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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비둘기, 공존을 꿈꾸다

KBS 환경스페셜 2009년 9월 9일 <도시 비둘기, 공존을 꿈꾸다> ... 사진은 <한겨레>

 

 

 

 

 

평상시 궁금증을 자아내던 사물 중 '하늘의 쥐'라 불리는 비둘기가 있다. 마침 환경스페셜에서 도시 비둘기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더럽고 시끄럽고 북적대는 도시를 중심으로 먹이활동을 하고 번식을 하며 살아가는 비둘기들은 '더럽다'는 이유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었다.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에도 갸우뚱하긴 했다. 사이보그를 다룬 각종 재현물들에서는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프로그램된 로봇들이 인류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위해서는 인간을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사람들을 공격하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과연 비둘기는 인간의 삶을 위협하며, 따라서 잡아 죽여야 하는 동물인가? 환경스페셜이 모처럼 도시의 일상생활환경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만만찮은 주제를 다루었다. 가장 심장을 콕콕 쑤셔댔던 장면은 서울 동대문구에 산다는 어느 청소년의 거리 인터뷰 ... 그나마 비둘기가 있어 이 지구상에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는 그 한마디가 애잔하게 다가왔다.

 

어찌 보면 평화의 상징이라는 비둘기는 가장 참을성이 좋고 관용을 지닌 조류인 듯하다. 그 지독한 인간들을 곁에서 어찌 그리도 잘 견뎌내는 것일까. 조류 연구자들은 인간의 행위에 의해 새들의 먹이활동이 방해받는 것을 '간섭'이라 하는데, 대부분의 야생 조류들은 이러한 간섭에 매우 예민한 편이다. 비둘기와 마찬가지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까치의 경우에도 참을성 좋고 관용적이긴 마찬가지인 듯하다.

 

비둘기가 각종 세균과 기생충을 퍼뜨리며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가설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나와 근거가 없음을 밝힌다. 물론 전문가들의 말이라는 게 원래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기생충에 관해 ... 조류를 숙주로 삼는 기생충이 사람을 숙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울산 태화강변에서 매일 비둘기 모이를 준다는 한 아저씨(사진)는 자신이 16년째 매일 비둘기들과 부대끼며 살고 있는데, 비둘기가 그렇게 세균 덩어리라면 자신은 벌써 죽었을 것이라 하기도 ...

 

윤무부 선생에 대해 덧붙여야겠다. 내가 오래 전부터 존경심을 품고 있는 그는 정말 새대가리다. 머리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새처럼 생각하고 새의 입을 빌어 말한다. 한때 그는 각종 TV 오락프로그램에도 단골 게스트로 등장했었는데, 이후 방송을 멀리하는 것은 자신이 이용당했음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몇년 전에는 뇌경색으로 앓아 눕기도 했단다. 어쨋든 그는 비둘기 유해야생동물 지정에 대해서도 격분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만 빼면, 역시나 새의 입으로 말한다. 도대체 왜 쫓아내느냐고. 그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는 ... 새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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