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다니엘

from 2002/02/12 19:41
지하철이 다니기 시작한다고 생각되었을 때
잭은
티코스노바에서
나와
바랜
포스터같은
하늘을
배경으로 걷는다

티코스노바에는
그의
오래된
가방이 남겨져 있다

가방은
너무나
피곤하여

그가 일어섰을 때
문득 깨어났지만
따라나설
힘이라곤
죽어가는 개미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가방은
위태롭게
둥근 의자의 한 귀퉁이에 놓여져서
잭을 생각한다

잭이 없는 티코스노바의
어둠속에서
그의 존재는
죽은 짐승의 그림자처럼
늘어져있다

Tycho's Nova 라는
노란
네온사인이
그림자같은
가방의
그림자를
아주 희미하게
늘어뜨리고 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을 때
흠칫 놀랐지만
어깨줄을
움찔거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고 가방은 생각한다

잭은
바랜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다

담배
연기가
공중에서
유일하게
젖어 있다.

다니엘은
텅 비어서

회색 땅에
아무렇게나
꽂힌
나무가지들 틈에
비스듬하게
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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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12 19:41 2002/02/12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