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from 우울 2006/10/30 18:13

한 일년만인가.

가위에 눌렸다.

어렸을 때는 참 자주 가위에 눌려서

가끔은 현실과 가위에 눌린 상태가 구분이 안되기도 했었다.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집에는 나밖에 없었는데, 다른 누군가가 뛰어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일어나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다.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현관문이 살며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누굴까?

대체 누구지?

방안으로 들어서는 인기척.

힘껏 상체를 들어올리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까스로 발을 들어 올리자 건조하고 미지근한 손이 내 발을 잡았다.

누굴까? 누구지? 무서워.

무서워.

 

가위에 눌린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면 어떻게 해야할까?

진짜라면 난 어떻게 되는걸까?

 

굉장히 무서웠다.

가위에 눌렸을 때는 혼자서는 잘 깨어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혼자있으니까...아주 오래 그런 상태로 있어야 할지 몰라.

내 상막한 상상의 세계 속에서 공포에 질린 채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전화가 와 주었다.

고마운 전화.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 고양이들은 마루에서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옆에 좀 와주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0/30 18:13 2006/10/30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