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토다.
개토는, "개도 아닌 것이, 토끼도 아닌 것이"의 줄임말.
개토로 불리운 지 10년도 훨씬 더 지났는데, 오늘에서야 밥을 먹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구나.
나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나는 내 삶을 부정하는 것으로 살아왔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아. 어머니처럼 살지 않아.
저런 선생따위 되지 않겠어.
저런 어른같은 건 되지 않겠어.
나는 나이를 먹어서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지도 못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법도 몰라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싫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싫지 않은 사람조차 많지 않지만.
사람들의 기대같은 것도 늘 부정했다.
판사가 되거라.
너는 활동가야.
작가가 되는거야.
화가가 될 수 있어.
미디어 작품을 해보는 거야.
누군가 내게 기대하는 순간 나는 그게 싫어졌다.
그리고 지금은, 멈춰있다. 죽음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다.
사람은 그가 아무것도 행하지 않을 때보다 활동적인 적이 없으며,
그가 혼자 있을 때보다 외롭지 않은 적은 없다. - C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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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비슷...
개토가 뭐냐고 물어보려고 몇 번 생각했는데 항상 까먹었어 개도 아니고 토끼도 아니구나. 근데 그 말 너무 귀엽긔...ㄱ-;;;;
음.. 제가 보기에, 부정은 '어떤 긍정'에 이르는 데 필요하긴 해도 충분치는 않다는 생각임다. 부정이 실은 크게 충분치 않은 이유는 아마, 그게 모순되게도 부정하는 대상에 심히 의존적이라는 데 있겠죠. 말하고 나니, 고립이 독립은 아니라는 김영민 선생 생각이 문득. 소극적 부정이 적극적 긍정은 아니라는 얘기로 이해해요, 저는. 그래선가, 마지막 인용구는 웬지 염세적 정조가 물씬한 것이, 기왕이면 차라리 '정중동'하시는 게 어떨까 싶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