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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도망 2008/07/01

존레논대화성인

from 책에 대해 2008/07/10 01:03

또 몇권의 책을 샀고, 이번 선택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존레논대화성인은, 저자가 독자에게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역시 비평가따위는 속을 파서 볏집따위로 채우는 편이 낫겠다 생각했다.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냥 적어놓기만 해도 바보같은 생각인데.

 

그러고들 사는 거지.

 

 

나 부탁이 있어.

 

더이상 이곳에 오지마.

 

니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구역질이 나.

 

지워버린 덧글도 봤어.

 

오.지.마.

내 근처에 다가오지 마.

 

존중했던 만큼 경멸해.

 

내 이름을 생각하지도, 내 몸에 대해 생각하지도 마.

기분이 아.주. 나쁘거든.

 

농담이 아니야. 너를 자극하기 위한 것도 아니야.

다시는, 나를 기웃거리지 마.

 

내 이야기에 너를 섞고 싶지 않아.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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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0 01:03 2008/07/10 01:03

2008/07/07

from 2008/07/07 14:52

[먹고 싶은 게 없어.]

소녀는 생각했다.

 

급식실에서는 물을 뿌려둔 시멘트 바닥 위로

 

고무장갑을 끼고 흰 가운에 흰 작업모를 걸친 사람들이

노란 고무장화를 신고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제법 반짝거리는 커다란 조리기구들.

 

색이 바랜 노란 행주.

 

정액같은 색깔의 뿌연 도마 위에서 묽게 붉은 고기핏물을 흡수한다.

도마 위에는 행주가 지나간 자리가 선명하다.

 

250ml 우유에서는 비린내가 난다.

갈치에서는 시체냄새가 난다.

쌀알은 느끼해. 침에 섞이면 들척지근한 맛이 난다.

김치는, 정.말. 끔찍하다. 지저분한 냄새가 난다.

모든 것들이 으깨져서 창백한 배추의 시체를 덮고 있는 몰골이 가관이다.

무 국의 무는 물컹물컹하다. 피곤에 쪄든 채로 안간힘을 쓰는 게 짜증난다.

 

소고기. 국 안에 든 소고기는 쫄아들 대로 쫄아든 상태다.

내 장딴지를 네모나게 잘라서 무가 든 국물에 넣고 30분쯤 삶으면 이런 모양이 나오려나.

 

종아리를 내려다 본다.

둥글고 매끈하게 생긴 저 다리도, 잘 끊어 잘라서 삶아놓으면 이렇게 잘게 찢기 쉬운 모양이 될거다.

칙칙한 갈색으로 변한 자신의 살덩이.

 

시체들을 먹고 자라는 거니까. 어차피.

 

어떤 시체들을 먹고 자라는 건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라고 싶지 않다.

 

물.

 

물은 종교적이다.

더러운 것들을 다 씻기고 어루만져주고 투명하게 된다.

몸 안에 들어가서도 그럴까?

종교적인 것은 가식적이다.

투명해 보이지만 그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하느님만 알 일이다.

 

[먹고 싶은 게 없어.]

 

급식판을 내려다 본다.

 

역겨운 것은 아니다.

 

원래 그렇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역겨울 것은 없다.

하지만,

식욕은 당기지 않는다.

 

식판에 담긴 걸 그대로 퇴식구에 갖다 놓으면 학주한테 걸려서 된통 혼난다.

 

식판을 들고 교실을 나서자 시끄럽게 떠들어대면서 침과 음식물을 튀겨대던 아이들이

일순 조용해진다.

 

그리고 곧 똑같은 데시벨로 웅성거림이 시작된다.

 

식판을 들고 교문을 나선다.

 

거리는 조용하다.

바로 옆 건물에서 수천명의 여자아이들이 제각기 입을 오물거리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쓰레기통 옆에 식판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

 

두 사람이 소녀에게 말을 건넨다.

 

"이봐 학생!"

"저기..."

 

한 사람은 수위아저씨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

 

다른 한 사람은?

 

식판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수위아저씨가 가까이 온다.

 

식판을 향해 내민 손이 움찔한다.

 

"이 학생, 이거 무슨 짓이야! 에비! 쉿쉿, 저리 가!"

 

 

식판을 도로 들고 들어왔다.

처리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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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7 14:52 2008/07/07 14:52

트리거

from 2008/07/03 18:37

날 김을 입안에 부석부석 소리를 내면서 집어넣고 씹어먹으면서,

 

트리거에 대해 생각한다.

 

트리거를 한국말로 뭐라고 하더라?

방아쇠.

방아쇠라니, 너무 귀엽지 않은가?

 

트리거쪽이 훨씬 트리거답다.

트리거 트리거 트리거 트리거 트리거 트리거 트리거 트리거

트리 쪽을 빠르게 발음하고 거어 한다.

 

날 김으로 배를 채울 수 있을까?

채울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은데.

 

내 머리속에도 몇 개인가 트리거가 있는데,

그걸 자극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문을 열어야 하고,

보이지 않는 문은, 인간의 힘으로 해독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암호가 있어야만 열 수 있는 자물쇠로 잠겨있다.

 

보이지 않는 문을 찾아, 인간의 힘으로 해독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암호를 입력하고 트리거를 당기다.

 

천재적인 해커들이 있다.

 

생각보다는 드물지 않게 있다.

 

내 인생에 한 명쯤.

 

그가 암호를 알게된 것은 천재들이 다 그렇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밤낮으로 책상밑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피자나 식은 통닭, 조미 김 등으로 배를 채우고,

머릿속은 나로 가득 채우고

갖은 부호들과 비논리적 혹은 논리적 체계들을 읽어내기를 몇 년 정도 하다보면,

그렇게 된다.

 

라는 것은 나의 상상이고,

 

막상 그는 와인과 잘 차려진 밥상 등으로 머리를 채우면서,

뱃 속은 나로 가득 채우고

온갖 부호들과 비논리적 혹은  논리적 체계들을 만들어내기를 몇 년 정도 하다가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트리거.

 

트리거를 당겨주었으면 해.

 

남의 트리거나 당기는 건 열정과 힘이 넘치는 젊은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는 떠났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는 보안요원이 되었다.

철이 든 것이다.

 

자본주의에 건배.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쇼스타코비치에 건배.

 

보안요원은 암호가 해킹되지 않도록 교묘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돈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해킹당하지 않는다.

 

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그는 나를 위해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더이상 해킹당하지 않게 된지 셀 수 없는 해를 지났다.

 

쇼스타코비치를 들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들어올릴 수 없다.

살아있다고 해도 내 팔로 그를 들어올리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쇼스타코비치'라고 말한 것을 들었을까?

그랬을 지도 모른다.

분명, 나는 쇼스타코비치를 알고 있으니, 누군가 말한 것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디선가 읽기만 했던 건지도 모른다.

 

쇼스타코비치를 들었다.

듣고 또 들었다.

혹시, 트리거를 당겨주지 않을까 해서.

 

show star co bitch

 

끈적끈적하고 진하고 역한 무언가를 뒤집어 쓰고

구석에 쳐박히면

아무것도 먹지않고 삶과 잠의 중간영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보이지 않는 문 너머로 트리거가 보인다.

 

트리거는 작지만,

당기면 굉장한 폭발이 일어나곤 했다.

 

한동안 아무것도 들을 수 없게 될 만큼 귓청을 울리는 폭발음,

코를 찌르는 화약 냄새와

무엇보다, 몸 전체를 퉁겨내는 둔중한 충격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게 된다.

입안은 쓰고 머릿속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눈앞이 새하얗다.

 

나는 머릿속에 트리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었다.

 

역시 트리거가 있다는 걸 아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

 

암호는 더러운 것들과 관련이 있다.

 

상쾌한 공기나 부드러운 바람, 푸른 하늘이라던가 파릇파릇한 새싹, 말랑말랑한 아기 같은 걸

짓밟고 뭉개고 오물로 채워진 늪에 담궈 질식시키고 싶다.

 

무딘 칼로 짓이기며 갈라내서 그 안의 액체를 몸에 바르고

썩을 때까지 누워있고 싶다.

 

건배.

 

맥주나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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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18:37 2008/07/03 18:37

더러워

from 우울 2008/07/03 16:26

집이 더럽다.

 

더럽혀지는 이유는 하루에 최소한 두끼는 먹기 때문이다.

 

냥들의 털덩이들이 굴러다니는 와중에,

내가 음식을 담아 먹고 치우지 않은 그릇들에 덕지덕지 혹은 살짝 붙어있다.

바닥은 꺼끌꺼끌해서, 발바닥에 뭔가가 자꾸 걸리적거리는 느낌이다.

 

마루에는 그저께인가 그그저께인가 먹고 남은 수박그릇이 놓여있고,

식탁위에는 이런 저런 그릇들이 매일 매일의 흔적으로 남아있고,

책상위에는 피자 먹고 난 흔적이...

맥주캔도 몇 개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싱크대이다.

 

훗.

 

아웅.

 

혼자 있으면 결국 이렇게 된다.

 

설겆이가 죽기보다 싫다고!

 

나는 청소가 싫어요!!!

 

아웅 비장해.

 

살림해주는 뭔가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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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16:26 2008/07/03 16:26

from 우울 2008/07/01 23:47

밥을 만드는 일이 너무나 귀찮다.

 

맛있는 걸 먹는 건, 좋지만.

 

만들어 준 사람에게 감사하지만, 감사와 함께 나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저녁을 수박으로 때웠다.

 

어제도 한끼 반정도 먹은 것 같은데.

 

불규칙하게 먹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안드는 건 왜일까?

 

누군가 밥을 짓고 청소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렴치하게도. 근데 스스로 파렴치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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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1 23:47 2008/07/01 23:47

도망

from 우울 2008/07/01 23:30

나는 도망쳤다.

 

남은 것은, 그림 세장.

 

볼품없는 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림도구들. 벽장안에 가둬두었다.

 

단단하게 생긴 상자에 담아서.

 

그리고,

 

뚜껑은 열어두었지만, 벽장문은 닫았다.

 

벽장 앞에는, 잡동사니들이 쌓여갔고, 잡동사니들때문에,

벽장문은 힘을 주어 열어도, 가까스로 엿볼 수 있을 만큼만 열리게 되었다.

 

나는 좁은 방과, 눈에 잘 띄지 않도록 만들어진 벽장을 탓했다.

 

그리고,

 

방안을 가득 채운 컴퓨터 책상으로 도피했다.

 

시간은 흘러간다.

 

너무 열심히 도망치다보니, 내가 도망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말았다.

 

어떻게 다음 늪을 지날 것인가, 어떻게 다음 산을 넘을 것인가,

어디에서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잠을 잘 것인가.

 

보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이용해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들이 언제나 충분히 닥쳐와 주었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던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몰랐던 것도 같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어떤 문제들은 그냥 두어도, 별 탈 없이 해결되곤 했다.

 

어둠 속에서,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거대한 숲은,

아침이 오면 그저 작은 풀숲에 불과했다.

 

닥쳐올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않고, 쉬어야 할 때 쉬어주면

가야할 길이 보이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지쳤던 것인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도망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게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격렬하게 미친 듯이 도망치는 인간은, 무언가 도망칠 만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지쳤다고 생각하자, 쉬게 되었다.

 

무작정 숨도 쉬지 않고, 꽤나 오래 달려주었다.

 

달리던 버릇은 내 몸 곳곳에 남아있지만,

쫓아오던 공포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인정해버렸으니,

나는 일단 이 곳에 멈추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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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1 23:30 2008/07/01 23:30