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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돌아오지 말아야 했다.

우리 공부방 아이들과 수요일에는 늘 현장체험학습을 하기로 했다. 야생화 심기, 두부만들기, 과학실험 만들기, 천연염색에 이어 오늘은 우리가 운영하는 자활농장에 감자캐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태풍과 집중호우로 농장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어쩔수 없이 계획을 급히 수정해서 '단체 영화관람'이란 것을 하기로 했다. 선생님들이 의논해서 결정한 영화가 '슈퍼맨 리턴즈'였다. 헐리웃 영웅주의 영화를 개인적으로 무척 싫어하지만 선생님들의 회의를 통한 의견이라 그냥 수렴하기로 했다. 스무명이 넘는 아이들과 조그만 영화관을 전세내다시피해서 그 영화 '슈퍼맨 리턴즈'를 보고야 말았다.

 

 

슈퍼맨은 돌아오지 말아야 했다.



예수가 되어 돌아온 슈퍼맨...

헐리웃식의 영웅 만들기가 이젠 좀 도가 지나쳤다. 슈퍼맨은 이제 성경에나 나올법한 메시아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심지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죽었다가 몇일 만에 부활하는 성경의 내용을 재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는 말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슈퍼맨처럼 능력있는 메시아에 기대지 않으면 한없이 나약한 존재일 뿐이라고.. 이건 아무리 봐도 예수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정말 미국놈들 다운 발상이다.

 

아이들은 더이상 그냥 날아다니는 인간에게 열광하지 않았다.

두시간 남짓한 영화 상영 시간동안 우리 공부방 아이들은 대부분 지겨워했다. 변신, 신종무기, 첨단 마법, 각종 특수효과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겐 이젠 더이상 빨간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니며 힘쫌 쓰는 정도의 평범한 인간은 식상할 뿐이었다. 어른들의 추억처럼 아이들에게 이 빨간망토의 사나이는 엄청난 영웅은 아닌 듯 했다.

 

장애를 극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말년에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서 미국놈들의 가슴에 진짜 슈퍼맨으로 기억되고 있는 '크리스토퍼 리브' 를 위해서라도 슈퍼맨은 돌아오지 말아야 했다.

 

FTA를 향한 전선이 선명해지고 있는 이 때에 이따위 영화로 눈을버린 것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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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우리 생각보다 강하다.

다섯살난 아들이 낼 모레 캠프를 간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서 1박2일을 보내게 된다. 하필이면 캠프가는 곳이 내가 전에 5년간 일한 적 있는 리조트이다. 그곳의 시스템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이가 1박2일 동안 겪게될 일들이 눈 앞에 훤하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절대로 자신들의 아이들은 그곳에 캠프를 보내지 않을 거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만큼 아이들한테는 피곤하고 힘든 일정이다. 우리 공부방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 운영의 경험이 있는 선생님도 비슷한 말을 했다. 캠프를 잘 아는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사진기사들은 자신의 아이들은 절대로 캠프를 안 보낸다고..



아이의 캠프 참가서에 덜컥 동의하고 말았던가...  다섯살 나이로는 결코 만만찮은 캠프 일정과 엄마 없이는 잠들지 못하고 늘 울어대는 아들녀석의 버릇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를 캠프에 보내기로 했다. 다섯살 아이들에겐 잘 맞는 프로그램이 아닌 줄 알면서도, 가면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시원찮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이가 더 소중한 것을 배우고 오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조금이나마 떨어져 있으면 엄마, 아빠의 소중함을 알겠지.. 그리고 조금씩 혼자 서는 방법들을 배워나가겠지.. 힘들고 지치더라도 칭얼거려봐도 엄마와 아빠가 곁에 없다는 걸 알면 혼자 이겨 나가는 법을 배우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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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우리 생각보다 강하다. 염려와 걱정이 때론 아이를 나약하게 만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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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마불에 주사위를 던짐

오랜만에 동기들을 만나 추억의 게임 부루마불을 했다.

BLUE MABLE (푸른색 구슬) '지구'를 뜻하는 이 단어는 '짜장면'은 끝까지 '자장면'이 아니듯이 크라운 '산도'는 결코 '샌드'가 될 수 없듯이 절대 블루마블이라고 읽으면 안 된다.



학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거의 20년만에 이 게임을 다시하게 되었다. 보드게임의 불후의 명작이다. 예전에 초등학교 다닐때 게임을 잘 이해 못하는 어른들이 어린것들이 벌써부터 돈놀이 한다고 많이 혼냈던 기억도 나고, 학교마치고 친구집에서 이 게임하느라 밤이 되는 줄도 모르고 저녁도 굶고 그랬던 기억이 생생하다.

뭐니뭐니해도 이 게임의 백미는 '황금열쇠'이다. 게임의 반전을 주기도하려니와 '장기자랑' 을 하면 다른 게이머들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상금을 주는 독특한 장치들이 이 게임을 그저 경쟁게임이 아닌 다른 매력을 지닌 명작으로 만든 듯 하다.

 

단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토지가 거래되고 빌딩과 호텔들을 가진 막강한 자본력이 게임의 우승자가 되는 자본의 논리가 그대로 관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을 끝내는데 대략 두시간 정도 걸렸다. 오랜만에 두 시간 동안 참 많이 웃고 떠들었다. 왠지 자주 부루마불에 주사위를 던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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