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from 우울 2002/02/12 17:08
묵묵하게, 자기일에 대해서 떠벌리지도 않고
남의 일에 대해서 참견도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면서,
그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이라면,
내가 아주 오래동안 꿈꿔온 사랑이라는 것이
가짜가 아니라면,
티끌만한 의심도 없이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어떻게도 부정할 수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군과 모모짱을 풀숲에 풀어놓고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 후에
나에게 보여주러 데려오고 자유롭게 돌아가도록
살게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럽혀지지 않은 풀과 꽃과 나무와 고기를
내 손으로 요리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더운 잠자리에서 자고 깨끗한 물로만 씻고
나를 표현할 시간이 있으면 좋을텐데.

부유하게 자라 상처를 모르는 너희들에게
왜곡된 칼날이 번뜩이고
내가 또다시 그 칼날에 찢겨야 하는 이유가 뭐지?

내 진심을 갈갈이 찢어야 속이 시원한 너희들
끊임없이 타인의 피와 살을 먹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너희들
너희들의 칼날에 기꺼이 몸을 대고
내 삶을 유배시키는 것
내 동류의 삶들을 유배시키는 것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2/02/12 17:08 2002/02/12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