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2002/07/08 19:27
아주 오래 전은 아니고, 좀 오래 전에, 내가 아직 살아있던 시절,
나는 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별들 가운데서도 가장 밝고 아름다운 별이었던 만큼,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그 프라이드를 지구에서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지구인이나 혹은 그녀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저, 그들은 서로 좀 달랐던 것뿐이다.

그녀는 1573년 3월, 카시오페이아에서 요절했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천재는 요절을 해야 한다던가,
그런 것이 지구의 풍습만은 아니었던가 보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해?]

두터운 음악소리를 밀어내고 큰 소리로 그녀가 물었을 때, 나는 좀 짜증이 났다.
그녀는 많이 취한 것 같았고, 혼자인 것 같았고,
아무것도 없어서 저돌적으로 무엇에든 매달릴 곳을 찾는 것 같았다.
나는 혼자 있고 싶었다. 이야기 할 기분도 아니었고, 솔직히 그녀는 예쁘지 않았다.

술집 이름은 Tycho's Nova 였다.
주택가 한 귀퉁이 차고를 개조한 아주 작은 Rock Bar였는데, 테이블 2개와 바에 딸린 의자가 5개로 사람이 꽉 차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꽉 찬다해도 스무 명이 서로 꼭 붙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이사와서 짐을 겨우 정리해 두고 어스름해진 창문에 기대어 담배를 피워 물다가, 나는 내 방 창문에서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Tycho's Nova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밝은 노란색의 네온으로 별 그림과 Tycho's Nova라는 단어가 있었고, 벽은 온통 검은색에 아무런 장식도 없었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냐구?]

그녀가 다시 물었다.

[아니.]

귀찮아진 나는 짧게 대답했다. 이야기를 길게 끌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그 곳에서는, 나는 아주 예뻤어. 인간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다구!]

마지막의 [않았다구!]는 그 앞의 문장보다 좀 더 큰 소리여서 나는 움찔했지만,
곧, 음악 속으로 그 단어도 묻혀져 버렸다.
나는 맥주의 상표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Nirvana 의 Milkit이 미친 듯이 Bar 안 곳곳에 부딪히며 내달리고 있었다.

[나를 건드리지 말아줘. 나는 지금 아주 피곤하다구.]

Tycho's Nova에는 말하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주인 언니와 나, 그리고 그녀 뿐이었다.

[왜 피곤하지?]
[살아야 하니까. 날 좀 그냥 내버려둬 줘. 부탁이야.]
[나도 널 괴롭히려는 건 아니야. 외로워서 그래.]

다시 보니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특별히 예쁘진 않았지만,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나도 니가 미워서 그러는 건 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미안해.]

그녀는 내 곁의 둥그런 의자에 앉아 조용히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왜 모두들 그렇게 바쁜 걸까? 난 이제 떠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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