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에 해당되는 글 3건

  1. 꿈속에서.. (4) 2008/07/22
  2. 비혼고민 (15) 2008/07/18
  3. 제주 - 물드리네 (8) 2007/12/03

꿈속에서..

from 분류하기곤란해 2008/07/22 13:38
오늘 상영회 영상 렌더링 걸어 놓고 자다가
계속 꿈꿨다.
미간을 찌푸리고 어금니를 꽉물고 잤나보다 일어나니 얼굴 근육이 뻐근하다.

비혼 고민이라는 글 쓴 다음 부터 계속 꿈을 꾼다.
덧글 다는 꿈.
논쟁하는 꿈.
혹은 비난 받는 꿈.
아마 그 만큼 계속 생각한다는건데.. 꿈속 내용이 도움이 될때도 있다.


지금 꾼 꿈은
계속 내가 무슨 용어 사용을 잘 못해서 (생각이 짧아서 였겠지만) 사람들에게
비판받는 꿈이었다. 사무실 책상에 낙서처럼 내 생각이 예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 있고..
뭐 그런거 였다. 괴로웠다. 내가 읽어도 맞는 말이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근데 비혼 고민이라고 제목을 왜 썼을까.
비혼고민 이상하다.
아마 뒤죽 박죽 생각이 섞여 있어서 그렇겠지?

상처 주지 않고 상처 받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많은 경우 상처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만드는것같다.
누군가의 상처를 보면서 왜 그러나 싶다가 오늘은 다시 내가 상처받았던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은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럼 이제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하나 하는 ..


내글이나 생각이 언제나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실 어떤 주장을 담은 글 같은거 쓰기 두려워진지 오래고 블로그에서 그런글 안쓴지도 오래다. 이번에도 썼지만 계속 부담을 지울수 없다. 틀려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어떻게 넘어갈건가.. 이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주제에 대한 관심과 나에대한 애정과 타인에 대한 애정 셋 중 하나라도..  이번에는 그래서 하고 있는거 같고... 지금 나에게 중요한 주제이기도 해서..
암튼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써보자.
그리고 모여서 이야기 하는 자리도 만들어 보면 좋을거 같다.
글보다 대면이 나을지는 확신이 안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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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2 13:38 2008/07/22 13:38

비혼고민

from 너에게독백 2008/07/18 02:41

관련글 :

여름, 제발 엄마들이여

바리, 나도 참...

바리, 일주일동안 생각해 보았는데 

하루, 뭘 바라는 걸까

나루, 차이의 충돌

 

잘 모르겠다.

나는 여름의 글이 왜 그렇게 읽히는지.

여름이 쓴 이야기 중에 전화통화 하는 상황에 대해서 "엄마들이 짜증난다"고 읽히는 모양인데.

그래 그런 부분도 있다. 근데 이부분은 누구나 그럴만 하다고 싶은 부분인거 같다. 다른 분들 글이나 덧글을 보았을때말이다.

 

여름이 쓴건 사실 사무실에서 30분동안 사적인 통화를 하는 경우 주위 사람으로 미치겠다정도의 이야기. 그리고 근데 그게 '엄마와 자식'의 통화일때는 배려되고 걱정되는 '상황' 그러므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불가침의 영역이 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난다고 쓴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내용에도 어떤 지점이 있었을거 같다. 뭐했니 뭐해라. 나의 경우 아이쪽에 더 감정이입하기때문에.. 여름도 그랬는지는 모르겠고. (어떤 방식으로 아이와 소통할 것인가에 대해서 애 안 낳아 본 나는 어떤 경우 특정 엄마의 의견을 블로그 같은데서 비판하기 힘들거라 생각한다.  남의 아이 교육문제에 이래저래 하면 게다 아무것도 모르는 비혼이 .. 참 이거 옛부터 터부아닌가..) 그리고 나는 이에 공감했다. 물론 이 이야기 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름이 썼다시피 "애 있는 사람만 안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바리의 글을 보면 , 처음에 쓴글에 자신이 그렇게 짜증나는 존재였다니 너무 슬프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읽었다면 충분히 슬프고 기분이 나쁠것같다. 그렇지만 어떤 존재 엄마라는 존재가 그렇다고 쓴일도 없고 그 글에 공감했던 나도 그런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 나는 여름 짱이라고 덧글을 달았고, 불로그 진에도 올린 사람인데. 내가 그렇게 덧글을 단건 사실 자기검열할 이야길 수있는데  이렇게 했다는거를 칭찬하고 싶었다. 그리고 공감도 했고. (애를 같이 키우자는 대안은 지금 당장 누구나 실현할수 없다는 점에서 보류 -_-;)  블로그 진에 올린것은 진보블로그에 육아중인 블로거가 많으니 이 이야기를 보면 뭔가 더 풍부하고 재미있는 의견이 올라오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될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했다. 더구나 인권감수성도 없이 엄마들을 집단으로 매도하고 조롱하는 블럭이 될줄이야...덧글들은 그야말로 애낳으라는 사회적 압박에 대한 투덜거림 아닌가.

 

그리고 그런 짜증나는 행위를 한 사람들, 혹은 애있는 사람만 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엄마들을 특정지어 이야기하지 않고 엄마들이여라고 불렀다고 해서, 모든 엄마는 이렇다고 이야기한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읽혔고, 많은 엄마정체성을 가진 블로거들이 문제제기를 했다. 즉 , "엄마들이란" 으로 읽고 그것이 편견이고 차별이라고 생각한거 같다. 그리고 그런식으로 자신들을 뭉뚱그려 호명하는것에 문제를 느끼고 있고.  바리는 이것에 대해 논증을 해보려 하는데, 즉 어떤 집단에 대한 편견은 아래와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1)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존재하고

2) 한 개인이 그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통념을 적용하는 것.

3) 단, 그 집단은 사회적 권력관계에서 약하거나 소수일 것. 그렇지 않을 경우엔 '편견'보다 중립적인 '고정관념'이란 표현이 더욱 적합하다.

 

글쎄 나는 이런 논증을 하게된거 자체가 큰 오독 혹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지만 ...(바리가 쓴 글에서 2번단락을 보면 바리는 여름이 엄마들이란 짜증난다라고 썼다고 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사무실에서 엄마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적용되는 차이에 대한 짜증이다. 이 부분이 오히려 논쟁지점이 될만한데 말이다. 배려해야 하나 그렇지 않은가.. 이런 복잡한 갈등이 속에서 부글부글 하니까 짜증이난다고 난 읽었는데 말이다.)3)번 조건을 적용시키는 데서 나는 문제를 느낀다. 바리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거라 생각해서 엄마는 주류인가를 따져본거 같다. 당연히 엄마로서 사회생활하는것이 힘들다는것은 알고 있다. 이부분에대해서는 여름글에도 언급되어있다.

 

그렇지만 어떤 다수-소수의 권력관계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거라고 생각한다. 즉 나는 여성이기때문에 언제나 누구랑의 관계에서나 소수자라고 할수는 없는거다. 바리도 잘 알고 있어서 비혼여성과 아이가 있는 여성의 관계에서 비혼이 소수라고 쓴거 같다. 다.

 

그렇다 그런 조건 속에서 여름/ 아니 나의 고민이 닿아 있는 것이다.  바리가 썼듯이 이런 모든 것이 가부장제 사회 속의 모순에서 발생한건데... 그러니까 엄마들과 비혼들이 같은 모순에 의해서 강요되는 억압을 받고 있는것인데 어떤 갈등 상황이 생기는거.. 이럴때의 일방적이고 신성화된-터부가된- 상황에 대해서 부당함을 느끼고 있는거다.

근데 그 부당함이 가끔 같이 일하는 엄마들에게 느껴지고. 그러면 여름이 썼다시피 " 내면에서는 여성들끼리의 싸움은 언제나 사회, 주류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걸 잘 알고 있으니 스스로가 어찌해얄바를 모르게 되는 .. 모순적인 상황, 그리고 그것은 엄마라는 모성이데올로기때문에 바뀌지 않거나 이야기 될수없는 상황에 대한 짜증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난 그렇다.

 

예를들어 친구한테 들은 이야긴데,

주말에 사무실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 이 곳은 주말에 자주 일이 있다. 친구는 이미 요전에 여러번 주말에 일을 하고 쉬지 못한상황이었다 - 담당자가 아이때문에 담당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모든 사무실 사람이 아이가 있었고, 아이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장모님 생신이나 뭐이런게 있어서 결국 다시 비혼인 친구가 주말에 일을 하도록 종용당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이 친구가 그것을 거절하면 그게 이기적인것일까? 혹은 이 친구가 애인(아마 이성애자면 이야기라도하지) 과 약속이 있어 힘들겠다고 하면 쉽게 배려가 될까? 그렇지 않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거나 하면 우리는 그 어떤 엄마에 대해서 왜 그 일은 배려되고 나는 그렇지 않은가? 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이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데. 나까지 기성 사회의 시선으로 이렇게 아이키우는 동료에 대해서 이딴식으로 생각하지? 라고 깜짝놀라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쉬울까? 이부분은 모성이데올로기, 그리고 누구나 정상적  여성이라면 엄마가 될거라는 어떤 가정에 의한 품앗이 정도로 넘어가라고 암묵적으로 강요된다. 이부분에 문제제기 하기는 쉽지 않다.이기적이고 몰상식하고 배려없는 인간이 될테니까. 이런 생각이 엄마들이 뻔뻔하다거나 하는 공격이 아닌거다. 그렇게 읽어버리면 이야기를 할수 없다. 이런 구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는 논의가 되야 하는거다. 누구나 결혼해서 애낳는게 정상인 통념에서는 이런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근데 난 비혼으로 살껀데 , 누가 나를 배려해주지? 이런 생각이 드는거다. 그들에겐 사회적 인정과 가정과 아이와 육아수당과 육아휴직 결혼휴가, 손쉬운 대출권이 있는데 말이야? 적대를 엄마들에게 긋는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 제도자체에 긋는거다. 근데 그렇게 읽힐수있다. 그래서 말하기 힘들다..반복해서 말하면 이런 생각들에서 난 그글에 공감할수밖에 없었고 진보블로거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는거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마을 하나가 필요할 만큼 힘든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모두 배려해 주어야 한다. 흔히들 이렇게 이야기 하고 생각한다. 아무도 그부분을 건드리지 않는다. 근데 그 배려라는 말 되게 수상하다. 약자라서 배려 하는건가? 아님 아이낳고 기르는 재생산 노동은 사회적 재생산이기 때문에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배려하는건가? 배려라는 말도 애매하고.. 무슨 정책도 아니고 이거 정서적인 문제가 되고..

 

 

두서없지만 여름이 아이가 내아이, 우리아이 이야기 한거는 이런 부분이랑 관계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아이 키우는 일은 마을이 다해야 한다면 그 아이는 마을의 아이이다. 그렇지만 어떤 순간에는 소유적으로 엄마와만의 특별한 유대를 이야기한다면 글쎄? 이런부분을 엄마들이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당장 할수는 없지만. 이부분은 공론화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 특히 엄마들만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누구라도 이야기 할수 있어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여름이야기에서 우리는 더 생산적인 이야기를 풀어갈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애 안나본사람, 안키워 본사람은 모른다. 당연히 모른다. 난 안다고 이해하겠다고도 말못하겠다. 그치만 그런 사람은 이야기 하면 안된다는 구조는 문제있다는거다.  진보넷에서 나는 육아의 세세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이 키우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구나에서 부터 참 사랑스러운일이구나까지, 절대 나는 아이 낳지말아에서 부터 나도 애기 낳고 싶다 까지...나도 애기 낳고 싶다라는 부분이 에러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그런 경험? 엄마들이 강조하는 절대적이 유대관계의 인간이 있다는 경험을 해보 싶다고 잠시 생각한것이다. 그런 경험을 위해서 애를 낳아서도 절대 안되지만. 암튼 그런 생각을 하게될 정도로 육아일기들은 어떠한 담론이기도 한거 같다. 그래서 육아일기 쓰면안된다로 읽힐까 두려운데. 그런얘기 아님. 나는 뭔가 이런 이야기가 좀더 다양하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 안낳아 봤어도 내가 아이였었기때문에 누구나 이야기 할수 있다. 어떤 식으로 자라고 싶은가에 대해서. 사실 나는 엄마블로거들의 고민을 봤을떄 내가 아기 였을때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덧글 단적도 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라고 하고 싶지만 뭔가 나는 애낳아 본 사람도 아니니 뭔가 낄자리도 아니고 우습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하고 자기검열을 한적도 있다. 암튼 육아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성애 결혼, 그리고 거기에서만 허용되는 육아 그 정상성 이데올로기와 그것들이 배제하는 것들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하다.

 

 

여름의 글과 덧글들에서 엄마를 조롱하는 시선이 보였다면. 참 슬프다. 그리고 바리가 이야기 한것처럼 덧글들 어디에 "속시원한 이야기였어, 엄마들이란 그렇지" 그런 표현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글 자체가 그런 식으로 읽혔다면 내 덧글 정도가 그렇게 읽혔을텐데. 다른 친구들은 그냥 아이낳으라는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틀 표현했을뿐이니..음 바리가 내 덧글을 그렇게 읽었다면 섭섭하고, 그만큼 바리도 섭섭했겠지라는 생각도 들지만. 참 아프다. 사진 이야기도 그렇고..내가 그런 사람같은가..

 

 

나도 모르겠다.

블로그를 닫은 분들도 있고.

생각치 못하게 일이 일파 만파가 되었는데..

아마도 바리가 썼듯이 엄마라는 뗄수 없는 "존재조건"때문에 좀더 글에 묻어난 짜증이 크케 다가오고 그 엄마들의 입장에 감정이입이 더 크게 되시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암튼 안타깝다. 마음이 다친 사람들이 잘 추스르고 조근조근 서로의 고민을 같이 이야기 해보면 좋겠다. 뭔가 마음 아파하는 일들에 대해서 더 헤집은게 아닌가 싶기도하고. 그렇지만 그냥 좋게좋게 덮어두고 갈 문제도 아니고 그런정도의 마음 상함도 아닌거 같아 생각을 솔직히 꺼내 봤는데 정리가 깔끔하게 한되고 주절주절이다.

 

우리는 서로 연대해야 하는데....

 

제대로쓴건지.. 두렵다.

 

 

 

 

제목을 제대로 못달겠는데 일단 비혼 고민이다. 이거 말고도 내일 디디홍진 결혼식때문에 고민이 더있지만.. 암튼 결혼제도의 패악을 알고도 결혼하는것은 무어라 말해도 제도에 대한 타협이다. 축하한다고 입에 발린말 하고 싶지 않다. 너도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는데 그런 소리 하는거 아니야 라고 해도 , 사실이다. 내가 결혼한다면 그건 변절이다. 나는 미안해 할거다. 전국의 비혼동지들에게.   이거도 나중에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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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8 02:41 2008/07/18 02:41

제주 - 물드리네

from 너에게독백 2007/12/03 15:45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도 여행기

1. 비행기와 자전거
2.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3. 물드리네
4. 고산에서 우도까지
5. 우도에서 제주시, 그리고 서울


물드리네로 가는길, 차안에서 보니 밝을때 보면 참 이쁠거 같은데 어두울때 와 아쉽다.  도착하니 컴컴한데 마당에서 세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다. 개집을 짓는다한다. 여자 둘과 남자아이 하나가 망치질을 하고 있다. 너무 어두우니 이만 접자면서 우리를 불러 자 이것 좀 옮겨달라 바로 일에 투입이다. 안녕하세요 한마디 하고 통성명도 안했는데. 흐흐.  뭐 일이랄것은 없고 쓰던 나무들을 한 곳에 모아 비올것을 대비해서 비닐을 씌우는것을 도왔다. 그리고 집에들어서니 집이 참 소담하다. 갈색 빛 커튼, 보자기, 방석이 자연스럽게 앉아 있고 통나무로된 탁자 겸 식탁 그리고 안쪽에는 난로까지. 좋구나..  두리번 거리고 있어도 말거는이 하나 없고 각자일에 바쁘시다. 약간 어색하니 앉아 있으려니 자인이라는 분이 말을 걸어오신다. 자인씨는 이 집에 사는 분은 아니고 친구분이신데 일이 많아 도우러 왔다고 하시며 이것저것 물으신다. 밥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니 그곳에는 총 세명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까무잡잡하고 장난기 어리게 생긴 소년같은 미선과  안경 위로 눈을 치뜨는게 너무 귀여운 선자 그리고 미선의 아들 복숭아 같은 얼굴을 가진 소년 하린. 

저녁밥상이 차려지고 이완과 나는 당황했다.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까서 올린 꼬막들이 한접시에 갈치 무조림이 올라와있는게 아닌가. 이건 분명 우리를 위한 특별 요리인거 같은데.  마주앉아 눈짓을 주고 받다가 나는 그냥 웃으며 조용히 피해 먹었다. 그런데 한분이 갈치조림 많이 있으니 좀 먹으란다. 당황하고 이를 어쩌나 하는데 이완이 대뜸 말을 한다.

"저희가 채식을 해서요 , 저희가 반찬을 가지고 온게 있는데.."
 뭐 결론은 아주 심플했지.
" 아 그래요?  그럼 진작 말을하지 편안히 먹어요." 
" 역시 평소에 먹던대로 먹어야돼~"
이완과 내가 싸온 반찬을 꺼내니 한상이다. 콩장, 채식 김치, 무말랭이, 김, 깻잎..

난 왜  그 순간 긴장했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말하면 되는것을. 내가 참 언제나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구는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 늘쌍 갈등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긴장하고 사는구나 싶기도했다. 아무튼 그 순간의 즐거운 전화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왜 채식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듣고 싶어하고 아들 하린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며, 채식을 하는 사람을 만나 반갑다는 소리까지. 우리가 싸온 반찬도 참 맛있게 나누어 먹고 하니 참 좋았다.

이 집서는 우리를 묵어가게 해줄 요랑으로 저녁에 받아들였다는것을 알았다. 우리는 오기전에 연락했을때 하루 묵어가는 것은 어렵겠다고 하셔서 S의 어머니 집에 묵어가겠다 이미 약속을 해버렸는데 말이다. 알고보니 이 분들은  자신들도 우리를 본적도 없는 사람인데 전화통화만으로 재워주겠다고 하는것은 어려웠고 낮에 오면 같이 보고 하는거 봐서 이쁘면 재워주자 하고 계셨단다. 그렇지, 듣고보니 그것도 그렇다. 그래서 이날은 S의 어머니와 약속이 있으니 가서 자고 , 다음날 와서 일을 돕겠다 했다. 어차피 여유있게 다니기로한거 오늘 잠깐 이렇게 스치고 가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일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고.

모두의 경이로운 눈빛을 받으며 남 한그릇 먹을때 밥을 3그릇이나 해치우고, S의 어머니께 드릴 천연염색한 손수건을 사서 다시 그집으로 향했다.

S의 어머니는 정말 다감하신 분이라 우리를 너무 걱정하고 계셨던거다. 밥먹기 전부더 사이사이 계속 전화가 왔고 날이 어두운데 자전거를 타고 온다니 어디냐.. 낙천리에요 했더니 거기가 얼마나 멀고 어두운데 거기 있느냐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시겠다 하시는것을 극구 만류하고 갔더니 면사무소 앞에 차를 타오 나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다. 아이구.. 죄송해라. 어머니 차를 타고 1-2분 들어가니 집이다. 어머니가 참 귀여우시다. 말투랑 표정을 여기에 어떻게 설명하랴. 혼자 살아 집안 꼴이 말이 아니라며 걱정하시고, 반찬이 없다 걱정하신다. 뭐 우리는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하는데도.. 너무 잘해주셨는데 , 다음날 새벽에 일을 나가셔서 간다 인사도 못하고 나와서 정말 죄송했다.

첫날 묵은집

그날 밤 수첩에 쓴 메모에 이리 적혀있다.
모든게 원래 그러기로 했다는듯이 굴러간다. 걱정은 필요없다. Don't  Panic!
천천히 떠돌고 싶다. 웅크리지 않고 , 지레 걱정하지 않고. 


그렇게 긴 하루가 가고 둘째날.

느즈막히 일어나 어머니가 꺼내놓고 가신 반찬과 밥을 챙겨먹고 고구마를 싸들고 물드리네로 향했다. 짐이 없어서인지 (짐은 물드리네에 전날 두고 왔다) 자전거는 어제보다 훨씬 편했다. 밤에 지나올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지나친다. 어제와는 다르게 바람이 거세다. 밭들, 갈대들, 자전거를 지나치면 푸드득 날아오르는 겁많은 꿩들, 가다 길을 잘 못들어 쉬는 김에 몰래 귤도 따먹고 , 파랗고 녹색인 그라데이션이 너무 예뻐서 잠시 서서 보니 브로콜리의 밭. 이렇게 저렇게 헤매면서 도착하니 11시가 다되었다. 밝은날 집을 보니 너무 좋다. 마당에는 배추, 나무 옆에 흰둥이, 뒷편에는 연못까지.



물드리네

물드리네 마당

연목

뒤켠에 있는 연못



이 앞에서 술먹으면 참 좋겠다


미선씨는 없고 선자씨 혼자 작년 감물 들였던 천에 쪽물을 다시 들이고 있다. 안에가서 몸좀 녹이고, 일할 마음이 들면 일을 시작하라며 안에 들여보내서, 우리는 들어와 연잎차를 먹었다. 난로가에서 그러고 있는데 이내 자인씨가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내가 어깨를 두드리니 자신이 전문가라 하시면 봐주시겠단다. 엎드리라더니 수건까지 가져오서셔 머리를 감싸서 뭔가 본격적으로 하신다. 전문가의 손길. 손끝이 여물다고 해야하나. 아프긴했지만 시원했다. 뭐 디스크 걸리기 쉬운 체형이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몸에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몸 을 돌보는것과 삶을 돌보는 것 그리고  다른 삶을 위해 활동하는것이 그래 맞다 이렇게 이어지지라고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런거 너무 좋다. 몰랐던거 아니지만 어디선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와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맞아떨어져 나가는거.



고구마 감자 구워먹은 난로.  이 집 겨울난방은 이 애 하나로 다 된다고.
위에 있는 돌은 잘때 하나씩 들고 들어가서 배에 올려 놓고 잔다. 완전 따듯. 해달이 된거 같기도하고.




나가서 일을 시작했다. 우리가 한 일은. 상상치도 못했고 생전 처음하는 일이었다. 이런일을 하게 될 줄이야.. 여름에 감물 들인 천을 말릴때 날아가지 말라고 송곳을 꼽아 두는데, 그 송곳을 내년에 다시 쓰기 위해 씻어두는게 일이었다. 그렇게 많은 송곳도 처음본다. 녹슬고 감물이 굳어진 송곳을 닦는데 , 그래도 금새 끝날줄 알았다. 완전 단순 노동이었는데.. 음 두시까지 하고 나니가 10분의 1이나 했나? 걱정이 엄습해온다.
밭에서 딴 배추랑 여러가지 채소들과 함께 밥을 먹고 또 한참 난로 앞에서 수다를 떨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날도 추운데 일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5시쯤 들어가서 고구마를 먹고 아침에 미선씨가 나갔다가 외상값 대신 받아온 국수를 끓여 먹었다. 미선과 선자씨가 국수를 하도 좋아하는것을 본 한 친구가 백석의 국수라는 시를 국수먹을때 꼭 소리내어 읽어달라했다며 국수를 먹고나서는 시낭송회도 했다. 백석의 시는 역시 멋지다. 그리고 나서 내가 집에서 싸온 고구마를 또 난로에 구웠먹었는데.. 괴산 호박고구마가 여기서도 인기가 엄청 좋았다. 이왕 시작한거 끝은 봐야지 싶어 밥먹고 또 일에 들어갔다.




아 단순노동을 계속 하려니 점점 정신은 혼미해지고, 손마디 마디가 뻐근하다. 낮에는 밖에서 하다 밤부터는 작업실에서 했는데 문닫고 있으려니 세상이랑 괴리된거 같고ㅡ 무슨 새우잡이 배에 타고 있는거 같았다. 크 . 그러다 나가서 연기를 피워올리며 하늘을 보니 이야. 점점 날이 개서 하늘이 아주 맑다. 별이 총총총 . 감동적이다. 거의 밤 11시가 되어서 끌려 들어왔는데, 결국  한시간분량을 남기고  들어왔다.



이때부터 막걸리를 조금씩 먹으며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다. 귀농에 대한 이야기, 공동체의 배타성, 감시에 대한 이야기,비혼에대한이야기..  비혼이라는 말만 있고 아직 내용이 풍성하지 못하다. 비혼 공동체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아플때도 죽을때도 그곳에서 있을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 때문에 보험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을 이야기 해보고 있다는 고민들을 들었다.

난 피곤에 못이겨 혼자 먼저 일어나 잠자리에 들었는데.
씻을까 말까 하니 "이녘 몸냥하시오" 한다.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뜻인데 몸냥이라는 말이 참 이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몸이라고 써놨지만 아래아 붙여서 마음이라는 의미고 몸이라고 발음되는...
몸하고 싶은대로가 마음가는대로고 마음가는대로가 몸가는대로.. 참으로 이쁘고 재미나고 편한 사람들과의 하루였다. 이런 인연들이 각각  잘 살다가 다시 잘 만나고 이어지고 하면 참 좋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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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3 15:45 2007/12/03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