어보기 전에 너무 서설이 길었다. 그래도 생존본능은 없고 이념만 존재하는 정당은 죽어도 생존본능만이라도 있는 정당은 살아서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주장하려고 잡설이 그만 길어졌으니 이해를 바란다.

아무리 생떼를 써도 정당의 생존의 결국 누군가의 지지를 받느냐 못 받느냐로 결론난다. 노동당 모델을 통한 지지를 얻는 것의 한계는 앞글에서 지적한대로다. 지지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노동당 모델에서 가능한 선택은 민주노총 같은 대중조직이 꾸준히 성장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하거나 아니면 비례대표를 확 늘려서라도 소수 정치세력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정치세력으로 활동할 의회공간을 확보하거나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어느 한 가지 가까운 현실에서 노동당 모델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바뀔 것 같지 않다. 당연히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들 삶이 좀 나아지기 위해서라도 이런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런 노력을 하는 분들을 나는 존경해마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어려움에 처한 노동당 모델을 지금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형태로 규정이 가능한 지지층을 다른 방식으로 지지자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정당의 모델을 시험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지금 당장 평등, 평화, 생태, 연대라는 말에 그나마 들어주기라도 할 그런 사람들이 어디에 있을까를 찾아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출발일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을 노동자계급이니 중산층이니 30대니 하는 말로 정의하는 것이 가능한지 따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많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단 10%라도 잠시 시간내어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의 욕구와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정당이라면 현재 시기에서 생존본능을 가진 정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04년 총선부터 2008년 총선까지 한나라당과 민주당류의 거대 양당에 투표하지 않고 기타 정당에 투표하는 사람들이 최소 약 13%정도 되는 것 같다. 2004년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이 13% 정당투표율을 보여줬다. 나는 이 사람들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가진 생각과 욕구가 균일할 것이라고 전제하기는 무지하게 어려울 것이지만 말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은 13% 정당득표율을 지켜낼 방안이 전무했다. 이들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한 적도 없고 이들을 위해서 제시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노동자·농민·서민을 대변한다는 자기만족을 벗어나보지 못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얼마나 잘 지내는가가 도대체 민주노동당 또는 대중운동의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민중경선제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껍데기만 서로 보아왔다. 자리 몇개를 주는가가 도대체 노동자중심성과 무슨 관계라도 있나? 도대체 노동자중심성은 뭔 소린가? 연대라는 말은 공동투쟁에 분담금 얼마내고 이름 걸고, 집회에 조직 소속원들 동원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쯤으로 전락했지는 않았나 싶다. 조직 대 조직의 관계로 모든 것이 환원되고 도대체 조직과 개인,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생략되는 구조가 굳어져가는 이런 환경에 누가 개인으로서 참여하고 싶어지고 그 속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정작 노동자를 외치는 '조직'이 노동자를 소외시켰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책에 쓰여있는 계급·계층을 바탕으로 정당을 그려보는 일을 그만 두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런 가상의 계급·계층을 들먹이며 정치하겠다는 사람들은 내가 겪어온 바로는 대부분 세상을 자신의 머리 속에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세상을 바꾸는데 별 관심이 없으면서 작명에 유난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내 인생에는 별로 도움 안되었다.

내가 바뀌면 살아갈 길은 여러군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바뀔 생각이 전혀 없다면 살아갈 방법은 오직 하나 세상이 그걸 허락해주는 경우뿐이다. 원칙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지만,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철저하게 주어진 틀 안에서 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솔직히 과거를 비판하기는 쉬워도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지금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남을 방법도 궁리해보지 못하고 내가 바뀔 여지는 하나도 남겨두지 않고 나의 정의와 이상을 가지고 정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왠만하면 말리고 싶다. 정당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서 행복해하는 사람인 경우는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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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으로 살아남기 (2): 민주노동당 분열 어떻게 봐야지?

복습이 예습보다 중요하다는게 내 공부론의 핵심이지만, 여기서 복습하자고 하면 글 읽는 분들 화낼 것 다 알아서 간단하게 줄인다. 간단 복습의 핵심은 창당은 조직 어느 정도 있으면 가능한데 제대로 기능하는 정당을 만드는 것은 열라 어렵다 되겠다.

잠시 이번 글에서는 일반론을 벗어나서 민주노동당의 최근 분열 상황을 살펴보면서 제대로 기능하는 정당의 조건을 만드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살펴보자.

뭐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진보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세력 중에 일부는 초기에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나는 그 두가지가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유였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만으로도 민주노동당을 탈당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도대체 내가 저런 사람들하고는 같이 당 못하겠다고 탈당하는데 그리고 민주노동당에 종북주의와 패권주의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인데 이를 이유로 나가는 사람들을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나는 이 두 가지가 민주노동당에 해악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정당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일부 내용은 그런 설명을 적절하게 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며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는 사람들을 "배신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그 정신 상태가 솔직히 의심스럽다. 사기꾼한테 어떤 사람이 넌 사기꾼이야 그래서 난 너랑 친구 못해 했다고 하면 그런 말한 사람이 잘못했다해야 하나? 민주노동당 전체를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난다면 그건 좀 이해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건 혼자 속으로 화내고 말 일이지, 그런 말 나올때까지 입 닥치고 있던 사람들이 할 얘기는 아니다.

좀 이야기가 옆길로 센 듯하다. 그래도 그리 주제에서 멀리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여튼 종북주의·패권주의 논란과 함께 가시화된 민주노동당 분열 사태가 그런데 급속도로 확대되고 진보신당이 출범할 수 있었던 동력이 어디에 있을까? 분당에 대해서 회의적이던 심상정도 돌아서게 만들었던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것이 일종의 생존본능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민주노동당은 안 돼"라는 생각이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자신들이 대변하겠다고 주장하는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지지도 받지 못하고 이해를 대변할 힘도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민주노총의 배타적지지로 성장한 당이다. 정당의 성립 모형이 민주노총과 같은 노동자 조직의 성장과 배타적 지지를 기반으로 정당도 성장한다는 모형이다. 한마디로 민주노총이 잘 되면 흥하고 못 되면 망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노동자계급 중심성", "대중정당", "계급정당", 뭐 같다 붙이는 말은 많아도 실제 돈 나오고 표나오는 것은 바로 이 '노동당' 모델의 작동 방식에서다. 잘 알다시피 민주노총 요즘 많이 힘들다 노동운동 자체가 어렵다.. 민주노동당 잘 안 되는 것은 이 노동당 모델에서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는 잘 될 까? 이 노동당 모델에서는 그 해답을 제시해야 할 제일 주체는 노동운동이다. 내가 아는 바로는 비정규직을 되내이는 수준에서 크게 나아간 것 같지 않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잘 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음 써놓고 보니 오만한 태도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내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시는 센스를 기대함다.)

조금 더 이 '노동당 모델'이 민주노동당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펴 보면서 그 한계와 가능성을 좀 살펴보자. 우선 좀 단순화해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만들기의 과정을 살펴보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민주노동당은 헌법소원도 내고 해서 적은 의석수나마 정당명부투표제를 도입해서 비례대표를 통해서 국회에 진출할 길을 열었다. 일정 수준(현재는 3%)의 지지율을 넘기면 비례대표 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이 비례대표 한 자리를 따기 위해서 여러가지가 필요하지만 항상 필요한 것이 표와 돈이다. 민주노총 열심히 돈도 모아다 주고 표도 모아왔다. 민주노총과 상관 없이 노력한 당원과 지지자도 많지만, 어쨌든 노동당 모델과 민주노동당 현실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막대했다. 2004년 총선 구도도 나쁘지 않았고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상근자, 당원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해서 비례 8명, 지역 2명이라는 정말이지 기적같은 성과를 냈다. 산업화와 도시화 초기의 서구 국가도 아니고 21세기 한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노동당 모델이 이런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성과를 낸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기적이고 그 앞날을 기대해도 좋은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이렇게 정당명부투표제를 잘 활용했고, 앞으로 이렇게 당선된 비례 국회의원들을 다음 총선에서 의무적으로 지역으로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한 번 생각해보시라. 매 총선마다 5명 정도가 비례로 당선된다고 치고 이 사람들이 다음 총선에서 지역에서 비례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당선된다면 몇년이면 국회의 절반을 차지할까? 첫번째 총선에서 5명, 두번째 총선에서 10명, 세번째 총선에서 15명, 네번째 총선에서 20명...  이런식으로 하면 현재 민주당 수준인 80석을 채우는데 필요한 총선은 16번이다. 64년 걸린다. 하지만, 사실 과반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일단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석만 채우면 또 국민들의 인지도도 달라질 것이고 재정 상황도 이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개선될 것이다. 매번 총선에서 비례가 5명이 아니라 10명, 20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니 그 시간은 급속하게 단축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한 10년 20년 보고 해볼만한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계산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2008년 총선을 보자. 민주노동당은 3명의 비례 국회의원과 2명의 지역의원을 당선시켰다. 진보신당은 한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해야할 점은 진보신당이 총선을 치룬 형식을 살펴보면 정확하게 민주노동당 모델이었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노회찬과 심상정이 당선 되었더라도 그건 진보신당의 새로운 모델이 제시되고 성공한 사례로는 기록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비례로 인지도 쌓고 지역 출마하는 모델 말이다. 2004년에 비해서 민주노동당은 반쪽이 났다. 정당명부투표제가 민주노동당에게는 2004년에는 득이 됐지만 2008년에는 내가 보기엔 손해였다. 친박연대와 같이 급조 코미디 정당이 실제로 정당명부투표에서 3위를 함으로해서 지역에 충분한 출마자를 낼 수도 없던 정당(?)이 엄청난 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창조한국당도 뭐 비슷한 득을 봤다. 다시 돌아가서 무한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하던 모델이 살짝 뒤짚어보니 끝도 없는 나락의 길로 밝혀지는 순간이다. 비례대표후보를 두고 벌어지는 당내 자리 다툼으로 인한 당력의 소모와 분열은 빼고도 말이다.

민주노동당의 의석 늘리기 전략과 관련해서 조금 더 비관적인 상황을 짚어본다면, 솔직히 이번 비례대표로 당선된 3인 중에 다음 총선에서 지역에서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비례의원이 지역에서 살아돌아오는 것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아마도 현실성 있는 판단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지속적인 정당지지율 상승으로 비례의석만 꾸준히 늘려가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그것으로는 정당지지율이 거의 40%가 되어야 겨우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수준 밖에 안된다. 그런데 이 정도 지지율이면 이미 집권 가능한 수준 아닌가.

너무 국회의원 수로 정당의 성패를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론을 제기할 분도 있을 것이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대변한다고 말한 사람들의 지지가 정당투표율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명백히 지지자와 정당의 결속이 잘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점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그리고 의회를 통해 지지자의 이해를 반영한 법률과 예산이 배정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2004년에 민주노동당 내에서 "거대한 소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현재까지도 그런 이야기 쓰는 사람들 많다. 국회 의석수는 작아도 대중적인 운동의 힘과 연결하여 의석수 이상의 힘을 국회에서 사용하자. 나는 이 전술이 전술 자체로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분명 민주노동당의 의원들은 국회의원 수로 보아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국회에서 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대한 소수"가 항상 "소수"에서 벗어날 방법은 제공하지 못했다고 본다.

민주노총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가 되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지난 17대 수준의 활동만 해준다면 글쎄 앞으로 한 10년은 민주노동당은 5%, 의석수 5명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민주노동당에 남아있건, 탈당을 했건 간에 민주노동당에 애정을 가졌던 사람들 이런 상황에 만족하고 행복해할 사람들이 아니다. 숨이 턱 막히고 머리 속에 "한계"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르는 것이다. '노동당 모델'의 한계 말이다. 조합주의적이다, 개량적이다, 의회주의에 빠진 정당이다 이런 좀 고상한 이야기말고 그냥 국회에서 제 목소리 제대로 내보고 싶은데 그게 왠지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서 진보신당이 만들어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민주노동당이 따르고 있는 이 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정당 모델을 찾아보자 정도가 진보신당의 추진 동력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민주노동당 안에서 이 모델을 버리자고 할 용기가 또는 힘이 없었던 것도 아닐까 싶다. 참으로 여기서 난감한 것은 민주노동당 모델은 실패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걸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모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모델을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사람들이 게을러서 또는 무능력해서라고 주장한다면 참 반박하기 거시기해진다. 이 문제는 결국 열심히 노동운동하고 정당운동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분히 비실증적인 방식으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진보불로그에 이런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런 분들이 이야기를 이어주시면 좋겠다.

너무 국회의원 수만 가지고 민주노동당의 성패와 분열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이글의 한계가 분명하지만, 당원과 지지자들의 기대와 민주노동당의 성취가 불일치하고 있고 이것이 개선되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로 '노동당 모델'이 현실에서  방황하거나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 정도를 지적했다고 이해해주시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련다. 다음에는 좀 이야기를 일반화시켜서 그럼 도대체 민주노총이라는 든든한 빽을 가진 민주노동당도 한계가 있다면 한국에서 지역주의, 명망가의 인기, 돈을 떠나서 제대로 기능하는 정당이라는게 살아남을 수 있는 뭔가 비빌 언덕이 도대체 있기는 한건지 좀 따져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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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의 팔영산 사진이예요.

제가 암벽등반에 꽂히는데 일조한 팔영산 사진입니다.
절벽이 예쁘죠. 이런 벽을 기어오른 것은 아니랍니다.



사다리와 사람들이 봉우리를 따라 올라가고 있는 것 보이시죠. 이런 길을 따라 갔답니다.



사진 가운데 위로 멀리 보이는 산에 봉우리가 삐죽 삐죽 연달아 솟아오른게 보이죠. 그 봉우리들을 가까이에서 찍은 것이 앞의 다른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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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으로 살아남기(1): 정당 만들기가 왜 어려워?

2008년 총선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유권자들은 정당투표지에 15개나 되는 정당이 있는 것을 보고 어느 당이 어느 당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 진보정당, 진보정당 떠드는 사람 많고, 그 놈의 당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수십년 노래를 하는 사람들, 조직들이 있다. 정당투표지만 보면 정당 만드는게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는데 왜 이리 정당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 정당을 잘 못 만들까? 아마 여기서부터 정당으로 살아남기, 진보정당 (나도 진보라는 말이 완전 진부하게 느껴지고 있고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진보의 재구성, 진보정당의 건설이라는 것에도 나는 솔직히 어떤 것을 만들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의 성공, 민주노동당의 쇠락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백수 생활 2주째에 들어서 능력 밖의 일이지만 잡설 수준에서 한 번 써보려고 한다.

허경영 같은 안드로메다인도 당을 만들고 대선도 나오고 한다. 거의 원맨정당이다. 대선에서 이런 후보가 10년 가까이 정치한다고 한 정당 세력보다 득표율도 높다. 굳이 선관위에 정당으로 등록하지 않는다고 정당이 아니라고 할 것도 없으니 몇 사람 의기투합하면 모임 만들고 정당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욕할 사람 글쎄 내가 보기엔 없다. 그래도 선관위에 등록도 하고 해야 뽀대가 나고 각종 혜택(국고보조금 지원 등)을 받아야겠다면 준비해야할 가장 큰 난관은 5개 이상의 광역시도당과 각 시도당별로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하는 것이겠다. 이쯤 되면 나도 정당 한 번 만들어봐야지 하던 사람들 중 99.9%는 포기할 것이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당원하겠다는 사람들이 좀 있고, 학연, 지역 등의 인맥을 동원하여 페이퍼 당원을 만들어낼 여력이 있는 조직이라면 그렇다고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뭐 당원이라는게 반드시 당비를 내야한다거나 하는 조건은 없으니깐.

민주노동당 같이 민주노총의 조직적 지원을 받는 경우는, 조합원들을 당원화하는 것이 그냥 무작위로 당원을 만들어가는 것보다 쉬운 환경이니 이런 기준은 쉽사리 충족시킬 수 있다. 뭐 각종 직능단체 같은 것을 끼고 있다면 그런 기존의 대중조직을 활용한 창당이라는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뭐 돈이 많거나 오랜시간 개인적으로 만들어온 사조직이 있다면 이를 이용해도 창당은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무슨 수단을 써서든 일정 정도의 조직만 있다면 창당까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닌데. 왜들 그리 정당을 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이 많을까? 정답은 뭐 간단하다. 정당으로서 살아남기가 쉽지를 않다는 점 때문이다. 총선에서 일정 지지율(2%)를 달성하지 못하면 법에 따라 정당이 강제해산된다. 뭐 다른 이름으로 다시 당을 만들면 되기는 하다. 정당을 만들고 당원들이 모여서 당원들끼리 만족하고 산다면 지지율은 대수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정당 만들고 세월은 흘러가고 선거에서 지지율이 항상 고만고만하거나 뒷걸음 치면 그 정당의 당원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는 권력하고는 관계가 없나보다 생각할 것이다. 뭐 당원들이 권력에 대해서 허심한 분들이라면 뭐 큰 상관이 없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그렇게 모인 정당이라면 굳이 정당을 해야할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정말 곤란해질 것이다.

뭐 너무 정당을 지지율과 권력이라는 말에 그 존재의의를 축소시켜 말을 한 것 같다.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 정당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하나의 척도로 보는게 더 맞을 것 같다. 정당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대표하는 사람들을 잘 대변하고 그러한 사람들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돌려서 말하면 정당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정당이 대변하고자하는 이해와 그러한 이해의 당사자가 하나의 정당에서 당원 또는 지지자로서 얼마나 단단하게 묶여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또는 힘)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잘 사용하는지 살펴보면 될 것이다.

창당을 위한 기술적인 기준을 넘어서더라도 당사자와 당의 결속 그리고 실질적인 힘을 얻는 것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이 그렇게 사람들로 하여금 '지속가능하고 유효한' 정당을 만드는 것을 어려운 일로 여기게 만드는 것이고 우리 사회에서 이를 어렵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당신이 지역주의 시대 지역 맹주나 박근혜가 아니라면 그렇다.

(계속 다른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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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하나 감당이 안된다.

2주전 쯤에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냈다. 이미 1월부터 휴직을 해오던 터라 뭐 크게 새로운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4년 가까이 시간을 보냈던 곳이라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가장 오래 다닌 직장이 되는 셈이다. 아직은 무엇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 지난 4년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대충 둘러대고 다닌다. 정리할 무엇이 있는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4년의 시간이 흘러 내게 남겨진 것 중에 눈에 보이는 것은 기다란 참고자료 목록 뿐이었다. 출력했던 것들은 다 버리고 자료의 목록만 적어서 나왔다. 그걸 분류하고 인터넷에 있는 자료는 URL 찾아서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조테로(zotero)라는 부가기능을 설치해서 거기에 데이타베이스하고 있다. 앗 제목과는 너무 다른 서설이 길어졌다. 역시 난 산만하다. ㅎㅎ

사직하기 바로 전에 전남 고흥하고 경남 남해에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전남 고흥에 있는 팔영산에 올랐었는데, 그 산은 8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각각이 경사가 심한 바위덩어리다. 그걸 기어올라가보니 왠지 성취감도 느껴지고 아찔한 느낌도 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당장 꼭 하고 싶은 것이 없던 차에 암벽 등반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확 질러버렸다. 자전거로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클라이밍센터에 가입을 했다. 한달에 7만원. 적지 않은 돈이지만 더 나이들면 내 귀차니즘이 다시는 이런 것 시작해볼 생각도 못하게 할 것 같았다. 눈 딱 감고 가입했다.

지난 주에는 딱 두 번 가고 감기몸살로 완전히 뻗어버렸다. 점심시간을 전후에서 가보니 사람도 없고 한산해서 좋은데, 아는 것도 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 것이 좀 난감했다. 그래도 단 두 번 갔다오고 나니 자꾸만 가고 싶었다.


감기몸살로 헤매면서 집에 있는 하나TV에서 스포츠클라이밍 강좌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고 싶은 심정을 달랬다.

오늘은 바로 월요일, 감기도 대충 정리가 돼가고 아침부터 센터 문여는 시간만 기다렸다. 결국은 점심 챙겨먹고 오랜만에 타려고 꺼낸 자전거, 수리점 가져가서 정비도 좀 하고 하다보니 오후 2시반이나 되어서 센터에 갈 수 있었다.

센터의 선생님이 칫솔과 골프채를 이어붙이 상당히 재미난 막대기로 찍어주는 홀드를 차례 차례 건너가며 오르는 것을 오늘 처음으로 해봤다. 음... 몇 번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손끝은 아파오고 발끝도 아파오고 팔은 덜덜 거린다. 마지막 홀드에 손이 미치지는 않고 미칠 지경이다. 힘은 점점 빠져가는데 다시 처음부터 매달리려고 하면 이놈의 몸땡이가 미워진다. 아니 무섭다. 아니 도대체 이놈의 살들이 언제 이렇게 내몸에 있었는지, 내몸인데 내손과 팔을 아프게하고 이놈의 돌덩이 몇개를 잡는 것이 겁나게 만드는 건지...

살이 아니라 왠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살도 내 몸의 일부이긴 한데 이렇게 나를 괴롭게 한다니, 정말로 이런 느낌이 들지는 정말 몰랐다. 오후 2-3시경에는 초등학생 몇명도 와서 훈련을 한다. 나는 홀드 7개도 잘 이어서 잡지를 못하는데 이 학생들 장난 아니다. 20개쯤도 하고 또 한다.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얌전히 선배 초등학생님들 먼저 하시고 쉬실 때까지 기다렸다 안되는 것을 다시 시도해본다.

스포츠클라이밍 정말 재미있다. 아직은 며칠 안됐지만 재수하던 시절 당구 처음 배웠을 때만큼 머리 속에서 그 동작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제대로 지른 것 같아 흐뭇하다. 단지 내살을 내가 미워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사전에 못한 것은 큰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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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논쟁은 이제 끝?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피부세포의 유전자를 바이러스를 통해 재프로그램해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학계에서 알려지고 있다.

황우석 사태를 겪으면서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한모 연구원이 주축이 되어 33조 경제성과와 찬란한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우상과 싸우면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여성과 관련한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킨 일이 있다. 권영길 후보는 황우석 찬양을 하다가 뒤에는 결국 한모 연구원을 '영웅'이라는 호칭까지 언급한 일은 그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다.

난자를 채취하고 배아를 파괴하는 행위에 관련해서 논란이 많이 있었는데, 이제 피부세포를 이용하게 된다면 기존의 논쟁은 일단락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많다. 피부세포를 이용해서 완전하게 인간을 복제할 수 있다면 또는 복제할 가능성이 있는 세포를 만들어낸 다음에 파괴를 하게 된다면 역시 아직도 기존의 윤리적 문제는 역시나 다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것이다.

이번 피부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 만드는 연구와 관련해서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좋은(?) 소식도 들린다. 위스콘신대에서 관련한 연구에 대해서 특허를 걸지 않겠다고 했단다. 추측컨데, 이미 선행 연구가 발표된 것이 있어서 특허를 걸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고, 국제적으로 학계에서 잠재적으로 연구의 확산 가능성이 높은 이러한 기술에 특허를 거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작용했을 것 같다.

새로운 기술, 특히나 생명이란 주제와 관련한 새로운 기술은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본다는 신비감과 인간이 갖는 생명에 대한 집착으로 항상 엄청난 논란과 경이를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논란의 격랑에서 차분히 문제를 바라보고 이에 대해서 문제를 검토하자는 이야기는 쉽게 탈문명주의 또는 종교적 아집 정도로 치부된다. 아마도 우리 한모 연구원과 같은 사람은 평생 이런식의 매도와 싸워야할 지도 모른다. 참 인생 불쌍하다.

그런데, 잠깐 궁금해지는 것이 황우석 사태 때, 그 열렬한 황우석 열풍의  가장 큰 요인이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이었을까 아니면 그 놀라운 국부 창출(돈)의 약속이었을까? 난 왠지 돈에 한 표 지르고 싶다.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 풍족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큰 동기였을 것 같다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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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년이라는 시간, 꿈을 꾸었던가?

최근에 지난 5년전 내 삶을 확 바꾸었던 인터넷 커뮤니티 하나가 이제 해산을 하려고 한다.

내고 속했던 인터넷 커뮤니티는 민지네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2002년 대선이 끝나자마자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던 이들이 모여서 만든 커뮤니티다. 2002년 나는 민주노동당이 내세운 부유세·무상의료·무상교육에 감동 먹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걸 내걸고 정치를 하려고 하는 정당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완전 '필'이 꽂혔었다. 솔직히 이 나라는 민주화 아니면 어느 어느 지역의 정권 이 딴 생뚱 맞은 이야기만 해대면서 뒤로는 산악회 만들고, 막걸리 돌리면서 정치를 하는게 '진짜' 정치였던 모습에서 부유세·무상의료·무상교육은 정치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난 생각한다. 대선에서의 열정은 민지네의 탄생이 너무나 쉽게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단 하루만에 다음에 까페를 만들고 단 며칠 사이에 수백명이 모여들었다. 단 10여 일만에 카페를 나와 독립된 사이트를 만들고, 매일 밤 인터넷 채팅으로 회의를 통해 사업을 결정하고 집행하고, 나는 당시 미국의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모든 일 다 접고 민지네 만드는 일만 했다. 그 후 한 6개월은 본업보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로서 일하는 것이 훨씬 많았다. 그래도 매일 매일 좋아서 죽을 지경이었다.

다른 회원들도 이러한 열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2004년 총선을 마치고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배출된 날 밤에는 돈을 모아서 여의도에서 축제 비슷한 것을 할 때까지도 민지네는 활력이 넘쳤다. 그리고 나는 능력도 없으면서 당에서 상근을 하게되었다. 그러나 얼마전에 그 민지네를 해산하기 위해서 회원들 중 연락이 가능한 몇몇이 모였다. 그리고 해산을 위한 절차를 한 단에 걸쳐 추진하기로 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관리할 사람도 찾는 사람도 없는 상태가 2년 가까이 되버린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민지네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볼 시간조차 아직까지 갖지는 못하였지만, 누구도 이 커뮤니티를 살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책임감이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의 해법은 나오질 못했다. 그렇게 5년 전 내 삶의 전환을 만들어냈던 커뮤니티가 조만간 없어지게 되었다.

왠지,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왜 시작 됐는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가 불투명해지는 느낌이다. 당에서 상근을 하게 된 것도 분명 2002년의 그 기억과 경험이 큰 계기였는데, 그 출발을 마련해준 바탕이 사라지고 나서 내게 남는 것은 내가 5년 동안 긴 꿈을 꾸다 깨었다고 해야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이 변하기에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이 지금 일어난 것에 불과한 것인지, 혼란스럽다.

최근에 너무나 정신 없이 일들이 생기면서 해산을 하기로 했던 것조차 생각에서 놓고 살았었다.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오늘에서야 든 것은 아마도 내 삶에 대한 애정이 아직 내게 남아 있기 때문이고, 그렇게 인연을 맺고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완전 산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내 정신 상태를 수습하고 찬찬히 지난 5년을 돌이켜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지만, 잠시 생각의 늪에 빠져볼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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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펀드매니저

어제 잠깐 미국의 라디오 방송을 파드캐스트로 다운로드해서 들었다. 기사 꼭지 중에 하나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참고로 최근 나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아졌다. 같은 신문기사여도 괜히 기후변화 이런 제목 들어가면 꼭 다 읽어본다)

주된 내용은 무엇이냐면 미국의 큰 연금 매니저들과 환경 단체 등이 공동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기후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위험과 기회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입법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따라 특정한 기업의 공장이나 제품 생산에 타격이 예상된다던가 하면 이를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기후변화에 따른 친환경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 있어서 매출이 증가할 것 같다면 뭐 그런 것도 공시하게 되겠다. 연금을 운용하는 매니저들 경우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접하게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연금 운용이 가능할 것이고, 만에 하나 쪽박 차서 여러 사람 노후 어렵게 만드는 일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연기금 운용 액수는 엄청나다. 이 제안에 많은 대형 펀드들이 참여하는 것 같다.

이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미 기업들이 SEC에 기업의 영업에 관련한 위험과 기회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니 별도로 기후변화에 대해서 특정해서 추가적으로 공시하도록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아직까지 공시되는 내용에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이 없는 것은 단지 기업 입장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변동이 중요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쎄, 어떤 기업들은 분명히 기후변화를 대비하여 막대한 투자를 이미 하고 있는 상황이고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개별 기업 중에 기후변화에 대해서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국가가 거대한 사회적 변화(가끔 언론에서는 메가 트렌드라고도 하더라)에 대해서 사회 전체적으로 준비토록 시스템을 보완하고 유도하는 것이 개별 기업의 좁은 시야에 따른 경제 활동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 아마도 기후변화가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기후변화를 중요한 의제로 들고 나오는 후보와 관련된 정책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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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블로거가 되고 싶다

어제는 한-미 FTA 지적재산권 공대위 회의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일찍 회의가 끝난 기념으로 시간에 덜 쫓기면서 술 한 잔 나눌 수 있었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 왜 이리 관심도 적고, 우리는 모이는 사람만 모이는 걸까... 무진장 많은 사람이 아니라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적재산권인데... 항상 아쉬운 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이리 튀고 저리 튀고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아직도 머리 속에 남는 말은 우리도 블로그라도 열심히 써보자는 이야기다.
내 생각을 남들에게 들어내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고, 내 생각에 대해서 나도 확신이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렇게 살아서야 사람들과 무엇을 남기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블로그 써보자는 다짐은 몇 번이나 했던 터라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 번 해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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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to Knowledge


배경

사회운동으로서의 A2K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추동력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 조약과 양자 또는 다자 무역 협정을 통해 국제적으로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조화’되는 현재의 국제 질서에 대한 대항이라는 측면이며, 둘째는 이러한 지적재산권 강화의 흐름이 해결하지 못하는 또는 발생시키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다.

지적재산권 보호의 국제적 ‘조화’에 대한 대항은 이미 앞에서 TRIPS 탄생의 배경을 살펴보면서 나왔듯이 개별 국가의 사회·경제·문화적 환경을 무시한 채 일정수준 이상의 보호를 강제하는 것이 지적재산권 강화론자들이 주장하듯이 모든 국가에서 지식 창조를 북돋우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에 대해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보더라도 현재의 선진국 중에 다수도 그리고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기술과 지식을 학습하고 모방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산업화를 시작하는 국가들은 높아진 지적재산권 보호로 이러한 모방 혁신에서 제약을 받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강화론자들이 주장하는 지적재산권 강화에 따른 투자 유인 효과도 개별 경제의 제도적 환경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적재산권 관련한 조약을 관장하는 WIPOUN의 산하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지식의 이용을 통한 삶의 질 개선과 같은 전체 인류의 복지에 대한 역할은 방기하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향상시키는 기구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지적재산권제도 내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인식의 확산은 지적재산과 관련하여 축적된 사회운동, 정책 또는 아이디어를 통해 이루어졌다. 의약품 접근권 및 AIDS 관련 운동, Creative Commons와 같은 정보공유 라이선스 운동, Genome 프로젝트와 같은 과학적 지식의 공유 모델의 발전, 자유/공개소프트웨어의 발전, 공개된 과학 논문 아카이브, UN의 개발 의제와 같은 것이 그러한 사례이다. 이렇게 축적된 인식의 내용의 일부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이 20049월 사회단체와 개인들이 연명으로 제네바에서 발표한 “Geneva Declaration on the Future of the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에 다음과 같이 담겨 있다.

  • 필수적 의약품에 대한 접근 없이, 수백만이 고통받고 죽고 있고;

  • 교육, 지식 그리고 기술에 대한 접근에서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불평등이 개발과 사회적 통합을 훼손하고 있고;

  • 지식 경제에서 반경쟁적 행위가 소비자와 지체된 혁신에 막대한 비용을 부과하고 있고;

  • 저자, 예술가 그리고 발명가는 후속 혁신에 늘어가는 장벽을 대하고 있고;

  • 디지털 환경에서 지적재산권을 강제하기 위해 설계된 기술적 조치는 장애인, 도서관, 교육자, 저자 그리고 소비아를 위한 저작권법의 핵심 예외조항을 위협하고 사생활과 자유를 훼손하고 있고;

  • 창조적인 개인과 공동체를 보상하고 지원하는 핵심 장치는 창조적 개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불공정하고;

  • 사적인 이익이 사회적 그리고 공공적 재화를 사유화하고 공적 영역을 폐쇄하고 있다.



A2K 조약

2004826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20049월 열리는 총회에서 다루어 줄것을 요구하며 Proposal for the Establishment of a Development Agenda for WIPO를 제출했다. 2004104WIPO 총회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제안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이 제안은 기본적으로 모든 WIPO의 활동에 “개발의 차원”을 추가할 것을 요구한다. 20049월 제네바 선언은 WIPO1974UN의 산하기구가 될 때 “창조적 지적 활동을 촉진하는 적절한 행동”을 취하고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하여”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이전을 촉진하도록 하는 합의를 상기시키며, 현재의 “WIPO가 자주 결과는 고려하지 않고 독점적 특권을 창설하고 확장하는 문화를 포용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선언은 WIPO가 공적 영역(public domain)·경쟁과 재산권 간의 균형 그리고 조화와 다양성 간의 균형을 갖을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더이상 독점을 확대하고 지식 접근을 제약하는 새로운 조약과 기준의 조화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Treaty on Access to Knowledge and Technology 조약을 지지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A2K 조약 WIPO에서 개발 의제라는 큰 틀에 하나의 제안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0559일자 A2K 조약 초안은 Part1 1 – 목적, 목표, 다른 조약과의 관계, Part 2 – 관리(Governance), Part 3- 저작권 및 관련 권리에 대한 제한과 예외에 관한 규정, Part 4 – 특허, Part 5 - 지식 공야지의 확장과 향상, Part 6 - 공개 표준의 촉진, Part 7 - 반경쟁적 관행의 통제, Part 8 – 저자와 실연자, Part 9 -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이전, Part 10 – 기타 이슈, Part 11 – 자유 및 공개 지식재에 대한 재정 지원 의무, Part 12 - 권리와 의무의 집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WIPO에서는 200510월 제32차 총회까지 세번의 회기간 정부간 회의를 통해 추가적인 제안과 제안들에 대한 의견을 받고 32차 총회에서 개발 의제에 관련된 제안에 대한 토론을 가속화하기 끝내기 위해 임시위원회(Provisional Committee on Proposals Related to a WIPO Development Agenda; PCDA ) 구성하기로 결정하였다. 20069월에 열린 제33차 총회는 두번의 PCDA의 논의결과를 검토하고 1년 더 임시위원회를 더 유지하기로 하였다.

2007219일부터 23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린 3PCDA 회의에는 106개 회원국과 47개 참관인이 참여했다. 우리나라도 두명의 대표단이 참석하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2004년부터 제출된 111개의 안 중에서 40개를 검토하였으며 이를 24개의 권고안으로 만드는데 합의를 이루었다. 6월에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A2K 조약 내용을 포함한 Annex B로 알려진 나머지 71개의 안들을 다루게 된다.

이번 PCDA 회의에서 합의된 안들은 6개의 클러스터로 나뉜다. 기술 지원과 능력 향상 (Cluster A), 규범 설정, 유연성, 공공 정책과 공적 영역 (Cluster B), 기술 이전, 전보통신기술 그리고 지식 접근 (Cluster C), 평가와 영향 연구 (Cluster D), 임무와 관리를 포함하는 제도적 문제 (Cluster E), 그리고 기타 이슈 (Cluster F)이다.

클러스터 A의 첫 세 안에는 산업화된 국가들로 이루어진 그룹 B의 요청에 따라 ‘inter alia’ 가 각각 삽입되었다. 이 문구가 들어간 이유는 개발에 맞추어진 촛점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클러스터 B는 단 두개의 안만 들어가 있지만 규범 차원에서 원칙을 설정하는 부분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두 안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10. 규범 설정 행위는 다음과 같아야 한다(shall):

    • 포괄적이어야 하며 회원에 의해 주도 되어야 한다;

    • 개발의 다른 수준을 고려하여야 한다;

    • 비용과 효과의 균형을 고려하여야 한다;

    • 인정된 정부간 기구와 비정부 기구를 포함하는 모든 WIPO 회원국의 이해와 우선 순위 그리고 다른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고려하는 참여적 절차여야 한다; 그리고

    • WIPO 사무국의 중립성 원칙과 일치하여야 한다.

11. WIPO의 규범적 절차 안에서 공적 영역의 보존을 고려하고 풍요롭고 접근 가능한 공적 영역의 영향과 편익에 대한 분석을 심화시켜라.



클러스터 C에서는 유연성(flexibilities)을 텍스트에 포함하느냐가 쟁점이었다고 한다. 그룹 B는 포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클러스터 F에는 집행에 관해서 단 한개의 안만이 포함되었다. 다음은 이의 번역이다.

24. 보다 넓은 사회적 이해(interests) 그리고 특히 개발지향의 배려(concern)라는 문맥에서 지적재산 집행을 접근하기 위하여, TRIPS 협정 제7조와 일치하는 “지적재산권 보호와 집행은 기술 혁신 그리고 기술 이전과 확산의 촉진에, 기술 지식의 생산자와 이용자의 상호 이득과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복지(welfare)에 긔로고 권리와 의무의 균형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시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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