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from 우울 2006/09/29 11:12

운전을 하고 있었다.

아주 작은 차. 운전석과 조수석 뿐. 흠...운전을 할때 조수가 필요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운전석 옆에 조수석이 있는 것은 이상하다. 

차는 미친듯이 달리고 있었다. 흠...진부한 표현이지만.

포장되지 않은 덜컹덜컹한 길을 굉장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엉덩이가 아프지 않았다.

뒤에서는 무언가가 차만큼 빠른 속도로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흠...그게 뭐였더라...

달리다보니 앞에 절벽이 나타났다.

 

갑자기 조수석에 초코가 나타나서는 내게 더 빠른 속도로 절벽을 향해 달리라고 명령했다.

 

내 뒤를 쫓고 있던 것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지팡이를 세번째 발로 사용하면서 긴 수염을 펄럭거리며 달려온다.

나는 늙은 남자가 싫다. 무섭다.

 

절벽은 무척 높았다.

나는 절벽끝까지 엑셀레이터를 밟아 하늘로 날아올랐다.

차는 부드럽게 바람을 탄다.

 

꿈속에선 모든 것이 적당하다.

바람의 온도도, 세기도 촉감도 꼭 적당하다.

 

그런 꿈을 꾸었다.

 

 

욕조중독이다.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욕조에 들어가는 날을 이틀에 한번만으로 정해보았다.

원래는 하루에 한번 들어가야 했으니까 이틀에 한번이면 굉장히 줄인 건데도

나는 매일 들어갈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는 날이면 하루종일 욕조에 들어가선 안된다는 생각뿐이다.

나는 대체적으로 깔끔한 사람은 아니다. 깨끗해지려고 욕조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욕조에 들어가지 않는 날은 세수도 하지 않는다.

따듯한 물때문에 들어간다.

내 몸은 어찌나 차가운지, 온도계가 39도를 가리켜도 물이 곧 차갑게 느껴지게 된다.

그래도, 공기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따듯하다.

내 몸에 진득하게 고여있던 피가 서서히 녹으면서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욕조에서 한시간을 놀다보면 어지러워진다.

게다가 해야할 일들도 있다. 밥도 먹어야 하고 설겆이도 해야하고 기타 등등.

 

욕조에서 빠져나가는 물은 깨끗해 보인다.

이 물은 굉장한 에너지를 사용해서 내게로 왔다가는 굉장한 에너지를 사용해서 내게서 사라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욕조를 사용하는 내가 미워진다.

중독.

중독되었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다.

누군가 내게서 욕조를 빼앗아 가려한다면 나는,

그것이 아무리 나 자신과 인류를 위한 선일지라도

그 누군가를 미워하게 된다.

 

그것이 중독의 무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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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9 11:12 2006/09/29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