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매매특별법

from 불만 2004/11/03 17:42
하도 오래 공적인 글쓰기를 하지 않아온 터라
지금까지 쓴 3개의 글이 모두
전혀 설득력없는 개인적 감정토로에 불과했다.

오늘도 비슷한 내용으로 비슷한 방식의 글쓰기가 되겠지만
여성주의자들 사이에서
'성매매특별법'이 국가적 지원미흡 등 몇몇 문제는 있을지언정
당연히 시행되어야 할 금지법으로 이해되는 것이 여전히 옳지 않다고 생각되므로
대체 나스스로 정리가 될때까지 멈추어지지를 않는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해서 나는 성매매여성들의 집단적 목소리를 듣고 지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성매매특별법이 아무리 포주와 성을 사는 남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이라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권(노동권이라는 말에 하도들 격분하기에)을
국가가 통제하게 되는 상황을 낳게 된다.
포주야 다른 일 찾으면 되고, 성을 사던 남성들이야 다른 나라 가던지 그냥 안가면 그만이지만
성매매여성들은 당장 생존권의 위협을 받게 된다.
국가는 여러가지 자본주의적인 판단아래 적당한 통제와 지원의 제스처만 보이면
그만이지만
성매매여성들 중 다수의 개인들은 갈 곳 없이 더 열악한 환경에 던져지는 수 밖에 없다.
그녀들은 처음부터 갈 곳이 없어 그곳에 던져진 사람들이다.
지금이라고 딱히 갈 곳이 갑자기 생기나?
취업이 이렇게 어려운 한국에서?
정말 묻고 싶다. 대체 그들에게 어딜 가란 말인가?
우리가 그들에게 매달 월급을 줄 수 있나?
우리가 그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줄 수 있나?

나는 솔직히 여성주의자들이 그저 국가에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성주의자들이 아무리 성매매에 대해서 격분한들
성매매여성들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의 생존권이 성매매 가능성 여부에 달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진짜 성매매여성들의 시선에서
그녀들을 위한 정책을 편다면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금지법의 형태를 띈 법을 툭 던질 일이 아니다.
그녀들의 생존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성매매를 근절하려한다면
단계적으로,
현재 존재하는 집장촌을 국가에 등록하도록 해서 더이상의 집장촌을 허가하지 않고
포주들의 착취를 근절할 수 있도록 성매매여성들에게 맞는 노동법을 채택하고
사업장내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교육을 실시하면서 성매매여성인구를 줄여가는 등
아주 조심스럽고 긴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사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내가 생각해볼 수 있는 한에서 예를 써봤다)

현재의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여성들을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에서의 국가의 시각은 여성주의자들의 것과 현격하게 다른
순결주의와 가족주의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조차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나?

솔직하게,
내가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할지 몸을 팔지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일하는 시간과 받는 돈을 따져서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할 것 같다.
현재 성매매여성들이 공장보다 나은 조건에서 일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어떤 이에게는 성을 파는 것도 공장에서 일하는 것과 같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수 있고
그것이 노동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은 삶과 아주 무관한 것일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 여성에게 왜 성을 파는 것이 노동이어서는 안되는가?
왜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서는 안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신은 '여성주의자인 나'의 이 선택에 돌을 던질 것인가?
가부장제 사회를 비판하고 이 선택 자체를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주장이 현재 존재하는 여성들의 삶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해하는
아슬아슬한 줄 건너타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11/03 17:42 2004/11/03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