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의 영역

from 불만 2004/10/31 03:38
인간은 어디까지 사회에 의해 금지당할 수 있는 것일까?
여성운동, 혹은 다른 운동을 전업으로 하지 않은지 꽤 오래된 내가
이런 철학적 질문을 해도 되는 것일까?
질문하지 않는 이유가 있겠다.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공동체에 질문하는가에 따라 나올 답들이 이미 오래전에 정리되어 있어서
토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이미 모든 것은 결론 내려져 있다는 것.
그 공감대를 뚫고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
그 공감대를 뚫으려는 어떤 시도도 진짜 운동현장의 현실을 모르는 무지함의 소산이며
활동가들을 지치게 하는 무의미한 소모전을 의미할 뿐이라는 것.
투신할 수 없는자, 입을 열지 말라!
너도 이곳에 와보면 그런 말 할 수 없을 거다.
개토, 니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정말 괴로워.......
너마저....다른 넘들 무시하기도 벅찬데....

나도 괴롭다.
기본적인 배움과 지지, 배려의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걸까?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 뿐인 걸까?

그래도 혼자 생각해본다.
인간이 자기결정권을 갖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진짜 '중요한' 것을 위해 몇몇? 성매매여성들은 또다른 삶의 고비를 맞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성매매 금지를 통해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을까?

성매매 금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성매매 여성들의 삶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이 없는걸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제 배부른 성욕이나 성에 대한 의식을 과시하는 걸까?

나는 아직도 현재 성매매 여성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을 때
자신의 삶에 대해서 떳떳하게 이야기하고,
그 곳에서 나올 기회도 더 쉽게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으며
이미 스스로의 노동으로 돈을 벌고 있는 한
일단 노동자로 인정해야 그녀들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가질
최소한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최소 200만이 넘는다는 그녀들의 삶을 책임져 줄 수 있을까??

나는 포주를 대변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고
성매매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려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금지와 처벌이 정말 가장 좋은 방법일까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당장 그녀들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까 걱정이 된다.

그녀들은 모두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을까?
나는 정말로 그녀들이 처한 상황이 극단적일까 무섭다.

당장 주머니에 땡전한 푼 없는 상황. 그 상황이 무섭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내 주장이야말로 현실성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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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31 03:38 2004/10/31 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