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으로 살다

from 우울 2009/12/18 13:20

나는 개토다.

개토는, "개도 아닌 것이, 토끼도 아닌 것이"의 줄임말.

개토로 불리운 지 10년도 훨씬 더 지났는데, 오늘에서야 밥을 먹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구나.

나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나는 내 삶을 부정하는 것으로 살아왔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아. 어머니처럼 살지 않아.

저런 선생따위 되지 않겠어.

저런 어른같은 건 되지 않겠어.

나는 나이를 먹어서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지도 못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법도 몰라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싫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싫지 않은 사람조차 많지 않지만.

 

사람들의 기대같은 것도 늘 부정했다.

판사가 되거라.

너는 활동가야.

작가가 되는거야.

화가가 될 수 있어.

미디어 작품을 해보는 거야.

누군가 내게 기대하는 순간 나는 그게 싫어졌다.

 

그리고 지금은, 멈춰있다. 죽음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다.

 

사람은 그가 아무것도 행하지 않을 때보다 활동적인 적이 없으며,

그가 혼자 있을 때보다 외롭지 않은 적은 없다. - C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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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8 13:20 2009/12/18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