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2

from 2001/07/13 15:27
그녀의 이름은 N-114. 나이는 17세.
K학교 3학년.
성적은 중상위권이며
특별한 점은 없다.

집안은 가난한 편.
부모는 무책임한 편.
대책없는 동생이 하나 있음.

식구들이 하나밖에 없는 방에 모여서
잠이 든 어느 초겨울 밤 11시 20분,
그녀는 시험때문에 친구집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집에서 나왔다.

다음날 그녀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녀의 식구들은 여기저기 칼에 찔려 죽어있었다.

N-114는 F-03의 집에 11시 40분에 도착했다.
02시 30분, N-114는 수면제를 넣은 컵라면을
F-03에게 먹이고
03시, 졸립다며 F-03의 T-shirt와 반바지를 빌려입고
먼저 침대에 누웠다.
03시 30분 , F-03은 책상위에서 잠이 들었다.
04시10분, N-114는 교복을 입고 F-03의 열쇠를
가지고 F-03의 집을 몰래 빠져나와
04시 30분, 집에 도착해서
옷을 벗고 교복은 화장실 안쪽에 둔 다음
방에 붙은 싱크대 안쪽에 꽂힌 부엌칼을 골랐다.
그리고 A-025 와 J-020, JA-08의 심장을 차례차례
찌른 뒤 다시 그들의 목과 배를 한번씩 더 찔렀다.
그들중 누구도 자신이 찔리고 있다거나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거의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A-025만이 처음 찔릴때, 아주 작게
'컥'하는 소리를 냈는데,
그때 N-114는 자신이 태어난 사막을 생각했다.
먹먹한 모래위에서 그녀는 첫울음을 터뜨렸었다.
칼과 자신의 몸을 잘 씻고 꼼꼼히 살핀 후
마른 행주로 칼의 물기와 욕실의 물기까지 완전히 씻고
교복을 다시 입었다.
칼은 마른 행주로 집어 제자리에 두고
마른 행주는 가지고 나가 집앞에서 라이터로 태워버렸다.
문을 잠그고 F-03의 집에 돌아왔을 때는
06시 정각이었다.

그녀는 F-03의 T-shirt로 다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었다.

유산은 한푼도 없었다.
꽤 되는 빚이 있었지만, 그녀가 아직 미성년자인데다가
유산상속권을 거부함으로써
가족이 없는 그녀에게는 이제 가족만큼이나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제로 상태였다.

태어날때보다 훨씬 나은 조건인 것이다.
N-114는 친한 친구인 F-03의 집에서 한달간 지내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것저것 물으면서 귀찮아하는 친척들도 있었으나
한달정도 무시하자 그것도 뜸해졌고
한달째 되던 날에는 대학시험을 보아
중상위권의 대학에 들어갔다.

N-114는 학교를 휴학하고 과외와 카페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시원에 방을 잡고 영어공부를 했다.

가끔 F-03을 만났지만, 새 학년이 시작될 무렵
N-114는 비행기 표를 사서 미국으로 떠났고
그 후로는 아무도 사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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