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from 우울 2001/10/01 12:41
나 자신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내가 언제나 기만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과,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기만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 내 일, 내가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내가 아무런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모든 것을 의무적으로 행하고 있다.

나는 껍데기이다. 이 껍데기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는가.
의무적으로, 무언가를 깊게 사랑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러나 표현된 언어와 몸짓 뒤에, 차갑게 비어있는 나를 언제나 응시하게 된다.

나의 일, 이것만큼 분명하게 기만적인 일은 없으리라.
그러나 기만적이지 않게 돈을 버는 일에 대해서, 나는 아는 바가 없다.
벌지 않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모르는데, 기만적인 나일지라도
그 육체를 유지해 나가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아니, 사실은, 좀 더 편하게 풍족하게 살기 위해서,
좀 더 나은 다른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다.
어차피 돈을 버는 일이야.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왔잖아.

사실은, 옳은 것에 대해서조차 이제 알 수 없을만큼 멀리 와버려서인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약간의 재능, 잘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늘 어느정도 이상의 것을 해보이면서, 사람들을 속이고 인정받고...

운동에 대해서도, 나는 이제 아무런 생각이 없다.
삶의 일정부분을 그곳에 던져두고, 운동하는 양,
동질감 같은 것은, 인간에 대한 관심 같은 것은 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
그렇지만 그곳을 완전히 떠나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나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 막연히 두려워서, 떠날 생각은 할 수도 없다.

멋지게 보이기란 얼마나 쉬운가.
멋지게 보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스스로를 견디기 위해서, 세상을 견디기 위해서 자기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견뎌내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어디에 가서 무엇을 해야할까?

삶을 갈구하는 이들에겐 내가 너무나 사치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살아가는데, 그렇게 살다보면 나는 껍데기가 되어 간다.
근본적으로 삶을 긍정하는 태도가 결여된 채로 태어난 것 뿐인가?

내 단단한 껍데기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나 자신조차 나에 대해 타자인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내 몸을 벗어난 모든 것은 너무나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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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01 12:41 2001/10/01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