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from 우울 2001/08/10 14:56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나는,
예리한 칼로 슥 베어 내, 생피를 뚝뚝 흘리는 나의 삶이 담긴 은쟁반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한다는 것은, 끝없이 모래로만 된, 거대한 섬에 둘만 난파되어서,
내가 가진 한조각의 빵을 그에게 건네야만 하는 상황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이제 한조각뿐이야. 하지만 그를 사랑해.
내 삶을 잘라내 그에게 건넨다.
그 조각이 작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그런 사랑, 너무나 두렵고 괴로운 사랑.

내 하찮은 삶이 너무나 소중해서, 나는 그런 사랑을 못한다.
한조각 한조각이 너무 아까워서, 사랑을 포기하고 만다.

하찮다고 해도, 그것이 절실해서, 나를 사랑해주는 이를 만난다.
그의 삶을 조각조각 떼어 먹으면서,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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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10 14:56 2001/08/10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