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시간을 내어

from 우울 2007/05/06 17:05

진지하게 시간을 내어,

오늘은 삶을 좀 정리해보자.....고 생각해보지만,

잘 안될 것이 뻔하다.

 

내일까지 해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깟 과제쯤, 안해도 그만이다.

인생이란게 다 그렇다.

그깟 ~쯤, 안해도 그만이다. 세상이 뒤집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대단한, 절대로 해야만 하는 일이란...그닥 많지 않은게 진실이다.

사실은,

하지 않는 것이 백만배쯤 더 좋을 일들을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진실이다.

 

그깟 과제란 더더군다나 안해도 그만이다.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거나

엄청 센세이셔널하고 잘나가는 아티스트가 되어보겠다거나

그딴 생각으로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니니까

내 작은 인생,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겠다는 더 작은 의지의 발현에 불과하니까.

 

그깟 안해도 되는 과제들이 매일매일 잔뜩 있어서, 또 그렇게 잔뜩 있는 것도 아닌것같으면서

맨난 신경을 잡아 끌어대서는

인생이 정리가 안된다.

 

끝나버린 인생도 아닌데 정리가 된다면 그게 더 웃기다.

 

그래도 이렇게 허공에 둥실둥실 떠있는 느낌은 꽤나 불안해.

아마도 이 느낌을 나는, 즐기고 있는 걸까?

 

흠흠...

 

Design Theory 수업을 진행하는 Roger와, 잠시 서점에서 쭈그려 앉아본 '예술가와 디자이너'에 의하면,

 

문제1. 디자이너는 아티스트도, 스타일리스트도 아닙니다.

흠. 디자이너란, 꽤나 인간적인 직업입니다.

디자이너는, 환상이 아니라 창의력으로 사는 인간이라고 합니다.

아티스트는, 환상으로 사는 인간이구요.

스타일리스트란, 흠.......소비주의에 편승해서 대충 사는 인간이라고 해둘까요?

 

Form Follows Function.

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이 맞다고 생각해보면, 

이를테면 세상에 핸드폰은 한종류만 있으면 됩니다.

MP3 PLAYER도 한가지만 있으면 돼죠.

형태는 기능에 따라서 나오는 거니까, 아이디얼한 모델은 한가지밖에 있을 수 없습니다.

책상도, 의자도, 기능에 초점을 맞추면 세상에 그렇게 많은 가구디자이너가 있을 필요가 없어요.

사실, 개토는 그 생각에 완전 동의해버립니다.

이 세상에 디자이너가 너무 많아요.

 

대부분의 디자인들은 그저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로 살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것들일 뿐입니다.

세상에 나와있는 온갖 조잡하고 못난 물건들을 볼때마다,

왜 가장 필요한 기능에 적합한 가장 단순한 물건으로 만들지 않는것일까

세대를 물려 쓸 수 있는 가장 튼튼하고 멋진 물건으로 만들지 않는 걸일까

괴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집이란 것도 일회용이다 보니,

정말 비인간적이고 끔찍하고 조잡하게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안그러면, 세상에 셀수없이 많은 건축가들은 대체 뭘 먹고 살겠어요?

 

현실의 디자이너들이란,

세상을 끔찍하게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 동참하는 인간들입니다.

사실은 디자이너들이라기 보다 스타일리스트들이죠.

똑같은 물건의 모서리를 둥글게 하거나 색깔만 다르게 해서

그것이 창의적인 일인양 으스대는, 보기 흉한 인간들입니다.

 

사실, 디자인이란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게 뭔지만 알면, 거기에 맞게 사물을 재배치하는 것은 아주 논리적이면서 창의적인 일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개토는 지금 학교에서 대체 뭘하고 있는 거란 말입니까?

 

문제2. 디자인이라고 분류되는 학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게 사람을 홀리는 학문이란 말씀입니다.

'체코 드림'이라는 영화를 수업시간에 보았더랬죠.

아주 적나라하게, 

소위 '디자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란 사기꾼이기 쉽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엄청나게 감동적인 영화였어요.

 

대체 진실을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란 말씀입니다.

 

이게 이게 괴로운 건데,

진실은, 이제 디자이너는 더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개토는,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디자이너가 정말 되고 싶었나요?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보세요.

가슴을 손을 얹다니. 너무 진부하군요.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해봅시다.

 

대체 뭘 바라고 학교에 들어갔나요?

 

아마도,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대체 더 잘한다는게 뭐죠?

 

누군가 보고 더 감동하고 내 편이 되게 만드는 거죠.

 

적들과 똑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싶었던 거군요.

 

그랬던 거 같아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나요?

 

모르겠어요.

 

개토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를 혼동했나요?

 

그랬어요. 진정한 디자이너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걸 몰랐죠.

스타일리스트가 디자이너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스타일리스트로 살기는 싫군요?

 

그래요.

 

그래서, 괴롭군요?

 

그래요. 훗, 아티스트나 되어버릴까?

 

오래전부터 그렇게 산다고 하지 않았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무서워요.

혼자서,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구와도 함께 하고 싶지는 않아요.

개토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너무 무서워요.

사람들을 미워하게 된다구요.

 

이 모든 분류들이 너무 작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해요.

 

대체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디자인도 하고 아티스트도 하면 안될게 뭡니까?

 

그게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질문인지 문제의 핵심을 집어낸 대답인지 혼란스럽군요.

 

더 예쁜 화면이 사람들을 더 잡아끌어요.

진보진영도 더 예쁘게, 혹은 더 세련되게 사람들을 설득해야해요.

사람들은 언제나 설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잖아요.

제대로 사람들을 설득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어둡다구요.

 

내가 뭔데 사람들을 설득합니까?

 

저편에 진실이 있잖아요.

누군가의 탐욕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죽으면 안되는 거잖아요?

 

어디에 서있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누구와 함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현실의 사람들은 너무나 현실적이에요.

 

인간답게 마주하세요.

 

너나 하세요. 거짓말하기 싫다구요.

 

환상속에서 살아요, 그럼. 학교에서, 환상을 표현하는 법을 혹시라도 배우게 되면 좋잖아요.

학교도 열심히 다니시구요.

 

그런 환상들이 진실이라구요.

 

변명하지 말아요.

 

그건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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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6 17:05 2007/05/06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